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월호

레드오션의 함정
르네 마보안(Renee Mauborgne),김위찬(W. Chan Kim)

 

 

 

Idea in Brief

 

문제점

장기적인 성공을 거두려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존 시장에서 경쟁하면 갈수록 수익이 줄어든다. 그러나 인력과 자원을 아무리 많이 투입해도 새로운 마켓플레이스를 만들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원인

경영자들의 멘탈모델은 기존 시장에서 쌓은 경험을 근간으로 한다. 그런 가정과 신념이 과거에는 통했지만 새 시장을 개척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해결책

오래된 시장에 갇히지 않으려면 경영자들은 이렇게 해야 한다.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세분화에 대한 걱정을 줄인다

•시장을 창출하는 일이 기술 혁신이나 창조적 파괴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고급화 전략이냐, 저비용 전략이냐 하는 문제로 고민하지 않는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은 수십 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딜로이트 회계법인의 획기적 연구 성과물인변화 지수를 기준으로 보면 미국 상장기업 전체의 자산수익률은 1965년에 비해 약 4분의 1 수준인 1% 미만으로 추락했다. 시장의 주도권이 기업에서 소비자에게 넘어가고 글로벌 무대를 둘러싼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걸쳐 경영자들은 실적 문제로 험난한 도전을 맞닥뜨리게 됐다. 이런 상황을 뒤집으려면 좀 더 창의적으로 경쟁 전략을 개발하고 실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단지 경쟁력만으로 장기적 성공을 이뤄낼 수는 없다. 이제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며 신시장을 개척하고 점유하는 능력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시장을 창출하면 막대한 이득이 따라온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를 비교해보자. 지난 15년 동안 애플은 아이팟, 아이튠스, 아이폰, 앱스토어, 아이패드를 잇달아 선보이며 성공리에 시장을 창출해내는 행보를 보였다. 아이팟을 선보인 2001년부터 2014년 회계연도 말까지 애플은 매출과 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시가총액이 75배 이상 치솟았다. 같은 기간 마이크로소프트는 원래 애플의 5배 정도 됐던 매출액이 애플의 절반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면서 시가총액이 고작 3% 늘어났을 뿐이다. 수익의 80% 가까이가 윈도와 오피스라는 낡은 사업에서 나오는데다 그동안 강력한 신시장 창출 활동을 펼치지 않았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물론 기업들이 새로운 마켓스페이스의 가치를 모르는 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시장을 일궈보겠다는 각오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리더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도 실제로 그 비결을 아는 기업은 찾아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도대체 무엇이 방해물로 작용하는 것일까?

 

<블루오션 전략> 초판이 출간된 이래 10년 동안 이 책을 공동으로 집필한 우리는 수많은 경영자들과 시장 창출 전략의 실행과 관련한 대화를 나눠왔다. 그들의 성공담과 실패담을 듣다 보니 공통적으로 그러한 시장 창출을 위한 활동을 방해하는 요인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요인이란 바로 그들의 멘탈모델, 다시 말해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는 세상의 이치에 대한 가정과 이론이었다. 멘탈모델은 의식 활동의 수면 아래에 존재하지만 선택과 행동에 워낙 큰 영향을 끼치다 보니 신경과학자들은 그것이 마치 자동화 알고리즘처럼 작용해 변화와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좌우한다고 본다.

 

멘탈모델에는 장점이 있다. 견고한 멘탈모델을 갖추면 위험한 순간에 생존과 직결되는 결정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본 경영자들의 멘탈모델은 건전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 모델들은 학교에서 또는 다년간의 사업 경험에서 습득한 지식을 근간으로 하고 있었다. 그런 멘탈모델이 있기에 경영자들은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부닥치는 난관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눠 보니 경영자들이 기존 마켓스페이스를 누빌 때 의존하는 멘탈모델 때문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능력이 훼손되는 듯했다.

