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월호

초크 포인트
에이브러햄 뉴먼(Abraham L. Newman),헨리 페럴(Henry Ferrell)

ECONOMICS + SOCIETY

초크 포인트

 

많은 국가들이 경제 인프라를 정치적 무기로 써서 비즈니스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내용요약

문제

글로벌 경제가 순조롭게 작동하려면 자본, 정보, 부품과 같이 중요한 자원들이 복잡한 전달시스템을 통해 이동해야 한다. 이렇게 중요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인프라는 서로 분산되고 겹쳐 있는 듯 보이지만 핵심적인초크 포인트를 갖는다.

 

새로운 리스크

새로운 정치적 리스크는 특히 미국같이 경제적 네트워크를 지배 도구로 삼기 위해 합법적 권위와 압력을 사용하는 강대국에서부터 발생하며, 그 과정에서 기업이 피해를 입는다.

 

대응방법

다국적기업은 각자가 속한 네트워크상 초크 포인트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정부 압력에 저항하려면 관료들에게 로비활동을 펼치거나 업계 다른 기업들과 협력해 위험요인을 줄여야 한다.

 

 

 

 

미소(美蘇)냉전이 끝난 이래로, 기업들은 놀라운 규모의 글로벌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디지털 파이프라인이 세계 각지에 막대한 양의 자본과 데이터를 이동시키고 있으며, 서플라이체인은 거미줄 같은 무역로를 통해 국경을 종횡무진 가로지른다. 복잡하게 얽힌 네트워크 시스템 덕분에 세계 경제가 순조롭게 돌아가는 것은 당연하게 보인다. 네트워크들은 서로 겹치기도 하고 분산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대부분 네트워크에는 초크 포인트choke point, 즉 목을 조를 수 있는 치명적 구간이 존재한다. 예컨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은행들간의 거래는 벨기에에 있는 단일 조직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정보 저장 시설은 대개 미국에 위치한다. 복잡한 서플라이체인이 단 몇 개의 부품에 좌지우지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의 제품을 만들려면 퀄컴이 만든 칩을 이용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각국 정부는 이런 초크 포인트를 활용해 중립적으로 보이는 인프라를 국가의 전략적 목표에 활용, 통제할 수 있다. 서방세계가 중국의 5G 설비 투자를 우려하는 것은 중국이 이를 통해 통신 네트워크의 핵심 영역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최근 한국정부와의 정치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세 가지 화학물질의 수출을 제한했다. 미국은 세계 무역을 가능케 한 다양한 기술구조에 대한 통제권을 적극 활용해 왔다. 이런 구조를 지배도구로 활용하려는 미국의 의도는 요즘 들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이 같은 새로운 현실은 미국국가안전보장국(NSA)의 전 국장 마이클 헤이든Michael Hayden이 미국 정부가 테크기업에 명령해 미국 영토의 민간 서버를 통과하는 기밀 정보를 공유하도록 강제한 이유를 묘사하는 대목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이것은 우리에게 홈 경기와 같은 것이다.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통신과 컴퓨터 관리 구조를 갖고 있는데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오늘날 기업이 직면한 정치적 위험은 갑작스레 시장의 규칙을 변경하거나 자산을 국유화할지 모르는 개발도상국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 네트워크를 정치적으로 무기화하고 있는 선진국에서도 정치적 위험이 나타난다. 이에 따른 위험 부담은 막대하다. 주요 네트워크에서 배제된 기업은 망할 수도 있다. 어떤 은행이 미국의 적국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미국정부가 은행간 통신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막는다고 가정해 보자. 그 은행은 오랜 기간 글로벌 은행으로 성장할 수 없을 것이다. 테크 제품을 만드는 제조사가 필요한 칩을 구매할 수 없게 되면 곤란에 빠지게 된다. 디지털 허브를 관리하는 기업이 정부의 압박을 받게 되면 기업 평판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예컨대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미국의 IT 대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정보 감시활동에 협력했다는 사실이 에드워드 스노든에 의해 폭로되면서 해외 시장에서 타격을 입었다.

