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in DBR (~2013)

유통은 국경을 넘지 않는다
라지브 랄(Rajiv Lal),마르켈 코르스톈스(Marcel Corstj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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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 4월 호에 실린 인시아드 마케팅 석좌교수 마르켈 코르스톈스(Marcel Corstjens)와 하버드 경영대학원 유통 교수 라지브 랄(Rajiv Lal)의 글 ‘Retail Doesn’t Cross Border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세계화(globalization)는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매력을 갖고 있다. 미국 경제가 해외로 뻗어 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유럽은 불황으로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요즘 매출 및 이윤 증진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이 바로 빠르게 성장하는 개도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수많은 선진국 기업들이 보잉(Boeing), 코카콜라(Coca-Cola), 듀폰(DuPont), 제너럴일렉트릭(General Electric), 휴렛팩커드(Hewlett-Packard), IBM, 오라클(Oracle), 유니레버(Unilever), 디즈니(Disney) 등 해외 진출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다양한 분야의 기업을 모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세계화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은 그 범위가 매우 넓다. 또한 해외투자를 통한 이윤 증진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연구들은 다양한 산업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패턴을 찾아내어 성공적인 세계화 방법을 알아내려 한다. 하지만 이런 패턴이 잘못된 생각을 심어줄 수도 있다. 필자들은 단 하나의 산업, 즉 식료품 유통산업(grocery retailing)에 주목한 결과 몇 개의 예외 사례가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유통업체는 세계화의 이점을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른 산업과는 달리 식료품 유통산업은 대다수의 국가에서 여전히 현지기업의 지배적인 영향력하에 놓여 있다. 해외기업들은 심지어 가장 규모가 큰 소매 시장에서조차 거의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해외 진출을 감행한 경험이 있는 모든 식료품 유통업체들은 성공보다 실패를 맛볼 때가 많았다. 뿐만 아니라 필자들은 연구에서 평균적으로 국제화 수준이 유통업체의 매출 성장률이나 이윤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국경을 넘어서 성공하기 힘든 산업이 있다는 것만은 확실한 사실이다.

 

식료품 산업이 갖고 있는 특수한 성격을 감안한 전략을 수립해 세계화에 성공한 식료품 유통업체도 드물지만 존재한다. (이런 기업들은 자국 시장에서도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아냈다.) 필자들은 이 기업들의 경험을 토대로 유통업체에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세계화 규칙을 제안하고자 한다. 물론 이 규칙들이 해외 진출을 꿈꾸는 다른 부류의 기업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세계화의 압박

유통업체들이 해외시장 진출을 꿈꾸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반적인 이유로는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가 주는 효과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 위험 분산 필요성,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고 기존 리더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려는 열망, 국내 시장 내에서 회사의 규모가 지나치게 커졌을 때 규제기관이 가하는 제약을 상쇄해야 할 필요성 등이 있다.

 

하지만 세계화를 추구하는 가장 큰 원인은 다름 아닌 성장이다. 유통은 수익이 그리 높지 않은 사업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이려면 빠른 속도로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 월마트(Walmart) 2009년 예상 판매 성장률(주가 평가액 기준) 8.5%였다. 주식 투자 데이터베이스 밸류라인(ValueLine)에 의하면 이는 곧 2009년 한 해 동안 판매가 340억 달러 증가하고 향후 5년 동안 매출이 4000억 달러에서 6000억 달러로 늘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초대형 소비재 기업 P&G를 향한 투자자들의 기대 성장률은 5.5%에 불과했다. 이는 곧 2009년 한 해 동안 판매가 45억 달러 증가하고 향후 5년 동안 판매가 830억 달러에서 1080억 달러로 늘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이 월마트에 기대하는 판매 수치와 비교했을 때 5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숫자다.

