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10월(합본호)

디자인싱킹이 효과적인 이유
잔 리드카(Jeanne Liedtka)

FEATURE INNOVATION

디자인싱킹이 효과적인 이유

Why Design Thinking Works

잔 리드카

 

혁신을 저해하는 선입견과

편향적 행동을 막는 방법

 

일을 체계화하는 방식을 새롭게 도입해서 비약적인 개선이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1980년대에는 TQM(Total Quality Management·전사적품질경영)이 제조업 분야에서 그런 역할을 했다. 칸반 카드Kanban cards나 품질관리 서클quality circles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인사이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인사이트와 관리기법이 잘 혼합돼서 업무 프로세스에 적용되는 경우, 이를 일종의 사회공학적 기술social technology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최근 7년간 비즈니스, 헬스케어, 사회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50개에 달하는 프로젝트를 깊이 있게 연구했다. 그러면서 디자인싱킹이라는 또 하나의 사회공학적 기술이 TQM이 제조업에서 담당했던 역할을 그대로 재현할 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디자인싱킹은 사람들이 가진 창조적 에너지를 완전히 발산시켜 주고, 그들의 신뢰를 얻게 해주고, 프로세스를 급격하게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영인들이 디자인싱킹이라는 기법을 실제로 활용해 보진 않았더라도 들어본 적은 있을 것이다. 문제와 실험을 재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팀을 활용하는 참여관찰적 ethnography성격의 연구를 말한다. 그러나 디자인싱킹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아직 모르는 사실이 있다. 디자인싱킹을 잘 활용하면 사람들의 상상력을 가로막는 편견(가령 현상유지에 대한 고집)이나 특정 행동규범을 고수(가령여기서는 다들 이렇게 합니다란 말처럼)하려는 성향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 아티클에서는 혁신을 방해하는 인간의 다양한 성향을 살펴본 후 디자인싱킹과 관련된 기법들과 명확한 단계별 프로세스가 그런 장애물들을 걷어내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 설명할 것이다. 이에 앞서 조직들이 왜 혁신을 추진하는지, 또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왜 목표 달성에 실패하는지부터 살펴보자.

 

 


Idea in Brief

 

문제점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조적 솔루션을 내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들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혁신을 추구하는 팀 대부분은 그런 방법들을 실제로 활용해 결과를 내는 과정에서 고충을 겪는다.

 

원인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고유한 편견들, 그리고 행동 습관들이 상상력을 저해한다. , 어떤 아이디어의 실효성에 대해 암묵적으로 추측하게끔만 만든다.

 

해결책

디자인싱킹은 혁신을 방해하는 비생산적 경향을 탈피하는 체계적 프로세스를 혁신가들에게 제공한다. 디자인싱킹은 전사적품질 경영(TQM)과 마찬가지로 통찰력을 통해 실용적인 기법들을 인간의 본능에 결합하는 사회공학적 기술이다.

 

 

 


혁신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

 

성공적인 혁신을 이루는 과정은 3가지 요건을 수반한다. 탁월한 솔루션, 낮은 리스크와 낮은 변화 비용, 직원의 참여 등이다. 수년 동안 경영인들은 이 3가지 성과를 얻기 위해 다양한 전술을 개발해 왔다. 하지만 이런 전술을 적용하는 조직들은 종종 새로운 장애물과 역효과에 부딪친다.

 

탁월한 솔루션.뻔하고 진부한 방식으로 문제를 규정하면 대개 뻔하고 진부한 솔루션이 나온다. 당연한 이치다. 좀 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면 팀원들이 좀 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런 방식에도 위험요인은 있다. 일부 팀들은 문제를 탐색하는 데만 무한정 시간을 소모한다. 반대로 빠른 실행을 중시하는 관리자는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을 쓰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기업은 일반적으로 사용자 조사를 통해 나온 기준을 적용할 때 더 나은 솔루션이 도출된다고 믿는다. 사용자의 기준을 확인하는 데에는 시장조사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고객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자신이 뭘 원하는지 잘 모른다는 게 문제다.

