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6월(합본호)

술을 마시면 문제를 더 창의적으로 풀 수 있다
앨리슨 비어드(Alison Beard)

DEFEND YOUR RESEARCH

술을 마시면 문제를 더 창의적으로 풀 수 있다

 

미시시피주립대 앤드루 자로즈Andrew Jarosz교수팀은 남성 20명에게 혈중알코올농도가 법적 한도에 이를 때까지 보드카 크랜베리 칵테일을 마시게 한 뒤, 단어 연상 문제를 풀게 했다. 술을 마신 사람은 안 마신 사람보다 정답을 더 빨리, 더 많이 맞혔다. 연구팀은 이렇게 결론내렸다.

 

술을 마시면 문제를 더 창의적으로 풀 수 있다

자로즈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자로즈:술을 마시면 창의력이 높아진다고 주장하는 유명한 작가, 예술가, 작곡가들이 있습니다. 술을 몇 잔 마시고 나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하는 사람도 자주 봅니다. 우리는 그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찾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작은 실험을 했습니다. 피험자들에게 RAT[1]창의력 테스트 문제 15개를 풀게 했죠. RAT 문제의 예를 들자면 duck(오리고기), dollar, fold라는 세 단어의 연관어로 bill을 맞히는 식인데, 술이 약간 취한 사람들이 한 잔도 안 마신 사람들보다 두세 문제를 더 풀었습니다. 또 한 문제당 제한시간 1분 안에 더 빨리 답을 제출했으니 놀라운 일이죠.

 

HBR:결국 알코올이 정신기능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이야긴가요? 떨어뜨리기는 합니다. 하지만 창의적으로 문제 해결하기는, 술을 마셨을 때 나타나는 주요 현상인집중력 저하가 유리하게 작용하는 영역이죠. RAT 같은 테스트에서는 처음 떠오른 생각에 얽매이지 않는 일이 중요한데, 알코올이 이걸 도와주는 것 같습니다. 문제를 풀 때 전략적 사고와 직관에 얼마나 의존했는지 물었더니, 술을 마신 사람은 안 마신 사람보다 직관을 이용해서 10% 이상 문제를 더 풀었다고 대답했어요. duck의 연관어인 bill은 체계적 방식으로 생각해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cry(울음, 구호), front(전선·戰線), ship(선박, 군함)의 연관어 찾기처럼 좀 더 어려운 문제를 그런 방식으로 풀려고 하면, baby 같은 오답에 더 오랫동안 시간을 보낸 다음에야 battle(전투)이라는 정답을 찾게 됩니다. 물론 복잡한 수학문제 풀기, 큰 기계 조작하기 같은 다른 많은 영역에서는 맑은 정신으로 주의력을 관리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죠.

 

브레인스토밍을 회의실이 아니라 선술집에서 해야 할까요?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면 즐겁게 몇 잔 들거나, 점심에 칵테일 한 잔을 곁들이면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술을 너무 많이 마시면 안 됩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08보다 높아지도록 마시면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형편없는 아이디어를 추려내기 어려워지니까요.

 

교수님은 실험에서 혈중알코올농도를 0.075까지만 올렸는데, 그게 혹시 마법의 수치인지요? 혈중알코올농도를 법적 한도까지 올리려고 한 겁니다. 우리는 음주 경험이 비슷한 21~30세 남성들을 뽑아서 실험 전 24시간 동안 술이나 약물을 금지하고, 4시간 동안 음식과 카페인 섭취를 못하게 했습니다. 그런 다음 피험자들에게 각자의 몸무게에 맞춰 스낵을 주고, 30분 동안 보드카 크랜베리 칵테일을 3잔씩 마시게 했죠. 보드카와 크랜베리 주스의 비율은 1 3으로 일정하게 맞췄지만, 몸무게가 더 나가는 사람은 더 큰 컵으로 마셨습니다. 그러고는 음주측정기를 불게 해서 혈중알코올농도가 목표치까지 올라갔는지 확인했어요. 하지만 지난해 오스트리아 그라츠대의 마티아스 베네데크Mathias Benedek박사팀이 실시한 후속 연구에서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03이 될 때까지 마신 사람도 안 마신 사람보다 RAT에서 더 좋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꼭 보드카 크랜베리 칵테일을 마셔야 하나요? 저는 레드 와인이 더 좋은데요.이런 연구에서는 보드카 크랜베리 칵테일을 많이 이용합니다. 알코올 양을 조절하기 쉽고, 주스로 다양한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베네데크 박사팀의 연구에서는 맥주를 마셨으니까, 주종은 상관없어 보입니다.

