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4월(합본호)

바람직한 이사회 의장이 되는 법

이사회 의장이 되는 법

바람직한 핵심은 본인이 CEO가 아님을 기억하는 것이다.

스타니슬라브 셰크시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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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BRIEF

 

문제점

이사회 의장들은 종종 자신이 마치 CEO인 것처럼 행동해 이사회에서 갈등과 혼란을 초래한다.

 

원인

의장들은 대부분 과거에 CEO였으며, 보스 역할을 수행하는 데 익숙하다.

 

해결 방법

의장은 자신이 명령권자가 아니라 중재자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의 임무는 이사들이 효과적인 그룹 토의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 

  

이사회 의장 대부분은 리더 경험이 많다. S&P500 기업 이사회 의장들 중 절반가량은 해당 기업의 CEO를 겸임하고 있다. 나머지 절반의 대다수는 과거에 CEO를 지낸 적이 있다. 하지만 이사회 의장과 CEO, 이 두 자리의 관계가 긴밀할수록 문제가 발생한다. CEO가 이끄는 이사회가 CEO 본인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스캔들이 벌어진 기업은 CEO와 이사회 의장의 역할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분리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사회 의장이 CEO가 아닌데도 마치 CEO인 것처럼 행동하면서 회사 최고경영자들 사이에 갈등과 혼란의 씨를 뿌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사회 의장의 바람직한 역할 모델은 무엇일까? 이런 모범 사례는 전통적인 CEO나 최고경영진의 모범 사례와 어떻게 다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인시아드의 기업지배구조센터는 다음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31개국 출신 이사회 의장 200명의 설문조사와 이사회 의장 80명 인터뷰, 이사회 멤버와 주주, CEO 60명과의 인터뷰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기업별 소유구조나 국가별 문화적 맥락에 따라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바람직한 이사회 의장의 공통점에 관해 상당 부분 합의할 수 있었다.

 

연구 대상자들이 동의한 내용에 따르면 바람직한 이사회 의장은 기업이 아니라 이사회를 대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며, 이사회를 그 조직에서 최고 의사결정 기관으로 만든다. 한 응답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CEO는 회사의 대외적인 얼굴로 회사에 책임을 지는 반면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에 책임을 지며 이사회를 대표합니다.” 이사회 의장의 역할은 CEO의 역할과 매우 다르며 그에 따른 구체적인 기술과 행동양식이 요구된다. 다음 장에서 이사회 의장에게 요구되는 자질을 8가지의 원칙으로 정리하고, 원칙을 적용한 리더들의 사례를 제시하고자 한다.

 

 

원칙1. 옆에서 이끌어주는 사람이 되라

연구 대상이 된 이사회 의장들 중 85% 이상이 과거 한때 CEO였다. 그들은 비전을 고안해 과감하게 행동에 옮기고 사람들을 선임해 명령을 내리고 책임을 감수했으며 임직원의 본보기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이들은 행동 중심적이자 결과 중심적이었으며 무대에서 스타가 되는 데 익숙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이사회 의장이 된 후 자신을 능력 있는 CEO로 만든 바로 그 역량과 개인적인 성향이 이사회 의장의 업무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벨기에 출신 다이앤 비라츠Diane Beelarts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글에 나온 이야기들은 모두 실제 사실이며, 등장인물의 신분을 보호하기 위해 이름과 일부 세부사항은 수정했다.

 

비라츠는이사회 의장이 된 후 가장 어려웠던 일은 CEO식 행동주의activism를 내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룹 토론을 꾸리기보다 혼자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보거나 내 생각을 이사회에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나중에야 저의 이런 행동이 일부 이사들로 하여금 나를 싫어하게 만들었고, 서로 협력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경험 많은 이사회 의장들이 참여하는 워크숍에 참석하면서 비로소 인지하게 된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제 스타일을 바꾸기는 매우 힘들었습니다. 저는 코칭을 받고 나서야 내가 직접 일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쪽으로 스스로를 바꿔 나갈 수 있었습니다. 요즘 이사회에서는 제가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아도 좋은 결론이 도출됩니다. 아주 만족스러워요.”

 

비라츠처럼 이번 연구에 등장하는 성공한 이사회 의장들은 대부분 해결책을 들고 이사회에 뛰어들기보다 상황을 지휘하려고 노력하는 법을 배웠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성공적인 이사회 의장들은 다음의 세 가지 특성을 보였다.