 

마지막으로 혁신 프로세스에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게 하는 것도 솔루션을 개선하는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의견이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대화하게 되면 논쟁이 편가르기 양상으로 악화되면서 이를 중재하는 것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더 낮은 리스크와 비용.혁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은 피할 수 없다. 그래서 혁신가들은 종종 선택 가능한 다양한 옵션들로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너무 많으면 초점이 흐려지고 자원이 분산된다는 단점이 있다. 혁신가들은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나쁜 아이디어를 과감히 버려야 한다. 필자들이 연구했던 프로젝트 담당자 한 명은 이렇게 표현했다. “아기가 못 생겼으면 못 생겼다고 말해야 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창의적인 아이디어일수록 리스크도 크기 때문에 점진적인 개선 아이디어들보다 더 쉽게 폐기되곤 한다.

 

직원들의 지지.직원들이 지지하지 않는 혁신은 조직에서 성공할 수 없다. 직원들의 지지를 얻는 가장 확실한 길은 아이디어 발상 과정에 그들을 참여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위험이 따른다.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다수 참여시키면 혼란과 논쟁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작용-반작용의 기저에는 보다 근본적인 갈등요인이 있다. 안정된 환경에서는 다양성을 추구하지 않는 조직이 효율적이다. 불안정한 환경에서는 다양성이야말로 성공으로 향하는 새로운 문을 열어주는 좋은 친구가 된다. 어떤 리더가 분기별 실적 목표를 맞춰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면, 그가 다양성 대신 효율성과 합리성, 중앙집중식 통제를 추구한다고 해도 비난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다양성에 따르는 모든 상충적 요소들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이런 행동적 장애물뿐 아니라 인간이 가진 비생산적 편향과 선입견까지 해결하는 사회공학적 기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부터 설명하겠지만 디자인싱킹이 이런 조건에 딱 들어맞는다.

 

 

구조화의 미학

 

경험 많은 디자이너들은 종종 디자인싱킹이 너무 구조 중심적이고 선형적이라고 불평한다. 그들 입장에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혁신팀을 이끄는 관리자들은 대개 디자이너가 아니다. 게다가 고객들과 직접 만나 조사하거나 고객들의 견해를 직접 깊이 있게 경험해 보거나, 이해관계자들과 공동 작업하거나, 실험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데에도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디자인싱킹의 특징인 구조화와 선형성은 관리자들이 이런 익숙지 않은 행위들을 시도해 보게 하고 스스로를 맞춰 나가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인튜이트에서 디자인 혁신 부문의 리더를 맡았고 현재는 페이스북의 디자인제품 이사design product director로 있는 캐런 핸슨Kaaren Hanson은 이렇게 설명했다. “어떤 상황이든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고 싶다면 구조화를 최대한 많이 활용하세요. 그렇게 하면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인간의 행동 중 다수는 습관에 따르는데 그런 습관을 바꾸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확실한 가드레일을 설치하면 도움이 되죠.”

 

체계적인 프로세스는 사람들이 필요한 작업을 순조롭게 따르게 해 준다. 또 문제 탐색에 시간을 너무 지체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너무 성급하게 이 과정을 건너뛰려는 하는 경향을 억제해 준다. 또 자신감도 심어준다. 사람들 대부분은 실패의 두려움에 의해 움직이므로 새로운 기회를 잡기보단 실수하지 않는 데 집중한다. 따라서 어떤 선택에 실패 가능성이 있으면 사람들은 행동하는 쪽보단 행동하지 않는 쪽으로 기울게 된다. 하지만 행동이 없으면 혁신도 없다. 그런 점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부여하는 게 중요하다. 디자인싱킹이 제공하는 물리적인 버팀목과 고도로 구조화된 기법들은 바로 그런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잠재적 혁신가들이 좀 더 확신을 갖고 고객의 욕구를 발견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콘셉트를 테스트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준다.

