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2월(합본호)

일터에서 인간관계 맺기
애덤 웨이츠(Adam Waytz)

THE BIG IDEA

일터에서 인간관계 맺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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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느 때보다 서로 연결돼 있으면서도 외로움이 전염병처럼 만연한 세상에 살고 있다. 일도 문제의 일부다. 이제 일이 해결책의 일환이 돼야 한다.

비벡 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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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외로움이라는 전염병

직원의 고립감을 줄이면 기업에도 득이 된다. 비벡 머시

 

1992 8 24일 이른 새벽. 임시대피소에서 나온 나와 가족들은 우리의 도시와 삶이 영영 바뀌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폭우와 시속 273km가량의 강풍을 동반한 허리케인 앤드루가 플로리다 남부 지역을 강타하면서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은 채 몇 시간을 대피소에 피신해 있던 참이었다. 부서진 가옥의 잔해가 여기저기 널려 있고, 송전선은 끈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으며, 폭풍우에 휩쓸려 먼 내륙까지 날아온 바다 생물들이 나무에 걸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다른 수천 명의 사람들처럼 우리는 기꺼이 물과 음식, 생필품 등을 제공해준 낯선 이들의 친절 덕분에 폭풍우와 그 후 수많은 절망의 나날을 이겨낼 수 있었다. 허리케인 앤드루를 계기로 온 시민이 힘을 모으고 서로에게 힘이 돼주는 과정에서, 플로리다 남부 지역에 깊은 유대감과 공동체 의식이 형성됐다. 하지만 차츰 일상을 되찾으며 사람들 사이에 거리감도 되살아났다. 모두 원래의 집과 일터와 학교와 삶으로 돌아갔고, 다시 예전처럼 서로 멀어졌다.

 

온갖 재난으로 파괴된 전 세계 수많은 지역들을 보면서 나는 비극적인 사건이 얼마나 사람들을 잘 뭉치게 하는지, 그렇게 형성된 결속이 얼마나 순식간에 사라지는지를 생각한다.

 

지금 사는 세상에서 사회적 유대를 걱정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고독감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인류 문명사상 우리는 기술적으로 가장 연결된 시대를 살고 있지만,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의 비율은 1980년대 이래 두 배가 늘었다. 오늘날 미국 성인의 40% 이상이 고독감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있고,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고독감에 시달리는 사람은 이보다 훨씬 많다. 게다가 친한 친구가 있다고 말한 사람은 지난 수십 년간 계속 줄어왔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많은 직장인과 최고경영자 절반가량이 일터에서 고독감을 느낀다.

 

미군 의무감Surgeon General으로 일하면서 나는 고독이 나이와 사회경제적 배경을 막론하고 미국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목격했다. 외로움의 고통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폭력, 마약, 범죄조직에 기댄 도심과 교외지역 청소년들을 만났다. 약물 과다복용으로 자녀를 잃은 뒤, 중독과 관련한 불행한 오명을 떨치려고 분투하는 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직장에서 외로움을 탄다고, 번아웃burnout되기 일보 직전이라고 토로하는 공장노동자, 의사, 중소기업 경영자, 교사들과 마주했다.

 

수년간 환자를 돌보면서 가장 많이 접한 병리현상은 심장질환이나 당뇨가 아니라 고독이었다. 만성 통증을 완화할 요량으로 몇 주에 한 번씩 내원했던 한 고령의 남성도 인간적인 유대를 원했다. 외로웠기 때문이다. 말기 HIV 감염자였던 어느 중년 여성은, 제 상태를 알릴 만한 지인이 아무도 없었다. 그녀 역시 외로웠다. 나는 고독이 임상질환의 배경으로 질병을 유발하고, 환자가 병에 대처하고 치료하는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나 당신의 지인도 외로움에 힘겨워할지 모른다. 그리고 이것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고독감과 약한 사회적 관계는 하루에 담배 열다섯 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심지어 비만보다 더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금연이나 다이어트에 힘쓰는 정도로 사람들간의 유대를 강화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고독감은 심혈관계 질환, 치매, 우울증, 불안의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직장에서의 고독감은 업무성과를 낮추고, 창의력을 제한하고, 추론이나 의사결정 등 경영에 필요한 다양한 능력을 약화시킨다. 건강과 일을 위해 외로움이라는 전염병을 하루빨리 해결해야만 한다.

 

고독감으로 인해 인간과 경제가 심각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주체가 누군지 가려내야 한다. 정부와 보건의료체계는 고독감이 미치는 영향을 우리가 이해하도록 돕고, 피해자를 파악하고, 효과적인 개입 방법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정말로 고독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정, 학교, 사회단체, 직장 등 사람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조직이 꼭 참여해야 한다. 특히 기업은 직원, 파트너 기업, 고객간의 연대를 강화하고, 다른 조직이 고독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혁신 허브 역할을 맡아서 사회적 수준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고독의 근원

고독은 사회적 유대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주관적인 감정이다. 이런 감정이 지난 몇십 년 동안 증가한 이유는 뭘까? 사람들의 지리적 이동이 보다 활발해지면서 가족 및 친구와 떨어지게 된 데에 어느 정도 원인이 있다. 실제로 이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인구조사가 시작된 이래,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 혼자 살고 있다고 응답했다. 직장에서는 재택근무와 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임시로 계약을 맺는긱 경제gig economy’등 새로운 근무형태가 나타나면서 유연성이 생긴 한편, 직접 상호작용하고 관계를 맺을 기회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설령 사무실에서 일한다 해도 반드시 의미 있는 유대를 만든다는 보장이 없다. 사람들은 동료가 가득한 사무실에 앉아있지만, 탁 트인 사무공간에서조차 각자 컴퓨터 화면만 들여다보거나 인간적으로 교류할 기회가 드문 업무지향적 회의에 참석할 뿐이다.

 

동료간 유대를 구축하겠다고 마련한 해피 아워, 커피 타임, 팀워크 활동은 정말 친목을 도모하는 데 효과가 있을까? 대체로 우리는 깨어 있는 동안 가족보다 직장 동료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동료들은 정말 내 관심사가 뭔지 알고 있을까?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이해할까? 기쁠 때와 힘들 때 진심으로 공감할까?

 

이는 단지 수사적인 질문이 아니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우리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진화했다. 먼 옛날부터 인간은 신뢰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능력 덕분에, 꾸준히 식량을 확보하고 포식자들을 피할 수 있었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사회적 유대의 가치는 인간의 신경계에 각인됐기에, 이런 보호능력이 없으면 우리 몸은 스트레스 상태가 된다. 고독감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오래거나 만성이 된 스트레스는 주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더 자주 높인다. 코르티솔 수치는 체내 염증 발생률과도 관계가 있다. 그렇게 혈관과 다른 조직이 손상되면 심장질환, 당뇨, 관절질환, 우울증, 비만, 조기 사망의 위험이 높아진다. 만성 스트레스는 뇌에서 의사결정, 계획 수립, 정서 조절, 분석, 추상적 사고를 관장하는 전전두엽 피질의 기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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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건강만 해치는 게 아니다.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갤럽 연구원들은 직장에서 끈끈한 사회적 유대가 직원들의 업무 참여도와 작업의 질을 높이고, 병을 앓거나 다칠 확률을 낮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끈끈한 사회적 유대가 없으면 이런 이점은 사라진다. 유대는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을 강화하는 동시에, 우리의 경험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바꿔준다. 이런 작용 모두가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완충제 역할을 하고,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직원 스트레스가 높은 기업은 스트레스가 적은 기업보다 보건의료비를 훨씬 많이 지불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생물학과 심리학, 일터에 관한 우리의 지식을 종합해볼 때, 기업은 사회적 유대 강화를 전략적 우선순위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유대가 돈독한 직원은 보다 큰 성취감을 느끼고, 보다 높은 생산성을 보이고, 보다 적극적으로 업무에 참여하는 한편 질병, 장애, 번아웃의 위험에서 보다 안전하다.

