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월호

혁신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게리 P. 피사노(Gary P. Pisano)

혁신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혁신전략은 적절한 트레이드오프trade-off에 기반해 결정을 내리고 올바른 추진방식을 선택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다.

 

많은 기업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도 혁신에 성공하지 못한다.

 

Idea in Brief

 

문제점

혁신은 쉽지 않다. 실패율이 높고, 성공한 기업도 그 성과를 유지하지 못한다. 근본적인 원인은 유행하는 혁신방식을 무비판적으로 채택하거나 모범적인 혁신기업의 사례를 단순히 모방하는 함정에 빠지는 데 있다.

 

해결책

경영자는 혁신활동이 회사의 전반적인 사업전략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명시하는 혁신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혁신전략을 통해 가장 적절한 추진방식을 선택하고 모든 부서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혁신 우선순위에 대해 트레이드오프에 기반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단계

혁신전략의 수립은 혁신을 통해 어떻게 고객을 위한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 회사가 창출한 가치의 지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어떤 형태의 혁신을 추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제품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제품의 설계가 지속적으로 진화해야 하는 것처럼, 혁신전략도 환경의 변화에 따라 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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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실패할 때가 많다. 폴라로이드, 노키아,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야후, 휴렛팩커드 등 많은 기업이 보여줬듯, 혁신에 성공했더라도 성과를 계속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때도 많다. 혁신역량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은 왜 그렇게 어려울까? 그 원인은 흔히 지적되는실행 실패보다 더 근본적인 곳, 혁신전략의 부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략은 특정한 목표 달성을 위한 상호 보완적이며 일관성 있는 정책이나 행동에 대한 약속이다. 좋은 전략은 조직 내 다양한 그룹 간 협력을 촉진하고, 목표와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며,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돕는다. 기업은 정기적으로 전체적인 사업전략을 세우고 마케팅, 재무, 운영, R&D 등 여러 부서가 어떻게 이 전략을 뒷받침할지 구체화한다. 하지만 20년 이상 다양한 업종의 기업을 연구하고 자문한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혁신활동과 사업전략을 일치시키기 위해 혁신전략을 명확히 한 기업은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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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전략이 없으면 혁신활동은 최선이라고 여겨지는 추진방식들을 모아놓은 잡동사니가 되기 쉽다. 독립적인 연구팀들에 분산된 R&D, 사내 벤처 장려, 벤처캐피털 설립, 외부와의 연대 모색, 개방형 혁신과 크라우드 소싱의 채택, 고객과의 협력, 신속한 시제품화 등이 한데 모여 있는 식이다. 이 방식들 자체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는 조직의 혁신역량이혁신 시스템’, 즉 기업이 새로운 문제와 해결책을 찾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업 개념과 제품 디자인에 연결하며, 투자 대상 프로젝트를 선별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일련의 절차 및 조직구조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각각의 모범적인 사례들best practices은 반대 급부를 요구한다. 특정한 업무방식을 선택한다는 것 또한 혁신 시스템의 나머지 부분에 많은 보완적 변화를 요구하기 마련이다. 혁신전략이 없는 기업은 트레이드오프 의사결정을 내리고 혁신 시스템에 필요한 요소들을 선별할 수 없을 것이다.

 

