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월호

까다로운 문제를 척척 해결해내는 이종간 협업 전문가들
에이미 C. 에드먼슨(AMY C. EDMONDSON)

 

성공적인 크로스인더스트리 팀이 알려주는 교훈

 

 

Idea in Brief

 

문제점

급진적인 혁신을 하려면 통상적인 비즈니스 생태계 바깥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참가자들로 구성된 크로스인더스트리 팀이 필요하다. 하지만 다채로운 인적 구성을 갖춘 팀들을 관리하는 일은 만만치 않은 과제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팀이 성과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아주 다양하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이유들을 꼽을 수 있다. 역할이 불확실하다. 전문성, 전문가적 가치, 조직문화가 다양하다. 그리고 참여자들의 다양한 관점과 경험이 갈등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공공연한 적대감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해결책

다음의 네 가지 리더십 프랙티스는 크로스인더스트리 팀들이 잠재력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융통성 있는 비전 육성하기, 심리적 안정감 제공하기, 지식을 공유할 수 있게 하기, 실행하면서 배우는 마인드셋을 채택하기가 그 네 가지다.

 

 

 

업들은 생태계 내의 공급업체, 파트너, 고객은 물론이고 경쟁업체들과도 오랫동안 협력해 왔다. 하지만 혁신에 부여되는 프리미엄이 커지면서 그 생태계 바깥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신규 파트너들의 역량을 활용하는 조직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특히 아주 고약하고 까다로운 문제들, 그러니까 요구사항이 불완전하고 서로 모순되거나 자꾸 변화하는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렇듯 이종산업cross-industry 간의 다채로운 협업이 급진적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협업 팀을 어떻게 만들고 운영해 나갈지는 또 다른 문제다.

 

문제는 전문성의 영역이 광범위하게 혼재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크로스인더스트리 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종산업 간 협업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이들은 서로 다른 지식세계에 속해 있으며 저마다 다른 전문용어를 구사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종산업이나 직종 사이의 행동규범과 가치의 격차는 그보다 더 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맡은 임무에 대한 가정, 직급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가정, 프로젝트의 다양한 단계에서 요구되는 품질에 대한 가정을 공유하는 편이다. 이러한 가정들은 미묘한 방식으로 행동양식을 빚어낸다. 여기서 일탈하게 되면 당연히 의기소침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크로스인더스트리 팀이 구성되면 그 팀원들은 문화적 충격으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 디지털 스타트업과 미국 헬스케어 서비스 대기업의 문화는 당연히 서로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 기업들이 함께 혁신을 이뤄내려면 서로 호흡을 잘 맞춰야만 한다.

 

박식하다고 자부하는 시각장애인들이 코끼리와 마주친 우화는 크로스인더스트리 팀의 핵심을 잘 포착하고 있는 예다. 그들은 각자 자신이 만진 부분이 전부인 줄 알고 코끼리의 생김새에 대해 서로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1] 시인인 존 고드프리 색스가 설명했듯 여기서 문제는각자 부분적으로는 맞았지만 전체로는 틀렸다!”는 점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크로스인더스트리 팀에 속한 사람들도 혼란을 느끼며 감정이 팽팽하게 맞서는의견 불일치라는 소용돌이에 종종 말려든다. 자신들의 제한된 관점을 넘어서는 가치는 꿰뚫어보지 못한 채 말이다. 리더라면 다양한 팀 구성원들이 서로의 관점을 파악하고 생산적으로 자신이 통찰한 바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 리더들은 이런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내는데 어떤 리더들은 실패하는 이유는 뭘까. 나는 그 원인을 파악하려고 동료들과 크로스인더스트리 혁신 프로젝트 10여 건을 연구해 봤다. 이 작업에는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프로젝트도 있었고, 망고의 공급망을 변모시키는 프로젝트도 있었으며, 최첨단 건물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도 두 건 포함돼 있었다. 엄청난 성공을 거둔 프로젝트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프로젝트도 있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공사례 중 하나는레이크 노나 메디컬시티라는 프로젝트였다. 1999년 착수된 이 프로젝트는 매력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플로리다 주 중부에 있는 7000에이커의 미개발 토지를 헬스케어 혁신에 초점을 맞춘 지속 가능한 성장도시로 탈바꿈시킨다는 비전이었다. 미국의 친환경건물 인증인 LEED를 받은 연구소 건물들이 있는 650에이커 규모의 R&D 캠퍼스를 이 도시의 경제적 중심축으로 삼고, 새로 설립된 메디컬스쿨과 신규 보훈병원도 포함시킨다는 계획이었다. 또 이 도시는 주변 커뮤니티에 자리잡을 에너지 절감형 주택, LED 가로등, 상점, 식당과 기타 시설 같은 특색을 갖추게 될 터였다. 과학자, 의사, 사업가, 기술자 등이 레이크 노나로 몰려들어 일자리를 구하거나 새롭게 창출하고, 최첨단 주택에 거주하며, 기초과학부터 케어서비스까지 모든 분야에서 혁신을 추구한다는 그림을 그렸다.

