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4월(합본호)

좋은 일자리 솔루션
제이넵 톤(Zeynep Ton)

좋은 일자리 솔루션

수백만 명의 노동자가 열악하고, 보수가 적고, 일할 맛 안 나는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다. 이런 일자리는 기업의 순익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이제 노동자와 기업 모두를 위해 나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제이넵 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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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자리를 위한 변론

 

마트, 식당, 콜센터, 호텔, 놀이방에는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있다. 하지만 대개 처우가 형편없고, 수십 년간 그 상태를 유지해 왔다. 저임금에, 수당은 거의 없고, 경력도 못 쌓는다. 보통 나쁜 일자리는 값싼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하는 대가로 인식되곤 한다. 사실이 아니다. 더구나 일부 기업은 직원을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일용품 정도로 취급했던 기존의 운영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월마트, 맥도날드, , 애트나 등 대기업들이 직원 월급을 올렸다. 월마트는 직원 훈련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매장 직원들이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도록 운영을 간소화하고 있다. 갭은 직원들의 근무일정 예측성을 높이기 위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보험회사 애트나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도록 콜센터 상담원들에게 더 많은 재량권을 줬다.

 

이런 움직임이 급격한 변화의 전조일지도 모른다. 기업이 그토록 오래 푸대접해 왔던 직원들에게 투자하고 더 많은 권한을 주려는 이유는 뭘까? 주요 원인은 새로운 경쟁 지형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포화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은 기존 사업부에서 더 큰 성장을 이끌어내야 한다. ·오프라인 경쟁자들의 위협이 날로 거세지는 상황에서,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해야 하는 강력한 이유를 고객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기업은 업무에 열심인 직원의 생산성이 더 높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직 가능성이 더 낮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2016년 소매업계와 요식업계 이직률이 65% 73%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직률은 이들 업계에 특히 중요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서비스직의 일자리를 개선하면 기업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근로빈곤층working poor의 소득과 지출 여력을 늘리고, 이들에게 지급되는 막대한 액수의 정부 지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기준으로 약 900만 명에 이르는 미국 소매업계 종사자의 평균 시급은 10.37달러였다. 700만 명이 넘는 요식업계 종사자들이 시간당 평균 9.50달러를 받았다. 모두 4인 가족의 빈곤선을 밑도는 액수다. 많은 기업이 주당 40시간 이상 근무를 허용하지 않지만, 설사 그만큼 일하더라도 이들은 여전히 빈곤선을 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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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직원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 고객의 니즈에 더 잘 부응하고 직원의 생산성과 근로 의욕, 전체 기여도를 높이도록 고안된 전혀 다른 운영 시스템이 필요하다.

 

소매유통업계와 서비스업계의 많은 임원들은 이 사실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한다. 업무를 근본적으로 개편하고 직원에게 투자를 늘리는 전략은 직관에 어긋나는 데다, 수익이 나쁠 때는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1620개 매장과 79000명의 직원을 둔 스페인 슈퍼마켓 체인 메르카도나Mercadona는 이 전략을 실제로 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고, 다른 기업들도 나름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나는 15여 년 동안 메르카도나를 비롯한 소매유통업체와 다른 서비스업체들을 연구해 왔다. 2012 HBR에 기고한 글에서는 적정한 임금, 예측할 수 있는 근무시간, 충분한 교육, 성장 기회가 보장된 좋은 일자리가 소매유통업계에 도움이 되는 이유를 밝혔다. 그 뒤로는 내가좋은 일자리 전략Good Jobs Strategy’이라고 부르는 방법을 다양한 단계에서 채택한 여러 소매업자와 콜센터, 기타 서비스기업들과 연구하고 일해 왔다. 그 과정에서 좋은 일자리 전략이 그저 좋은 발상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수많은 증거를 얻었다. 두 부분으로 구성된 이 글의 첫 번째 파트에서는 나쁜 일자리와 좋은 일자리 시스템을 연구하며 알게 된 사실들을 공유하고, 기존 시스템을 좋은 일자리 시스템으로 바꿀 때 조직이 이점을 얻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평가하는 방법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본사와 매장 간의 연계

 

좋은 일자리 기업과 나쁜 일자리 기업은, 매장에 대한 본사의 의사결정 방식에서 기본 차이가 난다. 좋은 일자리 기업은 본사의 기능조직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매장 직원들의 생산성과 고객 서비스에 끼치는 영향을 반드시 고려한다. 코스트코 바이어들은 신규 아이템이 들어오는 시기를 조정해 매장 직원들의 작업량을 고르게 분산한다. 메르카도나는 상품을 쉽고 빠르게 진열할 수 있는 물건 포장법을 개발하기 위해 공급업체들과 머리를 맞댄다. 이를테면 올리브유 운송상자를 앞면이 열리도록 만들어서, 상품을 꺼내지 않고 상자 앞면만 열어서 매장에 진열할 수 있게 했다. 메르카도나 물류부서는 물건을 15~20분 안에 매장으로 배송해서, 받는 사람이 정확하게 입고를 준비하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한다. 또 매장마다 같은 화물기사를 거듭 보내서, 화물기사와 매장 직원이 효율적으로 호흡을 맞출 수 있게 한다. 이런 조치로 기업의 생산성이 증가하면 직원들의 임금을 올릴 수 있고, 작업량이 고르게 분산되고 예측 가능해지면 직원들의 근무일정 예측성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이직률이 낮아진다. 실제로 코스트코와 메르카도나의 이직률은 10%를 밑돈다.

 

좋은 일자리 기업은 본사와 매장이 원활하게 소통한다. 본사는 일선 업무에 작용하는 결정을 내릴 때 매장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한다. 메르카도나의 경우, 배송 처리 같은 프로세스를 표준화 할 때 일선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활용한다. 어떤 매장이 배치 문제로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체인업체의 배송 프로세스 관리자가 해당 매장에 맞춰 프로세스를 조정한다. 새로운 분산 주문 시스템을 개발했을 때는, 직원들이 별 필요도 없고 혼란만 일으킨다고 지적한 정보를 삭제하는 등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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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일자리 기업은 본사의 기능조직이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직원 생산성과 고객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이들은 매장을 단순히 본사의 결정을 실행하는 장소로 본다. 나쁜 일자리 기업에서 볼 수 있는 관행은 다음과 같다.

 

6시간 단위의 배송.물류부서는 배송 횟수를 줄여서 운송비를 최소화할 수 있겠지만, 매장 입장에서는 물류 배송에 투입할 자원을 계획하는 일이 훨씬 어려워졌다.

• 들쑥날쑥한 판촉행사.한 주에는 판촉행사가 여러 건 몰리고, 그 다음주에는 판촉행사가 아예 없었다. 투입해야 할 직원 수가 매주 달라지면서, 점장이 직원들에게 매주 일정한 근무시간을 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 변덕스러운 진열 방식.매장 직원들은 물건을 이리저리 옮기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고객을 도울 시간이 부족했고, 물건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기 일쑤였다. 물건을 진열하고 몇 시간 뒤에 진열 방식을 다시 손봐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공들인 일이 번번이 수포로 돌아가자 직원들은 업무에 전념할 의욕을 잃었다.

• 매장으로 잘못 전달되는 가격 정보.매장 직원들은 물건 가격을 새로 표시하는 데 시간을 허비해야 했고, 사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 쿠폰에서 비롯된 문제.매장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쿠폰을 발행하고, 직원들은 각 쿠폰에 적힌 방침을 따르라는 지시를 받는다. 그러나 한 직원은 유효기간이 지난 쿠폰을 받아주지 않아서 화가 난 고객이 점장에게 항의를 하면, 점장이 쿠폰을 받아주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바보 취급을 당한 기분이죠.”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고 유효기간이 지난 쿠폰을 재량으로 받아주면 해고를 당할 수도 있어요.”

• 막판 변경.다음 경우가 대표 사례다. 판촉부가 수요를 더 촉진하기 위해 판촉행사 일정을 금요일에서 수요일로 앞당기기로 한다. 본사 입장에서는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점장은 직원 수십 명의 근무시간을 금요일에서 수요일로 변경해야 한다. 갑자기 바뀐 근무시간 때문에 직원들은 개인 일정을 다시 조정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결근율과 이직률이 높아진다. 게다가 직원들이 판촉행사 준비와 다른 업무를 할 시간이 줄기 때문에 실수가 더 잦아진다.

• 부적절한 인력 충원.한 체인업체는 본사에서 실시한 작업량 연구 결과에 따라 인력을 충원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일선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이를테면 매장마다 레이아웃이 다르고, 진열대에 물건을 채우거나 가격표를 붙이고 있는 직원에게 도움을 청하는 고객이 많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그 결과 매장은 자주 일손이 부족해졌고, 직원은 고객을 친절하게 응대할 여력이 없었다.

 

기대 수준

 

일선 직원들의 생산성과 권한을 높이고 고객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운영방식을 설계하면, 회사와 직원은 서로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좋은 일자리 기업에서는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 운영방식이 이렇게 설계되지 않으면 직원들의 혼란, 사기 저하, 높은 이직률과 결근율이 만성화되고, 회사와 직원은 서로에 대한 기대수준이 몹시 낮아진다.

 

좋은 일자리 기업은 고용에서부터 기대치가 높다. 이런 회사들은 더 꼼꼼하게 사람을 고른다. 미국 11개 주에서 7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편의점 체인 퀵트립QuikTrip은 도시마다 한 곳에서 일괄로 채용을 진행하며, 전문가들이 구조화된 면접과 인지검사를 실시한다. 이 과정을 거쳐 뽑힌 신입사원들은 다시 훈련 프로그램을졸업해야 하는데, 풀타임 연수생의 약 20%, 파트타임 연수생의 14%가 중도 탈락한다.

 

일단 고용이 되면, 퀵트립 매장 직원들은 높은 기대치를 유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직원들은 매 업무를 마칠 때마다 기록을 해야 한다. 그리고 동료집단에게서 받는 압력peer pressure이 이 기준을 유지하도록 돕는데, 전 직원의 월급 일부가 각 매장의 고객 서비스 점수와 연계돼 있고, 풀타임 직원은 회사의 이익에 따라 보너스로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원에게만 높은 기준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일자리 기업의 직원은 자신의 생산성과 기여도만큼 보상을 받기 원한다. 퀵트립 신입 상근직원의 연봉 실수령액은 4만 달러에 육박한다. 점장들은 다 내부 승진자다.

 

또 좋은 일자리 기업의 직원은 고용주가 자신의 시간과 지식을 존중하고, 고객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주기를 바란다. 퀵트립은 커피를 많이 파는데, 커피머신이 고장 나면 매장의 직원은 관리부가 바로 수리를 해서 고객을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메르카도나 일선 직원은 잘못된 포장 때문에 진열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면, 바이어들이 공급업체와 문제를 해결할 거라고 기대한다. 내가 어느 좋은 일자리 기업의 최고경영자에게 막판에 계획을 자주 바꾸는 다른 유통업체 사례를 이야기했더니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회사가 그랬다면 매장에서 항의가 빗발쳤을 겁니다.”

 

나쁜 일자리 기업과 직원은 서로에게 이처럼 높은 기대를 하지 않고, 할 수도 없다. 그들의 운영방식과 인력은 너무 불안정하다. 직원들의 시간을 허비하고 작업량의 변동을 높이는 본사의 결정은 저임금과 불안정한 노동에 일조한다. 내가 관찰한 몇몇 체인업체의 경우, 전체 매장 직원의 절반 이상이 시간제 노동자였고, 판촉행사 일정이나 배송 시간이 막판에 갑자기 바뀌는 바람에 점장이 직원들의 근무일정을 수시로 변경해야 했다. 직원들이 병가를 내거나, 지각하거나, 더 좋은 일자리로 갈아타는 일이 잦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이들 업체의 연평균 이직률은 낮게는 40%, 높게는 120%에 달했다.