다른 기업의 시스템을 모방하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 모든 기업에 적합하거나 어떤 상황에든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다. 물론 다른 기업에서 배우는 자체는 잘못이 아니지만, 예컨대 오늘날 성공적인 혁신기업으로 일컬어지는 애플의 시스템이 자사에도 적합할 것으로 믿는 것은 잘못이다. 명확한 혁신전략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화된 요구에 부합하는 혁신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혁신전략이 없으면 설사 명확한 사업전략이 있더라도 조직의 여러 부서가 상충되는 우선순위를 추구할 위험이 커진다. 판매 부서는 매일 대형 고객의 긴급한 요구를 듣는다. 마케팅 부서는 보완적인 제품을 개발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거나 새로운 유통경로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기회에 집중한다. 비즈니스 부서의 리더들은 목표 시장과 손익계산에 주력한다. R&D 부서의 과학자 및 엔지니어들은 신기술이 가져올 기회에 주목한다. 다양한 시각은 혁신의 성공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들을 공통의 우선순위에 따라 정렬하고 통합하는 전략이 없으면 다양성의 강점이 퇴색하고, 더 나쁘게는 자멸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업전략과 혁신을 긴밀하게 연결해서 장기간에 걸친 혁신에 성공한 사례로 전자디스플레이, 원격통신시스템, 환경 관련 제품, 생명과학장비 등의 특수부품을 생산하는 선도기업 코닝Corning을 들 수 있다. (필자는 코닝을 자문한 적이 있지만 이 글에 활용한 정보는 켄트 보웬Kent Bowen과 코트니 퍼링턴Courtney Purrington 2008년도 하버드경영대학원 사례연구 ‘Corning: 156 Years of Innovation’에서 얻은 것임을 밝혀둔다.) 다음 페이지의 연대표에서 볼 수 있듯, 코닝은 160년이 넘는 역사 내내 지속적으로 사업영역에 변화를 주고 신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키워왔다. 오늘날 최선으로 여겨지는 혁신방식과 비교하면 코닝의 사례는 구식으로 보인다. 코닝은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중앙연구소(뉴욕 주 북부의 설리번 파크 소재)를 갖춘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로 다른 기업들이 오래전에 포기한 기초연구에 투자를 많이 한다. 또한 대대적인 아웃소싱 및 생산기반의 해외 이전 추세와는 반대로 미국 내 대규모 생산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기술과 설비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코닝의 혁신방식은 매우 타당하다. 코닝의 사업전략은 고객사가 생산하는 복잡한 시스템 제품의 성능을 대폭 개선하는핵심부품판매에 중점을 둔다. 이 전략을 실행하려면 코닝은 유리 및 재료과학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해야 하며, 고객의 난제를 해결하고 신기술의 응용 분야를 모색해야 한다. 장기적인 연구개발 투자도 많이 해야 한다. 코닝은 중앙집중화 연구개발을 통해 핵심기술의 토대가 되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한다. 설리번 파크의 연구소는 재료과학 분야의 성과를 업계 문제 해결에 적용하는 전문지식이 축적된 저장소 역할을 한다. 새로운 재료는 흔히 부수적으로 생산방식의 혁신도 요구하므로 생산기술 및 설비에 대한 투자는 필수다. 또한 국내 생산기반을 유지하면 연구개발의 결과물인 신기술을 쉽게 제조 및 양산 기술로 전환할 수 있다.

 

 

코닝의 전략이 어떤 기업에나 적합한 것은 아니다. 장기적인 연구개발 투자에는 위험이 따른다. 1990년대 말 통신업계의 불황은 코닝의 광섬유 사업 부문에 엄청난 타격을 안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코닝의 사례는 기업의 산업전략과 핵심가치에 긴밀하게 연결된 명확한 혁신전략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그런 전략이 없으면 기업의 혁신역량 강화를 겨냥한 대부분의 시도가 실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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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전략의 연결

10년 전, 바이오 제약회사인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Bristol-Myers Squibb는 사업전략 전환의 일환으로 암 치료제를 제약 부문 주력 제품으로 결정했다. BMS는 단일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ies처럼 생명공학을 통해 개발된 약품이 암 치료에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하고 기술역량을 전통적인 유기화학 기반에서 생명공학 기반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암 치료제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사업전략은 기술역량을 생물학 쪽으로 전환하기 위한 새로운 혁신전략을 요구했다. (저자는 BMS에도 자문을 제공했지만 이 사례에 활용된 정보는 공개된 자료에서 얻은 것이다.)