 

•자제.한 미국인 응답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무대 중앙을 차지하고 싶다면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세요. 위대한 의장은 다른 사람들이 빛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이사회를 생산적으로 이끄는 의장들의 행동양식을 묘사해 보라는 요청에 응답자들은자제력이 있다’ ‘주도적이지 않다’ ‘다른 사람을 위해 여유를 남겨둔다고 답했다. 능력 있는 의장은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의장이 개입할 때 초점은 안건의 내용이 아니라 절차나 구성원 때문이다. 또 사람들을 격려하는 방식을 취한다. 예를 들어 비라츠는 다음 두 가지 원칙을 고수했다. 첫째, ‘나는이라는 단어의 사용을 피한다. 둘째, 어떤 이사회 회의든지 총 발언시간의 10% 이상을 쓰지 않는다.

 

•인내.바람직한 의장은 열정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하지만 그 열정을 침묵하고 성찰하는 능력으로 조절한다. 그들은 일을 빨리 해내려고 서두르는 대신 적절하게 해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들은 자기 성찰과 신중한 검토를 독려한다. 예를 들어 비라츠는 매번 회의가 끝나면 각 이사들에게 회의에서 느낀 점을 공유하자고 요청한다. 그리고 다음날 CEO와 마주 앉아 회의 결과를 토론하고, 그 다음날에는 자신이 노트에 적은 내용을 죽 읽어보면서 성찰하는 시간을 한번 더 갖는다.

 

•가용성.이번 연구에 참여한 의장들 대부분은 회사와 파트타임 계약을 맺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에 매우 헌신적이었고, 계약한 내용과 관계없이 필요한 시간을 투자했다. 공기업 두 곳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한 미국인은 두 회사에 작은 사무실을 마련하고, 매달 첫 번째 수요일과 두 번째 수요일에 각각 회사에서 근무했다. 그는 그럴 때마다 정해진 일정을 따랐다. 먼저 CEO와 일대일로 회의를 하고, CEO CFO가 모두 참석하는 회의를 연다. 그 이후 최고법률자문 및 회사 간사[1]와 회의를 갖고, 회사 임원이 아닌 이사회 멤버 한두 명과 회의를 한다. 그는 이 일정 동안 수시로 생길 수 있는 회의에 대비해 각각 3시간가량을 비워 둔다. 회사 임원들은 하루 24시간 중 아무 때나 그와 통화할 수 있음을 알았고, 저녁이나 주말에도 주저 없이 전화했다. “항상 그들에게 전화해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내가 신경을 쓰고 있고, 언제나 연락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그들이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이사회 의장에게 필요 없는 자질도 한 가지 지적됐다. 바로 산업에 대한 지식이다. 우리가 조사한 성공한 의장들 중 이를 중요하게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대부분 산업에 대한 지식이 이사회 업무에 오히려 장애물이 된다고 생각했다. 산업 전문가들은 협업을 통한 의사결정 과정을 구축하기보다 해결책을 찾아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사와 주주들이 이 견해에 동조했다. 비라츠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두 번째 회사는 그의 과거 경력과 관련이 없는 산업군에 속했다. 그는내가 전문성이 없을 때 절차에 집중하기가 훨씬 쉬웠다. 전문성은 이사들이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가 느끼기에 이사회 의장 역할을 잘하는 데 더 핵심적인 능력은 큰 그림을 보고 현실적인 가정을 세워서 해결책과 연결시키는 능력이었다.

 

[1]corporate secretary는 미국 기업의 이사회에서 준법감시인 역할을 하는 이사회 멤버다.

 

