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월(합본호)

혁신을 부르는 비판의 힘
로베르토 베르간티(Roberto Verganti)

혁신을 부르는 비판의 힘

 

혁신의 열쇠는 발상이 아니라 비판적 판단에 있다

 

로베르토 베르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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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 in Brief

 

문제점

크라우드소싱과 디자인 싱킹 같은 전통적인 발상 기법들은 새로운 제품 ·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에 관해 불필요할 만큼 많은 아이디어를 창출한다. 그러나 관리자들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를 선별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기법은 턱없이 부족하다.

 

해결책

고객의 가치 인식에 영향을 미칠 사회와 기술 분야의 근본적인 변화를 확인하라. 그런 다음 당신의 회사가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개발하라. 이런 새로운 아이디어 평가 기법을 창조하기 위해 발상이 아니라 비판 기술에 의존하는 인사이드-아웃 프로세스를 활용하라.

 

단계

첫째, 직원 각자에게 가능성 높은 새로운 방향에 대해 개별적으로 생각하도록 요청하라. 둘째, 자신들의 비전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마음이 맞는 직원들끼리 짝을 지어주라. 셋째, 그런 결과를 10~20명으로 구성된 팀에서 그룹 토론하라. 넷째 잠재력이 가장 큰 새로운 방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다양한 외부자들에게 비판적 의견과 정보를 요청하라.

 

 

비즈니스 세상은 신제품,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아이디어로 넘쳐 난다.

 

디자인 싱킹과 크라우드소싱 같은 강력한 발상ideation접근법 덕분에 기업들은 내부자는 물론이고 고객, 디자이너, 과학자 같은 외부자로부터 독창적인 많은 아이디어들을 얻기가 훨씬 수월해졌고 비용도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커다란 기회를 확인하고 붙잡는 데서 애를 먹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다. 필자는 최근 글로벌 가전업체의 어떤 본부장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우리에게 아이디어는 아주 많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우리는 그런 아이디어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릅니다. 우리는 독특한 일부 접근법을 시도해 보았지만 결국에는 이미 익숙한 아이디어에 매달릴 뿐이었습니다.” 필자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이런 상황은 그의 회사에만 국한되기보다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유가 뭘까? ‘파괴적 혁신으로 유명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과블루오션 전략의 공동 주창자인 김위찬과 르네 마보안은 사회와 기술 분야에서 나타나는 커다란 변화는 무엇이 가치 있는가에 대한 기존 인식에 근원적인 의문을 제기한다는 점을 증명했다. 그런 변화는 기업들이 해결할 수 있는 고객의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하는 모든 기준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관리자들은 수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진실로 잠재력이 높은 아이디어를 골라낼 새로운 평가 기준이 절실하다.

 

커다란 기회를 붙잡은 24개 기업을 연구하고 그들과 함께 일한 경험을 통해 필자는 그런 기준을 확립하는 법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들 기업 각각의 접근법을 4단계로 구성된 하나의 프로세스로 취합했다. 필자는 기업들에 그 프로세스를 당장에라도 실천할 것을 권유한다. 물론 모든 단계를 따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각각의 단계만 실천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필자가 제안하는 프로세스는 김위찬과 마보안이 블루오션 전략을 고안하기 위해 사용했던전략 캔버스’와 크리스텐슨이 파괴 현상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했던해야 할 일JTBD · jobs to be done’프레임워크에 대한 보완적 개념이다. 현재 필자의 프로세스를 실천하는 기업은 포장소비재를 생산하는 대기업 2곳과 고급 의류 업체, 그리고 광케이블 제조 업체를 포함해 총 열두엇 남짓이다.

 

발상 기법에 의존하는 디자인 싱킹과 크라우드소싱과는 달리 필자의 프로세스는 비판criticism기술에 뿌리를 둔다. 고객과 여타의 외부자들을 혁신 프로세스 초기부터 끌어들이는 대신에 필자의 프로세스는 기업의 구성원들을 우선적으로 참여시킨다. 이것은 그들이 각자 자신만의 비전을 명확히 확인하고 상반되는 관점들을 비교, 토론함으로써 몇몇 좋은 제안으로 축약하는 데 도움이 된다.

 

 

비판의 기술

 

제품, 서비스,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해 두 가지 차원의 혁신이 가능하다. 개선과 새로운 방향이다.

