2015
1-2월호

인튜이트 CEO가 보는 ‘디자인 중심 회사’
브래드 스미스(Brad 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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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dea

디자인을 활용해 고객과 감성적 유대관계를 만든 인튜이트

 

 

스콧 쿡Scott Cook이 인튜이트Intuit를 공동 설립했던 1983년 당시 이미 많은 회사들이 개인용 재무관리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있었다. 쿡이 개발한 퀴큰Quicken이전에도 최소한 46개의 유사한 소프트웨어가 출시돼 있었다. 그래서 가끔 우리는 인튜이트가 선발자 우위first-mover advantage대신 어떻게 ‘47번째 진입자 우위를 가지게 되었는지 농담 삼아 이야기한다. 출시 당시 퀴큰은 대다수의 경쟁제품이 가진 기능의 3분의 1밖에 제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훌륭한 디자인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기존의 복잡한 스프레드시트 형태가 아닌 미국인들이 일상에서 쓰던 수표와 수표기입장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직관적인 사용이 가능한 디자인 덕분에 퀴큰은 즉시 개인 재무관리 소프트웨어 시장의 선두가 됐고 30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그 후 우리의 초점은 우수한 디자인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내가 CEO가 된 2008년 초 디자인은 더 이상 회사의 핵심가치가 아니었다. 자체 조사 결과 고객들이 다른 사람에게 우리 제품을 추천하는 첫 번째 이유는사용의 편리성이었다. 그런데 추천하지 않는 첫 번째 이유 또한사용의 편리성이었다. 사용의 편리성과 디자인은 다르다. 우리는 새로운 사양과 기능을 추가하는 데만 과도하게 초점을 맞춰 결과적으로 사용의 편의성은 높였지만 사용자들에게 즐거움까지 주지는 못했다.

 

고객들이 우리 제품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또 제품 사용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는지와 같은 감성적인 부분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우리는즐거움을 위한 디자인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나는 직원들에게 가장 혁신적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을 나열해보라고 했다. 많은 이들이 애플, 페이스북, 구글을 언급했다. 나는 인튜이트가 그런 기업들 중 하나가 되기를 바랐다. 우수한 디자인이 이를 위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 임기 초기에 나는 2020년까지 인튜이트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디자인 중심 기업 중 하나가 된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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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 목표를 향해 전진했다. 인튜이트의 디자이너 수를 거의 600% 늘렸다. 또한 분기마다 디자인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네스트의 온도조절기나 카약 여행사이트처럼 훌륭하게 디자인된 제품을 만든 사람들을 정기적으로 초청해 우리 직원들이 배우도록 했다. 우리를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들, 심지어 변호사와 회계사에게까지도 디자인이 어떤 방식으로 그들의 업무에 녹아들 수 있을지 고민하게 했다. 그리고 혁신적이고 스마트하게 디자인된 기능들을 선보였다. 고객이 우리 회사와 감성적인 유대관계를 갖도록 도왔고 그 덕에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즐거움을 주는 요인

나는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지만 정규 디자인 교육을 많이 받지는 않았다.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작은 도시에서 자라 마셜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펩시, 세븐업과 같은 소비재 산업분야에서 7년간 일했다. 그리고 미시간주 아퀴나스칼리지에서 야간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다이렉트마케팅 회사인 애드보에서 근무했고 급여지불 대행사인 ADP에서도 일했다. ADP에서는 인터넷 부서를 신설하는 일을 했다. 2003년 인튜이트로 이직한 후 5년간 회사의 3개 주요 부서를 모두 거쳤다. 전문 회계사들에게 영업을 해야 하는 회계사 제품 부서, ‘터보택스라는 제품으로 잘 알려진 소비자 회계 부서, ‘퀵북스라는 제품과 기타 급여관리 제품을 판매하는 소기업 담당 부서 등이다.

 

나는 CEO가 되기 전에도 제품을 사용하는 경험이 즐겁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팀원들의 이해를 도우려 노력했다. 제품은 소비자들이 사용하기에 편리해야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쇼핑, 구매, 판매 후 서비스까지 포괄하는 고객 경험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나는 직원들에게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물었다. 당신은 왜 그 제품을 좋아하나? 무엇이 즐거움을 주는가? 그리고 우리는 ‘D4D(즐거움을 주기 위한 디자인design for delight)’라는 콘셉트를 개발했다. 고객과의 깊은 공감, 아이디어 창조, 실험에 기반한 디자인적 사고에 대한 인튜이트의 접근방식을 명확하게 표현한 것이다. D4D는 우수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공통 프레임워크를 회사 전체에 제공한다.