 

직원 채용이 불안정한데 업무분장과 인수인계가 제대로 될 리 없었다. 진열이나 가격 표시가 잘못됐을 때, 혹은 어떤 구역이 더러워졌을 때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장비는 작동이 안 되거나 없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방문한 수많은 매장의 탈의실, 욕실 비품, 식수대, 와이파이 시스템이 고장 난 채 방치돼 있었다. 내가 공동 설립한 비영리단체좋은일자리연구소의 동료 새라 캘로크Sarah Kalloch는 한 대형 소매유통기업에서 9주 동안 근무했는데, 박스를 열 때 필요한 커터 칼조차 구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직원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무심한 회사에 과연 애사심이 생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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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장

 

좋은 일자리 기업과 나쁜 일자리 기업은 점장의 역할과 태도 면에서도 전혀 다르다. 좋은 일자리 기업의 점장은 책임감이 있다. 이들은 고객 지원과 직원 육성을 점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로 여기고, 운영 시스템도 그에 맞춰 설계한다. 인터뷰했던 코스트코 점장들은업무시간의 90%를 직원을 가르치는 데 쓰라는 공동창업자 짐 시네걸Jim Sinegal의 조언을 입버릇처럼 말했다. 이들은 매장을 끊임없이 돌아다니면서 구역 담당자들에게왜 여기에 담요 팰리트가 다섯 개나 있죠?” “이 아이템은 왜 잘 안 팔릴까요?” 같은 개방형 질문을 시시때때로 던졌다. 이런 질문에는 매장의 성과를 높이고, 새로운 관리자를 키우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었다. 좋은 일자리 기업의 점장들은 대개 내부 승진자였고, 부하직원이 승진할 때 큰 보람을 느꼈다. 코스트코의 한 점장은우리 직원들이 승진하는 모습을 볼 때만큼 뿌듯한 순간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나쁜 일자리 기업의 점장들은 그날의 긴급한 상황에 대처하고, 눈앞에 닥친 일을 해결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매장 일손이 자주 부족하다 보니 점장이 직접 상품을 진열대에 채우고, 계산대 업무를 보고, 다른 직원의 일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인력 충원, 장비, 고객서비스와 관련한 문제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직원을 교육하거나 피드백을 줄 시간적 여유가 없다.

 

어떤 체인업체 직원들은 업무를 제때 배정받지 못하기 일쑤였다. 점장이 업무를 배정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 점장은 자신이 악순환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직률이 높다 보니 일단 계속 신규 채용을 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 급한 불을 끄느라 정신이 없어서 채용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못하고, 부적합한 사람을 뽑는 경우가 잦아진다. 많은 사람이 곧 일을 그만두고, 점장은 급한 불을 끄고 새 직원을 뽑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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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자리 전략이 필요한 이유

 

좋은일자리연구소는 어떤 조직에 좋은 일자리 전략이 필요한지를 파악하기 위한 진단표를 개발했다. 진단표의 첫 번째 요소는 일선 업무 평가다. 회사가 직원의 기본 니즈를 얼마나 잘 충족하고, 업무 참여를 얼마나 잘 북돋는가? 먹고살 만한 수준의 임금, 예측 가능한 근무일정, 경력개발 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동기부여 요인은 아닐지라도, 생계를 꾸리기 힘든 수준의 임금, 일상에 지장을 주는 근무일정, 부족한 경력개발 기회가 채용, 동기부여, 인재 유지의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나는 기업의 리더들이 사내 시간제 일자리에 관해 거의 아는 게 없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 회사의 경영진은 사내 시간제 노동자들이 주당 15시간 미만을 일하고, 연평균 1만 달러 미만의 임금을 받는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또 다른 회사 경영진은 직원들이 3주 전에 미리 근무일정을 통보받는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몇몇 매장의 직원들은 1주일 전에 통보받고 있었다.

 

진단표의 두 번째 요소는 고객 경험과 연관돼 있다. 회사가 고객의 기본 니즈를 얼마나 잘 충족하고,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환경을 얼마나 잘 조성하는가? 효율적인 계산대 업무 처리와 깔끔한 매장이 반드시 고객과 정서적 유대를 맺도록 하지는 않겠지만, 느린 계산대 업무와 지저분한 매장은 확실히 고객을 쫓아내는 데 일조할 것이다.

 

진단표의 마지막 요소에는 운영상의 문제, 직원의 이직률과 결근율, 생산성, 매출, 비용 관련 데이터가 포함돼 있다. 이런 데이터를 수집하면, 좋은 일자리 전략을 실행했을 때 아래 영역에서 얻을 수 있는 잠재 이득을 파악할 수 있다.

 

재무. 현재 실적을 사실대로 솔직하게 논의하고, 회사를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실적을 알면, 좋은 일자리 전략을 채택할 때 얻게 될 금전적 가치를 예상할 수 있다. 의료진단서비스 업체 퀘스트 다이아그노스틱스Quest Diagnostics의 콜센터는 한 해 상담원의 60%가 퇴사하고, 그 결과 해마다 최대 1050만 달러의 채용 관련 직접비용이 발생한다. 콜센터에 좋은 일자리 전략을 적용해야 하는 이유를 강력히 뒷받침하는 사례다.

 

한 대형 소매유통체인과 일하면서 나와 내 학생들은, 한 매장의 총 근무시간이 똑같다는 가정 아래 직원들의 평균 근무시간을 주당 15시간 미만에서 30시간으로 늘리고, 근무일정 변동성을 줄이고, 직원 이직률을 절반가량으로 낮추면 판매 효율이 20% 이상 늘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높은 이직률/막바지 잦은 일정 변경 등 나쁜 일자리 지표와, 품절/재고 감모[1], 낮은 구매전환율[2]등 비용 손실을 불러오는 운영상 문제 간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경쟁력. 퀘스트 다이아그노스틱스 콜센터 상담원의 높은 이직률은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렸다. 환자와 의사가 진료를 보는 사무실 직원이 콜센터와 연결되기까지 2분 이상을 대기해야 했다. 그렇게 기다려서 연결된 콜센터 상담원은 경험과 훈련이 부족해서 고객 문의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었고, 결국 전화를 다른 직원에게 돌려야 했다. 결과적으로 고객의 대기시간은 더 길어졌다. 퀘스트 다이아그노스틱스는 이미 중요한 고객들을 잃었다.

 

오프라인 소매기업도 경쟁력 측면에서 좋은 일자리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 전자상거래 업체의 위협을 한번 생각해 보자. 2017년 발표 자료를 보면, 8월까지 미국에서 6300개가 넘는 오프라인 매장이 철수했다. 역대 가장 높은 연간 수치로, 온라인 소매기업과의 경쟁 체제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흥미로운 쇼핑 경험을 만들고 고객과 정서적 유대를 쌓는 데 실패한 오프라인 업체들도 같은 운명을 맞을 위기에 놓였다.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시장 포화다. 많은 체인기업이 더 이상 매장 수를 늘려서는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제 그들은 기존 매장에서 더 많은 수익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좋은 일자리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좋은 일자리 기업이 누리는 경쟁우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경쟁자들보다 경기 변동, 최저임금 인상 같은 변화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다. 메르카도나는 2008~2009년 금융위기 속에서도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수익을 유지하면서도 가격을 10% 낮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용 절감 아이디어는 대부분 직원들에게서 나왔다. 직원들은 고객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회사는 직원들에게 개선하거나 없앨 수 있는 제품과 프로세스를 찾아내도록 힘을 실어줬다. 직원들은 최고경영진이 자신의 통찰과 의견을 진지하게 듣는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자신의 비용 절감 아이디어를 사측이 인원 감축의 빌미로 사용하지 않으리라는 점도 잘 알았다.

 

윤리. 나쁜 일자리 기업을 이끌고 싶은 경영진이나 관리자는 거의 없다. 되도록이면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싶어한다. 애트나의 최고경영자 마크 베르톨리니Mark Bertolini, 포천 500대 기업으로 선정된 이 잘나가는 회사에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하는 직원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코스트코의 짐 시네걸도우리는 직원들을 희생시키면서 저비용 비즈니스를 구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좋은 일자리 전략이 저비용 서비스 기업에 재무와 경쟁력 면에서 이점을 가져다 준다는 점은 둘째 치고, 직원을 공정하게 대우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도입할 가치는 충분하다.

 

[1]장부상의 재고와 실제 조사로 파악된 재고와의 차이. 분실, 파손, 도난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2]매장 방문자가 실제 구매자로 전환되는 비율

 

 

색다른 시스템

 

좋은 일자리 전략이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기업의 리더는 운영방식을 재설계해야 한다. 내가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좋은 일자리 전략이 하나의 시스템이며, 모든 부분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좋은 일자리 전략 시스템은 두 가지로 이뤄져 있다. 첫째는 채용, 교육, 보상, 높은 성과 기준, 의미 있는 경력개발 경로 면에서 사람에게 투자하는 일이다. 둘째는 집중과 단순화focus and simplify, 표준화와 권한 부여standardize and empower, 교차훈련cross-train, 여유로운 인력 배치operate with slack라는 4가지 운영 옵션 가운데 필요한 것을 선택하는 일이다.

 

이런 운영 옵션을 실행하려면 직원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운영 옵션이 직원의 생산성과 기여도를 높여서 투자를 가능하게 만들기도 한다.

 

좋은 일자리 전략에 중요한 하위 요소를 설명하기 위해 메르카도나의 사례를 살펴보기로 하자. 메르카도나는 어떻게 직원들의 근무일정을 안정화하고, 매장을 찾는 고객 수가 평일과 주말에 크게 달라지는데도 한 달 전에 미리 일정을 공지할 수 있을까? 참고로 메르카도나 매장 한 곳의 일일 구매 건수는 주중에는 1700, 토요일에는 3000건까지 치솟는다.

 

근무일정이 안정되려면 작업량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메르카도나는 이 점을 잘 알았고, 작업량을 고르게 분산할 여러 방안을 찾았다. 매장이 한산할 때 배송, 진열 변경, 장비 보수, 신상품 소개 일정을 넣었다. 취급하는 상품 수를 줄이고, 판촉행사를 없애고, 예측 가능한 배송 시스템을 만드는 등 운영을 단순화했다. 물품 하차, 상품 진열, 매장 청소 같은 일상적인 과정을 표준화해서, 작업의 가변성은 줄이고 예측성은 높였다. 메르카도나는 고객에게 가격 대비 최고의 품질과 최상의 서비스, 신속한 구매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했기 때문에, 어떤 부분을 단순화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전 직원이 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일치단결했다.

 

근무일정이 안정되려면 또한 교차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직원들이 고객에게 상품을 찾아주고 계산을 하는 등 고객 대면 업무와 청소, 재고 보충 같은 비대면 업무를 두루 할 수 있도록 교차훈련을 시키면, 매장을 찾는 고객 수의 변동에 따라 업무를 전환할 수 있다. 농산물, 제빵, 화장품 코너 등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은 상품을 직접 주문하고, 대화를 통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자기 업무를 개선할 권한을 갖고 있다. 메르카도나가 인력을 여유롭게 배치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 모든 일을 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 이들은 자신이 맡은 코너에 책임감을 느끼고, 실제로도 책임을 진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좋은 일자리 전략 시스템의 모든 요소를 갖추지 않으면, 실제 성과는 잠재 성과에 못 미친다. 내가 연구한 한 대형 할인매장은 직원들에게 업계 평균보다 최소 50% 더 많은 임금을 줬고, 신입사원마다 2주 이상 교육을 시켰다. 언뜻 좋은 일자리 전략처럼 보이지만 실제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이 회사에는 직원의 아이디어를 듣는 메커니즘이 없었기 때문에, 본사와 현장이 계속 단절됐다. 판촉과 관련된 모든 결정은 본사의 몫이었다. 어떤 카테고리의 상품은 종류가 너무 많아서, 직원들은 지루한 진열 작업에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인력에 많은 투자를 했는데도 성과는 그리 좋지 않았고, 기업 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Glassdoor에 게시된 평점도 낮게 나왔다.

 

운영의 효율성을 창출하는 인간 중심적 시스템, 좋은 일자리 전략은 여러모로 도요타 생산 시스템Toyota Production System, TPS와 닮았다. TPS를 적용한 자동차 공장에서는 공통 부품과 사양을 사용하고, 생산량과 공정을 표준화해서 작업을 단순하고 안정되게 진행한다. 표준화 작업을 개발하는 데 작업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문제를 파악하고 표준화 작업을 개선하는 데 작업자를 참여시키면, 작업자의 참여도, 작업 품질, 생산성이 향상된다. 교차훈련을 받은 조립 라인 작업자는 라인을 재조정해서 수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조립 라인 작업자 4~6명마다 오프라인 팀 리더 한 명을 고용하면 직원 훈련을 비롯해 문제 해결, 수요 상승, 작업자의 비상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완충 역량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여유로운 인력 배치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도요타는 해고가 없는 노동 친화적인 정책과, 좋은 일자리 전략을 채택한 기업들이 추구하는고객이 우선이고, 직원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며, 끝없는 개선에 중점을 둔다라는 가치를 공유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

 

좋은 일자리 전략을 도입하려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고, 충분히 가능하다! 이 글의 두 번째 파트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만들기에서 자세한 방법을 알아보겠다.

 

직원들은 더 높은 임금과 더 많은 기회를 바란다. 기업도 그래야 한다.

 

THE AUTHOR

제이넵 톤

 

“터키에서 자란 저는 미국이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이넵 톤은 말한다. “열심히 하다 보면 잘될 수 있습니다. 제가 딱 그랬어요. 저는 배구선수에게 주는 장학금 덕분에 미국으로 와,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했죠. 미국은 저에게 성공하고 성장할 수 있는 멋진 기회를 안겨 줬습니다.”