 

개선은 가치에 대한 기존의 정의를 더욱 충실히 만족시키는 참신한 솔루션을 뜻한다. 점진적이든 급진적이든, 개선은 시장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문제를 다룬다. 가정용 온도조절기를 예로 들어 보자. 이 업종에 속하는 기업 대부분은 자사의 핵심 가치가 사람들이 실내 온도를 좀 더 쉽게 조절하도록 만들어 주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혁신은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터치스크린 화면, 요일별 예약 설정, 공간별 맞춤 온도 조절, 프로그램화된 송풍 장치 같은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디지털 온도조절기를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반면 새로운 방향은 기업이 다룰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를 재해석하는 데서 나온다. 요컨대 새로운 방향은 고객들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무언가를 재정의한다. 2011 11월 네스트 랩Nest Labs은 온도조절기에 대한 새로운 가치 제안을 내놓았다. 사람들이 실내 온도에 신경을 쓰지 않고 집안에서 편안하게 지내도록 도움을 주자는 아이디어였다. 네스트 랩의 창업자들은 미국인들이 가정 생활이 복잡해지고 예측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규칙적으로 정해진 일정에 맞춰서 온도조절기를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들은 센서와 휴대전화의 기술이 간단한 상호작용을 통해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으며, 이런 점이 복잡한 인터페이스에 싫증난 사람들을 사로잡을 거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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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의 온도조절기

네스트의 온도조절기는 가족 구성원들의 습관을 학습해 실내 온도를 자동으로 조정하고 설정한다. 네스트의 창업자들은 가정생활의 예측 불가능성과 복잡한 인터페이스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 그리고 기술적 진보가 새로운 가치제안이 가능한 환경을 창조했다고 생각했다.

 

사용자들은 다이얼 방식의 간단한 인터페이스나 스마트폰으로 온도조절기의 전원을 제어한다. 이 장치의 장점은 프로그램밍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움직임 감지 센서가 있어 집안에 사람이 없을 때는 실내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며 절전모드로 바뀐다. 네스트 온도조절기는 며칠 동안 가족의 생활습관을 학습하고, 그런 데이터를 토대로 온도 설정을 스스로 조절한다. 네스트 온도조절기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공개형이다. 이는 제3자가 보완적인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네스트는 정확한 매출액을 발표하지 않지만, 소매가로 210~250달러 선에서 판매되는 온도조절기의 누적 판매개수가 수백만 개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2014년 구글은 32억 달러에 네스트를 인수했다.

 

네스트의 괴짜 창업자들이 처음부터 온도조절기를 염두에 두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그저스마트홈을 만들겠다는 모호한 야망에서 시작했다. 만일 그들이 현재의 인기 있는 혁신 기법에 의존했더라면 어땠을까? 지금과 같은 네스트의 온도조절기가 탄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많은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접근법은 개선에는 효과적이지만, 새로운 방향을 포착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업들은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렌즈를 바꾸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자신들이 찾고 있는 외부자들을 확인할 수도 없고 그들에게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도 모르며 그들이 제공하는 가장 가치 있는 기여를 인지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 기업은 자신들의 현재 방향을 지지하는 대신에 생소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들을 무시하는 고객과 외부자를 선택하는 우를 범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상 네스트의 온도조절기에 사용된 아이디어 대부분은 업계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기존 업체 중 누구도 그런 아이디어의 잠재력을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기술이나 사회 분야의 커다란 변화로 생겨나는 기회를 포착하고 활용하기 위해 우리는 좋음과 가치에 대한 기존의 가정들에 명백히 의문을 제기하고, 그런 다음 성찰의 시간을 통해 혁신 아이디어를 평가할 새로운 렌즈를 창조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문 제기와 성찰이 바로 비판 기술의 특징이다.

 

‘비판’은심판하고 가치를 평가하고 해석할 수 있는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크리노krino에서 유래한다. 비판은 부정적일 필요가 없다. 혁신접근법으로서의 비판은, 상이한 관점들을 표면화시키고 차이점을 강조하며 관점들을 통합해 하나의 새로운 대담한 비전으로 탄생시키는 과정을 포함한다. 이것은 지난 10년을 평정했던 발상 과정으로부터의 중요한 일탈이다. 발상은 비판을 창의성을 고사시키는 바람직하지 않은 개념으로 치부하면서 판단을 유보하도록 촉구하는 반면, 비판 기술은 판단을 통해 혁신을 실현한다.