 

좋은 전략을 수립하려면 항상 그렇듯, 혁신전략 역시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하도록 하는 목표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정의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성장을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다’, ‘우리는 가치의 창조를 위해 혁신한다’, ‘경쟁자들보다 앞서기 위해 혁신해야 한다같은 진부한 일반론을 넘어서야 한다. 이런 것들은 전략이 아니며 진정으로 중요한 혁신의 의미를 표현하지 못한다. 제대로 된 혁신전략이라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혁신을 통해 어떻게 고객을 위한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혁신을 통해 고객의 이익을 증가시키거나, 비용을 절약하게 하거나, 건강증진 또는 깨끗한 물과 같은 사회적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면 가치가 창출되지 않는다. 물론 혁신은 다양한 종류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혁신은 제품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사용을 쉽고 편리하게 하며, 내구성을 증가시키고, 가격을 낮출 수 있다. 혁신을 통해 어떤 종류의 가치를 창출할지 선택하고, 그 선택을 고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종류가 다른 가치를 창출하는 데 요구되는 역량은 서로 다를뿐더러 구축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예컨대 벨Bell연구소는 반세기 동안 전화교환기, 광전지, 트랜지스터, 위성통신, 레이저, 이동전화, 유닉스 운영체제를 비롯한 다양한 혁신적 신기술들을 개발했다. 그러나 벨 연구소의 R&D는 전화 네트워크를 개발하고 성능과 신뢰도를 개선하겠다는 전략에 따라 추진됐다. 트랜지스터의 발명으로 이어진 고체물리 연구 프로그램은 통신장비를 위한 새롭고 신뢰도 높은 부품 개발의 과학적 토대를 구축하려는 동기에서 추진됐다. 위성통신 연구는 제한된 대역폭bandwidth과 해저통신 케이블의 신뢰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애플은 일관되게 자사 제품이 경쟁사 제품보다 사용하기 쉽도록 하고, 고객에게 선보이는 제품군과 서비스 사이에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데 혁신활동의 초점을 둔다. 이에 따라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개발, 고유의 운영체제, 디자인에 중점을 두는 애플의 전략은 매우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혁신을 통해 창출된 가치의 일부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은 고객만큼이나 신속하게 모방자를 끌어들인다. 지적재산권만으로는 이런 경쟁자들을 막을 수 없다. 애플의 아이패드가 성공한 후 얼마나 많은 태블릿 컴퓨터가 출현했는지 생각해보라. 시장에 진입한 모방자는 가격 압력을 행사해 원래의 혁신기업이 확보할 수 있는 가치를 줄인다. 더욱이 혁신의 성과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공급자나 배급자, 또는 다른 기업이 지배적인 위치에 있다면 그런 기업들이 혁신으로 창출된 가치의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대부분의 PC 생산업체들에 얼마나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보라.

 

기업은 어떤 보완적인 요소, 역량, 제품, 혹은 서비스를 통해 경쟁사에 고객을 빼앗기지 않고 생태계에서 유리한 위치를 지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애플은 제품과 서비스 간 상호 보완성을 고안해서 고객이 타사의 태블릿보다 아이패드를 선호하도록 유도했다. 또한 운영체제를 통제해 디지털 생태계의 절대 강자가 됐다. 코닝의 고객 제휴 전략은 혁신 성과를 모방자로부터 보호하는 데 효과적이다. 일단 핵심부품이 고객의 제품에 적용되면 다른 공급자의 부품으로 교체하는 데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생태계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모방자를 저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혁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필자는 최근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공장에서 생산한 가구를 전 세계 대형 유통업체 여러 곳에 납품하는 가구회사를 방문했다. 가치 확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소수의 다국적 대형업체에 유통을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런 업체들은 전 세계의 수많은 공급업체를 확보할 수 있고, 그중 다수가 생산비용이 낮은 국가에 있으며, 가구 디자인을 특허로 보호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거래가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러나 이 회사는 제품 수명주기의 초기 단계에서 사업 성공에 도움을 주는 제작 기술 개발과 새 디자인 개발에 집중 투자해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이런 접근은 성숙단계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저비용 생산 국가의 경쟁자들에 비해 우위에 설 수 있게 해줬다.