 

그 뒤로 하버드경영대학원 박사과정을 밟아 교수가 되기까지 연구를 계속하면서 톤은, 미래가 없는 저임금 일자리에 갇혀 변덕스러운 근무일정, 혼란스러운 업무 환경과 씨름하는 수백만 명의 노동자에게 미국은 결코 기회의 땅이 아니라는 냉엄한 현실과 마주했다.

 

애초에 톤과 동료 연구진의 목표는 소매기업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었다. 이들은 최종 공급 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특히 규모가 크고 비용을 많이 초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테면 진열대에 있어야 할 상품이 여전히 창고나 엉뚱한 진열대에 올라가 있었고, 특별 판촉행사가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고, 재고 데이터는 오류투성이였다. 톤은 이런 문제의 원인을 조사하면서 매장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정말 안타까운 이야기들이었죠.” 톤은 말한다. “이 일자리가 그들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톤은 하버드에서 몇 년을 보낸 뒤 MIT 슬론경영대학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현재 운영관리학 겸임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곳에서 그는 부족한 인력과 높은 이직률이 운영상의 문제를 일으키고, 매출과 이익 부진으로 이어져 인건비 예산을 낮추고, 낮은 인건비가 다시 인력 부족과 높은 이직률을 불러오는 악순환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기업 임원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채택한 저가 정책을 고수하면서 직원들의 임금을 올리고, 교육에 투자를 늘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한탄했다.

 

그러던 중에 미국과 스페인의 몇몇 유통기업 사례를 접한 톤은, 기존의 통념이 틀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 기업들은 일선 직원에게 적정한 임금을 주고, 직원 교육에 투자하고, 안정적인 근무일정과 경력 개발 기회를 보장하면서도 경쟁사보다 훨씬 높은 이윤을 올리고 있었다. 톤은 이들이 어떻게 사업을 번창시키면서도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이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전념하는 한편, 다른 기업과 전혀 다른 운영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운영 모델은 유통기업뿐만 아니라 요식업, 콜센터, 사무실 청소업 등 각종 서비스 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었다.

 

본 패키지 기사에서 톤은 이 운영 모델을 연구하면서 알게 된 사실과 함께, 기업들이나쁜 일자리좋은 일자리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기업, 특히 저임금 서비스 기업에좋은

일자리 전략을 도입하도록 설득하는 일이 제 임무입니다라고 톤은 말한다. 로저 마틴ROGER MARTIN과 비영리단체좋은일자리연구소GOOD JOBS INSTITUTE’를 공동 설립한 이유다. “‘좋은비즈니스의 정의를 바꾸는 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ARTICLE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만들기

주요 기업들이 좋은 일자리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 전략의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보자.

제이넵 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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랫동안 일선 직원들의 낮은 임금, 적은 수당, 변덕스러운 근무일정, 암울한 진로를 방치해 온 서비스 기업 가운데 기존의 모델을 폐기하거나, 적어도 이것이 문제임을 깨닫고 있는 곳이 점차 늘고 있다. 앞서좋은 일자리를 위한 변론에서 논의했듯이 이들 기업은 재무, 경쟁력, 윤리적인 면을 이유로 대안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 일선 직원들에게 적정 임금, 적절한 훈련, 예측 가능한 근무일정, 경력개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 일선 직원들이 생산성을 높이고 훌륭한 제품과 탁월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모든 조직 구성원이 힘을 보탤 수 있는 방법 말이다. 나는 이런 전략을좋은 일자리 전략이라고 부른다. 좋은 일자리 전략으로 전환하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지만, 충분히 이룰 수 있다. 지금부터 좋은 일자리 전략을 실행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보자.

 

리더들이 처음부터 알아둬야 할 몇 가지 사실이 있다. 먼저,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좋은 일자리 시스템으로 전환하려면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도 몇 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메르카도나는 1993년 시스템 전환에 착수했다. 당시 메르카도나는 약 15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었고, 재무 실적이 크게 개선되기까지 약 3년이 걸렸다.

 

한동안 어떤 유형의 실적은 하락할지도 모른다. 직원 임금이 오르고, 교육에 대한 투자가 더 늘면서 비용이 상승할지도 모른다. 판촉 활동이 줄면서 매출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이직률이 높아질지도 모른다. 본사의 일부 직원이 회사를 떠날지도 모른다. 통제권을 잃고 싶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일선 직원에게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 불편해서일 수도 있고, 자신의 전문성이 평가절하된다고 느껴서일 수도 있다. 한편, 어떤 일선 직원은 까다로워진 업무 기준이 마음에 안 들어서 일을 그만둘지도 모른다. 어떤 직원은 새 기준을 충족할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해 해고될 수도 있다. 퀘스트 다이아그노스틱스의 경우에도 콜센터 직원에 대한 결근 정책이 강화되고 성과 기대치가 높아지자 이직률이 잠시 상승했지만, 곧 이전 수준보다 낮아졌다.

 

프로세스를 신뢰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TPS처럼 비슷한 시스템 전환 사례에서 교훈을 찾는 일도 중요하다. 시스템을 전환하려면 다음과 같은 주요 단계를 거쳐야 한다.

 

목표와 방향을 일치시켜라

 

여느 시스템을 전환할 때와 마찬가지로 다음 3가지 사항이 중요하다. 첫째, 고객과 직원의 이성과 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비전을 개발해야 한다. 둘째, 최고경영자나 최고운영책임자의 지원 아래 경영진, 현장 관리자, 일선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 본사 조직의 대표자가 참여하는 중앙 실행팀을 조직해야 한다. 더불어 실행팀이 실행 전략을 세우는 데 필요한 권한, 전문성, 신뢰성, 리더십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셋째, 타운홀 미팅, 짧은 동영상, 문서 등을 활용해 시스템 전환에 대해 진솔하게,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전환팀을 뽑아라.미 북서부에 44개 매장을 둔 반려동물용품 체인 머드베이Mud Bay의 임원진은 2014, 좋은 일자리 전략을 도입하기로 했다. 공동 최고경영자인 라스 울프Lars Wulff 8주 동안 점장과 본사 직원 67명이 참여하는 소그룹 토론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참가자들은 좋은 일자리 전략을 주제로, 머드베이가 이 전략을 통해 이득을 볼 수 있는 방법을 놓고 토론했다. 그 후 회사는 동료 직원들이 뽑은 점장 6, 본사 직원 6, 지역 관리자 3, 최고경영진 5명으로 한 팀을 구성해 시스템 전환을 위한 비전과 전략을 짜는 임무를 맡겼다.

 

경영진이 주도한 이 같은 활동은 회사 전체의 지지를 얻었다. 매장 직원들은 적극적으로 고객들에게 시스템 전환에 대해 이야기했고, 이야기를 들은 고객들은 머드베이에 더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됐다.

 

워크숍을 열어라.시스템 전환에 앞서 워크숍을 통해 점장, 지역 관리자, 지방 관리자, 본사 기능조직, 고위임원을 대상으로 좋은 일자리 전략에 대해 교육하는 일은 여러 이유로 중요하다. 워크숍에 참여한 기능조직 중에는 기능조직끼리 협업한 경험이 없는 조직도 있다. 워크숍은 이들이 가감 없이 토론하고 부서 간의 장벽을 허물게 해준다. 내가 이끈 워크숍에 참가한 점장들은, 본사의 결정 때문에 매장 직원들이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본사 기능조직 직원들에게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 워크숍은 좋은 일자리 전략이 시스템으로서 작동하는 방법과 이유가 무엇인지, 각 기능조직이 좋은 일자리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맡은 역할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나는 보통 워크숍 참가자들을 5그룹으로 나눈다. 직원에 대한 투자를 담당하는 그룹 하나와 좋은 일자리 전략의 4가지 운영 옵션을 각각 담당하는 그룹 4개다. 그리고 참가자들에게 고객 경험과 직원 경험을 개선하려면 자기 그룹이 맡은 요소와 다른 그룹이 맡은 요소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묻는다. 이런 활동을 통해 참가자들은 각 운영 옵션의 하위 요소들을 즉각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워크숍을 통해 좋은 일자리 전략에 대한 반대 의견을 조기에 파악해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를테면 많은 소매기업이 이미 매장 방문객 수가 줄어서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마케팅팀이나 재무팀은 집중과 단순화 원칙에 대해 이렇게 반응할지도 모른다. “정신 나갔습니까? 그렇게 하다가는 정말 망할지도 몰라요. 상품 수를 늘리고, 판촉행사를 강화하고, 영업시간을 늘려도 모자랄 판입니다.” 따라서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설득해야 한다.

 

감원 없는 시스템 전환을 약속하라.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과정의 일환으로 발생하는 변화 때문에 기업의 수익이 한동안 감소할 수 있다. 본사의 어떤 기능조직 직원은 줄어든 수익이 근로소득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해 할지도 모른다. 전 직원이 실직을 걱정할지도 모른다. 얼마 전 나는 한 매장 직원에게 창고의 재고 보충 프로세스를 간소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는지 물어봤다. 그 직원은 프로세스가 간소화되면 자신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반대 의견을 모두 들어보고 해결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TPS 도입 사례에서 배운 좋은 관행 중 하나는, 계절노동자를 제외한 어떤 직원도 시스템이 바뀐다고 해서 해고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약속하는 것이다.

 

작게 시작해 어떤 방법이 효과가 있는지 알아가라

빨리 결과를 내고 싶은 욕심과 하향식 의사결정 관행 때문에, 많은 서비스 기업들이 경영진의 주도 아래 단번에 원대한 변화를 이루고픈 유혹에 빠진다. 이런 욕구는 자제해야 한다.

 

일선 업무부터 바꿔라.좋은 일자리 전략이 크고 작은 변화를 수반하고, 그 변화가 어떤 순서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복잡한 시스템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경영진이 주도하는 하향식 전략은 실행 속도가 너무 더디고, 비용이 많이 들고, 각 사업부가 처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일선 직원들이 실행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이들의 동의와 참여 의지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시스템 전환의 대부분은 본사에서 계획하겠지만, 실행은 반드시 일선에서 조직 상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모든 기업이 이 방법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한 대형 할인점의 최고인재책임자에게 이 방법을 제안했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는 일선에 부탁하지 않아요. 지시를 하죠. 그런 식으로는 좋은 일자리 전략을 실행할 수 없습니다.”

 

시범운영한 뒤에 적용 규모를 확대하라. TPS 도입 사례에서 특히 효과적이었던 접근법은, 새로운 시스템을 한두 개 사업부에서 실행해 결과를 살피고 조정을 거친 다음, 확대 시행하는 방법이다. 중앙 실행팀은 시범운영prototyping을 통해 기능조직 간 장벽을 허물고 협업을 유도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 접근법은 새로운 시스템을 추진할 동력을 확보하고, 변화에 부정적인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효과적이다. 신규 시스템의 효과를 더 쉽고 빠르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를 적극 지지하고 보통 수준의 성과를 내는 리더, 그중에서도 리더십이 강한 리더가 있는 사업부를 시범 대상으로 선정하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보통 수준의 성과를 내는 리더를 선정하는 이유는, 몇 개월 안에 눈에 띄는 개선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규모, 지역, 구성 면에서 평범하거나 평균적인 사업부를 시범 대상을 선정하면 확대 적용하기가 훨씬 쉽다. 본사와 물리적으로 가까운 사업부를 선정하면 중앙 실행팀이 자주 오갈 수 있다.

 

변화의 우선순위를 정하라

 

앞서 본 좋은 일자리 진단표는 한 회사에 변화가 필요한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있는지 알려주지만,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자세하게 알려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음 방법을 활용하면 알아낼 수 있다.

 

자가진단을 하라.자가진단을 하면 우선순위 과제를 파악할 수 있다. 좋은 일자리 전략 요소들 중에 이미 적용하고 있는 요소는 무엇인가? 어떤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가? 다음과 같은 여러 변화 과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 매장의 직원 채용, 교육, 임금 책정, 권한 부여 방법

• 본사 기능조직이 의사결정을 내리고 업무를 조율할 때 일선 업무 고려 여부

• 본사와 매장의 상호 소통 여부. 이를테면 매장의 프로세스를 표준화할 때 일선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본사가 현장의 아이디어를 듣는 메커니즘이 있는지 없는지.

