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월호

사랑하는 직장을 그만두는 법
잔피에로 페트리글리에리(Gianpiero Petriglieri)

PROFESSIONAL TRANSITIONS

사랑하는 직장을 그만두는 법

잔피에로 페트리글리에리

 

 

 

눈에 반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시간이 가면서 점차 빠져들었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원하지만 아무나 갖지 못하는 것, 바로내가 사랑하는 직장을 당신은 갖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 직장을 그만두려 한다.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일 자체는 아주 멋지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일이나 조직이 아니다. 바로 당신이다. 그리고 이 결정은 단지 일시적 충동이 아니었다. 당신은 그 문제를 한동안 고민했다.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작별해야 한다. 지금이 그래야 할 때다.

 

결국 당신은 스스로 되뇐다. 내가 선택할 수 있을 때, 아직 다른 길이 있을 때 떠나는 게 낫다고. 당신은 여기 안주하기엔 너무 젊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기엔 너무 유능하다. 그리고 당신은 한 직장에 오래 머무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어느 날 환송회 같은 것도 없이 회사에서 내쳐진다. 새로운 인재를 받기 위해서 등의 이유로. 혹은 그들 스스로의 일에 대한 애정이 서서히 식으면서 안일함에 빠져 영혼 없이 같은 일을 반복하는 사람이 되고 만다. 당신은 그런 일이 당신에게 일어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 현대의 위대한 사랑, 그 추억이 파괴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현실을 인정하자. 한 세기 전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좋은 삶을 위해서는 사랑할 줄 알아야 하고 일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오늘날에 와서는 일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로 바꿔야 할 것 같다. 이제 우리는 직업에서 자존감, 안정감, 돈만 원하는 것이 아니다. 열정과 성취감, 놀라움도 얻길 바란다. 한마디로 로맨스를 바라는 것이다.

 

조직들은 그런 우리의 소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우리의 마음을 얻고자 최선을 다한다. 그래서 인재를 뽑을 때 더 이상 물질적 보상만을 약속하지 않는다. 조직에 들어오면 일에서 의미를 찾게 될 거라고 말한다. 조직 안에서 성장하고 지역사회의 일원이 되며 세상을 바꾸는 일에 일조하게 된다고 말한다. 운이 좋으면 급여도 괜찮게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심리학자들은 조직이 우리의 마음을 얻는 이유를 수십 년간 연구해 왔다. 그들은 그 이유를 동일시(同一視·identification)라고 부른다. 우리는 훌륭한 급여와 복지혜택을 주는 조직도 좋아하지만 우리 스스로를 더 나은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조직에도 빠져든다.

 

동일시 현상이 일어나면, 내가 하는 일이 곧 내가 된다. 조직의 가치관을 내 안에 통합하게 된다. 내가 일하는 조직이 개방적이고 철저하고 진취적이면 나도 그렇게 된다. 조직이 빛나면 나도 덩달아 빛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조직이 힘들면 나도 따라 힘들어진다. 어떤 자리에서 일을 한다는 건 가장 건강하고 합리적인 종류의 중독현상처럼 보인다. 연애와 마찬가지다.

 

당연히 우리는 직장생활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때때로 정신이 나갈 때도 있다. 연애할 때와 똑같은 현상이다. 연애는 힘들다. 사람을 소진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연애가 잘될 땐 내가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좋은 감정이 지속되는 동안엔.

 

사랑하는(혹은 사랑했던) 자신의 직업이나 조직과 사이가 틀어진 사람들을 나는 종종 만난다. 그런 이들은 마치 이혼상담을 하는 것처럼 학교에 찾아와 내게 도움을 청한다. 복잡한 심경을 정리하려는 것이다. 나는 그들을 잘 이해한다. 왜냐하면 나도 그들과 같은 처지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생기는 망설임, 가벼운 죄책감, 두려움을 잘 안다. ‘내가 그저 조바심을 내는 걸까? 그걸 극복할 수 있을까? 더 나은 일, 아니 딱 이만큼이라도 괜찮은 일을 찾게 될까? 만약 지금 일을 그만두면 난 어떤 사람이 돼 있을까?’ 같은 의문이 드는 것이다.

 

그런 질문들이 떠오르는 게 직장과의 연애가 잘 풀리지 않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혹은, 로맨틱한 감정이 시들해지면서 보다 성숙한 사랑으로 전환돼 가는 신호일 수도 있다. 대개는 양쪽 측면 모두가 조금씩 나타나지만, 그 두 측면을 구별하는 게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잘 그만둘 수 있을까 생각하기 전에 왜 그만두려 하는지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우선 내가 지금 잘못된 연애를 하고 있을 때의 증상은 다음과 같다. 나는 많은 걸 주는데 상대에게서 필요한 걸 얻지 못하고 오히려 그게 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든다. 헤어지는 게 힘들고 심지어 괴롭힘도 당한다. 경제적 혹은 심리적 이유로 붙들려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떠나고 싶지만 이별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다. 솔직히 상상조차 불가능하다. 이 연애가 없다면 대체 나는 무엇인가. 불안하다.

 

연애가 지속적인 사랑으로 전환돼 갈 때의 증상은 다음과 같다. 나의 열정이 헌신으로 바뀌어 가고 헌신할 만한 가치가 있는 대상을 정확히 깨닫기 시작한다. 이 자리에 헌신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확신이 줄어든다. 내가 아무리 이 일자리를 사랑하더라도 그 일자리가 나를 사랑해 주지는 않는다는 걸 아니까. 하지만 나는 내가 하는 일과 지금까지 그 일을 해온 내 자신의 모습을 사랑한다. 일과 더불어 그 일로 접촉하는 사람들도 사랑한다. 사람들이야말로 헌신할 가치가 있는 존재다.