 

우리는 연구를 하고 토론을 벌이는 과정에서 경영자들의 멘탈모델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6가지 가정을 알게 됐다. 우리가 6가지 가정을레드오션의 함정이라고 여기게 된 까닭은 사실상 그런 가정들로 인해 경영자들이 레드오션(수많은 기업이 난립해 시장점유율을 놓고 피 튀기는 경쟁을 벌이는 시장 공간)에 발이 묶인 채 블루오션(이때껏 알려지지 않았고, 경쟁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잠재력이 풍부한 시장 공간)에 진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중 1, 2번 함정은 마케팅에 대한 가정,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고객을 우선시하고 틈새시장을 중시하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이어서 3, 4번은 기술 혁신과 창조적 파괴에 대한 경제적 교훈에서, 5, 6번은 차별화와 비용 절감을 양립 불가능한 선택안으로 보는 경쟁 전략의 원리에서 기인한다. 이제부터 우리는 각 함정의 정체가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고 각각 기업의 시장 창출 활동을 어떻게 가로막는지 살펴볼 것이다.

 

 

함정 1

시장 창출 전략에서 고객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여긴다

 

시장 창출 전략의 핵심은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 그러자면 비고객을 고객으로 바꿔놓아야 한다. 일례로 세일즈포스닷컴은 주문형 CRM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이전까지만 해도 전사적 CRM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던 중소기업들을 끌어들임으로써 새로운 마켓플레이스를 만들어냈다.

 

문제는 기업의 관리자들, 특히 마케팅 분야의 관리자들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겠지만 고객은 왕이라는 신념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시장 창출 전략에서 고객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십상이고, 그러다 보니 거의 반사적으로 기존 고객에게 초점을 맞춰 그들의 만족도를 향상하는 데 주력하게 된다.

 

그런 접근방식으로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내기 힘들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려면 비고객에게 초점을 맞춰 그들이 해당 업계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애용하지 않는 이유를 규명해야 한다. 산업의 경계를 넓히는 데 방해가 되는 애로사항과 위협 요소를 가장 잘 아는 쪽은 고객이 아니라 비고객이다. 기존 고객들에게 초점을 맞추면 경쟁업체들보다는 더 나은 해법을 그들에게 제시할 수 있겠지만 레드오션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소니가 2006년에 시장에 내놓은 포터블리더시스템(PRS) 사례를 보자. 소니는 도서 산업에서 새로운 마켓플레이스를 일궈내기 위해 폭넓은 고객층을 상대로 전자책 시장을 열 계획이었다. 그 목표를 달성할 방법을 찾고자 기존 전자책 고객들의 경험에 귀를 기울여 기존 제품들의 크기와 형편없는 화면 품질에 대한 불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래서 얇고 가벼우며 가독성이 좋은 스크린을 장착한 기기를 내놓았다. 그러자 언론에서 찬사가 쏟아지고 고객들이 더 큰 만족감을 드러냈으나 PRS는 아마존의 전자책 리더기 킨들에 밀리고 말았다. 패인은 다수의 비고객을 잡지 못한 데 있었다. 그들이 전자책을 거부한 주된 이유는 기기의 크기와 화면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읽을 만한 책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전자책이 다양하게 나와 있지 않은데다 콘텐츠를 내려받기도 쉽지 않았던 터라 비고객들은 계속해서 종이책을 읽었던 것이다.

 

이 점을 간파한 아마존은 2007년 킨들을 출시했을 때 PRS보다 4배 이상 많은 전자책을 제공했으며 와이파이로 손쉽게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했다. 종이책 고객들이 순식간에 전자책 고객으로 탈바꿈하면서 킨들은 판매를 시작한 지 6시간 만에 매진됐다. 이후 소니는 이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전자책 산업은 킨들 덕분에 성장을 거듭했다. 그래서 2008년만 해도 전체 도서 구매자 중 2% 정도에 불과했던 전자책 구매자 비율이 2014년에는 28%에 이를 정도로 치솟았다. 현재 전자책 시장에서 판매되는 책은 250만 종을 웃돈다.

 

 

함정 2

시장 창출 전략을 틈새시장 전략으로 간주한다

 

예전부터 마케팅 현장에서는 시장을 더더욱 잘게 세분화해 틈새시장을 발견하고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둬왔다. 틈새시장 전략이 대체로 큰 효과를 거두기는 하지만 기존 마켓플레이스에서 틈새를 찾는 일과 새로운 마켓플레이스를 발굴하는 일은 엄연히 다르다.

