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월호

다자간 혁신 관리하기
케이트 오키프 (Kate Okeeffe),제프리 H. 다이어(Jeffrey H. Dyer),네이선 퍼(Nathan Fu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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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간 혁신 관리하기

 

대기업들은 서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생기는 기회를 잡기 위해 어떻게 힘을 합치는가

네이선 퍼, 케이트 오키프, 제프리 H. 다이어

 

Idea in Brief

 

도전과제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기존 기업의 리더들은 하나의 조직 차원에서는 잡을 수 없는 기회를 빈번히 맞닥뜨린다.

해답

조직들은 공유하는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개발하고자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이 글의 저자들이 생태계(에코시스템) 혁신이라고 부르는 이런 접근방식은 새로운 개념을 신속히 개발하고 상업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사례

시스코 하이퍼이노베이션 리빙 랩CHILL은 이 글에서 설명하고 있듯이 복잡한 지식재산권에 대한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런 기회들을 활용하기 위해 독특한 4단계 과정을 개발했다.

 

2015 10월 어느 아침, 베를린 템펠호프 근교에 있는 낡은 맥주공장의 가동되지 않는 기계들 사이로, 혁신에 대한 참신한 접근 방식으로 각자 자신이 속한 산업을 변혁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은 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였다. 이곳에서 임시 탁자로 변신한 석유 배럴통 주위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빙 둘러선 이들은 누구였을까? 에어버스, DHL, 캐터필러, 시스코 등 이미 시장에 자리를 잡은 기성세력인 대기업 소속의 고위 임원들, 그리고 혁신을 지지하는 소신파 인사들이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네트워크 기술기업인 시스코가 주최한 이 모임은 공급망과 디지털화 현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생겨난 가장 시급한 도전과제를 해결할 목적으로 주의 깊게 설계된 한 프로세스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향후 6개월 안에 공유하는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일이 이들의 목표였다.

 

디지털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모든 사물들이 서로 연결되는 환경 속에서, 이미 시장에 자리를 잡은 기존 기업들을 이끄는 리더들은 조직 차원에서, 그리고 그 기업이 속한 산업 차원에서도 단독으로는 잡을 수 없는 기회와 빈번하게 마주친다. 시스코가리빙 랩Living Lab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베를린발 모임은 그런 기회들을 다루기 위한 독특한 모델이었다. 혁신을 일궈내는 일을 스타트업에 맡겼다가 그 기업을 사들이는 대신, 우리가생태계(에코시스템) 혁신ecosystem innovation’이라고 부르는 이 새로운 프로세스에 참여한 조직들은 신개념을 창출하기 위해 협업을 한 다음 이를 상업화한다.

 

시스코 하이퍼이노베이션[2]리빙 랩CHILL은 얼핏 유사해 보이기는 해도 R&D 제휴 같은 접근방식들과는 엄연히 다르다. CHILL은 아이디어를 복잡한 지식재산권 합의 없이 빠르고 민첩하게 상업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R&D 제휴에서 배우기참조) CHILL 프로젝트는 전통적인 파트너십 활동과도 다르다. 아주 초기 단계부터 복수의 파트너들을 전부 한 번에 모으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기업도 고객이 필요로 하는 모든 범위의 기술 솔루션을 시장이 요구하는 속도에 맞춰 단독으로 조달할 수는 없다고 믿습니다.” 시스코의 CEO인 척 로빈스는 이렇게 말했다. “CHILL 과정은 우리 팀과 파트너, 고객, 그리고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다른 기업들을 한데 모읍니다. 이런 랩 세션들은 치열한 분석작업과 협업을 통해 시스코를 포함해 참가 기업들이 실행하거나 투자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만한 아이디어를 그 결과로 내놓습니다.”