 

그렇다면 글로벌 기업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해당 조직이 의존하고 있는 네트워크를 상세히 파악한 다음, 이들 네트워크가 무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하는 전략을 짜야 한다. 그에 앞서 우선 기업의 임원들은 세계가, 특히 그 안에서 미국의 역할이 변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미국의 새로운 역할

 

우리는 정치학자로서 미국이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제적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현상을 20년 가까이 연구하고 있다. 재계는 미국의 정치적 영향력 행사가 야기하는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과소평가해 왔다. 미국은 오랫동안 글로벌 비즈니스의 지지자이자 보증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안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미국이라는 나라를 잠재적 위협으로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또 세계화의 원동력이 된 네트워크 기술이 오히려 기업을 구속할 수 있다는 사실도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는 국제적인 비즈니스 인프라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미국 우선주의가 세계 경제를 완전히 재편하고 있다고 본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 새로운 전략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앞서 인용한 헤이든의 말은 2013년의 얘기다. 실제로 조지 W. 부시와 오바마 행정부 모두 미국 재무부의 권한과 달러화 청산 시스템을 활용해 금융기관이 이란과 북한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막고자 했다. 미국의 정보기관은 미국 주재 인터넷통신 회사들로부터 잠재적 테러리스트들에 관한 데이터를 압수했을 뿐 아니라 미국정부의 적국, 경쟁국, 심지어 파트너 국가에 대한 첩보활동을 돕도록 시켰다.

 

9·11테러 이후 이런 적극적인 협력은 트럼프 행정부에 이르러 외교적인 노력이 아닌 노골적인 권력행사로 본격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네트워크를 무기화하면서 기업 혹은 우방국과 협조하지 않는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불량 정권 및 테러리스트가 아닌, 선진국이나 중국 같은 경제대국을 타깃으로 삼으며, 그 여파로 중국 및 다른 기타 국가들까지 대담하게 보복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다른 국가들은 자국 이익을 위해 미국의 전술을 똑같이 흉내 내고 있다.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미국의 이란 제재를 떠올려보자. 벨기에에 위치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는 보안화된 금융정보 전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대부분의 글로벌 금융거래가 이 위에서 이뤄진다. 2012년 오바마 행정부와 EU는 이 초크 포인트를 활용해 핵무기 프로그램과 관련한 이란 정부의 양보를 이끌어 냈다. 이들은 2012년 이란 금융기관들을 SWIFT에서 제외했으며, 2015년 핵 합의가 타결된 이후에 그 접근권한을 회복시켰다.

 

하지만 대통령선거 기간 중 트럼프는 이란과의 합의를 격렬하게 비난했다. 유럽 정치인들이 필사적으로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2018년 핵 합의를 철회했고, 독단적으로 이란 석유 구매를 불법화하는 제재를 부활시켰다. 그리고 그런 거래를 돕는 은행은 (외국은행이라도) 미국이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BNP파리바와 기타 은행들은 이미 이전 제재 조치의 위반으로 수십억 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2018 SWIFT는 이란과의 무역에 관한 새로운 벌금이 금융시스템 안정을 해칠 위험을 언급하면서도 이란 은행의 시스템 접근을 차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는 유럽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 프랑스의 재정경제부 장관 브뤼노 르메르Bruno Le Maire는 유럽 국가들이 미국을세계의 경제경찰로 받아들이고 스스로를속국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이란, 북한 같은 불량국가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요 기술부품의 거래에 자국이 가진 사실상의 지배력을 활용했다. 중국 전자통신업체 ZTE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의 수출 통제를 위반하며 이란과 북한에 금지된 기술을 판매했다. 미국 당국은 ZTE에 높은 합의금을 지불할 것을 강요했다. ZTE가 이 합의금을 무시하자 미국 정부는 ZTE가 원하는 퀄컴 칩을 포함한 부품을 미국 기업들이 공급하는 것을 금지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분쟁 과정에서 양보에 대한 대가로 금지 조치를 가벼운 징계로 바꾸지 않았다면 ZTE는 파산했을 것이다.

