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4월호

디자인싱킹을 이끄는 올바른 방법
크리스천 베이슨(Christian Bason),로버트 D. 오스틴(Robert D. Austin)

디자인싱킹을 이끄는

올바른 방법

 

프로젝트 팀이 불가피한 비효율과 불확실성,

감정 폭발을 극복하도록 지원하는 방법

 

크리스천 베이슨

덴마크디자인센터 CEO

 

로버트 D. 오스틴

아이비경영대학원 교수

 

 

 

 

 

 

 

 

Idea in Brief

문제 

합리성과 객관성을 요구받는 직원들에게 디자인싱킹(design-thinking methods)은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것처럼 보인다. 디자인싱킹은 사용자에게 공감하고, 실패할 줄 알면서도 실험을 지속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부작용

직원들이 디자인싱킹의 결과에 대해 경악하거나 실망감을 느낄 수 있다. 헛수고하고 있다거나 자신들이 개발한 상품과 서비스에 관한 기대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이런 혼란으로 인해 프로젝트가 궤도를 벗어나게 된다. 

 

해결책

리더는 너무 엄격하게 굴지 않으면서 팀이 프로젝트의 방향성과 목적의식을 잃지 않도록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할 시간과 공간을 확보해 줘야 한다.

 

 

 

 

앤 린드Anne Lind부상을 입은 노동자들의 보험 청구를 심사하고 보상 여부를 결정하는 덴마크 국립 기관의 대표다. 그는 기이하게도 거의 성공이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었던 프로젝트 때문에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당시 이 프로젝트는 심사원의 서비스 개선을 위해 디자인싱킹을 도입했다. 프로젝트 팀원들은 환자의 눈을 통해 서비스를 겪어보고자 친밀한 관계rapport를 형성하고 환자에 공감하며 고객 경험을 체화했다. 또한 인터뷰에서 고객이 심사원의 심사과정과 관련된 본인의 상황이나 경험을 설명할 때 눈에 띄지 않게 영상으로 녹화하기도 했다. 이런 방법을 통해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고객 대부분이 큰 부상을 입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일하고자 애쓰고 있었는데도, 심사원의 업무과정은 (업무 효율, 보험청구 평가의 편리성 등) 고객보다 직원의 니즈를 맞추게끔 설계돼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린드가 받은 피드백은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그는 심사원의 쇄신작업에 착수했다. 이 과정도 쉽지 않았다. 인터뷰 영상에서는 많은 고객이 심사원 때문에 더 힘들다고 말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반 농담으로 심사원과 대화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견디려면 몹시 건강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디자인싱킹 팀은 환자 한 명이 보험청구 과정에서 심사원, 병원, 고용주에게서 받는 서신만 23통에 이른다는 것을 알고 크게 놀랐다.) 심사원 직원들은 보험사례 관리의 효율성이 높다는 점을 인정받아 생산성과 관련해 상을 받은 적도 있었고 스스로 유능한 프로페셔널이라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고객에게 이런 피드백을 받자 크게 당황했다.

 

린드는 해결책을 모색하려면 직원의 전문성과 인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기관 전체에 이 인터뷰 영상을 시청하도록 했다. 직원들 모두 몹시 충격을 받았다.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아 걱정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린드가 바란 것은 동기부여였지 기를 꺾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리더십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심사원은 이 심란한 상황을 처리하고 앞으로 할 일을 정리해 나가는 데 있어 그녀의 지원이 필요했다. 린드가 다음에 어떤 행동을 취하는가에 따라 직원들이 고객을 대하는 태도를 바꿀 것인가 혹은 좌절과 혼란으로 빠져들 것인가가 결정될 것이었다.

 

다른 변화관리 과정보다 디자인싱킹은 더 활발하고 효과적인 리더십을 요구한다. 즉 성공에 이르기 위해 들여야 할 노력이 더 큰 편이다. 혁신을 위해 디자인싱킹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HBR 및 여러 매체에서 이미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HBR 2008 6월호 ‘Design Thinking’, 2015 9월호이제는 디자인싱킹의 시대참고) 우리는 5개 국가의 민간, 공공 부문의 대형 기관이 실시한 20여 개의 주요 프로젝트를 심층 분석했고, 그 결과 효과적인 리더십이 성공을 좌우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우리는 개별 디자인싱킹 팀이 어떻게 작업을 수행했는가가 아니라 이 작업을 위임한 고위경영진이 팀과 접촉하고 프로젝트를 이끌어간 방식을 주로 탐색했다.