 

R&D 제휴에서 배우기

 

생태계 혁신이 우리가 심도 있게 연구해 온 협업의 한 형태인 R&D 제휴(연합체)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R&D 부문의 제휴는 보통 혁신을 개발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추는 반면, 생태계 혁신은 혁신을 상업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또 다른 근본적인 차이점으로 생태계 혁신은 여러 기업 간 매우 짧은 기간 내에 큰 기회를 발견하고 모색하며 검증하고자 설계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스타트업은 기업 내부에서 또는 여러 기업 간에 걸쳐 어떤 기회를 추구하고자 출범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R&D 제휴는 협업을 진행할 기업들이 출발 단계부터, 통상적으로 몇 년의 기간 동안 신중하게 규정한 지식을 탐색하고 구축할 목적으로 설계된다.

 

세 번째 차이점은 지배구조다. R&D 제휴는 IP를 보호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잘 다듬어진 계약서나 (조인트벤처의 경우) 지분에 의존한다. 시스코 하이퍼이노베이션 리빙 랩CHILL은 더 단순한 접근방식을 취하는데, 각 팀이 찾아낸 성과물은 모든 참가자가 투자한 비율대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

 

그런 관점에서, R&D 제휴에 관한 우리의 연구는 다른 형태의 혁신이나 R&D 파트너십에 의미 있을 수도 있는 통찰을 제공해 준다. 우리가 점검한 121 R&D 제휴에 참여한 353개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더욱 뛰어난 성과를 얻었다. 여기서 성과는 특허 출원 수, 기술의 상업화, 새롭게 창출된 가치 있는 지식을 기준으로 측정했다.

 

•성과가 좋은 기업들은 기술인력을 제휴에 더 많이 투자한 기업이었다. 한두 명의 전문가만을 보낸 기업들은 네 명에서 여섯 명의 전문가를 보낸 기업들만큼 잘해내지 못했다. 추가로 투입된 참가자들은 그 팀이 다양한 각도에서 문제를 보도록 도와줘 브레인스토밍 과정의 개선 효과를 불러왔다.

•성과가 좋은 기업들은 R&D 과정 전체를 통해 파트너들과 빈번하게 의사소통했다.

•성과가 좋은 기업들은 IP 보호에 매우 만족했다. IP가 보호된 덕분에 그들이 아이디어와 지식을 좀 더 자유롭게 공유할 의사가 커졌다.

•성공적인 제휴는 기업을 네 개 이상 참여시키지 않음으로써 조정 비용과 무임승차를 감소시켰다.

•성공적인 제휴에는 경쟁자가 없었다.(다만 대학 파트너도 참여한 경우에는 경쟁자를 둔 기업들의 성과가 훨씬 좋았다. 아마도 경쟁자보다 대학 파트너가 더 많은 유용한 새로운 지식을 제공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성공적인 제휴 관계에서는 야심 찬 프로젝트를 추구했는데, 이는 참가자들을 더 흥분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술 수준이 더 높은 참가자들과 더 많은 자금 투자 약속을 유치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제휴를 먼저 시도한 기업이 참여하도록 초대받은 기업들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성취했음을 알게 됐다. 우리는 그 이유가 리더(핵심 참가자)에게 그 제휴가 어떻게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더 선명한 비전이 있었고, 그들이 프로젝트에 더 많이 헌신했기 때문에 인적 자원과 재무 자원 두 가지 모두의 측면에서 자원 지원을 약속할 가능성이 더 많았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2]전례 없는 속도와 강도로 다면적으로 발생하는 혁신의 단계

 

 

베를린에서 열린 리빙 랩에서 한 팀은 복수의 지적재산 플랫폼 때문에 발생한 데이터 공유 문제를 다뤘다. 이 팀은 네 곳의 대학과 함께 다른 스타트업들이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촉진할 수 있도록 이종 산업간 개방형 데이터 플랫폼을 만드는 중이었다. 또 다른 팀은 대부분의 창고 근로자들이 사용하는펜과 종이형 도구들을 업데이트하고자 노력 중이었다. 이들이 찾은 해결책은 이 구식 도구들을 증강현실 기술을 반영한 웨어러블 기기로 대체하고 60일 뒤에 휴스턴에 있는 한 창고에서 출범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설계하는 일이었다. 시스코는 이런 생태계 혁신 과정을 공급망만이 아니라 나이키, 코스트코, 비자, 주택제품 판매업체 로우스가 참여한 소매영업 분야,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커뮤니티 헬스케어 네트워크, 월그린, 보세라가 가담한 헬스케어 분야 등에 적용했고, 금융 분야에서도 곧 랩을 주최할 예정이다.

