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8월(합본호)

생태계 관점 유지하고 소명의식 불어넣어 개인과 조직의 목적 일치시켜라
이방실

COMMENTARY

 목적지향적인 조직 만들기

로버트 E. , 안잔 V. 타코르 PAGE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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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관점 유지하고 소명의식 불어넣어 개인과 조직의 목적 일치시켜라

 

 

이방실

 

직원들에게 참된 동기를 부여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선 목적의식이 경영의 근간을 이뤄야 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목적은 조직원들에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함으로써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목적이 이끄는 조직과 리더십에 대한 경영학자들의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HBR 이번 호목적지향적인 조직 만들기아티클 역시 이 같은 관심이 반영된 연구다.

 

하지만 목적이 이끄는 조직과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해서 실제 현실에서 그런 기업과 리더가 많다는 뜻은 아니다. 퀸의 아티클에도 명시돼 있듯, 많은 기업 리더들이 회사의 목적에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을 피한다. 일이란 근본적으로 계약에 기반하며, 직원들은 계약서에 명시된 인센티브와 자신들에게 주어진 통제수단에 반응해서만 일한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이다. 이는 자칫 리더들로 하여금조직원=당근과 채찍만으로 얼마든지 다룰 수 있는 존재라는 시대착오적 인식을 갖게 만들 수 있다.

 

당근과 채찍, 그 이상이 필요하다

당근과 채찍은 20세기 산업화시대엔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는 동기부여 수단이었다. 하지만 창의성을 중시하는 21세기 지식경영시대엔 그 이상이 필요하다. 지금은 보상을 추구하고 처벌은 피하려는외적동기부여보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며 일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내적동기부여가 훨씬 더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DTE에너지, KPMG 등 퀸의 아티클에서 소개한 기업들은 바로 이 점을 이해하고 고차원적인 조직의 목적을 제시해 직원들의 몰입도를 높인 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주변에는 이런 사례들보다 아직도 직원들을 당근과 채찍만으로 다루려는 조직과 리더들이 많은 것 같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이 극단적 성과주의나 공격적 리더십 등과 결합될 경우, 자칫 직원들에게 폭언과 막말도 서슴지 않는갑질 경영’ ‘갑질 리더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물벼락 갑질사태 이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행태 및 각종 비리 관련 의혹은 아마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제외하고 2018년 상반기 대한민국을 달군 가장 큰 뉴스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이미 4년 전땅콩 회항사건으로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받았던 대한항공이 또다시 오너 리스크(owner risk)로 홍역을 치르는 모습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대기업 오너 일가의 각종 비행(非行)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누가 뭐래도 그 회사 직원들이다. 아니나 다를까.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은 가면을 쓰고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경영일선 퇴진을 촉구하는 일련의 집회를 보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기업이 있다. 현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한다는 점에선 비슷한 면이 있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너무나도 다른 사례다. 바로 디물러스슈퍼마켓(DeMoulas Super Markets, Inc.)이라는 가족경영회사가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슈퍼마켓체인 마켓바스켓(Market Basket) 임직원들의 시위운동이다.

 

해고된 CEO를 위해 직원과 고객이 연대하다

2014년 여름, 마켓바스켓 직원들은 대대적인 파업에 들어갔다. 점원들은 매장에서 물건을 정리하거나 계산대에 서는 대신 주차장에 모여 시위 팻말을 들었다. 물류센터 직원들은 슈퍼마켓의 심장이나 다름없는 물류센터를 폐쇄했다. 직급과 직종을 막론하고 마켓바스켓 전·현직 임직원들이 시위에 동참했다. 급기야 이들은 납품업체와 고객들의 지지까지 이끌어냈다. 공급업체들은 마켓바스켓에 납품을 중단했고, 지역주민들은 불매운동을 벌였다. 그들의 요구사항은 단 하나. 사촌동생(아서 S. 디물러스)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패해 해고당한 전 최고경영자(CEO) 아서 T. 디물러스의 복귀였다.