 

끊임없는 성장 압박 탓에 세계화를 위한 책략이 기회주의적인 성격을 띠고 공들여 수립한 장기 전략이 위협받는 경우가 많다. 월마트는 1999년에 사전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영국의 슈퍼마켓 체인 아스다(Asda)를 매수해 영국 시장에 진출했다. 월마트는 원래 당시 규모가 작았던 독일 사업부에 투자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스다가 영국의 백색 가전 유통업체 킹피셔(Kingfisher)와의 합병을 발표하자 재빨리 아스다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월마트는 아스다가 자사의 포지셔닝 및 운영 현황과 잘 어울린다고 판단해 아스다를 인수했다. 하지만 월마트의 아스다 인수는 사내에서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월마트의 해외사업 책임자 밥 마틴(Bob Martin)은 결국 아스다 인수 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유통산업의 지리적인 확장 패턴을 보면 당혹스러운 느낌이 든다.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세계 10대 유통업체의 판매는 3배 증가했지만 이 기업들의 글로벌 판매는 5배 이상 증가했다. (물론 2000년의 판매 규모가 매우 작은 것이 사실이다.) 식료품 유통업체들이 매출과 이윤을 늘리기 위해 미국,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세계 최대 규모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재 5개 국 모두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유통업체는 단 한 하나도 없다. 월마트는 아직 유럽 대륙과 일본에 진출하지 않고 있다. 월마트 외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2개의 유통체인 역시 해외투자를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유통산업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프랑스의 카르푸(Carrefour)는 미국, 일본, 독일 시장에 진출하지 않고 있다. (물론 미국과 일본, 독일 시장 모두를 파고들기 위해 노력은 했다.) 세계 유통시장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영국의 테스코(Tesco) 역시 프랑스에서 철수한 이후 기타 유럽 국가에 진출하지 않고 있다. 대신 최근에는 일본과 미국에서 소규모로 영업을 하고 있다.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가 실패를 경험하지 않은 유통업체는 없다. 월마트는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독일과 한국에서는 사업 부진으로 철수했다. 테스코는 한국과 말레이시아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적정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했지만 프랑스나 대만에서는 입지를 다지는 데 실패했다. 독일 유통업체 메트로(Metro)는 폴란드와 루마니아에서는 성공을 거뒀지만 영국과 덴마크에 진출하기 위한 노력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카르푸는 오스트리아, 체코, 독일, 노르웨이, 포르투갈, 슬로베니아, 영국 등 여러 유럽 국가의 소매유통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같은 기간 스페인, 벨기에, 그리스, 이탈리아, 루마니아, 폴란드, 터키 등 다른 국가에서는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유통업체들이 해외 진출에 실패하는 이유가 소비자의 취향 차이, 특히 식품에 대한 취향 차이 때문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스(Mars), 네슬레(Nestle), 크래프트(Kraft), P&G, 다논(Danone), 유니레버(Unilever) 등 여러 식품업체들이 해외 식료품 브랜드 구축에 성공했다. 이 기업들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여러 유통시장에서 15년 이상 활발하게 사업을 지속해 오고 있다. 따라서 해외 진출을 감행한 유통업체들의 성공 사례가 부족한 이유는 다른 데서 찾아봐야 한다.

 

물론 일부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대형 유통업체, 특히 미국과 프랑스의 유통업체들은 남미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유럽의 대형 유통업체들은 중앙유럽과 동유럽을 목표로 적극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가에서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놀랄 만큼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현지 유통업체가 업계 1위와 2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시장이 많다. 이는 곧 일반적인 세계화 전략이 유통업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세계화가 기업 재무 성과에 미치는 영향

유통업체들의 해외 진출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실한 점을 고려했을 때 세계화가 유통업체들의 재무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자들은 계량 경제 연구를 통해 글로벌 식료품 유통업체와 자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지 식료품 유통업체를 비교해봤다. 연구 당시 필자들은 판매 성장률과 순이익률을 2개의 성과 지표로 채택했으며 국제화를 독립 변수 중 하나로 활용했다.