 

초기 성과는 놀라울 정도다. 일례로 시스코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에어버스, DHL, 캐터필러가 참여한 랩은 공급망, 공장, 창고 등을 디지털화하기 위한 사내 프로젝트, 스핀 아웃, 조인트벤처를 만들어냈고, 향후 10년간 60억 달러의 신규 매출과 34억 달러의 비용 절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프로젝트가 살아남아 결실을 맺지는 못하겠지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참가자들이 생태계 차원에서 새로운 혁신 역량을 개발해 내고 있다는 점이다. 에어버스의 기업 혁신부문 수장을 맡고 있는 마커스 더스트위츠는 이렇게 말했다. “적합한 파트너들만이 이처럼 큰 변화를 관리하고 적절한 곳에 자리잡도록 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에코시스템 혁신 과정은 우리에게 협업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보여주는 엄청난 기회였습니다.”

 

이 글에서 우리는 시스코가 택한 과정을 본보기 삼아 대기업들이 어떻게 자신만의 생태계 혁신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지 논의해 보고자 한다. 우리는 이 글의 공저자이자 CHILL의 대표 설계자였던 케이트 오키프에게서 얻은 통찰과 참여한 조직의 참가자들, 그리고 고위 임원들과 가진 수십 건의 인터뷰에서 얻은 통찰을 융합시켰고, 그 통찰을 혁신 방식이나 R&D 제휴(연합체), 학습 네트워크를 바라보는 우리의연구 렌즈를 통해 해석했다. 우리는 바로 그 기본 원칙과 과정을 전달하고, 가장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을 식별하고, 어떻게 하면 리더들이 디지털 시대의 핵심에 자리잡은 생태계 혁신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지 설명하고자 한다.

 

생태계 혁신 이끌기

 

한 파트너와 효과적으로 협업하는 일이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협업을 네 명의 파트너와 동시에 한다고 상상해 보라. 게다가 각각의 파트너는 고유의 독특한 문화와 목표를 지닌 거대한 조직이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리더십이 필요하다. 시스코가 참여한 에코시스템 혁신 과정에서는 CHILL 팀이 전체 과정을 이끌고 촉진했다. CHILL 팀은 디자인적 사고, 린 스타트업, 사업 모델 혁신 방법론 등에서 끌어낸 도구와 방법을 적용하는 과정이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이는 네 단계로 이뤄진 과정으로 수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1. ‘중점 구역과 혁신 파트너를 찾아라. 먼저 주최 기업은 스스로의 전략상 중요한 기회 영역이나 중점 구역을 찾아내야 한다.시스코의 경우에는 최근 헬스케어 분야, 그중에서도 특히 디지털 혁신을 중요한 성장 영역으로 선별했다. 하지만 리더들은 가장 가치 있는 기회를 확보하려면 파트너의 역량에 의존해 생태계 차원에서 해결책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따라서 CHILL 팀은 스스로의 방법론을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에 적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평가하는 작업을 실시했다. 중점 구역에서 다룰 구체적인 문제들은 나중에 에코시스템 파트너들과 상의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간단한 두 장짜리 합의서는 리빙 랩 참가자들이 많은 법적 논쟁 없이 자신의 작업에서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알려준다. ”

 