 

2003년에 델타항공에서 출범시킨 송항공을 보자. 당초 델타항공은 명확하게 세분화된 승객군을 목표로 삼아 저가항공업계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자 했다. 델타항공은 멋을 중시하는 전문직 여성 출장객들이 대부분의 항공사에서 목표로 삼는 여타 승객군과 다른 욕구와 기호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그때까지 그런 승객군을 중심으로 설립된 항공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전도유망한 전문직 여성들을 모아 수차례 포커스그룹 면담을 진행한 끝에 델타항공은 그들의 입맛에 맞춰 유기농 음식, 맞춤형 칵테일, 다양한 오락 거리를 제공하고 운동용 밴드를 무료로 지급해 기내에서 자유롭게 몸을 풀 수 있게 하며, 승무원들에게는 고급 의류 브랜드인 케이트 스페이드 옷을 입힌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전략의 취지는 시장의 빈틈을 메우는 것이었다. 그런데 성공적으로 그 틈을 메웠을 수는 있었을 테지만 막상 실행해보니 해당 고객군이 워낙 적어서 아무리 경쟁력 있게 가격을 책정해도 사업을 지속할 수가 없었다. 송항공은 출범한 지 36개월 만인 2006 4월에 마지막 운항을 했다.

 

성공적인 시장 창출 전략들을 보면 시장을 더 잘게 세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오히려 여러 구매자 집단에서 공통으로 드러나고 수요를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특징들을 찾아서 시장의통합desegment’을 꾀하는 경우가 더 많다. 영국의 샌드위치 체인점 프레타망제는 점심으로 조리 식품을 구매하는 고객 집단을 분석했다. 레스토랑에 가는 전문직 종사자, 패스트푸드 고객, 테이크아웃 이용자, 이렇게 세 그룹이었다. 이들에게는 차이점도 많았지만 세 가지 주된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가 점심시간에 신선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적당한 가격에 빨리 받아서 먹기를 원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프레타망제는 이 세 개의 고객그룹을 아우르며 지금껏 어느 업체에서도 건드리지 않은 수요를 창출하고 결집함으로써 새롭고 수익성 좋은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세련된 분위기의 매장에서 날마다 신선하고 고급스러운 식자재로 패스트푸드점보다 훨씬 더 빠르게 레스토랑 수준의 샌드위치를 만들어 적당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핵심 개념이었다. 그렇게 개척해낸 새로운 마켓플레이스에서 프레타망제는 약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탄탄한 수익률과 성장률을 자랑하고 있다.

 

시장을 창출하는 데는 반드시 창조적 파괴가 필요할까? 그렇지 않다. 획기적 상품들은 지금까지 해법이 존재하지 않았던 영역에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함정 3

기술 혁신과 시장 창출 전략을 혼동한다

 

연구개발과 기술 혁신은 시장 개발과 산업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널리 인식된다. 그러므로 경영자들이 이 두 가지를 시장 창출의 핵심 동력으로 여긴다고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실제로는 시장을 창출하는 데 반드시 기술 혁신이 필요하지는 않다. 옐로테일은 최첨단 기술 없이도 새로운 시장(누구나 유쾌하게 마실 수 있는 소박한 와인)을 열었다.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와 공연예술단체 태양의 서커스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세일즈포스닷컴, 인튜이트의 퀵큰, 우버가 시장을 개척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설사 기술 의존도가 높다고 하더라도 기술 때문에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 그런 상품과 서비스가 성공하는 까닭은 간편성, 유희성, 생산성이 아주 커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정작 그 근간이 되는 기술은 사실상 구매자들의 마음속에서 자취를 감춰버린다.