 

디자인싱킹을 적용하는 조직은 대부분 7가지 단계를 따른다. 각 단계는 명확한 아웃풋을 도출하며, 단계별 아웃풋은 다음 단계의 활동을 거치면서 또 다른 아웃풋으로 전환된다. 조직이 실행 가능한 혁신에 이를 때까지 이런 활동은 계속된다. 그러나 이 과정을 좀 더 깊숙이 살펴보면 경영진이 쉽게 간파하지 못하는 뭔가 다른 일도 발생한다. 각 디자인싱킹 활동은 표면상으로 고객의 경험을 이해하고 구조화하는 방향으로 구성돼 있지만, 그와 동시에 혁신을 추구하는 사람들 본인들의 경험 역시 본질적으로 재구성한다.

 

 

 

 

고객의 발견

 

디자인싱킹의발견discovery프로세스 중 가장 잘 알려진 방법들은 대부분해결해야 할 작업job to be done’을 확인하는 것과 관련돼 있다. 에스노그래피 및 사회학 분야에서 가져온 이런 방법론은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보다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을 더 의미 있게 만드는 요소들을 파악하는 데 집중한다. 이런 탐색 과정에는 3가지 활동이 수반된다.

 

직접 체험Immersion. 전통적인 소비자 조사는 소비자를 객관화한다. 포커스그룹 인터뷰, 설문조사, 고객행동을 통해 의견과 데이터를 도출한 후, 고객선호에 대해 이미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전문가가 이를 검토한 후 고객 니즈를 추론한다. 데이터가 좋으면 더 좋은 추론을 할 수 있다. 이 방식의 문제는 데이터가 나타내는 명확한 니즈에 사람들의 생각이 묶여버린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스스로의 편향된 시각으로 데이터를 보게 된다. 게다가 소비자가 표현하지 않은 니즈는 제대로 인식조차 못한다.

 

디자인싱킹은 다른 접근방식을 취한다. 혁신가가 직접 고객경험을 체험해서 고객의 숨겨진 욕구를 파악하기 때문이다. 자폐증과 아스퍼거스증후군을 가진 성인들을 돕는 영국의 자선단체인 킹우드 트러스트Kingwood Trust의 사례를 살펴 보자. 킹우드의 디자인 팀 일원인 케이티 가디언Katie Gaudion은 말이 서투른 자폐증 환자인 피트를 알게 됐다. 케이티는 먼저 가정 방문을 통해 피트의 행동을 관찰했다. 그리고 피트가 가죽 소파를 쑤시거나 몸으로 벽을 계속 문지르는 등 위험해 보이는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케이티는 피트의 행동을 기록했고 이런 파괴적 행동들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를 문제로 규정했다.

 

근데 피트의 집을 두 번째 방문한 날, 그녀는 이렇게 자문했다. 피트의 행동에 혹시 파괴적인 충동 대신 다른 원인이 있는 건 아닐까? 케이티는 개인적 판단은 접어두고 피트의 행동을 그래도 따라해 보기로 했다. 그 결과 피트의 행위가 얼마나 큰 만족감을 주는지를 알 수 있었다. “망가진 소파가 신나게 뜯을 수 있는 천으로 감싼 물건으로 다시 보이더라고요. 벽에 귀를 갖다 대니 위층에서 들리는 음악의 진동을 느낄 수 있었어요. 움푹 파인 부분에 귀를 문지르니까 약간 간지럽기도 했고요. 피트는 벽을 손상시키는 게 아니라 재미있고 편안함을 주는 청각과 촉각 경험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피트의 세계에 직접 빠져 본 케이티는 문제를 더 깊숙이 이해했을 뿐 아니라 피트를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으로만 봤던 자신의 편견에 의문을 품게 됐다. 이런 경험을 통해 케이티는 새로운 질문을 하게 됐다. ‘병원에 머무는 장애인의 안전을 위한 디자인보다는, 그들에게 더 큰 힘을 부여하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디자인은 없을까?’ 이런 질문은 자폐증을 앓는 사람들이 더 풍요롭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는 데 중점을 둔 생활공간과 정원, 새로운 액티비티들을 기획하는 계기가 됐다.

