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월

한국 기업의 언어 전략, 실천이 문제다
모종린

언어 전략은 세계 모든 기업이 고민하는 문제다. 글로벌 비즈니스의 실제적 공용어인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미국과 영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언어 전략으로 글로벌 인재 경영과 비전을 하나로 묶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덜 닐리와 로버트 스티븐 캐플란은 논문당신 회사의 언어 전략은 어떠합니까?’에서 언어 문제로 고민하는 글로벌 기업에 두 가지 조언을 해준다. 첫째, 국제 업무의 획기적인 개선을 원한다면 공통어(common language) 채택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 둘째, 개인의 언어 능력을 평가할 때는 언어 능력뿐만 아니라 업무 능력과 문화 역량도 고려해야 한다.

 

닐리와 캐플란이 공통어 채택을 권고하는 기업은 국경을 초월한 협업이 중요하고, 외국 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기술 플랫폼을 표준화해야 하는, 그리고 전 세계 차원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글로벌 기업이라면 어디라도 이 조건을 만족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도 공통어를 채택해야 한다. 방법은 두 가지 중 하나다. 글로벌 비즈니스 언어인 영어를 공통어로 선정하든지, 아니면 한국어를 공통어로 사용하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 기업은영어공용화(English as an official language)’가 불가피하다고 인식했다.[1] 세계의 글로벌 인재가 사용하는 영어가 공용어를 조기 정착시키고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LG전자 등 영어공용화를 실시한 기업이 늘면서 영어공용화에 대한 경험적 연구도 가능해 보였다.[2] 그러나 한국 기업의 영어공용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영어공용화를 선도했던 LG전자도 더 이상 이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는다.

 

한국 기업이 영어공용화를 포기한 이유는 간단하다. 적지 않은 영어공용화 투자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금방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어공용화를 채택한 기업들은 영어 사용은 크게 개선되지 못한 상황에서 소통 부재 등 부작용이 늘어난 것에 대해 부담스럽게 생각했다. 기업만이 영어교육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원어민교사 채용 축소, 초등학교 영어몰입교육 제한 등 한국 사회 여러 곳에서 영어에 집착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반세계화 움직임이 한국 사회의 영어 인식을 바꾼 것이다.

 

그렇다면 영어공용화를 대체할 언어 전략은 찾은 것일까? 한국 기업은 여전히 직원 개인의 영어 능력을 중시하고 영어를 잘하는 인재를 신입이나 경력 사원으로 우대한다. 그러나 영어 인재 채용이 늘어나도 사내 공식어는 여전히 한국어다. 그렇다고 한국어가 전체 조직의 공통어가 되었다고도 말하기 어렵다.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외국인 직원이 많아서 외국어를 부분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일부 기업은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 직원을 고용하는 것으로 외국인 직원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한국어를 하는 외국인 직원의 채용만으로는 효과적인 언어 전략이 될 수 없다. 한국 기업이 소통해야 할 외국인에는 직원뿐만 아니라 고객과 이해 당사자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글로벌 기업은 영어를 공통어로 채택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전면적인 공통어화가 어렵다면 닐리와 캐플란이 권고한 대로 순차적으로 공통어를 도입한다. 처음에는 다른 나라 직원과 협업을 많이 하는 직원이나 부서를 대상으로 공통어 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점차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단계적 공통어 채택은 필자가 저서 <영어상용화와 국가경쟁력>에서 제안한 영어상용화 정책과 동일하다. 영어상용화는 영어가 반드시 필요한 분야에서 일상적으로 영어가 사용되는 환경을 만드는 정책을 말한다.

 

다행히 영어 조기 교육의 영향으로 영어를 잘하는 젊은이가 늘어나고 있다. 영어 능력자를 많이 보유한 기업은 영어 사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집행에 필요한 평가와 보상을 함으로써 공통어 채택을 어렵지 않게 추진할 수 있다. 현재 한국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공통어 채택에 대한 최고경영자(CEO)의 실천 의지다. 닐리와 캐플란이 조언한 대로, 한국 기업의 CEO는 이제 개인의 언어 테스트 점수만을 강조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언어와 문화 역량을 인재 채용, 교육, 평가, 승진을 결정하는 요인과 글로벌 팀을 경영하는 핵심 전략으로 인식해야 한다.

 

[1]닐리와 캐플란은 모국어를 달리하는 사람들이 상호 이해를 위해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라는 의미의링구아 프랑카(lingua franca)’로만 기업의 공통어를 이해한다. 반면 필자는공식 언어로 채택된 공통어로 공용어를 정의한다.

[2]모종린, <영어상용화와 국가경쟁력: 영어공용화 논쟁을 넘어서>, 나남, 2010.

 

글로벌 인재의 진정한 언어와 문화 역량이란 무엇일까? 닐리와 캐플란은 업무 능력을 겸비하고, 해외 법인의 현지 인재를 육성하고, 다양한 언어 능력을 보유한 직원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며,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인재를 진정한 언어 인재로 평가한다. 한마디로 일 잘하고, 리더십도 있고, 다른 문화를 배려할 줄 알면서 언어 능력까지 보유한 인재다.