 

 

어떤 종류의 혁신이 기업의 가치를 창출하고 확보하게 하는가? 그리고 그런 혁신을 추진하는 데 어떤 자원이 필요한가?분명 기술 혁신은 엄청난 가치를 창출하고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한다. 그러나 중요한 혁신 중에는 신기술과 거의 무관한 것도 있다. 우리는 과거 수십 년 동안 넷플릭스, 아마존, 링크트인, 우버 같이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통해 성공한 많은 기업을 봐왔다. 따라서 기업은 혁신의 기회를 검토할 때 기술적 혁신에 얼마나, 또는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에 얼마나 투자할지를 선택할 수 있다.

 

‘혁신 특성 지도Innovation Landscape Map는 이런 검토 과정에 도움이 된다. 필자를 포함해 윌리엄 애버내시William Abernathy, 킴 클라크Kim Clark, 클레이턴 크리스텐센Clayton Chirstensen, 레베카 헨더슨Rebecca Henderson, 마이클 터시맨Michael Tushman등의 연구에 기초한 이 지도는 혁신의 특성을 기술적 변화와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나타내는 두 좌표축에 따라 나타낸다. 두 좌표축을 교차하면 혁신의 사분면, 혹은 혁신의 네 가지 범주가 제시된다.

 

흔히 일상적 혁신을 근시안적이라거나

자살행위라고 말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이다.

 

일상적 혁신routine innovation은 기업이 보유한 기술역량을 토대로 이뤄지며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및 고객 베이스에 부합하는 혁신이다. 성능이 향상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지속적으로 출시해서 많은 수익을 얻으면서 수십 년 동안 성장해온 인텔이 좋은 사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나 애플의 아이폰이 새로운 버전을 내놓는 것도 마찬가지다.

 

저자의 하버드경영대학원 동료인 클레이턴 크리스텐센이 제시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요구되지만 기술적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따라서 파괴적 혁신은 다른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도전하고 그것을 파괴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구글의 휴대전화용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는 기술적 차이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 때문에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압할 가능성을 갖는다. 안드로이드는 공짜지만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급진적 혁신radical innovation은 파괴적 혁신과 반대다. 급진적 혁신에서는 순수한 기술적 혁신이 중심 과제가 된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유전공학과 생명공학이 신약 개발의 수단으로 출현한 것이 좋은 예다. 수십 년간 화학적 합성에 의한 약품 제조의 경험을 쌓아온 기존 제약회사들은 분자생물학의 역량을 새로 구축해야 하는 거대한 과제에 직면했다. 그러나 생명공학을 통한 신약 개발은 소수의 고수익 제품에서 얻은 이익으로 대규모 R&D에 투자해온 제약회사들의 비즈니스 모델에 잘 맞았다.

 

아키텍처 혁신architectural innovation은 기술적 혁신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합한다. 디지털 사진을 예로 들 수 있다. 코닥과 폴라로이드 같은 기업에 디지털 시장으로의 진입은 고체전자공학, 카메라 디자인, 소프트웨어, 디스플레이 기술 같은 새로운 기술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필름, 인화지, 현상 및 인화용 화학약품 같은소모품과 서비스 대신 카메라에서 이익을 얻는 방법을 찾아야 하기도 했다. 당연히 아키텍처 혁신은 기존 기업이 추구하기에 가장 도전적인 혁신이다.

 

기업의 혁신전략은 여러 형태의 혁신을 사업전략에 연결한 방안과 각각의 혁신에 할당할 자원을 구체화해야 한다. 오늘날 혁신을 다룬 많은 책들은 급진적, 파괴적, 아키텍처 혁신을 성장의 핵심 열쇠로 간주하는 반면 일상적 혁신은 기껏해야 근시안적인 것으로, 나쁘게 말하면 자살행위 비슷한 것으로 취급한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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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업 이익의 대부분은 일상적 혁신을 통해 창출된다. 인텔은 i386칩이라는 파괴적 혁신 제품을 1985년에 마지막으로 출시한 후 2000억 달러 이상의 사업수익을 올렸는데, 그 대부분은 차세대 칩을 통해 얻은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종종 진정한 파괴적 혁신보다 보유 기술에 의존해 수익을 얻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은 윈도NT를 출시한 1993년 이래 2020억 달러, Xbox를 출시한 2001년 이래 2580억 달러의 사업수익을 창출했다. 애플의 마지막 신기술 혁신에 해당하는 아이패드는 2010년에 출시됐다. 이후 애플은 핵심 플랫폼(, 아이폰, 아이패드)의 업그레이드 제품군을 꾸준히 출시하면서 1900억 달러라는 놀라운 사업수익을 거뒀다.