 

국제적인 민간투자회사인 타비스톡그룹이 개발한 이 프로젝트는 굉장히 야심만만한 계획이었다. 10년이라는 기간을 아우르는 진취적인 일정표를 맞추기 위해 타비스톡은 레이크 노나 연구소라 불리는 자치기관을 설립했다. 기획자, 건축가, 부동산개발업자, 교육·정부 부문 리더, 헬스케어 기관, 그리고 기업 파트너들 간의 협업으로 초래될 기술적 문제와 대인관계 문제를 관리하기 위한 조직이었다. 요즘 레이크 노나는 순항 중이다. 주택은 수백 채에 이르고, 인구는 증가하고 있으며 날로 번창하는 R&D 허브는 핵심 연구소들 사이에서 크로스인더스트리 티밍teaming[2]의 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도 이곳에서는 10건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레이크 노나 연구소는 어떻게 이런 일을 해냈을까? 우리가 연구 대상으로 삼았던 모든 성공적인 프로젝트들과 마찬가지로 네 가지의 핵심 프랙티스가 이 프로젝트를 잘 이끌었다. 융통성 있는 비전 육성하기, 심리적 안정감 제공하기, 전문성을 공유하는 일을 활성화하기, 그리고 실행하면서 배워나가는 방식을 촉진하기가 바로 그 네 가지다. 팀 활동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폭넓은 범위의 프랙티스가 익숙하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이 프랙티스를 실제 환경에 적용해 보면, 이 글에서 차례로 살펴보겠지만, 특유의 도전 과제와 그에 대한 해결 방안이 대두된다.

 

여기서는 그 네 가지 프랙티스를 순서대로 제시하지만, 사실 현실에서는 따로따로 실행되고 마무리되는 별개의 활동들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 프랙티스들은 리더가 그 사이를 순환하면서 진화를 해나간다. 각각의 프랙티스를 지속적으로 최적화하고, 하나의 프랙티스에서 배운 경험을 활용해 다른 프랙티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식으로 말이다. 예컨대, 실행을 하면서 습득한 지식으로 인해 최초의 비전을 수정하게 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럼 이제 네 가지 프랙티스를 차례로 살펴보자.

 

[1]예컨대 꼬리를 만진 사람은 길고 가느다랗다고 판단하고, 다리를 만진 사람은 굵은 기둥처럼 생겼다고 여기는 식이다

[2]티밍은 정해진 업무를 협력해 진행하는팀워크와 달리 변화하는 환경과 조직을 전제로 여러 조직에서 모인 사람들이 변화에 맞춰 의사소통을 해가면서 협업해 결과물을 도출하는 과정을 말한다

 

 

1. 융통성 있는 비전을 육성하기

 

프로젝트 리더라면 매력적인 비전이야말로 팀 구성원들에게 열심히 노력하고 협업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촉매제라는 사실을 잘 안다.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영감을 받고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려면 흔들리지 않는 비전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일반적인 통념으로 여겨져 왔다. 그리고 사람들은 팀의 목적이 끊임없이 바뀐다면 구성원들이 냉소적으로 변할뿐더러 사기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명확한 결과물을 가진,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팀의 경우에는 이런 통설이 실제로도 자주 들어맞는다. 하지만 이종 간 협업을 바탕으로 하는 혁신 프로젝트들은 복잡하고 역동적인 데다 불확실하기까지 하다. 따라서 비전이 진화를 거듭하도록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작업이 불가피해진다. 다음의 세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첫째, 시작 단계에는 팀 역량이 불확실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팀원들의 전문성이 결합되면서 생겨나는 새로운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둘째, 융통성 있는 비전은 다양한 구성원들에게 초기에는 비전을 만들어내도록 이끌다가 일이 진행됨에 따라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이 두 가지는 참여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신규 프로젝트가 진행되다 보면 최종 사용자의 니즈도 변할 수 있다.