 

필자들은 연구로 다음과 같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 어떤 기준으로 보건 국제화 수준은 유통업체의 판매 성장률이나 순이익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유통업체의 판매 성장률을 견인하는 주 요인은 자국 시장의 GDP 성장률이다.

● 자국 시장 내에서의 판매 성장률은 유통업체의 순이익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 유통업체가 기반을 두고 있는 국가의 인구나 유통업체의 규모(판매 기준)는 판매 성장률이나 순이익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 같은 사실로 미뤄볼 때 유통업체들은 전략과 더불어 세계화에 대한 태도를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 판매와 이윤을 늘리기 위해 해외시장에 투자를 하고 있다면 매우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화는 매출 및 이윤 증진에 장기적인 도움이 될 뿐이다. 좀 더 빠른 성장을 꾀하고 이윤을 늘리려면 해외시장에서 기대한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국내 시장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해외에서 어떤 일을 벌이기로 마음을 먹었건 유통업체의 성과에 무엇보다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국 시장이다. 유통업체의 규모가 어떻건 국내 시장이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유통업체의 세계화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유통업체는 극히 드문 만큼 유통업체들은 해외 진출을 감행하기 전에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의사 결정을 내릴 때는 유통산업이 갖고 있는 독특한 특징을 고려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두드러지는 3개의 요인은 다음과 같다.

 

유통업체들은 해외시장에서 다양한 진입 장벽에 부딪힌다.유통업체가 현지 업체를 인수해 해외시장에 진출하기는 쉽지 않다. 선진국에서 활동하는 유통업체 중 매각을 원하는 곳은 극히 드물다. 세계적인 유통체인조차도 인수에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에 시범 진출했다가 결국 철수한 월마트와 일본과 벨기에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카르푸가 대표적인 경우다. 식료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가 유기적으로 성장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부동산 비용, 확고한 기반을 갖고 있는 경쟁업체, 적절한 부지 부족 등이 그 이유다. 개도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대규모 매장 네트워크를 꾸린 유통체인 역시 드물다. 개도국에서는 소매가 대개 지역적인 성향을 띠며 소매산업 자체가 매우 분산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해외 유통업체들은 선진국 시장에 소비자들이 새롭고 다르며 가치 있다고 여기는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테스코가 미국에서 새롭게 선보인 프레시 & 이지(Fresh & Easy)에 대한 상반된 반응으로 이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프레시 & 이지의 사업 방식이 충분히 신선하지 않다고 느꼈고 프레시 & 이지의 입지 선정 역시 미흡했다. 더욱 걱정스러운 점은 테스코가 프레시 & 이지의 성공을 위해 가장 뛰어난 최고의 임원들로 팀을 꾸려 미국에 파견했다는 것이다. 반면 개도국 소비자들은 해외 유통업체들이 현지 유통업체보다 고급스럽다고 여긴다. 무료 배송, 신용 거래, 포장 서비스 등 현지 식료품 판매업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해외 경쟁업체로부터 자국 유통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법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국가도 많다. (다른 산업에서는 개방 정책을 펼치고 있는 인도도 그중 하나다.)

 

오랜 시간에 걸쳐 점차 수익이 발생하는 산업의 특징상 식료품 소매유통산업은 고정 비용이 높고 이윤이 낮은 사업이다.구매의 경제(economies of purchase), 공급망 투자, 근로자 생산성 개선에 도움이 되는 기술 등으로 이익을 얻으려면 진출 중인 각국에서 대규모 매장 네트워크를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해외에 진출을 할 때 특정 국가의 모든 시장에 동시 진출하는 유통업체는 드물다. 한 도시에 진출했다가 다음 도시로 진출하고, 그런 다음 또 다른 지역으로 진출하는 등 서서히 활동 범위를 넓혀 나간다. 수익성이 확보될 만큼 규모가 큰 매장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며 수십 년 동안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을 만큼 많은 금액을 투자해야 한다. 월마트는 무려 15년 동안 투자를 한 덕에 2010년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 국가 내에서 한 부류의 소비자만 상대하더라도 얼마든지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식료품 공급업체와 달리 대중 시장을 공략하는 유통업체들은 경제적 다양성이 높은 각 매장의 상권 내에 속하는 모든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 유통업체는 원하는 소비자를 선택할 수 없다. 주변 지역의 고객층이 얼마나 다양하건 모든 매장에서 수익을 올려야 한다.