 

 

맥락 파악Sense making. 사용자 경험을 직접 체험해 보면 깊은 통찰력을 위한 원재료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수집한 정성 데이터 덩어리에서 패턴을 찾고 맥락을 파악하는 것은 벅찬 과제다. ()디자인 인력들이 처음에는 에스노그래피 기법을 통해 얻은 결과에 열광하지만 더 깊은 통찰력을 얻으려 할 때는 방대하고 지저분한 데이터 때문에 나가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구조적인 디자인싱킹이 진짜 실력을 발휘한다.

 

고객 경험을 직접 체험해서 얻은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갤러리 워크Gallery Walk라 불리는 디자인싱킹 기법이 있다. 이런 식이다. 혁신팀은발견프로세스에서 수집한 데이터 중 가장 중요한 내용들을 선별해 커다란 포스터에 적는다. 포스터에는 인터뷰에 참여했던 사람들 정보를 담기도 한다. 응답자 개인의 사진과 그들이 인터뷰 도중 언급한 중요한 의견 등이다. 이 포스터들을 갤러리와 같은 넓은 공간에 쭉 붙여 놓고,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이를 둘러보면서 새로운 디자인 개발에 중요한 열쇠가 될 만한 정보라고 생각하는 것 위에 포스트잇으로 각자의 의견을 적어 붙인다. 이후 이해관계자들은 소규모 팀으로 헤쳐 모여 신중하게 조율된 프로세스에 따라 포스트잇에 적은 의견들을 서로 공유하고 결합한다. 그리고 이렇게 추려진 의견들을 주제별 그룹으로 나누고 거기서 인사이트를 도출한다. 이런 프로세스를 밟으면 혁신팀 멤버들이 개인적인 편견에 따라 보고싶은 것만 보는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인터뷰 참가자들이 느낀 감정이 포스터를 통해 보는 사람에게 생생하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공통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수 있고, 서로 의견을 더 잘 나눌 수 있게 하고, 어떤 통찰을 얻었는지에 대해 합의할 수 있게 해주며, 개인적 견해에 문제는 없는지 서로 따져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는 편향된 데이터 해석을 막아주는 가드레일 역할을 한다.

 

조율과 합의Alignment.발견프로세스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일련의 워크숍과 세미나를 연다. 이를 통해 가능하다면 어떤 작업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개선할 수 있을지 서로 질문하고 토론한다. 기존 디자인에 따른 제약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새로운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면 다양한 팀들이 디자인 기준, 혹은 이상적인 혁신에 필요한 주요 요소들에 대해 좀 더 협력적이고 창의적인 태도로 토론할 수 있다. 이때 탐구하고 질문하는 분위기를 확립하면 기존 방식이 가진 문제를 더 명확히 확인할 수 있고 여러 팀이 더 쉽게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런 다음, 아이디어들을 평가하고 걸러 나가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에도 위와 같이 합의된 디자인 기준이 있다면 안전해 보이기만 하는 점진적 개선 아이디어뿐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 역시 선택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

 

 

호주 멜버른에 있는 종합병원 모나시 헬스Monash Health에서 일어났던 일을 생각해 보자. 이 병원의 정신과 의사들은 오랫동안 환자의 재발 빈도를 걱정해 왔다. 재발은 주로 약물 과다 복용과 자살 시도로 나타나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의사들은 재발 원인을 밝혀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특정 환자들이 치료과정에서 겪는 일들을 추적해 나갔다. 톰이라는 환자는 이 연구의 상징적인 존재로 부각됐다. 그는 처음 병원을 방문한 이후 병이 재발하기까지 각기 다른 전문의에게 3번 진료를 받았고, 병원과 총 70번 접촉했으며 그 과정에서 13명의 케이스 매니저를 만났고 18번의 트랜스퍼(환자가 다른 의사나 담당자에게 넘겨지는 경우)를 겪었다.