 

일터에서 유대 맺기

경험상 임무 및 주변사람들과 연결돼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업무에 가장 헌신적이었다. 의무감이었을 때 일이다. 시급한 공중보건 이슈를 해결할 만한 역량 있는 팀을 꾸리기 위해 우리는 신규 직원을 대거 채용했다. 팀원들은 서로 잘 어울렸지만, 곧 각자의 풍부한 인생 경험을 서로가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 분명해지기 시작했다. 팀에는 훈장받은 육군간호장교와, 수년간 재소자의 건강을 관리해온 여성과, 실력 있는 피아니스트 겸 전도사와, 올림픽에 출전해도 될 수준의 달리기 선수가 있었다. 약물 중독자 가족원 때문에 고생한 팀원도 여럿이었다. 비록 우리가 지켜야 할 형식과 계급이 있는 군 조직이긴 했지만, 팀원들에게는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친목 도모를 위해, 주간 직원회의에서 팀원들이 5분간 사진을 보여주며 자기 이야기를 하는인사이드 스쿱이라는 자리를 만들었다. 팀원들은 발표를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다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발표를 듣는 우리는 동료가 자신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고 싶은지 알게 됐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발표시간은 금세 많은 사람들이 한 주간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 됐고, 직원들은 전보다 열심히 직원 회의에 참여했다. 동료들이 자기 이야기에 진심 어린 반응을 보이면 사람들은, 팀원들이 자신을 더 소중히 여긴다고 느꼈다. 회의석상에서 늘 과묵하게 자리만 지켰던 직원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많은 직원이 자기 본연의 업무 이외의 일에 발벗고 나섰다. 팀원들의 업무 스트레스는 줄어든 듯 보였다. 그리고 직원 대다수가 동료들은 물론이고 맡은 임무와 훨씬 가까워진 느낌이라고 내게 말해 왔다.

 

해병대에서 복무한 한 팀원이인사이드 스쿱에서 들려준 이야기를 아직도 기억한다. 처음에는 그가 군대에서 겪은 일을 이야기할 줄 알았다. 대신 그는 복잡했던 부자관계, 자녀들의 음악적 재능 속에서 아버지의 영혼을 발견했던 일에 대해 들려줬다. 그리고 어머니가 자신의 영웅이라면서, 어떤 도전에 맞닥뜨렸을 때 어머니를 떠올리며 의심을 용기로 바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하는 그의 눈은 촉촉히 젖어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그와 깊이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솔직함에 감명 받았으며, 내 인간관계를 되돌아보게 됐다. 이전에도 친했지만, 그날 이후 우리는 훨씬 가까워졌다.

 

의무감 시절 추진했던 일을 들려준 이유는 이런 방법이 고독감을 해결하기 때문이 아니라, 작은 실천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런 작은 실천이 우리의 건강과 경제의 건전성을 개선하는 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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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만들기

개인의 건강과 회사의 건전성을 우선순위에 둔다면, 일터에서 사회적 유대를 만드는 일이 상당히 중요해진다. 팀 단합대회를 열거나, 동료와 커피 한 잔을 하거나, 정수기 근처에서 사람들과왕좌의 게임에 대해 수다를 떨기만 하면 사회적 유대를 쉽게 쌓을 수 있을 듯 보이지만, 진정한 유대를 만들려면 직장 안팎에서 직원들의 개성과 경험을 포용하는 환경을 반드시 조성해야 한다. 다음 5단계를 통해 건강하고 생산적인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현 직장의 유대가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평가하라.끈끈한 사회적 유대는 단순히 친구와 가족이 몇 명인지로 가늠되지 않는다. 양보다는 관계의 질이 더 중요하다. 늘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고, 링크드인이나 페이스북 친구가 수천 명인 사람이 있을 것이다. 반면 몇몇 사람과만 소통하고 가깝게 지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조직 내 인간관계의 질을 평가하려면 다음 질문을 고려해야 한다. 직원들이 동료의 애정과 관심을 받는다고 느끼는가? 친절을 주고받는 조직문화가 조성돼 있다고 믿는가? 동료들과의 관계가 애정으로 형성된다고 보는가, 공포로 형성된다고 보는가?

 

양질의 인간관계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라. 끈끈한 사회적 유대는 의미 있는 공통의 경험과 서로에게 유익한 양방향 관계라는 특징이 있다. 양질의 인간관계는 애정에 기초하며, 친절과 인정, 너그러움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긍정적인 감정을나약하다고 보거나, 나아가 판단력을 흐리고 어려운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골칫거리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감정이 성과와 회복성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일터에서 구축해야 할 바람직한 인간관계와 너그러움 같은 덕목이, 이런 관계를 증진한다는 사실을 직원과 동료들에게 명확히 인지시켜야 한다.

 

사회적 유대 강화를 조직의 전략적 우선순위로 삼아라.팀원간 유대를 지원하는 문화를 설계하고 모델링하는 일은 어떠한 단일 프로그램보다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조직 내 모든 직급, 특히 경영진의 지원과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조직의 고위임원이 다른 팀원들과 단단히 유대를 맺도록 유도하면 강력한 본보기가 될 수 있다. 특히 리더가 자신의 부드러운 면모를 보이려 한다면 약점이 아니라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의 조직문화와 정책이 과연 믿을 만한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직원들이 타인에게 먼저 다가가서 도움을 주고, 또 자신에게 내민 도움의 손길을 흔쾌히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라. 외롭다고 느낄 때 타인을 돕는 일이 언뜻 납득이 안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도움을 주고받으면 확실하게 유대를 쌓을 수 있다. 어느 늦은 밤, 레지던트였던 나는 바쁘게 돌아가는 중환자실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중환자 여러 명이 밀려들어왔고, 동료 의사 중 하나가 팔을 걷고 나서서 일손을 거들었다. 그의 아량 덕분에 우리는 혈류감염 환자들에게 재빨리 특수 카테터를 삽입하고 항생제를 투여해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날 밤 우리가 함께 일한 시간은 겨우 한 시간뿐이었지만, 이때 맺은 관계는 몇 년이 지나고도 계속됐다. 도움을 기꺼이 주고받을 때 우리는 타인과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다.

 

동료의 사생활을 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라. 누군가의 어머니와 아버지, 아들과 딸이라는 관점, 일 외에 열정을 쏟는 대상이 있는 개인이라는 관점,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는 시민이자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관점에서 자신이 이해받고 인식될 때, 인간은 진정한 사회적 유대를 더 잘 형성할 수 있다. 모든 조직 구성원이 이런 이야기를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어라. 그 자리가 공식 모임이든, 점심시간에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것이든 상관없다.

 

서로 치유하기

고독이라고 하면 나는 내과 레지던트 프로그램 첫날이 떠오른다. 한 교수가 우리에게, 사랑하는 이들에게 향후 일 년간 소식을 듣기 힘들 거라고 말해 두라고 조언했다. 의대생인 우리는 무자비한 근무시간, 극심한 업무강도, 참담한 고립감 등 레지던트 기간 중 겪을 험난한 여정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조언을 들은 그날 아침, 우리가 가장 신뢰하는 사회적 관계에서 멀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덜컥 겁이 났다.