 

대체적으로 리더가 지원하는 프로젝트 팀은 외부 컨설턴트와 내부 전문부서로 구성되고, 이들이 직원 일부와 협력해 솔루션을 찾아냈다. 궁극적으로 이 솔루션은 나중에 전사적으로 실행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조직에 필요한 변화가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하거나 프로젝트 팀이 해당 영역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도 있었다. 이때는 프로젝트 팀에 해당 영역의 전문가들을 포함시킴으로써 전문성을 인정받는 접근을 취했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프로젝트를 위임한 리더들은 디자인싱킹에 대해 별로 경험이 없었다. 보다 직접 개입하는 리더도 있긴 하지만, 이들조차도 전략적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접근법에 주로 의존했다.

 

 

 

 

 ‘디자인싱킹’이 색다름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인간 중심의 상품, 서비스, 솔루션, 경험 등을 만들기 위한 프로세스, 방법, 도구에 관한 설명이다. 솔루션 개발의 대상이 되는 사람 또는 사용자 간 인간적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일이기도 하다. 디자이너들은 사용자의 조건, 상황, 니즈 등을 깊게 이해하려 하며, 그 과정에서 사용자의 눈으로 세계를 보고, 그 경험의 정수를 포착하려 한다. 디자이너들이 중시하는 것은 사용자와의 연결, 더 나아가 그들과의 친밀감이다.

 

하지만 합리와 객관성을 오랫동안 요구받고 또 여기에 익숙해진 직원들에게는 이런 방법이 주관적이고 지나치게 객관적으로 보일 수 있다. 물론 기업은 고객을 이해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디자인싱킹에서 요구하는 고객과의 연결은 불편할 정도로 감정적이고, 때로는 지나친 감정소모로 느껴질 수 있다.

 

난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디자인싱킹의 잠재적 불안요소는 확산적 사고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직원들로 하여금 결승선까지 달리거나 빨리 하나의 답을 수렴해 내놓을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지의 수를 늘릴 것을 요구한다. 잠시 직진하지 말고 옆길로 새라는 것이다. 명료한 방향성, 비용절감, 효율 등을 중시해 온 사람들에게는 힘들 수 있다. 이들에게는 디자인싱킹이시간 낭비로 느껴지기도 하고, 이는 일면 사실이기도 하다.

 

디자인싱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직원들로 하여금 이전에 늘 기피해온 경험, 즉 실패를 반복할 것을 요구한다. 디자인싱킹이 요구하는 반복적인 시제품화와 테스트는 부정적 결과가 많을 때 비로소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어떤 것이 효과가 없는지를 결과를 통해 파악한다. 하지만 그다지 성과도 없이 비슷한 결과만 내놓는다는 건 대다수의 사람에게 불편한 일이다.

 

디자인싱킹의 불편은 견뎌볼 만하다. 변화, 개선, 혁신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디자인싱킹의 요소가 동시에 힘의 원천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디자인싱킹과 친밀하지 않은 (대다수) 직원들은 리더의 후원과 지도를 받아야 낯선 세계를 항해하고, 디자인싱킹에 대한 대응에 생산적으로 집중할 수 있다. 우리는 연구를 통해 리더가 디자인싱킹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공감 활용, 확산적 사고의 독려와 모호성의 탐색, 새로운 미래에 대한 리허설이다.

 

 

 

 

디자인싱킹의 초기 단계에서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직원들이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자신들의 기대치를 잠깐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리더가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은 직원들이 고객에 관한 정보를 이용해 고객과 공감할 수 있고, 직원의 행동이 고객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질문해 보는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리더는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정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직원들은 업무 효과를 의심받는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크게 스트레스를 받게 되므로 직원들을 격려할 필요가 있다. 예측하지 못한 결과 때문에 직원들이 방어적이 되고 두려움을 느낄 수 있으며, 이는 공감을 방해하고 동기부여를 약화시킨다.