 

여기서 강조하려는 것은 기업이 오로지 일상적 혁신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우월한 형태의 혁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술한 기업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다른 형태의 혁신은 서로를 대체하기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은 다양한 신기술 혁신으로 기반을 구축했기 때문에 일상적 혁신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었다. 반대로 파괴적 혁신에 성공했더라도 후속적인 개선활동을 지속하지 못하는 기업은 오래지 않아 혁신의 성과를 잃게 될 것이다.

 

경영자들은 종종 필자에게각 범주의 혁신에 어떤 비율로 자원을 할당해야 합니까라고 묻는다. 불행하게도 여기에 대한 마법의 공식은 없다. 다른 전략적 문제와 마찬가지로 해답은 기업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며 기술 변화의 속도, 기술적 기회의 규모, 경쟁의 강도, 핵심 시장의 성장 속도, 고객의 요구 충족도, 기업의 역량 등에 영향을 받는다. 제약, 미디어, 통신 등 핵심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는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은 급진적 혁신에 따른 기회와 위협에 대해 훨씬 더 집중해야 할 것이다. 핵심 비즈니스 분야가 성숙해가는 기업이라면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신기술 개발을 통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반면 사업 플랫폼이 급속하게 성장 중인 기업이라면 대부분의 자원을 플랫폼 구축 및 확장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네 가지 범주의 혁신에 대한 전략적 고려에서 관건은 균형과 융합이다. 구글은 분명 광고 비즈니스에서의 일상적 혁신을 통해 빠르게 성장했지만 구글 X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무인자동차처럼 급진적 및 아키텍처 혁신의 기회도 모색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결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수익의 대부분을 전통적인 화석연료 자동차에서 얻는 자동차 회사들도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전기차 같은 대체에너지 자동차를 선보이고 있으며 수소연료전지 엔진 같은 진보된 기술의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주도적인 추세의 극복

필자는 일상적 혁신을 스포츠팀의 홈구장 어드밴티지에 비유한다. 일상적 혁신은 기업이 보유한 강점을 살리는 혁신이다. 혁신의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전략이 없으면 조직 역량의 많은 부분이 홈구장을 향한 혁신으로 흐르기 쉽다.

 

수년 전 필자가 자문했던 콘택트렌즈 회사의 경영진은 렌즈의 디자인을 변경하거나 색을 추가하는 등 일상적 혁신의 비중을 줄이고 시각적 선명도와 편안함을 대폭 개선할 수 있는 신재료 개발에 중점을 두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수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고위 경영진 회의에서 연구개발 포트폴리오를 검토한 결과 대부분의 예산이 기존 제품의 지엽적인 개선(단기적 시장 지분의 손실을 막으려는 마케팅 부서의 요구에 따른)과 공정 개선(제품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이익률을 유지하고 싶은 재무 부서에서 비용 감축을 요구받은 생산 부서의 요구에 따른)에 투입됐다는 것이 밝혀졌다. 더 좋지 않았던 것은 결국 연구개발 부서가 신재료를 사용한 고성능 렌즈를 개발했지만 생산 부서에는 이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는 것인데, 필요한 역량을 갖추기 위한 투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영역에 모험적으로 진입하려는 전략적 의도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홈구장의 함정에 빠지고 만 셈이다.

 

문제의 뿌리는 자원 할당에 대한 결정에 참여해온 여러 부서와 조직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프로젝트를 선호하는 데 있었다. 고위 경영진이 서로 다른 범주의 혁신에 대해 각각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정해진 비율의 자원을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할당한 후에야 장기적인 전략을 뒷받침하는 신제품 개발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사례가 보여주듯 혁신전략이 가장 중요한 순간은 기존의 주도적인 패턴을 바꿀 필요가 있을 때다.