 

단번에 모든 걸 바꿀 수는 없다. 그리고 기존 운영 모델의 몇몇 요소는 개선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변화는 다른 변화로 보완될 경우에만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기능조직들이 의견을 조율하도록 유도하려면 새로운 인센티브, 새로운 리더십, 새로운 조직 구조가 있어야 한다. 불안정한 업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임금만 올려준다고 직원들의 생산성이나 참여도가 높아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임금 인상은 더 많은 직원들에게 근속 의지를 불러 일으키고 업무 성과를 높여서, 결과적으로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안정성부터 제공하라.퀘스트 다이아그노스틱스 콜센터가 좋은 일자리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이다. 콜센터는 높은 이직률과 12%에 이르는 결근율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관리자는 업무에 미숙한 신입 상담원들이 넘긴 상담전화를 처리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고객들은 짜증이 났다. 상담원, 관리자와 이야기를 해보니 높은 이직률의 주요 원인은 임금, 경력개발 기회 등 직원들의 기본 니즈와 관련이 있었다. 업무는 여느 콜센터보다 훨씬 복잡했지만 봉급은 거의 비슷했고, 직원들이 새 기술을 습득해도 오르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퀘스트 다이아그노스틱스는 연차에 바탕을 둔 보상제도를 도입하고, 초봉을 인상하고, 명확한 승진 절차를 제시했다. 임금 인상분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는 낭비를 없앨 다양한 방법을 찾아냈다. 전화로 제공하던 서비스 중 일부는 비용은 낮추되 고객 만족도는 높일 수 있는 대안적인 방법으로 바뀌었다. 이를테면 많은 의사들은 일상적인 검사 결과를 전화보다는 팩스로 받는 방법을 선호했다. 많은 환자들이 병원 위치, 영업 시간, 예약 일정 등 상담원의 전문지식이 필요 없는 정보를 얻으려고 콜센터에 전화했기 때문에, 이런 정보는 온라인에서 더 쉽게 얻을 수 있게 했다.

 

퀘스트 다이아그노스틱스는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중요한 의료 정보를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고객에게 제공하겠다는 핵심 가치에 집중해서, 비용을 절감하고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었다. 더 많은 성과가 뒤따랐지만, 회사가 초기부터 직원들에게 근속과 고객 서비스 개선 의지를 심어줄 만큼 설득력 있는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더라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퀘스트 다이아그노스틱스의 초기 안정화 방침은 좋은 모범사례다. 업무 프로세스, 작업량, 이직률, 결근율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교차훈련을 실시하고, 기대 수준을 높이고, 직원들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변화를 추진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작은 개선 기회를 찾아라. 퀘스트 다이아그노스틱스는 업무, 직원 참여도, 고객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작지만 의미 있는 다른 방법도 찾았다. 한 상담원이스페인어 귓속말이라고 이름 붙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전화를 건 고객은 영어와 스페인어 중 한 언어를 고를 수 있다. 하지만 두 언어를 다 구사하는 상담원이 전화를 받더라도 고객이 무슨 언어를 말할지 모르기 때문에, 고객이 쓰는 언어를 파악하기 위해 20초가량을 소모해야 한다. 중앙 실행팀은 시범운영팀과 일하면서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고객이 대기 중일 때, 상담원이 전화를 받을 때 헤드셋으로스페인어라고 알려주도록 프로그래밍 했다. 이 작은 변화는 실제로 유용했을 뿐더러 부서 간 장벽을 없애는 데도 기여했다. 이 변화를 실행하기까지 여러 기능부서가 힘을 모아야 했기 때문이다(TPS 사례가 준 또 다른 교훈은,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전에는 제각각 일했던 부서들이 의견을 조율하고 협업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점이다). 이는 또한 회사가 상담원들의 의견을 듣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몇몇 대단한 변화보다 수많은 작은 개선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사소한 개선들이 모여 큰 효과를 내고, 작은 승리들이 모멘텀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연구 결과는 많다. 큰 변화는 결국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변화의 기반을 미리 닦아놓는다면 성공 확률을 더 높일 수 있다.

 

규모를 키우고, 조정하고, 계속 개선하라

 

체인업체 경영진이라면 시범운영 방식에 몇 가지 우려를 표할 수 있다. 많은 주요 자원을 몇 개월 동안 몇몇 시범운영 사업부에 집중 투자하는 일이 께름칙할 수 있다. 일부 사업부의 성공 사례를 토대로 수백 수천 개 사업부에 변화를 준다는 생각이 타당하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성과 개선 압박에 시달리는 기업의 경영진이라면 되도록 빠른 시일 안에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싶을 것이다. 이런 우려를 다음 3가지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1. 일일 회의, 계산대 프로세스 개선, 청소 프로세스 개선, 채용 방법 개선처럼 시스템 종속성이 거의 없고 별도로 추진할 수 있는 변화를 찾아내라. 시범운영 사업부 외에 다른 사업부에도 개선안을 실험해보고, 그 결과를 시범운영 사업부와 공유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라. 그런 다음 매장 직원의 의견을 반영해 첫 번째 버전의 새 기준을 개발할 수 있다. 이런 방법을 통해 몇 개월 안에 모든 체인점을 개선하고, 일선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문화를 조성할 수 있다.

 

2. 시범운영을 하는 한편, 시범운영 사업부가 얻은 교훈을 조직 전체에 적용하라. 예를 들어 본사가 시범운영 사업부의 사례를 통해 배송시간 단축, 판촉 활동의 막판 변경 최소화 등 작업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면, 이 방법을 회사 전체에 적용할 수 있다. 퀘스트 다이아그노스틱스처럼 업무를 단순화하면, 단기 성과를 지나치게 해치지 않으면서도 모든 체인점의 임금이나 수당을 올릴 수 있다.

 

3. 성공 사례를 다른 사업부와 공유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서 변화 의지를 북돋아라. 퀘스트 다이아그노스틱스의 시범운영 사업부가 활동 성과를 다른 팀 앞에서 발표했을 때, 수퍼바이저들은 앞다퉈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보려고 했다.

 

시범운영 사업부의 규모와 초기 안정성 정도에 따라, 좋은 일자리 전략의 모든 요소를 적용하는 작업이 6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다. 좋은 일자리 전략 시스템의 요소들이 조화롭게 작동하기 시작하면, 중앙 실행팀은 비로소 이들 요소를 확대 적용할 수 있다. 이때 중앙 실행팀은 우리가 TPS 적용 사례에서 얻은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똑같은 계획을 단순히 다른 사업부에 적용하는 대신, 다른 사업부가 시스템을 실행하는 데 참여하고, 각 조직의 상황에 맞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간은 더 많이 걸리겠지만, 변화에 참여하는 이들의 동의를 확실히 끌어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좋은 일자리 기업은 프로세스를 한꺼번에 표준화하고, 모든 직원이 새로운 프로세스를 착실히 따르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 대신 직원들이 지속적으로 개선 프로세스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프로세스를 총괄하는 책임자를 한 명 지정하고, 일선 직원의 생각을 듣는 명확한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현장의 아이디어를 직접 실험해 보고, 직원들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네트워크 전체에 걸쳐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것이 확대 적용과 개선의 핵심이다.

 

시스템 전환은 아주 헌신적인 리더십과 엄정한 실행을 요구하는 어마어마한 일이다. 하지만 그런 수고를 감수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노력의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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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자리 전략은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 직원, 고객, 기업, 투자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결과를 보여줬다.

 

2014년 머드베이가 좋은 일자리 전략 사업에 착수하기 전 3년 동안, 머드베이 동일 매장의 매출 성장률은 연평균 6.5%였다. 이 수치가 2014~2016 11%를 기록했고, 회사 전체 매출은 업계 전체 매출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다. 2016년 머드베이 매장 점장과 직원들의 평균 시급은 2013년에 비해 18% 올랐고, 2013년 거의 45%에 달했던 직원 이직률은 2016 33%로 떨어졌다. 고객만족도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고객들은 머드베이 매장에 감사 편지를 보내고, 소비자 리뷰 사이트 옐프Yelp에서는 거의 모든 머드베이 매장이 별 5개 이상을 받는다. 참고로 미국의 100대 소매기업의 평균 별점은 3.2점이다. 2013년 머드베이 매장 직원의 65%가 주당 30시간 이상 일했다. 2017년 이 수치는 82%로 뛰었다.

 

퀘스트 다이아그노스틱스 콜센터는 2015 7월 좋은 일자리 전략을 도입했다. 그 후 처음으로 상담원이 고객 문의를 해결하지 못해서 다른 상담원에게 전화를 넘기는 비율이 20% 감소하고, 전화 응답 속도는 40% 빨라졌다. 2017 3월에는 상담원 이직률이 53%, 결근율이 66% 줄었다. 좋은 일자리 전략이 도입되고 첫 8개월 동안 상담원들은 1556건의 개선 아이디어를 내놨고, 이 중 1001건이 실행에 옮겨졌다. 비용 절감액 200만 달러 가운데 120만 달러가 이들의 아이디어 덕을 봤다.

 

좋은 일자리가 좋은 사회를 만든다. 직원들이 업무를 충분히 숙지하고, 더 큰 권한을 갖고, 충분한 자원을 제공받고, 자기 자신과 일이 존중받을 때 업무의 질이 높아진다. 고객, 즉 우리 모두가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만족스럽게 매장을 나올 확률이 커진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제조업계의 임금 인상과 노동환경 개선이 더 두터운 중산층과 더 튼튼한 경제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제 서비스업계가 나설 차례다.

 

좋은 일자리 경제는 불가피한 일도, 유토피아적 발상도 아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다. 좋은 일자리 전략은 임금과 가격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서비스업계 최고경영자들에게는 회사와 고객을 위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면서, 수백만 명에게 의미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그들이 빈곤에서 벗어나 중산층에 합류하도록 만들 희대의 기회가 주어졌다. 이 기회는 특권이자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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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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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좋은 일자리로 옮기는 대신 기존의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꿔야 한다. 로저 L. 마틴

 

30년 동안 내가 미국의 일자리에 대한 관점을 구축하고, 이들 일자리를 하루빨리 재구성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기까지 두 가지 통찰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까지 함께 일했던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토론토대 로트먼경영대학원에서 2007년부터 동료로 지내 온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가 통찰의 주인공이다.

 

두 가지 통찰 모두 나름의 가치가 있다. 하지만 2015년에 플로리다와 내가 했던 것처럼 이 둘을 하나로 통합해 보면, 미국의 나쁜 일자리 문제가 매우 심각하며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마이클 포터의 통찰

 

이 통찰은 포터가 1990년 펴낸 <    마이클 포터의 국가 경쟁우위    >에 담긴 방대한 연구에서 비롯됐다. 포터는 어떤 일자리가 속해 있는 업계가 제약업, 소프트웨어업처럼 몇몇 소규모 지역에 모여 있는지, 아니면 소매유통업, 보건의료서비스업처럼 전국에 고르게 분산돼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자리가 몇몇 소규모 지역에 집중돼 있는 업계는 회사와 인접한 지역 너머에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한다. 이를테면 뉴저지 주의 제약회사는 뉴저지 주 이외의 다른 지역에도 납품을 한다. 그래서 이런 기업들은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연구개발과 브랜딩에 투자하고, 직원이 생산성을 높이도록 지원한다. 그리고 높은 생산성은 높은 임금으로 반영된다.

 

반면에 일자리가 분산돼 있는 업계는 제품과 서비스를 해당 지역에만 판매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경우가 적고, 연구개발과 브랜딩에 대한 투자도 소극적이다. 이를테면 소규모의 정원·조경업체는 반드시 대규모 자본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 결과적으로 이런 업계의 생산성은 일자리가 집중돼 있는 업계보다 낮고, 임금도 매우 적은 편이다.

 

리처드 플로리다의 통찰

 

2002년 베스트셀러 <    Creative Class: 창조적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    >에 담긴 이 통찰은, 일자리가 속한 업계가 아니라 직업 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플로리다는 어떤 직업이 수반하는 독자적인 판단과 의사결정 수준을 구분하고, 기본적으로 두 가지 유형의 직업이 있다고 본다. 첫 번째 유형은 높은 수준의 독자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을 수반하는 창조 집약적인creativity-intensive일자리다. 마케팅 부서 중역과 의사가 이 경우다. 이들은 고용주를 위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공간과 재량을 부여받는다. 따라서 높은 임금을 받는다. 두 번째 유형은 독자적인 판단과 의사 결정을 거의 하지 않는 반복 집약적인routine-intensive일자리다. 마케팅 부서 경리사원과 병원 잡역부를 떠올려보자. 이들은 창조 집약적인 직원만큼 가치를 창출할 수 없고, 보통은 그런 일이 허용되지도 않는다. 결국 이들은 창조 집약적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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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터+플로리다

 

플로리다와 나는 두 사람의 통찰을 결합해 업계 유형과 직업 내용이 어떻게 교차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우리는 2×2 매트릭스를 만들어서 미국 내 모든 일자리를 대입해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위와 같은 네 가지 유형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 다음에는 각 일자리 유형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알아봤다. 2012년 자료가 이용할 수 있는 가장 최신 데이터였다. 아래 왼쪽 그림에서 보듯이, 분산-반복 집약적 일자리가 당연히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런 일자리는 창조성이 부족하고, 생산성이 낮고, 규모를 키울 능력이 제한된 업계에 속해 있다.

 

그런데 각 일자리 유형의 평균 임금을 전체 미국 노동자의 평균 임금과 비교해 보려고 그래프를 그렸을 때 의외의 결과가 나타났다.