 

팀원들은 차례로 워크숍을 열었고 임상의들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선생님들이 처음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를 돌이켜 봤을 때, 톰이 현재 받고 있는 치료는 합당한가요?” 의사와 간호사들은 자신이 현재 직업을 택한 동기를 서로 공유했고, 대화가 진행될수록 환자의 상태는 치료활동뿐 아니라 환자에 대한 의료진의 책임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모두가 이런 판단에 동의했고 그 결과 새로운 치료 프로세스를 성공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었다. 모범치료 사례를 따르기보다는 환자의 니즈에 더 초점을 맞췄다. 새로운 치료 프로세스가 실행된 이후 환자 재발률은 60%나 감소했다.

 

아이디어 창출

 

고객의 니즈를 이해했다면 이제 혁신가들은 확인된 기준에 부합하는 구체적 솔루션 후보들을 파악하고 이들을 걸러내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아이디어 발상Emergence.첫 번째 단계는 잠재적 솔루션들에 대한 토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때 참석자는 누구인지, 어떤 문제점을 다루게 될 것인지, 어떤 구조로 대화가 진행될 것인지를 신중하게 기획해야 한다. 일단, 합의된 디자인적 기준을 가지고 개인별로 브레인 스토밍을 한다. 그런 다음 다같이 모여서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 이는 의견 차이에 대한 단순 절충안을 찾는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텍사스에 있는 어린이 건강 시스템Children’s Health System은 미국에서 여섯 번째로 큰 소아과 의료센터다. 이 병원은 자신들에게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들은 부원장 피터 로버츠Peter Roberts의 지도에 따라 병원의 비즈니스 모델을 재해석하기 위해 디자인싱킹 기법을 적용했다. ‘발견프로세스를 진행하면서 의사들은 의학적 개입이 가장 중요하다는 자신들의 선입견을 버릴 수 있었다. 댈러스 지역주민 상당수는 의학적 지식을 구할 만한 시간과 능력이 없고, 강력한 지원 네트워크를 가진 가족도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또한 병원 단독으로는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어떤 솔루션이 됐든 지역사회가 중심에 설 필요가 있었다. 이에 따라 의료서비스의 경계를 (그리고 자원을) 병원 담장 밖으로 넓게 확대하는 새로운 복지 생태계를 디자인해 나가기로 하고, 지역사회의 파트너들을 참여시켰다. 혁신팀은 작은 규모로 시작해야 하고 하나의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우선 이들은 어린이 천식을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데 착수했다.

 

 

병원의 행정 담당자와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환자의 보호자, 댈러스 교육청과 주택부 공무원, YMCA 및 종교단체 관계자들이 세션에 참여했다. 먼저 혁신팀은발견프로세스에서 얻은 정보를 공유했다. 다음으로는 어린이들의 건강문제를 해결하는 데 각 단체가 어떤 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를 각자 고민한 다음 포스트잇에 아이디어를 적었다. 개별 아이디어 발상 단계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5개의 소그룹으로 분리돼 그룹별로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비슷한 주제별로 분류했다. 그런 다음 어떤 아이디어가 어린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 논의했다.

 

변화를 이끄는 결정적 아이디어는 주로 이런 대화 중 나오며 혁신의 성공적 이행 확률을 크게 높인다.(좋은 아이디어임에도 불구하고 그걸 현실로 만들기 위해 헌신할 사람이 없어서 열매를 맺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이 어린이병원에서는 지역사회 파트너로 참여한 사람들이 각자의 소속기관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는데, 또 지역사회가 함께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활기를 불어넣고 새로운 비전을 현실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 댈러스 시 주택부 담당자들은 어린이들의 건강과 관련된 이슈들(가령 집에 곰팡이가 피었는지 등)을 자신들의 주택 관련 평가지표에 포함시키고 이에 대해 감독관들이 책임을 지게 만드는 등 주택 관점에서 변화를 추진했다. 댈러스 지역의 소아과 전문의들은 일련의 천식 프로토콜을 채택했고, 천식을 앓는 아이들의 부모는 직접 가정 방문에 나서 다른 환자 가족들에게 교육을 전파하는 카운셀러 역할을 담당했다.

