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월호

상대에게 많이 줘야 무언가를 받을 공간이 생겨난다
류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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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문제를 척척 해결해내는 이종 간 협업 전문가들

인계받은 팀을 이끄는 법(Leading the Team You Inherit)

뛰어난 팀워크의 비결(The Secrets of Great Teamwork)

팀 내 갈등을 사전에 차단하는 법(How to Preempt Team Conflict)

 

이번 호 Big Idea 아티클에서 토론토대 로저 마틴 교수가 언급한 대로, 2015년 글로벌 재계는 인수합병(Mergers and Acquisitions) 거래 규모에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한 해 동종 혹은 이종 업종 간 합종연횡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자 했던 글로벌 기업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이 증가세가 1980년대와 같은 세계적 글로벌 경기호황이나 1990년대 말과 같은 세계화의 훈풍이 아닌, 현재의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결과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경기둔화에 따른 구조조정이나 불황타계 목적의 M&A는 결국 대부분 기대 이하의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근 들어 세계적인 학술지를 중심으로 M&A의 다양한 부작용과 실패사례 연구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마틴 교수의 논문 역시 이 연장선에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비교적 개방형이라 볼 수 있는 기업조직과 M&A에 축적된 노하우가 있는 HP 같은 기업들도 M&A의 성과가 늘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저자가 언급한 대로 일부 성공사례들을 언급하는 자체가 결국에는 90%에 이르는 M&A의 혹독한 실패사례들만을 부각시키는 데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저자는 이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차별화된 메시지를 개발했고 효과적으로 전달했다고 판단된다.

 

M&A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와 학계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성공수치가 나아지지 못한 것을 보면 실무자들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 듯하다. 너무 포괄적이거나 당위론적이어서 와 닿는 메시지가 없었거나, 메시지들이 너무나도 많아 해당기업에 맞는 처방을 도출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비추어 볼 때 마틴 교수의 논문은 몇 가지 차별화된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기존에 제시된 무수히 많은 방법론의 바다 속에서 그는 실무자들이 반드시 새겨둘 만한 두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바로 ‘M&A에 대해 실무자들은 어떤 개념을 가져야 하는가’, 그리고 ‘M&A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

 

평이하게 들리는 질문이라 기업마다 나름의 답이 있을 듯하나, 곱씹어 볼수록 일치된 답안을 찾기 어렵다. 마틴 교수는 이 질문에 두 가지 답안을 제시했다. 첫째 M&A는 가져오는 것(take)이 아닌 주는 것(give)이며 둘째, M&A를 통해 궁극적으로 얻어야 할 것은 성장이라고 했다. 실패로 점철된 M&A 시장에서 뭔가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저자가 주장한 “M&A는 가져오는 것이 아닌 주는 것이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는 공유, 이전, 제공을 뜻한다. 많은 관련 연구에서도 이미 제시된 개념이기도 하다. 다만 저자는 기존의 학자들이 개념화했던 인수-피인수기업 간 공유, 이전, 제공을 일상적 표현인 주기(give)와 가져오기(take)로 표현했다. 덧붙여 공유, 이전, 제공의 의미에는 피인수기업 역량 증가의 중요성이 간과된 측면이 있어 ‘give’에 더 초점을 맞춘 듯하다. 저자는 기존 기업들의 M&A가 실행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세 가지로 보았다. 거대한 신사업을 조속하게 추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규모의 경제를 중시하고, 재무적 가치실현을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give’를 강조한다. 피인수기업에 무엇인가를 줌으로써 어떤 결과를 도출했는지를, 최근사례와 구체적 방법론을 통해 독자들에게 생생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렇다면 공유, 이전, 제공으로 표현되는 주기(give)의 반대, 즉 가져오기(take)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 또 많은 인수기업들이 가져오기 모드로 돌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M&A에서 ‘take’의 의미를 개인 수준에서 먼저 해석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저자는 ‘take’는 대인관계에서 베풀려고 하기보다 자신의 이익과 지위를 최대화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정의하고, 이런 자세로는 어떤 인간도 성공에 이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를 기업 수준으로 확대해보자. 상대와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수익 올리기와 무엇을 건져낼 것인가에만 열을 올리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이는 곧 M&A가 실패로 이어지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시행착오를 거듭한 대다수 사례들을 종합해보면 근본적으로 ‘take’에 집착한 결과임을 부인할 수 없다. 주식에 기반한 CEO 보상혜택, 미숙한 자사역량 평가, 숫자게임에 지나치게 치우친 재무적 판단, 현실적이지 못한 야망이 우선시되는 경우 등을 저자는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실제 많은 실패사례들도 이를 반증한다. 인수기업이 얻으려는 욕구를 강하게 내비칠수록 피인수기업뿐 아니라 경쟁기업까지 자극하여 불필요한 게임으로 변질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자사의 부족한 역량을 M&A를 통해 채워나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take’에 집착하는 근본 원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자신의 부족한 자원과 역량을 채워야 하다 보니 자신에게 유리하고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집착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주기(give)의 실천적 의미는 무엇인가? 대학이 제공하는 교과과정, 실무자 전문가과정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개념으로 바꾸면, 핵심역량 이전, 시너지 창출에 해당한다. M&A에서 핵심 성패요소로 인수 후 통합과정(post-merger integration)이 부각된 것도 이런 맥락에 있다. 마틴 교수의 주장을 확대하면, 성공적인 통합과정이란 원활한 주고(give)-받기(take)의 과정으로 풀이할 수 있다.