 

2001년에 시장에 선보인 개인 이동기구 세그웨이의 경우를 보자. 그것이 기술 혁신의 산물이었을까? 그렇다. 세그웨이는 자가 균형 방식으로 작용하는 세계 최초의 인간 주행기였고 성능도 좋았다. 몸을 숙이면 전진하고 뒤로 젖히면 후진했다. 가히 경이롭다고 할 만한 공학제품인 만큼 당시에 기술 혁신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웬만해서는 다음과 같이 편의성에 문제가 있는 제품을 5000달러나 주고 살 사람이 없었다. 평소에는 어디다 세워 둬야 할까? 차에는 어떻게 실어서 이동할까? 인도에서 타야 할까, 도로에서 타야 할까? 버스나 기차에 들고 탈 수 있을까? 세그웨이가 출시한 지 6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리란 전망이 있었지만 실제 매출은 당초 예상을 훨씬 밑돌았고 결국 2009년에는 회사가 매각되기에 이르렀다. 세그웨이의 실패를 모든 사람이 의외라고 보지는 않았다. 제품이 출시된 당시에 <타임>지에서는 세그웨이를 발명한 딘 카멘에 대해 보도하면서 앞날을 내다본 듯한 충고를 덧붙였다. “기술 전문가라면 누구나 귀담아들어야 할 가혹한 진실이 하나 있다. 바로 기술의 품질로 사업의 성패가 결정되는 경우는 무척 드물다는 사실이다.”

 

새롭고 수익성 좋은 시장을 여는 힘은 기술 혁신이 아니라 가치 혁신에서 나온다.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는 생산성이나 단순성, 사용성, 편의성, 유희성, 친환경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킴으로써 새로운 마켓플레이스를 조성한다. 하지만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획기적인 기술이 필요하다고 착각하는 기업은 지나치게 특이하거나 복잡한 상품서비스, 혹은 세그웨이처럼 필수 생태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품서비스에 매달리기 쉽다. 정작 현실을 보자면 기술 혁신으로 기업에 찬사가 쏟아지고 개발자가 과학계에서 상을 받는다고 해도 새로운 시장을 일궈내는 데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함정 4

창조적 파괴와 시장 개척을 동일시한다

 

혁신 경제의 근간은 조지프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론이다. 창조적 파괴는 어떤 발명으로 인해 종래의 기술이나 기존의 상품서비스가 대체되면서 시장에 동요가 일어날 때 발생한다. 예컨대 디지털 사진은 사진필름산업을 초토화하고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매김했다. 슘페터의 논지를 따르자면 낡은 것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의해 파괴되고 대체된다.

 

시장 개척을 위해 반드시 파괴가 필요할까? 아니다. 시장은 비파괴적 창조, 말하자면 기존 상품이나 서비스를 대체하지 않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개척할 수도 있다. 생활개선의약품[1]산업에서 새로운 시장을 연 비아그라를 생각해보자. 비아그라 때문에 기존의 기술, 상품, 서비스가 쓸모없게 됐는가? 그렇지 않다. 비아그라는 많은 남성이 사생활에서 경험하는 심각한 문제에 사상 처음으로 진정한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다. 그라민은행이 소액대출산업을 창조한 사례도 좋은 예다. 시장 창출 활동은 지금까지 해법이 없었던 영역에서 해법을 제시하는 비파괴적 활동인 경우가 많다. 우리는 소셜네트워크산업과 크라우드펀딩산업과 관련해서도 그런 현상을 봤다. 그리고 시장 창출에 어느 정도 파괴가 필요한 경우에도 대개는 비파괴적 창조의 비중이 생각보다 크다. 예를 들어 닌텐도 위 게임기는 기존 게임기를 대체하지 않고 보완했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이전까지 비디오게임을 즐기던 사람들에 비해 더 어린 아이들과 더 나이 많은 어른들을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시장을 만들어내는 일과 창조적 파괴를 하나로 보면 조직이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시장 창출 전략에 대한 반발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기존 기업체에 속한 사람들은 현재의 지위와 일자리가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그러다 보니 기업에서 시장 창출 활동을 벌인다고 해도 경영진이 자원을 제대로 배분하지 않고 부적절한 수준의 간접비를 배당하거나, 혹은 실무진에게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는 바람에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시장을 창출하고자 한다면 이런 위험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해당 프로젝트에서 비파괴적 창조의 비중이 파괴적 창조보다 크면 컸지 작지는 않다는 점을 명확히 밝혀야만 한다.