 

해외업체가 오직 한 국가에서만 활동하는 기성 업체와 싸워야 하는 경우가 많다.한 국가에서만 집중적으로 활동하는컨트리 킬러(country killer)’형 유통업체는 현지 소비자들의 선호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지 소비자의 욕구에 맞춰 제품과 서비스를 조정한다. 반면 해외업체들은 아주 넓은 매장 네트워크 내에서 발생하는 쇼핑 습관의 커다란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 이로 인해 실수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제품 카테고리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의 이점이 크게 달라진다. 식료품의 경우 국가에 따라 현지인의 입맛과 습관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글로벌 구매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비식품 부문에 속하는 제품의 중요성이 커지면 이익도 그만큼 커진다.

 

유통업체가 기억해야 할 세계화의 황금률

- 자국 시장에서 내실 성장을 위한 모든 기회를 적극 활용하라.

-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자국 시장 내에서의 지속적인 성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 탄탄한 현지 기업 인수로 진출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시장에 새로운 것을 선보여야 한다.

- 진출 중인 여러 시장을 적절히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얻을 방법을 찾으려고 애쓰기 전에 각국 시장 내에서 현지에서의 성공과 차별화에 주력해야 한다.

- 너무 일찍 진출하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것도 안 된다. 너무 오래 기다리면 기회가 사라지고 경쟁업체들이 난공불락의 입지를 갖게 될 수도 있다.

 

유통업체들에 어울리는 세계화 방법

그렇다고 해서 유통업체들이 해외시장 진출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본질을 고려해 보면 모든 유통업체가 세계화를 추진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해외 진출을 꾀하는 모든 유통업체는 소매업의 특성상 발생하는 독특한 문제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또한 성공적인 유통체인조차도 오랜 기간 재무 성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유통업체들의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되는 4개의 규칙을 소개하고자 한다.

 

규칙 1: 국내 시장이 세계화의 핵심이다.해외 진출을 꾀하는 유통업체들은 흔히 두 가지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첫째, 국내 시장과 비교해 해외시장의 기회가 좀 더 크고, 제약이 작고, 활용하기 쉽다고 생각한다. 둘째, 국내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에 쏟았던 관심을 해외로 돌린다. 하지만 두 가지 실수 모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국내 시장 내에서 유통업체의 시장 입지가 강할수록 해외투자를 지속할 기회가 커진다. 월마트가 해외에서 성공을 이뤄내려면 미국 시장 내에서의 흔들림 없는 위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대로 카르푸가 해외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프랑스 국내 시장에서 입지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카르푸의 프랑스 시장 점유율이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2011년 상반기에 카르푸의 이윤은 무려 40%나 하락했다.

 

유통업체들은 성숙한 관리자가 있을 뿐 성숙한 시장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가장 선진화돼 있는 시장에서조차 유통업체는 얼마든지 해외 진출을 위해 필요한 자원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인내심을 갖고 국내 시장에 혁신적인 성장 전략을 꾸준히 적용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국내 시장 육성을 위한 전략참조.)

