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8월호

디지털화, ‘파괴’ 없이도 가능하다
네이선 퍼(Nathan Furr),앤드루 시필로브(Andrew Shipilov)

FEATURES TRATEGY

디지털화,‘파괴’이도 가능하다

전면적인 변화보다는 적응을 통해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네이선 퍼

인시아드 조교수

앤드루 시필로프

인시아드 교수

 

 

 

 

 

 

IDEA IN BRIEF

문제점

디지털 전환이 비즈니스의 급진적 파괴, 기술에 대한 대규모 신규 투자, 모든 물리적 채널의 가상화, 기술 스타트업 인수를 수반한다고 믿는 경영자들이 많다.

 

발생 원인

디지털 기술은 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 적용되고 있어 경영자들이 우선순위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결 방안

이 아티클의 두 필자는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다섯 가지 중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기업 경영진이 현 트렌드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잔한 제네바 호수를 내려다보며 즐기던 느긋한 점심식사가 끝날 무렵, 한 글로벌기업의 전무(SVP)가 우리에게 이렇게 털어놓았다. “우리 회사에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관련 위원회가 12개나 됩니다.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이니셔티브도 진행 중입니다. 여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디지털 전환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아무도 몰라요.”

 

가장 기본적인 차원에서 보면 그 뜻은 간단하다. 빈번하게 사용되는 이 용어는 간단하게 해석하자면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도록 한 조직의 전략과 구조를 조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전혀 새로운 도전과제는 아니다.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는 수십 년 전부터 존재했으며, 이 기술들은 제품과 서비스를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제공하는 방식까지 바꿔놓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전무가 한 말의 요지는 기업이 디지털 전환이 담고 있는 의미를 구체적인 실행계획으로 전환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오늘날의 컴퓨터는 옷 주머니에 넣거나 손목에 찰 수도 있다. 이들 컴퓨터에서 실행되는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덕분에 기존에 인간이 일일이 손으로 했던 비용 관리 같은 작업을 자동화하고, 하드웨어를 가상화하고, 특정 고객을 겨냥한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점점 쉬워지고 있다. 게다가 이런 앱으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디바이스에 탑재된 센서와 인터페이스가 실시간 데이터를 제공함에 따라 정보에 근거해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고 기계에서 생성된 추천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요약하면, 디지털 기술은 더 이상 IT업계의 전유물이 아니며, 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어떤 기회를 추구하고 어떤 이니셔티브를 우선순위에 둘지의 관점에서 디지털 전환이 갖는 실질적인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경영자들이 고심하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많은 경영자들이 디지털 전환을 비즈니스의 급진적 파괴, 기술에 대한 대규모 신규 투자, 물리적 채널의 완전한 가상화, 기술 관련 스타트업 인수를 수반하는 일로 생각한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물론 이 같은 패러다임 전환이 수반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연구하고 경험한 바에 따르면 대다수 기업에서 디지털 전환이 낡은 것을 새것으로 모조리 바꾸는 전면적인 파괴와 상당히 다른 양상으로 일어나고 있다. 변화는 반드시 수반된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제조공정, 유통채널, 혹은 비즈니스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전환transformation은 제품 및 서비스를 통해서 고객에게 전달하려는 핵심가치 제안core value proposition을 보다 잘 제공하기 위해 여러 단계를 점진적으로 밟아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중대한 오해들을 바로잡고 기업 경영진이 현 트렌드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그간 기업 60여 곳과 강의하면서 만난 고위경영진 수백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얻은 통찰을 지금부터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일부 경영자들은 디지털 전환을 하기 위해 자사의 가치 제안을 극적으로 바꾸거나 대대적인 파괴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 결과 디지털 전환에 착수하는 기업 중 다수가 애플의 선례를 따르고 완전히 새로운 고객 니즈에 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하이테크 핵심 제품 또는 플랫폼을 찾으려고 애쓴다. 이들 가운데 성공하는 일부 기업도 있겠지만 우리는 대다수 기업이 충족해야 하는 고객 니즈는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디지털 툴을 활용해 이런 니즈에 부응하는 최상의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프랑스 고급 패션 소매업체 갤러리 라파예트Galeries Lafayette의 한 고위임원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이것은 또 하나의 현대화입니다. 우리는 100년 넘는 역사를 거치면서 대형마트, 쇼핑몰, 전문체인, 패스트패션의 등장, 브랜드의 소매시장 진출과 같은 많은 변화를 겪어왔고, 이제는 전자상거래로의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컨테이너 선사 머스크는 이 임원의 말이 무슨 뜻인지를 잘 보여주는 좋은 예다. 글로벌 무역장벽과 전 세계 공급망의 비효율은 해상 운송비에 영향을 미친다. 해운업계는 투명성 부족 문제에도 시달리고 있다. 모두 익숙한 난제들이다. 디지털은 머스크에 새로운 해결방안을 제시해줬다. 머스크는 단일 출처에서 제공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공급망 정보에 빠르고 안전하게 접근하기 위해 IBM 및 정부당국과 손을 잡고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실시간 센서데이터 수신기능과 결합돼 조직간 작업흐름의 신뢰성을 확보해 주고 행정비용을 낮춰주고 글로벌 수송 위험 평가를 개선시켜 준다. 이 같은 변화 덕분에 머스크는 핵심고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머스크가 구글처럼 완전히 탈바꿈한 것은 아니다. 머스크의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이 신속하고 믿을 수 있고 비용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디지털 기술을 스마트하게 활용하면 이런 서비스의 능률과 투명성이 개선될 수 있다.