 

최근에는 미국 정부가 중국 전기통신 대기업인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미국 재계는 정부가 화웨이의 미국 시장 내 제품 판매를 금지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정부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 기술의 수출 제한을 결정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강력한 제재로 미국기업의 존재 자체를 위험에 빠뜨리고 글로벌 공급망에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 조치였다. 화웨이는 1200개 이상의 미국 기업들이 자사와의 계약을 파기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글은 새로운 화웨이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온라인 스토어에서 화웨이 노트북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미국 IT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 광물의 판매 제한과 외국 기업에 대한 자체 블랙리스트 구축을 시작하겠다고 위협했다. 페덱스가 이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를 위기에 처했는데, 아시아 기타 국가에서 출발하는 중국행 화웨이 화물이 미국을 거쳐가도록 고의로 운송로를 바꿨다고 중국 정부가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제조업체들은 이 같은 새로운 경제적 긴장상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중국 거래처를 파악하기 위해 각자의 공급망을 샅샅이 확인하고 있으며, 금융기업들은 친미냐 친중이냐를 두고 고심에 빠져 있다. 트럼프가 미국 기업들에 즉각적으로 중국 공급자에 대한 대안처를 찾으라고명령한 데다가 다른 미국 정책입안자들도 미국 경제를 중국 경제에서 분리시켜디커플링decoupling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 10월 미국 정부는 중국 내 무슬림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침해와 연루됐다는 이유로 28개 중국 기업들을 추가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본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도 미국 법무부는 국가 보안을 근거로 홍콩과 로스앤젤레스를 잇는 3억 달러 규모 해저케이블의 얼마 남지 않은 완공을 막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중국 인터넷기업인 닥터 펑 텔레콤&미디어 그룹Dr. Peng Telecom & Media Group이 참여한 사업이다.

 

 

새로운 게임

 

다른 강대국들도 미국 전략에 대응하고 심지어 미국을 롤모델로 삼으면서, 제조업체간 연결고리와 비즈니스 관계를 두고 조용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공무원들은 중국이 생산한 부품의 보안이 취약해 감시 활동, 심지어 사보타주 활동에 동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의 지도층은 미국이 다른 중국 기업을 상대로 ZTE에 적용한 전술을 추가적으로 사용할까봐 두려워한다. 이들은 미국이 중국의 경제적 힘을 안보위협으로 보고, 중국 경제성장을 저해하거나 심지어 제 기능을 못하게 하려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그래서 중국은 선진 칩의 개발과 제조역량을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술역량을 키워서 미국 정부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EU가 공식적으로 중국을 경쟁국으로 파악하고 중국의 기업 인수를 예의주시하기 시작했지만 유럽은 아직 중국에 훨씬 덜 적대적이다. 실제로 EU는 미국의 영향력 행사를 피하고 더 나아가 이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유럽 국가들은 예컨대 미국의 압력을 덜 받는 대안적인 금융채널에 대한 실험을 시작했다. 2019년 프랑스, 독일, 영국 정부는 미국의 이란 제재를 우회해 대안적 지급수단을 제공하는 인스텍스Instex라는 이름의 국제 물물교환 시스템을 공동으로 만들었다. 인스텍스는 초창기 잡음들이 있었던 데다 이란과 유럽 간 무역규모가 미미해 영향력이 크진 않다. 하지만 유럽의 실험은 미국이 러시아처럼 경제적으로 훨씬 중요한 국가를 상대로 제재 조치를 취할 때 이에 대응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분쟁은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 한국이 제2차 세계대전 배상금을 청구하자, 일본이 반도체와 제조업에 필요한 주요 화학물질의 한국 수출을 막으면서 압박했을 때 삼성과 LG 이사진들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에 대해 한국은 일본에 난방유 공급을 중단함으로써 보복하겠다고 위협했다. 정치적 분쟁에 본의 아니게 비즈니스가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노출된 위험을 파악하기

 

가장 직접적으로 위험에 처한 기업은 바로 초크 포인트에 위치한 기업들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계, 비자의 지불 채널, 페덱스의 배송 및 물류 서비스, 퀄컴 칩은 글로벌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모두가 접근하려고 하며 그렇기 때문에 엄청난 이익을 창출해 왔다. 이들은 금광을 발견한 것처럼 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이제 강대국 정부들이 국가안보를 목적으로 그들을 이용하려고 하면서 정치적인 취약점에 노출됐다.