 

신뢰하는 동료들은 상대방이 거부에 대한 두려움 없이 황당하거나 불완전한 가설이라도 마음 놓고 털어놓을 수 있는 안전한 보호환경을 제공한다.

 

 

 


필자의 4단계 프로세스는, 먼저 사람들이 자신의 가정들에 의문을 제기하고 자신의 회사가 해결할 수 있는 고객 문제들을 새롭게 해석하도록 요구한다. 그 과정이 끝난 후 그들은 둘씩 짝을 이루어 자신의 비전을 다듬고, 그런 다음 많은 사람들과 그룹 토론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사용자들은 물론이고 다양한 분야의 내 · 외부 전문가들이 최고의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과정이 이뤄진다. 필자는 4단계 프로세스를 폴란드의 중견 가구제조업체인 복스Vox, 네스트, 마이크로소프트, 알파 로메오Alfa Romeo를 포함한 몇몇 사례를 통해 설명하려 한다. 이는 4단계 프로세스의 근간이 됐던 24개 기업 중 모든 단계를 두루 실행한 기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각자의 성찰

 

주요한 변화가 진행 중이고 커다란 기회가 나타나고 있음을 인지하는 관리자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그런 기회들을 붙잡을 수 있도록 혁신에 박차를 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전에 복스의 창업자 겸 회장인 피오트르 뵐켈Piotr Voelkel이 딱 이런 상황에 처했었다. 그는 고객의 인구통계학적 측면에서 나타나는 커다란 변화에 대한 우려가 컸다. 특히 유럽 인구의 고령화가 심히 걱정이었다. 그는 미래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복스가 가구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뵐켈은 자신을 포함해 사내에서 19명을 선발했고, 각자에게 복스가 노년층에 제안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도록 요청했다. 뵐켈은 그룹을 구성할 때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포함시키기 위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고위급 인사도 있었고 전도유망한 젊은 인재도 있었으며, 동종업계 경험이 많은 이들뿐 아니라 외부 출신 인사도 포함했다. 그들은 영업, 마케팅, 제품 개발, 제조, 디자인, 브랜드 구축 등을 비롯해 다양한 부서를 대표했다. 또한 개중에는 천성적으로 분석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도 있었고 직관력이 더욱 뛰어난 사람도 있었다. 배경과 성향은 달라도 그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각자가 사내에서 맡고 있는 역할이나 각자의 개인적인 관심사가 혁신에 대한 통찰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이다.

 

브리핑을 한 후 뵐켈은 구성원 각자에게 정해진 시한까지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한두 가지 새로운 제안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요청했다. 한편 뵐켈은 그들이 단순한 개선 방안이 아니라 새로운 방향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기 위해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솔루션은 반드시 새로운 가치 개념에 기반해야 한다는 지침이었다. 새로운 방향을 명확히 하기 위해 각 제안은 기존의 가치 제안에서 새롭게 제안된 가치 제안으로의 변화를 보여주는 화살표가 필히 포함돼야 했다.

 

이 접근법은 인기 있는 기존 혁신 기법들과는 몇 가지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먼저 뵐켈은 구성원들에게 고객이나 여타 외부자들의 통찰력을 출발점으로 삼도록 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각자 자신만의 통찰력에서 시작하도록 주문했다. 누구나 자신의 환경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감지하며, 의식적, 잠재의식적으로 더 나은 세상의 모습에 대한 나름의 직감을 갖고 있다. 우리는 종종 이런 개인적인 가설을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한다. 뵐켈은 인간의 이런 성향을 이해했고, 그래서 구성원들에게 각자의 가설을 명확히 표현하도록 요청했다. 일단 밖으로 표출돼 다른 구성원들의 검증을 받고 나면 그런 직관적 통찰은 새로운 비전을 창조하기 위한 귀중한 원재료가 될 터이다. 게다가 사람들은 타인의 통찰력을 인식할 때 자신의 잠재의식적 직관에 영향을 받는 성향이 있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그런 타고난 성향을 억제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뵐켈은 자신이 처음부터 그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면 자신에게 최종적으로 제안될 비전을 더욱 명확히 이해하고 객관적으로 고려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둘째, 뵐켈은 모든 구성원들에게 팀이 아니라 단독으로 성찰하도록 요청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구성원들은 복수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브레인스토밍 회의에서처럼 자신의 통찰력을 희석시키거나 유보하지 않은 채 더욱 깊이 파고들 수 있었다. 또한 이런 접근법은 가령 특정한 분석프레임워크나 데이터에 의존하든, 아니면 순전히 직관에만 의존하든, 각자가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재량을 부여했다. 이것은 다시, 그들 19명이 다양한 방향을 제시할 가능성을 증가시켰다.

