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in DBR (~2013)

1명의 혁신촉진자가 대기업을 바꾼다
스콧 앤서니(Scott D. Anth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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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 9월 호에 실린 스콧 앤서니(Scott D. Anthony) 이노사이트 아태지역 매니징 디렉터의 글 ‘The New Corporate Garag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잠깐, 최근 수십 년간 패러다임을 바꾼 혁신을 이룬 대기업을 꼽아보자. 애플이 있다, 그리고 애플뿐이다. 대부분 기업은 판세를 바꿀 만한 혁신을 이루기엔 너무 크고 신중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대신 우리는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같은 열정적인 사업가들에게 기대를 건다. 신속하고 민첩하며 열정 있는 기업가들 덕분에 대기업이 주도하는 혁신은 한물가거나 더디게 발전하는 세계로 넘어가버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애플의 독창성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이는 혁신의 세계에서 드라마틱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십 년 전 벤처투자자들이 부추긴 혁명은 이제 대기업이 규모를 이용해 독려할 수 있는 여건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이면에는 세 가지 트렌드가 존재한다. 우선 혁신이 쉬워지고 비용이 줄면서 벤처기업들은 대기업의 혁신을 제한하던 압박을 똑같이 받고 있다. 신생기업들은 성공의 조짐을 확인하자마자 수십 개의 모방업체들과 경쟁해야 한다. 둘째, 대기업들이 벤처기업의 전략을 배워 오픈 이노베이션과 덜 위계적인 경영을 받아들이고 있다. 기존 능력에 창업가적 행동을 접목하기도 한다. 셋째, 대기업 고유의 강점인 새로운 사업 모델 개발이 갈수록 혁신의 영역에 포함되고 있다.

 

아직 초기지만 우리가 새로운 혁신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들이 있다. 대기업 내 창업가적인 개인들 즉, 촉진자(catalyst)들이 회사의 자원, 규모, 민첩함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은 하기 힘든 방식으로 글로벌 과제에 대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제부터 이어질 이야기들에서 볼 수 있듯 이런 기업들은 개발도상국에 헬스케어 기술, 깨끗한 물, 새로운 농업 기술을 전달하는 것에서부터 전 세계 대도시의 에너지, 교통, 대중교통, 범죄 관리 등 이전에는 창업가, 비영리단체, 정부의 영역이던 분야까지 진출했다. 촉진자들이 회사 내에서 어떻게 혁신을 일으키는지 보기 전에 현재의 혁신 제4기 이전에 존재한 혁신의 3기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혁신의 간략한 역사

외로운 발명가의 시대인 혁신 제1기는 인류 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혁신가들은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위해 직접 회사를 만들거나 기존 회사에 합류하기도 했지만 1915년 이전에 나타난 중요한 혁신은 대부분 개인과 밀접하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휘트니의 조면기, 에디슨의 전구,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포드의 조립 라인 등이 대표적인 예다.

 

1세기 전 조립 라인이 완성되면서 혁신이 점점 복잡해지고 비용이 늘었다. 혁신이 개인 능력의 한계를 벗어나게 됐고 기업이 혁신을 주도하는 일이 많아졌다. 지금보다 더 장기적으로 전망하고 관료주의가 덜했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기꺼이 실험적인 노력들을 감내했다. 혁신 제2기의 영웅들은 기업 실험실에서 일했고 기업은 혁신 이용자에서 혁신 창조자로 진화했다. 이후 60년간 일어난 주목할 만한 상업적 혁신의 상당수가 기업 실험실에서 나왔다. 나일론을 포함한 듀퐁의 기적 같은 분자들, 프록터앤갬블(P&G)의 치약, 기저귀, 세제, 록히드마틴의 U-2 정찰기나 SR-71의 블랙버드 전투기 등이 그 예다.