 

아래 오른쪽 그래픽에서 보듯이, 집중-창조 집약적 일자리에 종사하는 이들의 임금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들은 미국 전체 노동자의 평균 임금보다 80% 정도를 더 받고, 다른 어느 범주에 속한 노동자보다 보수를 훨씬 많이 받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일자리는 가장 낮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들이 돈을 많이 버는 이유가 창조 집약적인 일자리에 종사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집중된 업계에 속하기 때문일까? 아마도 전자 때문인 듯하다. 분산-창조 집약적 노동자도 미국 평균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었다. 다만 이들이 받는 상여금이 집중-창조 집약적 노동자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차이가 있다. 평균적으로 봤을 때 분산-반복 집약적 노동자와 집중-반복 집약적 노동자는 전국 평균보다 훨씬 낮은 임금을 받고 있었다. 두 범주 가운데 종사자 수가 더 적은 집중-반복 집약적 노동자(네 범주 가운데 두 번째로 작은 범주다)는 분산-반복 집약적 노동자보다 훨씬 많이 받고 있었다. 분산-반복 집약적 노동자는 전체 인력의 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지만 임금 수준은 매우 낮았다.

 

범주 간 이동 추이

 

우리는 2012년 자료를 토대로 나온 이 결과가 지속해서 나타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2000년 가장 초기의 동일 데이터 집합을 살펴봤다. 우리는 12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으리라고 예상했지만, 이 예상은 빗나갔다.(‘미국 일자리 유형별 비율과 임금 수준 변화 추이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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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본 변화는 극적이고 걱정스러웠다. 가장 열악한 상황에 놓인 분산-반복 집약적 일자리 수가 크게 늘고 임금 수준이 급격히 떨어진 반면, 창조 집약적 일자리의 소득 우위는 급상승했다.

 

그나마 유일한 희망이라면 창조 집약적 일자리의 비율이 2%p 증가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크게 보면 임금 수준이 가장 낮은 분산-반복 집약적 노동자들이 창조 집약적 일자리로 옮겨간 것은 아니었다. 이들보다 사정이 약간 더 나은 집중-반복 집약적 노동자 비율이 약 4%p 감소한 것으로 미뤄볼 때, 이 범주의 일자리가 주로 창조 집약적 일자리로 이동한 듯싶다.

 

미국에 끼칠 영향

 

머지않아 미국 각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시민 절반 이상이 가치가 가장 낮은 분산-반복 집약적 일자리에 종사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민주자본주의 아래 자신의 삶이 이토록 힘겹고 비참한데도 민주자본주의를 계속 지지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곧 의문을 품기 시작할 것이다.

 

창조 집약적 일자리 비율이 늘어난 건 좋은 일이지만, 이런 일자리가 는다고 해서 최악의 일자리에 종사하는 이들이 더 나은 일자리로 탈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식 민주자본주의를 구제할 수 있는 최선이자 유일한 방법은, 사람들을 이 일자리 유형에서 저 일자리 유형으로 옮기는 대신, 상대적으로 열악한 일자리의 기본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다. 우리는 반복 집약적 일자리의 성격을 바꿀 수 있다. 이들 일자리가 독자적인 판단과 의사 결정을 거의 허용하지 않는 까닭은, 그 방식이 기업에 도움이 돼서가 아니라 임원들이 그렇다고 지레 생각하기 때문이다.

 

본 패키지 기사의 바탕이 된좋은 일자리를 위한 변론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구축하기에서 제이넵 톤은, 반복 집약적 일자리의 노동자에게 독자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을 내릴 권한을 더 많이 부여하면, 직원들의 생산성이 크게 증가해서 결국 기업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생산성이 증가하면 고용주는 임금을 인상할 여력이 더 커진다. 톤과 공동 설립한좋은일자리연구소는 기업들이 이러한 변화를 추진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기업과 직원 모두 이 변화를 통해 큰 이득을 얻을 것이다.

 

로저 L. 마틴(Roger L. Martin)은 마틴경제발전연구소 소장으로, 토론토 로트먼경영대학원 학장을 지냈다. <    Creating Great Choices: A Leader’s Guide to Integrative Thinking    >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2017)의 공동 저자다.

 

Q&A: 새라 캘로크

나쁜 일자리 체험기

좋은일자리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대형 소매업체의 일선 업무를 체험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좋은 일자리가 아니었다.

로라 아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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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에서만 소매업계 종사자가 거의 900만 명에 이른다. 11월과 12월에는 연말연시를 맞아 임시 고용이 늘면서 유통업계 일자리 수도 증가한다. 식료품점 계산대 줄에 서고, 백화점에서 스웨터를 고르고,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서 햄버거를 살 때 보는 일자리가 대부분 좋은 일자리가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유통업계에 종사하며 채용을 해본 사람도 이를 모르는 게 아니다. 상품과 서비스를 싼 값에 제공하고, 이윤이 적은 사업으로 돈을 벌려면 인건비를 낮춰야 한다는 통념에도 익숙하다. 이런 통념은 낮은 임금으로만 드러나지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근무일정, 거의 드문 성장과 성공의 기회로도 나타난다.

 

제이넵 톤의 좋은 일자리 전략은 가격과 임금의 이런 관계를 부정한다. 임금을 올리고, 일선 직원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운영 옵션을 현명하게 선택해서 인력에 대한 투자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좋은 일자리 전략을 도입하면 고객 서비스와 생산성을 개선하면서도 낮은 가격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톤과 좋은일자리연구소는 좋은 일자리 전략을 실행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현재 소매유통업계 일자리를 직접 평가해 보면 시스템을 전환할 방법을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톤의 동료 새라 캘로크Sarah Kalloch가 한 미국 대형 유통기업의 지역 아웃렛에서 일선 직원으로 단기간 일해보기로 했다. 캘로크는 9주 동안 출퇴근하며 소매유통업계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직원들이 질 높은 고객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얼마 전 캘로크를 만나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들어봤다.

아래 인터뷰한 내용을 발췌 편집해 소개한다.

 

구직과 직원 교육

 

HBR: 이런 체험에 직접 참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캘로크:제이넵의 좋은 일자리 전략 확산 활동에 처음 합류했을 때, 시스템이 고객 경험과 기업의 목표 차원에서 일선 직원들을 어떻게 돕고 방해하는지를 알고 싶었어요. 저는 몸으로 부딪쳐서 배우는 타입입니다. 소매유통업계에서 일한 경험은 없었고요. 하지만 물건을 정리하고, 선반 위 물건을 보기 좋게 진열하고, 남을 돕는 일을 좋아하죠. 그래서 처음엔 신이 났습니다. 이 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었고 구직, 면접, 훈련, 고객 응대에 이르는 전 과정을 실제로 체험해 보고 싶었죠. 그리고 열심히 일해서 시간당 11달러를 꼭 벌고 싶었습니다. 남이 보기엔 단순한 체험이지만 저는 진지하게 직업으로 생각했고, 제대로 해내고 싶었습니다.

 

좋은 일자리나 나쁜 일자리를 경험하고 싶어서 특별히 소매업계를 택한 건가요?

아뇨. 일선 업무를 할 수 있는 자리를 찾으려고 여러 소매 매장에 온라인 지원을 했고, 두 군데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고 연락을 줬어요. 첫 번째 매장에 한 시간 반이나 운전해서 갔더니, 컴퓨터 시스템이 하루 종일 먹통이라서 면접을 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냥 돌아왔습니다. 두 번째 매장에서는 짧게 면접을 봤는데, 신원조사를 한 뒤 채용을 확정 받았습니다. 제가 소매유통업 경력이 전혀 없고 이력서도 엉망이었는데, 매장에서 제 신원 보증인들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은 점은 약간 의외였어요. 제가 면접 담당자였다면 좀 더 꼼꼼히 살펴봤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관찰한 다른 회사도 다르지 않았어요. 많은 담당자들이 채용에 공을 들일 시간이 부족하니까요. 이직률이 높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대체 인력을 채워야 하는 상황이죠. 그러다 적임자가 아닌 사람을 뽑게 되고, 결국 회사와 해당 직원 모두 손해를 봅니다. 그뿐만이 아니죠. 일하는 데 도움이 안 되는 신입직원 때문에 기존의 직원들도 피해를 봅니다.

 

채용이 확정된 다음에 뭘 했나요?

 

훈련을 받았습니다. 직원 6명이 제 훈련을 담당했죠. 그중 한 명은 애초에 채용되지 말았어야 할 사람 같았어요. 만난 지 10분 만에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파악했죠. 알고 보니 결근도 자주 해서 다른 직원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사람이더군요. 하지만 점장은 빡빡한 근무시간, 높은 이직률과 결근율로 이미 골치를 앓고 있었어요. 빈자리를 채우는 일이 시급했고, 결국 이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겁니다.

 

일반적인 컴퓨터 교육을 마치고 나니까 저희 부서 직원 중 하나가 구체적으로 제가 맡을 업무를 알려줄 거라고 하더군요. 그럴듯한 계획 같았죠. 하지만 그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40시간가량 교육을 받았는데 그중 절반은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시간을 흘려 보냈습니다. 저희 부서와 관련 없는 업무를 쓸데없이 관찰하고, 다음 지시를 받을 때까지 대기하면서요. 마침내 매장에 투입됐을 때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죠. 교육기간 중에 매장을 둘러볼 기회도 없었어요. 어디에 뭐가 있는지, 매장 전체는 고사하고 제가 맡은 구역에서 어디에 뭘 둬야 하는지조차 전혀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눈앞이 깜깜했죠.

 

출근 첫날, 엉뚱한 업무를 맡다

출근 첫날은 어땠나요?

오전 9시에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됐어요. 다른 신입직원들과 어떤 방에 들어갔죠. 거기서 뭘 할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이후 2시간 동안 점장은 서류를 작성하느라 신입직원들을 한 명씩 자기 사무실로 불러 들였습니다. 우리는 자기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죠. 우두커니 앉아 있었습니다. 어떤 남자는 잠이 들었고 두 여자는 담배를 피우러 몇 번이나 들락거렸죠. 저는 벽에 있는 글씨란 글씨는 모조리 읽었습니다. 드디어 한 직원이 방으로 들어왔어요. 그리고 급여 지급 주기, 근무일정, 출근 절차, 출근 정책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목적을 알 수 없는 동영상 3편을 틀어줬습니다. 고객 서비스 관련 동영상, 중장비 다루는 법에 대한 동영상, 저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수당 지급에 관한 동영상이었죠. 중요한 안전 관련 정보도 있었지만 그 부분은 재빨리 넘어가더군요. 그 직원은 회사의 전략, 문화, 우리의 역할, 총 직원 수, 고객 현황 등에 대해서는 아무 설명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이 회사에 왜 필요한지, 어떤 회사인지, 우리가 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도 설명하지 않았어요. 첫날 제가 배운 건 매일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뿐이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죠? 회사 측이 일선 직원들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요?

 

시스템 문제입니다. 정말 답답했어요. 두서없이 진행된 오리엔테이션 때문에 회사는 돈을 낭비하고 사람들은 의욕이 꺾였습니다. 우리는 앉아서 기다리는 대가로 2시간어치 시급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존중받지 못했고 고객을 제대로 응대할 준비도 못했어요. 오리엔테이션 담당자는 갈팡질팡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죠. 이직률이 높은 상황에서 여유롭게 인력을 운용할 여력이 없는 매니저들은 신규 직원이 학습하고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들어줄 수 없습니다. 결국 이직률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죠.

 

현장에 투입된 뒤 상황이 나아졌나요?

 

안타깝게도 아니었습니다. 교육 첫날 한 매니저가 저에게 계산대 직원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잘 배우라더군요. 당황스러웠죠. 애초에 계산대 업무를 맡으려고 채용된 게 아니었으니까요. 제가 맡기로 한 업무는 진열대에 상품을 채우고 고객의 문의를 해결하는 일이었습니다. 제 교육을 담당한 첫 번째 계산원은 영어가 서툴렀고 직원을 교육하기 위한 교육을 받은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사실 거기 있던 어떤 직원도 그런 교육을 받지 않았죠. 두 번째 계산원은 화장실을 가야 한다며 계산대에 저를 혼자 남겨두고 자리를 비웠습니다. 그 사이에 저는 아들을 데리고 온 어떤 여자 손님의 물건을 계산했는데, 쇼핑백 하나를 깜빡하고 드리지 못했어요. 저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죠. 친절한 손님이었는데 저 때문에 완전히 실망했을 테니까요.