원칙2. 팀 빌딩이 아닌 티밍teaming을 실천하라

영국 출신으로 세계적인 소매체인 기업의 CEO를 지낸 데이비드 피츠앨런David Fitzalan은 처음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과거 자신이 팀을 구축할 때 사용했던 접근방식을 적용하려고 했다. 그는 공유 목표, 팀 규칙, 멤버들 사이의 공통적인 기대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회사 밖에서 두 차례 모임을 마련했다. 첫 번째 모임은 비록 2명이 중간에 양해를 구하고 나가긴 했지만 이사 10명이 모두 참석했다. 하지만 두 번째 모임에는 6명만 참석했다. 그래도 피츠앨런은 이사들을 서로 더 가깝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그런데 18개월이 지난 후 이사회의 평가 결과는 그에게 충격이었다. 이사들은 그의 노력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이 같은 반응을 통해 피츠앨런은 이사회가 전통적인 팀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사들은 1년에 4~6번 열리는 이사회 회의와 몇 번의 위원회 회의, 전화 통화를 제외하면 함께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멤버들은 대개 두 개 이상의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었다. 또 대부분 전업으로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협업은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교수가티밍teaming이라고 칭한 형식에 가까워져야 한다. 임시 그룹으로 모인 전문가들이 그 자리에서 처음 마주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경우다. 티밍이 이뤄지려면 리더들은 팀의 규범을 규정하고 신뢰를 형성하는 일을 빨리 마치고, 협업의 범위를 정하고 구조화한 다음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피츠앨런은 이사회 전에 이사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하고, 회의 안건이 될 항목들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이사들 개개인과 상의해 확인하는 식으로 접근방법을 바꿨다. 회의가 끝난 후에는 이사회 의사록, 메모, 보고서, 전화 통화 등으로 후속 관리한다. 그는이사들 모두에게 한 달에 한 번씩 전화해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고, 최근 소식을 공유하며, 다음 이사회 안건을 논의한다. 이사회 멤버들에게 그들이 이사회의 중요한 일부임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피츠앨런은 이사회 회의 중 모든 이사에게 동등한 발언시간을 주려고 노력한다. 모든 멤버들이 의견을 표명하기 전까지는 어떤 사람도 두 번째 발언기회를 가질 수 없다. 이사들은 내용을 명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질문할 수 있다. 다만 질문을 빌미로 의견을 펼쳐서는 안 된다. 피츠앨런은 이사들에게서 지루함이나 불편함, 불만의 신호가 담긴 보디랭귀지가 나타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고 신속하게 개입한다. 의견이 엇갈릴 때는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토론이 지속되도록 내버려둔다. 그는 기본적으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방식으로 투표를 하는 데 반대한다. 투표는 협업의 정신을 파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 되면 피츠앨런은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하며, 명확하게 표현된 해결 방법을 도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모든 이사가 이를 이해하고 지지하는지 확인한다. 그는초보 의장일 때 나는 같은 자리에서 토론에 참여하고 의사 결정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그 결정이 실제 무엇을 의미하는지 매우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을 과소 평가했다. 결국 뒤늦게 불편한 대화를 하게 된 적이 몇 번 있다고 회상했다.

 

네덜란드 출신의 만프레드 판데르 메르버Manfred van der Merwe 11개 기업에서 이사회 의장을 맡은 경험이 있다. 그는 신임 이사들을 상대로 절차를 통한 합류onboarding과정을 진행한다. 그는 새롭게 선임된 각 임원들과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것으로 그 절차를 시작한다. 대화 중 회사와 회사의 전략, 핵심 임원, 이사회에 대해 설명하지만, 무엇보다 기대치를 분명하게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둔다. 기대 사항에는 모든 이사회 회의에 직접 참석해야 하는 의무(“회의에 두 번 빠지게 되면 그만둬야 합니다.”), 철저한 준비(“경영진의 발표를 듣고 어떤 사안에 대해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일하지 않습니다.”), 회사와 산업 관련 지식 개발, 시간적 헌신(“이사회를 위해 1년에 영업일로 15일을 투자할 수 없다면, 지금 나가는 편이 좋겠습니다.”)이 포함된다. 그런 다음에야 신임 이사는 이사회 동료 멤버와 선임 임원들과 몇 차례 회의를 하고 회사를 방문하게 된다.

 

아울러 판데르 메르버는 토론에 충분히 기여하지 않는 이사들로부터 의견을 더 많이 끌어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사회장에서 직접 지명하지 않고 회의 전에 그들의 의견을 이끌어내서 이사회에 그 의견들을 제시하며 의견이 누구에게서 나왔는지 확인해 준다. 이런 방식은 그들로 하여금 이사회에 직접적으로 기여를 하게 만드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 또 그는 다음의 세 단계 접근법을 적용해 말이 지나치게 많은 이사들을 자제시킨다. 첫째, 이사회장에서 직접 대응한다. 둘째, 오프라인에서 일대일로 대화한다. 셋째, 또 다른 일대일 대화를 가지고 회사 비용으로 전문적인 도움을 받으라고 제안한다. 이 세 가지 방법이 다 소용이 없을 때는 해당 이사에게 이사회에 참석하지 말고 다른 사람을 선출할 수 있도록 물러나 달라고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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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3. 준비 작업을 주도하라

