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1-12월(합본호)

크라우드소싱의 함정 外

IDEA WATCH

크라우드소싱의 함정

 

사회적 유대관계가 결과를 왜곡할 수 있다.

 

위스의 청량음료회사 리벨라Rivella 2012년 신제품 출시를 검토하면서, 소비자들의 아이디어를 듣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1]플랫폼으로 800개의 의견을 받았다. 담당자들이 결과를 정리하던 중 어떤 아이디어 하나가 엄청나게 인기를 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건강에 좋다며 생강 맛 음료를 제안한 의견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투표와 댓글을 유도하는 데 목을 매는 소수의 참가자들이 입소문을 주도하고 있었다. 리벨라의 혁신 파이프라인을 이끌었던 실반 브라우엔Silvan Brauen은 이렇게 기억한다. “정말 몇 안 되는 소비자들이 몰려다니면서 떠들썩한 소리를 내더군요.” 온라인상의 강력한 피드백에도 불구하고 리벨라는 생강 맛이 시장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아이디어를 접었다.

이런 입소문은 사회적 편향social bias에 속한다.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기업들은 크라우드소싱 혁신crowdsourced innovation[2]과정에서 소비자 의견을 활용할 때 이를 위험 요소로 인식해야 한다. 스위스 루체른대에서 마케팅을 연구하는 레토 호프슈테터Reto Hofstetter교수는 사회적 편향이 어떻게 결과를 왜곡하는지 조사하기 위해 18개 회사가 14개월 동안 Atizo에 올린 87개 크라우드소싱 프로젝트를 살펴봤다. Atizo는 유럽의 주요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으로, BMW나 네슬레 같은 기업들이 자주 사용한다. 호프슈테터 연구팀은 소비자 1917명이 제안한 총 31114개의 아이디어를 검토했다.

 

Atizo시스템의 핵심은 소비자 투표 프로세스다. 조사한 회사들은 평균 358건씩 제안을 받았는데, 이렇게 많은 제안을 정리하고 평가하려면 상당한 관리인력이 필요하다. 이에 Atizo는 작업을 좀 더 쉽게 하기 위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사람들이 게시물에 호감을 표시하는 것처럼, 소비자들이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에좋아요like’와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했다. ‘좋아요와 댓글은 영향력이 크다. 따라서 연구진이 조사한 모든 기업은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우수 제안자를 선정하는 선별도구로 투표 시스템을 활용했다.

하지만 연구결과 투표 시스템은, 겉보기와 달리 결과를 성적순으로 반영하지 않았다. 소셜미디어상에서 자주 볼 수 있듯이, 누군가 자기 아이디어를 좋아하면 아이디어의 주인은 상대방이 낸 아이디어를 좋아해 주는 것으로 보답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게다가 Atizo는 사용자들이 친구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능을 제공했기 때문에, 사용자가 모르는 사람보다 온라인 친구의 아이디어에 투표할 확률이 훨씬 높게 나왔다. 데이터를 분석하자 이런 사회적 편향과 제일 많은 투표와 댓글을 받은 아이디어 사이의 밀접한 상관관계가 드러났다. 하지만 연구진이 이야기를 나눠봤더니, 기업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호프슈테터 교수는기업들이좋아요를 가볍게 여긴다는 증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어떤 아이디어를 보상하고 발전시켜야 할지 결정을 내릴 때좋아요를 아주 큰 폭으로 반영하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소비자 투표가 실제로 미래 예측력predictive value을 지녔는지 알아보기 위해, 브레인스토밍을 마친 지 1년 이상이 된 회사들을 찾아가 그동안 일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담당자들에게 각자 제안받았던 크라우드소싱 아이디어를 무작위로 나열해 제시한 다음, ‘이 아이디어가 실행에 도움이 됐나, 또는 혁신을 이루는 데 큰 영향을 미쳤나라는 질문에 개별 평가를 내려 달라고 부탁했다. 실험 결과 소비자가 선호했던 아이디어와 제품 성공으로 이어진 아이디어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보이지 않았다.

이런 괴리를 이해하기 위해 연구원들은, 외부 평가자 145명에게 크라우드소싱으로 얻은 각각의 아이디어를 실현 가능성과 독창성, 소비자 혜택 측면에서 평가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평가자들의 점수와 크라우드소싱 투표 결과를 비교해 봤다. 그 결과 일반 소비자들이 실현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그저 그런 독창성을 과대평가하는 반면, 기업들은 매우 독창적이거나 아주 평범하더라도 실현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진은온라인 소비자 투표는 아이디어의 실제 품질을 가늠하는 평가지표로 신뢰하기 어렵다라고 결론 내렸다.