 

마켓바스켓의 대규모 시위는 회사 대주주인 아서 T. 디물러스와 아서 S. 디물러스 간 서로 다른 경영철학이 빚어낸 대립에서 촉발됐다. 2008년부터 디물러스슈퍼마켓의 CEO를 맡았던 아서 T. 디물러스는 고객과 직원, 납품업체의 이익을 증진하는 기업문화와 비즈니스모델 설계가 경영자의 책무라고 믿었다. 그는 직원과 이익을 공유하고, 고객에겐 좋은 제품을 싸게 공급하며, 납품업체들과도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는 원칙에 입각해 마켓바스켓을 운영했고, 해마다 연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사촌동생인 아서 S. 디물러스는 이런 방침이 경영자의 최우선책임인 주주이익 극대화에 반한다며 그를 회사에서 내쫓았다.

 

마켓바스켓 임직원들은 해고된 CEO의 경영 복귀를 위해 스스로 회사를 파산위기로 몰아갔다. 심지어 마켓바스켓의 충성스러운 고객들은 사비를 털어아서 T. 디물러스가 복귀하기 전까지 불매운동을 계속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신문광고까지 내면서 새로운 경영진과 이사회를 압박했다. 모든 언론이 유례없는 시위에 주목했고, 급기야 정치권까지 중재에 나섰다. 연간 매출액 45억 달러, 고용인원 25000명에 달하는 슈퍼마켓체인이 문을 닫게 될 경우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결국 임직원과 납품업체, 고객 등 지역사회 전 구성원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아서 T. 디물러스는 6주 만에 개선장군처럼 귀환했다. 파업기간 중 마켓바스켓의 매출액은 90% 이상 감소했지만, 그가 CEO로 복귀한 후 회사 실적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정상화됐다.

 

마켓바스켓 사례는 목적의식이 분명한 리더, 의미 있는 직장이 직원들에게 얼마나 큰 동기를 부여하며 그들이 어디까지 행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  목적이 이끄는 삶  >의 저자인 릭 워렌 목사는 진정으로 선하고 가치 있는 목적에 대해나에 관한 것이 아니다(It's not about me)”라는 한마디 말로 설명한다. 이를 개인이 아닌 기업으로 확대해 적용하면, 주주가치 극대화를 향한 집착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와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기업의 진정한 목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마켓바스켓이 바로 그런 예다. 이런 목적은 기업이라는 테두리를 넘어 지역사회 모든 구성원들을 연대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목적: 미래 시점에서 현재를 해석하고 견인해 가는 힘

목적을 뜻하는 영어 단어 ‘purpose’는 어원상앞에 두다/놓다(put/place forth)’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는 목적이 미래적 시점에서 현재 우리 삶을 해석함으로써 지금 이 순간을 바르게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기준점(과녁·)이 된다는 뜻이다. 인생에서 목적은 인간의 존재 이유(raison d'etre)에 대한 질문과 맞닿아 있다. 삶의 목적을 이해하면 나의 인생을 분명하게 해석할 수 있다. 나는 왜 태어났는지, 다른 때와 장소도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 이곳에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목적의식이 분명치 않다면 부와 명예, 권력을 거머쥔 인생을 산다 한들 종국에는 허무감에 빠져 방황하고 표류하기 쉽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지식경영의 대가이자일본의 피터 드러커라 불리는 노나카 이쿠지로는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 경영자들은 기업이 왜 존재하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기업이 목적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할 경우 회사의 비전이나 전략은 길을 잃고 탈선하게 되는 탓이다. 이런 측면에서 목적지향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 이번 호 HBR 아티클은 유익하고 의미 있다. 이에 덧붙여 본 글에서는 목적이 이끄는 조직을 위해 필요한 사고방식 측면에서 부연하고자 한다. 이는 크게 조직 차원과 개인 수준에서 각각 가져야 할 두 가지 사고방식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1) 조직: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생태계 관점으로의 인식 전환