 

처음에는 외로울까 두려웠지만, 레지던트 기간 3년은 인생 최고의 시간이 됐다. 근무시간과 업무강도는 듣기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 예상대로 이 기간에 친구들과 연락하고 지내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 대신 병원 안에서 동료들과 돈독하고 만족스러운 관계를 쌓을 수 있었다.

 

병원에서 일하는 시간이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살 가망이 없다는 말을 환자와 가족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몰라 끙끙대고, 중증환자의 모호한 감염 경로를 파악하려 분투하고, 완전히 지쳤지만 어떻게든 힘을 내보려고 애쓰는 등 감정적으로 지적으로 신체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힘든 시간이 무척 많았다. 하지만 끈끈한 동료애 덕분에 위기의 순간을 좀 더 수월하게 넘겼고, 다른 수많은 어려움도 무사히 헤쳐나갈 수 있었다. 이러한 유대가 있었기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남들에게 더 많이 베풀고, 더 많이 감사하고, 수천 명의 환자들에게 더 나은 의사가 돼줄 수 있었다. 몇 년이 흐른 지금, 돌이켜보면 이런 동료애가 나를 깊이 치유한 게 아닌가, 나를 더 나은 의사로 만들어줬을뿐더러 더 나은 동료이자 리더로 만든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전 세계가 지금 외로움이라는 전염병에 시달리고 있다. 강력하고 진실된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직장과 사회에서 줄곧 서로 멀어지게 될 것이다. 우리가 당면한 커다란 도전과제를 힘 모아 해결하기보다는, 각자의 구석으로 물러나 화나고, 아프고, 외롭게 지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강한 회사와 강한 공동체의 기초가 되는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 모두가 더 건강한 삶, 더 양질의 삶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THE AUTHORs

비벡 H. 머시

 

비벡 H. 머시 해군 중장(@vivek_murthy)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19대 의무감으로 재직했다. 의무감으로서 군의관 6600명으로 구성된 미국 공중보건군단U.S. Public Health Service Commissioned Corps을 이끌며 미국과 전 세계 800개 지역의 취약계층을 위해 봉사했다. 재임 중 에볼라 발병, 지카 바이러스, 신체활동 부족, 청소년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전자담배 폭발 사고 등 중요한 공중보건 이슈를 해결하는 데 기여했으며, 2016년에는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의 확산을 막기 위해형세 역전을 위한 처방전TurnTheTide Rx캠페인을 시작했다.

 

머시 박사는 정서적 웰빙이 건강을 담보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인데도 응당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 왔다. 특히 고독감과 사회적 단절이 건강과 생산성, 교육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했다.

 

하버드대에서 학사 학위를, 예일대에서 의학박사와 경영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브리검여성병원과 하버드 의대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다. 이후 하버드 의대에서 내과의사 및 전임강사로 일하면서 수천 명의 환자를 돌보고, 수백 명의 레지던트와 학생을 가르쳤다.

 

서비스, 연구, 기업가정신의 관점에서 보건을 증진하는 일에도 헌신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함께 진행하는 에이즈 교육사업 비전스VISIONS를 공동설립하고, 여성을 보건 서비스 인력 및 교육자로 훈련하는 스와스티야 커뮤니티 헬스 파트너십Swasthya Community Health Partnership을 인도 시골에 세웠다. 연구 분야에서는 백신개발 관련 실험연구를 실시했으며, 여성과 소수자의 임상실험 참가에 대해 연구하기도 했다.

또 소프트웨어 기술 업체 트라이얼네트워크스Trial Networks를 창립했는데, 현재 회사는 임상실험 분야의 협업을 도모하는 기업 드럭데브Drug Dev에 흡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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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ACTIVE

 

전 세계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여러분의 직장 동료가 가장 친한 친구인가요? 전 세계 HBR 독자들이 직장에서의 우정에 대한 다양한 경험담을 들려줬습니다.

 

2017년 가을 HBR은 전 세계 독자들에게 직장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직장에서 외로운지, 어떤 친구가 있는지, 어떻게 친구가 됐는지, 무엇이 직장 환경을 바꿀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독자들은 이렇게 답해왔습니다.

 

“직장에서 외로움을 느끼곤 했습니다. 우리 팀은 여러 곳에 흩어져 서로 다른 시간대에 일을 하거든요. 직장에서 매일 만나는 사람들은 저와 같은 일을 하지도 않고, 제 업무에는 관심이 없었죠. 동료 셋과 사무실을 함께 쓰고 있지만, 서로 의례적인 인사만 나눌 뿐 일에 대해서는 일절 이야기하지 않아요. 하지만 디지털 소통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스카이프Skype도 훌륭하지만 슬랙Slack이 더 나아요. 이런 메신저를 이용해 지구 건너편에 있는 동료들과 마치 한 방에 있는 것처럼 수다를 즐기기 시작했어요. 함께 농담을 주고받고, 웃고, 긴장을 푸니까 일을 할 때 훨씬 힘이 납니다.”

— 스위스에 사는 익명의 독자(기업 HR 담당자)

 

“지난 35년간 직장에서 많은 사람과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몇 년 전 자동차 사고를 당했을 때 직장 친구들이 도와줬던 일은 평생 못 잊을 겁니다. 다른 도시에 있는 사무실에서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고속도로에서 깜빡 잠이 들었어요. 차가 구르면서 목이 부러지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당시 우리 부부는 어린 자녀가 셋이나 있었죠. 회사 임원과 동료들이 힘을 모아 제가 몸을 회복하고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애써줬습니다.”

— 캐나다에 사는 필립 페르난데스

 

“예전 직장에서는 외로움을 심하게 탔어요. 동료 직원들이 저를 이용하고 괴롭혔거든요. 하지만 지금 직장은 전 부서에 걸쳐 끈끈한 동료애가 형성돼 있습니다. 모든 직원이 개방된 한 공간에서 일하는열린 문 정책을 실시하고 있고요. CEO는 멘토 역할을 해주고, 동료 직원들은 제 의견을 경청하고 저를 팀의 일원으로 존중해 줍니다. 동료들 중 여러 명이 같은 동호회에 소속돼 있어서 조직에 대해, 조직에 방해가 되는 문제점에 대해 함께 대화를 나누곤 합니다.
나이지리아에 사는 아델라자 올라네예(금융회사 근무)

 

“제가 지금 자리로 옮겨왔을 때 새 동료들이 저를 팀 회식에 초대하고, 잘 적응하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동료들과 보내는 시간이 가족과 지내는 시간보다 더 많고, 동고동락하며 많은 일을 겪었기 때문에 동료가 가족보다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직장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마음이 가고, 좋은 일이 생기면 함께 기뻐합니다. 모두와 친구가 되는 일은 어렵지만, 몇 명의 친구를 두는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죠.” — 싱가포르에 사는 아이리스(화학회사 근무)

 

“직장은 친구가 아니라 동료가 있는 곳입니다. 저는 25년 동안 네 번 직장을 옮겼고, 지난 10년간은 일터에서 인간관계를 쌓으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그중 5년은 고위간부직이었죠). 하지만 제가 회사를 떠나는 순간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됐고, 직장에서의 인간관계가 원래 이렇게 얄팍한가 의문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관계를 맺으면 업무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프랑스에서 일할 때, 프랑스인 직원과 인도인 직원이 협업하도록 유도하는 일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모두에게 개인사를 동료들과 공유해 보자고 했죠. 어떤 인도인 직원이 기타를 칠 줄 안다고 했는데, 방어적이기로 악명 높은 한 프랑스인 선임 회계사도 마침 기타를 칠 줄 알았어요. 이 프랑스인 직원이 인도인 동료에게, 다음 번 파리에 올 일이 있으면 기타를 가져와 보라고 먼저 제안했습니다. 인도인 직원은 정말로 기타를 가져왔고, 언어장벽에도 두 사람은 서로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업무성과도 덩달아 올랐죠. 이들은 서로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찾은 셈입니다.”
독일에 사는 프랭크(컨설팅회사 근무)