 

당시 최대의 과제는 인튜이트의 모든 부분에 디자인적 사고를 통합하는 일이었다. 나는 2007년 회사의 리더십 콘퍼런스에서 일정 중 하루를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보는 날로 만들었다. 우리는 참가자들이 자신에게 진심으로 즐거움을 주었던 제품들을 가지고 와서 그 제품들에 대해 얘기하도록 했다. 혁신적인 배낭을 가져온 사람도 있었고 어린이용 컵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이산화탄소 실린더의 힘을 이용하는 와인 오프너를 보여줬다. 코르크에 바늘을 찔러 넣으면 바늘을 통해 압축가스가 병에 주입되어 코르크가 열리는 원리였다. 이 행사는 직원들이 우수한 디자인에 대해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우리가 기대했던 만큼 행동으로 전환되지는 않았다.

 

우리는 디자인 사고가 스며들게 하는 새로운 방법들을 끊임없이 탐색했다. 이를 위해 심지어 사무실 배치까지 변경하기도 했다. 칸막이로 나뉜 공간을 줄여서 협업과 즉흥적인 작업에 필요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또한 고객을 즐겁게 하기 위해 경쟁사들이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최고의 디자인 혁신은 많은 경우 차고나 대학 기숙사에서 시작하는 스타트업에서 나온다. 민트Mint와 젠페이롤Zenpayroll이 특히 그런 예다.

 

 

개인용 재무 소프트웨어인 퀴큰 사용자들은 상당수의 데이터를 손수 입력해야 했다. 데이터만 제대로 입력하면 결과적으로 훌륭하게 정리된 표와 파이 차트pie chart들을 볼 수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만들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했다. 2009년에 민트는 이런 불편함에 대한 훌륭한 해결책을 선보였다. 민트의 창업자는 고객이 별도로 데이터를 입력하지 않아도 은행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모든 소비내역을 다운로드 받아 몇 분 만에 재무상태를 파이차트로 보여주는 기능을 구현했다. 우리는 민트의 디자인을 상당히 좋아했다. 결국 그 회사를 인수했다. 우리는 고객의 만족감을 지연시키는 요소들에 항상 신경을 써왔다. 이제는 고객이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시작해서 첫 번째 결과(만족감)를 얻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고 이를파이 시간time to pie’이라 부른다.

 

젠페이롤 또한 우리에게 남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영감을 주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급여 업무가 골치 아픈 행정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젠페이롤은 급여를 지급하는 행위가 직원들을 격려하고 직원들의 소속감을 증대시킬 수 있는 훌륭한 기회임을 깨달았다. 젠페이롤 급여시스템은우후 월급날이에요! 당신은 록스타입니다. 여기 당신의 수표가 있어요와 같은 문구를 직원들에게 전송한다. 이는 전통적인 급여 방식에 비해 덜 형식적이고 더 기발하다. 젠페이롤은 지금 우리의퀵북스 온라인플랫폼의 주요 파트너다.

 

서서히 디자인적 사고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2012년 한 해 동안 우리는 혁신적으로 디자인된 상품을 가져와 토론하는 워크숍을 반복했다. 이 자리에 모인 리더들은 그 물건들의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 제품들은 본래의 기능을 수행했는가? 예상했던 것보다 작동이 더 쉬웠는가? 제품 사용 중에 어떤 기분이 들었는가? 등을 말이다. 회사 안에서의 역할과는 무관하게 우리 모두는 점차 깨닫게 됐다. 아름다운 디자인은 접하는 순간 알게 되며, 이런 경험을 고객들에게도 제공해야 한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성이나 디자인이 재무 소프트웨어의 핵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때때로 인튜이트 제품들을필요하지만 간절히 원하진 않는 제품이라고 말한다. 한 팀원은 심지어 재무 소프트웨어가 고객들에게 디자인적인 즐거움을 주거나 감성적인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래서 우리는 시스템에 접속해 가장 인기 있는 우리 제품들에 대한 사용자 평점을 살펴봤다. 추천자와 비추천자가 남긴 의견을 모두 파악하였다. 분명히 우리는 감성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우리 스스로 던진 질문은이것이 우리가 만들어내고자 했던 감성인가?”였다.

 

우리의 1등 제품인터보택스세금 계산 소프트웨어를 살펴보자. 미국인들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소득세 신고를 준비하는 데 매년 60억 시간을 들인다. 그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이라면 그들에겐 분명 큰 선물일 것이다. 대다수의 세금 납부자들은 환급 절차를 통해 세금의 일부를 환급받는데, 70%의 납세자들에게 그 금액은 한 해 동안 받아본 수표 중 가장 큰 액수가 된다. 따라서 우리는 소프트웨어의 순수 기능을 강조하기보다는 고된 일을 덜어주고 기대 이상의 환급액을 받기 위한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해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감성적인 보상에 더 집중했다.