피터 드러커는조직이 존재하는 것은 조직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사회, 커뮤니티, 개인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며기업에 있어서 사회와의 관계는 기업의 존립과 직결된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많은 기업이 마치 진공상태에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양 생각하곤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는 목적이 이끄는 경영을 위해선자기중심적 관점(ego-centric perspective)’에서 벗어나 공동체 전체를 염두에 두는생태계중심적 관점(eco-centric perspective)’으로의 인식 전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기업을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커다란 공동체의 일원으로 바라보고 기업의 목적을 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은 근래 많은 경영학자들이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는 바다. 대표적으로깨어있는 자본주의(conscious capitalism)’ 운동의 창시자인 라젠드라 시소디어 뱁슨대 교수를 들 수 있다. 그는구글, 아마존, 이케아, 파타고니아 등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기업들(firms of endearment)은 단지 주주의 이익만을 위해서가 아니라지역사회, 비정부기구 등을 아우르는 사회(Society) △공급업체, 유통사 등 공급망에 속해 있는 협력업체(Partner) △개인이나 기관투자가, 대출기관 등을 포함하는 투자자(Investor) △고객(Customer) △직원(Employee) 등 기업을 둘러싼 이해당사자 모두(일명 SPICE)를 고려하는 비전을 가지고 회사를 운영한다고 주장한다. 노나카 이쿠지로 역시기업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옳거나 시류에 맞는 결정이어서가 아니라 그래야만 기업 활동의 지속성이 담보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고려하는 생태계중심적 관점에서 기업의 목적을 새롭게 정립해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대표적 기업으로 유니레버를 꼽을 수 있다. 2009년 유니레버의 CEO로 취임한 폴 폴먼은 이듬해지속가능한 삶 계획(Sustainable Living Plan)’이라는 청사진을 발표하며 2020년까지 유니레버가 지구 환경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표했다. 지구(planet)를 살리는 게 사람(people)을 위하는 일이고, 결국 그것이 이윤(profit)을 창출하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폴 폴먼의 리더십 아래 유니레버는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농축 섬유유연제, 에어로졸 가스와 알루미늄 용기 사용량을 줄인 데오드란트 제품 등 환경보호에 기여할 수 있는 혁신적 제품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2009 398억 유로였던 유니레버의 매출액은 2017 537억 유로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0억 유로에서 89억 유로로 늘었다. 그것도 환경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여가면서 말이다.

 

스티브 잡스가 한때설탕물이나 파는 회사라고 폄하했던 펩시코 역시 2006 CEO로 취임한 인드라 누이가 기치로 내건목적이 있는 성과(Performance with Purpose)’를 통해 지속가능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펩시코는 건강한 먹거리를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생산해 이익을 창출하고 그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함으로써 비즈니스와 지역사회 간 공동 성장을 추구한다는 분명한 목적하에 사업을 영위해 왔다. 특히 식음료의 맛을 훼손하지 않고도 당분과 나트륨을 줄이거나 제거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임으로써즐거움을 주는(fun for you)’ 제품 외에건강에도 좋은(good for you)’ 제품을 늘려 왔다. 그 결과, 비록 콜라전쟁에서는 숙적인 코카콜라에 뒤졌을지 모르지만 전체 성장 측면에서는 훨씬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유니레버나 펩시코의 사례는 목적이 이끄는 조직으로의 변화가 어렵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두 사례 모두 단일기업 차원의 이익추구(ego-centric perspective)에 함몰되지 않고 비즈니스가 속해 있는 생태계와의 공동번영을 추구(eco-centric perspective)함으로써 기업의 목적을 새롭게 정립해 진정성 있게 추진한 결과 모두가 놀랄 만한 성과를 내놓는 데 성공했다.