 

“저는 원격근무를 하기 때문에 동료 직원들과 경험을 공유하는 일이 우연히 생기기보다는, 제가 사무실에 있을 때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곤 합니다. 사무실에 없더라도 우리 팀원들이 저를 소외시키지 않을 방법을 용케 찾아내기도 하고요. 한번은 회사에서 체육대회를 열었는데, 페이스타임을 통해 저는 동료들과 함께 걸을 수 있었어요. 그때 저는 매사추세츠에서, 동료들은 워싱턴DC에서 걸었죠. 또 한번은 회사에서 축하할 일이 있었는데요. 다른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축하 케이크를 먹고 있을 때, 우리 집 앞에 택배 트럭이 나타나더니 컵케이크를 배달해 준 일도 있었습니다.” — 미국에 사는 익명의 독자(비영리 자선단체 근무)

 

“외무부에서는 직장 내 인간관계와 사적 친분관계가 서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 동료 직원과 같은 건물이나 지역에 살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람들이 계속 전근을 가기 때문에, 제아무리 동료와 끈끈한 관계를 맺더라도 몇몇은 결국 떠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제 일을 사랑하지만, 사생활이 전혀 없는 삶은 질색입니다. 그래서 사무실 밖에서 친구로 지낼 사람을 고를 때 까다로운 편이죠. 되도록 외국인 친구는 직장 동료가 아닌 사람을 사귑니다. 이렇게 하면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동시에 직장 내 인간관계도 중요합니다. 정말 도움이 필요하거나 힘든 일을 겪을 때, 동료야말로 그 누구보다 제 상황을 잘 공감해주니까요.” — 미국에 사는 익명의 독자(미 외무부 근무)

 

“저는 나이, 기술, 경력 면에서 늘 '왕따'가 된 느낌을 받습니다. 전에 일했던 작고, hip하고, 유대가 긴밀한 회사에서는 기업문화에 잘 적응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쉽게 넘길 수 있었어요.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일하고 있는 지금 회사는 칸막이 사무실이 있는 평범한 곳이거든요. 전에는 이런 느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저는 저에게 맞는 직장을 버리고, 더 안정적이고 보수가 높은 곳을 선택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결정 때문에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나 성장이 정체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미국에 사는 브릿(디지털마케팅 회사 근무)

 

“여기 오기 전에 뉴욕의 고층건물에서 일했거든요. 허리케인 아이린이 미국 본토를 강타했던 2011년에 뉴욕 시가 예방 차원에서 폐쇄됐어요. 오후가 절반쯤 지났을 때 일하던 건물의 엘리베이터도 가동을 멈췄기 때문에, 저는 한 동료에게 우리집에서 저녁을 먹지 않겠냐고 제안했습니다. 식당도 문을 닫은 참이었고, 식료품점에서 살 수 있는 물건도 제한적이었죠. 그렇게 우리는 같이 밥을 먹고 5시간 동안 수다를 떨었습니다. 그 후 서로 다른 회사로 옮겼지만, 아직도 연락하며 친구로 지내고 있습니다.” — 미국에 사는 B. 자비에(마케팅커뮤니케이션회사 근무)

 

“저는 해고된 사람의 대타로 일하느라 7개월간 타국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퇴근하고 어울릴 만한 친구가 아무도 없었고, 약간은 긴장된 상황이었습니다. 하루는 같이 일하는 여직원 하나가, 주말에 자기 아들이랑 셋이서 여행을 가지 않겠느냐고 제안하더군요. 여행을 다녀온 뒤 그녀는 제게 가족 같은 존재가 됐습니다. 사무실의 다른 여직원들과는 달리기 모임을 만들고, 퇴근한 뒤에 같이 뛰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저는 본국으로 돌아와 다른 직장에 몸담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친구로 지내며 자주 연락하고 있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에 사는 피오레스(예측정비컨설팅기업 근무)

 

“한때 동료 다섯 명과 같은 사무실을 썼습니다. 서로 농담을 주고받고, 시사 문제와 사내 소문은 물론, 우리 모두 테일러 스위프트를 싫어한다는 공통점 등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곤 했죠. 그러던 어느 날무리중 하나가 이직을 했어요. 그렇게 차례차례 회사를 떠났습니다. 지금은 제 또래나 저와 비슷한 경력을 가진 동료가 그리 많지 않아요. 팀 내 경쟁도 심해져서, 직장에서 우정을 쌓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 미국에 사는 익명의 독자(미디어기업 근무)

 

“우리 회사는 온종일 바쁘게 돌아가고, 외근을 하면 사무실과단절되기 때문에 동료들을 과연 친구라고 할 수 있는지 알기가 어려워요. 어머니를 여의기 전까지 직장 동료들이 저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많은 직원들이 집으로 전화를 걸어주고, 격려해주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자기 가족 이야기를 들려주며 저를 위로했어요.”
멕시코에 사는 게비(컴퓨터회사 근무)

 

“저는 직장에서 절친한 친구들을 얻었습니다. 자존감이 높고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직장 동료는, 지금처럼 치열한 경쟁시대에 제일 든든한 아군이 될 수 있습니다. 동료 직원들은 사내 정치의 역학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잘 공감해 주고, 유용한 조언을 해줄 수도 있죠. 저와 친구들은 어떤 악감정도 없이 승진을 위해 경쟁합니다. 우리는 서로 이렇게 말하곤 하죠. ‘단단히 준비해 두라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반드시 우리 중 누군가가 돼야 하니까.’”
인도에 사는 익명의 독자(개발 관련 기업 근무)

 

“유머 감각이 뛰어나고 저를 잘 챙겨줬던 직장동료 하나가 있었습니다. 이 친구가 회사를 떠나고 몇 개월 뒤에, 저는 일에 완전히 지쳐버리고 말았죠. 이 친구가 마음의 안정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저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는 그가 떠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이 친구는 웃음이 사람 사이를 가장 빨리 좁히는 왕도라는 점을 일러줬습니다. 함께 웃을 때 우리는 친구가 됩니다.” — 캐나다에 사는 데이비드 진저(교육 및 컨설팅기업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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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스튜어트 버터필드Stewart Butterfield

고독과 디지털 일터

 

동료 직원과의 유대감이 왜 중요하며, 기술이 어떻게 동료들 간의 유대를 강화할 수 있는지 슬랙Slack CEO인 스튜어트 버터필드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로라 아미코

 

는 거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여기 모든 HBR 직원은 각자 컴퓨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이따금씩 바스락거리는 종이 소리, 커피 머그잔을 책상에 내려놓는 소리만 날 뿐이다. 하지만 컴퓨터 화면에서는 소음이 가득하고, 때로는 아수라장 같은 세상을 보게 된다. 우리는 뉴스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프로젝트 현황을 확인하고, 아이와 고양이 사진을 서로 보여주고, 해결해야 할 업무 관련 문제를 알려준다. 사무실을 빙 둘러보며 나와 내 동료들이 얼마나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지 생각해 본다. 이런 식의 상호작용만으로 충분할까? 실은 각자의 화면만을 바라보며 고립됐다거나 외롭다고 느끼는 건 아닐까?