 

혁신 제3기의 씨앗은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에 뿌려졌다. 혁신 주변부에서 일어나는 실험을 다루기에 기업들이 너무 크고 관료적으로 변한 것이다. 베이비부머들의 개인주의가 점점 위계가 강해진 조직과 부딪혔다. 혁신가들은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고 비슷한 마음을 가진반란군들은 새로운 회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혁신을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 반란군들은 새로운 형태의 펀딩을 필요로 했다.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벤처캐피털이 나타난 것은 이 때문이다. 최초의 민간 벤처캐피털은 조지 도리엇 장군의 아메리칸 리서치 앤 디벨롭먼트 코퍼레이션(American Research & Development Corporation)이었다. 이는 1957년 디지털 이큅먼트 코퍼레이션(Digital Equipment Corporation) 7만 달러를 투자했다가 1968년 상장과 함께 35500만 달러의 평가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혁신 제3기는 1970년대 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 앤 바이어스(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와 세콰이어 캐피털(Sequoia Capital)의 설립으로 진가를 발휘했다. 이들을 비롯한 여러 벤처캐피털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시스템스,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의 설립을 지원했다. 단기성과에 대한 자본시장의 기대가 커지면서 대기업 내 혁신가들의 상황은 더 힘들어졌다.

 

이 시기에 탄생한 기술과 세계 시장의 글로벌화는 변화의 속도를 극적으로 높였다. 어떤 측면에서 지난 50년간 기업 수명은 50% 가까이 감소했다. 2000년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막을 수 없는 독점기업이었고 애플은 컴퓨터 시장의 변두리에 있었다. 페이스북 창립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필립 엑스터 아카데미의 고등학생이었고 구글은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단계에 있었다.

 

이렇게 숨 가쁜 속도와 이런 속도를 가능하게 한 여건 및 도구들이 혁신 제4기를 불러왔다. 기업 촉진자들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다. 앞선 세 시기의 혁신이 대부분 기술적 진보로 설명된다면 4기의 혁신에는 비즈니스 모델이 포함된다. 어떤 분석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07년 사이, 설립한 지 25년이 되기 전에 <포천>에서 선정하는 500대 기업에 오른 기업 - 여기에는 아마존, 스타벅스, 오토네이션 등이 포함된다 - 중 절반 이상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한 곳이었다.

 

오늘날 혁신은 어느 때보다 쉬워졌기 때문에 지금은 창업하기에 이상적인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온라인 도구들이 많고 시장은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대중의 참여를 통해 능력을 키울 수도 있고 아이디어는 신속하게 퍼져 나간다. 창업투자회사인 Y컴비네이터(Combinator)를 비롯해 수많은 창투사에서 볼 수 있듯 25000달러면 완벽한 형태를 갖춘 사업체를 시작하는 데 충분하다. 이렇게 초기에 투자하는 회사들은 드롭박스, 에이비앤비, 조브니, 스크리브드, 힙멍크 등 셀 수 없이 많은 유망 신생업체들이 설립될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놀랍게도 현재 창업가들을 돕는 혁신의 용이함과 속도는 오히려 역풍이 될 수도 있다. 과거에는 성장 시장에 다수가 진입하더라도(예를 들어 구글이 검색엔진 시장에 진입했을 때 이미 18번째였다) 경쟁이 그다지 심하지 않았다. 다른 기업이 베끼기 힘든 자산을 개발할 시간은 때로 수년에 이를 만큼 충분했다. 성공 가능성을 찾기 힘든 기업들은 즉시 사업을 접어 유능한 인재를 시장에 풀어놨다.

 

오늘날 벤처기업들이 초기 성공을 즐길 시간은 수백만 분의 1초 정도에 불과하다. 그들은 즉시 모방자보다 더 많이 투자해야 하고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 소셜커머스 시장을 보자. 그루폰은 역사상 어떤 기업보다 빠르게 10억 달러 매출을 달성했지만 수십 개의 모방업체들이 급속도로 생겨나면서 방어 모드를 취해야 했다. 고정비용이 얼마 안 되기 때문에 도전자들은 훨씬 더 오래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루폰은 투자를 늘려서 도전자들이 물러나도록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짧아진 개발주기와 과당경쟁으로 벤처기업이 영속적인 경쟁우위를 누리기는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 다시 말해 그들은 대기업을 괴롭혀 온 자본시장의 압력에 동일하게 노출되고 있다. 영속적인 기업 자산을 개발하기도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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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드트로닉의 헬시 하트 (Medtronic’s Healty Heart)

이런 끔찍한 상황과 대조적으로 메드트로닉이헬시 하트 포 올(Healthy Heart for All)’이라고 불리는 혁신 노력을 통해 맞이한 긍정적인 상황을 살펴보자. 메드트로닉은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벤처기업과 거리가 멀다. 1940년대 후반에 설립된 이 회사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독립 의료기기 제조업체다. 매출은 160억 달러에 달하고 삽입형 심박 조율기와 제세동기가 유명하다. 헬시 하트 프로그램은 심박 조율 기술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수많은 인도인들을 위한 것이었다.