 

이런 현실은 명료한 목적과 잠재적으로 변화하는 목표 사이에서 불거지는 갈등을 신중하게 관리해야 하는 리더들에게 특정한 도전과제를 던져준다.

 

리더들은 각 프로젝트의 기저에 깔린 가치를 명확히 드러내도록 해야 한다. 진화를 거듭하는 비전에 대해 설명을 하고, 그에 대한 인풋(의견)을 달라고 요청하며, 칭찬을 해줘야 한다.

 

프로젝트의 가치들을 명확하게 드러내라.프로젝트의 비전은 변할 수 있지만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성취동기가 되는 가치들, 즉 비전을 지지하는 원칙은 변치 않는 기반이 돼야 한다. 우리가 연구한 프로젝트들을 두루 살펴보면, 성공한 리더들은 이런 노력(개인적이거나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제안하는 식으로 틀을 짠)의 중요성과 어떤 문제가 시급한지를 참여자들에게 알리는 데 있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2010년에 칠레 광부 33명이 광산이 무너져 갇혔다가 구조된 사건을 생각해 보자. 피를 말리는 70일 동안, 각종 직업과 조직, 산업 분야 출신의 전문가들이 극도로 어렵고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팀을 구성했다. 팀 리더들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최초 비전을 다른 비전으로 바꿀 수 있도록 명확하게 구성했다. ‘광부들을 살려서 집으로 돌려보내자라는 최초 비전을 전혀 다른 비전, 이를테면시신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자로 바꿀 수 있도록 말이다. 이처럼 프로젝트의 비전은 진화하도록 설계된 반면, 그 바탕이 되는 프로젝트 가치인 헌신, 박애, 급진적인 혁신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성공할 가능성이 점점 줄어드는데도, 구조팀 리더였던 안드레 소가레트는 생명을 구한다는 팀의 목적을 자주 강조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팀원들이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할 수 있는 새로운 목적의 가능성에도 대비하도록 했다.

 

팀원들이 비전의 진화에 대비하지 못하는 위험, 그리고 공유 가치를 활용해 어떤 변화를 지지하지 못하는 위험은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인 리빙 플랜아이티의 경험에서도 분명히 볼 수 있다. 이 기업은 포르투갈에서 5년에 걸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오랜 시간 동안 리빙 플랜아이티를 하나로 결속시킨 힘은 회사 설립 당시의 비전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친환경 하이테크 실험 도시에 대한 희망은 소프트웨어에서 부동산 개발, 시 정부까지 다양한 산업 배경을 지닌 참여자들에게 개인적으로 동기를 부여했다. ‘기술적 혁신과 새로운 가능성의 대담한 제시라는 이 프로젝트만의 독특한 조합에 대한 참여자들의 열망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줬고, 그들 사이의 모든 차이에도 불구하고 정체성을 공유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도시를 건설하는 일은 차치하더라도 마스터 플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일부터가 여간 복잡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났다.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에 대해 프로젝트 리더들이 더 많이 알게 되면서 비전은 바뀌었다. 스마트시티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전 세계에 배급한다는 새로운 비전은 모두가 쉽게 수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새 비전도 똑같이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잠재력을 품고 있었지만 리더들에서 팀 구성원들을 그런 가능성에 전혀 대비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새로운 비전이 프로젝트의 가치와 어떻게 부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의사소통을 하지 못했다. 그들의 임무가 어째서, 그리고 어떻게 바뀌어야 했는지에 대한 허심탄회한 토론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참가자들 사이에는 분열이 생겼다. 프로젝트의 바탕을 이루는 가치들, 즉 지속 가능성 촉진과 도시적 거주 적합성, 그리고 혁신이라는 세 가지를 팀 구성원들이 잊지 않도록 할 수 있었다면 이들을 결속시키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는커녕 팀에는 새로운 목표에 열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과 옛날 목표에 집착하는 사람들 사이의 분열이 나타났을 뿐이다.

 

인풋을 요청하고 변화를 칭찬하라.리빙 플랜아이티의 경험으로 알 수 있듯이, 프로젝트 비전을 개발하고 재구성하려면 다양한 산업 출신의 팀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모든 참여자에게 강력하고 진솔하게 인풋(의견)을 요청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레이크 노나 메디컬시티 프로젝트를 이끈 리더들은 잠재적 파트너들에게 프로젝트 비전을 명쾌하게 알리는 데서 출발했다. 그런 다음 리더들은 각 팀의 구성원들이 참여할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자세히 설명하기보다 앞으로의 가능성과 다양한 파트너들이 비전을 더 풍요롭게 바꿔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대화를 시작했다. 참여자들이 얘기를 더 많이 할수록 비전은 더 진화했다. 예를 들어 오늘날 레이크 노나의 비전에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거주자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건강 연구를 포함시킨다는 아이디어)는 존슨앤드존슨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파트너들 사이에서 이 아이디어에 대한 토론이 활발히 펼쳐지게 하면서 등장했다.