CHILL 팀은 스코어 카드를 활용해 잠재적 파트너들을 세 가지 차원을 따라 평가했다. 혁신 역량의 성숙도, 잘 발달된 내부 혁신 과정, 다른 기업과 파트너를 맺고, 스타트업과 함께 일하고, 스타트업에 투자해본 경험이라는 세 가지 차원이었다. CHILL 팀은 목표, 시장지배력, 자원이 얼마나 조화롭게 정렬돼 있는지 아닌지에 근거해 파트너를 선정했다. 파트너들이 반드시 동일한 산업에 속할 필요는 없었다. (사실 같은 산업에 속하지 않았을 때 더 급진적이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도출됐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주최 기업과, 또는 파트너끼리 연계성을 지녀야만 했고 그 연계성은 생태계 혁신 활동과 관련성이 있어야 했다. 예컨대 베를린 랩의 경우, 모든 참여자에게 이익이 될 만한 주제를 모색했다. 그 주제는 디지털화된 시스템과 도구를 활용해 어떻게 갑작스러운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적응형 공급망을 만들어낼지에 대한 것이었다. 참가 기업들은 과거에 함께 일한 경험은 없다 하더라도 새로운 지식을 얻는 데 열심이었고, 그 도전과제를 감당하기 위해 각자의 통찰과 자원을 적극 동원했다.

 

CHILL 팀은 기꺼이 고위 임원들을 파견하고, 최종사용자에게 피드백을 받고, 자원을 제공하기로 약속할 의사가 있는 파트너들을 찾고자 했다. 이 임원들은 조직 목표와 산업 내 도전과제에 대해 최고경영진 수준의 지식을 지니고 있어야 함은 물론, 그 기업에서 혁신 업무에 관한 공식적인 역할이나 혁신 절차에 관한 경험, 그리고 의사결정 권한이나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자원 배분을 해본 경험을 갖추고 있어야 했다. 이런 자질이 중요한 이유는 스타트업이나 다름없는 빠른 속도로 달리는 CHILL에는 개별적으로 열정과 강한 영향력을 가진 참여자가 요구되는 반면, 대규모 조직은 고통스러울 만큼 관료적인 성향을 띠면서 혁신의 추진력을 파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베를린 랩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시스코의 공급망 담당 상무SVP였던 존 컨과 DHL의 기술 부문 글로벌 수장이었던 스콧 앨리슨이 각 팀의 작업 결과(이 작업에는 캐터필러와 에어버스의 임원들도 참여하고 있었다)를 제시한 뒤 서로를 향해 돌아서서 한 말의 요지는이 일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이는 즉석에서 이뤄진 약속이었고, 이는 필요한 곳에 자금을 투자한 지 불과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에 오픈 데이터 플랫폼의 출범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시스코의 선임 법무 자문을 맡고 있는 조너선 엘스타인은 많은 법적 논쟁을 거치지 않고 모든 참가자가 자신의 작업에서 혜택을 얻을 수 있음을 확약하는 두 장짜리 간단한 합의서를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누구도 과거 IP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으며, 이 세션에서 나온 결과물은 무엇이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엘스타인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초기부터 참여해 상대 변호사와 얘기를 나누고 이 과정을 설명하는 식으로 대처한다면 대부분 장애물들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어떤 아이디어를 실행시키기로 결정하면, 각자 투자한 인적 자원, IP, 재무자원 등에 비례해 소유권을 갖게 되리라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2. 문제를 찾고 정의하라.성공적인 생태계 혁신 활동에는 문제를 철저하게 발견하고 규정하는 단계가 포함된다. CHILL 팀 구성원들은 그 준비 작업에 3개월을 소요한다. 그들은 고객들이 직면한 진정한 문제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참가하는 기업들에 가장 큰 기회를 제공할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전문가, 고객, 최종 사용자들을 위시해 생태계 혁신 활동 지지 그룹에 속하는 수십 명의 임원들과 토의한다. 여러 차례에 걸친 대화가 이뤄진 뒤, 이 팀은 마침내 해결해야 할 단 하나의 문제점으로 범위를 좁힌다. 그리고 최종 도전과제를 담은 발표문(CHILL에서는야망이라고 불린다)에서는 시스코의 전략이 생태계 내에 속해 있는 파트너들의 전략과 연결된다.

