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6월호

초대를 거절할 때 “시간이 없다”고 하면 안 되는 이유
그랜트 도넬리(Grant Donnelly)

DIFFICULT CONVERSATIONS

초대를 거절할 때 “시간이 없다고 하면 안 되는 이유

그랜트 도넬리   

 

 

 

 

난 봄, 파리에서 결혼하는 친구의 청첩장을 받았다. 친구의 소식에 기쁜 마음이 들면서도 당장 두 가지 문제에 봉착했다. 파리까지 가려면 돈이 많이 드는 데다, 얼마 안 되는 휴가를 거의 다 써야 할 상황이었던 것이다.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친구에게 어떻게 이야기할지 고민이었다. 그냥 못 간다고만 할까? 파리까지 가기엔 휴가도 여윳돈도 없다고 솔직히 말할까? 친구의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우리 우정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았다. 무엇이 최선일까?

친구나 동료의 사교모임에 초대받으면 보통은 시간이나 돈, 또는 둘 다를 투자하게 된다. 우리가 초대에 응할 수 없을 때 바로 생각나는 핑계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간과 돈을 이유로 하는 거절의 표현이 어떻게 인식되며,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연구된 바가 없다.

 

나는 동료 애슐리 윌런스Ashley Whillans, 마이클 노턴Michael Norton, 앤 윌슨Anne Wilson과 함께 거절 이유의 영향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트위터의 실제 대화 데이터를 분석하고 세 가지 실험을 수행했다. 그 결과, 시간이 없다는 변명은 관계에 독이 되는 반면 돈이 없다는 변명은 오히려 도움이 됐다.

 

 

‘시간’과을 이유로 들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

 

트위터 사용자의 대화 분석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2018년 한 주 동안 수신 대상이 정해진 트윗 중돈이 없어또는시간이 없어라는 구절을 포함한 트윗을 추출해 총 2310개 데이터를 얻었다. 이 중 절반이 조금 넘는 데이터는 시간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수신자는 해당 트윗에좋아요를 누를 수 있는데, 돈이 없다는 트윗과 비교하면 시간이 없다는 트윗이좋아요를 받는 비율은 상당히 낮았다. 사용자의 팔로어 수 또는 트위터 사용 빈도 등 다른 요소를 통제해도 결과는 같았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돈이 부족하다는 말과 시간이 없다는 말에 다르게 반응한다는 근거를 얻었다. 그러나 트위터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 간의 대화일 가능성이 있다. 친구나 동료 사이에서는 어떨까?

 

이를 시험하기 위해 결혼이 예정돼 이미 청첩장을 보낸 미국의 예비 부부 327쌍을 모집했다. 시간이나 돈이 없다는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힌 지인의 수를 묻자, 참가자들은 평균적으로 돈이 없다는 거절 2, 시간이 없다는 거절 2(다른 이유를 들며 거절한 회신도 있었다)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둘 다 일반적인 변명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어서 이들 예비부부에게 최근 돈이나 시간을 이유로 결혼 초대를 거절한 사람과 얼마나 친밀하다고 느끼는지 물었다. 거절 전후로 친밀감의 변화가 있는지 분석하기 위한 질문이다. 참가자들은 똑같이 친하다고 느꼈던 지인의 거절 회신을 받은 뒤, 돈이 없다고 거절한 사람보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를 든 사람에게 훨씬 거리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시간이 없어서 거절한 사람이 멀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시험하기 위해, 직장인 300명을 표본으로 해 참가자가 저녁을 먹자고 제안했을 때 친구가 거절한 상황을 제시했다. 일부는 바빠서(“미안, 시간이 없어”), 일부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서(“미안, 돈이 없어”)를 이유로 들었으며 나머지는 특별한 이유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 이 친구와 친하다고 느끼는지, 친구의 변명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지 질문했다. 또한 참가자들에게 일반적으로 사람이 시간과 돈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지 물었다.

 

이유를 들지 않은 거절과 비교할 때, 참가자들은 시간이 없다고 거절한 친구는 덜 친하다고 생각한 반면 돈이 없다고 거절한 친구는 훨씬 가깝다고 느꼈다. 참가자들은 시간을 이유로 든 경우와 아예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돈에 대한 변명을 타당하다고 느꼈다. 그 상황에 대한 개인적 통제력이 낮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시간에 대한 통제력이 높아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는 시간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따라서 시간이 없다는 변명은 의심을 부르고 궁극적으로 친밀도에 영향을 끼친다.

 

직관적으로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변명을 하는 입장이 되면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자주 대는 이유다. 네 번째 실험 결과, 시간 부족이라는 변명의 신뢰도와 호감도는 말하는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낮았다. 연구진은 808명에게 자선활동에 대한 대화를 지시했다. 참가자의 절반은 말하고 나머지 절반은 듣는 역할이었다. 말하는 집단을 반으로 나눠 한쪽은 시간이 더 있었다면, 한쪽은 돈이 더 있었다면 자선활동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도록 했다. 이어서 듣는 역할이었던 참가자들은 어렵고 쉬운 내용이 섞인 과제를 파트너와 배분했다. 연구 결과, 시간 부족을 탓한 참가자의 파트너에 비해 돈을 이유로 든 참가자의 파트너는 상대에게 쉬운 과제를 배정했다. 돈이 통제하기 어려운 요소이며 자선활동을 하지 못하는 타당한 이유라는 참가자들의 판단이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말하는 사람은 이러한 차이를 예상하지 못했다.

 

인생의 가장 희소하고 귀중한 자원인 시간과 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거절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인간관계를 지키려면 옳은 방법을 택해야 한다. 이 연구 결과를 보면,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초대를 거절당한 사람은 상대방이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것이다. 따라서 친밀감이 떨어지고 이후의 조력관계는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므로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돈이 없다고 말하는 편이 현명하다. 그러면 관계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고 의심받을 확률이 낮으며, 정직하고 믿을 만한 사람으로 인식돼 호감과 선의를 일으킬 수 있다.

 

물론 돈을 핑계로 드는 것이 부적절한 상황도 있다. (예를 들면, 부하직원과 이야기한다고 생각해 보자.) 다른 연구(표본 300)에서 이런 경우에는시간이 없다보다는힘이 없다고 거절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사람들은 시간보다 에너지를 통제하기 어렵다고 인지하기 때문이다.

 

나는 결국 파리까지 갈 시간이 없다는 말로 친구의 결혼식 초대를 거절했다. 한동안 우리 관계에 별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나는 연구 결과를 의식하며 결혼식과 관련된 안부를 자주 주고받았다. 살다 보면 시간이 없어서 초대를 거절해야 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이럴 때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시간을 내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번역 석혜미 에디팅 김성모

 

그랜트 도넬리(Grant Donnelly)는 오하이오주립대 마케팅 조교수이자 지속가능성연구소 연구진이다. 2018년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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