 

또 다른 좋은 예로 러시아 항공사 아에로플로트Aeroflot를 들 수 있다. 아에로플로트는 세계 최악의 항공사에서 최고 항공사 중 하나로 탈바꿈했다. 2010 44%였던 순추천고객지수Net Promoter Score 2016년에는 72%로 올랐다. 회사가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2009 64.5%였던 여객탑승률passenger load 2016년에 81.3%로 상승했다고 한다. 어떻게 가능한 일이었을까? 아에로플로트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운항, 보고, 승객예약, 스케줄링, 고객관리 등 핵심 활동을 대폭 개선했다. 특히 경영진이 450여 개의 핵심성과지표(KPI)를 한눈에 개괄적으로 볼 수 있는 대시보드를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항공기에 장착된 센서가 보내주는 정보를 취합해 항공기 성능과 예방 정비의 가시성을 확보함으로써 운영비를 절감했다. 사내 홍보부는 기자들의 회사 데이터 관련 문의에 더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직원 수도 줄일 수 있게 됐다. 대시보드를 통해 모든 정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에로플로트는 애초에 기존 항공사에 적용할 목적으로 개발한 디지털 아키텍처를 저가 항공사용으로도 쓸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작업에 성공한 항공사는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아에로플로트의 존재 이유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아에로플로트는 변함없이 여러 목적지로 가는 항공권을 판매하는 여객 항공사다. 단지 디지털 툴을 이용한 덕분에 효율성과 사용자 친화성을 높였을 뿐이다.

 

그렇다고 파괴 현상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분명히 말해 두자면, 상황은 급변하고 있으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기업은 디지털 툴을 활용하는 다른 기업들보다 뒤처지거나 붕괴되고 말 것이다. 전통적인 산업이 이런 파괴의 타격을 가장 심하게 받고 있지만, 이들 업계의 실제 사정은 겉보기보다 조금 더 복잡하다. 한 업계의 파괴 여부는 언제나 그 업계가 고객을 위해 하는 일의 성격에 따라 좌우된다. 파괴적인 신규 시장 참여자보다 디지털 툴을 활용해 고객의 니즈에 더 잘 부응할 수 있는 기존 기업이라면 계속 번창할 수 있을 것이다.

 

 

 

 

택시업계의 경우를 살펴보자. 우버가 택시에 미친 영향은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는 디지털 파괴 사례 중 하나다. 우리 고향인 파리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생계에 대한 실질적 위협을 느낀 택시운전사들이 벌인 파업을 대중은 기억한다. 하지만 지금 파리 택시회사들은 번창하고 있다.