 

일터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관련해 기술의 역할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나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바로 그룹 채팅, 다이렉트 채팅, 파일공유 플랫폼 슬랙의 CEO 스튜어트 버터필드다. 슬랙은 다양한 업계에서 주요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사람들은 슬랙을 통해 전 세계로 흩어진 직원들뿐만 아니라 바로 옆자리 동료들과도 소통한다.

 

사진공유 플랫폼 플리커Flickr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한 버터필드는, 직원들이 회사에 소속감을 갖는 일이 사업의 성패에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 이번 인터뷰에서 버터필드는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데 기술의 역할을 이야기한다. 아래 글은 보다 명확하고 간결하게 내용을 전달하고자 편집을 거쳤다.

 

HBR: 사람들이 일터에서 어떻게 소통하고 서로 관계를 맺는지 누구보다도 잘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계시죠. 주로 어떤 것을 보고 어떤 이야기를 듣습니까?

 

버터필드:샌프란시스코 만의 스타트업부터 동부 지역의 대형 금융서비스 회사까지 다양한 기업의 경영진과 이야기해 보면, 한결같이 ‘소통’ 문제가 고민이라고 말합니다. 패밀리 퓨드Family Feud[1]직장인들의 제일 큰 불만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이 나온다면, 상위 5개 답변 가운데 아마도동료들이 늘 따돌려요저만 정보를 못 얻어요가 하나쯤은 있을 겁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른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은 타인을 못 믿게 되고, 고립감이 더 심해집니다.

 

사람들의 소통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기술이 지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슬랙이나 다른 기술이 인간관계를 강화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나요?인간이 디지털 기기를 통해 어떻게 소통하고 관계를 만드는지 아직 아는 게 거의 없습니다. 전기의 도입에 비유하자면, 우리는 여전히 1905년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있죠. 전기 통신을 적용하는 방법이 개발되려면 수세대, 수백년이 더 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간의 관계를 구축하고 함께 일하는 방식이 기업의 성공에 점점 더 중요해질 거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한때 사무원으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담당업무는 서신을 정리해 보관하고, 누군가가 파일을 요청하면 찾아주는 거였죠. 이제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저는 갈수록 일자리가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정서 지능을 더 많이 요구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타인과 상호작용하고 협력할 필요성이 분명히 커질 겁니다. 이런 게 정말 힘든 부분이죠. 저는 그 해결책이 투명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장 내 투명성이라고 하면 흔히들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솔직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 하죠.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닙니다. 제가 말하는 투명성은 사람들이 조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테면 엔지니어가 고객지원팀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를 보고,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한 발 앞서 도움을 주는 겁니다. 마케팅팀은 영업팀이 마케팅 자료 때문에 애를 먹고 있고, 고객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른 팀에서 벌어지는 대화를 볼 수 있게 되면, 모든 조직 구성원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데 일조한다고 느낄 겁니다.

 

기술은 기업의 일상 문화를 보다 투명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어떤 집단을 규정하는 온갖 종류의 사회적 규범을 만들어 냅니다. 기업마다 자기들끼리 통하는 농담, 캐치프레이즈, 전문용어, 은어가 있고, 이런 것들이 모여 기업문화를 형성합니다. 기업문화를 이루는 요소들이 보다 투명해지면, 모든 사람의 소속감이 높아집니다.

 

소속감이 직장 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가요?직장이 고독의 해독제로 제시되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일터에서 상당히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입니다. 직장은 대부분의 사람이 타인과 사회적 접촉을 가장 많이 하는 곳입니다. 설령 사람들과 일대일 상호작용이 거의 없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그들을 믿고 이해한다고 느끼면 소속감이 강화되고 고독감이 완화될 수 있습니다.

 

노사관계는 많은 면에서 연인관계와 다르죠. 하지만 공통점도 있습니다. 상대를 못 믿으면 관계는 지속될 수 없습니다. 기본적인 수준의 신뢰는 성공의 전제조건이고, 신뢰를 구축하려면 모두가 노력해야 합니다. 저는 CEO로서 신입사원 환영회를 마련합니다. 환영회에서 가장 먼저사랑하는 누군가에게 했던 행동 때문에 후회한 적이 있는 분은 손을 들어보세요라고 말합니다. 물론 한 명도 빠짐없이 손을 듭니다. 그러면 저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상대, 즉 배우자, 부모, 자녀, 가까운 친구에게 후회할 만한 짓을 한다면, 일터에서도 똑같은 실수를 저지를 거라고 말합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될 것이고, 의도했든 안 했든 온갖 방법으로 상대에게 무례를 범하고 화를 돋우게 될 거라고 말이죠. 일이 제대로 되려면 모두가 어느 정도 신뢰를 쌓고, 선의를 갖고 업무에 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황은 악화되기만 할 겁니다.

 

직원들의 연대감을 높이는 데 기술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어떤 방법을 써 보셨습니까?슬랙을 쓰는 많은 기업이무엇이든 물어보세요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채널에서는 직원이 임원에게 어떤 질문이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한 엔지니어가 저에게, 어떤 봇bot이 우리 회사 사업관리 채널에 게시한 통계자료를 해석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일별 매출, 수익 성장 등을 보여주는 통계자료였죠. 이런 자료를 해석하는 일은 상당히 복잡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채널을 통해 저에게이 자료에서 무엇을 알 수 있나요?”라고 물어본 거죠. 이따가 저는 질문에 답변할 겁니다. 그 엔지니어가 이 자료를 보고 헷갈렸다면, 똑같이 헷갈리는 직원이 아마 몇 백 명은 더 있겠죠. 하지만 그 엔지니어는 저에게 이런 질문을 직접 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더 강한 유대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질문을 하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소속감은 강화됩니다. 설령 질문을 하지 않더라도, 필요하다면 질문을 할 수 있다는 사실로 인해 좀 더 편안함을 느끼는 거죠. 제가무엇이든 물어보세요채널에 들어가서 엔지니어의 질문에 답을 달면 사람들은 알게 될 겁니다. 한 사람이 나서서 공개된 장소에 질문을 올리면,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사실을요. 그러면 사람들은 자신의 인간관계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될 겁니다.

 

[1]미국의 인기 TV 퀴즈쇼. 두 가족이 출연해 퀴즈 대결을 펼친다. 100명의 사람에게 간단한 질문을 던지고, 가장 많이 나온 답변부터 순서대로 나열한다. 더 높은 순위의 답변을 맞히는 팀이 이기는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제가 온라인에 있을 때 사람들은 표정이나 버릇처럼 저라는 사람을 규정하는 많은 부분을 볼 수 없죠. 이런 점은 얼마나 중요한가요? 기술이 이런 장벽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그런 장벽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바보같이 들릴 것 같아서 이런 말을 꺼내도 될지 망설일 때도 있지만, 이모티콘emojis은 사람들이 솔직한 마음을 진심을 담아 표현하는 한편, 창의적이면서도 짓궂게 드러낼 수 있는 좋은 수단입니다. 이모티콘을 이용하면 아무런 단어를 쓰지 않고도 요점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문자를 입력하는 시간과 속도를 조절해서 메시지에 긴장감이나 유머 코드를 넣을 수도 있죠. 사람들이 이메일에서보다 훨씬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해줍니다. ‘움짤GIF’도 좋은 예죠. 움짤에는 문화적으로 부호화된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움짤로 자신의 개성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신뢰와 유대를 높이죠.