 

마찬가지로, 리더들은 참여자들을 단순히 변화에 대비시키는 데 그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그 변화에 대해 칭찬을 쏟아내야 한다. 불확실하고 위험 부담이 큰 노력을 기울일 때, 특히 다른 조직문화를 배경으로 가진 사람들이 저마다 크게 다른 전문성을 갖고 있을 때는 변화가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이 그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서로 비난만 하게 되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따라서 리더들은 변화를 위한 논리를 충분하게 설명하고, 공개 토론을허용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 논리를 수용하고 옹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레이크 노나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거주자의 건강에 관한 연구를 제안한 뒤에 연구소와 타비스톡 리더들은 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계획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2.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기

 

자발적으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거나 실수를 인정하고, 조롱이나 보복의 대상이 될 두려움 없이 공개적으로 의견에 반대하더라도무방한팀 환경을 조성하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이들이 의견을 피력해 왔다. 사람들이 두려움 없이 의견을 펼치도록 유도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대개 리더들은 자발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의 본보기가 된다. 호기심의 끈을 놓지 않고, 불확실성을 인정하며, 자신들도 오류를 범할 수 있는 불완전한 인간임을 강조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크로스인더스트리 혁신 팀에서는 이런 전략과 더불어 심리적 안정감을 촉진하는 다른 전략이 특히 중시된다.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사람들은 흔히 다른 영역의 전문가 앞에서 무지함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한다. 그 분야의 사람들에게는 자명한 일을 다른 분야의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면 합리적인 질문이 바보스럽게 느껴질 가능성이 커지기 마련이다.

 

둘째, 팀 구성원들은 다른 영역 출신의 동료를 정형화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이슈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면 안 된다고 느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프로젝트에서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출신 구성원은 부동산업 경력을 지닌 파트너가 과거에 얽매이는 성향을 가진 데다 욕심이 많다고 봤다. 반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 출신은 변덕스럽고 현실감각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문화 격차 때문에 어느 쪽도 서로에게 탁 터놓고 얘기를 하기가 어려웠다. 사람들이 자신의 관점을 재검토하거나, 이미 굳어진 추측이 아니라 호기심을 갖고 서로에게 접근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성공적인 프로젝트의 리더들은 실수에 대한 불안을 막아주고 탐구심을 키우기 위해 작업이 갖는 새로운 측면을 강조하거나 그 작업을 보호해줄 수 있는 법적 환경을 명확히 밝힌다. 또 팀의 다양한 전문성과 전문가적 문화를 다같이 탐색해야 할 풍부한 자원으로 규정한다.

 

실험의 미학을 인정하라.눈앞에 놓인 과제가 실험적이라는 사실을 주목하면 인간관계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모두 리스크를 감수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기대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이러한 상황을 이해할 때 열린 마음과 호기심으로 협업 대상에 접근하게 되고, 사회적으로 큰 실수를 저지르거나 무지함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걱정을 덜하게 된다.

 

IT서비스 분야의 대기업인 후지쓰는메이커 운동[3]으로 잠재적으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수 있을 것이라 파악하고 테크숍이란 회사와 제휴를 맺고 프로젝트 팀을 구성했다. 메이커 운동은 단순한 상품 구매의 새로운 대안이자 사용자 혁신 수단으로 여겨지는 DIY의 부상과 관련이 있다. 테크숍은 개인들이 전문적 장비, 소프트웨어, 기타 자재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메이커스페이스[4]분야의 유통업체 브랜드다. 프로젝트 리더들은 팀 구성원들을 초대해 두 기업 중 어느 쪽도 독자적으로는 생각해낼 수 없을 협업의 기회들을 상상해 보도록 했다. 더 나아가 참여자들이 하게 될 실험의 성공은 즉각적인 사업 결과보다 신규성과 잠재력으로 평가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창조적으로 사고할 자유와 실수를 저질러도 되는 권한을 갖게 된 팀 구성원들은 위험한 아이디어들을 자진해 내놓았다. 그중에는 디자인과 시제품을 만드는 기술을 학교에 들여오는 자동차 메이커스페이스에 대한 아이디어도 있었다. 그 결과물이테크숍 인사이드!’. 이는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예술, 수학을 뜻하는 영어 단어들의 첫 글자를 따 ‘STEAM’이라 불리는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3D 프린팅과 레이저커팅, CAD 디자인, 용접을 위한 후지쓰 컴퓨터 툴을 장착한 7.3m 길이의 트레일러로 샌프란시스코 만 지역에 있는 학교들을 방문한다는 아이디어다.