 

아이디어 명료화Articulation.보통 아이디어 발상 활동은 다수의 경쟁 아이디어를 배출하고 이 중에는 어느 정도 매력적이고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들도 있다. 혁신가들은 다음에 이어지는 명료화 단계에서 개인적으로 가진 가정들을 표면화하고 질문한다. 관리자들은 대개 이런 작업에 서툴다. 지나친 낙관주의, 확증 편향, 최초 솔루션에 대한 고착화 등 여러 행동적 편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정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세상을 보는 관점에 맞는 특정 아이디어를 지지하게 된다. 무엇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논의는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반면 디자인싱킹은 아이디어가 실현되려면 현실 세상에 어떤 조건이 뒷받침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 형태의 토론 프레임을 만든다.(HBR 2017 9–10월호경영은 과학 그 이상이다참조) 이런 측면을 보여주는 사례로 미국 보건사회복지부에서 추진한가속기를 점화하라Ignite Accelerator’프로그램이 있다. 애리조나에 있는 화이트리버 인디언 보호 병원Whiteriver Indian reservation hospital에서는 말리자 리베라Marliza Rivera라는 젊은 책임자가 이끄는 품질관리팀이 병원 응급실의 환자 대기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강구했다. 기존에는 응급환자가 최악의 경우 6시간이나 대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품질관리팀이 원래 제안한 아이디어는 볼티모어에 있는 존슨 홉킨스 병원Johns Hopkins Hospital에서 가져온 것으로 환자 체크인 카운터에 전자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디자인싱킹 기법을 적용해 나가면서 그 아이디어가 효과적일 것으로 가정했던 판단 근거에 대해 질문이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이 병원 환자 중 다수는 아파치족의 언어를 쓰는 노인들이며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볼티모어 도심에 있는 병원에서는 효과적이었던 접근법이지만 화이트리버 같은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그 아이디어는 안전하게 폐기됐다.

 

‘아이디어 발상프로세스 마지막에 이르면 신중한 논의를 거친 아이디어들의 포트폴리오를 얻을 수 있다. 이 아이디어들은 서로 꽤나 다른 모습을 할 수도 있다. 각 아이디어를 뒷받침하는 가정들은 꼼꼼한 검토를 거쳤기에 성공에 필요한 조건도 꽤 현실적일 것이다. 또 이 아이디어들은 여러 팀들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도출된 아이디어를 시장에 선보일 책임이 바로 자신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테스트 경험

 

많은 기업들은 프로토타이핑(시제품 제작)을 개발 완료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세부 조정하는 작업으로 여긴다. 그러나 디자인싱킹에 있어서 프로토타이핑은 완성품이 나오기 훨씬 이전에 수행된다. 사용자가 반복적으로 사용해 가며 제품 혹은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는 과정으로 간주한다. 즉 시제품을 제작한 후에도 디자인을 확 바꾸는 것 같은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전 경험Pre-experience.신경과학연구 결과를 보면, 어떤 대상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일 경우에는 사람들에게사전 경험기회를 주면 새로움의 가치를 좀 더 정확히 판단하게 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새로운 무언가를 생생하게 상상하게 하는 것이다. 디자인싱킹에서 제안된 사용자 경험, 즉 아이디어의 핵심 특징을 반영한 저비용의 기본 원형artifact을 제작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실상 이런 제품은 시제품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린 스타트업들이 실제 고객을 통해 테스트하는최소기능 제품minimum viable products·MVP보다도 훨씬 더 엉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원형 시제품은 정교함이 떨어지는 만큼 유연성이 높다. 사용자 테스트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쉽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품의 불완전함은 더 많은 피드백을 유도한다.