 

 

M&A의 기능은 나에게 부족한 자원을 채워주는 수단이라고 교육받은 대부분의 실무자들에게, M&A를 통해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에 뭔가를 제공하고 줘야한다는 개념은 생소하게 다가올 것이다.

 

저자는 보다 나은 경영관리 방식, 유용한 기술, 이용 가능한 가치 있는 역량 등을 주어야 할 것으로 규정했다. 또 공유해 줄 것이 많아야 인수자에게도 그만큼 상대로부터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이는 인수-피인수기업 간 원활한 주고받기는 양자간 문화적 배려, 사업적 연관성,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물질적 통합이 아닌 인적 중심의 화학적 통합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기존의 연구들과도 맥을 같이 한다.

 

저자가 강조한 또 다른 측면은 M&A의 종착점이 성장이라는 것이다.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매출을 늘리는 외연 확대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보유한 역량을 넘어서는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라는 것이다. 행동주의 투자자(activist investors)나 사모(private equity)기업의 자본참여를 통해 자연스럽게 관리감시가 강화되는 선진국의 경우 이 같은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현명한 투자 판단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저자는 또 거대기업 간 M&A보다는 경쟁력 있는 작은 기업들 간의 협력을 통해 가치를 키워가는 실속형롤업투자의 장점도 역설했다. 흔히대기업-중소기업 간 결합 M&A의 무덤으로 일컬어지지만 공유경제 체제 속에서는 소규모 기업의 인수나 스타트업 육성 등 성장의 개념이 바뀌고 있음을 재조명했다. 기업규모가 서로 맞지 않으면 성공확률이 낮다는 통념을 공유경제 시대에서는 버릴 때가 됐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좀 더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불확실성으로 고통받고 있는 한국의 기업들에 마틴 교수의 논문이 던지는 메시지는 적지 않다. 최근 세계 경제 동향과 산업구조 변화에 한국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에 대해 각계각층의 전문가들로부터 다양한 해법들이 쏟아지고 있다. 크게 보면 신사업 진출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구조 합리화, 강소 중소기업 중심의히든챔피언육성들이 자주 제시되는 해법들이고, 대표적인 실행전략으로는 좀 더 과감한 M&A가 거론된다. 그런데 이 같은 처방은 마틴 교수의 관점에서 보면 중장기적으로 몇 가지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먼저 신성장동력 확보 및 산업구조 합리화를 위한 M&A는 주는 것(give)이 아닌 인수자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가져오는 것(take)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중소 히든챔피언 육성 역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의 기업 현실에서는 조금이라도 역량 있는 중소기업이 있다면 금세 거대기업에 흡수되어 고유의 기술 가치를 유지시키기 어렵다고 많은 실무자들은 토로하고 있다. 역량 있는 중소기업을 키워나가며 가치 창출을 모색하지 않고, 거대기업이 작은 기업의 기술을 빼앗아 가는 구조로 M&A가 진행되어서는 바람직한 공생의 산업생태계가 형성될 수 없다.

 

서유럽이나 북미의 많은 기술벤처 기업들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거대기업이나 제도권으로부터 지속적인 지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우리의 기업문화가 주는 것(give)에 아직 익숙지 않다면 대기업들이 우선적으로 긴 안목을 가지고 인큐베이션 시스템을 구축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술력 있는 작은 기업을 발굴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공유, 이전, 제공의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M&A를 둘러싼 이슈들에 관심이 많은 필자 역시 기존의 자료와 최신 논문들을 많이 접하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쏟아져 나오는 연구 자료들이 실무자들에게는 공허한 메아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다른 듯하나 결국에는 비슷한 주장들이 대부분이다. 처한 입장이 모두 다른 기업 실무자들에게 공통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간결하나 실감나는 메시지를 찾는다는 게 쉽지 않았다. 마틴 교수는 M&A를 주고받는 것(give and take)으로 정의했으며 인수하는 기업은 특히 주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일상을 사는 개개인도 누구나 실감할 수 있는 타당한 주장이 아닌가 싶다. 본 논문을 계기로 인수기업은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효율적인 ‘give’를 실행할 수 있을지 추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인수 후 통합 전략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가이드라인이 나와 많은 기업의 짐을 덜어주기를 바란다.

 

류주한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직접투자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논문을 다수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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