 

디지털 소통이 이 모든 이점을 가져다 준다면, 제가 사무실을 가로질러 어떤 프로젝트 현황을 직접 확인한다거나 어떤 동료를 만나러 가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런 경우 잃는 것도 있지 않을까요?디지털 소통의 편리함 때문에 대면 소통에 소홀해지는 건 아닐까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아닙니다. 디지털 소통은 우리의 능력을 확장시켜서, 보다 미묘한 뉘앙스를 전달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대면 소통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를테면 지난 몇 주간 저는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슬랙의 사용자 기반 중 55%가 미국 밖에 있고, 뉴욕의 슬랙 사용자가 42만 명이라는 등 점유율 통계를 쓸 일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 기자에게자료는 이메일로 보내드리죠라고 하면 일이 훨씬 수월하겠죠.

 

디지털 소통은 공식적이고, 세부사항을 하나하나 외울 필요가 없고, 내용이 그리 복잡하지 않은 저대역폭 대화low-bandwidth conversations를 담당합니다. 많은 정보들이 이 범주에 속하죠. 반면에 고대역폭 대화high-bandwidth conversations는 통계 같은 사실 정보를 반드시 교환하지는 않지만, 상당한 수준의 신뢰가 밑바탕이 돼야 하는 대화를 말합니다. 이런 유형의 대화는 바디랭귀지나 얼굴 표정 같은 사회적 신호가 있을 때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디지털 소통을 제대로 활용하는 법을 익혀서 디지털 수단이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은 그쪽에 맡기고, 투명성을 통해 문화와 유대를 강화하기까지는 좀 더 기다려야 할 듯합니다. 이런 일이 가능해진다면 대면 소통의 가치는 더더욱 높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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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사회적 근육

육체적 건강이 웰빙의 핵심 열쇠라는 점은 이미 입증됐다. 사회적 건강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존 카치오포, 스테파니 카치오포

 

독과 사회적 고립은 비만, 흡연과 똑같이 건강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는 매우 육체적인 병이다.

 

이 두 가지는 생산성, 혁신, 조직몰입[2]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로 인해 개인과 조직, 사회 전체가 많은 대가를 치르게 된다. 고독은 전염되기도 한다. 어떤 관계망 안에 있는 한 사람이, 그저 얼굴만 아는 사람을 비롯한 많은 사람에게 외로움을 퍼뜨리며 폭포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소식도 있다. 바로 이런 결과를 되돌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미 육군과 5년간 실시한 고독감 관련 연구에 이 사실이 잘 나타나 있다. 미 육군은 집단 내 결속을 다지는 방법은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고독감을 완화하고 사회적 회복력social resilience을 강화하는 방법은 그리 잘 알지 못했다. 이 두 가지는 군인들의 임무 준비성mission readiness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우리의 연구는 고독감과 사회적 회복력 문제를 생리적이고 심리적인 관점에서 다뤘다. 체중을 줄이거나, 힘을 키우거나, 건강을 개선하려고 운동요법을 실시하듯이, 정서적 강인함과 회복력을 기르는 운동으로 고독감을 이겨낼 수 있다. 연구기간 동안 군인들은 다양한 사회적 건강 단련운동에 참여했고,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었다. 사회적 건강 훈련을 받은 뒤 군인들의 고독감은 줄고, 삶의 질은 높아졌다.

 

우리는 기업들도 비슷한 이점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이제 경영자들은 사내 친목활동을 의무화하거나, 특수한 작업 공간을 디자인하는 등 기존에 사회적 고립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구조적 개입에서 차츰 눈을 돌려야 한다. 여러 연구에서 이런 방법이 별 효과가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 그 대신 일터에서 고독감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뒤집을 만한 사회적 운동 요법을 개발해야 한다. 고독이 전염되듯이, 부정적인 행동을 긍정적인 행동으로 바꿨을 때 나타나는 이점도 확산될 수 있다.

 

군인에게 나타난 효과

우리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계기로 이 연구를 시작했다. 장비, 훈련방법, 의약품이 발달하면서 본국으로 무사 귀환하는 군인의 비율이 늘어났다. 하지만 돌아온 군인들 상당수가 자살과 같은 후유증을 겪게 됐다. 2011년 실시한 대규모 연구 결과, 많은 귀환 병사들이 고독감에 시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자살 시도를 한 군인은 시도하지 않은 군인보다 고독감과 우울감을 더 심하게 느끼고, 더 비관적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들의 고독감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은 퇴역했지만 당시 미 육군의 종합 군인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론다 코르넘Rhonda Cornum장군과 함께, 사회적 회복력과 건강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에 착수했다. 우리는 군인들이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사회에서 맞닥뜨리는 문제에 잘 적응하고,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와 고립감에 잘 대처하고, 개인적·사회적 역경을 딛고 성장하고, 건강한 관계를 맺고 활용하는 힘을 개발하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우리는 군인들이 사회에 부적응적인 인지와 행동을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약 50가지 사회적 건강 단련운동을 개발했다. 개입 방식은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매우 단순한 일부터, 쉬운 해결책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해결책을 찾도록 유도하는 복잡한 연습까지 다양했다. 우리는 이런 훈련방법을 무작위 대조실험에 적용해서 사회적 건강 단련운동의 효과를 평가했다. 타인에게 먼저 인사하기처럼 지시 내용이 단순한 경우도 있었고, 동료 군인과 유대를 맺고, 유지하고, 강화하는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상황을 주고 코칭하는 복잡한 경우도 있었다. 최종 목적은 이들이 고립감을 잘 다스리고, 고독한 다른 사람을 돕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훈련에 앞서 우리는 군인들에게 사회적 건강을 단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육체 단련운동이 근육을 강화하고, 신체 지구력과 탄력성, 유연성, 조정능력을 향상시키듯이, 사회적 건강 단련운동이 사회적 건강과 웰빙을 향상시키도록 두뇌를 강화해 준다고 설명했다. 이런 설명을 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군인들은 자신이 매일 하는 신체 단련운동의 긍정적인 영향을 잘 알고 있다. 신체 단련운동과 사회적 건강 단련운동의 유사성을 이끌어내서, 운동으로 고독감을 이겨낸다는 개념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했다. 둘째, 웰빙이 유전 같은 결정론적 요인에 달렸다고 믿는 편견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 피험자들은 종종맞아요. 저는 외롭습니다. 하지만 저는 원래 이런 사람입니다라거나내 주변 사람은 다 비참해요라고 말할지 모른다. 우리는 인간의 두뇌가 결코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으며, 누구나 자신의 사회적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알려주고 싶었다.

 

연구에 참여한 소대들은 각각 5일에 걸쳐 매일 2시간씩 사회적 건강 단련훈련을 받았다. 군인들은 고독감과 고립감을 더 심화하는 행동과 순간을 파악하고, 이런 부정적인 순간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기술을 배웠다. 예컨대 고독감이 전염된다는 사실과, 자신의 고립 행동이 타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순간을 파악하는 법을 배웠다. 우리는 그 순간에 자신의 행동을 의식적으로 바꿀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줬다. 이를테면 대화를 피하는 대신, 타인에게 질문하는 길을 택할 수 있다. 눈을 내리깔고 휴대전화를 보는 대신, 전화기를 치우고 타인과 교류하려고 노력할 수 있다.