 

만일 지금 잘못된 연애를 하고 있다면, 잘 그만두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딱 한 가지 있다. 최대한 빨리 거기서 벗어나라. 독립하는 데 필요한 것, 즉 다른 일자리와 좋은 친구 집단을 찾고 지금 하는 일을 깔끔히 잘라내라. 그러면 당신은 생각보다 더 빨리 치유될 것이다. 지금 하는 일의 일부분만 문제가 있다고 해도 당신과 그런 부분들 사이에 분명한 선을 그어라. 일단 자신의 상태가 더 나아진 걸 깨달으면 자유를 찾을 수 있다. 심지어 같은 곳에 남더라도 조건을 다르게 할 수 있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미 매력적인 제안이나 주변의 충분한 지원 등의 대안이 있는 상황에서도 계속 망설이고 있다면, 다른 길을 택해야 한다. 당신이 갖고 있는 사랑의 방향을자리에서로 옮겨야 한다. 자리는 존중하되 일을 사랑해야 한다. 그러니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기 전에 두 번 생각하라. 한 번은 무엇을 놓아줘야 하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한 번은 무엇을 나와 함께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그런 다음에 놓아줘야 하는 것엔 확실하게 애도를 표하고, 가져가야 하는 건 확실하게 챙겨서 떠나라.

 

당신의 정체성을 형성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 이유는 그 자리가 당신의 능력에 비해 보잘것없게 축소됐기 때문일 수도 있고 혹은 당신이 너무 성장해서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게 됐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그 둘 다일 수도 있다. 어찌됐든 그만두는 과정은 빠르고 쉽지 않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그 자리에 대한 모욕일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배웠던 일들을 헛공부로 만드는 것이 된다. 사람, 공간, 심지어 물건에도 작별인사를 건넬 시간을 마련하라. 마지막 업무일이 언제인지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전체 회의에 참석하라. 혹은 일정 기간을 작별인사 하는 기간으로 설정하라. 송별회가 있다면 그 자리를 이야기로 가득 채워라. 그 자리에선 축하와 아쉬움을 나란히 둬라.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으면 아쉬움이 뒤따르기도 한다는 걸 알려라. 아쉬워하다 보면 그 직장을 떠나는 게 실수인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혹시 그럴지도 모르니 그런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지금까지 제대로 잘 해왔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일에서 마지막 한 가지 교훈을 얻어라. 바로 상실을 음미하는 것이다. 그래야 할 날이 또 찾아올 테니 말이다. 직장이 유동적인 이 시대에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다는 건 한 곳에 충실할 수 있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면 실력이 없는 것으로 비친다. 그러니 일터를 사랑할 수 있는 것으론 충분하지 않다. 그만두는 법도 배워야 한다. 사랑을 잘하기도 어렵지만, 잘 떠나기는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진심어린 작별 인사를 하더라도 사랑하는 직장을 그만둘 땐 짐을 가볍게 쌀 필요가 없다는 점을 기억하라. 가능하면 뒤에 남겨두는 것 없이 다 챙겨가라. 심지어 다른 곳에 가서도 계속하게 될 일에 주의를 기울여라. 그리고 현재 일로 더는 구속받지 않을 테니 새로운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 머릿속에 새겨라. 일하며 사는 동안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사람들에겐 당신과 그들과의 관계가 유지되고 심지어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려라. 서로의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이미 알고 있다면 당신은 물론 그들도 기분 좋게 마음을 터놓고 떠들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목록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함께 하겠다고 약속한 사람들과 일들의 목록을 반드시 작성하라.

 

마지막으로, 회사를 한 번 더 바라봐라. 비록 회사를 떠나는 결정을 내렸다 해도 거기서 익힌 가치와 습관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그게 바로동일시의 묘미다. 그런 건 노트북과 사원증처럼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 많은 이들이 오래전에 떠난 회사들에서 일했던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여전히 그 회사들에 충성심을 느낀다. 왜냐하면 그 직장들 덕분에 자신의 정체성과 능력, 향후 진로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니퍼 페트리글리에리와 나는 그런 회사들을 두고동질적 직장identity workplaces’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바로 그런 곳에선 이동의 자유를 느끼기 때문에 이 시대의 유동적 인재는 그런 직장에 끌린다. 그런 곳은 퇴사한 뒤에도 우리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

 

일을 더 제대로 사랑하기 위해 현재의 자리나 조직을 떠나야 할 때가 있다. 사랑을 잘하는 데 필요한 능력 하나는 어떤 자리도, 어떤 조직도 가르쳐 주지 못한다. 그것은 바로 홀로서기 능력이다. 일단 홀로 설 수 있으면 사랑은 이제 필수가 아니라 기쁨이 된다. 우리는 더욱 확고한 경계를 정할 수 있을 것이며, 그 결과 자신을 내어주지 않고도 다른 사람과 일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된다. 홀로서기가 가능하면 착취와 학대에도 영향을 덜 받는다. 구속되지 않기 때문에 진정으로 충실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어떤 자리나 조직을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거듭 말하지만, 그것들은 당신을 사랑해 주는 법이 없다. 하지만 그 자리나 회사에 있음으로써 당신이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는 다른 일과 사람들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면 참 다행 아닌가.

 

번역 허윤정 에디팅 조진서

 

잔피에로 페트리글리에(Gianpiero Petriglieri)는 인시아드 조직행동학 부교수다.

의학박사이자 정신과 전문의로 리더십 개발을 연구하고 실행한다. 페트리글리에리 교수의 연구 활동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개인 웹사이트, 트위터(@gpetriglieri), 페이스북에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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