 

법적 우려를 감소시켜라.안전한 환경을 구축하려면 때로는 그 프로젝트가 처한 법적 상황을 명확하게 밝혀줄 필요가 있다. 우리가 연구한 크로스인더스트리 프로젝트 중에는 오토데스크의 보스턴 본사이자 획기적인 LEED 인증을 받은 건물을 짓는 건이 있었다. 이 프로젝트에는 건축가, 종합건설업자, 빌딩 엔지니어, 지속 가능성 담당 컨설턴트 등 늘 그렇듯이 다양한 계층의 전문가들이 합류했다. 처음부터 참가자들의 관심을 일치시키고 협업을 장려하기 위해 오토데스크는 ‘프로젝트 통합발주(IPD)’라고 불리는 방식을 활용했다. IPD는 참여기업 사이에 프로젝트의 모든 리스크와 이익을 공유하기로 하는 계약상의 합의다. 이는 이종산업 간 갈등, 그중에서도 특히 디자인과 건설 분야 간 갈등이 깊게 고착돼 있는 업계의 관행과는 직접적으로 대치되는 성격의 합의다. IPD 체계 아래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고용주가 저마다 다름에도 불구하고 효율성과 비용 개선을 위해 하나의 결합된 팀으로 일한다.

 

오토데스크 프로젝트에 참여한 협업 전문가들은 IPD를 고안해낸 일이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과실이 발생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송을 금지한 계약 조건이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건설 과정의 실수에는 큰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이종업종 간 협업을 하는 팀원들끼리 서로를 비난하거나 소송을 벌이는 경우가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IPD 계약을 체결하자 참여자들은 서로를 잠재적인 소송 상대가 아닌, 신뢰할 수 있는 창의적인 파트너로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리고 팀 리더들은 이러한 마인드셋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후지쓰도 협업이 이뤄질 수 있는 법적 환경을 미리 조성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배우는 과정에서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이종업종 간 혁신을 꾀한 초기의 시도가 회사의 지적 자산에 대한 잠재적인 위협을 우려한 사내 변호사 때문에 중단됐기 때문이다. 후지쓰의 매니저들이 IP를 보호하면서 지식 공유를 촉진하는 협업 조건을 만들기 위해 법무팀과 일찍부터 협력을 맺은 다음에야 두 번째 시도가 비로소 성공했다.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도록 격려하라. 산업 간 신뢰도가 낮은 프로젝트의 경우, 새롭게 결성된 혁신팀들은 통상적으로 서로에 대한 신뢰도가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출발한다. 이것이 바로 파트너들의 다양한 전문성을 갈등의 근원이 아니라 해결책의 근원으로 명쾌하게 제시하는 리더들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한국에 1500에이커 규모의 도시를 건설하는 그린필드[5]프로젝트로송도신도시라 불리는 사업계획에서는샤렛이라는 수단을 활용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집중적으로 사안을 논하는 집단회의인 샤렛은 혁신적인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점점 더 많이 적용되고 있는 협업 절차이기도 하다. 60명에 달하는 건축가, 엔지니어, 기획가, 환경전문가들이 이 협업 회의를 통해 저마다의 전문성을 통합하기 위해 처음부터 한데 뭉쳤다. 일주일 일정으로 짜여진 이 회의는 사회적 유대감 형성을 촉진하기 위해 공식 프레젠테이션 전날 밤에 저녁식사와 비공식 사교활동으로 그 출발선을 끊었다. 이 협업 회의가 궤도에 오르자 전문가들이 짤막한 기술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고객들은 프로젝트의 목표와 도전과제에 관해 논의했다. 토론의 방향은 곧 어떤 전문성이 추가로 필요할 것인지로 향했다. 그 뒤에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짜내고 헌신과 신뢰를 공고하게 만들 브레인스토밍 세션이 이어졌다.