 

일단 문제의 근본 원인을 완전히 파악한 다음, CHILL팀은 세 번째 단계에서 다루게 될 일련의기회 영역을 규정한다. 여기서 기회 영역이란 참여자와 고객들이 직면하는 실제 이슈들에 기반한 구체적이고 범위가 좁혀진 도전과제들을 말한다. 예를 들어 베를린에서 열린 공급망 랩에서 발견한 기회 영역들 중 하나는적응형 배송서비스로 명명됐다. 그리고 참가자들에게는소비자의 즉각적인 니즈에 기초해 주문을 예측하고 최종 제품을 다른 길로 배송할 수 있도록 판매자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혁명적인 적응형 배송 도구를 만들라는 과제가 부여됐다.

 

3. 참가자들을 소집해 해결책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게 하라. CHILL 생태계 혁신 과정에서 가장 뚜렷이 드러나는 부분은 디자인적 사고와 린 스타트업 접근 방식을 동시에 채택해 이틀간 열리는 행사에 적용하는 리빙 랩이다. 이 접근방식의 핵심에는 팀들이 간단한 프로토타입[3]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해 고객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가정한믿음의 도약[4]을 시험해 보고, 그 테스트에서 배운 내용을 적용해 구축-시험-학습으로 이뤄진 순환 과정을 다시 시작하는 작업이 있다.

 

CHILL 랩에서는 각 조직에서 온 임원들이 무리를 지어 네 개 혹은 다섯 개의 팀을 이룬다. 이 팀들은 가설 개발하기, 프로토타입 만들기, 고객을 대상으로 실험하기로 구성된 사이클을 반복한다. 이틀 동안 각 팀은 다섯 번의 사이클을 시행한다.

 

각각의 사이클에서 팀들은 통상적으로 해결책에 관한 아이디어와 가설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30, 해결책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구축하는 데 30, 그리고 만든 프로토타입을 최종사용자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는 데 30분을 쓴다. 최고경영자와 최종사용자가 어떤 해결책에 대해 직접 대화를 나눌 때 그 효과는 엄청나다. 시스코 엔지니어링 분야 최고기술책임자이자 최고설계책임자인 데이비드 워드는 이런 접근방식을스피드 혁신이라 부르며 이렇게 말한다. “이 방식은 R&D와는 극과 극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흔한 요인들이 아니라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둘러싼 채 구축되니까요.”

 

초기 프로토타입은 단순한 그림이나 스토리보드, 카드보드지를 오려내 만든 그림, 개략적인 발표 등의 형태를 띤다. 후기 프로토타입은 엔지니어, 해커, 코딩전문가로 구성된 노련한 프로토타입 팀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진 물리적 모형 혹은 디지털 인터페이스다. 리빙 랩이 종료될 때 팀들은 그 랩의 범위를 넘어서서 계속 진행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최후의 발표에서 자신들의 프로토타입을 제시한다. 베를린에서 이 팀들은 실제 공정을 보여주는 실물 크기의 모형과 함께 투박하지만 작동되는 웨어러블 기기를 제시했다.

 

CHILL은 창의성과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참가자들이 베를린에 있는 맥주공장으로 처음 걸어 들어왔을 때를 예로 들자면, 그들은 주변에 모니터와 예술작품을 설치하고 조명을 밝게 켜 둔 무대를 볼 수 있었다. 런던의 디자인 스튜디오인 테리토리에서 온 디자이너들이 참가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전시물로 활용하고자 영화 <마션>을 위해 만들었던 모션 그래픽스[5]를 설치하느라 와 있었다.