 

[1]발모제, 금연보조제 등 질병 치료가 아니라 생활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 - 역주

 

 

함정 5

시장 창출 전략과 차별화를 동일시한다

 

경쟁이 심한 산업 분야에 속한 기업들은 경제학자들이 일컫는 소위생산성 프런티어’, 곧 그 업계의 구조와 규범을 고려했을 때 허용되는 가치-비용 맞교환의 범위 내에서 주로 자신들의 위치를 찾는 경향이 있다. 이 생산성 프런티어에서 차별화라는 전략적 위치를 점하는 기업은 경쟁자들과 또렷하게 구별되도록 고급스러운 가치를 제공한다. 보통은 그 대가로 더 큰 비용을 부담하며, 가격도 더 높게 책정한다. 우리가 살펴보니 시장을 창출하는 일도 그와 똑같다고 생각하는 경영자가 많았다.

 

시장 창출은 사실 가치-비용 맞교환을 파괴하는 행보나 다름없다. 차별화와 비용 절감을 동시에 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옐로테일과 세일즈포스닷컴이 경쟁자들과 확실히 달랐는가? 물론이다. 그러면서도 비용 부담이 작았는가? 역시 그렇다. 시장 창출 활동은양자택일이 아니라일거양득전략이다. 이런 차이점을 반드시 알아둬야만 한다. 왜냐하면 대체로 시장 창출이 곧 차별화라고 착각하는 기업들은 업계에서 돋보이기 위해서 무엇을 개선하거나 만들 것인지에만 신경을 쓰고 그와 동시에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무엇을 없애거나 줄일 수 있느냐에는 좀처럼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새로운 마켓플레이스를 발굴해내지 못하고 기존의 산업 영역에서 프리미엄 상품군을 취급하는 경쟁업체로 남을지도 모른다.

 

일례로 2000년에 BMW가 도시 교통에서 새로운 시장을 일구겠다는 각오로 내놓은 C1을 보자. 유럽의 도시에서는 교통 문제가 심각해 사람들이 차로 통근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그래서 BMW는 교통이 혼잡한 시간에 요리조리 다닐 수 있는 차량을 개발하기로 했다. C1은 이런 배경에서 시장의 프리미엄 고객층을 겨냥해 내놓은 이륜 스쿠터였다. 다른 스쿠터와 달리 지붕이 있고 큰 전면 유리에 와이퍼가 달려 있었다. BMW는 안전성을 향상하는 데도 큰돈을 들였다. C1 4점식 안전벨트로 운전자를 고정하고 알루미늄 롤케이지, 어깨높이의 롤바 2, 앞바퀴 주변의 크럼플존으로 운전자를 보호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런 추가 기능들 때문에 C1은 제작비가 많이 들었고 가격은 일반 스쿠터(3000~5000달러)보다 훨씬 높은 7000~1만 달러대로 책정됐다. C1은 스쿠터업계에서 차별화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BMW의 바람과 달리 교통수단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내지는 못했다. 2003년 여름, BMW C1의 매출이 기대에 못 미쳐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함정 6

시장 창출 전략을 비용 절감 전략과 동일시한다

 

이 함정에 빠진 경영자는 비용 절감만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누가 봐도 함정 5와 동전의 앞뒷면 같은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시장 창출 전략과 비용 절감 전략을 똑같이 보는 기업은 현재의 상품이나 서비스에서 어떤 요소를 제거하고 줄일지에 골몰하느라 정작 그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향상하기 위해 어떤 점을 개선하거나 만들어내야 하는지는 별로 고민하지 않는다.

 

우야라는 비디오게임기 제작사가 바로 이 함정에 빠졌다. 이 회사가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2013 6, 거물급 기업인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는 텔레비전에 연결해 게임패드로 수준 높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콘솔 게임기를 199~419달러 가격대로 판매하고 있었다. 당시 저렴한 콘솔 게임기는 아직 없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소형 기기를 손에 들거나 혹은 휴대용 기기를 저렴한 케이블로 텔레비전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비디오 게임을 즐겼다.