 

린드는 심사원의 고객 경험 조사 결과를 이용해 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릴 것이 아니라 변화를 위한 긍정적 에너지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는 직원이 그들 스스로가 아닌 고객에게 집중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린드는 이를 위해 전 부서의 직원들이 디자인싱킹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고객 인터뷰 결과를 분석하고, 중간관리자들에게 부서 내 아이디어 창출 과정을 관리하도록 했다. 어떤 부서에서는 심사원 웹사이트에 업무진행 프로세스를 시각화해 올려두면 고객이 보험청구 과정을 좀 더 쉽게 이해하고 따라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또 어떤 부서에서는 고객용 핫라인을 만들어 고객들이 쉽게 도움을 얻도록 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사실 린드는 각 업무 단계에 대해 직원들이 생각해 보기를 독려했는데, 이 단계가 개별적으로 전체 문제를 개선하거나 최종 솔루션은 될 수 없다 해도 심사원의 업무를 옳은 방향으로 끌고갈 수 있다.

 

덴마크 국립 병원의 수간호사 메테 로센달 다르메르Mette Rosendal Darmer가 이끄는 디자인싱킹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다르메르의 프로젝트 팀이 환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환자들이 이 병원의 심장클리닉 진료를 이용하며 혼란, 우려, 두려움, 모멸감 등을 느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다르메르는 심장클리닉의 중요 역할을 맡은 40여 명, 즉 의사, 간호사, 행정스태프 등의 핵심 직원과 이런 피드백을 공유했다. 다르메르는 환자의 불편을 해소할 아이디어 개발을 위해서는 이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직원들은 깜짝 놀랐다. 의료서비스를 통해 환자가 건강한 삶을 되찾도록 돕고 있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다르메르가 노린 효과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우리가 진행한 인터뷰에서 다르메르는혼돈을 주는 것이 목표였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점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런 깨달음을 도구로 삼아 조직전체와 프로세스의 변화를 위한 추동력을 얻고자 했다.

 

이런 프레임 변화는 직원들에게의사보다 환자의 시간이 더 중요하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자문할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환자의 병원 이용 과정을 최적화한다는 달성 가능한 목표로 이어졌고, 최종적으로는 프로세스 재설계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다르메르가 해야 할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런 변화에 정당성을 부여해야 했다. 병원 직원들은 효율 최적화를 위해 업무를 중단하면 비용이 증가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르메르는 직원들에게 환자 최우선이라는 목표를 클리닉 차원에서 지원할 것이라 설득했다. 결과적으로 비용이 증가하지는 않았다. 환자의 병원 이용과정이 개선되면서 입원환자가 50% 줄었기 때문이다.

 

두 가지 사례 모두 배울 점이 있다. 리더는 직원들이 오픈마인드가 되도록 밀어붙일 필요가 있지만 동시에 직원들의 감정적 대응에도 대비해야 한다. ,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도록 하고, 현 관행의 결점을 지적했을 때 강박적이거나 방어적으로 행동하지 않도록 독려한다. 인터뷰나 조사의 결과를 문제로 여기기보다는 프로세스 재구성이나 개선을 위한 기회로 프레임해야 한다.

 

우리가 조사한 리더는 열심히 일해 유저의 실질적인 니즈를 밝혀냈다. 그 과정이 초기에 별 성과없이 직원들에 충격을 안기거나 조사 결과로 인해 불편해진다 해도 감행했다. 폴라 상일Poula Sangill은 덴마크 자치구 중 하나인 홀스테브로Holstebro에서 노인들에게 식사를 준비해 배달하는 업체의 대표다. 그녀는 우리 연구대상인 리더들 중에서는 좀 특이한 경우로, 디자인싱킹 프로세스를 직접 진두지휘 했다. 상일이 처음 개선 프로젝트를 제안하며 중간관리자들을 지명해 팀을 구성했을 때, 팀원들은 변화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에 극도로 저항하며 방어적으로 굴었다. 식사 배달에 할당된 시간이 너무 짧고(배달 한 건당 10)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불평했다. 그러자 상일은 팀원들이 배달과정의 단계별 롤플레이를 시연해 보도록 했다. 제한된 시간 안에서도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찾도록 한 것이었다. 마침내 팀에서 아이디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이 리더들은 사용자 경험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내놓는 데 있어 이전처럼 통계에만 의존하지 말고 그 이상 실행할 것을 요구했다. 직원들은 디자인싱킹에서 주로 사용하는 민족지학적ethnographic방법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리더들은 기존의 컨설팅 연구보다는 디자인싱킹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상황을 부여해 직원들이 사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뉴욕 시 주택보존개발부New York City Department of Housing Preservation and Development의 대표는 신규 상품 출시를 위한 작업 중 직원들이 현장에서 몇 주를 보내며 맨해튼 내 임대부동산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도록 했다. 개발부의 목표는 임차인의 일상을 직원들이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관측적 연구와 인터뷰를 통해 직원들은 개발부의 서비스가 거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직접 파악하고 경험할 수 있었고, 해당 서비스의 개선안도 내놓을 수 있었다.