 

셋째, 뵐켈은 구성원들에게 성찰을 위해 한 달의 시간을 줬다. 구성원들은 각자의 일상 업무를 계속 수행해야 했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은 각자가 대략적인 아이디어의 밑그림을 그리고 며칠간 덧칠 과정을 거친 다음 최종적으로 아이디어를 다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하기에 충분했다. 이런 접근법은 도발적이거나 독특한 가설을 생각해 낼 때 특히 중요하다. 그런 가설은 종종 초기 단계에서는 너무나 모호해서 자칫 간과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어떤 구성원은 복스가 침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몇 십 년간 침실은 최소한의 혁신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실은 노년층이 아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특히 몸이 아플 때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그는 침실을 휴식을 취하는 공간에서 건강에 유익한 장소로 변혁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령 침대에 노인들이 간단한 운동을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장치를 부착시켜도 좋았다. 또 다른 구성원은 노인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출산율 감소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언젠가 조부모님이 가뜩이나 몇 안 되는 손자 손녀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요리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고 혹은 놀이를 하는 공간으로 쉽게 변형시킬 수 있는 탁자처럼, 가구를 장식과 기능적인 측면을 강조하던 데서 일가친척과 사회화하는 수단으로 변화시키자고 제안했다. 주어진 한 달이 끝났을 때 19명은 뵐켈 자신이 제안한 7가지 아이디어를 포함해 총 90가지의 실행 가능성이 높은 새로운 방향을 제안했다.

 

스파링 파트너

 

두 번째 단계에서 구성원들은 각자 신뢰하는 동료에게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고 그의 비판적인 의견을 구한다. 동료는 스파링 파트너의 역할을 하면서 상대방이 거부에 대한 두려움 없이 황당하거나 불완전한 가설이라도 마음 놓고 털어놓을 수 있는 안전한 보호환경을 제공한다.

 

이 같은 관계는 네스트의 창업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공동 창업자인 토니 파델Tony Fadell과 매트 로저스Matt Rogers는 네스트로 독립하기 전에 애플에서 함께 일한 동료였다. 로저스는 기업가들의 글로벌 네트워킹 커뮤니티인 스타트업 그라인드Startup Grind의 데릭 앤더슨Derek Anderson과의 인터뷰에서, 자신과 파델이 언젠가 오찬회의에서 초기 비전들을 어떻게 공유했었는지 설명했다. 로저스가 먼저 말을 시작했다고 한다. “토니, 나는 독립해서 회사를 창업하고 싶은데, 자네와 함께 하고 싶다네.” “어떤 회사를 창업하고 싶은데?”라고 파델이 물었다. “스마트홈 업체라네.”

 

 

당시 새 집을 짓고 있던 파델도 대략적이나마 로저스와 비슷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파델은 핀잔을 줬다. “이 바보 같은 친구야, 아무도 스마트홈을 사고 싶어 하지 않아. 스마트홈은 괴짜들이나 좋아할 뿐이야.”

 

이쯤에서 그들의 대화가 중단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둘은 서로를 좋아하고 존경했으며 무슨 말이든 마음 편히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였기 때문에 대화를 계속 이어갔고, 서로의 아이디어를 더욱 깊이 파고들었으며, 마침내 온도조절기에 최우선적인 초점을 맞추기로 의기투합했다.

 

마이클 P 파렐Michael P Farrell은 저서협업 클럽: 우정의 역학과 창조적 작업Collaborative Circles: Friendship Dynamics and Creative Work에서 두 명이 짝을 이룬 파트너 관계가 예술과 사회에서 많은 혁신적 돌파구의 토대라고 주장한다. 특히훌륭한 예술good art’에 대한 정의에 이의가 제기됐을 때는 더욱 그러했다고 한다. 파렐은 짝을 지어 작업하면 사람들이 서로를 동정적이고 건설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도구적 친밀감instrumental intimacy의 환경이 창조된다고 설명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단자 4명은 각자의 모호한 개념을 명백하고 확고한 비전으로 탈바꿈시켰다.