 

우리는 친구,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대신 일을 선택하는 행동이 고립 행동이라는 점을 피험자들에게 확실히 인지시켰다. 반대로 일을 제쳐 두고 사회적 상호관계에 집중하면, 뇌의 복부 선조체 부위가 활성화된다. 복부 선조체에는 기쁨과 행복한 감정을 일으키는 도파민 수용체가 많이 분포돼 있다. 바꿔 말하면 긍정적인 상호관계는 유익하고, 사람들이 서로 더 가까워진 느낌을 준다. 또 우리는 작은 친절을 베풀어서 호혜 관계reciprocity를 구축할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도 강조했다. 작은 호의는 그에 보답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암묵적으로 조성한다. 처음에 한 행동이 상대에게 친절로 인식되면, 호혜라는 사회규범이 감사의 마음과 상호 존중감을 자극하고, 협력을 유도하고, 사람들 간에 신뢰와 유대를 강화시킨다.

 

이런 개입이 있고 나서 우리가 예상했던 결과가 나타났다. 사회적 건강 단련운동을 받은 군인들은 고독감이 완화되고, 삶의 질이 높아졌다. 연구에 참여했던 육군 기지 중 한 곳을 다시 찾았을 때, 우리는 훈련을 받은 한 상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훈련 소감을 물었더니 그는, 프로그램에서 배운 기술을 부부관계에도 적용해 봤다고 말했다. 아내의 반응은 이랬다고 한다. “군대에서 뭘 어떻게 가르친 거야? 왜 진작 이렇게 안 했어?”

[2]개인이 조직에 대해 가지는 심리적 애착. 조직 구성원이 조직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그 조직에 헌신하고자 하는 정도를 말한다.

일터에 적용하기

물론 고독감은 군인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거의 모든 산업화된 국가에서 이런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미국, 영국, 덴마크, 캐나다에서는 고독감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대개 장년층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직장에서의 고독감이나 사회적 건강에는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경영자와 개개인이 사회적 고립을 줄이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많다. 종종 몸에 밴 습관과 행동이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자각하는 일이 중요하기도 하다.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며, 사회적 상호관계 속에서 보이는 반응 중 상당수가 반사적으로 나타난다. 직장 동료의 불쾌한 행동은, 받은 만큼 되돌려지는 경향이 있다. 어떤 실수가 비난을 불러오는 경우도 많다. 이런 반응은 개인이 고독감을 이겨내는 능력을 약화시키며, 집단이 학습하고 탁월한 성과를 내는 능력을 저해한다. 우리는 회의를 할 때 이런 영향을 자주 봐왔다. 고립감과 고독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한데 뭉쳐 놓으면 잘못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부정적인 습관을 긍정적인 상호관계로 바꾸고, 각자의 웰빙만이 아니라 조직과 공동체의 사회적 건강까지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다음은 우리가 사회적 건강 단련수업 입문반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활동이다.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라. 매일 일정시간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제쳐두고 타인과 잠깐이라도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어라. 고독감과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은 컴퓨터에 얼굴을 파묻고 일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러 밖에 나가 걷기운동을 하면 기분이 나아지듯이, 사람과 어울리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작은 호의를 베풀어라. 매일 타인을 돕거나 친절을 베풀려고 노력하라. 감사하는 마음은 강력한 힘이 있어서, 누군가는 당신의 친절에 보답할 것이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연대감을 느끼고 고립감을 덜 것이다.

 

함께 일하라. 매일 보통은 나눠서 하는 일을 타인과 함께하는 기회로 만들어라. 일상에서 간단한 예를 들자면, 배우자 중 하나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다른 사람이 빨래를 갠다면 효율적일 것이다. 하지만 이따금 역할을 바꿔보고, 함께 같은 일을 해 보자. 서로 이야기하고, 다시금 가까워지는 기회를 마련해 보자. 효율성은 떨어지겠지만, 기분이 훨씬 나아지고 고립감을 덜 느낄 것이다. 같은 원리를 효율성을 가장 중시하는 일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일을 나누고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혼자 일하기보다, 함께 일할 방법을 찾아보자. 이따금씩 이런 활동을 하면 업무의 단조로움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통찰을 얻거나 전에는 미처 몰랐던 효율 높은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적극 다가가라. 다양한 직급의 사람들과 어울리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회의를 하거나 동료들과 소통할 때, 사람들은 서로의 공통점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다들 아는 이야기를 하면 마음은 편하지만, 구성원들의 다양한 지식과 경험, 역량이 뒷받침될 때 의사결정의 질과 집단의 탄력성이 향상될 수 있다. 구성원들이 미처 예상하지 못했거나, 공통점 없는 이질적인 곳에서 나온 생각과 의견을 공유하도록 유도하라.

 

먼저 인사하라. 오프라 윈프리가 펼치는인사 건네기캠페인에서 고독감을 해결할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친구, 낯선 사람, 혹은 다시 친해지고 싶은 누군가에게 그냥 인사를 건네 보자. 이 간단한 행동만으로도 사회적 근육이 이완될 수 있다.

 

사회적 근육은 가장 위대하고 독특한 인간의 진화적 특성이다. 인간은 다른 종에 비해 특별히 더 강하고, 빠르고, 민첩하지 않다. 인간의 송곳니는 수천 년 전에 이미 퇴화했으며, 몸을 보호해 주는 두꺼운 피부나 날개를 가져본 적도 없다. 그럼에도 인간이 이토록 막강한 종이 된 이유는 사고하고, 소통하고, 협동하고, 상호 학습하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모든 활동을 문화를 통해 수행한다. 규범을 세우고, 위반자를 처벌하고, 협력관계를 만들고, 협력관계의 일시성과 역동성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인간의 상호관계와 협력관계를 조정해 가면서 말이다. 고립감과 고독감은 이런 인간다운 특성을 위반한다. 너무 뻔한 말이지만 우리는 분명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에게는 사회적 근육이 있다. 이 근육을 단련할수록 우리는 보다 건강해질 것이다.

 

T. 카치오포(John T. Cacioppo)는 시카고대 티파니·마거릿 블레이크 공로 교수이며 인지·사회신경과학 센터의 창립자 겸 소장이다.

스테파니 카치오포(Stephanie Cacioppo)는 시카고대 정신과학 및 행동신경과학 조교수이자 고성능 전자신경촬영연구소 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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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일부러 재미 찾기의 위험성

직장 내 사회적 고립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애덤 웨이츠

 

년 전 내가 일했던 조직의 고위경영진은, 우리 부서 사람들이 서로 소원하게 지낸다며 걱정을 했다. 고독감과 부족한 연대감이 일터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인지한 경영진은, 우리 부서원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 맛있는 점심을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해 주고, 편안하고 여유로운 장소에서 서로 친해지기를 바랐다. 겉보기에는 단순하면서도 훌륭한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3주차부터 나는 그 점심 회식에 나가지 않았다. 곧 다른 직원들도 나가지 않게 됐다. 내 결정은 동료 직원들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 나는 그들을 상당히 좋아했으니 말이다. 다만 점심 회식이 항상 일 얘기로 귀결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 발길을 끊었을 뿐이다. 프로농구팀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시합 결과를 생각하거나, 스티비 원더 앨범의 순위를 매겨보곤 했던 나만의 휴식시간이 근무시간의 일부로 흡수돼버렸다. 나는 그 점이 싫었다.

 

우리 조직의 경영진은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했지만 해결책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이런 조직은 다른 곳에도 많다. 기업은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친목활동을 정기적으로 마련한다. 그런 활동은 아무리 잘해도 어색하고, 최악의 경우 서로를 더 멀어지게 한다. 일과 삶의 균형이 그 어느 때보다 일 쪽으로 기울면서, 기업은 직원들이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도록 사무실 밖에서 관계를 맺는 새로운 접근방식을 고민해봐야 한다.