경험이 부족한 의장들은 종종 이사회의 역동성을 관리하는 일이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험이 많은 의장들은 이사회 회의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의장이 해야 할 일 중 많은 부분은 이사회 안건을 선정하고 이를 이사회 보고 자료briefing package로 종합하는 데 있다. 예를 들어 판데르 메르버는 1년 전부터 회의 안건들을 준비하기 시작하며 CEO와 다른 이사들, 회사 간사에게 인풋을 요청한다. 어떤 사안이 이사회 안건이 되려면 전략적으로 중대한 의사 결정을 위한 시기가 무르익어야 한다. 그리고 오로지 이사회에서만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어야 한다. 그는 모든 안건을 6개 항목으로 제한하며, 항상 느슨한 틈을 줘서 필요한 경우 토의를 연장하거나 예상치 못했던 사안을 다룰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한다. 안건을 승인하기 전에 이해 관계자들에게 초안을 돌린다.

 

이사회 보고자료에도 비슷한 수준의 노력을 투입한다. 그는자료가 명료하고 간략하며 보기 좋을 때 사람들은 준비를 더 잘하게 된다고 말했다. 모든 발표자료에는 한 장짜리 요약본이 첨부된다. 모든 투자 제안에는 최소 세 가지 대안이 포함돼야 한다. 경영진 발표자료는 슬라이드 15장을 넘어서는 안 된다. 판데르 메르버는 보고 자료의 형식을 규정하고, 배포되기 전에 최종본을 검토하며, 적어도 회의 5일 전에는 이사들이 이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한다.

 

후속 관리도 똑같이 중요하다. 판데르 메르버는 이사회 멤버들뿐만 아니라 필요할 경우 핵심 임원들에게도 모든 회의에 대한 상세한 의사록을 신속하게 제공한다. 의사록은 행동이 중심이 돼야 하며, 결론과 의결사항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관점과 의견들까지 포함해서 이사들이 핵심 입장을 잊어버리거나 무시하거나 재론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사회 간사는 이사회 의결사항의 실행 여부를 추적하며 진전 사항을 판데르 메르버에게 정기적으로 보고한다. 어떤 결정의 실행이 지연되면, 의장은 CEO에게 연락해 이유를 알아본다.

원칙4. 소위원회를 존중하라

경험이 많은 의장들은 이사회에서 소위원회의 역할이 핵심이라는 데 동의한다. 판데르 메르버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사회가 할 일의 4분의 3이 소위원회에서 이뤄집니다. 소위원회들은 규모가 작고, 그 멤버들은 관련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토론은 항상 솔직합니다. 이사회 회의는 당연히 좀 더 공식적입니다. 따라서 저는 소위원회 수준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소위원회들이 모든 분석적인 작업을 하고 전체 이사회에 논의될 해결책을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판데르 메르버는 의장으로서 누가 어떤 소위원회에 참여하며, 그들 중 누가 의장 역할을 맡을 것인지 결정한다. 그는 매월 전화로 소위원회의 업무를 다 파악하고, 그들의 계획과 미결정 사안, 미래 아이디어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얻는다. 소위원회 정규 회의의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 그는 전체 이사회와 소위원회 회의가 이틀이라는 기간 내에 딱 들어맞도록 오래전에 일정을 정한다. 통상적으로 첫째 날 오후에 소위원회 회의를 한 후에 저녁 식사를 하고, 다음날 아침에 전체 이사회 회의를 연다. 계획에 없던 회의가 갑자기 필요한 경우에는 직접 만나는 것보다 화상회의를 진행해 더 많은 이사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한다.

 

원칙5. 공정함을 유지하라

새롭게 임명된 이사회 의장 중 많은 수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회의 테이블 중앙에 앉은 사람이 특정한 사안에 대해 강력한 의견을 가지고 있으면 협업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미국 컨설팅회사의 파트너로 일하고 12년 전 처음 이사회 의장이 된 돈 맥길Don McGill이 얻은 교훈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전 직업에서는 고객의 관심을 끌면서 궁극적으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아이디어와 사례, 모델을 생각해 내는 방식으로 고객과의 회의를 준비했습니다. 이사가 된 후에도 동일한 방식을 계속 따랐지요. 이사회 자료를 검토하면서 이사회를 위한 최고의 결정을 찾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의장이 돼서도 처음에는 같은 방식으로 일했는데 이사회 토론 과정이 종종 만족스럽지 않았고, 일부 이사회 멤버들은 제가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일부 멤버가컨설턴트는 끝까지 컨설턴트구먼이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듣기도 했습니다.”