 

어떤 혁신에 투자하고 싶은 임원들은 그 자리에서 그 일에 전념하겠다고 공약해야 한다. 이는 그 프로젝트의 향후 성공에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하는 흥분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

 

아침 세션은 참가자들의 관심을 집중하기 위한마음 챙김훈련으로 시작했고 구글 글라스의 창안자 중 한 명인 탐 치와 같은 성공한 혁신가들의 강연이 이어졌다. 치는 베를린에서 무대에 올라 어떤 것도 몇 초 안에 프로토타입이 될 수 있다고 선언한 뒤 참가자들에게 도전과제를 제시해 보라고 도발했다. 누군가가창고용 에어비앤비를 제안했다. 이는 여분의 재고를 가진 기업들을 위한 임시 창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했다. 치는 곧바로 그 서비스가 어떻게 운영될지 보여주는 역할극을 진행하면서 임대한 창고 공간에 상품을 내려 놓는 인도 과정을 설명하고, 이동 과정에서 손상된 상품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예상치 못했던 어려움을 찾아냈다. 그는 마커와 종이를 이용해 온라인 고객 인터페이스를 모방했고, 가격, 이용 가능한 공간, 위치, 사용자 평가 등 고객들이 구매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필요로 할 정보의 핵심 부분들을 파헤쳤다.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가능하리라고 상상해본 어떤 속도보다 더 빨리 움직이기 위해 프로토타입을 활용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또 그들은 아주 대략적으로 만들어진 프로토타입조차 핵심 가정을 밝혀내고 테스트하는 데 무척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CHILL 팀은 각 참가 팀을 위해 가이드, 디자이너, 기록전문가, 건축가, 해커를 불러들인다. 가이드는 코치 역할을 맡아 그 과정에 관련된 초기 질문에 답하고, 팀이 가설을 설정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작업에 계속 집중하도록 돕는다. 디자이너는 대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기록 전문가는 고객 테스트를 통해 도출된 핵심 가정과 통찰을 문서로 만든다. 건축가와 해커들은 팀에서 내놓는 해결책들이 진화함에 따라 거기에 귀를 기울인 다음, 저녁 식사를 하고는 밤을 새워가면서 디자이너와 해결책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한다. 다음날 아침 다시 모인 참가자들은 물리적, 또는 소프트웨어 형태를 띤 프로토타입의 중추가 되는 결과물을 발견하게 된다. 둘째 날을 위한 동력이 되는 긍정적인 모멘텀을 제공하며 동시에 그날 오후 발표를 위한 원재료를 제공하는 역할도 하는 의미 있는 결과물이다.

 

[3]상품화에 앞서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핵심기능만 넣어 제작한 기본 모델

[4]가능성이 낮은 일을 성공하거나 맞을 것이라는 뚜렷한 확신이 없이 믿거나 시도하는 행위

[5]평면 디자인의 개념에 움직임을 더한 디자인으로 영화나 홍보영상 등에 적용된다.

 

 

첫날 과정을 마칠 때 함께 하는 식사는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한다. 거기서 우리는 그들이 해결책과 관련해 제일 밑바닥에 깔린 가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대화를 들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정말로 투자하는 시간만큼의 가치가 있는 크고 골치 아픈 문제에 달려들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들의 프로토타입이 사용자의 진정한 요구를 만족시키는지 자문했다. 온전한 하루가 지난 뒤에 갖는 반성의 시간은 팀들이 문제의 틀을 새롭게 짜거나 프로토타입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으로 선회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베를린 팀 중에서도 세 팀이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들은 자신의 프로토타입과 아이디어를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기로 했다. 이런 방향 전환은 이 과정의 중요한 일부다.