 

일터에서 관계 맺기를 가로막는 요인

 

사무실 동료들과의 휴일 파티, 직장 회식, 트러스트 폴trust falls[3]등 다양한 활동이 마련된 수련회는 영화에서 흔히 풍자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활동은 진부함은 둘째 치고, 진정한 사회적 유대를 만드는 효과도 거의 없다. 인간이 기본적으로 지닌 몇 가지 심리 경향 때문이다.

 

공통점.점심 회식에서 나와 동료들은 심리학자들이 공통 정보 효과common information effect라고 부르는 경향에 지배되고 말았다. 이 경향은 전문기술, 관심사, 경험이 제각각인 사람들이 공통으로 알고 있는 주제에 즉시 말려들어가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의 경우에는 그 주제가 바로 일이었다. 서로 공감하고 새로운 유대를 형성할 목적으로 마련된 활동에서 보편적인 화제에 집중하는 것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 내 친목 이벤트가 불만과 험담을 나누는 자리로 변질돼서, 기분이 오히려 더 나빠지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유유상종.이와 관련된 동종선호homophily현상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찾는 경향을 말한다. 이런 경향은 몇 가지 면에서 유용하다. 이를테면 낯선 사람들과의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쉽게 풀 수 있다. 하지만 동종선호가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동종선호는 우리와 다른 사람들, 특히 타 인종의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게 한다. 트레이시 두마스Tracy Dumas오하이오주립대 교수가 주도하는 한 연구에 따르면, 직장과 관련한 친목 행사는 직원들이 같은 인종일 때만 사회적 유대를 형성하는 효과를 보인다. 관련된 연구에서 컬럼비아대 폴 잉그램Paul Ingram과 마이클 모리스Michael Morris교수는, 주로 뉴욕에서 근무하는 기업 임원 100명이 참가한 회식을 살펴봤다. 이 행사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라는 홍보 문구를 내세웠지만 참가자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람과 주로 어울렸으며, 대개는 자신과 같은 인종이 적어도 한 명은 포함된 무리에 합류했다.

 

상이한 관계 유형의 혼합.직장에서 진정한 사회적 유대를 형성하기 힘든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서로 다른 관계 유형을 섞어야 하는 데 있다. 1979년 심리학자 마거릿 클라크Margaret Clark와 저드슨 밀스Judson Mills는 공동체적 관계와 교환적 관계라는 두 가지 인간관계 유형을 밝혀냈다. 공동체적 관계는 타인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는 일을 근간으로 한다. 친구와 가족 관계를 예로 들 수 있다. 교환적 관계는 상대에게 보답을 기대하고 베푸는 관계다. 우리가 대개 직장 동료와 맺는 관계는 당연히 교환적 관계다.

 

공동체적 관계와 업무 중심의 친목회 기능을 내포하는 교환적 관계를 섞으면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교환적 관계 속에 있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약점을 밝히거나, 정신적인 지지를 요청하거나, 심지어 애정을 고백하는 등 공동체적 행동을 취한다면, 상대방이 즉시 그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업무와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해야 할 때와 장소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선을 넘는 행동을 하면 인간관계가 가까워지기보다 어색해진다.

 

여가 가로채기

직장에서 친목을 도모하는 수많은 시도가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는데도, 기업들은 끊임없이 각종 활동과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다. 그 결과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직장생활이 삶의 모든 면을 서서히 침범하기 시작한 것이다. 작년에 HBR이 커버스토리에서하루 24시간, 1주일 내내 직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살아남는 법을 다뤘듯이 여러 전문가들이 기업이 직원의 여가를 마음대로 갖다 쓰는 경향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오늘날 많은 기업이 직원들을 언제든 부리고 싶어하고, 직원들이 육아와 같은 삶의 다른 중요한 부분보다 일을 더 우선순위에 두기를 바란다. 이런 문화 속에서 고용주들은 점차 일과 사교생활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고 있다. 자금이 풍부한 기술 기업의 본사 건물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 항상 먹거리가 구비된 주방서부터 체육관, 명상실, 물리치료실, 푸즈볼이나 탁구대 같은 놀이시설까지 다양한특전을 볼 수 있다. 이 모든 시설은 직원들이 회사 밖의 삶을 조직 안으로 끌어오도록 유도하려고 설계됐다. 직원들의 친목을 도모해서 고독감을 완화하려는 목적인지는 몰라도, 이런 혜택들이 우리를 진정한 공동체적 관계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다. 이처럼 직장생활이 사생활을 침범하면 우리의 고립감은 더욱 커지게 된다.

 

최근 직원들의 회사 밖 사교생활을 제어하려는 기업의 욕망을 다룬 책 두 권이 출간됐다. 제임스 리빙스턴James Livingston <   No More Work   >와 엘리자베스 앤더슨Elizabeth Anderson <   Private Government   >는 우리가 회사 밖에서 술을 마셨는지, 트위터에 불쾌한 글을 올렸는지, 심지어 정치 집회에 참석했거나 참석하길 거부했는지에 따라 고용주가 우리의 고용 상태를 결정할 힘이 있다는 점을 기술했다. 앤더슨은고용주는 분할근무 등을 통해 작업시간을 일방적으로 결정해서 직원들의 사생활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직원들은 아이를 돌보는 일정을 미리 정할 수도 없고, 집에서 몇 시간이나 떨어진 직장에서 대낮에 무급으로 시간을 죽여야 한다. 그렇게 친구,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빼앗긴다면서 직원의 사생활에 개입하려는 기업의 경향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이런 정책이 공동체적 관계에 제약을 가하거나 피해를 줘서, 직장 내 고립감을 더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앤디 메리필드Andy Merrifield <   The Amateur   >도 기업에 빼앗긴 사교생활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메리필드는 정원 가꾸기, 자동차 정비, 조각 같은 여가활동이 점차 전문화되는 과정과 이 현상을 관련 짓는다. 또한 우리가 취미로 즐기는 일을 경력 관리에 활용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을 기술한다. 메리필드는 취미가 직업이 될 때그 직업은 간단히 말해, 좋아서 하는 일을 일에 대한 혐오로 바꿔버린다라고 썼다. 우리의 사교생활도 마찬가지다. 천생이 외향적인 사람이라도 직장에서 친절을 강요 받는다면, 타인과 어울릴 때 자연스럽게 느끼는 즐거움이 점차 줄어들 것이다.

 

리빙스턴, 앤더슨처럼 메리필드도 인문학자다. 내가 속한 경영대학원과 기업에서는 이런 관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곳도 많다. 내가 속한 세계에서참여분열과 같은 말이다. 나는 경영대학원 수업에서 참여에 대해 강의를 많이 해봤다. 그리고 수많은 기업과 조직의 학자들이,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상호 유대를 강화하는 한편, 고독감을 줄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일터 안팎으로 외로움이라는 전염병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나는 이탈이라는 조금 색다른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사람들을 퇴근시키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게 하고, 술집에 들르게 하고, 소개팅 앱 틴더를 들여다보게 하고, 밴드 활동을 하고 음악 앨범을 만들게 하자. ‘재미를 찾아보라고 지시하는 대신 하루 휴가를 주자. 그들의 사교적 삶이 풍부해지고 고독이 사라지는 모습을 그저 지켜보자.

[3]두 사람이 앞뒤로 나란히 서서 앞사람이 뒷사람을 믿고 뒤로 넘어지면, 뒷사람이 앞사람의 등을 받쳐주는 신뢰 연습 방법. 

 

번역: 장효선 / 에디팅: 조영주

애덤 웨이츠(Adam Waytz)는 심리학자이자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의 경영·조직 부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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