 

리더들은 프로젝트 팀원들이 데이터를 수집해 과거에 주로 사용되던 딱딱한 표나 그래프가 아닌 음성녹음이나 영상 등 이목을 끌 수 있는 형식으로 다른 직원에게 알리도록 했다. 이런 형태로 정보를 모으면 여러 가지 목적을 이룰 수 있다. 직원들은 사용자의 상황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 상황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도 생긴다. 또한 리더가 이런 정보를 잘 처리하면, 직원들을 감정적으로 자극해 변화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환기가 필요할 때 녹음된 목소리만 들어보면 된다.

 

 

 

 

 

우리가 조사한 모범적 리더는 디자인싱킹 프로젝트의 팀원들이 다양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가지고 방향성과 목적성을 잃지 않도록 독려했다. 팀원들이 방향을 잃었다고 느끼지 않고 급하게 솔루션만을 내놓고 싶어하는 충동을 누를 수 있는 것은 리더의 역량에 달렸다.

 

덴마크 홀백Holbaek의 스텐후스 고등학교Stenhus High School 부학장은 아홉 명의 교사로 팀을 꾸려 프로그램 혁신안을 만들 것을 요청했다. 팀이 프로젝트에 착수하자, 부학장은 지금까지의 관행(진행상황을 근접 감독하고, 변경사항을 자주 묻고, 빨리 프로젝트를 완수하라고 팀에 압박을 주는 등의 행동)을 깨버렸다. 예상과는 달리 경영진이 개입하지 않고 더 많은 아이디어를 가져오라며 반복적으로 독려하자 팀원들은 당황했다. 꽤 시간이 지나 괜찮은 아이디어가 한동안 쏟아져 나온 후 팀원들은우리를 정말 통제하지 않으려고 하셨네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부학장은네 그랬죠. 통제하지 않았지만, 그게 더 긍정적 효과를 볼 것이라 생각했거든요라고 답했다.

 

런던 시 루이셤Lewisham구에서 고객 인사이트와 서비스 디자인을 맡고 있는 피터 개즈던Peter Gadsdon은 노숙인서비스 부서의 직원들이 시민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녹화하도록 했다. 개즈던의 지시는 매우 이례적이기도 했지만 시민의 사생활 보호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일단 개즈던의 승인과 지시를 통해 녹화가 진행됐고, 이 영상은 일반적 디자인싱킹 프로세스에 따라 아이디어 개발을 자극하는 데 사용될 수 있었다. 개즈던은 우리와 가진 인터뷰에서직원들이 3주에 걸쳐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했고, 영상 녹화분도 많이 쌓이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어떤 영상에는 비영어권 국가에서 온 이민자의 자녀가 부모의 대화를 복지사에게 통역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전문 통역사를 고용함으로써 복잡한 어른들의 사정, 즉 앞으로 노숙생활을 하게 될 수 있다는 등의 대화에 어린이들이 개입돼 충격을 받는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일반적 관행과는 대치되는 것이었다. 개즈던은 이 영상을 일선 직원들에게 보여준 후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디자이너들은 이 영상을 이용해 직원들이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했고, 직원들은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보잉사의 제조담당 중역인 래리 로프티스Larry Loftis는 프로세스 개선팀이일곱 가지 방법이라는 접근법을 사용하도록 했다. 솔루션을 생각할 때 최소 일곱 가지는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첫 한두 개는 쉽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솔루션을 떠올리기는 아주 어려운 일이죠. 처음 가졌던 고정관념을 버리고 오픈 마인드가 돼야 합니다.” 확산적 사고의 목표는 쉬운 답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진정 혁신적인 옵션을 찾는 것이다. 극단적인 옵션이 선택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보다 현실적 솔루션을 찾을 때 받침돌이 돼 줄 수 있다. “이런 옵션을 절대 실행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 진짜 짜증나죠. 하지만 대화를 통해 이 아이디어를 조금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그게 더 효과 있는 경우도 많죠라고 로프티스는 말한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앞으로 쓰지도 않을 아이디어를 내놓느라옆길로 새고’, 너무 극단적인 아이디어까지 끌어내 날개 한 번 펴보지도 못하게 된다는 게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목표지향적 사람들이 보기에 확산적 사고는 프로젝트의 방향성에 대해 불필요한 모호성을 만드는 걸로 보인다. 리더는 이런 사람들이 불안감과 근심을 극복하도록 도와야 한다.

