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4월(합본호)

찬물 샤워를 하면 몸이 아파서 결근하는 일이 줄어든다.
앨리슨 비어드(Alison Beard)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학술의료센터 기어트 A. 부이제Geert A. Buijze 박사팀은, 실험 참가자 3000명에게 한 달 동안 매일 아침 30초나 60, 혹은 90초 동안 찬물로 샤워를 마무리하거나 평소대로 따뜻한 물로만 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같은 기간 실험 참가자들의 출근 기록을 살펴봤더니, 찬물로 샤워를 마무리한 사람들은 따뜻한 물로만 샤워한 대조군에 비해 결근율이 평균 29% 낮았다. 연구팀은 이렇게 결론 내렸다.

 

찬물 샤워를 하면 몸이 아파서 결근하는 일이 줄어든다.

 

 

부이제의 설명을 들어보자.

 

부이제:이번 연구는 찬물 샤워가 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는 고차원의 증거를 처음으로 보여줬습니다. 한 달 동안 매일 적어도 30초씩 찬물로 샤워를 한 사람들이 병가를 낸 날은 대조군보다 29% 적었고, 운동까지 규칙적으로 한 경우에는 54% 적었습니다.

 

HBR: 왜 찬물 샤워를 하면 덜 아플까요?

좀 미묘하면서도 중요한 문제인데요. 사실 찬물 샤워를 한 사람들과 따뜻한 물로만 샤워를 한 사람들이 몸이 아프다고 느낀 날은 대체로 같았습니다. 하지만 찬물 샤워를 한 사람은 증상이 덜하거나 활력이 더 넘쳐서, 아픔을 떨치고 어쨌든 활동을 할 수 있었죠. 찬물 샤워가 면역체계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모르지만, 어떤 경로로 작용하는지는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추우면 우리는 몸을 떱니다. 체온을 높이기 위한 자율반응이죠. 이것은 신경내분비 작용을 유발하고, 우리 몸이 이완반응을 보이기 전에 투쟁 도피 반응[1]을 일으켜서 코르티솔 같은 호르몬 분비를 늘리게 되죠. 게다가 낮은 온도는 몸에 좋은 갈색지방을 활성화시킵니다.

 

갈색지방이 활성화되면 어떤 효과가 납니까?

갈색지방이 면역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아직 입증된 바는 없습니다만, 체온 조절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확실합니다. 갈색지방이 활성화되면 칼로리를 태워서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 줍니다. 에너지와 신진대사를 높이고 혈당 조절에도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비만과 당뇨의 위험도 줄일 수 있습니다.

 

찬물 샤워가 그저 위약 효과placebo effect를 내는 건 아닐까요? 찬물 샤워로 떨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나면 스스로 더 강하다고 느끼겠죠?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단순한 심리현상이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의학에서는 위약 효과를 부정적으로 보지만, 생명건강 과학에서는 약물보다 자연적인 수단으로 얻는 유익한 효과라면 무엇이든 적극 추구합니다. 위약 효과도 신경생물학적 경로에 의존합니다.

[1] 긴박한 위협 앞에서 자동으로 나타나는 생리적 각성 상태

이른바 프레즌티즘presenteeism[2]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몸이 아픈 사람은 출근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꼭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흔한 감기 정도는 대부분 그냥 견디면서 일할 겁니다. 하지만 손을 씻고, 입을 가리고 기침하는 등 위생 조치를 취해서 동료들이 감염되지 않도록 해야겠죠.

 

운동과 다이어트 같은 더 확실한 건강 증진책을 놔두고 찬물 샤워를 연구한 이유가 있나요? 선행연구 결과를 보면 운동은 면역체계를 강화합니다. 하지만 그 밖의 어떤 일과나 생활습관이 면역체계를 강화한다는 일관된 증거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영양보충제에 관한 연구는 상반된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영양실조는 면역체계를 약화시킬 수 있지만, 슈퍼푸드가 면역체계를 강화한다는 증거는 찾기 힘듭니다.

 

저희는 오래전부터 모든 문화권에서 찬물 샤워가 좋다는 주장이 많았기 때문에 찬물 샤워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환자들에게 냉수욕을 처방했습니다. 고대 로마시대에는 온도가 점점 높아지는 온탕을 거쳐 마지막으로 프리기다리움frigidarium이라는 냉탕에 뛰어드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목욕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 풍습은 오늘날 전 세계 스파에서도 볼 수 있죠. 운동선수들은 얼음 목욕으로 국부 염증과 통증을 완화하고, 부상에서 회복하는 시간을 단축시킵니다.