 

제세트G7 1905년에 설립된 전통적인 택시기업이다. 다른 많은 택시회사들과 마찬가지로 한때는 제세트 택시운전사들의 불친절은 파리에서 악명 높았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제세트도 우버처럼 택시 예약 앱을 개발했다. 이 앱으로 승차공유, 일반택시, 친환경차(하이브리드차 또는 전기차), 승합차, VIP 택시 등 다양한 수준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 밖에도 길가에서 택시를 잡거나 길모퉁이에 정차된 택시에 바로 탄 뒤 앱에서 네 자리 코드를 입력해 택시비를 결제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제세트와 우버 사이에는 몇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제세트 택시운전사들은 교육이 더 잘돼 있고 차가 더 청결하며 정확한 시간에 차량을 대기시킨다.(우버의 경우 승차 예약시간과 실제 도착시간 간에 최대 15분의 오차가 있다.) 더 중요한 점은 제세트의 평균 운임이 우버보다 약간 더 비싸지만 가장 필요한 때에는 훨씬 저렴하다는 것이다. 우버는 경우에 따라 2배에서 많게는 8배의 할증을 적용하는 데 반해 제세트는 할증을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버의 등장으로 기존의 택시회사들이 서비스 개선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제 제세트 소속 운전사들은 에티켓 교육을 받는다. 그렇다고 디지털의 도래가 제세트의 가치 제안을 전면적으로 바꾸게 했다는 것을 반박하기는 어렵다.

 

호텔업계도 디지털 기술의 부상으로 존립을 위협받고 있는 업계로 꼽히고 있다. 익스피디아 같은 온라인여행사(OTA)에서부터 시작해 에어비앤비 같은 플랫폼, 그리고 이제는 구글 같은 검색엔진이 위협을 가하고 있다. 우리가 디지털 기술의 영향을 주제로 안 소렌슨Arne Sorenson 메리어트 CEO를 인터뷰했을 때, 소렌슨은 이런 위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않았다. “디지털 세력은 확실히 획기적이고 강력합니다. 가끔 무시무시할 때도 있죠.” 소렌슨은 말했다. “우리는 지금 고객 유치를 두고 절대전쟁absolute war을 벌이고 있어요.”

 

소렌슨은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주요 요인 중 하나가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기술은 반드시 효율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소비자들의 로열티가 높은 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이와 동시에 규모가 충분히 크고 우리 고객들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을 반드시 갖춰서 우리가 직접 예약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구글을 능가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 호텔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그 기반이 디지털 플랫폼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플랫폼의 목적은 고객과의 접점을 만드는 것입니다.” 메리어트는 늘 그렇게 해 왔다. 에어비앤비에 맞서고 고객을 자사 사이트로 직접 유인하기 위해 플랫폼을 내놓는 동시에 메리어트가 가장 잘하는 일, 즉 훌륭한 호텔 및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일에도 집중하고 있다. 메리어트 혹은 그 자매회사인 스타우드Starwood에 묵는 고객들은 이들 호텔이 자랑하는 호화로운 매트리스와 침구가 보통의 에어비앤비 숙소에는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디지털 전환 때문에 회사의 존재 이유가 바뀌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회사가 초점을 둬야 할 기술을 파악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디지털 파괴를 하려면 핵심 사업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믿는 경영자들은 결국 사업의 방향성을 상실하고 만다. 반면에 단순하게 고객의 해결과제를 더 잘 수행하는 것을 도전과제로 삼는 경영자는 고객(고객 경험, 관계 시너지 등)이나 핵심 역량(핵심 시너지 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기술에 중점을 둘 공산이 크다. 머스크, 아에로플로트, 제세트처럼 당신의 회사 역시 디지털 시대에도 기존 핵심고객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고객들의 니즈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디지털 덕분에 더 나은 방법으로 고객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디지털이 비효율적인 중개인과 고비용의 물리적 인프라를 제거해 주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고 물리적 요소가 완전히 없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사실 지금까지 문서화된 증거들이 보여주듯이 많은 소매업체들이 물리적 요소와 디지털 요소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를 만드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소매업체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소비자 대면 기업들에서도 동일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소매업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전형적인 예로 갤러리 라파예트가 있다. 온라인 매장들을 상대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갤러리 라파예트는 오프라인 매장만이 제공할 수 있는 고객과의 물리적 근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다. 디지털 모델과 물리적 모델 둘 다 장점이 있다. 물리적 모델은 고객과 정서적 관계를 구축하게 해주는 한편, 디지털 모델(특히 인공지능)은 고객 니즈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과거에는 기업이 제품에만 초점을 맞추느라 고객에 대해서는 충분히 관심을 두지 못했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을 적용하면 고객을 중심에 두고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갤러리 라파예트는 고객을 보다 잘 이해하는 동시에 고객과 정서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샹젤리제 거리에 문을 연 신규 지점에서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자연스러운 융합을 구현했다. 샹젤리제 지점은 선별된 럭셔리 제품을 구비하고 방문 고객과의 원활한 소통능력, 패션 및 스타일에 대한 전문성, 소셜미디어 활용 능력을 갖춘 판매직원을 배치할 예정이다. 퍼스널 쇼퍼 혹은 퍼스널 스타일리스트로 불리는 이들 직원은 담당 고객과 정서적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물리적 매장을 초기 고객유인 거점이자 고객접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러면 쇼핑객들은 디지털을 통한 거래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이 신기술은 판매직원들이 고객과 해당 고객의 취향을기억하고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고객맞춤형 혜택을 파악하는 데에도 유용할 것이다.