 

늘 쉽지는 않다. 관리자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헬싱키에서 경영지원 서비스를 운영하는 어느 매니저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기도 했다. “저도 이해를 다 못하는데, 이걸 어떻게 직원들에게 설명하죠?” 그녀는 비즈니스에 걸림돌이 되는 요식행위를 제거할 방법을 찾으려고 디자인싱킹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주안점은 야외 식당과 행사장에 대한 승인 과정을 간소화하는 것이었다. 이 승인 과정은 최대14개나 되는 시 기관을 거쳐야 했다. 그녀는 자문자답하며 모범을 보였다. 디자인싱킹 과정에 대담하게 뛰어들면서 스스로 느끼고 있는 불확실성을 직원들과 공유했고, 새로운 접근법이 솔루션을 찾기 위한 방편으로서 정해진 답이 없을 뿐, 방향을 잃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전달했다.

 

 

 

 

디자인싱킹의 근본은 가능한 솔루션을 최종사용자, 직원, 기타 이해관계자들과 대충이라도 빠르게 테스트해 보는 것이다. 보잉은 이 과정을스토밍storming이라 불렀다. 브레인스토밍과 비슷하지만 단순히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차원을 넘어 실행해 보는 것이다. 이 과정에는 모형을 만들어 보거나 구상된 계획의 가상 영상 제작 등이 동반된다. 이렇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공물이 있으면 가설만 놓고 논의하는 것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확실하며 유용한 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 리더는 시간과 자원을 제공해 이런 실천 사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시제품이 실패하더라도 그런 노력은 일보 전진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직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이들이 자칫 업무의 가치에 대해 품을 수 있는 의구심에 대처해야 한다. 리더는 무엇을 성취하고자 하는지, 누구를 위해 성취하고자 하는지를 명료하게 밝혀야 한다.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공립 고등학교 올림푸스 아카데미Olympus Academy의 설립자이자 교장인 세스 쉔펠드Seth Schoenfeld는 학습 성과를 만들어 내는 방식(가령 학생에게 새로운 역량을 가르치는 방법)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보통 그는 학생과 교사들을 소집해 그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해 보라고 요구하곤 했지만, 이번엔 뉴욕 시 교육부의 프로그램 일환으로 디자인싱킹을 시도해 보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 대신 교육부에서는 조언해 줄 고문단과 비디오카메라 같은 도구를 제공했다. 쉔펠드는 팀에 디지털화된 학생 중심인 교육환경에서 가상의 학생이 하루를 보내는 장면을 묘사한 짧은 영상을 만들어 보라 주문했다.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이 영상을 이용해 새로운 시나리오(온라인으로 학습자료를 볼 수 있고, 각 학생의 능력과 학습진도에 따라 수업이 진행되며, 한 가지 과정이 끝나면 다음 과정이 곧바로 실행되는 시나리오)를 실현해 보였다. 학생이 팀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던 해당 영상은 앞으로 학교가 택할 수 있는 대안과 그 장점에 대한 열띤 토론으로 이어졌다. 영상에 관해 논의하면서, 교장과 교사들은 어떻게 하면 더 광범위하면서 통찰력 있는 목표를 세울 수 있을지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이때 세운 목표는 대부분 나중에 실현됐다. 이 방법이 이전의 프로젝트 방식과 크게 달랐기 때문에 지도부의 지원과 지도를 받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홀스테브로 지방자치구의 음식배달 서비스를 재설계하는 프로젝트에서 폴라 상일은 디자인싱킹 팀에 식당 스타일의 서비스를 만들어 보라 요청했고, 팀은 이 서비스를 실제 고객을 대상으로 테스트하며 반복작업을 통해 개발해 나갔다. 또 팀원들에게 다양한 시나리오를 직접 겪어보라 주문했다. 직원들은 이 프로젝트를 실없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얻은 고객 피드백은 이 방법을 통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식욕이 별로 없는 이들을 위한 소량 식사 제공과 같은 아이디어는 혁신의 목표인 비용 절감도 이뤘다.