 

나는 2010년 후반에 인도 북동부 방글라데시 근처에 위치한, 인도 기준으로는 평범한 도시인 인구 100만 명의 두르가푸르에 위치한 더미션병원(TMH·The Mission Hospital)을 방문했다. 방문하는 동안 메드트로닉의 혁신 사업 모델이 시험 가동 중인 것을 봤다. 이 회사는 저렴하게 백내장을 관리할 수 있는 아라빈드 아이케어 시스템처럼 선구적인 헬스 케어 모델을 토대로 병원이 저소득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 중이었다. 인도에는 심장병 환자가 많지만 진단을 받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메드트로닉은 잠재적 환자를 가려내기 위해 진료 캠프를 열었다. 나는 시골에서 열린 어느 캠프에서 기술자들이 저렴한 심전도 기기를 사용해 오후에만 수십 명의 사람들을 검사해 그 결과를 수백 마일 떨어진 의사가 판독하도록 보내는 것을 봤다. 인도에는 보험 혜택이 거의 없기 때문에 메드트로닉은 심박 조율 기계를 더 저렴하게 만들어야 했다. 이 회사는 인도의 파트너와 함께 의료기기를 만들기 위한 인도 최초의 자금 조달 계획을 세웠다.

 

이 과정에 새로운 기술은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메드트로닉은 기존에 진출해 있지 않던 시장에 들어가기 위한 방법으로 사업모델 혁신을 택했다. 아프리카에서 엠페사(M-pesa) 결제 서비스를 적용한 보다폰(Vodafone), 자이아미터(Xiameter), 온라인 채널을 시작한 다우코닝(Dow Corning), 통합 공구관리 서비스를 시작한 힐티(Hilti)의 뒤를 이어 시장 선두주자로서 새로운 모델을 성장동력으로 사용한 것이다.

 

헬시 하트의 첫 이식은 2010 9월에 이뤄졌다. 그 후 18개월간 몇 개 병원에서 시범 프로그램을 실행했고 이전에는 치료는커녕 진단도 받지 못했을 수천 명의 환자들을 검진했다. 총 이식 건수는 약 50건으로 아직 적지만 시범 사업은 이 모델의 가능성을 확인해줬다. 메드트로닉은 초기 성공을 토대로 이 프로그램을 인도 전역, 그리고 다른 이머징 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런 노력은 메드트로닉이 비용을 낮추는 신기술을 개발해서 시장을 드라마틱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CEO인 오마르 이시락은 간단한 심박 조율 기계의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메드트로닉과 경쟁하려는 신규 업체가 겪게 될 어려움을 생각해보자. 진단 캠프나 파이낸싱 계획 등 메드트로닉의 방법 중 일부를 모방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심박 조율 기계를 만들어 당국 승인을 받거나 (이 과정은 최소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기존의 심박 조율 기계 제조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어야 할 것이다. 메드트로닉이 이미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현지 의사들과 만나기 위해 많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물론 복잡하기로 악명 높은 인도 시장에서 어떻게 영업해야 할지 배워야 할 것이다. 메드트로닉은 이미 다른 기업이 갖고 있지 않은 역량과 경험, 관계, 전문성, 자원을 갖고 있다.