 

이런 원형 시제품은 여러 형태로 구현될 수 있다. 카이저 퍼머넌트Kaiser Permanente병원에서는 신축건물 설계도를 테스트할 때 벽의 높이를 가늠하기 위해 침대 시트를 천장에서부터 내려뜨리는 방법을 택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병원 직원 중 일부에게 환자 역할을 맡게 한 후 병원 공간이 어떻게 하면 치료 목적에 더 적합하게 개선될 수 있을지를 실험하고 논의했다. 모나시 헬스에서는 질병에 취약한 주민들이 집에서도 건강을 유지하고 입원율을 낮추기 위해 모나시 워치Monash Watch라는 원격의료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리고 디지털 시제품을 실제로 개발하지 않고도 병원 관리자들과 정책 담당자들이 새로운 원격진료 프로그램에 대해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세부 스토리보드를 제작했다.

 

실행을 통한 학습Learning in action.아이디어를 현실 세계에서 테스트해 보는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 또 아이디어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를 확인하는 데 꼭 필요하다. 또 이런 테스트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또 다른 가치가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직원들과 고객들의 공포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모나시 헬스의 오퍼레이션 연구 책임자인 키스 스톡맨Keith Stockman과 의대 교수인 돈 캠벨Don Campbell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보자. 이들은 모나시 워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비전문가들을 고용해텔레케어(원격의료)’ 가이드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여러 병원에 입원한 적 있는 고위험군 환자들이 언제든지 전화로 연락할 수 있는이웃집 전문가역할을 맡기자는 아이디어였다. 캠벨과 스톡맨은 텔레케어 가이드를 신중하게 뽑아서 낮은 임금을 주는 대신에 기본적인 의료기술과 공감기술을 훈련시키고, 또 의사결정 지원시스템 및 전문적 코치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 이 가이드들이 고위험군 환자들이 병원에 오지 않고도 집에서 건강을 유지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 제안은 회의론자들의 저항에 부딪쳤다. 의료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복잡한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 과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많은 의료진이 강한 의구심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본 가이드의 역할까지 전문 의료진에게 맡기는 것은 비용적으로 불가능했다. 또한 가능성이 희박했다. 혁신팀은 이런 견해 차이에 대해 논쟁을 벌이는 대신 사람들이 가진 이런 우려를 인정했다.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자신들이 세운 가정을 테스트하기 위한 실험을 디자인했다. 실험은 30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결과가 나왔다. 이 방식은 환자들로부터 엄청나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병상 사용률과 응급실 방문 역시 감소했음이 독립적인 컨설턴트에 의해 확인됐다. 회의론자들의 우려는 사라졌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디자인싱킹의 구조는 연구에서 실행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끌어 낸다. 혁신가가 고객의 경험을 몸소 체험하는 방법으로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고 이렇게 도출된 데이터는 인사이트로 전환될 수 있다. 또한 이런 통찰력을 가지고 디자인적 기준을 함께 만들어 브레인스토밍에 사용할 수 있다. 성공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가정한 다음, 팀원들의 검토를 거쳐서 대략적인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테스트한다. 이 프로토타입은 혁신 제품을 더 정교하게 개발할 수 있게 하고 현실세계에서의 테스트에 대비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디자인싱킹 프로세스는 이렇게 인간의 창의력을 저해하는 편견들을 물리치게 해 준다. 또한 탁월한 솔루션을 만들어내고, 비용과 리스크는 낮추며, 직원들의 지지를 얻도록 도와준다. 디자인싱킹은 조직이라는 개념을다양한 견해와 감정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들의 집합으로 간주하고 참여와 대화와 학습을 강조한다. 디자인싱킹은 문제를 규정하는 과정과 솔루션을 만드는 과정에 고객 및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참여시킨다. 그래서 폭넓은 사람들의 지지를 이끌어낸다. 또한 디자인싱킹은 혁신 프로세스를 구조화시켜서 혁신가들간의 협력을 돕고, 각 단계에서 꼭 필요한 결과물이 무언지에 대해 합의할 수 있게 만든다. 사내 정치를 극복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 단계에서 혁신가와 핵심 이해관계자와 실행자가 겪는 경험들을 잘 구조화해 준다. 이것이 바로 일터에서의 사회공학적 기술 아닐까.

 

잔 리드카(Jeanne Liedtka)는 버지니아주립대 다든경영대학원 교수다.

 

번역 김성아 에디팅 조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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