 

예를 들어 인상파의 대담한 초기 실험들은 두 명의 파트너 관계로 이뤄졌다. 클로드 모네와 프레데리크 바지유Frédéric Bazille, 피에르-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와 알프레드 시슬레Alfred Sisley, 그리고 훗날 모네와 르누아르가 그 주인공들이다. 또한 파렐은 문학계의 대표적인 짝꿍도 소개한다. ‘호빗반지의 제왕의 작가인 J. R. R. 톨킨J. R. R. Tolkien나니아 연대기의 작가 C. S. 루이스C. S. Lewis였다. 그들을 짝으로 묶어준 공통 토대는 루이스가노던니스Northern-ness라고 불렀던 스칸디나비아 고전문학에 대한 관심이었다.

 

 

최근의 인류 역사는 전설적인 기업들을 창업한 짝들의 신화로 가득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재계 커플로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이 있다. 또한 필자는 짝꿍들이 창업만이 아니라 기성 조직들의 혁신 과정에서도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999년 마이크로소프트가 X박스로 게임콘솔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사례가 대표적 예다. 당시까지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생산성 애플리케이션을 필두로 소프트웨어에 초점을 맞췄다. 그랬기에 하드웨어와 젊은 소비자, 그리고 오락 분야로의 진입은 급진적 변화였다. 이뿐만 아니라 윈도와 호환되지 않는 별도의 운영체제, OS를 개발해야 했다. 이는 예전이라면 이단으로 간주됐을 법한 행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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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

X박스는 게임이 순수예술로 여겨지고, 게임 개발자가 예술가 대우를 받으며, 게임 개발자들이 자신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들에게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는 비전에서 탄생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X박스에 공을 들이게 된 계기는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2 게임콘솔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때문이었다. 빌 게이츠는 그것이 마이크로소프트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다. 그랬다가는 소비자들이 PC가 아니라 소비자 친화적인 게임콘솔을 통해 컴퓨터 세상에 발을 들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리하여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신선한 아이디어를 찾는수배령을 내렸다.

 

 

기존의 대기업들에는 현재 세상에서 진행 중인 변화가 시장을 어떻게 재정의할지에 대한 이론을 비밀리에 개발하는 사람들이 늘 존재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예외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는 4명의 급진주의자가 있었다. 최근에 마이크로소프트호에 승선한 디지털게임기술의 베테랑 조너선 시머스 블랙클리Jonathan Seamus Blackley, PC용 게임 개발자들을 위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 도구인 다이렉트X의 제품마케팅관리자였던 케빈 바커스Kevin Bachus, 다이렉트X의 프로그래밍 전문가 오토 버크스Otto Berkes, 개발자 지원그룹의 책임자였던 테드 헤이즈Ted Hase였다. 비록 각기 다른 부문에서 일했지만 그들은 가장 근본적인 비전을 공유했다. 게임이 순수예술로 여겨지고, 게임 개발자가 예술가 대우를 받으며, 게임 개발자들이 자신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들에게 가용한 가장 강력한 기술을 제공하게 되는 세상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게임 예술가들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디자인된 플랫폼이 필요할 터였다.

 

 

만일 누군가가 다양한 아이디어가 토론되는 워크숍에서 그런 개념을 제안했더라면, 일언지하에 무시되거나 혹은 기존의 비즈니스 운영 방식에 부합하도록 재구성되고 희석됐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4명의 급진적 이단자들은 몇 주간 지속적으로 만남을 가졌다. 그들은이중주와 사중주를 번갈아 가며 연주했다’. 즉 이번에는 블랙클리와 바커스 그리고 버크스와 헤이즈가 둘씩 만나고 다음 번에는 4명이 모두 만나는 식이었다. 한편 블랙클리와 바커스는 죽이 아주 잘 맞아서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로렐과 하디Laurel and Hardy[1]라고 부를 만큼 각별한 사이가 됐다. 바커스는 블랙클리와의 회의 중에 블랙클리의 제안을 뒷받침하는 비즈니스 사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딘 다카하시Dean Takahashi마이크로소프트의 도전: X박스의 게임의 미래Opening the Xbox: Inside Microsoft’s Plan to Unleash an Entertainment Revolution에서 바커스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그것의 초점을 다시 맞췄다. 나는우리의 표적 고객집단이 누구인지, 그리고 게임 배급업자들을 어떻게 참여시킬지에 대해 생각해 보죠라고 말했다.” 이 과정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단자 4명은 각자의 모호한 개념을 명백하고 확고한 비전으로 탈바꿈시켰고, 덕분에 그들의 비전은 일부 고위 경영자를 포함해 사내 다양한 사람들이 모질게 쏟아냈던 회의적인 거센 반응을 성공적으로 이겨냈다.