 

[3]자신이 필요한 것을 직접 제작해 사용하자는 움직임

[4]3D 모델 파일과 다양한 자재, 재료를 구비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하드웨어 등 사물을 즉석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작업공간

[5]기존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지역의 개발 등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개발 프로젝트를 의미함

 

 

3.지식 공유를 가능하게 만들기

 

하나의 산업을 깊이 있게 이해할 때 생기는 통찰력은 그 분야 전문가들에게는 너무나 명백한 나머지 굳이 자신들의 논리를 설명해야 한다는 생각을 떠올리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오해와 갈등이 생겨날 수 있다. 그러므로 프로젝트 리더들은 참여자들에게 사고의 과정을 공유하라고 요청해야 하며, 실제로 그들이 그렇게 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물론 공통의 이해를 쌓아나가기 위한 미팅은 시간이 소요될뿐더러 낭비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냥 바로 업무에 착수해 각 그룹이 맡은 역할을 해내기만 하면 프로젝트가 성공할 거라고 전제하고 싶은 유혹이 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종영역에 대한 학습에 초기 투자를 해두면, 소소한 지연에서부터 주요한 실패에 이르는 갖가지 문제들을 예방할 수 있다. 송도신도시를 위한 샤렛이 보여주듯이, 지식의 공유는 참가자들의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함에 따라 프로젝트 초반의 처음 며칠 동안에 그 물꼬를 튼다. 하지만 일회성 행사는 아니다. 관행적으로 미팅 스케줄을 잡거나 디지털 플랫폼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툴을 제공하는 식으로 그저 기계적인 과정도 아니다. 또한 리더들은 전문가적 가치를 중심으로 팀이 한 방향을 향하도록 해야 하며, 면대면 의사소통을 격려해야 한다.

 

전문가적 가치를 강조하라. 앞에서 논의된 것처럼 프로젝트 가치를 명확하게 밝히는 일은 이종 간 협업 팀이 변화를 거듭하는 프로젝트 목표들 사이를 헤쳐 나가도록 돕는 응집력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종 간 협업 프로젝트를 이끄는 리더들은 전문가적 가치들을 표면으로 끄집어내야 한다. 이 가치는 서로 다른 학문영역을 특징짓고 그 사이에서 공통의 토대를 찾아내는 기능을 한다.

 

예를 들어 건설업자들은 통상적으로 안정성과 처음부터 일을 제대로 해내는 능력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실험과 시장에 빠르게 내놓는 일을 선호한다. 내가 진행했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전문가적 가치들이 서로 충돌하면 이종산업 간 프로젝트가 망가질 수 있다. 리빙 플랜아이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해 보자. 리더들이 산업 가치들을 명백하게 수면 위로 끄집어내는 데 실패하는 바람에 다른 산업 분야에서 참여한 이들은 프로젝트의 느려터진 진행 속도를 두고 서로를 비난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정부와 건설 분야 사람들의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태도를 한탄해 마지않았고, 부동산과 건설업계 사람들은 엔지니어들의 비현실적인 시간 일정에 초점을 맞추는 등의 일들이 일어났다.

 

저마다의 전문가적 가치가 다르다는 점을 드러내는 일은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하지만 또 다른 해결 과제가 있다. 그런 차이가 팀 차원에서 강점의 근원이나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틀을 짜는 일이다.

 

예를 들어 건설 엔지니어들과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함께 실험과 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면 지식 공유에 박차를 가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면대면 상호작용을 강제로 일으켜라.그냥 자유롭게 내버려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래도 자신이 속한 산업 분야의 종사자들에게 마음이 기울게 된다. 부동산 금융전문가가 소프트웨어 개발업자와 함께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아 통찰을 나누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리적, 언어적, 국가적 경계를 넘어 그러한 연계를 맺는 일은 더욱 어렵다. 이런 장애물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팀 구성원들 사이의 면대면 상호작용을 북돋우는 것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수영과 다이빙 경기가 열린워터큐브[6]라고 불리는 굉장히 아름다운 반투명 건축물은 그러한 경계를 넘나드는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졌다는 증거다.