 

다른 관점이 필요했던 그는 대학교수인 여동생에게 수업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물어봤다. 그는 여동생이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 얼마나 주의 깊게 계획을 세우고 관리하는지 알고 충격을 받았다. “그 대화 덕분에 저는 해결책을 찾는 일에서 프로세스를 계획하는 일로 초점을 옮기게 됐습니다.” 현재 그는 CEO 보고와 토론에 각각 얼마만큼의 시간을 할애할지 분 단위까지 정하고, 토론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누가 먼저 발언하고 누가 마지막에 발언할지까지 상세히 계획한다.

 

캐나다 출신의 제인 맥레오드Jane Macleod역시 비슷한 개선 과정을 겪었다. “구경꾼Lookers-on이 게임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다는 속담을 우연히 접한 것은 그가 세 번째로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을 때였다. 이 속담 덕분에 그는 이사회와 의장 사이의 역동성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전체 그림을 보면서 그룹이 하는 일을 중재하는 역할을 맡고 싶다면 회의에 참여해서는 안됩니다. 게임과 관련해 어떤 지분도 없는 구경꾼이 돼야 하는 거죠.” 처음에는 토론이 진행되도록 내버려두고 토론에 참여하지 않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몇 가지 단순한 기술 덕분에 그는 오랜 습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습관을 개발할 수 있었다.

 

그는 이제이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대신이 문제에 대한 토론을 체계화할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는 여전히 자료를 검토하고 각 이슈의 모든 뉘앙스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더불어 맥길처럼 대화를 어떻게 체계화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서 준비 과정, 위원회 보고서와 토론, 누가 토론을 시작하고 누가 마무리할지 등의 사항에 시간을 배분한다.

 

회의 중 맥레오드는 각 이사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 사람이 이야기를 하는 방식과 그룹의 감정을 관찰하는 데 집중한다. 그가 처음 자신에게 허용한 역할 범위는 토론의 틀을 잡고, 다른 이사들이 한 말을 다른 표현으로 정리하고, 의견을 종합해 해결책을 도출하고, 제시된 해결책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작업까지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언제 토의를 연장하거나 단축하고 대화가 자유롭게 흐르도록 허용해야 할지, 또 언제 모든 사람에게 1분 이내에 의견을 표현하도록 요청하고 특정 이사에게서 구체적인 관점을 이끌어내야 할지를 알게 됐다. 그가 주관하는 회의는 더 역동적이고, 덜 소란스러우며, 더 재미있고, 전체적으로 더 생산적으로 개선됐다. 이 같은 자신의 새로운 스타일을 뿌리내릴 목적으로 맥레오드는 이사회 회의 마지막에 약식 평가를 준비해 이사들에게 그가 과정 촉진자가 아니라 전문가처럼 행동한 적이 있는지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그는 과정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필요할 때 나서서전문가역할을 하는 법도 배우게 됐다. 그는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내가 잘 조율하기만 하면 이사회에서 어떤 안건이 의장의 아이디어인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겁니다.”

 