 

규칙 2: 항상 시장에 새로운 것을 선보여라.참신한 것을 선보이지 못하는 유통업체는 탄탄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경쟁업체를 앞지르기 힘들다. (혹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독일계 유통업체 알디(Aldi)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더디긴 하지만 꾸준하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알디는 식료품 판매업체가 새로운 가치 제안을 내놓으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알디는초특가(hard discounter)’ 정책으로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거의 모든 국가에는 군더더기 없이 저렴한 제품을 원하는 상당 규모의 소비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알디는 소형 매장의 개념을 적극 개척해 유럽, 호주, 미국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알디의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단순함을 추구하고 운영 비용 절감에 주력해 소매 가격을 낮추는 방침이다. 알디는 자가 상표를 부착한 제품을 생산하는 공급업체들이 각 제품을 상당량 생산하고 가장 높은 수준의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도록 하나의 카테고리에 포함되는 제품의 수를 제한한다. 알디의 매장 배치는 다른 소매매장에 비해 매우 단순하며 그 결과 물류와 영업 또한 단순한 방식으로 운영된다.알디는 그 덕에 다른 슈퍼마켓보다 40%나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공급할 수 있다. 두 가지 요인 모두 소비자에게 편의를 안겨준다. 일반 슈퍼마켓에서 필요한 물건을 모두 구매하려면 두세 시간쯤 걸리지만 알디에서 쇼핑을 하면 그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혁신은 유통업체의 성공적인 해외시장 진출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1990년대 중반, 포르투갈의 대형 식료품 유통업체 제로니모 마틴(Jeronimo Martins)은 동유럽 최대 시장인 폴란드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제로니모 마틴은 성공적인 폴란드 진출을 위해 오직 현금만 받는 유통업체를 먼저 인수한 다음 소수의 매장을 보유한 폴란드의 하이퍼마켓 체인을 추가 인수했다.

 

다른 유럽 유통업체들이 폴란드에 관심을 보이자 제로니모 마틴은 새로운 접근방법을 도입했다. 새로운 시장 진출 업체들과 싸울 만한 자원이 부족했던 제로니모 마틴은 처음 인수한 기업과 하이퍼마켓을 모두 매각한 후 48개의 소형 매장을 보유한 비에드론카(Biedronka)를 초특가로 물건을 판매하는 유통업체로 키우는 데 주력했다. 제로니모 마틴이 현지에 파견한 경영팀은 매우 규모가 작은 매장, 저가, 제한적인 제품의 숫자(800), 전체 판매의 60%를 차지하는 고품질 자가 상표 제품, 모든 활동에 반영돼 있는 과도할 정도의 비용 효율성 등 폴란드에서는 유래가 없었던 소매 원칙을 적용했다.

 

이후 제로니모 마틴은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갔다. 비에드론카를 운영 측면에서 자사의 다른 사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독립 기업으로 운영했던 것이다. 폴란드의 소비자들은 비에드론카를 외국에서 건너 온 침입자들로 가득한 시장에서 활동하는 폴란드 브랜드로 여겼고 비에드론카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전체 제품 중 95%를 폴란드 공급업체로부터 구매해 이런 이미지를 한층 강화했다.인수 후 15년이 지난 현재 비에드론카는 폴란드에서 1800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2015년까지 1200개의 매장을 추가로 열 계획을 갖고 있다. 비에드론카가 판매의 60%, 이윤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제로니모 마틴은 사실상 포르투갈에 자회사를 두고 있는 폴란드 기업이 됐다고 볼 수 있다.

 

규칙 3: 시너지 효과보다 차별화가 더욱 중요하다.해외시장으로 진출하면 규모의 경제 및 범위의 경제 효과가 더욱 확대돼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세계화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항상 기대만큼 크지는 않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현지기업들이 해외기업보다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백오피스의 효율성, IT, 재무, 부동산 관리, 물류, 중앙 집중화된 구매는 모두 해외 진출로 확보 가능한 비용 효율성의 일부다. 하지만 유통업체의 판매에서 중앙집중방식의 구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기대만큼 크지 않다. 현지 업체로부터 조달한 제품이 전체 판매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중앙집중방식의 구매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주장하지만 대다수의 다국적 유통업체들은 글로벌 조달로 이익을 얻을 만큼 체계적이지 않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현지에서 조달한 제품 외에 글로벌 공급업체들이 판매하는 제품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확보하게 될 위험이 있다. 이런 유통업체들은 결국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하기보다 구매한 제품을 판매하는 결과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유통업체가 갖고 있는 핵심적인 능력이 새로운 시장의 특성과 부합하는 경우에만 범위의 경제가 주는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월마트의 독일사업이 부진했던 이유 중 하나는 초특가로 물건을 판매하는 유통업체가 독일의 식료품 판매 시장에서 47%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탓에 월마트의 저가 가치제안이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규모가 크지 않은 탓에 자사의 IT 시스템 및 물류 시스템을 활용해 이익을 얻을 수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월마트의 인사 정책은 노조화돼 있고 임금 수준이 높은 독일 근로자들과 맞지 않았다.