 

갤러리 라파예트는 오스만 거리에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이미 이런 전략을 실시하고 있다. 매장 직원들은 태블릿 PC를 사용한다.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은 온라인 검색을 통해 제품 정보를 미리 숙지했기 때문에 특정 제품에 대해서는 판매직원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다. 직원은 태블릿 PC로 온라인 카탈로그를 재빨리 훑어봄으로써 고객이 알고 있는 정보를 따라잡을 수 있다.

 

쇼핑객들은 제품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물리적 매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온라인으로 아이템을 예약하면 매장을 방문해 직접 사용해본 후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아니면 온라인으로 구매한 상품을 매장에서 수령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건 판매직원은 퍼스널 쇼퍼처럼 행동하는 법을 알아야 하는데, 직원이 갖고 있는 제품 및 고객 데이터를 활용하면 된다.

 

수많은디지털 퍼스트브랜드들이 같은 길을 따르고 있다. 일례로 순수한 디지털기업으로 출발한 보노보스Bonobos는 이제 고객들이 옷을 직접 입어볼 수 있는 물리적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구입한 옷은 중앙에서 관리하는 재고에서 직접 배송된다. 또다른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 와비 파커Warby Parker도 물리적 매장을 통해 친절한 고객 경험을 만들어낸다. 두 소매업체는 갤러리 라파예트처럼 디지털로는 제대로 충족시킬 수 없는 니즈(정서적 관계 구축, 옷을 직접 입어보고 안경을 착용해보는 경험 제공)에 부응하는 한편, 기술을 통해 데이터를 활용하고 비용 효율을 달성하고 있다.

 

에너지 부문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의 여러 전력공급회사들은 스마트 온도조절장치와 다양한 감지기 및 탐지기를 포함한 커넥티드 홈 시스템connected home systems에서 물리적 요인과 디지털 요인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결합했다. 스마트 홈 디바이스 시장에는 구글과 아마존도 진출해 있다. 하지만 유틸리티 업체들에는 스마트 온도조절장치의 가치 제안을 지원하는 엔지니어(또는 선정된 도급업체)가 있고 이들의 설치, 유지, 보수 서비스가 고객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런 회사 중에는 예방정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있다. 이를테면 난방시스템에 이상이 생길 조짐을 감지기가 인식하면 온도조절장치가 이를 고객에게 알리고, 고객은 수리기사 방문일정을 미리 잡아둘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수리기사는 방문 전에 시스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수리에 필요한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방문할 수 있다. 이렇게 물리적 요소와 디지털 요소를 매끄럽게 통합하면 방문횟수와 필요부품 수를 대폭 줄일 수 있고 고객은 불시에 닥치는 불편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여행사인 TUI UK도 물리적 요소와 디지털 요소의 하이브리드 전략을 택했다. 초기에 이 회사의 입지는 매우 위태로운 상태였다. 여행사 업계는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TUI UK는 디지털 전환에 착수하면서 많은 고객들이 디지털을 통해 여행 계획을 짜고 싶어하면서도 물리적인 지점에서 사람과 직접 대면해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고 복잡한 여행 일정을 제대로 숙지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기업들은 종종 스타트업을 인수·통합함으로써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에 접근하려고 한다. 이런 접근방식을 따를 경우 스타트업의 문화가 죽고 창업과정에서 영입한 인재가 이탈할 위험이 있다. 스마트한 기업들은 스타트업으로부터 배우고 시너지를 낼 수 있을 만큼 강하면서도 스타트업 고유의 문화를 파괴하지 않을 만큼 느슨한 하이브리드 관계를 구축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따라서 이들은 스타트업의 소유권을 쥐더라도 준독립적인 경영을 허용한다.