원칙6. 아웃풋output이 아닌 인풋input을 평가하라

CEO였던 사람이 이사회 의장이 되면 대개 이사회 성과를 평가하는 매트릭스를 찾으려고 한다. 심지어 그런 지표를 개발하기 위해 전략 컨설턴트를 고용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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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위스 다국적기업 두 곳에서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프란츠 아펜젤러Franz Appenzeller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다. “우리 이사회가 오늘 내린 결정은 앞으로 이 회사의 수십 년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이사회가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알려고 당해 연말에 적용할 수 있는 하나의 혹은 일련의 매트릭스를 찾아낼 수 있다고 본다면 순진한 겁니다.” 이사회 의장 수백 명을 선임한 경험 많은 미국 PE펀드 투자자도 그런 견해에 동의한다. “인터뷰에서 이사회의 효능을 묻는 질문에 열정이 넘치는 의장 후보가 양적 지표로 답하는 경우 저는 그 사람을 경계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아펜젤러는 이사회 업무의 질을 평가해야 한다는 데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그는 이사회가 일정한 인풋을 아웃풋, 즉 이사회가 내리는 결정으로 변환시켜주는블랙박스같다고 본다. 아웃풋의 질은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지만, 인풋의 질은 측정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인풋이 좋다면, 대개 원하는 아웃풋이 나올 것이다. 아펜젤러에게는 다음의 다섯 가지 인풋이 핵심이다. 바로 사람과 이사회의 안건, 자료, 절차, 의사록이다. 그는 이 다섯 가지 인풋이 일류가 되도록 만드는 게 자신의 업무라고 본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인풋은 사람이다. 즉 이사회가 적절한 인적자원으로 구성되도록 보장하는 일이다. 그는 역량지도competency maps 혹은 이사회가 집단적으로 보유해야 할 특정 기술과 지식에 대한 기술서를 만들고 매년 갱신한다. 그리고 이사회가 매년 실시하는 온라인 자체 평가 및 2년마다 실시하는 컨설턴트들의 외부 평가와 이를 비교한다. 비교 결과가 차이가 날 경우 그는 새로운 이사를 선임하기 위해 이사선임위원회 혹은 주주들과 작업한다. 그렇게 하기 어려울 때는 외부 자문을 초빙한다.

 

나머지 4가지 인풋 역시 이사들의 평가와 컨설턴트의 검토를 통해 측정된다. 아펜젤러는 자신의 안건이 전략, 임원 선임, 보수 및 승계, 투자, 위험, 컴플라이언스, 정보공개 등을 얼마나 잘 다루고 있는지 알고 싶다. 그래서 이사들과 전문가들에게 이사회 자료와 의사록의 품질에 대한 의견을 이끌어내고, 이사회 멤버들에게 소요 시간과 솔직함, 발언 시간 배분, 참여 수준, 결의 사항 등의 측면에서 이사회를 평가해 달라고 요청한다. 아울러 그는 다음의 질문으로 자신의 성과에 대한 피드백도 받는다. 이사회 의장이 질문을 규정하고, 의견 교환을 촉진하고, 결정사항을 명료하게 표현하고, 평가를 시행하는 일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 이사회장 밖에서의 업무는 어떤가? 이사들과 잘 교류하고, 언제나 연락이 가능하며 자기주도적으로 행동하는가?

 

원칙 7. 보스가 되려고 하지 말라

 

이사회 의장들은 경영진 특히 CEO와 자주 교류한다. 이사회 의장과 CEO는 이사회 안건과 자료를 함께 검토하고, 언론 보도자료를 최종 마무리하고 이사회 결정 사항을 후속 관리하고, 규제기관과도 정기적으로 만난다. 어떤 기업에서는 이사회 의장이 고객이나 판매업체를 직접 방문하고, 언론 발표 행사에 참여하거나 정부 관료들과 회의를 개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들은 의장에게 CEO에 개입할 수 있는 추가 기회를 제공한다. 일부 이사회 의장이 스스로를 CEO의 보스로 생각하게 되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바람직한 이사회 의장은 이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항상 자신이 이사회를 대표하며, 모든 새로운 전개 상황이나 통찰에 대해 다른 이사들에게 정보를 계속 제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이사회가 CEO의 집단적인보스이며 이사회 의장의 과제는 이사회로 하여금 CEO가 필요로 하는 목표, 자원, 규칙, 책임을 제공하도록 보장하는 데 있음을 잘 안다.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잭 리우Jack Liu의 경험을 살펴보자. 그는 20년 이상 이사회 의장직을 맡았다. 의장직을 맡은 초기에 그는 CEO들과 비공식적으로 집중적인 교류를 하는 편이었다. CEO는 이런 접근방식을 환영했지만 다른 두 CEO는 그가 자기 영역을 침범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얼마 후 리우는 좀 더 공식화된 접근방식을 택했다. 서면으로 의장과 CEO의 책임을 정의하고 경영 참여 규칙을 작성해 CEO에게 서명하게 한 것이다. 이러한 규칙을 그는불가침조약nonaggression pact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 모델은 한 CEO가 리우를 포함해 다른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재앙이라고 불릴만한 기술적 결정을 내렸을 때 역풍으로 돌아왔다. CEO의 행동은 완벽하게 합의된 범주 내에 있었던 것이다. CEO가 본인의 역량이 부족한 분야에 대해 이사회에 조언을 요청해도 된다는 내용은 그 조약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리우가 지금과 같은 접근방식을 개발하는 데는 10년 이상 걸렸다. 그는 의장과 CEO 의 관계를 구축하는 대신 이사회와 CEO의 관계를 구축했다. “저는 CEO와 관련해 두 가지 역할을 담당합니다. 먼저 이사회 리더로서 보스가 마땅히 부하 직원들에게 제공해야 할 것들, 예컨대 동기 부여, 통제, 충고, 멘토링을 이사들이 집단적으로 CEO에게 제공하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또 저는 CEO가 충분한 콘텐츠를 갖고 소통할 수 있도록 절차를 체계화합니다. 둘째 저는 한 사람의 이사로서 개인적으로 저만이 갖고 있는 지식과 기술을 활용해 CEO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습니다. 지금 의장을 맡은 한 이사회에서 저는 CEO의 멘토 역할을 담당합니다. 의장이라서가 아니라 가장 선임 이사이고, 다른 사람들보다 경험이 많기 때문입니다. 제가 의장을 맡은 다른 이사회에서는 산업 관련 방대한 지식을 보유한 다른 선임 사외이사가 CEO의 멘토 역할을 담당합니다.”