 

각국 사업부에 현지 소비자의 욕구에 맞춰 사업 방식을 조정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시너지 효과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소비자가 현지에서 생산된 식료품을 선호할 수록 글로벌 영업망으로 시너지 효과를 얻기가 힘들어진다. 때문에 오직 해당 국가에서만 영업하는 컨트리 킬러와 경쟁하기가 어렵다.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과 충돌하기보다 현지 제품에 도움이 되는 시너지 효과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 시장 육성을 위한 전략

유통업체들이 세계화에 관한 과대 광고에 현혹돼 국내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유통업체가 국내 시장에서 좀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기존의 포맷을 키워라

스페인의 메르카도나(Mercadona), 네덜란드의 점보(Jumbo), 미국의 달러 제너럴(Dollar General) 등 일부 유통업체들은 성숙한 시장에서도 성장의 기회를 발견했다. 이 유통업체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기회의 크기 때문이 아니다. 세 업체가 위치한 국내 시장은 각각 규모가 다르다. 점보는 네덜란드라는 작은 시장에서 활동하고, 메르카도나는 스페인이라는 중간 규모 시장에서 활동하며, 달러 제너럴은 미국이라는 대형 시장에서 활동 중이다.

 

메르카도나는 쇼핑객을보스(The Boss)’라 부르며 이들을 만족시키는 데 모든 노력을 쏟아붓는다. 메르카도나는 경쟁업체에 비해 매우 뛰어난 영업 활동 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저가에 판매한다. 1977년에 가족 기업으로 설립된 메르카도나는 2010년 한 해 동안 1200개 매장에서 총 160억 유로가 넘는 판매액을 기록했다. 지난 13년 동안 직원 1인당 판매 규모가 꾸준히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직원 1인당 판매가 2배 이상 증가해 현재 23 2000유로를 기록하고 있다.

 

2. 새로운 포맷으로 진출하라

국내 시장에서 유통 포맷을 다양화하는 것 또한 도움이 된다. 영국의 세인스버리(Sainsbury), 덴마크의 단스크 슈퍼마켓(Dansk Supermarked), 아칸소주 벤톤빌에 위치한 월마트 본사의 지배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월마트 멕시코(Walmart Mexico) 등은 모두 다양한 고객을 상대하고 대량 판매, 리필, 편리한 쇼핑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월멕스(Wal-Mex, 월마트 멕시코를 흔히 줄여 부르는 말)는 이런 방식으로 250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일궜다. 월멕스가 운영하는 보데가 아우레라(Bodega Aurrera)와 미니 보데가스(Mini Bodegas)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없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 월마트 슈퍼센터(Walmart Supercenter), 샘스클럽(Sam’s Club), 편의점 포맷으로 운영되는 슈퍼라마(Superama)는 좀 더 부유한 고객을 사로잡는 데 주력한다. 월멕스는 자사가 운영하는 하이퍼마켓과 동일한 전제하에 빕스(VIPS)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서버비아(Suburbia)라는 캐쥬얼 의류 체인도 보유하고 있다.