 

그렇다면 당신의 전반적인 비전을 공유하는 스파링 파트너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파델과 로저스가 그랬듯이, 굳이 개인적으로 이미 아는 사이가 아니어도 괜찮다. 또한 기업들은 우연이나 운에 의존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일례로 블랙클리는 바커스 및 나머지 두 사람과 협업으로 일하기 불과 몇 주 전에 마이크로소프트에 둥지를 틀었다. 한편 일종의 스피드데이트speed-dating[2]방식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런 만남을 통해 비슷한 비전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위해 협력하기로 뜻을 모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각 구성원이 가능성 높은 방향을 단독으로 성찰하는 첫 번째 단계가 끝난 후에, 그들 모두를 소집해 회의를 열고 각자의 아이디어를 간략히 브리핑하도록 한다. 필요하다면 그런 아이디어를 회의실 벽에 게시해도 좋다. 그런 다음 각자가 자신이 깊이 조사하고 싶은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선택하도록 한다. 만일 동일한 아이디어를 두 사람 이상이 선택한다면 그들에게 2순위, 필요하다면 3순위 아이디어를 선택하도록 요청하라. 짜잔! 이렇게 하면 모두가 스파링 파트너를 가질 수 있다.

 

급진적 서클

 

3단계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높은 가설들이 각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10~20명으로 구성된 집단의 토론을 통해 더욱 엄중한 비판의 도마에 오른다. 필자는 이 집단을 급진적 서클radical circle이라고 부른다. 이 서클의 목적은 어떤 가설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각 가설이 왜, 어째서 다르고, 행여 간과됐을 수도 있는 중요한 근본적인 통찰이 무엇이며, 다른 모든 가설보다 더욱 확고한 가치 제안이 있을지를 확인하는 자리다.

 

3단계는 2, 3일간의 심화워크숍 형태여도 좋고 4주에 걸친 장기적인 과정이어도 상관없다. 그러나 분명히 할 점은 급진적 서클이 파괴적인 결과를 낳는 것이 아니라 건설적인 시간이 되도록 신중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의견 충돌은 구성원들이 더욱 깊이 파고들고 더욱 혁신적인 공간을 확인하도록 만드는 자극이 돼야 하고, 생각을 억제해서도 훌륭한 아이디어를 손상시켜서도 안 된다.

 

급진적 서클은 다양한 배경과 관점, 성격을 지닌 사람들로 구성해야 한다. 복스의 뵐켈이 선택했던 19명이 좋은 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급진적 서클에는 블랙클리, 바커스, 버크스, 헤이즈 외에 6명의 관리자들이 참여했다. 그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나아가야 할 게임비즈니스의 얼개와 방향을 구상했다. 특히 블랙클리와 바커스의 비전이 가장 급진적이었다. 그들은 윈도를 포기하고 게임 회사들에게 로열티를 받지 말자고 주장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의 하드웨어 사업부 부사장은 윈도와 호환이 가능한 무언가를 창조하고 싶어 했다. 그런 극단적인 양 진영 중간에 제임스 “J” 앨러드James “J ”Allard가 있었다. 앨러드는 사내에서 두루 존경받는 인물로 인터넷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1990년대 중반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정책을 포함해 과거 커다란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이력이 있었다.

 

그 과정을 긍정적이고 창조적으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급진적 서클로 하여금 처음에는 모든 구성원이 회사가 지향해서는안 된다고 생각하는 방향이 어디이고 적이 누구인지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면 된다. 때로는 구성원들이 좋아하는 것보다는 싫어하는 것에 더욱 쉽게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공통의 적은 구성원들이 단결하고 새로운 방향을 명확히 밝히도록 만드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 비록 마이크로소프트의 급진적 서클에 참여한 구성원들은 각기 다른 비전을 구상했지만, 자사의 적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냈다. 외부의 적은 소니와 소니의 신제품인 플레이스테이션2 콘솔이었고, 내부의 적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비즈니스에 대해 PC 기반의 포괄적 접근법을 추구한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X박스 계획을 미국과 일본이 맞붙은 해전으로 제2차 세계대전의 전환점이 됐던 전투의 이름을 따서 프로젝트 미드웨이Project Midway라고 불렀다.