 

트레이드오프 관리

이제까지 살펴본 대로 명확한 혁신전략은 어떤 추진방식이 조직에 적합할지 판단하고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이라는 잘 알려진 예를 생각해보자. 이 아이디어는 특정한 혁신 과제의 해결을 소수의 전문가(아마도 기업 자체에 소속된)에 의존하는 대신 다중에게 개방하는 것이다. 이노센티브InnoCentive같은 연구개발 포털에 상금을 걸고 과제를 제시하는 예를 흔히 볼 수 있다. 다른 예로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들 수 있는데, 이는 리눅스 운영체제처럼 자발적인 참여자들이 제품이나 시스템 개발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크라우드소싱에는 많은 장점이 있다. 기업 자체적으로 동원할 수 없는 많은 인원을 과제에 참여시키면 참신한 해답을 얻을 가능성이 커진다. 필자의 하버드경영대학원 동료인 카림 라카니Karim Lakhani와 런던 경영대학원의 케빈 보드로Kevin Boudreau는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또한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한다.

 

그러나 크라우드소싱이 적합한 경우는 특히 다양한 잠재적 해결책을 테스트해야 할 때다. 이럴 때는 빠르고 효율적인 방식이 필요하다. 만약 테스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면 소수의 전문가나 집단에 자문을 구하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또한 크라우드소싱은 고도로 모듈화된 시스템에 적합하다. 시스템의 다른 부분에 상관하지 않고 일부에 집중해 문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크라우드소싱은 보편적으로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니다. 지식의 범위가 다양하게 분산돼 있고, 제시된 해결책을 테스트하는 데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며, 모듈화된 시스템에 유리하게 작용해 다수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강점을 가진 반면 지식의 범위가 좁고, 테스트 비용이 크며, 통합적 구조를 갖는 시스템에는 그렇지 못한 문제해결 도구일 뿐이다.

 

 

혁신과정에 고객을 참여시킬 때도 트레이드오프를 고려해야 한다. ‘공동창조co-creation의 옹호자들은 고객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참신한 제품 개발에 필요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벤카트 라마스와미Venkat Ramaswamy와 프랜시스 귈라트Francis Gouillart HBR 2010 10월 호 기사 ‘Building the Co-Creative Enterprise’ 참조) 그러나 고객과 지나치게 가까우면 진정한 파괴적 혁신의 기회를 보지 못하게 된다는 주장도 있다. 스티브 잡스는 고객이 스스로 원하는 바를 항상 알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확신했으며 따라서 시장조사를 하지 않았다.

 

다른 혁신방식과 마찬가지로 크라우드소싱도

트레이드오프를 고려해야 한다.

 

이런 논쟁에서 한쪽 편을 들려면 전략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 코닝의 고객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혁신방식은 사업전략이 고도로 혁신적인 시스템의 핵심부품 개발에 초점이 맞춰진 기업에 적합하다. 시스템에 대한 깊은 이해를 고객과 공유하지 못하면 그런 부품을 실제로 개발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코닝과 고객은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부품과 시스템을 상호 적응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점은 부품 기술의 미세한 변화가 시스템에 영향을 주거나 또는 그 반대인 경우에 대처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코닝의수요자 견인demand-pull방식(고객의 난제를 알아내고 첨단기술을 활용해 해결방안을 찾아내는 방식)은 고객사가 상상력과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에 따라 제한을 받는다. 또한 어떤 고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엇갈리며, 실패하면 시장의 변화를 놓칠 수도 있다.

 

기술을 개발하고 나서 시장을 찾거나 만들어내는공급자 주도supply-push방식은 식별 가능한 시장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 적합하다. 좋은 예로 1950년대 말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와 페어차일드 반도체Fairchild Semiconductor가 발명한 집적 회로가 있다. 한 개의 칩에 다수의 트랜지스터를 집적시키는 아이디어는 양사 모두 원래 신뢰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었지 소형 컴퓨터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군용 장비를 제외하면 집적회로의 수요는 거의 없었으며 컴퓨터, 전자기기, 통신기기의 생산자들은 저렴하고 신뢰도 높은 분리형 트랜지스터를 선호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는 집적회로의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휴대용 전자계산기라는 신제품을 개발하고 보급했다.