 

그 좋은 예가 190억 달러 가치의 글로벌 기술솔루션 제공업체 애브넷Avnet이다. 애브넷은 핵스터Hackster.io와 드래곤 이노베이션Dragon Innovation이라는 디지털 기업을 인수했다. 핵스터는 전 세계 메이커들이 신제품 아이디어(도시의 소음 및 오염도를 모니터링하는 센서, 증강현실 헤드셋, 아기 산소 모니터 등)를 올리는 플랫폼이다. 드래곤 이노베이션은 기업들이 프로토타입 전자제품을 양산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스타트업이다. 애브넷의 데이나 배드혼Dayna Badhorn 신생사업 담당 부사장이 준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두 업체와 애브넷 간 소통채널 역할을 하고 있다. 배드혼 부사장은 과도한 계획 수립, 느린 제품 개발 사이클 등 모기업의 비능률성이 피인수 기업들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보호하는 동시에 애브넷이 두 업체로부터 민첩성agility을 배우고 신속한 실험의 중요성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핵스터와 드래곤 이노베이션은 배드혼을 수호천사라고 부른다.

 

수호천사의 중요성은 갤러리 라파예트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라파예트 플러그앤드플레이Lafayette Plug and Play의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라파예트 플러그앤드플레이는 리치몬트Richemont, 카르푸Carrefour, 라가데르 면세점Lagardère Travel, 키아비Kiabi등 다수의 전통적인 대형 소매업체들을 파트너로 두고 있다. 갤러리 라파예트의 경영진이 많은 시간을 들여 플러그앤드플레이가 지원하는 스타트업들과 소통하려 했지만 초기에는 이런 소통을 실질적인 프로젝트로 구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프로젝트를 끝까지 관리해 주는 프로젝트 리더가 따로 없었기 때문이다. 갤러리 라파예트가 담당 관리자를 임명하면서 이런 상황은 개선됐다. 갤러리 라파예트는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문화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액셀러레이터로부터 스타트업을 인수하지 않는다. 스타트업과 꾸준히 소통하는 담당자를 두면 액셀러레이터와 긴밀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함께 이니셔티브를 실행하는 일이 훨씬 수월해진다. 다른 파트너사들도 이런 관행을 따르기 시작하면서 스타트업과의 공동 프로젝트 추진율이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위의 사례들에서 보듯이 수호천사는 두 조직의 장점만을 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수호천사는 스타트업이 자사의 미션(인재 대다수가 이 미션 때문에 조직에 남는다)을 계속 추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와 동시에 스타트업의 미션과 대기업의 미션을 연계시키고, 업무시간 낭비의 주범으로 오랫동안 지목돼 온 관료주의와 보고체계가 스타트업 팀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보호해 준다. 한편 대기업은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프로세스, 문화, 기술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경영자들은 디지털 전환이 주로 기술 변화의 문제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물론 기술 변화도 수반된다. 하지만 스마트한 기업은 디지털 전환이 궁극적으로는 영업활동의 효율성 증대, 개인 맞춤형 대량생산,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제공 등 어떤 방법으로든 고객 니즈를 보다 잘 충족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디지털은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과거에는 개별적으로 진행하던 활동들이 서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해주고, 더 나아가서는 이런 연계를 요구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은 많은 경우 인력과 기술을 모두 재편성해야만 한다.

 

이는 사실상 구조의 변화를 의미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보다 민첩한 조직이 필요한 경우라면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과 권한이 있는 소규모 조직(스쿼드)을 별도로 꾸리는 것이다. 스쿼드가 팀의 일종이기는 하지만 기업가처럼 핵심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점에서 대다수의 대기업 내 팀과 차이가 있다.