 

[1]미국 무성영화 시대의 명콤비 코미디언역주

[2]독신 남녀들이 애인을 찾을 수 있도록 여러 사람들을 돌아가며 잠깐씩 만나 보게 하는 것역주

 

 

공통의 적은 구성원들이 단결하고 새로운 방향을 명확히 밝히도록 만드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

 

그런 다음 비전들을 비교하고 한 번에 두 개의 비전을 결합하기 위해 노력한다. 비전들이 서로 중복되는 부분이 있을까? 다른 구성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각 비전의 중요한 요소가 있을까? 복스의 사례를 보면, 19명의 돌격대가 단독으로 각자의 가설을 구상한 다음 3일짜리 워크숍을 통해 모임을 가졌다. 복스가 궁극적으로 추구했던 전략은 앞서 소개했듯이 서로 관련이 없는 두 가지 방향을 결합하는 데서 나왔다. 하나는 침실의 적극적인 역할이었고, 다른 하나는 사회화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가구라는 아이디어였다. 이름하여거실 겸 침실living bedroom로 노인이 가족, 친지 및 친구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핵심적인 집안 공간이었다. 2012년에 출시된 침대는 커다란 책장, 손님들이 신발을 벗어 보관할 수 있는 공간, 영화를 볼 수 있는 접히는 스크린이 달려 있었다. 현재 기준으로 복스는 폴란드와 인근 유럽국가들에서 그 침대세트를 3600개 가까이 판매했고 판매량은 매년 88% 성장하고 있다.

 

알파 로메오Alfa Romeo도 새로운 비전을 구축했다. 알파 로메오는 전설적인 역사를 자랑한다. 1회 포뮬러 원 자동차경주대회에서 우승했을 뿐 아니라, 영화졸업에서 더스틴 호프먼이 운전했던 스파이더 듀에토Spider Duetto컨버터블 같은 유명한 모델의 산실이었다. 그러나 20여 년간 알파 로메오는 독일 자동차업체들이 지배하는 고급 자동차 시장의 경쟁에서 크게 고전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알파 로메오는 2010년 혁신 프로젝트를 발족시켰다. 20명 안팎으로 구성된 급진적 서클도 그 프로젝트의 일부였다. 급진적 서클이 제시한 제안 하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고급 자동차를 구매한다는, 즉 자동차가 사치품이라는 통상적 개념에서 벗어나, 고급 자동차는 사람들이 운전에 대한 열정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관점으로 변해야 한다는 아이디어였다. 또 다른 제안은, 초강력 엔진과 최고속도가 아니라 운전자의 지시에 대한 자동차의 민첩성agility과 반응성responsiveness이 가치 제안의 핵심 요소여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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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 로메오의 4C 스포츠카

고급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알파 로메오는 새로운 개념을 창조했다. 우선, 자동차는 사람들이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보다는 운전에 대한 열정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둘째, 자동차의 가치는 엄청난 속도와 초강력 엔진이 아니라 민첩성과 반응성에 있다.

 

알파 로메오의 급진적 서클은 위의 두 가지 아이디어를 결합한 다음, 회사는 운전 실력이 좋고 열정적인 운전자를 위해 반응성이 우수한 자동차를 생산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어떤 구성원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고급 자동차 산업을 아마추어 여행객들에게 고급 레스토랑을 추천하는 미슐랭 가이드에 비유했다. 그 비전은 열정적인 여행전문가들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숨은 맛집을 찾을 때에 사용하는 론리 플래닛의 가이드북과 비슷했다.

 

최종적인 그 전략의 결과물이 바로 2013년에 출시된 알파 로메오 4C였다. 시중에 나와 있는 다른 많은 스포츠카와 비교해서 알파 로메오 4C는 가격이 저렴하고 소형 엔진을 장착했으며 차체도 가볍다. 특히 경량화가 가능해진 데는 탄소섬유를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불필요한 장비를 전부 제거한 게 일부 영향을 끼쳤다. 가령 알파 로메오 4C는 파워 스티어링 장치와 실내 카펫이 없다. 그러나 무게 대비 출력비율은 페라리처럼 훨씬 비싼 스포츠카의 출력비율에 견줄 만하다. 결과적으로 그 개념은 대성공이었다. 출시되고 단 몇 주 만에 1년치 생산물량이 전부 예약 판매됐다.