 

팀 스포츠처럼 디자인하라

우리는 제품 개발에 직접 관여하는 직원들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들이 디자인에 대해 생각하도록 독려했다. 재무 부서 직원들에게는 구매 주문 절차가 용이한지, 좀 더 간소화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도록 요청했다. 인사팀에서는 지원자가 웹사이트의 채용 페이지를 마주하는 순간부터 채용에 이르기까지 입사지원과 면접절차의 전반적인 디자인을 논의했다. 인튜이트의 직원은 8000명이다. 우리는 이 모든 직원들이 제품과 서비스의 디자인 향상 방안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설령 회사의 내부 지원업무만 하는 사람이라도 그렇다.

 

물론 디자인에 대한 생각과 토론의 결과가 제품에 드러나지 않으면 성공했다고 할 수 없다. 2010년 초 우린 고객들에게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선보였다. 예를 들어 연도별 비교를 가능하게 하고, 전년도 정보를 자동으로 읽어들여서 매년 입력해야 하는 항목의 수를 줄여주는 기능을 터보택스에 추가했다. 자체 조사 결과 기혼자들은 부부 중 한 쪽만이 주로 세금신고를 담당하고, 다른 배우자는왜 작년과 올해 내는 세금이 다르지?”하고 궁금해 했다. 이에 착안해 회사 내부에서배우자 테스트라고 불리는 몇몇 새로운 기능들을 개발했다. 전년과 비교해 무엇이 바뀌었는지를 깔끔하게 보여주는 기능이다.

 

‘스냅택스’라는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했다. 이것은 늘어나는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소프트웨어다. 세금신고 시에는 많은 데이터를 입력해야 해서 사람들이 모바일 기기 사용을 꺼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 팀은 사용자가 연간급여명세서(W-2)를 사진으로 찍어 입력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했다. 프로그램은 자동으로 데이터를 인식하고 직접 터보택스에 입력한다. 스냅택스는 업계 최초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연방정부와 주정부 납세신고서를 전자파일로 완벽히 준비할 수 있게 했다. 반응은 놀라웠다. 출시 2주 만에 아이튠즈에서 앵그리버드를 누르고 최고의 앱으로 선정됐다. 사용자 리뷰도 놀라웠다. “아기를 갖기 위해 이 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고 또 다른 사람은 스냅택스를 이용해 욕조 안에서 세금신고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별 다섯 개 평점이 이어졌다. D4D 부서의 완벽한 승리였다.

 

 

다른 소소한 변화들도 있었다. 한 예로 고객과의 인터페이스에 이모티콘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좀 더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 소프트웨어의 지원과 도움말 기능을 간소화했다. 그 결과 고객센터에 들어오는 불만전화가 24% 감소했다. 수많은 시간 동안 고객의 행동을 지켜보며 실제로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아봤다. 또 피드백 메커니즘을 간소화하기 위해 디자인을 이용했다. 일례로 고객들이 좋아했던 요소 옆에는 웃는 이모티콘을, 곤란을 겪었던 곳엔 슬퍼하는 이모티콘을 붙였다. 우리는 항상 엔지니어와 제품담당 책임자, 디자이너들에게 단순히 기능적인 요소만을 가지고는 훌륭한 제품을 만들 수 없으며 제품 안에 감성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06년 당시 이사급에는 디자이너가 6명밖에 없었지만 현재는 35명이 있다. 많은 변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디자인 역량이 필요했고 지금은 그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디자이너는 제품사업부 총괄 관리자에게 직접 보고하며 제품 관련 회의에 엔지니어 및 제품 개발자들과 함께 참여한다.

 

그 결과 보다 우수한 디자인의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터보택스 매출은 2014년도에 7% 성장했고 시장점유율도 2% 늘었다. 2000년대 초반 많은 경쟁사는 부분유료화freemium서비스를 운영했다. 기본적인 기능이 들어 있는 버전은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제공하고 업그레이드와 추가 고급기능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이다. 우리는 이렇게 평범한 무료 제품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압박에 넘어가지 않았다. 만일 우리가 무료 제품을 시장에 내놓아야만 한다면 그 제품 역시 최고의 디자인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즐거움을 희석시키지 마라Delight, don’t dilute를 사훈으로 삼았다. 이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스스로 작성하는 세금 신고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인튜이트의 시장점유율은 60%를 넘는다. 2등 업체는 18%에 머물렀다. 무료 제품들까지 포함한 수치다.

 

디자인에 대한 생각과 토론의 결과가 상품에 드러나지 않으면 성공했다고 할 수 없다.

 

내 생각에는 지금 많은 기업이 우리가 몇 년 전 겪었던 상황에 처해 있다. 우리의 기존 제품 개발 프로세스는 너무나 단계적이었고 또 기능 추가와 사용 편의성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큰 자각이 필요했고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질 필요가 있었다. 훌륭한 제품과 훌륭한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은 디자이너 및 제품 매니저들뿐만 아니라 CEO까지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팀 스포츠다. 그것을 전 직원이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이제 우리는 고객 중심, 디자인 주도형 기술기업이 됐다. 2020년에는 지금보다도 더 훌륭한 기업으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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