 

이 프로젝트는 대륙을 가로지르는 협력을 맺은 기업들의 컨소시엄(시드니에 있는 글로벌 엔지니어링회사 에이럽과 PTW 건축설계사무소, 그리고 상하이에 있는 중국건설디자인 인터내셔널)에 의해 탄생했다. 건축과 미학, 환경 측면에서 이룬 성과로 상을 받기도 한 프로젝트다. 컨소시엄을 구성한 기업들은 전문가적 측면이든 다른 측면이든, 서로 간의 격차를 메우기 위해 전체 사무실에 걸쳐 2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전문가들을 같은 곳에 배치했다. 이러한 교류 덕분에 호주와 중국 전문가들은 언어 장벽을 극복하고 커다란 문화 격차를 메우는 데 필수적인, 직접 만나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워터큐브의 넓은 유리면에 소리가 산란되는 현상을 음향학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논하는 브레인스토밍 회의에서 재료, 구조, 화재 안전, 음향 등 다양한 전문분야 출신의 건축가와 엔지니어로 이뤄진 팀은 항공우주산업의 신규 자재를 활용하는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과거에 어떠한 주요 빌딩 프로젝트에서도 사용된 적이 없던 방법이었다.

 

오토데스크 프로젝트 리더들도 이와 유사하게 동일한 장소에 인력을 배치하는 코로케이션 방식을 활용해 관계를 구축하고 지식 공유를 촉진하도록 도왔다. 디자인과 건설 분야 사이에 흔히 존재하는 반목과는 근본적인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었다. 예를 들어 디자인 과정에는 건설 매니저가 디자인 사무실에 배치되고 건설 과정에는 건축가가 건설 사이트로 배치됐다. 서로 가까운 곳에 자리잡다 보니 프로젝트 인력들은 서로의 도전과제와 그 해결책의 논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 팀에 가담했던 어떤 건축가의 말처럼같은 장소를 활용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사물을 어떻게 보는지 이해하기 시작한다. ”

 

[6]둥근 물방울로 외벽을 장식한 사각형 건물로 밤이 되면 파랗게 빛나며 태양열로 에너지를 공급한다

 

 

4.실행하면서 배워나가는 방식을 장려하기

 

복잡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보면 프로젝트 관리를 할 때 상세한 계획을 세우는 블루프린트 방식에 의지하고픈 유혹이 생긴다. 참가자들 사이에 과제와 상호의존도가 자세하게 명시돼 있을 때는 이 방식이 아주 잘 먹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미 자리를 잡은 팀이 상대적으로 익숙한 영역을 가로지르면서 혁신을 꾀하는, 극도로 복잡한 프로젝트에도 효과적일 수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크로스인더스트리 혁신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재난을 부르는 레시피나 다름없는 방식이다. 본보기로 삼을 만한 청사진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최고의 리더들은 실험에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사고방식인실행하면서 배워나가기를 수용한다.

 

테스트를 하면서 배워나가라. 아이티에서 망고를 재배하는 농부들의 비즈니스 관행을 성공적으로 개선시키고 수입을 늘렸던 사업계획아이티 호프사례를 생각해 보자. 비영리기관인 테크노서브 출신인 이 프로젝트의 리더는 농업, 경제개발, 재무, 마케팅, 공급망 관리 분야 전문가들을 한데 모았다. 이들은 다 함께 현지에 있는 망고 농부들의 협동조합들 사이에서 새로운 농경법과 사업방식을 전파하는 전략을 도출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일종의 노동조합인 협동조합 리더들은 농부들을 교육시키기보다 보조금을 확보하는 데 더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그들에게는 아이티 호프의 중개로 개선된 수출 거래에서 나온 수익을 농부들에게 전달할 의사도 없었다.

 

프로젝트 리더들은 이 전략 테스트를 통해 학습을 해 나가면서 생산자 사업그룹, PBG라고 불리는 새로운 구조를 고안해냈다. 이 그룹은 협동조합과 연계되지 않았다. 협동조합과의 사이에 있었던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프로젝트 리더들은 각 PBG의 규모를 제한했다. 그리고 공유 지배구조를 만들어 참여를 독려하고 부패를 줄일 수 있도록 농부들과 긴밀하게 협력했다. 이 새로운 구조를 테스트하는 한 과정에서 아이티 망고 농부의 10% 이상이 PBG에 가입하는 효과를 거뒀다. 더불어 매출, 수익, 제품 품질, 수출 등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도 누릴 수 있었다. 아이티 호프 사업계획이 보여주듯, 프로젝트 과정에서 어떤 지점에 도달하면 큰 아이디어(더 나은 접근방식으로 빈곤문제를 완화하는 등) 다음에 작은 실천(현장에 있는 개별 인력에게 사업 트레이닝을 제공하는 등)이 뒤따라줘야 한다. 익숙지 않은 영역에서 어떤 방식이 효과가 있는지에 관한 통찰을 얻으려면 실험은 반드시 좁은 범위로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