 

이런 상황이 며칠 동안 이어졌습니다. 별로 배우는 것도 없이 계산원의 뒤를 따라다니고, 손님들 앞에서 실수를 저지르고, 틈틈이 컴퓨터 기반 교육을 받았습니다. 계산원들을 그렇게 많이 관찰했지만, 그 뒤에 실제로 계산대를 맡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좋은 일자리 전략은 교차훈련을 권장합니다. 한두 가지 영역의 업무에 숙달해야 하지만, 다른 업무도 몇 가지 할 수 있으면 상황에 따라 유연한 업무 배치가 가능하죠. 하지만 제가 경험한 교차훈련은 최악이었습니다. 저는 계산대 업무에 숙달될 정도로 훈련을 받지 못했습니다. 애초에 배정된 업무에 필요한 기술은 전혀 배우지 못했고요. 그 결과 저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거나 고객을 제대로 응대할 수 없었습니다.

 

주당 40시간 근무와 20시간 근무

이런 문제를 매니저에게 보고했나요?

 

제 담당 매니저와 마주칠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우선 매니저와 근무시간이 자주 엇갈렸습니다. 게다가 인력이 너무 불안정하다 보니 매니저는 직원들이 출근을 할지 어떨지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황이었죠. 제 생각에 매니저는 관리자 역할을 아예 포기하고 자기 일만 한 것 같습니다. 매일 정시에 출근했지만, 매니저가 저에게 무슨 일을 맡길지 계획해 놓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하루는 제가 9시간 교대근무를 하러 출근했는데, 한 매니저가 제 섹션에서 진열대에 물건을 채우고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이상했죠. 앞으로 9시간 동안 제가 하기로 된 일이니까요. 그리고 저는 다른 구역에 배치돼 다른 일을 했습니다. 저는 열심히, 빠르게 일을 해냈습니다. 90분 동안 일하고 나니 몇 군데 상품이 비어 있는 진열대를 빼고는 섹션이 깔끔하게 정리됐죠. 비어 있는 진열대는 제 담당 구역이 아니라서 해결 방법을 알 수 없었습니다. 이제 근무시간이 7시간 반이 남았지만 아까 봤던 매니저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눈에 띄는 일은 뭐든지 했죠. 물건을 치우고 고객 문의를 해결했습니다. 일한 시간을 다 합하면 시간당 10분 정도밖에 안 됐을 거예요. 아주 화창한 여름날 토요일이어서 매장은 한산했습니다. 저는 제자리뛰기를 하고 팔을 이리저리 흔들면서혹시 시키실 일 없나요?”라고 외쳤죠. 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날 저는 노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아무도 내 일에 신경 쓰지 않는데 열심히 일해서 뭐하지?”

 

애초에 저는 그날 쉬고 싶었어요. 저녁에 가야 할 행사가 있어서 하루 쉴 수 있는지 물어봤더니, 매장 측은 일단 출근해서 일찍 퇴근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죠. 그런데 제 일정에 조기 퇴근이 반영되지 않았더군요. 이곳의 근무일정은 좀처럼 종잡을 수가 없어요. 주당 20시간 일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도 실제로는 40시간 일정이 짜여 있고, 제가 매니저에게 일정을 바꿔 달라고 요청해야만 하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직원들이 다 그러려니 했어요. 매장 측은 시스템 오류라고 했지만 이런 일이 매주 일어났죠. 문제를 해결하려는 조치 같은 건 없었습니다. 일정은 항상 바뀌었어요.

 

저는 이게 단지 이 회사의 특성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는 노동 모델을 채택한 기업의 특성에서 비롯된 문제죠. 우리는 다른 소매유통기업에서도 이런 식의 혼란과 불안정성을 목격했습니다. 우리가 연구한 한 회사의 식료품 매장 매니저는 인재를 개발하고 자기 팀을 만들고 싶었지만, 갑자기 일을 그만 둔 직원들의 빈자리를 채우느라 하루에도 몇 시간씩 계산대 업무를 맡곤 했죠. 빡빡한 노동 모델 아래서는 여유로운 시스템 운영을 할 수 없습니다. 소매유통기업들은 이런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주 근시안적인 생각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초래하죠.

 

제가 그저 매일 바쁘고 생산적으로 일해서 회사에 기여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바쁘게 지내야 시간 가는 줄 모르죠. 저는 정말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 필요한 장비나 지식이 없었습니다. 명확히 업무를 배정받는 일조차 드물었죠.

 

매장과 본사 간의 소통

문제가 있으면 매장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었나요?

 

그런 일은 불가능했습니다. 본사는 매장에 명확한 계획을 하달했죠. 하지만 이 계획이 매장의 현실이나 매장에서 쓸 수 있는 자원에 항상 들어맞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교대근무를 하던 중에 명절 맞이 진열 계획이 내려왔습니다. 저는 갈고리와 바구니, 선반 같은 걸 설치하는 일을 도왔죠. 그날은 특히 신이 났습니다. 큰 프로젝트를 맡게 됐고, 개인적으로 명절 시즌을 좋아하거든요.

 

본사에서 보내온 진열 계획도 훌륭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막상 진열을 끝냈을 때 결과는 전혀 멋지지 않았죠. 전체 상품 중에

3분의 1가량이 모자랐고, 다른 섹션에 진열하려고 비축해둔 명절 상품으로 빈자리를 마음대로 채우는 건 허용되지 않았어요. 일부 빈자리는 그대로 둘 수밖에 없었죠. 일선 직원들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디자인 담당자가 계획 담당자에게 제대로 이야기를 전달하지 않았거나, 물류부서 업무가 지연됐거나, 매장 밖에서 뭔가 일이 잘못됐을 수도 있겠죠. 어쨌거나 시간과 돈과 자원은 낭비됐고, 고객들은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공급망과 계획을 짜는 일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완벽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최고의 회사들은 단순화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단순화해서, 일선 상황이 달라지면 그에 따라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각 매장에 권한을 부여합니다. 대처할 여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인력을 여유롭게 배치하고요. 저희 매장의 경우에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고, 창고에 상품이 있는데도 진열대의 절반을 비워 둬야만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회사는 피해를 입었고, 매장 직원들은 본사가 우리의 의사결정 능력을 의심한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고객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직원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나요? 본사나 매니저에게 개선 아이디어를 마음껏 제안할 수 있었습니까?

 

시도는 해봤죠. 일선 직원들 눈에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 뻔히 보이는데 본사는 모른다고 우리끼리 자주 이야기하죠. 그게 사실이고요. 저와 동료들은 다양한 운영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그리 대단한 변화를 요하는 아이디어는 아니었어요. 간단한 방법이었고, 비용이 조금 들거나 아예 안 들 수도 있었죠. 시간과 비용을 아끼거나 고객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들이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둘 다 가능했고요.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단이 없었어요. 우리가 어떤 문제를 매니저에게 제기하면, 공연히 문제를 일으키는 직원으로 찍히기 십상이었죠. 제가 직접 그렇게 곤욕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어떤 프로세스상의 문제를 매니저에게 이야기하고 개선할 방법이 없는지 물었더니, 매니저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저를 크게 야단쳤어요. 조용히 맡은 일이나 잘하라면서요.

 

그곳에서 몇 년째 근무한 한 동료 직원이 이 광경을 보고 쉬는 시간에 저에게 다가왔어요. 아주 자상하게 아까 일은 유감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곳 문화가 원래 그렇다고 하더군요. “여기서 하라는 대로만 하면 칭찬받는 직원이 될 거예요. 하지만 문제를 입 밖으로 꺼내면 미움을 받을 겁니다. 괜한 일을 벌이면 미운 털이 박힐 거예요.”

 

다시 말하지만 이런 혼란한 환경 속에서는 매니저들이 문제 해결에 쏟을 시간이 없어요. 우리는 다른 유통기업에서도 이런 상황을 봤습니다. 눈앞에 닥친 일을 처리하기도 버거운데 사람을 뽑고, 교육하고, 개발하고, 이끄는 건 사치죠. 매니저들은 문제를 해결하도록 동기부여를 받거나, 해결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자원을 갖추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매장을 굴러가게 해 줄 사람이 필요하지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30분만 시간을 내서 문제를 해결하면 앞으로 수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해도 그 30분이 주어지지 않았어요. 당장 해결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에 먼 미래를 내다보고, 혁신하고, 개선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감정노동의 대가, 하루 100달러

9주 동안의 경험을 어떻게 요약하시겠습니까?

 

소매 매장 일은 육체적·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듭니다. 육체적으로는 무거운 박스를 들고, 매장 전체를 끊임없이 돌아다니고, 사다리를 오르내리고,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합니다. 정신적으로는 감정 기복이 매우 심합니다. 명확한 업무가 배정되거나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을 찾아주면 보람을 느끼죠.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짜증, 권태, 낭비로 점철돼 있습니다. 매일 저는 의기소침하고 진이 빠진 상태로 퇴근합니다. 그렇게 하루를 고생해서 손에 쥔 돈이 100달러도 채 되지 않았죠.

 

매일 최선을 다해 일하고, 서로 돕고, 고객에게 최대한 좋은 경험을 제공하려고 노력한 훌륭한 동료도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재빨리 불러오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고, 수백만 개 상품을 다 파악해서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바로바로 찾아주려면 시간과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존 시스템은 우리가 생산성을 최대한 발휘하고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게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비효율적인 운영과 부족한 직원 투자 때문에 인재, 시간, , 생산성, 고객의 신뢰를 모두 낭비하고 말았습니다.

 

유통기업 앞에는 두 개의 선택지가 놓여 있습니다. 우선 사람에게 투자해서 문제 해결사, 열정적인 고객 서비스 제공자, 매장 운영을 책임지고 매장을 생산적이고 긍정적이고 수익성 있게 만드는 직원을 육성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사람과 운영에 투자하지 않고, 직원과 고객이 혼란과 불안정한 상황을 겪게 내버려둘 수도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가야 할 길이 명확합니다. 우리는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꾸도록 기업을 돕는 여러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태로 매장을 운영하는 일도 쉽지 않죠. 그리고 좋은 일자리와 탄탄한 운영은 소매기업들이 처한 난관을 극복해 적응력 있고, 민첩하고, 수익성 있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해줄 겁니다. 모두가 이기는 셈이죠.

VIDEO

좋은 일자리 만들기, 어떻게 시작할까?

이 온라인 강의에서 제이넵 톤이 좋은 일자리 전략을 실행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제이넵 톤


제이넵 톤의 좋은 일자리 진단표를 이용하면 각 회사의 일자리 질을 평가해볼 수 있다. 그 방법을 하나씩 알아보자.

 

톤은 각 회사가 직원과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평가하는 방법과, 이런 니즈가 기업의 운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방법을 간략히 소개한다. 강의를 다 듣고 나면 누구나 좋은 일자리 전략을 실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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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그레그 포란

“마땅히 해야 할 일

HBR은 그레그 포란Greg Foran월마트 미국법인 최고경영자를 만나 소매유통업계의 강자 월마트가 좋은 일자리 만들기를 추진하면서 겪은 문제와 초기 성과에 대해 들어봤다.

스티브 프로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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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수만 명을 정부 보조금에 의지하게 만든 낮은 임금과 수당, 제한적인 근무시간, 직원들의 삶에 피해를 줄 정도로 변덕스러운 근무일정 때문에 월마트는 여러 해 동안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지난 몇 년 새 이 회사의 인력 정책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월마트는 일선 직원의 임금을 올리고(풀타임 직원의 평균 시급을 13.85달러로 인상했다), 수당을 개선하고, 훈련을 확대하고, “우리는 미국 소매유통업계 인재가 잠재력을 다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많은 주의 월마트 매장 직원들이 여전히 빠듯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월마트가 이런 조치를 얼마나 진지하게 실행하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튼튼한 노동시장 여건 속에서 직원들을 유치 및 보유하고 회사의 이미지를 쇄신해서, 월마트 인사 정책에 반감을 품었던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적당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일까? 아니면 대변혁의 신호탄일까?

 

이 인터뷰에서 그레그 포란 월마트 미국법인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후자가 정답이라고 말한다. 뉴질랜드 출신의 포란은, 2014 8월 회장으로 취임하기 전에 월마트 중국 법인을 이끌었다. 그는 제이넵 톤의 좋은 일자리 전략에 적극 동의한다. 이 전략을 도입하면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고객 서비스를 향상시킬 수 있다.

 

코스트코, 트레이더 조Trador Joe’s, 퀵트립, 머드 베이, 메르카도나, 퀘스트 다이아그노틱스 콜센터 등 몇몇 다른 기업도 좋은 일자리 전략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100만 명이 넘는 직원을 둔 유통 시장의 강자 월마트 미국 법인이 이런 조치를 취한다면, 시장에 티핑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기업도 월마트의 움직임에 동참하려 들 것이다. 이는 1914년 헨리 포드가 직원들의 일당을 당시 최저임금의 2배가 넘는 5달러로 올려서 중산층 확대를 가속화한 일과 비교될 만큼 엄청난 영향을 미국 경제에 미칠 것이다.

 

HBR: 월마트 미국법인의 수장으로 취임했던 2014년 당시 매장 실적은 어땠습니까?

 

포란:여기 오기 전에는 월마트가 아주 활발하게 활동하는 건실한 회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재무상태가 겉보기만큼 좋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죠.