 

이것이 혁신 제4기의 이야기다. 메드트로닉은 혁신 제3기 벤처캐피털의 지원을 얻은 벤처기업의 사업 방법에 혁신 제2기 기업 연구실의 특별한 능력을 더했다. 몇몇 대기업을 규정하는 숨 막히는 관료주의를 비난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메드트로닉 같은 대기업은 신생업체와 다른, 모방하기 힘든 강점들을 갖는다. (‘대기업의 강점은?’ 참조)

 

혁신 제4기의 패턴을 알고 나면 도처에 예시가 보인다. 2007년으로 돌아가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전자책 시장에서 누가 리더가 될 것 같은지 친구에게 물어본다고 상상해보자. 아마 킨들을 내놓은 아마존이나 누크를 내놓은 반즈앤노블이라고 답하지 않을 것이다. 이 업체들은 기기에 대한 전문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은 특별한 유통 채널을 갖고 있었다. 외부의 혁신에 즉각적인 접속이 가능해지면서 대기업들은 24개월이면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이 결과로 탄생한 사업은 안과 밖 모두에 이익이다. 구글 안드로이드, 시스코 텔레프레젠스, 네슬레 네스프레소, 타이드 드라이 클리너, 마이크로소프트 키넥트 등 많은 제품들이 이 패턴에 부합한다.

 

기업 내 촉진자의 역할

기업이 전략과 혁신 활동을 분산하고 유연함을 추구하면서 촉진자들에게도 우호적으로 대접하고 있다. 이들은 이전에는 기업 권한 밖에 있던 자원을 한데 모아서 과제를 해결하는 임무를 갖는다. 회사 안팎에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나선다.

 

예를 들어 메드트로닉의 촉진자 케인 먼슨(Keyne Monson)이 없었다면 헬시 하트도 없었을 것이다. 2008년 회사의 국제사업부문장이 그에게 인도에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는 모델을 고안해보라고 지시했다. 먼슨은 단 한 명의 직속 부하도 없이 일을 시작했다. 그는 광범위한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메드트로닉 인도 법인에서 조력자를 찾았고 사회적기업가를 지원하는 아쇼카의 데이비드 그린을 포함한 외부 지지자들과 일했다. 그는 초기부터 외부 파트너들을 끌어들였고 메드트로닉이 도울 수 있는 환자 개인의 이야기를 강조하면서 경영진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임무 지향성(mission-driven by nature)을 타고난 먼슨은 인도에서 진행한 업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엘레비타라는 비영리 회사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선진국 소비자들이 개발도상국 수공업자들의 제품을 살 수 있도록 했다.) 먼슨의 초기 노력은 지역 경영진, 특히 메드트로닉 인도 법인 대표인 밀린드 샤(Milind Shah)와 심박 조율 기계 및 제세동기 사업의 지역 담당자인 샤믹 다스굽타(Shamik Dasgupta)의 지원을 이끌어냈다. 그들은 설계에서 인력 제공, 시범 사업 실시, 프로그램 확대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메드트로닉의 노력은 혁신 제4기에 속하는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기아, 헬스케어, 지속성, 교육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왜 대기업이 특별하게 적합한지를 보여준다. 이는 독자적인 CSR 노력과 다르다. 그보다는 세상을 개선하면서도 이익을 내는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전략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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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레버의 정수사업

100개 이상 나라에 진출했고 190개 국에서 판매되는 유니레버는 사회적 목표와 기업적 목표를 결합해 왔다. 2010년에는유니레버 지속가능한 생활 플랜(Unilever Sustainable Living Plan)’을 출범시켰는데 이는 자사 제품의 온실가스 배출을 반으로 줄이고 농산물 원료를 100%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조달하며 수십만 명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니레버의 글로벌 수자원 계획을 이끌고 있는 유리 자인(Yuri Jain)이 총괄하는 퓨어잇(Pureit) 정수 사업이 바로 이런 플랜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안전한 식수를 확보하지 못한다. 연구에 의하면 그다지 비싸지 않은 정수 과정만 거쳐도 치명적인 설사병의 위험을 50%나 줄일 수 있다. 방글라데시와 인도에 거주하는 대부분은 물을 정수하기 위해 단지 끓일 수 있을 뿐인데 이는 비싸고 시간이 걸리고 재오염에 취약하며 소중한 화석연료를 소모해야 한다.