 

4. 약속을 이끌어내고 후속 조치를 확보하라.리빙 랩 프로젝트 둘째 날의 중간 지점에 이르면 팀들은 전문가와 투자자들, 즉 시스코의 고위 임원과 다른 참가조직의 임원들로 구성된 패널을 대상으로 하는 발표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CHILL 팀은 참가팀들이 시스코에서 혁신이 창출해낼 가치(신규 매출)와 절감하게 될 비용을 규정할 때 사용하는 지표인밸류 앳 스테이크value at stake’와 비즈니스 모델을 충분히 생각해보도록 돕기 위해 비즈니스 애널리스트들도 초빙한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대로 나이키, 코스트코, 비자, 로우스 같은 기업들이 관여하는 리빙 랩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을 때, 이 자리에 참석한 팀들은잠재 구매추천 제안을 저장하고 앱으로 열 수 있는, 라커 형태로 개인화한 경험을 설계했고 여기에 걸려있는 가치는 1년에 43200만 달러, 8%의 매출 증가라는 잠재력으로 추산됐다. 이 매트릭스는 한 조직의 다른 구성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어떤 프로젝트의 잠재력을 대략적으로나마 설명해 준다.

 

팀들이 혁신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나면 그 행사를평가하는 패널을 포함해 어느 한 팀에 투자하기를 원하는 임원들은 그 자리에서 공약을 해야 한다. 그 목표는 즉각적인 결정을 통해 혁신 사이클에시간 제한을 두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 사이클은 끝없이 진행될 수도 있어서다. 또 이는 해당 프로젝트의 향후 성공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 흥분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프로세스의 마지막 단계에서 CHILL 팀은 다음 네 가지원형(아키타입) 구조를 만드는 데 2주일을 할애한다. 첫째는 해당 세션을 통해 얻은 모든 콘텐츠, 소비자 피드백, 통찰이고, 둘째는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과정에서 개발된 물리적인 아키타입이나 코드이고, 셋째는 비즈니스 모델이며, 넷째는 최종 마무리 과정에서 헌신을 약속한 참여자들이 동의한, 향후 6개월을 위한 실행안이다.

 

CHILL은 랩이 종료되는 즉시 모든 참가자들과 만남을 갖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지 말지는 참가자들에게 달려 있다. 여기에는 리빙 랩 그룹의 모든 구성원만이 아니라 그 그룹의 하위 모임, 또는 구성원 회사가 관리하는 별도의 스타트업도 포함될 수 있다. 통상적으로 두 개나 세 개의 기업만이 프로젝트를 다음 단계로 진행시키기로 약속한다. 비록 CHILL은 참가 그룹이 초기 미팅을 개최하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계획을 짜려고 노력하지만, 추가 개발에 대한 합의안을 작성하는 최종 책임은 참여하는 임원들에게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놀랄 만큼 거침없이 솔직하게 이뤄지는 단계다. “당사자들은 이미 리빙 랩을 통해 함께 일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엘스타인은 말한다. “그들은 이미 관계를 구축했고 함께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음을 알고 있죠.”

 

우리가 인터뷰한 거의 모든 참가자들은 자신이 얻은 고객에 관한 지식, 문제 정의, 과정 통찰 혹은 다른 혜택에 대해 신이 나 얘기했다. “

 

생태계 혁신의 결실

 

생태계 혁신의 결과를 금액으로만 측정하고자 하는 마음은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유혹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초기 단계인 데다 많은 프로젝트가 아직 상업화도 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참가자들에 따르면 그 과정이 지니는 가치는 추가적인 매출을 훨씬 뛰어넘는다.

 

모든 실험은 다음 세 가지 유형의 가치를 창출한다. 출시 가치, 전략적 가치, 출구(종료) 가치다. 출시 가치는 어떤 혁신을 상업화할 때 얻게 되는 수익, 매출, 혹은 높아진 명성을 말한다. 이제까지 약 75% CHILL 혁신이 자본 투자를 받아 사내 프로젝트, 조인트 벤처, 스타트업 스핀 아웃의 형태로 상업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시스코는 이 소매 부문 랩 프로젝트들을 상업화할 경우 45억 달러의 추가 매출을 일으킬 수 있고, 공급망 랩에서 개발된 다섯 가지 아이디어는 60억 달러의 추가 매출을 일으킬 것으로 추정한다. 이 혁신 프로젝트들이 지닌 잠재력의 반만 실현된다고 해도 그 가치는 상당할 것이다.