 

외부자들

 

급진적 서클이 하나 혹은 몇 가지 가능성 높은 방향으로 의견을 수렴한 후에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그런 아이디어에 대한 외부자들의 비판을 수용하는 단계다. 여기서 반드시 명심할 점이 있다. 개방형 혁신접근법과는 달리 필자의 프로세스에서 외부자들의 역할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그들의 역할은 좋은 질문을 제기하는 선으로 국한된다. 즉 외부자들은 당신이 구상하는 새로운 혁신 방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당신의 아이디어에 의문과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는 말이다. 표적 고객층 말고도 외부자 집단에는 신선한 관점을 지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필자는 그들을인터프리터interpreters라고 부르는데, 그들은 제품 사용자들이 모를 수도 있는 현재 트렌드의 의미를 발견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알파 로메오는 100명이 넘는 후보들을 면밀히 조사한 다음 여행 경험을 참신하게 정의해 줄 14명의 인터프리터를 선정했다. 대부분은 자동차산업의 전형적인 네트워크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가령 가죽제품 제조업자, 고급 리조트의 CEO, 피트니스장비 제조업자, 연극연출가도 인터프리터 그룹에 포함됐다. 특히 연극연출가의 경우, 서클에 합류하기 직전에 오늘날 부자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하는가를 주제로 꽤나 도전적인 글을 완성했다. 알파 로메오의 급진적 서클은 인터프리터들에게 새로운 비전의 근간이 됐던 가설들을 간략히 브리핑했고, 그들과 만남을 이어가면서 그런 가설을 토론하고 이의를 제기하도록 했다.

 

 

필립스 전자도 환자들이 CT MRI 같은 검사를 받을 때 느끼는 불안감을 경감시켜 줄 의료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획기적인 건강관리 솔루션인 앰비언트 익스피리언스Ambient Experience를 개발하던 당시, 다양한 분야의 인터프리터들을 활용했다. 구체적으로 말해, 의사, 병원 관리자, 의료장비 기술자, 마케팅 전문가 같은유력한 용의자들은 물론이고 건축, 심리학, 현대 실내디자인, LED 기술과 비디오 프로젝션, 인터랙션 디자인, 상호 교류가 가능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같은 독특한 분야의 사람들이 포함됐다. 어떤 아동심리학자는 환자들이 실제로 검사를 받을 때만이 아니라 검사 준비실에서 경험하는 불안감을 다룸으로써 필립스의 비전을 발전시켰다. 한편 복스의 침대 프로젝트에서 스파와 아로마세러피 전문가는 노인층을 직접 겨냥한 침대 디자인에 반대의견을 내놓으면서, 연령과 성별을 떠나 모든 고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침대 디자인을 조언했다. 이 아이디어는 다양한 세분시장의 매출 증가를 견인한 효과 외에도 그 침대가 노년층에 어필하는 매력도도 증가시켰다. 2011 10월호 HBR에 실린고객 경험을 혁신하는 기술적 통찰력Designing Breakthrough Products이라는 기사[3]에서 필자는 좋은 인터프리터를 찾는 방법을 소개했다.

 

김위찬과 마보안의 전략 캔버스와 알렉산더 오스터왈더 및 이브 피그누어Yves Pigneur의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 같은 전통적인 전략-분석 도구들은 새로운 방향에 이의를 제기하는 또 다른 수단이다. 고객선호도 같은 주제에 대해 인터넷으로 획득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당신은 두 개의 데이터 분석팀을 구성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나의 팀은 새로운 방향의 가설들을 뒷받침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다른 분석팀은 그런 가설을 뒤집는 데이터를 수집하도록 말이다. 그런 다음 어떤 결과가 더욱 매력적이고 타당한지 판단해도 좋다.

 

기존 문제들을 해결할 새로운 솔루션을 찾을 때 비판은 발상 과정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가치를 재정의하는 일에 적절히 적용한다면 비판은 혁신의 원동력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새로운 방향을 찾음으로써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에 관한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이해하고 진실로 차이를 만들 소수의 아이디어를 선별해 내는 눈을 가질 수 있다.

 

[3]이 글은 2012 6 1일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106호에 게재돼 있습니다

 

로베르토 베르간티(Roberto Verganti) 2009년 하버드 비즈니스 프레스가 출판한디자이노베이션: 창조적 혁신 전략(Design-Driven Innovation: Changing the Rules of Competition by Radically Innovating What Things Mean)’, MIT 프레스에서 출간 예정인의미의 혁신(Innovation of Meaning)’의 저자이다. 베르간티는 이탈리아 밀라노 폴리테크니코(Politecnico di Milano)에서 리더십과 혁신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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