 

사정을 더 자세히 들여다 봤더니 가격 책정이 제대로 안 되고 있었습니다. 청결도, 재고 상태 같은 매장의 기본 요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직원들의 업무 참여도도 예상보다 낮았습니다. 공급망 운영 실태 역시 실망스러웠습니다. 사정을 알면 알수록 회사가 전성기를 지나 고난기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죠. 비교매장 매출comp store sales[3]에도 이런 현실이 반영돼 있었습니다. 수익은 아직 양호했습니다. 하지만 수익 뒤에 가려진 여러 문제는 쉽게 보이지 않는 법이죠. 회사의 활력과 건전성 여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고객과 직원이 회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봐야 합니다. 들어봤더니 확실히 문제가 있더군요.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까? 무슨 일을 했습니까?

 

사실 우리는 정보를 종합한 뒤 매장 직원들에게 초점을 맞춰야 할 필요성을 논의했습니다. 당시 월마트는 초보자의 경우 평균 시급이 7.65달러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매장에 직접 가서 일선 직원을 만나고 매니저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직원을 유지하기는커녕 적합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일조차도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사회는 먼저 직원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상당히 과감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향후 2년 동안 약 27억 달러를 임금과 수당을 인상하고 직원 교육을 강화하는 데 투자하기로 했죠. 그뿐만 아니라 가격 책정 문제와 여러 매장을 리모델링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월스트리트(주주들)를 찾아가 이렇게 말했죠. “우리 회사의 순이익에 숨통을 틔워 준다면 더 좋은 매출을 보여주겠습니다. 하지만 1년 안에 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3년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리고 우리는 다양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유급 휴가와 수당 문제를 논의하고, 일선 관리자들이 소매유통의 기본원칙과 매장을 구역별로 특화하는 기술을 교육받을 수 있는아카데미를 세우고, 매장을 디지털화하고, 정보 접근성을 높여서 일선 직원들의 업무 방식을 바꾸고, 프로세스를 변경하는 등 다양한 일을 했죠. 대체로 효과가 있었습니다. 좋은 일자리 전략과도 잘 들어맞았습니다. 우리가 한 일이 바로 사업을 단순화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직원들에게 권한을 주는 것이었으니까요.

 

우리는 이런 방식을유일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부릅니다. 최선의 재고 관리 방법도 유일하고, 최선의 일정 관리 방법도 유일하고, 최선의 진열대 설정 방법도 유일하다는 식이죠. 표준화는 효율성을 불러옵니다. 일상적인 업무 처리 속도를 높이면 매장 직원들이 고객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습니다. 직원들이 광범위한 업무 수행 능력을 키우도록 하는 교차훈련과, 예상 작업량보다 많은 근무시간을 산정해 인력 운영에 여유를 두는 일은 아직 진행 단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조치가 순탄하게 추진 중입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도 하고요.

좋은 일자리 전략은 어떻게 알게 됐습니까?

 

우리가 이런 조치를 시작하고 1년쯤 지났을 때였죠. 저는 제 방법과 사고방식에 비판적인 조언을 해줄 컨설턴트를 고용했는데, 한 컨설턴트가우연히 이 책을 봤는데요하면서 제이넵 톤의 <    The Good Jobs Strategy    >라는 책을 보여주더군요. 그 책을 집에 가져가서 이틀 동안 꼼꼼히 읽었습니다.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죠. 운영을 단순화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직원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면 성과가 향상된다는 주장이 지극히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권한 부여 프로세스가 마음에 들었죠. 표준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니까요.

 

저는 소매유통업계에 40년간 몸담아 왔습니다. 직원들의 근무시간과 근무일정을 어느 정도 확실히 하지 않으면 반드시 문제가 생깁니다. 제가 있었던 다른 기업에서는, 일자리를 줄이는 통에 직원들이 화요일에는 3시간 동안 이 일을 하고 수요일에는 4시간 동안 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많이 봤습니다. 이런 문제는 교차훈련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업무가 한가해지면 직원들이 다른 업무를 할 수 있게 되죠.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당연하지!”라고 외쳤습니다. 제이넵과 일면식도 없었지만 먼저 연락해서 한번 만나자고 제안했습니다. 몇 주 뒤에 보스턴에서 제이넵을 만났죠. 하루 종일 함께 매장들을 돌아보고, 좋은 일자리 전략과 월마트 운영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제이넵과 저는 계속 논의를 이어갔고, 좋은 일자리 전략의 요소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 팀에 제안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월마트의 현황을 상세히 말씀해 주셨는데요. 고객 경험, 직원 경험, 운영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결론부터 말하면 만족스러운 진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이루기 쉬운 성과를 얻었을 뿐이고, 진짜 어려운 부분은 이제 시작입니다. 제가 월마트 매장과 물류센터를 돌아보고, 고객과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렇습니다. 근본적인 부분에서 아주 중요한 성과를 이루긴 했죠. 하지만 지난 3년간 우리는 문제를 바로잡기 바빴고, 이제는 선도하는 방법을 논의해야 합니다. ‘문제 바로잡기는 기본을 제대로 다지는 일입니다. ‘선도하기는 단순히 업계 평균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평균을 뛰어넘는 일이죠. 문제를 바로잡는 마인드를 선도하는 마인드로 바꾸는 것은, 월마트의 운영방식과 혁신 방법을 지속적으로 변화시켜서 유통업계의 미래를 새롭게 정의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이런 부분을 바로잡았습니다. 매장이 더 깨끗해졌죠. 상품이 공급망에 머무르는 시간을 줄이는 등 여러 변화를 도입해서 식품의 신선도를 높였고요. 매장에서 쓰는 기계를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예를 들면 가격과 재고를 확인할 때 쓰는 무선 바코드 스캐너로 텔슨 제품을 오랫동안 써왔는데, 이제는 TC70 휴대용 컴퓨터를 사용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기술이 나오면 또 업그레이드할 예정이죠. 그리고 여러 조치를 통해 고객 경험을 크게 개선했습니다. 이를테면 리모델링으로 더 깔끔한 매장을 만들고, 직원들에게 고객을 더 효과적으로 응대하는 법을 교육하고, 재고 물품 위치를 개선하고, 계산대 대기시간을 줄였습니다.

 

직원 관리 측면에서는 우선 신입 직원 오리엔테이션 프로세스를 개선했습니다. 신입 직원들에게 입사 초기 몇 달간 교육과 멘토링을 제공하는 패스웨이Pathways 프로그램을 도입했죠. 이 프로그램은 고객 서비스, 판촉, 팀워크, 커뮤니케이션 등 소매유통업계 종사자에게 매우 중요한 기술을 교육하도록 설계됐습니다. 패스웨이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뒤부터 직원들은 임금이 오르고, 월마트가 제공하는 경력개발 기회에 대한 정보를 얻고, 월마트에서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 갖춰야 할 경험과 기술에 대해 명확히 알게 됐습니다.

[3]한 소매점이 창출한 매출과 과거 비슷한 시기에 창출한 매출을 주별, 월별, 분기별 등으로 집계해 비교한 매출

각종 지표 사용법과 직원과 고객을 돕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훈련도 강화했습니다. 이제 모든 관리자가 채용 중인 포지션의 수, 이직률, 교육 이수자 명단, 교육 예정자 명단 등 인력과 관련한 중요 지표를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짧게는 이틀, 길게는 일주일간 교육받을 수 있는 아카데미 200개를 신설했습니다. 2017년 말까지 약 25만 명의 직원이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을 예정입니다.

 

제가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또 한가지는 우리 회사의 마이 셰어My Share 보너스 정책을 개선한 것입니다. 월마트의 모든 직원이 보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최근 실적을 보면 아시겠지만 재정 상황이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더 많은 매장의 직원들이 보너스를 받을 수 있게 되겠죠.

 

이런 조치들을 실행한 이유가 온라인 유통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미국 시장 내에서 월마트 매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기존 매장에서 수익률을 높여야 했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둘 다인가요? 둘 다입니다. 3년 전쯤 월마트는 중대한 기로에 섰습니다. 우리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시장에 보여주거나, 수익을 확보하는 데 계속 집중해야 했죠. 소매유통업계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업들도 이런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매출을 키우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러려면 온라인 판매 전략을 개발하는 동시에 매장 방문고객 수를 늘리고 판촉활동을 강화해야 합니다. 주주 입장에서는 수익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도 중요하겠죠.

 

그리고 제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번째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월마트의 DNA. 우리가 고객과 직원을 푸대접하는 모습을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턴Sam Walton이 봤다면 크게 낙심했을 겁니다. 샘을 만났기 때문이 아니라, 샘의 충실한 보좌관이었던 잭 슈메이커Jack Shewmaker밑에서 12년간 있었기 때문에 잘 압니다. 잭은 월마트 매장이 32개뿐이던 시절에 입사해서 회사의 2인자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제가 여태 만났던 유통업계 리더 가운데 가장 똑똑한 사람이죠. 잭은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가 월마트에 입사하기 전부터 그는 제 멘토였습니다. 잭은 저에게 고객과 직원을 보살펴야 하는 이유를 가르쳐줬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제 월마트 경영 전략에는 개인적인 요소도 숨어있는 셈이죠. 고객과 직원을 보살피지 못한다면 주주까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차피 잘되기는 글렀으니까요.

 

다음 3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이라면 월마트와 같은 변화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이 전략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반드시 재무적인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셋째, 지는 것을 싫어해야 합니다. 많은 이들이 월마트가 변화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소용 없을 거예요. 매장에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지 못할 겁니다. 월마트는 너무 덩치가 커서 변신이 불가능합니다. 이미 끝난 얘기죠. 더는 방법이 없어요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그들이 틀렸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죠.

 

이직률, 결근율, 직원들의 사기, 생산성, 고객 만족도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들이 어떤 효과를 보였나요?저는 좋은 일자리 전략을 믿습니다. 그리고 고객 충성도를 나타내는 순추천고객지수Net Promoter Scores도 믿습니다. 좋은 기업 중에는 순추천고객지수가 높은 곳이 많습니다. 운이 좋아서 얻은 결과가 아닙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성취한 결과죠. 월마트의 순추천고객지수도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순추천고객지수 작성에 관여한 어떤 사람이 저에게 그러더군요. 지난 3년 동안 월마트만 한 규모의 기업 지수가 이렇게 빨리 개선된 경우를 보지 못했다고요. 고객들이 우리의 변화를 알아챈 겁니다.

 

직원 관리 부분의 변화는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이직률과 직원 보유율은 상당히 많이 개선됐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개선 속도가 느려지고 있습니다.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아직은 목표치 대비 겨우 20% 수준에 와 있습니다.

 

생산성은 어떻게 변했나요?현재는 비용보다 매출 증가율이 더 높습니다. 지난해 4분기 연속 그랬죠. 저는 물류센터를 통과하는 상자 하나당 비용과, 계산대 스캐너를 통과하는 아이템의 수량까지 측정합니다. 이런 지표들이 모두 개선되기 시작했습니다. 확실히 고비를 넘긴 셈이죠. 상황이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좋은 일자리 전략이 제대로 실행되려면 이 시스템 안의 다양한 요소들이 서로 협력해야 하는데요. 월마트는 모든 요소를 적용하고 있습니까?상당히 많은 요소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제이넵의 책을 읽기 전부터 몇 가지는 이미 도입했죠.

 

미국의 법학자 올리버 웬들 홈스 주니어Oliver Wendell Holmes Jr.의 책에 이런 멋진 구절이 나옵니다. “나는 복잡성을 거치지 않은 단순함에는 아무 관심이 없지만, 복잡성 너머의 단순함을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내놓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단순화하기를 좋아하죠. 하지만 문제의 복잡한 부분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단순화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저는 세부사항을 파고들고 이해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세부사항을 완전히 이해하고 복잡성을 해결한 다음에 비로소 단순화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시스템으로서 좋은 일자리 전략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깊이 이해하고 있는 요소도 있지만 아직 개발 중인 요소도 있죠.

 

다른 요소를 해결하기 앞서 해결해야 할 요소가 있었나요? 임금과 수당과 관련한 조치를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저는 열일곱 살부터 상근으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장 일이 지겨워져서 야간학교에 다니기로 했죠. 거기서 직업 만족도와 관련한 요인들을 연구한 심리학자 프레데릭 허츠버그Frederick Herzberg를 알게 됐습니다. 허츠버그는 산업혁명을 연구했고, 공장노동자에게 깨끗한 수돗물, 겨울 난방, 여름 냉방 같은 기본 조건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근무 의욕을 높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가 취한 임금과 관련한 조치는 이런 기본 조건에 해당합니다.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었죠. 물론 임금 문제는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할 사안이지만, 가시적인 변화는 직원들에게 신뢰를 줬습니다. 그래서 다른 변화들도 실행할 수 있게 해줬죠. 아주 중요한 첫걸음이었습니다.