 

자인은 십 년 전첫 파워포인트 작성이 퓨어잇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고 회고한다. “인도에 살아본 사람들은 누구나 식수가 문제라는 것을 알지요. 정부도 시도했고 NGO들도 추진해봤지만 누구도 좋은 해결책을 생각해내지는 못했습니다.” 자인과 작은 팀이 해결책 찾기에 돌입했다. 암울한 몇 년을 보낸 끝에 팀은 적절한 방식을 찾아냈다. 하지만 너무 비쌌다. 질이 떨어지는 값싼 해결책을 찾는 대신 팀은 품질을 유지하면서 비용은 낮추려고 노력했다. 전 세계 유니레버 연구진 100명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회사뿐이었어요.” 자인이 말했다.

 

퓨어잇은 불순물 거름망, 탄소 필터, 살균 프로세서, 잔여물을 제거하는 폴리셔로 구성돼 있다. 리터당 0.5센트의 비용으로 안전한 물을 만든다. 전기가 필요 없고(개발도상국에서 얼마나 자주 정전이 발생하는지 생각하면 매우 중요한 점이다) 상수도 시설도 필요 없다. 휴대가 가능하며 작은 부엌에도 잘 들어가고 프로세서 수명이 다하면 저절로 꺼지기 때문에 혹시라도 살균되지 않은 물을 마시지 못하도록 한다. 유니레버 인도 북부 법인은 2004년 첸나이에서 퓨어잇을 출시했다. 이어 우수한 공급망 및 소매업자들과의 관계를 이용해 인도 전역에 제품을 공급했다.

 

메드트로닉의 먼슨과 마찬가지로 자인은 회사의 혁신물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 외부 인사들의 도움을 받았다. NGO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학교 또는 퓨어잇을 구매하기 힘든 소비자들에게도 공급될 수 있도록 했다. “5억 명을 보호하자는 미션을 가진 사람이 몇 명만 있어도 큰 도움이 됩니다.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면서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라고 묻는다면 협력을 추진하고 일종의 생태계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유니레버는 여성 생산성을 높여주는 기관이나 퓨어잇 같은 위생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소액대출을 지원하는 농촌종합개발프로젝트와도 긴밀히 협력한다.

 

2012년 초까지 유니레버는 퓨어잇을 수백만 대 판매했다. 3500만 명이 퓨어잇으로 정수된 물을 마시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니레버는 2020년까지 이 숫자를 10배 이상 늘려 수십억 달러 사업으로 키울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신젠타(Syngenta)의 생산성 높은 농업

1980년대 유니레버를 포함한 몇몇 대기업들은 샴푸 같은 제품의 1회 용량을 가난한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1회용 포장 방식을 도입했다. 이 모델은 이후 농산업 분야의 대기업인 신젠타가 기아(飢餓)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개발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2000, 노바티스의 농업 부문과 제네카 아그로케미칼의 합병으로 탄생한 신젠타는 전 세계 농업 생산성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그런 노력의 대부분은 대농장에 집중돼 있었고 신젠타는 최근 소농들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전 세계 5억 명에 달하는 소농들의 생산성을 높이면 인간적이면서도 금전적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예를 들어 케냐에서는 400만 명의 소농들이 그 지역 생산의 80% 이상을 담당한다. 이 농부들의 대다수는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처지다. 이 숫자는 이 시장을 목표로 삼게 했다. 2005년 신젠타는 영국의 대형 소비재회사인 레킷벤키저에서 살충제를 담당했던 닉 무쇼칼을 영입해 소농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계획을 총괄하도록 했다. 이렇게 큰 과제를 해결하는 데 동참할 기회라는 점이 무쇼카로 하여금 생소한 분야에 뛰어들도록 하는 동기를 부여했다.

 

무쇼카와 그의 팀은우에조’(스와힐리어로능력을 의미한다)라고 이름을 붙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는 대농장에 파는 것과 똑같은 농작물 보호제를 1회용 포장 방식을 활용해 소량으로 농부들에게 공급하는 것이었다. 농부들은 밭에 물을 줄 때 사용하는 배낭에 20리터의 물을 담고 이 보호제 한 팩을 넣기만 하면 됐다. 정확한 용량이나 쓰레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때 무쇼카는 가격 인하는 해결책의 일부일 뿐이고 농부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는 소매업자들과의 관계를 활용해 다방면으로 교육을 시도했다. 소매업자들은 농부들에게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생산성 높은 농사법을 가르쳐주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또 현장 담당자 45명을 위촉해 오토바이를 타고 농장을 방문해서 시범 경작을 하도록 했다. 휴대폰으로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포함해 더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접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먼슨과 마찬가지로 무쇼카는 회사 외부에서도 영감을 받았다. 그는 대기업의 능력(농경지식, 소매업체와의 관계, 브랜드 인지)과 외부 조력자들을 결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고 그것은 효과가 있었다.