 

신용카드 대기업 마스터카드는 스쿼드를 위한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두고 있으며, 마스터카드 랩스Mastercard Labs가 이 프로세스를 관리한다. 다양한 기능 영역의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제출하면 그중 우수한 것들을 선별해 총 3단계의 상을 수여한다. 각 상은 오렌지박스, 레드박스, 그린박스라고 부른다. 오렌지박스는 직원들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탐구하고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오렌지박스 수상자는 1000달러 상당의 선불카드와 함께 특정 고객 문제의 해결책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수 있도록 코칭을 받는다. 레드박스 단계에서는 아이디어를 개념화한다. 수상팀은 테스트, 프로토타입 개발, 조사 비용으로 25000달러를 받고, 콘셉트를 다듬기 위해 거쳐야 할 단계들의 윤곽을 잡을 수 있도록 90일 동안 지도를 받는다. 그린박스는 마스터카드 랩스 내의 공식 인큐베이션 프로젝트를 통해 상용화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단계에서 팀원들은 본업을 떠나 6개월간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주요 글로벌 은행인 ING는 이런 스쿼드를 보다 전통적인 조직구조 안에서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ING는 적합한 역량을 지닌 직원들을 기업 간 이니셔티브에 배치하고 직원들이 한 이니셔티브를 지나치게 오래 붙들고 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들 사내기업가가 역할 간 전환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했다. ING PIE라는 일련의 내부 프로세스를 개발했다. 프로젝트protect를 나타내는 P는 이니셔티브가 실패로 돌아갈 경우에 스쿼드 프로젝트를 위해 본업을 떠난 직원들이 본업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독립성independence을 나타내는 I는 스쿼드 멤버마다 각자의 자원이 있고 독자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격려encouragement를 나타내는 E는 스쿼드가 성공을 거둘 경우에 스쿼드의 성과를 전사적으로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스쿼드가 실패한다 해도 괜찮다. 비교적 뒤늦게 판명된 실패라 하더라도 실패로 인해 스쿼드 멤버들의 경력이 위태로워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랠프 해머스Ralph Hamers ING CEO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실패에 대해 솔직해야 합니다. 그리고 실패하는 과정에서 배운 모든 것들에 대해서도 솔직해야 합니다. 우리는 색다른 접근방식을 통해 경쟁자들보다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이 교훈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프레이밍Framing의 측면 역시 고려해야 한다. 노르웨이 통신 대기업 텔레노어Telenor(이 글의 필자인 네이선이 컨설팅했던 업체)는 디지털 전환을 하면서 직무 정의에 대한 실험을 했다. 텔레노어는 기능조직과 손익(P&L)을 관리하는 사람을 나타내는 프로덕트 오너대신에 고객여정을 설계하는 프로젝트 매니저라는 직책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이들을 대외적으로는 고객 문제에 집중하고 내부 조직 간 경계를 가로질러 신속하게 움직여 솔루션을 내놓는 미니 CEO처럼 일하도록 북돋는다.

 

마지막으로 스쿼드 체제로의 전환이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재편성의 극단적인 예가 바로 ING. ING는 부문division과 기능조직function을 없애고, 고객여정 개선을 위한 스쿼드를 둔 민첩한 조직구조를 도입했다. 조직 재편성 당시 주말 사이에 전 직원이 해고됐다. 해고된 직원들은 각자가 해결해야 할 고객 니즈의 관점에서 직무를 재신청해야만 했다. ING는 이를 비롯한 유사한 이니셔티브들을 통해 5년 안에 네덜란드와 벨기에 직원 수를 30~40%가량 줄일 계획이다. 모든 전환이 이만큼 극적이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직무 재정의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마찰은 불가피하다.

 

 

 

 

디지털 전환을 하려면 궁극적으로는 기존 백엔드back-end시스템을 급진적으로 바꿔야 할 수도 있지만, 전면적인 IT 재정비부터 시작하면 큰 위험이 따른다. 스마트한 기업들은 프런트엔드front-end애플리케이션을 신속하게 개발하는 반면 회사 내부 업무를 하는 구형 시스템을 모듈화 및 애자일 방식으로 천천히 교체한다. 이는 프런트엔드와 백엔드를 연결해 주는 미들웨어 인터페이스middleware interface를 구축하거나 양손잡이처럼 사업부에 지금 당장 필요한 솔루션을 도입하는 사이에 IT가 백엔드를 바꾸는 방법을 통해 가능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존 시스템 중 일부가 차츰 기능을 상실할 수는 있지만 고객 니즈의 충족을 위한 개선은 기존 시스템의 상태와 무관하게 지금부터 꾸준히 해 나가면 된다.