 

전략적 가치는 참가자들이 서로 형성한 커넥션과 미래 협업에서 나온다. 참가자들은 이전에는 고려해 보지도 않았을 파트너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우리에게 반복해서 말했다. 실제로 CHILL 팀은 베를린 리빙 랩을 통해 이뤄진 모든 파트너십 사례를 보면 세 개 이상이 당시 과정에서 형성된 관계의 직접적인 결과물로 추후에 결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출구 가치는 즉시 상업화되지는 못하지만 참가자들이 미래에 개발할 수도 있는 지식, 요소 혹은 해결책을 말한다. 우리가 인터뷰한 거의 모든 참가자들은 자신이 얻은 고객에 관한 지식, 문제 정의, 과정 통찰 혹은 다른 혜택에 대해 신이 나 얘기했다. 컨은 시스코가 베를린에서의 경험을 활용해 자사 공급망 조직의 내부에 혁신 촉매들의 네트워크를 만들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많은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참여 덕분에 자신이 속한 대규모 조직이 좀 더 민첩해지고 더 큰 리스크를 수용할 준비를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이 과정이 그렇게 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절감해줬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생태계 혁신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수익을 키우는 새로운 방식을 발견해야 한다는 도전과제에 대한 한 가지 해결책은 될 수 있다. 물론 이런 방식으로 개발된 모든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지는 못한다. 어떤 프로젝트는 지나치게 야심차고, 어떤 프로젝트는 야심이 부족하며, 어떤 프로젝트는 문화적 장벽에 부딪혀 좌절되고, 어떤 프로젝트는 그저 단순히 실패를 맛본다. 하지만 그 과정 덕분에 기업들은 생태계 차원의 문제들을 놀라운 속도로 해결해내기 위해 필요한 엄청나게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 자원을 한데 끌어 모을 수 있다. 또 이 과정은 기업들이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혁신 역량을 쌓고 제품, 기업, 산업이 교차하는 지점에 자리잡고 있는 소중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협업의 기술을 터득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번역: 이희령

 

네이선 퍼는 인시아드의 전략분야 조교수이며 케이트 오키프는 시스코 하이퍼이노베이션 리빙 랩의 매니징 디렉터다. 제프리 H. 다이어는 브리검영대 메리엇스쿨의 호레이스 비슬리 전략교수다.

 

헬스케어 분야의 혁신 기회

 

2015 9월 시스코는암 치료 분야의 환자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 혁신을 추진하는 데 초점을 맞춘 리빙 랩을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했다.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UCSF), 커뮤니티 헬스케어 네트워크, 월그린, 보세라(헬스케어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공급업체)가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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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참가자들이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같은 방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가상 화상회의 시스템

[6]입원, 퇴원, 전과 시 환자가 복용하는 약 전체에 대한 검토를 통해 약품 상호작용 등 부작용을 방지하는 절차

 

더 읽을거리

 

The Innovator’s Method: Bringing the Lean Start-Up into Your Organization

네이선 퍼, 제프 다이어

하버드비즈니스리뷰 프레스, 2014

“미지의영역으로팀을이끌려면”

네이선 퍼, 제프리 H. 다이어

HBR, 2014 12

The Relational View: Cooperative Strategy and Sources of Interorganizational Competitive Advantage”

제프리 H. 다이어, 하버 싱

미국경영학회 리뷰, 1998 10

Alliance-Specific Absorptive Capacity and Success in R&D Alliances”

제프리 H. 다이어, 마리코 사카키바라

미국경영학회 콘퍼런스, 2012

Collective Disruption: How Corporations & Startups Can Co-Create Transformative New Businesses

마이클 도처티

폴레러티 프레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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