 

앞으로의 상황을 리허설해 보려면 리더가 성취해야 할 중요한 결과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고객 경험 혁신을 목표로 한 어떤 프로젝트에서 노르웨이 거대 보험사 옌시디에Gjensidige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제품화해 훌륭한 고객 서비스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친근하게 굴며 고객과 공감할 것, 고객 문제를 즉시 해결할 것, 고객에게 기대에도 없었던 조언을 해 줄 것 등이다. 이런 원칙이 너무 단순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껏 리스크 관리와 통제를 중시했던 금융기관으로서는 혁명에 가까웠다. 이런 원칙을 세우자 업무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전에는 고객의 보험 청구를 의심을 품고 살폈지만 이제는 긍정적 고객 경험을 체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이를 위해 리더는 이런 변화가괜찮다는 사실을 직원들에게 확실히 커뮤니케이션해야 했다. 신뢰감 형성을 위해, 허위 보험 청구에 직원이 속는 등의 리스크가 발생하더라도 신중하게 대응했고, 보험 처리가 잘못됐을 때에도 고객 서비스는 출중했다는 점을 분명히 격려했다. 이런 혁신을 통해 옌시디에는 고객 서비스와 충성도 부문에서 해당 시장(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기타 발트국가)에서 활동하는 100여 개 기업 중 상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솔루션을 테스트하는 데 있어, 우리가 조사한 리더는 외부 고객만이 아니라 직원을 위한 (때로는 다른 관계자를 위한) 가치 창출을 중시했다. 이를 통해 변화의 잠재적 이익을 넓히고, 여러 그룹의 전문적 인정을 확보함으로써 더 오래 지속되는 변화를 가져왔다.

 

업계 거물인 그런포스Grundfos는 양수기 기술의 세계적 리더기업으로서 차세대 펌프 개발을 시작했다. 디자인 팀은 양수기 제어장치나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고도로 디지털화돼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어떨까? 당연히 팀은 디지털 기술을 연구하고 고객의 니즈를 조사해 보려 했다. 둘 다 물론 프로젝트에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중역들은 팀원들이 가치 창출의 대상인 다른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폭 넓게 생각해 보라 요청했다. 즉 다른 회사에서 일하거나 실제로 펌프를 설치하는 기술자들도 포함해 생각해 보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어떤 배경에서 일하는가? 어떤 니즈를 갖고 있는가?

 

 

리더는 디자인싱킹 프로젝트를 위임해 놓고 뒤로 물러서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는 자리다. 계속 프로젝트를 주시하며 팀에 언제 개입해야 할지를 부단히 파악해야 한다. 이런 시도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팀원들의 감정적 상처나 불편함도 극복하도록 도와야 한다. 팀이 모든 우회로를 탐험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이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될 것이라는 확신을 유지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동시에 너무 엄격히 굴어서는 안 된다. 팀원들이 스스로 결과물을 만들고, 경영진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 프로세스에 참여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디자인싱킹 프로젝트를 맡긴 리더는 팀의 성공을 독려하는 코치가 돼야 한다. 필요할 때는 손을 잡아주되, 팀이 진전을 보이면 물러서야 한다. 쉽지 않은 역할이다. 디자인싱킹은 어렵다. 변화를 관리하는 이상의 근본적인 무언가를 다루는 일이기 때문이다. 즉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를 밝혀내는 일이다. 우리가 연구한 경영자들은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자신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하며, 조직 혁신을 가져오는 여러 다른 전략과 디자인싱킹과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번역 송채영 에디팅 이방실

 

 

크리스천 베이슨(Christian Bason)은 코펜하겐에 위치한 국가지원단체 덴마크디자인센터의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D. 오스틴(Robert D. Austin)은 아이비경영대학원 정보시스템 교수이며, 학습혁신 이니셔티브 담당 교직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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