 

말씀을 들어보니 월마트에 좋은 일자리 전략 시스템을 전면 도입할 계획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이미 상당히 많은 요소들을 시행 중입니다. 아직 학습 단계에 있는 요소도 있죠. 월마트의 전략과 제이넵의 주장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제이넵의 생각과 제 생각에도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죠. 우리는 앞으로도 논의를 계속해 나갈 겁니다. 앞서 말했듯이 저는 제 팀에게도 제이넵과 계속 소통하고, 제이넵의 접근방식을 더 깊이 고민해 보라고 합니다.

 

좋은 일자리 전략 시스템의 요소를 한꺼번에 적용할 예정입니까, 점진적으로 적용할 예정입니까? 우리는 한 번에 하나의 요소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직원들의 근무 스케줄 관리 방식을 새로 개발해 적용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죠. 우리는 한 매장에 새로운 프로세스를 적용하고 실행한 뒤 결과를 지켜볼 겁니다. 그 다음에 5개 매장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서 그 결과를 지켜볼 겁니다. 그 다음에는 한 지역에 있는 매장 80~100개 정도에 적용해 볼 겁니다. 결과가 만족스럽다면 전국 모든 매장에 적용하겠죠. 월마트는 이런 식으로 새로운 정책을 도입합니다. 새로운 앱이나 직원용 툴을 개발할 때도 마찬가지 방법을 쓸 겁니다.

 

지금까지 최대 난제는 무엇인가요?변화 그 자체와 엄청난 규모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만큼 규모가 큰 기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코스트코, 텍사스 주와 멕시코에 매장을 둔 에이치이비H-E-B, 미국 남동부의 푸드 라이언Food Lion등 주요 소매유통기업들은 보통 400~50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월마트는 거의 5000개에 달하는 매장을 관리하고 있죠. 규모가 10배 커질 때 벌어지는 일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됩니다. 월마트에서 뭔가 하나라도 바꾸려면 엄청난 변화 관리와 소통 노력이 필요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보조를 맞춰야 하죠.

 

스티브 프로케시(Steve Prokesch)HBR 선임 편집자다.

 

 

ARTICLE

나쁜 일자리를 없애는 방법

스타트업매니지드 바이 큐는 고성장 단계에 접어든 지금 시점에 좋은 일자리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왜일까?

HBR 스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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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실 청소, 모듈식 가구 조립, 사무실 부엌 물품 채우기, 경비 서비스. 이런 일들이 대개 나쁜 일자리다. 이런 일에 종사하는 사람은 열심히 일해도 최저임금보다 많이 벌지 못할 것이다. 승진 기회는 보이지 않는다. 근무일정을 조정할 권한도 거의 없다.

 

댄 테런Dan Teran은 이런 현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테런은 2014년에 사무실 청소·관리 스타트업 매니지드 바이 큐Managed by Q를 공동 설립했다. 그때 테런은 낮에는 회사를 경영하고, 밤에는 부업으로 다른 직원들과 함께 청소를 했다.

 

“회사를 세우고 처음 1년은 거의 매일 밤 사무실을 청소하거나 청소 인력을 관리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죠.” 테런은 회상한다. “우리는 어떤 일이든 마다 않고 했습니다. 시키는 일은 무조건 했어요.”

 

그런 식으로 사업이 잘될 리 없었다. 직원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거나 장비를 갖추지 못한 채 감당하기 힘든 업무에 허덕였다. 나날이 불만이 쌓여갔다.

 

“결국 회사와 고객과 직원 모두에게 나쁜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회사가 성장하자 테런은 700명이 넘는 정규직 직원이 근무하는 청소·관리 전담사업부, 큐 서비스Q Services의 사업 계획에 제이넵 톤의 좋은 일자리 전략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매니지드 바이 큐는 다른 기업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었다.

 

톤이 함께 일했던 다른 기업과 달리 매니지드 바이 큐는 소매유통업체가 아니다. 게다가 역사가 있고 어느 정도 기반을 닦은 다른 기업과 달리 매니지드 바이 큐는 한창 성장 단계에 있는 신생 회사다. 이런 점에서 테런의 좋은 일자리 전략 도입은 더욱 흥미롭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서비스 일자리를 개선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매사에 템포가 빠른 스타트업을 개선하는 일이기도 하다.

 

테런은 좋은 일자리 전략을 실행하면서 임금, 근무일정, 수당, 승진 등 4가지 요소에 집중했다. 직원들의 초봉은 시급 12.50달러다. 풀타임 직원은 한 달 평균 120시간을 일하고, 건강보험과 개인퇴직연금인 401(k)를 보장받는다. 게다가 회사의 지분을 일부 소유하고, 스톡 옵션도 받는다.

 

또 회사는 직원들이 갖추지 않은 전문지식을 요하는 일은 맡지 않는다. 테런은 난초 관리처럼 특수한 업무는 하지 않고 가구 조립처럼 고객이 자주 맡기는 업무에 집중해서, 직원들에게 성공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좋은 일자리 전략은 희망 없는 일자리를 경력이 쌓이는 일자리로 바꿔줍니다.”

 

과연 효과가 있을까? 매니지드 바이 큐는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만 일대에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수익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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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생산 시스템(TPS)이 좋은 일자리 전략에 주는 교훈

좋은 일자리 전략을 실행하려면 거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도요타 생산 시스템 도입 사례에서 좋은 방법을 찾아보자.

제이미 보니니, 새라 캘로크, 제이넵 톤

 

매유통업계와 서비스업계에서 생산성과 고객 만족도를 개선하기 위해 설계된 좋은 일자리 전략은 분명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일선 직원의 임금을 인상하고, 근무일정 예측성을 높이고, 직원들에게 경력을 쌓을 기회를 제공하고, 명확한 운영 모델에 기초해 지원하는 시스템을 실행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좋은 일자리 전략을 도입한 사례는 그리 많지 않지만 도요타 생산 시스템, TPS를 도입한 사례는 수백 건에 이르고, 우리는 이를 통해 운영방식을 바꿀 때 유의해야 할 점을 배울 수 있다.

 

좋은 일자리 전략은 인재에 대한 투자와 이런 투자를 활용한 운영 옵션 면에서 TPS와 비슷한 점이 많다(‘좋은 일자리 시스템의 4가지 운영 옵션참조). 두 접근방식 모두 안정적으로 인재를 확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 결근하지 않고 이직하지 않는, 성실하고 유능한 직원이 있어야 한다. (‘좋은 일자리 시스템의 4가지 운영 옵션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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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S에서 말하는 안정성이란 장비machinery, 물품materials, 방법methods, 사람manpower이라는 4가지 요소를 뜻한다. 앞의 3가지는 당연하고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장비 고장이 잦고, 공급하는 물품의 품질이나 배송을 믿을 수 없고, 예외적이거나 우회적인 방법에 의존한다면 회사를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 그런데 마지막 요소인 사람, 즉 인력 안정성은 흔히 간과되거나 잘못 이해된다. 유능하고, 믿음직하고, 의욕 넘치는 직원이 없으면 TPS와 좋은 일자리 전략은 전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듀블린Deublin은 인력 안정성이 지속적인 개선의 전제 조건이라는 점을 잘 아는 조직의 좋은 사례다. 일리노이 주 워키건에 본사를 둔 듀블린은 각종 로터리 조인트를 만드는 기업이다. 로터리 조인트는 전동공구, 제지공장, 풍력터빈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복잡한 회전 밀봉 베어링이다. 듀블린은 지난 5년간 TPS 지원센터와 정교한 적시 생산 시스템just-in-time production system을 도입하는 작업을 해왔다. 참고로 TPS 지원센터는 수백 개의 도요타 파트너업체와 공급업체, 기타 다른 많은 조직에 TPS를 적용해 운영방식을 개선하도록 돕고 있다.

 

적시 생산 시스템은 제조라인이 사소한 지연, 장비 휴지 시간, 재작업, 교체 등으로 인해 가동을 멈추는 시간이 전체 가동시간의 15%를 넘지 않게 하는 시스템이다. 복잡한 조립 프로세스의 경우 15%는 매우 까다로운 기준이다. 그런데 듀블린의 로터리 조인트 제조라인의 가동 중단시간은 31%에 달했다. 장비, 물품, 방법상의 불안정성이 문제의 일부로 지적됐고, 듀블린과 TPS 지원센터는 이 부분을 상당히 개선했다. 하지만 인력 불안정성이라는 또다른 문제가 남아 있었다. 이 라인이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고도로 훈련을 받아 제품과 프로세스에 정통한 직원들이 일관되게 표준작업을 따르고,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쓰고, 문제점을 재빨리 파악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어야 했다. 실태를 조사해 보니 듀블린은 이런 우수한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인력 안정성 면에서 가장 큰 문제는 비정규직 직원의 높은 이직률이었다. 듀블린은 정규직의 직업 안정성을 강화하는 일에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계절에 따라 인력 수요가 달라지기 때문에 비정규직 직원도 고용할 수밖에 없었다. 지원자 수가 넉넉하지 않은 탓에 많은 비정규직 직원들이 역량 미달로 교체돼야 했다. 유능하고 정규직으로 들어와도 손색 없는 이들은 더 명확한 승진 기회와 더 높은 임금을 약속하는 회사로 옮겼다. 듀블린은 생산 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전에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다.

 

듀블린은 첫째,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채용 프로세스에 표준화된 기민성 테스트, 행동 평가 테스트, 직무 적합성 테스트를 추가했다. 둘째, 신입 직원에게 멘토를 붙여서 핵심 기술을 완전히 익혀 업무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직원 교육 절차를 바꿨다. 퀵트립과 메르카도나 등 좋은 일자리 전략을 도입한 소매유통기업도 비슷한 채용과 교육 절차를 따르고 있다.(‘좋은 일자리를 위한 변론참조) 이들은 신규 직원에 대한 투자를 늘렸을 때 인력 안정성과 운영 효율성이 개선된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다.

 

셋째, 고성과자들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비정규직 임금을 25% 인상하고, 6개월 이상 근속한 직원에게 20% 추가 임금 인상과 수당 인상 혜택을 제공했다. 또한 비정규직 직원들이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근속기간을 12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하고 기계기술자, 수퍼바이저, 중간관리자, 고위관리자로 진급할 수 있는 길을 뚜렷하게 제시했다. 그 결과 비정규직 이직률은 50% 감소했고, 듀블린의 인력 안정성과 생산성이 크게 개선됐다.

 

이제 듀블린은 TPS 지원센터와 함께, TPS를 듀블린에 맞게 변형한 듀블린 성과 시스템Deublin Performance System을 적용해 사업을 변화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 결과 적시 납품 성과가 50%에서 95% 가까이 향상됐다. 목표치는 100%. 인력 안정성 확보 등에 힘입어 듀블린은, 모든 직원이 지속적인 개선 작업에 적극 참여한다면 이 목표를 이룰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의사결정 권한, 문제 파악과 해결 권한을 직원에게 주기 같은 좋은 일자리 전략의 운영 옵션은, 유능하고 의욕 넘치는 직원을 확보했을 때만 효과를 낼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운영 옵션을 실행하기 위해서라도 인력이 안정돼 있어야 한다. 앞서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만들기에서도 봤지만, 퀘스트 다이아그노스틱스는 콜센터의 성과를 개선하려면 인력부터 안정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래서 교차훈련, 직원 권한 부여 등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운영 개선안을 실행하기 전에 임금을 인상하고, 직원들에게 분명한 경력개발 경로를 제시했다. 듀블린처럼 퀘스트 다이아그노스틱스도 상당한 성과 개선을 이루고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

 

TPS와 좋은 일자리 전략이 보여줬듯이 근속하고, 능력 있고, 개선 의지가 있는 인재 없이는 결코 운영 효율성을 이룰 수 없다. 기업들은 보통 운영 비효율성과 인재에 대한 투자 사이에 절충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어떤 식으로든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직원에게 투자해서 높은 임금을 받고, 잘 훈련되고, 의욕 충만한 직원들의 힘으로 회사를 지속해서 개선하거나, 그저 그런 인재를 보유한 대가를 높은 이직률, 높은 재고비용, 품질 악화, 고객 서비스 악화, 반응성과 융통성 약화 형태로 지불하거나 둘 중 하나다. 인력 안정성에 투자하는 일이 낭비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과 없는 대안에는 더 큰 비용이 든다.

 

번역: 장효선 / 에디팅: 조영주

 

제이미 보니니(Jamie Bonini) TPS 지원센터 부사장이다. 1992년에 설립된 TPS 지원센터는 도요타자동차 북미법인 산하 비영리단체로, 다른 조직이 TPS를 도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새라 캘로크는 좋은일자리연구소 상무이사다.

제이넵 톤 MIT 슬론경영대학원 운영관리학 겸임 부교수이자 좋은일자리연구소 공동 설립자로, 본 패키지 기사 가운데 핵심 기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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