 

예를 들면 TUI는 디지털 전환에 착수하면서 한 가지 난제에 봉착했다. 이 회사의 소매, 전화, 온라인 사업이 지리적·운영적으로 서로 분리돼 있었고, 백엔드 예약 시스템은 사용한지 35년이나 된 상태였다. 당시에 TUI에게는 기술이 매우 중요했다. 익스피디아를 비롯한 다른 온라인 여행사의 부상은 여행사 업계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면적인 IT 재편성을 통해 디지털 여정을 시작하는 것은 TUI가 보기에 상당히 그럴듯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과거 사례들을 보면, 다수의 복잡한 미션 크리티컬mission-critical시스템을 한꺼번에 교체하려 한 시도들이 거의 대부분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TUI 경영진의 일원이었던 재키 시먼즈Jacky Simmonds는 이렇게 말했다. “핵심은 이상적인 고객여정을 먼저 구상한 다음, 이 고객여정이 사업적인 관점에서 타당한지 아닌지 디지털의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입니다.”

 

TUI는 전면적인 재편성에 착수하는 대신에 기술 교체를 위한 3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초기에는 고객 경험 개선에 초점을 두고 개인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TUI는 이 과정에서 고객들이 디지털 세계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미들웨어 인터페이스를 통해 프런트엔드 애플리케이션과 기존 백엔드를 연결했다. 그 다음에는 백엔드를 모듈화된 여러 개의 서브시스템으로 나누고 단계마다 프런트엔드 기능을 추가하며 시스템을 서서히 교체했다. TUI는 백엔드나 프런트엔드의 구성요소를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하나의 시장에서 테스트를 해보고 프로토타입을 반복적으로 수정·보완한 뒤 다른 사업부들에 적용했다.

 

TUI가 시장의 다양성을 고려해 예약 시스템을 보다 광범위하게 적용하지는 않기로 결정했지만, 일관성 있는 디지털 전략 덕분에 모든 시장이 서로 협력해 기술 투자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TUI는 고객여정의 디지털화를 통해 10년 동안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

 

미들웨어 인터페이스의 연계 역할은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2015년 유럽연합 의회는 새로운 결제서비스규율지침Directive on Payment Services·PSD2을 도입했다. 이 법의 목적 중 하나는 제3의 개발자가 금융기관 주변에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었다. PSD2는 은행의 송금수수료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개인이 제3자가 제공하는 대안적인 서비스를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해 준다. 도이치뱅크, 헝가리 OTP은행과 같은 기관들은 기존의 인프라를 교체해 PSD2가 제기하는 도전과제들을 해결할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 인공지능 기반 자산관리회사인 웰시파이Wealthify같은 외부 제공자가 이들 기관의 기존 인프라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API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대기업들이 기존 시스템을 전혀 업데이트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기존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혹은 한꺼번에 업데이트할 때까지 디지털 전환을 미루는 것은 위험하다. 문제를 여러 개의 모듈로 나누고 중간층 인터페이스를 구축한다면 조직 핵심부의 운영 안정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고객 니즈 충족을 위한 실험을 계속 진행할 수 있다.

 

대다수 기업에 필요한 디지털 전환은 가치 제안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한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다. 실질적인 파괴의 위협을 느끼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보다는 디지털 툴을 이용해 조직 핵심부를 변화시키는 동시에 디지털이 주는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포착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 글에서 소개한 기업들은 모두 자체 비즈니스 모델에 다양한 디지털 요소들을 추가했다. 모든 변화가 파괴적이거나 침투적인 것은 아니었다. 성공의 비결은 고객 니즈에 집중하고, 조직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점진적인 변화를 따르고, 새로운 스킬과 기술을 획득하는 동시에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에 있었다. 이는 최고의 전통적인 기업들이 항상 잘해 온 일이기도 하다.

 

번역 장효선 에디팅 이미영

 

네이선 퍼(Nathan Furr)는 인시아드 조교수다.

앤드루 시필로프(Andrew Shipilov)는 인시아드 석좌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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