 

신젠타는 전 세계 소농의 1%를 차지하는 케냐에서 우에조 팩 매출이 2012 65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신젠타는 이 프로그램을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들로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향후 10년간 아프리카에 우에조 및 관련 프로그램을 포함한 10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추진하면서 5억 달러 이상 추가 투자할 것을 약속했다. 여기에는 700명 정도의 농경 전문가를 모집해 훈련하고 공급 네트워크, 물류, 지역 생산시설을 만드는 것이 포함된다. 지난 5년간 신젠타가 전사적으로 노력한 결과 땅의 생산성과 농부 개인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제품이 많이 개발됐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회사 매출은 65% 증가했다. 신제품 매출은 7억 달러를 차지했고 순익은 2배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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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의 스마터 시티즈

메드트로닉, 유니레버, 신젠타 사례에서 봤듯 제4기에 해당하는 혁신들은 개발도상국에서 잠재력을 지닌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2006 IBM의 마스터 발명가이자 촉진자인 콜린 해리슨은 이노베이션 잼(InnovationJam)에 참여했다. 이는 15만 명의 직원, 가족, 협력업체, 고객을 포함하는 72시간짜리 크라우드 소싱 세션(crowdsourcing session)이다. 이들은 온라인으로 브레인스토밍을 하면서 IBM의 다음 성장 사업을 고민한다.

 

IBM은 물, 에너지, 교통, 헬스케어 분야의 문제에서 시작된 작은 실험 10개에 1억 달러를 투자했다. 해리슨이 뉴욕주 아먼크에 위치한 본사 신기업전략팀에 참여해 벤처기업적 환경을 조성하도록 선정됐다. 이 팀은 아이디어를 CEO인 샘 팔미사노에게 직접 보고했다.

 

IBM R&D에서 세일즈,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어떤 벤처기업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한 자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많은 다국적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IBM은 혁신 제3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4개의 혁신기에 걸친 IBM의 모습참조) 해리슨과 함께 사내 촉진자들은 이것을 바꿀 수 있도록 도왔다.

 

먼슨, 자인, 무쇼와 마찬가지로 해리슨은 전통적인 영역을 넘어서는 자원을 활용했다. “우리의 시작은 매우 작았습니다. 저는 수백 명의 사람들과 일하지만 제게 보고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런 규모의 회사에서는 끈질기기만 하다면 어떤 능력이라도 그것을 가진 사람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혁신이 민주화하면서 촉진자들은 엄청난 예산이나 수많은 보고서 없이도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해리슨은 인스트루먼티드 플래닛(instrumented planet)이라고 불린 이 10가지 개발실험 중 하나를 주도했다. 그의 팀은 다음 문제에 대한 답을 구했다. 서비스 감각, 웹 연결성, 센서, 작동기, RFID칩을 결합해 사람이나 차들의 움직임과 에너지 시스템 작동을 모니터링해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까? 이 과정에는 통일된 비전과 구체적인 능력이 필요했다.

 

다른 촉진자처럼 해리슨도 회사 밖에서 영감을 추구했다. 2008년 초 그는 마스다르시티를 방문했는데 그곳은 실질 탄소 배출량이나 쓰레기가 없는 미래도시를 만들기 위한 아부다비의 도시계획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그는 회고했다. “나는 이것이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하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을 한곳에 모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 말입니다. 갑자기 도시 운영센터를 통합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인스트루먼티드 플래닛은 IBM의 스마터 플래닛 사업의 하나인 스마터 시티즈(smarter cities)가 됐다. 이를 통해 IBM은 도시들이 에너지, , 교통, 주차, 대중교통 등을 더 잘 관리해서 돈도 아끼고 삶의 질도 향상시키도록 돕는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톡홀름에서 IBM이 진행한 프로젝트를 보자. 스톡홀름시는 교통 체증을 줄이기 위해 10억 달러를 들여 터널을 지으려고 했다. 이것은 비싸고 엄청난 시간과 원료가 필요하며 수년 동안 도시 전체에 방해가 될 계획이었다. IBM은 다른 계획을 제안했다. 센서를 활용해 모든 자동차를 인텔리전트 운영센터에서 모니터링하고 우회로나 대중교통을 사용한 운전자에게 금전적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이 계획은 터널과 비교할 때 비용과 소요시간이 10분의 1에 불과하고 온실가스 매출은 17% 감소하며 교통 체증은 50% 이상 줄이는 것이었다.