 

시장 창출 전략과 비용 절감 전략을 똑같이 보는 기업은 현재의 상품이나 서비스에서 어떤 요소를 제거하고 줄일지에 골몰하느라 정작 그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향상하기 위해 어떤 점을 개선하거나 만들어내야 하는지는 별로 고민하지 않는다.

 

고급 콘솔 게임기와 휴대용 소형 기기 사이에서 새로운 마켓플레이스를 개척하기 위해 탄생한 우야는 99달러의 저렴한 오픈소스 기반의초소형 콘솔 게임기로 텔레비전을 통해 적당한 품질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데다 대부분의 게임을 무료로 시험해볼 수 있었다. 값싸고 간편해 호평을 받긴 했지만 우야는 양질의 게임이 많지 않고 3D 수준, 그래픽, 처리 속도가 떨어지는 단점을 지니고 있었다. 모두 일반적인 게이머들이 중요시하는 요소들이지만 우야는 비용을 줄이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어느 정도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휴대용 기기의 특장점인 이동 중에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능도 없었다. 이렇게 이것저것 빠진 기능들이 많다 보니 잠재적 게이머들은 굳이 우야를 구입할 이유가 없었다. 현재 우야는 사업성보다는 직원들의 능력을 내세워 인수해줄 회사를 찾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아무런 진전이 없다.

 

 

여기서도 요점은 시장 창출 전략이일거양득전략이라는 것이다. 시장 창출 전략은 차별화와 비용 절감을 동시에 추구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마켓플레이스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동종 업계의 경쟁자들을 감안해 가격을 책정하는 게 아니라 현재 비고객들이 이용하고 있는 대체재를 감안해 가격을 정해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시장을 해당 업계의 가장 낮은 가격대에서 창출할 필요는 없다. 새로운 시장은 얼마든지 고가격대에서도 개척할 수 있다. 서커스업계에서 태양의 서커스가, 커피업계에서 스타벅스가, 진공청소기업계에서 다이슨이 그랬듯이 말이다.

 

설령 기업이 낮은 가격대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지라도 그 상품이나 서비스는 구매자의 눈에 확연하게 차별화돼 보일 수 있다. 사우스웨스트항공과 스와치의 사례를 보라. 사우스웨스트는 친근함, 신속함, 하늘을 나는 지상의 교통수단 같은 인상으로 경쟁자들과 확실하게 구별되고, 스와치는 스타일이 뛰어나고 재미있는 디자인으로 이목을 끈다. 두 회사의 상품들은 차별화와 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까지 레드오션의 함정으로 소개된 접근방식이나 전략이 잘못됐다거나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저마다 중요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들이다. 예컨대 고객 중시는 상품과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고 기술 혁신은 시장 개발과 경제 성장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마찬가지로 차별화나 비용 절감도 효과적인 경쟁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접근방식들이 성공적인 시장 창출 전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런 접근방식들을 토대로 큰돈을 들여 시장 창출을 위한 활동을 벌이면 이 글에서 이미 살펴봤듯이 설사 새로운 사업이 창출된다고 해도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날 우려가 있다. 그래서 시장 창출 전략을 실행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멘탈모델과 가정을 규명하고 점검해야만 한다. 만일 그들의 멘탈모델과 가정이 시장 창출 전략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어긋난다면 우리는 이의를 제기하고, 물음을 던지고, 재조정 작업을 펼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레드오션의 함정에 빠져버릴지도 모르니까.

 

김위찬과 르네 마보안은 프랑스 퐁텐블로에 소재한 인시아드경영대학원의 전략 및 경영 담당 교수이자 인시아드블루오션전략연구소의 공동소장이다. 두 필자는 <블루오션전략(증보판, 2015)>의 공저자이기도 하다. www.blueoceanstrategy.com.

  • 아티클 다운로드
    (PDF)
    5,000원

    담기바로구매

  • 2014 3월호 (품절)
    17,000원
    15,300원

    구매하기

  • 디지털서비스
    1년 150,000원

    디지털서비스란

    신청하기

혁신 다른 아티클

무료 열람 가능 아티클 수 0/1 회원가입 | 서비스상품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