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월

기호의 역사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아이콘들은 기술을 원활히 운용하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어떤 아이콘들은 한눈에 기능을 알아볼 수 있게 생겼고 어떤 아이콘들은 종잡을 수 없는 모양새를 지녔지만 말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기호들 중에는 거의 사장될 뻔 하다가 살아남은 아이콘도 있고 알고 보면 덴마크 왕과 관련돼 있는 아이콘도 있다. 또 모티프로 삼은 사물이 과거의 유물이 돼가면서 이제는 그 의미를 짐작하기 어려워진 아이콘들도 있다. 이 글에서는 컴퓨터, 휴대폰, 소프트웨어에서 볼 수 있는 각종 기호들의 역사를 간략히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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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

1500년이 넘도록 명맥을 유지하는 장수 기호@

키보드의 @키를 하루에 몇 번이나 누르는지 한번 생각해보라. 아마도 e메일과 트위터 덕분에 사용 빈도가 매우 높은 기호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달팽이’, 네덜란드에서는원숭이 꼬리라 불리는앳 키(‘at’ swirl)’는 한때 수동 타자기와 함께 영영 잊혀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 이야기를 자세히 다루기에 앞서 @의 역사를 간략히 알아보자. <스미소니언 잡지(Smithsonian Magazine)>, 뉴욕현대미술관(New York’s Museum of Modern Art)이 소장한역사 속의 @’ 컬렉션에서 관련 자료를 제공받았다.

 

6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은 라틴어 전치사인 ad(현대 영어의 ‘at’ 또는 ‘to’에 해당하는 장소의 전치사)를 한 획에 쓰기 위한 합자(둘 이상의 글자를 한 글자로 만드는 것)였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은 베니스와 스페인의 상인들이 각각 측정 단위로 사용한 암포라(amphora, 항아리를 뜻함)와 아로바(arroba)를 나타내는 기호로 쓰이게 됐다. 나중에는비율(개당 가격)’을 뜻하는 기호로 진화해복숭아 12@1.5달러 - 총액 18달러’식으로 사용됐다.

 

@키는 1885년께 미국 언더우드 타자기(Underwood typewriter)에 등장했고 20세기에도 자판에서 자리를 지켰지만 사용 빈도는 점차 줄어들었다. 그리고 1971, 미국의 프로그래머 레이 톰린슨(Ray Tomlinson)은 잊혀지다시피 했던 @키를 살려낸다. R&D 업체인 BBN 테크놀로지(Bolt, Beranek and Newman)에서 아르파넷(ARPAnet)1] 상의 컴퓨터 간 메시지 송신 기술 개발을 담당했던 그는 @키를 초기의 e메일에 활용하기로 했다. 그 무렵 아무도 사용하지 않던 @키는 원래 장소를 의미하는 기호였으므로 이 새로운 쓰임새에 적격이었던 것이다.

 

: 1536, 이탈리아 상인이 @을 사용한 예. 아래: 1400년대, 스페인 카스티야 지역에서 밀의

운송과 관련해 @을 사용한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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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미 국방부가 개발한 인터넷의 모체


아이콘들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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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미국 IT 관련 유명 사이트 기즈모도(Gizmodo)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당시 공학자들은 이진법을 활용해 전원 버튼의켜짐 1, ‘꺼짐 0으로 표시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국제전기표준회의(IEC)에서는 이 두 숫자들을 결합해 오늘날의전원아이콘을 디자인했다. 원래 IEC에서는 이 기호를대기 상태라는 의미로 쓰려고 했지만 나중에 미국전기전자학회(IEEE)에서 제안한전원이라는 정의가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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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맨드 키

누구나 이 기호가 맥북 키보드의 단축키라는 사실은 알고 있겠지만 그 이유는 잘 모른다. 1983,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로고가 너무 흔하게 쓰이지는 않도록 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커맨드 키는 매킨토시의 상징인 사과 모양이었지만 잡스는 이를 지나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우리는 애플의 로고를 함부로 쓰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초창기의 맥 개발팀에서 일했던 앤디 허츠펠트(Andy Hertzfeld)는 디자이너 수전 케어(Susan Kare)와 기호 사전을 뒤진 끝에 고리 모양의 네 꼭짓점으로 연결된 사각형(looped square, ?)을 대안으로 선택했다. (이는성 요한의 팔(St. John’s Arms)이라고도 불린다.) 이 아이콘은 불운을 쫓기 위해 집과 가정에서 사용되는 기구들에 붙이던 고대의 표식이었고 오늘날에도 북유럽에서는지역의 관광지를 나타내는 표시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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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투스

블루투스(근거리 무선 연결 기술) 기호는 10세기경 지금의 덴마크와 노르웨이 지역을 지배했던 해랄드 블루투스 왕(King Harald Bluetooth)의 이니셜을 뜻하는 두 개의 룬(rune) 문자를 모티프로 한 디자인이다. 블루투스 왕은 덴마크의 여러 부족을 통합한 업적으로 유명한 인물로 기술적으로 보면 전기 신호를 교환함으로써 장비들을 통합하는 방식과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블루투스라는 명칭을 제안한 인물은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의 실무진 기술자였던 짐 카다크(Jim Kardach)였다. 원래는 급하게 출시 일정이 잡히는 바람에 마케팅팀에서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할 때까지만 사용하기로 한 임시 명칭이었다. 그러나 결국 이를 대체할 상품명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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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와이어

1995년 애플에서 디자인한 파이어와이어 기호는 기기들 간에 데이터를 고속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고속 직렬 데이터 버스를 의미한다. 중심에서 뻗어나간 세 갈래는 각각 비디오, 오디오, 데이터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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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넷

미국의 대형 IT기업 IBM의 데이비드 힐(David Hill)이 디자인한 이더넷 아이콘은 세 대의 컴퓨터가 연결된 모습을 닮았는데 바로 그게 핵심이다. 복수의 기기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를 이루는 시스템의 핵심을 잘 보여준다. 기즈모도(Gizmodo)의 게시글에도 언급돼 있지만 이 기호는 이더넷을 창안한 밥 멧칼프(Bob Metcalfe)의 초기 스케치와 매우 유사하다.

 

 

추억에 잠기거나, 혼란에 빠지거나

아래에 예시된 익숙한 아이콘들을 보면 당신이 어떤 세대에 속하느냐에 따라 똑같은 기호를 놓고도 구체적인 사물을 떠올리기도, 추상적인 개념을 연상하기도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시간이 흐르면서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물건들을 나타내는 아이콘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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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Gizmodo.com “아이콘 디자인 뒷이야기: 아무도 모르는 컴퓨터 기호 @#$%의 역사(The Secret Histories of those @#$%ing Computer Symbols)”, 브라이언 가디너(Bryan Gardiner), 2010 8 16. Folklore.org “애플 커맨드 키(Swedish Campground),” 앤디 허츠펠트(Andy Hertzfeld) Eetimes.com “기술의 역사: 블루투스 명칭의 유래(Tech History: How Bluetooth Got its Name)”, 짐 카다크(Jim Kardach), 2008 35. 디지반 컴퓨터 박물관(Digibarn Computer Museum) Hanselman.com “과거의 유물: 저장을 의미하는 플로피 디스크, 그리고 더 이상 의미를 알 수 없는 오래된 아이콘 14 (Throwbacks: The Floppy Disk Means Save, and 14 other Old People Icons that Don’t Make Sense Anymore)”, 스콧 한셀먼(Scott Hanselman), 2012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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