 

IBM은 리우데자네이루, 베를린, 베이징, 더블린, 싱가포르, 뉴욕 등에서 스마터 시티즈 프로젝트를 완수했다. 시카고에서는 폭설이 왔을 때 도시 내 모든 제설기를 모니터링해서 운전자들에게 어떤 길의 눈이 치워졌는지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앱을 개발했다. 스마터 시티즈는 기업 촉진자가 혁신의 도구를 활용해 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동시에 매출과 이익 성장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스마터 플래닛은 2015년까지 100억 달러 매출 목표를 향해 순항 중이다.)

 

준비됐나요?

예전이라면 먼슨, 자인, 무쇼카, 해리슨은 NGO나 벤처캐피털의 지원을 받은 벤처기업에서 일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전형적인 창고형 사업가들에 공감한다. 단지 그들의 창고에 우연히 굉장한 도구들이 있었을 뿐이다.

 

불행히도 모든 환경이 혁신 제4기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촉진자들이 번성할 수 있으려면 기업들이 열린 혁신을 받아들이고 혁신에 체계적으로 다가서며 의사 결정 메커니즘을 단순화 및 분산해야 한다. 배움에 집중하고 실패에는 관용적이어야 한다. 특히 변혁적 혁신 추구가 목적지향적이어야 한다. 많은 경영진은 뛰어난 혁신가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경제적 보상을 얼마나 해야 할지 초조해 한다. 그들이 독립 사업가로서 벌어들일 부만큼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대니얼 핑크가 2009년 그의 책 <드라이브>에서 말했듯 금전적 인센티브가 과하면 실제로는 창조적 업무 성과를 축소시킬 수 있다. 핑크는 창조적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려면 그들에게 자율권을 주고, 마스터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업무에 목적의식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촉진자들에게도 적용되는 내용이다.

 

혁신 제4기에는 혁신 주체들이 전통적으로 맡았던 역할들이 바뀐다. 혁신 제3기를 가능하게 했던 벤처캐피털 투자가들은 계속 남아 있기 위해 모델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세상을 더 좋게 만들고 싶은 젊은 혁신가들은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이신념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은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경영진은 회사 환경이 촉진자들의 업무에 어느 정도로 우호적인지 비판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혁신 환경이 별로라고 생각하는 직원들은 다른 회사라면 촉진자 역할에 더 비옥한 토양을 제공할 수 있을지 알아봐야 한다.

 

이제 일을 막 시작한 촉진자들은 이를 악물어야 한다. 일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료 촉진자들에게 조언을 달라고 부탁했더니 유니레버의 유리 자인은 목표를 갖고 꾸준히 노력하라고 말한다. “이것은 매일의 싸움입니다. 프로젝트에 신념이 없다면 장애물이 상당히 높을 겁니다.”

 

기업가들은 계속 위대한 기업들을 만들 것이다. 비영리단체들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은 실리콘밸리나 사회적으로 영향이 큰 콘퍼런스뿐 아니라 회사 사무실이나 회의실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혁신의 시대가 열렸다.

 

번역 |윤자영 pompomy@gmail.com

 

스콧 앤서니

스콧 앤서니(Scott D.Anthony)는 이노사이트 아태 지역 담당 매니징 디렉터다. <혁신을 위한 검은 소책자>의 저자이기도 하다.

 

 

 ※ <HBR in DBR>에 소개된 기사는 HBR Korea 창간(2014년 03월) 이전에 DBR에 소개되었던 번역 기사로 HBR Korea에게 다운로드 관련 저작권이 없습니다. PDF다운로드가 불가하오니 이 점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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