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8월호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등 현안만 보지 말고 미래 조망하며 선제적 인사혁신 준비하라
김광현

이번 호의 주제인 ‘Rethinking Human Resources’는 현재 HR이 처한 여러 위기와 기회를 잘 보여주고 있다. 먼저 위기와 관련해 왜 많은 사람들이 HR을 싫어하는지 혹은 적어도 왜 열광하지 않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전략적 통찰력이 부족한 채로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인사관리와 운영 이슈에 매달려 조직에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불만을 사거나, 인사 정책이나 제도가 일관성 없이 자주 바뀌거나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일 수도 있다. 물론 HR 입장에서 보면 때로는 억울한 면도 없지 않다. 긍정적인 사업성과에 있어서는 HR의 역할과 기여가 가시화되기 어려운 반면, 사업성과가 좋지 않거나 조직 차원에서 부정적인 이슈가 생길 때면 HR은 종종 비난과 책임추궁의 대상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많은 경우 사업 성과의 핵심 축을 차지하는 전략이나 마케팅, 영업에 비해 HR은 그 역할과 기여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니퍼네트웍스뿐 아니라 구글이나 넷플릭스처럼 혁신적인 인사관리 방식을 활용하는 기업들의 사례들은 HR과 관련한 기회 측면에서 우리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업환경이 복잡하고 불확실하며 모호해질수록 사업의 성과를 가르는 주체는 전략이 아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경제가 저성장기에 진입했으며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이 직무 중심보다는 사람 중심의 조직 운영과 과업 수행을 추진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또한 IT의 발달로 인해 인사행정의 일상적인 기능은 공유 서비스 센터shared service center등을 활용할 여지가 많아졌기에, 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사업 성과에 영향을 끼치는 인재관리 관련 문제들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많은 기업에서 인사담당 임원은 재무담당 임원과 더불어 CEO의 핵심적인 참모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HR이 직면한 위기와 기회 앞에서 CHRO의 가장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역할은 CEO의 사업 관련 의사결정 조력자이자 성과창출의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 목표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도록 문제를 분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또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해 조직이 목표한 경영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사업적 요구와 인적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연결시킬지 고민하고 조언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업에 필요한 핵심 인재들을 어떻게 확보하고 활용해야 할지, 또 그들을 어떻게 조직하고 관리하며, 어떤 방법으로 동기를 부여해 최대한의 역량을 이끌어낼지를 궁리해야 한다. 더 나아가 CFO와 협력해 조직원에 대한 보상비용과 동기부여 효과, 사업성과 창출의 상관관계 등을 분석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CHRO의 역할은 CEO HR에 대한 철학이나 CHRO에 대한 기대역할이 높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CHRO 또한 전통적인 HR 전문성과 역량에 더해 환경과 사업에 대한 통찰력과 사업 관련 의사결정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HR 데이터의 분석 역량도 갖춰야 한다.

 

국내에서는 최근 채용과 관련한 혁신들이 그나마 눈에 띄지만, HR

다른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눈에 띌 만한 혁신이 없어 보인다.

물론 직무중심과 역량기반 인사의 도입과 정착, 정년 연장이나

임금피크제 설계 등과 관련한 현안이 시급한 탓도 있다.

그렇지만 인사 혁신은 좀 더 미래를 바라보고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우선 무엇보다 환경과 사업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경영환경을 읽고 미래에 대한 전망과 더불어 그 의미를 파악하고 사업에 잠재적으로 미칠 수 있는 파급효과나 영향에 대해 분석한 다음, 사업성공과 효과적인 조직운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조직 내 협력을 이끌어내는 시스템과 필요한 인재를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외부적으로는 다양한 업계의 동향을 파악하거나 관련 산업에서의 인력 흐름에 대한 정보파악과 분석도 사업의 통찰력을 기르는 데 매우 유용하다. 이를 위해 기업들이 좀 더 개방적이고 유연한 경력개발제도를 개발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HR 관리자들이 사업 감각을 키우며 손익을 책임지는 조직을 운영한 경험은 CHRO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인사전략이나 정책에는 CEO의 철학과 의지가 반영된다. CEO에게 사업 성과 창출에 기여하는 HR의 비전과 청사진을 제공하려면 논리적인 분석과 함께 계량화된 정보나 근거가 매우 유용하다. 조직원들에게 투자하는 비용이 회사의 이익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ROI를 계산해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현장에서 대단히 도전적인 과제다. 인사와 관련한 객관적인 정보 파악과 수집이 용이하지 않으면 상호 비교할 수 있는 표준화된 자료 생성도 여의치 않다. 각종 데이터를 해석하고 분석할 수 있는 역량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완벽한 정보와 분석을 위해 좋은 기회들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심지어 M&A 같은 대규모 거래를 할 때에도 자료의 객관성을 보장하기가 어렵다. 어떤 가정에 의거하는지, M&A로 인해 예상되는 시너지를 어떻게 예측할 것인지, 또는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의지의 강도 등에 따라 데이터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구글을 비롯한 선도적인 글로벌 기업들에서 활용하고 있는 ‘People Analytics’로 대변되는 인사정보 분석기법을 체계적으로 운영해보며 문제해결 역량을 키워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어, 성과평가와 관련해 관행처럼 해오던 강제배분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제고가 필요하다면, 그런 방식이 정말 기업의 성과와 개인의 비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와 자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조직원 입장에서도 본인들의 기여와 가치를 계량화된 정보로 파악함으로써 회사의 목표와 개인의 비전을 연결시키는 데 유용할 것이다.

 

변화하는 HR 환경에서 기업의 가치와 부합하는 역량 있는 인재를 확보하고 개발하며, 사업에 적합한 조직구조를 만들고 좋은 기업문화를 창출하는 것은 기업의 성공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CHRO CEO와 끊임없는 논의를 통해 HR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도록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최근 채용과 관련한 혁신들이 그나마 눈에 띄지만, HR의 다른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눈에 띌 만한 혁신이 없어 보인다. 물론 직무중심과 역량기반 인사의 도입과 정착, 정년연장이나 임금피크제 설계 등과 관련한 현안이 시급한 탓도 있다. 그렇지만 인사 혁신은 좀 더 미래를 바라보고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사업부서가 당장의 현업 추진과 조직운영에 정신이 없을 때 CHRO는 좀 더 긴 안목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하고 사업의 운명을 만들어가야 한다. 사업과 조직을 연결하는 주체로서, CEO의 의사결정 조언자이자 성과창출 협력자로서 CHRO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할 때다.

 

 

김광현

김광현 교수는 서강대를 졸업하고 일리노이대에서 인사/노사 분야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텍사스 A&M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글로벌 인사와 조직관리, 인재 확보와 리더십 개발, 기업문화 등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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