 

2) 개인: 직무나 경력 관점을 넘어 소명으로 일을 대하는 태도

개인이 일에 대해 갖는 태도는 어떤 직업을 갖고 있든 상관없이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일을 적절한 보상과 대가를 얻기 위한직무(job)’로 보느냐, 아니면 책임과 권한의 범위를 확대하고 더 높은 연봉과 승진 기회를 얻기 위한경력(career)’ 쌓기 차원에서 접근하느냐, 혹은 하늘의 부르심에 따라 자신에게 주어진소명(calling)’으로 바라보느냐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들은 각자가 처한 상황과 형편에 따라 이 중 어느 한 가지 사고방식을 갖고 일하거나 동시에 두세 가지 태도가 혼재된 상태로 일한다. 가령 5년 전 방영됐던 TV드라마 <  직장의 신  >에서천지간에 중요한 건 자신과 수당과 자격증뿐이라고 믿는 자발적 비정규직미스 김(배우 김혜수 분)’이 직무중심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더 나은 성장과 발전, 학습기회를 위해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고 커리어를 쌓아가는 경력중심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도 많다. 물론 매 순간 모든 업무를 커리어 관리 차원에서 바라보기는 힘들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정말 하기 싫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을 수시로 접하게 된다. 이럴 때는 그저오늘 밥값만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직무중심 관점에서 해치우는 게 현명하다. 이처럼 인간은 같은 사람이라 해도 때에 따라 서로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일하게 된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직무나 경력중심 사고방식의 경우 오로지라는 개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반해 소명중심 사고방식은 기본적으로 나 외에 다른 존재를 인식한다. 거룩한 부르심에 따라 나를 넘어 타인과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며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다른 이들의 삶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목도할 때 보람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흔히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단계설을 이야기할 때 자아실현(self-actualization) 욕구가 피라미드의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다고들 하지만, 실제 매슬로는 말년에 자신의 피라미드 모델을 수정하며가장 높고 가장 포괄적이며 통합적인 욕구로 자아초월(self-transcendence)을 제시했다. 이는 모든 인간에겐 자신을 넘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뿌리깊게 박혀 있다는 뜻이다. 소명의식은 바로 자아실현을 뛰어넘는 최상위 욕구인 자아초월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목적이 이끄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조직 내 자신의 일을 소명으로 여기는 개인이 많아져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진정한 목적경영이 이뤄지기 위해선 개인의 목적과 조직의 목적이 일치해야 한다. 조직의 목적이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생태계 관점에서 정립돼야 함을 감안할 때, 조직구성원 각자가 일을 대하는 방식도 그에 맞게 정렬돼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조직의 목적과 개인의 목적 간 합일점을 찾을 수 있는 첫발을 내디딜 수 있게 된다.

 

결국 목적이 이끄는 조직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구성원 개개인이 각자의 일터에서 자신의 소명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별히 거창한 목적일 필요도 없다. 나의 본질적 정체성, 본연의 모습과 관련 있는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목적을 찾아, 내가 왜 지금 여기에서 이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으면 된다.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와 의미를 깨닫고 일하는 개인이 많아질수록가 아닌타인/공동체를 우선시하는 풍토가 조직 내 조성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리더의 책무