[1] Remote Associates Test, 주어진 몇 개의 단어에서 공통으로 연상되는 단어를 맞히는 테스트

약물은 어떤가요?약물 복용에 대해서는 딱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 연구에 따르면, 렘수면[2]도중에 깨어났을 때처럼 특정한 형태의 뇌 손상이 있을 때 창의력 테스트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런 연구결과는 집중력 저하 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에 타당하다고 봅니다. 심지어 차를 마셔도 창의력이 더 좋아지는 걸로 나타났는데, 아마 차를 마시면 긴장이 풀리기 때문일 겁니다. 베이징대 연구팀은, 따뜻한 홍차를 마신 사람이 따뜻한 물을 마신 사람보다 놀이용 블록으로 더 재미있는 구조물을 만들고, 더 혁신적인 국수가게 이름을 지어낸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술 이야기로 돌아가서, 술을 마신 사람들이 안 마신 사람들보다 머리가 더 좋았던 것은 아닐까요?사실 두 그룹의 정신적 예민함의 정도를 작동기억[3]이라는 측정치로 확실하게 균형을 잡았습니다. 실험을 시작하기 전 모두가 맑은 정신이었을 때, 컴퓨터 화면으로 수학문제 사이사이에 들어 있는 단어들을 보여 주고 순서대로 쓰라고 했어요. 그런 다음 점수차가 1점 이내인 사람들끼리 짝을 지어 각각 다른 그룹에 배치했기 때문에, 두 그룹의 평균점수가 거의 같았죠. 실험을 마무리하면서 같은 테스트를 실시했는데, 술을 안 마신 사람들이 두번째 테스트에서 더 높은 점수를 기록한 반면, 술을 마신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피험자가 모두 젊은 남성이었어요. 여성이나 좀 더 나이든 사람이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요?앞으로 연구해야 할 부분이긴 하지만, 젊은 여성은 비슷한 결과가 나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이든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수 있겠죠.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뇌에는 많은 변화가 생깁니다.

 

왜 이 연구를 하시게 된 건가요? 스스로의 음주 습관을 정당화하려고 하신 건 아니죠?아닙니다. 수제맥주 애호가이기는 하지만 일하면서 마시지는 않고요, 제 연구의 초점은 알코올이 아닙니다. 문제해결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조사하는 데 관심이 더 많았어요. 아르키메데스가유레카!”라고 외쳤다는 오래된 이야기가 있는데, 저는 늘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번쩍 하는 통찰력을 얻는지 궁금했습니다. 저와 책을 함께 쓴 알코올연구자 그레고리 콜플레시Gregory Colflesh, 그리고 제니퍼 와일리Jennifer Wiley와 어느 날 대화를 하다가, 우리가 이 분야를 연구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알코올이 다른 면에서 정신적으로 이롭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지요?피츠버그대 마이클 세이에트Michael Sayette교수팀은 ‘Lost in the Sauce’라는 논문에서, 술을 마신 사람은 마음이 이리저리 방황하기 쉬운데, 이는 어떤 상황에서는 이롭고 어떤 상황에서는 해롭다고 보고했습니다. 또 그레고리 콜플레시는 변화 감지에 관한 재미있는 실험을 했어요. 피험자들에게 사진 두 장을 주고 차이점을 찾게 했는데, 술을 좀 마셨을 때 성과가 향상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우리의 연구결과와 비슷한 메커니즘이죠. 술을 마신 사람은 사진의 각 부분을 일일이 대조하지 않고, 느긋하게 앉아서 두드러져 보이는 부분을 봅니다. 최근에는 이런 연구도 있었어요. 사람들은 술을 마셨을 때 외국어를 더 유창하게 말한다는 겁니다. 외국어를 하려면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 결과는 직관에 배치되는 일이죠.

 

술을 마신 뒤에 외국어를 더 잘하는 이유는 거리낌이 없어지고 자신감이 더 커지기 때문일 것 같은데요. 그런 효과 때문에 술을 마신 사람이 RAT 테스트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는 걸까요? 그럴 수 있어요. 연구결과에 따르면 알코올이 그런 효과를 가져온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실험에서는 그런 효과를 측정하는 자료는 수집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술을 마신 사람이 안 마신 사람보다그래 이거야!” 하고 느끼는 순간이 더 많았다는 건 확실합니다.

 

그런 순간들 때문에 더 높은 점수를 얻은 걸까요?그렇습니다. 술을 마신 사람은 목표에 집중해서 정답을 찾으려고 하는 대신, 신경과학자들이 ‘활성화 확산[4]이라고 부르는 활동을 펼친 겁니다. MRI로 술 마신 사람의 뇌를 촬영한다면 뇌의 다른 부위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텐데, 정답에 해당하는 단어에 대한 기억의 후미진 곳을 무의식적으로 활성화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은 술을 더 많이 마셔야 할까요? 100% 틀에서 벗어난 방식, 혹은 100% 집중하는 방식으로 생각해야 하는 직업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때그때 수행하는 과제에 따라 다르다고 봅니다. ‘글은 취했을 때 쓰고, 깨고나서 고치라는 옛말도 있지 않습니까? 수정이 필요한 이유가 있는 거죠.

 

저도 이 기사를 오늘 저녁에 와인 한 잔 마시고 쓰고 내일 아침에 고쳐야겠어요.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인터뷰어 앨리슨 비어드

번역: 손남옥 / 에디팅: 조영주

 

[2] REM(rapid eye movement), 몸은 자고 있으나 뇌는 깨어 있는 수면 상태

[3] 생각하기, 계산하기, 말하기 등 어떤 과제를 수행할 때 사용하는 단기 기억

[4] spreading activation, 기억에서 개념은 마디로 표시되고 의미에 근거한 고리로 연결돼 있는데, 외부 지각이나 작동 기억의 내용을 통해 초점 마디가 활성화되면 의미적으로 연결된 인접 마디들로 활성화가 번져간다는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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