 

필자가 자문했던 노바티스Novartis를 비롯한 몇몇 제약회사는 사업추진 프로그램을 선별할 때 연구팀을 시장의 정보로부터 차단한다. 그들은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오랜 시간과 시장의 복잡성에 비춰볼 때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켄트 보웬과 코트니 퍼링턴의 2008년도 HBR 사례연구 ‘Novartis AG: Science-Based Business’ 참조)

 

다시 말하지만 수요자 견인 방식과 공급자 주도 방식을 선택할 때는 트레이드오프를 고려해야 한다. 전자를 선택하면 아직 시장은 없지만 중요한 기술을 놓칠 위험이 있고, 후자는 시장을 영영 찾을 수 없는 기술을 개발하게 될 위험이 있다.

 

혁신 프로세스를 선택할 때도 유사한 트레이드오프를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많은 기업이 혁신 프로세스를 관리하기 위해 고도로 구조화된페이즈-게이트phase-gate모델을 채택한다. 찬성자들은 혼란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 그 모델이 어느 정도의 예측가능성과 질서를 부여한다고 주장한다. 반대자들은 그런 모델이 창조성을 파괴한다고 반박한다. 어느 쪽이 옳은가? 모두 옳다. 하지만 서로 다른 종류의 혁신에 대해 그렇다. 기술 및 시장의 불확실성을 가능한 초기에 해결하는 데 주력하도록 구조화된 페이즈-게이트 프로세스는 알려진 기술과 알려진 시장에 대한 혁신에 적합하다. 반면 일반적으로 이 프로세스는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기술이 결합하는 상황에서 요구되는 잦은 반복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 종류의 불확실하고 복잡한 프로젝트는 발 빠른 시제품화, 조기 실험, 병렬적 문제 해결, 반복 등을 포함하는 다른 종류의 프로세스를 요구한다.

 

혁신전략을 통해 어떤 트레이드오프가 회사 전체를 위해 최선인지 명확히 하는 것은 혁신과정에서 흔히 요구되는 조직변화에 대한 장벽을 극복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사람들이 변화에 저항하는 것은 그들이 원래 완고하거나 정치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혁신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어떤 트레이드오프를 고려할 것인지를 포함한 문제들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트레이드오프와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는 것은 혁신을 추진하도록 조직에 동력을 부여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다.

 

리더십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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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위한 역량의 구축은 전략에서 시작한다. 그렇다면 전략은 누가 수립하는가? 바로 조직의 최상위 리더들이다. 혁신은 조직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주며 상위의 리더들만이 그런 복잡한 시스템을 조정할 수 있다. 그들은 기업이 혁신의 기회를 추구하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서 제품 설계에 반영하며, 사업영역을 선택하는 방식을 결정짓는 프로세스 및 조직구조의 설계와 자원 할당에 대해 일차적 책임을 져야 한다.

 

혁신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데 네 가지 중요한 과제가 있다. 첫째는혁신을 통해 고객과 우리 회사가 얻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고 그것을 조직에 설명하는 것이다. 둘째는 여러 가지 형태의 혁신에 대해 상위 레벨의 자원할당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어디에 돈, 시간, 노력을 투입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 바로 전략이다. 셋째는 트레이드오프의 관리다. 모든 부서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마련이므로 상위의 리더들만이 회사 전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다.

 

상위 리더십에 요구되는 마지막 역할은 혁신전략의 진화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전략은 시장, 기술, 규제, 경쟁자 등의 현실에 대해 테스트가 필요한 가설을 표현한 것이다. 제품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진화가 필요한 것처럼 혁신전략도 진화해야 한다. 혁신프로세스와 마찬가지로 혁신전략에도 지속적인 실험과 학습, 적응이 필요하다.

 

게리 P. 피사노

게리 P. 피사노(Gary P. Pisano)는 하버드경영대학원의 해리 E. 피기 경영학 석좌교수(Harry E. Figgie Professor of Business Administration)이며 미국 경쟁력 강화 프로젝트(U.S. Competitiveness Project)의 멤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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