 

‘논쟁의 소지가 있는변화들을 환영하라.어떤 크로스인더스트리 팀이든 업무 범위에 변화가 일어나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 수밖에 없다. 오토데스크 본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건축가 출신인 필 번스타인 부사장은 이와 관련된 세 가지 변화 유형을 제시했다. ‘피할 수 있는변화와예측할 수 없는변화, 그리고논쟁의 소지가 있는변화가 바로 그 세 가지다. 피할 수 없는 범위의 변화란 공유가 충분치 못하고 계획이 형편없는 탓에 초래된 변화를 말한다. 예측할 수 없는 변화란 프로젝트가 진행됨에 따라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면서 새롭게 대두되는 요건들이다.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변화는 예상치 못하게 수면 위로 부상한, 논쟁의 가치가 있는 새로운 선호도가 낳은 결과물이다.

 

오토데스크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많이 나타났고 논쟁의 소지가 있는 중대한 변화는 딱 한 번 일어났다. 번스타인이 이끄는 프로젝트에 참가한 이들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디자인·건설 계획을 놓고는 자신들이 만들어낸 결과를 곰곰이 살펴봤다. 괜찮아 보였다. 성공적으로 실행될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뭔가가 빠져 있었다. ‘번뜩이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크로스인더스트리 팀은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건물 콘셉트를 다시 손보면서 5일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아트리움[7]과 중앙계단이라는 극적인 아이디어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 디자인은 도면상에서는 설득력이 있었지만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될 터였다. 비용과 심미성이라는 상충되는 이해관계 사이에서 의견이 나뉜 팀은 일을 더 진전시키지 못해 고전했다. 그러고 나서 반짝이는 새 아이디어가 나왔다.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모든 시각에서 새로운 공간을 바라보면서 본능적으로 그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그 프로젝트의 3D모델(그 당시에는 새로운 기술이었다)을 만들자는 아이디어였다. 렌더링[8]이 완성되고 사람들이 가상으로 이 디자인을 다룰 수 있게 되자 모두들 비용을 들일 가치가 있는 작업이라는 데 동의했고 신속하게 일을 진행하자는 결정이 뒤따랐다.

 

디자인과 건축 프로젝트에는 항상 복수의 산업이 관여하지만 이 경우처럼 실시간 면대면 티밍이 이뤄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결과적으로, 테스트를 하면서 배워가는 접근방식은 대개 불편할 뿐 아니라 시간이 많이 소모되기 마련이다. 번스타인에 따르면 프로젝트를 다시 디자인하는 데 5일이 걸렸지만 이는 이종업종 간의 팀 협업이 없었다면 5주가 걸릴 수도 있는 작업이었다. 결국 새 본사 건물은 한 달이나 일찍, 그것도 새롭게 책정한 예산범위 내에서 완공됐다. 그리고 아마도 가장 중요한 점은, 오토데스크의 직원들이 새 건물을 무척이나 좋아했다는 사실이다.

 

친환경적이고 살기 좋은 스마트 시티를 개발하는 일처럼 최고 수위의 대담함이 요구되는 혁신은 하나의 기업이나 산업에서 단독으로는 절대 이뤄낼 수 없다. 하지만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을 할 때도 리더들은 크로스인더스트리 협업이 혁신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복잡한 비즈니스 생태계가 펼쳐지고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처럼 까다로운 세계에서 성공하려면 쉽지 않은 균형감각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속한 산업의 경계를 뛰어넘는 관점을 갖추는 한편 잠재적으로는 서로에게 적대적인 관계일 수 있지만 뚜렷한 산업 마인드셋을 가진 전문가들을 많이 참여시키는 방법으로 비전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유연하고 열린 마음과 겸손한 태도를 지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확고한 결단력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한다. 이는 결코 만만치는 않지만 충분히 습득 가능한 기량이다. 그리고 이종업종 간 협업이 새로운 규범으로 자리잡으면서 이를 함부로 무시할 수 있는 리더나 회사는 없다.

 

[7]현대식 건물 중앙에 위치하는 넓은 공간에 유리로 지붕을 씌우는 방식

[8]컴퓨터 그래픽이나 디지털 애니메이션 작업에서 가상으로 완성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과정. 또는 완성된 화면이나 영상

 

번역: 이희령

 

에이미 C. 에드먼슨

 

에이미 C. 에드먼슨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리더십과 경영부문의 노바티스 교수이며 (Berrett-Koehler, 2016)의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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