이는 크라우드소싱이 유용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하지만 기업은좋아요와 댓글, 그 밖의 소비자 선호도를 반영하는 신호signals의 이면을 읽고, 도출된 아이디어를 보다 효과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호프슈테터와 연구진은아이디어 허브 idea hubs[3]나 다른 사람이 제안했던 비슷한 아이디어를 참조한 제품 개발자가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이전 연구를 예로 들었다. 어떤 플랫폼에서는 단순한좋아요대신 좀 더 복잡한 평가 질문으로 선호도를 표현하는 방식을 바꾸자 서로에게 투표하는 경향이 줄어들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플랫폼이 사회적 관계를 통제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나 다른 메커니즘을 고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Atizo 360 ° CEO 아드리안 게르버Adrian Gerber, 기업이 수백 개의 아이디어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 몇몇 가지를 걸려낼 때 소비자 투표에 크게 연연하지 말고 자기만의 기준에 비중을 더 많이 둬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게르버는 크라우드소싱이 진화하면서 기업들이 엄선된 대중을 선호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즉 전문적인 능력으로 혁신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을 찾는다. 이를테면 기업이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을 소비자 대신 직원이나 공급자 그룹과 운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몇몇 기업은 매우 실질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특수 소비자 그룹을 찾기도 한다. 스위스의 아웃도어 브랜드 마무트Mammut은 최근 새로운 눈사태 방호 용품에 대해 브레인스토밍을 계획하면서, 설계나 엔지니어링 경험이 있는 산악인들을 온라인에서 모아달라고 Atizo에 요청했다. 이런 사례가 보여주듯이, 정답을 찾으려면 무슨 아이디어가 나올지 모르는 대중의 투표에 기대기보다는 소수의 적임자들에게 의견을 묻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번역: 박정엽 / 에디팅: 조영주

참고자료 , Reto Hofstetter, Suleiman Aryobsei, Andreas Herrmann (Journal of Product Innovation Management,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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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반 브라우엔

“대중이 좋아한다고 무턱대고 믿으면 안 된다

 

실반 브라우엔은 스위스의 청량음료 선두업체 리벨라의 사업개발부문 책임자다.

리벨라는 지난 5년간 신제품 개발에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용했다.

이 방법의 장단점에 대해 HBR과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크라우드소싱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희는 아무 신제품이나 출시해놓고 소비자의 호응을 기대하는 기술주도 혁신을 피하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무엇보다 소비자 니즈를 출발점으로 삼고 싶었죠.

 

얼마나 효과가 있었나요?아주 좋아요. 2012년에 처음 시작했을 때 800개가 넘는 아이디어를 접수했습니다. 저희끼리도 생각할 수 있는 평범한 발상부터, 감초 맛이나 괴상한 색깔의 음료처럼 엉뚱한 아이디어까지 다채롭게 들어왔습니다. 다양한 아이디어는 저희의 상상력을 넓혀줬습니다. 왜냐하면 저희가 못 보고 놓치는 측면도 있고, 몇 년 전 시도했다가 실패한 경험에 지나치게 위축되기도 했거든요.

 

아이디어를 평가할 때 소비자의좋아요에 영향을 받으셨나요? 저희는 양보다는 질적인 측면에서 이해했습니다. ‘좋아요 8개 받은 아이디어가 7개를 받은 아이디어보다 반드시 낫다고 볼 수는 없죠. 이건 과학처럼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거든요. 하지만 저희는좋아요를 감정이나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신호로 판단했습니다. 이건 좋은 겁니다. 크라우스소싱 플랫폼에서 이야깃거리도 안 되고 관심도 못 얻는다면 시장에서 눈길을 끌기 힘들다고 봐야죠.

 

크라우드소싱으로 들어온 제안으로 무엇을 하셨나요? 저희는 800개의 아이디어를 20개로 간추린 다음 내부 워크숍과 포커스그룹, 시음 테스트를 실시했습니다. 공동으로 과정을 반복했으며, 작업의 80%는 크라우드소싱 아이디어를 집계한 이후에 이뤄졌습니다.

 

대중이 좋아한다고 무턱대고 믿을 수는 없으니까, 깊이 생각하고 무엇이 타당한지 회사 전체의 전략 차원에서 평가가 필요합니다. 저희는 최종으로 복숭아와 대황rhubarb, 두 가지 맛을 새로 내놨습니다. 둘 다 플랫폼을 통해 들어온 아이디어 중 상위 10%에 들었지만, 최상위권은 아니었습니다. 신제품은 크게 히트했고, 리벨라를 마시는 스위스 가구의 비율이 30%에서 40% 3분의 1이나 성장했습니다.

 

전보다 오픈 이노베이션 사용이 줄었나요?

,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일겁니다. 하지만 크라우드소싱이 크게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혁신 때문이 아니라 마케팅과 연관이 있기도 하죠. 한동안 소비자와 함께 제품을 개발했다고 광고하면 반응이 아주 뜨거워서, 신제품 출시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았죠. 이제는 많이들 쓴 방식이라 더 이상 차별화 전략으로 활용하기 힘들어요. 하지만 오픈 이노베이션은 여전히 훌륭한 자원입니다. 

 

 

[1]R&D 활동을 외부 기업이나 전문가까지 확장하는 혁신방식

 

[2]제품이나 서비스 개발 등 상대적으로 광범위한 분야에서 대중의 집단지성을 혁신에 이용하는 것

[3]다른 사람들도 많이 참고하는 기존의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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