 

한국 상황에서 닐리와 캐플란이 제시한 글로벌 인재를 어떻게 육성할 수 있을까? 첫째, 한국 기업은 인재를 채용할 때 외국어 능력과 업무 능력을 분리해야 한다. 업무 위주로 인재를 채용하고 영어는 채용 후 보완할 수 있는 능력으로 처리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우리나라 모든 조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잘하는 사람과 영어만 잘하는 사람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을 불식시킬 수 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는 영어를 중요한 수학(修學) 능력 기준으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영어 능력에 국어나 수학 과목과 같은 수준의 비중을 두는 것은 맞지 않다. 국어로 우리의 사고와 표현 능력을 충분히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영어를 수학 능력 평가에서 제외해야 하고, 영어 시험은 일정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보유하는지 평가하는 자격 시험으로 사용해야 한다.

 

둘째, 해외 법인 근무를 회사 내의 엘리트 코스로 만들어야 한다. 닐리와 캐플란은 글로벌 경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회사 내의 최고 인재를 해외 법인에 파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해외 법인에서 현지인으로 구성된 팀을 조직하고, 후임자를 양성하고, 생소한 시장에서 성과를 내려면 회사 내 최고의 인재가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에서 해외 근무를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생활 환경과 수준이 높아지면서 해외 근무의 매력이 그만큼 떨어진 것이다. 최고경영진 주변에 있어야 출세할 수 있다는 집단주의적 인식도 능력 있는 인재들이 본사에 남으려는 이유 중의 하나다. 출장이 빈번하고 회사의 핵심 부서와 소외된 해외 업무 부서도 인기가 높지 않다고 한다. 한국이 글로벌 기업으로 다시 도약하려면 해외 업무 부서와 해외 법인을 회사의 중심 조직으로 키워야 한다. 여기서도 CEO의 의지가 중요하다. CEO 스스로가 해외 업무를 중시하고 해외 법인 경험자 중에서 후계자를 찾아야 한다.

 

한국이 진정한 의미의 다문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이 학교만큼 중요하다. 기업이 외국인 인재를 활용해 성공하면, 즉 외국 인재가 한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우리 사회도 외국인을 재정적 부담이나 시혜 대상이 아닌 자산으로 인식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닐리와 캐플란은 글로벌 인재의 다문화 능력을 강조한다. 프랑스와 독일 기업에서 발생한 원어민과 비원어민의 갈등 사례를 읽으면서 다른 나라 사람들도 언어에 대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어를 잘하지만 원어민만큼은 하지 못하기 때문에 원어민을 항상 경계한다는 프랑스 다국적기업의 프랑스 직원, 영어가 하기 싫어 밤 시간에 독일 주재원만 참석하는 회의를 소집한다는 독일 다국적기업의 본사 직원 등 외국인과 일하면서 우리가 느끼고 경험했던 일이 다른 나라 기업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원어민과 비원어민이 신뢰를 쌓고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모든 구성원이 다문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다문화 능력의 출발점이다. 순혈주의와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는 아직 다문화 능력이 많이 부족하다. 우리 주변에 전체 인구의 3%가 넘는 170만 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어도, 정부와 시민단체가 다문화 사회 진입을 아무리 강조해도 우리 기업과 사회는 아직 한국, 그리고 한국인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문화 교육은 학교에서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바람직한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인을 키우는 국민 교육보다는 다양한 인재를 키우는 창의 인재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외국인에 대해서도 한국인을 만드는 통합 교육보다는 외국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한국에 기여할 수 있는 다문화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이 진정한 의미의 다문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이 학교만큼 중요하다. 기업이 외국인 인재를 활용해 성공하면, 즉 외국 인재가 한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우리 사회도 외국인을 재정적 부담이나 시혜 대상이 아닌 자산으로 인식할 것이다.

 

닐리와 캐플란의 논문당신 회사의 언어 전략은 어떠합니까?’에서 우리가 모르는 사실과 지식을 많이 발견한 것은 아니다. 기업의 언어 전략은 사실 우리가 오래전부터 고민해온 문제이고, 나름대로 이에 대한 지식을 축적해왔다. 하지만 세계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지가 떨어지는 시점에서 우리 기업의 언어 전략과 더 나아가 세계화 전략을 돌이켜볼 수 있는 좋은 화두를 제공해준 이 논문은 한국 기업과 기업인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글임에 틀림없다.

 

모종린

모종린 교수는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이자 국제처장이다. 미국 코넬대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공과대에서 사회과학 석사를,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정치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텍사스대 정치학과 조교수,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연구원 등을 역임하고 1999년 연세대에 부임해 국제학연구소 소장, 언더우드국제대학 학장 등을 지냈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과 안민정책포럼 회장으로도 활동했다. 저서로 <영어상용화와 국가경쟁력> <이민강국> <작은 도시 큰 기업> 등이 있다.

  • 아티클 다운로드
    (PDF)
    5,000원

    담기바로구매

  • 2014 9월호(품절)
    17,000원
    15,300원

    구매하기

  • 디지털서비스
    1년 150,000원

    디지털서비스란

    신청하기

운영관리 다른 아티클

무료 열람 가능 아티클 수 0/1 회원가입 | 서비스상품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