 

네덜란드의 얼음인간 윔 호프Wim Hof에게도 영감을 받았습니다. 윔 호프는 점점 강도를 높여서 추위에 몸을 노출시키고 호흡하는 훈련으로, 꽁꽁 얼어붙는 추위에서도 2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신체를 단련한 것으로 유명해졌죠. 호프는 다른 사람들에게 똑같이 하라고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은 몸에 병원균을 주입했을 때 면역반응을 조절해서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이 기법을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윔 호프는 의학 전문가가 필요했기 때문에 저에게 찬물 샤워에 관한 책을 같이 쓰자고 제안했지만, 저는 찬물 샤워의 효과를 조사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물은 얼마나 차가워야 합니까?

저희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늘 하던 대로 각자에게 맞는 따뜻한 물로 원하는 만큼 오래 샤워한 다음 30, 60, 90초 동안 물을 최대한 차갑게 틀라고 했습니다. 실험은 1 1일부터 4 1일까지

네덜란드에서 겨울에 이뤄졌는데, 그 시기 가정집의 지하수 온도는 섭씨 10~12도 정도로 무척 차갑습니다. 4000명 넘게 실험에 참가하겠다고 자원한 건 기적이죠. 저희는 그중 3000명을 참가시켰습니다.

 

그 사람들이 고통에서 쾌감을 느끼는 마조히스트나 찬물 샤워 애호가는 아니었나요?

물론 찬물 샤워를 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과 찬물 샤워에 관한 연구를 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참가자들 가운데 이전에 찬물 샤워를 규칙적으로 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들 심장이나 호흡기에 심각한 문제가 없는 건강한 성인이었고, 일부는 얼음인간 이야기에 영감을 받았을 겁니다. 이번 실험이 자신을 비참하게 만들까봐 두려웠다는 사람이 많았어요. 실제로 처음에는 비참하게 만들었죠. 대다수가 찬물 샤워를 불편해했고 몇몇은 아주 싫어했기 때문에, 한 달 동안 지속하는 데는 회복탄력성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적응하기 시작했고, 덜 귀찮아했습니다. 실험이 끝난 뒤에도 계속해서 찬물 샤워를 하겠느냐는 질문에 91%가 그러겠다고 답했고, 실제로 3분의 2가 계속했습니다. 제가 볼 때 이것이 생리적이든 심리적이든 찬물 샤워가 유익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찬물 샤워가 즐거워서 하는 것은 아니죠.

 

90초 동안 할 때가 30초 동안 할 때보다 효과가 더 좋았습니까? 아뇨. 시간은 상관 없었습니다. 병가 일수는 30, 60, 90초 그룹에서 똑같이 줄었습니다. 30초보다 짧게 해도 되는지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30초면 충분합니다.

 

몸이 아파서 결근하는 날이 준 것 말고 다른 소득은 없었나요? 일할 때의 생산성은 찬물 샤워를 한 사람이나 안 한 사람이나 똑같았습니다. 이론상으로는 찬물 샤워를 한 사람이 결근을 덜했으니까 실험기간 동안 누적 생산성은 더 높았겠지만요. 찬물 샤워 그룹에서 좀 더 빨리 삶의 질이 향상됐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그런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졌습니다.

 

병가를 낸 날이 줄어든 효과도 시간이 지나면서 없어질까요?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찬물에 익숙해져서 차가움을 덜 느낀다 해도 신경생리적 효과는 그대로 남을 겁니다.

 

캐나다 뉴펀들랜드로 간다면 그곳에서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기후에 맞게 행동하기 때문이죠. 보통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캐나다 지역에 살고 있다면 집, 자동차, 사무실 안을 따뜻하게 하고, 외출할 때는 체온을 37도로 유지하기 위해 옷을 몇 겹씩 껴입을 겁니다. 추위에 몸을 노출해서 똑같이 떠는 효과를 낸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아직 그런 가설을 뒷받침하는 자료는 없습니다.

 

박사님은 어느 정도 수온으로 샤워하십니까? 저는 이언 플레밍의 소설 속 제임스 본드 같은 방식을 선호합니다. 김이 펄펄 나는 뜨거운 물로 시작해서 아주 찬물로 곧장 옮겨가는 식으로 온도를 바꿉니다.

 

그 요법을 시작한 뒤로 어떤 변화를 느낀 게 있습니까?실험 참가자들과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일단 적응해서 회복탄력성이 생기면 찬물 샤워는 중독성 있고 활력 넘치는 아침 일과가 됩니다. 몸이 좀 안 좋든 건강하든, 찬물 샤워를 하면 하루를 힘차게 시작하게 됩니다!

 

인터뷰어 앨리슨 비어드

번역: 손남옥 / 에디팅: 조영주

 

[2] 불이익을 받을까봐 걱정돼 몸이 아파도 출근하는 것

 

  • 아티클 다운로드
    (PDF)
    5,000원

    담기바로구매

  • 2018년 3-4월호
    25,000원
    22,500원

    구매하기

  • 디지털서비스
    1년 150,000원

    디지털서비스란

    신청하기

자기계발 다른 아티클

무료 열람 가능 아티클 수 0/1 회원가입 | 서비스상품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