원칙8. 개인이 아닌 이사회 대표로서 주주들을 대하라

 

CEO의 보스가 이사회라면, 이사회의 보스는 주주들이다. 의장은 주주와 회사간 관계에서 최우선 접점이 되기 때문에 주주와의 관계를 핵심적인 관심사로 삼는다. 공기업의 경우 이사회와 주주들 사이의 소통이 언제,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규정이 있다. 지분이 얼마나 많은지에 관계없이 모든 주주들에게 동등하고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다. 사기업에서도 투자자를 동등하게 대접하는 게 중요하다. 다만 사기업의 의장은 좀 더 자유롭게 주주와의 관계를 조직화할 수 있다.

 

덴마크 출신의 베테랑 의장인 클라우스 디네슨Klaus Dinesen은 투자자들과 교류할 때 의장이 개인 자격이 아닌 이사회의 대리인 역할을 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과연 상당한 지분을 가진 주주를 동등한 입장에서 상대할 수 있을까요? 파트타임 이사회 의장은 1년에 10만 달러 상당의 보수를 받습니다. 그다지 큰 금액은 아니지요. 하지만 전체 이사회가 이야기하면 주주들은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따라서 저는 항상 주주들에게 제가 그들과 이사회 사이의 접점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결코 제 생각이 아닙니다. 그들이 듣고 있는 것은 이사회 멤버들의 집단적인 목소리입니다.”

 

교류는 쌍방으로 이뤄진다. 디네슨은 이사회 역시 주주들의 기대와 계획을 가능한 한 많이 알기를 원한다. 그는 10점 만점의 설문지를 개발했는데 이 설문은 투자 예상기간investment horizons, 위험 선호도, 배당과 성장 중 어느 쪽을 더 원하는지, 성장의 속도와 모드에 대한 선호도, 회사에 대한 애정도 등을 묻는다. 2년에 한 번씩 그는 모든 주주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이사들에게 보고한 후 회사와 경영 전략에 시사하는 바를 논의한다. 그는 또 주주들에게 회사와 이사회 소식을 전하며 접촉을 유지하고, 각 이사회 회의 안건을 미리 알려주며, 핵심적인 결정사항과 논의된 내용을 한 페이지로 요약해 보내준다. 그는 주주들과 회의하는 데만 1년 중 영업일 4일을 온전히 할애한다.

 

디네슨은 주주를 귀중한 자산으로 여긴다. 이사회는 주주의 경험, 지식, 네트워크 같은 자원으로부터 혜택을 얻을 수 있다. 다만 그는 중요한 단서 조항으로 주주들이 이사회장 외부에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든다. 그가 의장을 맡은 한 사기업에서 3명의 주주가 이사회에 참여했다. 한 회의에서 그들이 이사가 아닌 주인인 것처럼 사고하고 행동하기 시작하자 그는 그들의 행동을 중단시킨 후 밖으로 내보내 비상 주주 총회를 열도록 했다. 또 다른 이사회에서 한 주주가 이사회에 특정 인수건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하는 메모를 그에게 보내왔을 때 그는 그럴 바에 스스로 사임하겠다고 건의했다. 그러자 주주는 요청을 철회했다.

