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월호

투명성, 신뢰, 비트코인
팀 설리번(Tim Sullivan)

Synthesis

 

투명성, 신뢰,

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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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발표된 SF 영화소일렌트 그린Soylent Green에서 찰턴 헤스턴Charlton Heston 2022년 뉴욕시의 형사 프랭크 손을 연기했다. 손 형사는 축축하고 더러운 도시의 끝나지 않는 여름을 배경으로 인구 과밀, 자원 고갈, 도덕적 타락, 불평등이 심해진 디스토피아에서 일한다. 천연 식품이 이미 고갈돼서 사람들은 합성 가공식품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미리 스포일러 경고를 해야겠다. 헤스턴이 마지막 장면에서 폭로한 대로 소일렌트 그린이라는 가공식품의 원료는 바로 사람이다.

 

어찌 보면 가상 화폐도 마찬가지다. 기술 자체에 관심이 집중될 때가 많기는 하지만 암호 해독, 장부 역할을 하는 블록체인blockchain, 암호화에 필요한 해시 알고리즘hash algorithm, 채굴mining, 가상의 중앙저장소 등에 수반되는 기술적 세부사항은 모두 IT 체계보다 현실 세계의 인간 관계에 훨씬 더 깊게 관련돼 있다.

 

모든 화폐는 서로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무엇이든 희소성이 있다면 교환의 매개로 사용할 수 있다. 우리가 모두 동의하기만 하면 금, 위조방지 종이, 담배, 엔초비 캔, 거대한 돌 조각상이라도 상관없다.

 

비트코인bitcoin으로 대표되는 가상 화폐는 또 다른 화폐일 뿐이지만 다음 세 가지 이유로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1. 현대 화폐는 중앙기관의 관리를 받는다. 미국 달러 뒤에는 미국 정부가 있고, 유로 뒤에는 EU가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넓게 분산된 네트워크의 관리를 받는다.

 

2. 신용카드처럼 다른 종류의 디지털 화폐는 거래가 투명하다. 반면 비트코인은 익명으로 거래가 가능하다.

 

3. 음악파일 같은 종류의 디지털 상품은 복제와 공유가 가능하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그럴 수 없다. 이것은 오히려 일반적인 물리적 재화에 가깝다.

 

가상 화폐는 다양한 부류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는 개인이나 특히 정부의 화폐 통제를 막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사이퍼펑크cypherpunk[1]무정부주의자들, 금본위제의 종말로 발생한임의적인통화정책을 비난하는 자유주의자들, 돈의 흐름을 통제하는 중앙은행장들, 개발도상국에서 은행계좌를 갖지 못한 고객이 금융 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 비트코인에 세금 매길 방법을 결정해야 하는 미국 국세청IRS,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불법 약물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들, 비트코인 프로토콜 관련 사업을 시작하려는 기업가들이 포함된다. 이렇듯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각기 세상과 자신의 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렌즈를 통해 가상 화폐를 인식한다.

 

[1]사회적정치적 변화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암호기술 및 이와 유사한 방법을 활용하는 사람역주

 

 

이와 같이 비트코인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견해를 발전시킬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 어쨌든 비트코인은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익명의 개발자들이나 단체가 비트코인 백서를 발표한 이후 계속 존재했기 때문이다. (2014 <뉴스위크>가 나카모토의 정체를 알린다고 했던 표지 기사는 오보로 밝혀졌다.) 7년이라는 세월이면 기술 분야에서는 수명이 다했다고 할 수 있다.

 

가상 화폐 지지자들은 비트코인이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런데 이제까지 우리가 한 번이라도 혁명을 목격했거나 미래에 일어날 혁명의 토대라도 본 적이 있는가?