조직원 각자가 일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질지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선택이다. , 자신의 직장을 생계를 잇기 위한호구지책으로 받아들일지(직무중심 사고방식),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는자아실현의 수단으로 여길지(경력중심 사고방식), 아니면 인생의의미추구를 위한 통로(소명중심 사고방식)로 여길지는 1차적으로 각 개인에게 달려있다. 하지만, 조직원들이 일하는 일터를 아무런 기쁨도 보람도 느낄 수 없는밥벌이장소로 만들지, 혹은 자신이 하는 일이 사회에 보탬이 된다는 확신을 갖게 해 주는가치창출의 장으로 만들지는 리더의 몫이다. 사람들 각자가 자신의 소명을 찾아나가는 데 있어 리더가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리더라는 위치가 사람들의 수고와 노력, 헌신을무가치하게 만들어 그들이 하는 일을무의미하게 느끼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천직(天職)으로 여기고 투철한 소명의식에 붙들려 일하는 개인이라 할지라도 탐욕스럽게 사익만을 추구하는 악덕 고용주 밑에서 끝까지 버텨 낼 사람은 많지 않다. 뼈빠지게 일해도 그 수고를 알아주기는커녕 당연시하며 더 많은 성과를 내라고 닦달하는 리더만큼 사람들을 힘 빠지게 하는 건 없다. 본인의 직무와 상관없는 허드렛일이나 자질구레한 업무만 시키거나, 아랫사람의 이야기는 귓등으로도 안 듣고 독단적으로 지시만 내리는 상사도 마찬가지다. 불공평하고 부당한 인사 처리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상사 밑에서 일할 경우, 아무리 심지가 굳은 사람이라도 자신의 일터에서 소명에 붙들려 일하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 리더라는 자리의 무게가 있다. 리더는 자신이 잘못 휘두른 권력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 동시에 조직원들이 서로 존중하며,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와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많은 연구 결과, 자신이 하는 업무가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그 의미를 알게 되면 사람들의 동기부여 수준이 높아져 결국 더 높은 생산성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업무 특성상 감정노동 강도가 심해 동기부여를 하기 어려운 콜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애덤 그랜트(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실험 결과, 기부금 모금을 하는 콜센터 직원들에게 자신들이 모은 돈으로 실제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을 직접 만나 그들이 그 돈으로 얼마나 큰 도움을 받았는지 대화하는 기회를 제공할 경우, 장학금 수혜자들과 직접적인 대면 접촉 없이 전화만 하는 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열심히 일하고 성과도 나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을 무가치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리더들에게 핵심 과제인 이유다.

 

이를 위해 리더는 먼저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조직의 목적을 명확히 정립하고 이를 구성원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로 표현하고 전달해야 한다. 이때 핵심은 리더의 진정성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커녕 갑질을 일삼는 리더가세계 항공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항공사라는 비전이나 ‘Excellence in Flight’라는 슬로건을 외친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 말이다. 소위조직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행해지는 모든 일들은 위선이나 가식, 거짓 없는 리더의 노력이 담보돼야만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마치며

다시 마켓바스켓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아서 T. 디물러스는 직원들에게주인의식을 넘어가족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 경영자였다. 그는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물론 생일, 결혼, 장례 등 크고 작은 경조사까지 일일이 챙겼다. 적극적으로 권한을 위임했고, 비용 절감을 위해 무인계산대를 도입하기보다는사람은 사람이 서비스해야 한다는 철학에 입각해 점원들이 2 1조로 직접 손님들을 응대하게 하는 영업방식을 고수했다. 이 모든 것은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분명한 목적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아서 T. 디물러스의 이 같은 진정성은 2014년 마켓바스켓 시위 당시 직원들로 하여금친척은 혈연으로 엮이지만 가족을 만드는 건 의리(Blood makes you related, but loyalty makes you family)’라는 팻말을 들게 만들었다. 피붙이인 사촌과의 분쟁으로 상처 입은 리더에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생판 남들이 전해줄 수 있는 최고의 위로와 지지가 아닐까 싶다. 혈연을 뛰어넘어 가족의 개념을 확장시킨 이 문구엔 마켓바스켓의 기업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이 문화는 조직원들을 기업이 마땅히 돌봐야 할 가족으로 여긴 아서 T. 디물러스의 한결같은 노력과 헌신에서 비롯됐다. 조직과 개인이 한데 힘을 합쳐 같은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데 있어 한 사람의 리더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나라에도 이처럼 조직과 구성원 각자의 목적이 일치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 조성에 힘쓰는 리더, 진정으로 목적지향적인 조직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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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실동아일보 기자는 서울대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하고 미국 듀크대 푸쿠아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 학위를,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 협동과정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활동했으며 올리버와이만 서울사무소에서 글로벌화, 경쟁전략 수립 등과 관련한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동아일보에서 DBR 제작을 맡았고, 현재 동아일보와 네이버 합작법인인 인터비즈에서 네이버 비즈니스 콘텐츠 큐레이션을 담당하고 있다. 사회를 변화시키며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모델, 지속가능 경영, 목적이 이끄는 리더십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저서로 <  빅프라핏  >(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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