 

 

이사회 의장이 마주한 도전과제는 궁극적으로 전통적인 리더십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이사회는 분명히 중요한 리더십 기능을 한다. 경영진과 상담하면서 이들을 감독하는 기능이다. 하지만 그 책임은 집단적이며, 의장의 업무는 이사회가 책임을 완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바람직한 이사회 의장은 자신이 명령권자가 아니라 중재자임을 인식해야 한다. 의장의 역할은 이사들이 생산적인 그룹 토의를 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는 일이다. 훌륭한 의장은 자신이 동등한 여러 사람들 가운데 가장 우위에 있지 않음을 인식한다. 의장은 이사회에 참여한 모든 사람을 훌륭한 이사로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CEO 자리를 버릴 수 없었던 CEO

 

알렉스 타이슨(가명)이라는 대형 은행 CEO 자리에서 물러나 은퇴하는 이사회 의장 자리를 물려받겠다고 제안했을 때 이사회는 고민할 여지 없는 당연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18년 전 COO로서 은행을 파산위기에서 구해냈고, CEO 재직기간에도 지속적 성장을 이끌었다. 이사들은 약간의 논쟁을 거쳐 타이슨이 선택한 대로 은행에 15년간 재직한 48세의 부사장을 타이슨의 후임 CEO로 선임했다.

 

새로운 의장은 2주간의 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돌입했다. 먼저 그는 CEO6시간에 걸쳐사업 검토를 했다. 다음날 아침에는 주요 은행 고객들을 초빙해 미래 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CFO에게 이전 달의 영업비용과 추정 현금흐름을 꼼꼼하게 물어보는 데 오후시간 대부분을 보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간사를 불러 다음 이사회 회의 안건을 논의했고, 30분 후 그 안건을 이사들에게 보냈다.

 

이사회에서 타이슨은 안건에 올라오지 않은 두 가지 사안에 대한 본인의 우려를 공유하는 것으로 회의를 시작했다. 한 대형 고객의 신용 포트폴리오와 비용의 증가세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사회는 한 시간 동안 그 사안을 논의했고, CEO에게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그 다음에야 이사회는 안건으로 올라와 있는 첫 번째 사안인 리스크 경감 안건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타이슨은 최고리스크책임자에게 발언권을 줬다가 7분 만에 본인이 다시 얘기하기 시작했다. 회의가 끝났을 때는 일정보다 2시간이 더 지난 상태였다.

 

의장이 된 지 6개월이 되자 타이슨은 더 파격적으로 이사회 회의를 줄이고 그 대신 경영진 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의장이 CEO와 사전에 동의한 결의안을 이사회에 제안함에 따라 이사회 회의 시간은 더 짧아졌고 토론은 거의 허용되지 않았다.

 

18개월이 지나자 타이슨은 시스템을 개선하고 혁신을 촉진할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CEO를 대형 글로벌은행에서 경력을 쌓은 선임 임원으로 교체하자고 제안했다. 그 시점에 은행 영업성과는 악화되기 시작했고, 이사회는 타이슨의 역동적인 업무 추진을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CEO와 의장의 관계는 급속도로 경직됐다. CEO는 타이슨이 기업 운영에 깊숙이 참여하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특히 고객 및 임원들과 정기적으로 접촉하는 문제에 있어서 더 그랬다. 의장은 더 이상 경영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고객과 전화 통화하고 임원들과 단독으로 면담하는 일을 포기하지 못했다. CEO가 선임된 지 1년이 되던 날 갈등은 극대화됐고 CEO는 최후 통첩을 내렸다. 자신이 떠나든지 의장이 떠나든지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CEO는 즉시 해고됐다. 은행의 주가는 그 발표로 10% 하락했다. 다음날 아침 사외이사 두 명이 사임했고, 타이슨은 긴급 이사회 회의를 소집했다.

 

그 회의에서 이사회는 타이슨을 CEO로 재선임했고, 사외이사 중 한 명을 의장으로 선출했다. 새로 선임된 의장은 자신의 임무를이사회 재건으로 규정했다. 한편 타이슨은 은행을 고객 중심의 역동적인 은행으로 되돌려 놓겠다고 약속했다. 그 소식에 주가는 10%를 회복했다. 

 

 

 

번역: 이희령 / 에디팅: 배미정

스타니슬라브 셰크시니아(Stanislav Shekshnia)는 인시아드 교수다. 그는 글로벌 인적자본 컨설팅회사인 워드 하우웰(Ward Howell)의 선임 파트너이며, 중부와 동부 유럽에 있는 다수의 공기업과 사기업의 이사회 멤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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