 

이 질문에 대답하는 신간 3 권이 출간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폴 비그나Paul Vigna와 마이클 J. 케이시Michael J. Casey가 쓴 <The Age of Cryptocurrency: How Bitcoin and Digital Money Are Challenging the Global Economic Order>는 급성장하는 가상 화폐 산업의 상세한 내용을 속도감 있고 간결하게 서술하고, 이해하기 힘든 기술적 세부사항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너새니얼 포퍼Nathaniel Popper <Digital Gold: Bitcoin and the Inside Story of the Misfits and Millionaires Trying to Reinvent Money>는 좀 더 인물 중심으로 서술하고 비트코인의 부상과 숨은 주역에 관해 상세히 설명한다. 카비르 세갈Kabir Sehgal <Coined: The Rich Life of Money and How Its History Has Shaped Us>는 더욱 광범위한 맥락에서 가상 화폐에 관한 간략하고 명료한 토론을 소개한다. 세갈은 좀 더 생각이 많은 독자를 갈라파고스 제도에서부터 화폐연구가들의 비밀세계에 이르기까지 구석구석 가이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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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ge of Cryptocurrency

폴 비그나,

마이클 J. 케이시

세인트 마틴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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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Gold

너새니얼 포퍼

하퍼,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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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ined

카비르 세갈

그랜드 센트럴, 2015

 

“이러한 가상 화폐와 자신들의 모든 사업이 중재자 없이 가능하다는 지지자들의 생각은 거의 극에 달할 정도로 이상주의적이다.”

 

<The Age of Cryptocurrency>, 폴 비그나, 마이클 J. 케이시

 

 

3 권을 다 읽고 난 후 나의 평가는? 지금 이 상태가 혁명이라면 아직 한참 진행 중이다.

 

나는 첨단기술 분야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으로서 아직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식할 준비가 되지 않았고, 여러분도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본다. 내가 진정 관심을 갖는다면 신용카드나 달러로 물건을 구입하듯이 비트코인 또는 실용적인 유사 가상 화폐들을 가지고 아무 문제없이 샌드위치를 살 수 있게 될 때에나 가능할 일이다. 설령 그때가 오더라도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기술을 시시콜콜 알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익숙한 화폐가 좋다.

 

물론 나처럼 제대로 된 정부 아래에서 여러 사설 기관의 도움을 받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비트코인이나 유사 가상 화폐가 대단히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또한 나도 전적으로 부정하고 싶지 않다. ‘B’라고 줄여 쓰기도 하는 비트코인의 기초를 이루는 프로토콜에 흥미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비경쟁적이었던 비트bit를 경쟁적이고 복제 불가능한 무언가로 바꿔놓았다. 만약 지금 내가 당신에게 전자 파일을 하나 보내더라도 나는 여전히 그것을 이용할 수 있다. 당신이 그 파일을 이용한다고 해서 내가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트코인 기술을 이용하면 나는 그 파일을 돈과 같은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일단 당신에게 파일을 보내고 나면 나는 그 파일을 더 이상 이용할 수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소유 방식 그대로 그 파일은 당신의 소유물이다. 이 아이디어에 혁명적 잠재성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 특히 디지털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사업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현재의 가상 화폐는 세상을 바꾸는 데 성공할 확률이 반도 되지 않는 또 하나의 거대한 실험이다. 하지만소일렌트 그린이 주는 교훈이 있다. 이게 바로 혁명이라면 우리가 세상이 바뀌었다고 깨닫는 순간 무언가 손을 쓰기에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

 

제시카 잭클리: 내가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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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st Good You Can Do: How Effective Altruism Is Changing Ideas About Living Ethically, 피터 싱어(Peter Singer), Yale University Press, 2015 “싱어는 어떻게 하면 더욱 윤리적으로 살 수 있는지에 관해 불편하지만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의사를 결정할 때 왜 우리가 감성보다 이성으로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제시카 잭클리(Jessica Jackley)는 키바(Kiva.org)의 공동 창립자이며 <Clay Water Brick>, (Spiegel & Grau, 2015)의 저자다.

 

 

팀 설리번

팀 설리번(Tim Sullivan) HBR 출판사의 editorial director이며 <The Org: The Underlying Logic of the Office, Twelve, 2013>의 공동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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