 

월멕스는 다양한 소매 기회 및 소매 부문에 집중하기 위해 다양한 포맷을 활용했고 그 결과 좀 더 높은 지갑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경쟁을 벌일 수 있었다. 월멕스는 멕시코 시티 반경 2마일 내에 총 17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포맷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덕에 월멕스는 새로운 부동산 기회가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그 기회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월멕스와는 반대로 단 하나의 포맷만을 갖고 있는 기업은 자사의 포맷에 부합하는 입지를 찾아야 한다. 다양한 포맷을 보유하고 있으면 상황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처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사회가 점차 부유해질 경우 월멕스는 저가 매장을 하이퍼마켓으로 변경해 소비자의 욕구와 보조를 맞출 수 있다.

 

3. 브랜드를 활용하라

유통업체들은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가치, 믿음, 견해 등을 활용해야 한다. 또한 이를 위해서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가치, 믿음, 견해와 일치하는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와 서비스가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필자들은 이런 방법을무중력(weightless)’ 브랜드 전략이라고 칭한다. 이 전략을 활용하면 기존의 전문 분야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힘을 피해 새로운 분야로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료품 시장 점유율이 30%에 이른다는 영국경쟁위원회(Competition Commission)의 걱정 어린 시선 때문에 은행 및 보험업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영국의 유통업체 테스코(Tesco)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테스코는 돈에 상응하는 가치를 제공한다는 자사의 명성과 더불어 자사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규칙 4: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원한다면 언제 시장에 진출할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유통업체가 지나치게 이른 시기에 시장에 진출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세계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유통업체 카르푸는 소비자들이 하이퍼마켓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일찍 진출한 탓에 여러 선진국 시장에서 실패를 경험했다.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성장하는 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소매업 자체가 자본 집약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유통업체들은 이런 사실에 좌절감을 느끼곤 한다. 유통업체가 소수의 시장에서 충분한 규모로 사업을 키우려고 노력하기보다 여러 시장에서 확장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특히 문제가 된다.

 

하지만 국제화를 무작정 미뤄두기만 할 수는 없다. ‘전략적 기회의 창(strategic window)’은 결국 닫힌다. 규모가 큰 국내 시장에서 영업 중인 유통업체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식료품 유통업체 크로거(Kroger)와 세 번째로 큰 식료품 유통업체 타깃(Target)이 좀 더 오래 기다리기만 한다면 가장 매력적인 해외시장을 파고들 기회를 놓치게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 결과 미래의 성장 가능성이 제한될 수도 있다. 해외시장에 진출할 최적의 타이밍을 결정하기 위한 한 가지 중요한 요인이 바로 포맷이다. 현금을 받고 물건을 판매하는 유통업체는 해외시장에 조기 진출할 수 있다. 동네에 있는 소형 영세 가게들을 상대로 물건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초특가로 물건을 판매하는 유통업체들 역시 제법 이른 시기에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가격과 비교해 적절한 수준의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는 언제든 존재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특가 판매업체가 지나치게 일찍 해외시장에 진출하면 안정적으로 자가 브랜드 상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업체가 부족하거나 해당 시장에서 운영되는 다른 포맷의 수가 너무 적은 상황 등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차별화된 가치 공급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힘들다.

 

진출 중인 국가의 수를 기준으로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미 해외시장에서 활동 중인 식료품 유통업체라 하더라도 더 많은 국가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을 쏟아붓기보다 규모의 운영(operations of scale)을 달성하게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소수의 기회에 집중해야 한다. 좀 더 많은 지역에 진출하고, 좀 더 다양한 포맷을 활용하고, 좀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활용하는 등 자국 시장에서 활용하는 것과 유사한 전략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이런 식으로 접근해야만 현지 고객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마르켈 코르스톈스·라지브 랄

마르켈 코르스톈스(Marcel Corstjens)는 인시아드(Insead) 유니레버 마케팅 석좌교수(Unilever Chaired Professor of Marketing). 라지브 랄(Rajiv Lal)은 하버드 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 스탠리 로스경 유통 교수(Stanley Roth Sr. Professor of Retai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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