 

이제 막 초크 포인트가 되는 위치에 놓인 기업들 또한 압력을 받을 수 있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 조치의 배후에는 직접적인 공포심이 자리잡고 있다. 바로 미국이 중국에 5G 네트워크와 사물인터넷에 대한 통제권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전 세계가 중국의 통신기술에 의존한다면 미국의 안보는 위협받을 것이다. 고의든 아니든 초크 포인트를 만들 때는 집중적인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초크 포인트 기업들을 표적으로 삼는다면, 다른 기업도 십자포화를 맞을 수 있다. 미국의 화웨이 거래 금지의 여파는 해당 기업의 공급망 전체로 퍼져 나갔다. 미국의 칩 제조사 스카이워크스Skyworks는 화웨이에 대한 매출이 전체 매출의 12%를 차지하는데, 이번 조치로 기습공격을 당한 격이다. 회사 주가는 크게 하락했고 회복하는 데 수주일이 걸렸다. 서플라이체인의 위쪽에서도 이런 정치적 불확실성이 문제가 됐다. 모든 통신회사들이 5G 투자를 연기하고 있다. 스웨덴의 텔레2Tele2 CEO인 앤더스 닐손Anders Nilsson은 직설적으로의사결정이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화웨이뿐만 아니라 모든 공급자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보복으로 경제적 여파는 더 커질 조짐이다. 시스코의 CEO 척 로빈스Chuck Robbins는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반발로 회사가 타격을 받고 있다며입찰에 초대받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시장 참여 자체도 용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초크 포인트 공급자도 아니고 직접적으로 서플라이체인 위에 놓여 있지도 않은 주변부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5G 출시의 지연은 모바일 기기들과 영상 콘텐츠와 여러 스마트 네트워크 관련 제품시장 전체의 지형도를 바꿀 수 있다.

 

그렇다면 다각화를 통해 이런 새로운 형태의 위험을 피할 수는 없을까? 기업은 일반적으로 단일 공급자에 의존하는 것을 피하려고 노력한다. 해당 공급자가 가격을 인상하거나, 경쟁사로 거래처를 옮겨버리거나, 파산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컨대 어떤 핵심 부품에 대한 모든 공급자가 같은 국가에 위치해 있거나, 같은 초크 포인트에 의존하고 있다면 다각화를 한다고 해서 정치적 위험을 완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그 대신에 기업 경영자들은 대안적인 네트워크 허브나 취약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내 혹은 국내 역량 개발을 고려해야 한다. ZTE 사건 이후 화웨이는 위험을 인식하고 필요한 미국산 부품을 비축했다. 여분 확보 또한 취약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정 분야가 직면한 리스크를 분석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트럼프 행정부(그리고 다음에 들어설 정권들)는 다수의 네트워크를 무기화할 텐데 특히 일부 분야는 다른 분야보다 이런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최근 중국과의 분쟁에서 미국은 통신, 드론, 감시 시스템 같이 상용화 및 군사적 적용이 모두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이보다 예상하기 힘든 분야들도 점차 취약해지고 있다. 베이징 쿤룬 테크Beijing Kunlun Tech는 미국이 동성애 데이팅 네트워크인 그라인더Grindr에 대한 투자금 회수를 요청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정보가 협박용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감안한다면 예상할 수 있는 조치였다. 자기 분야에는 정치적 위험이 없다고 안심하는 기업이라면 미국 방위 관련 법안이 2018년 중국의 CCTV 제조기업인 힉비전Hikvision과 그 감시기술을 타깃으로 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 카메라가 부착된 초인종같이 별로 해로워 보이지 않는 제품을 생산한다고 해서 정치적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미국 정보기관에서도 화웨이에 대해 수년 전부터 경고해 왔다. 하지만 기업 임원들은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이런 작은 신호들을 무시했다.

 

 

위험 경감하기

 

위험요소를 파악하는 것은 첫 단계에 불과하다. 글로벌 경제가 개방 경제에서 멀어짐에 따라 기업은 경제적 효율성과 안보 간 균형을 맞추는 새로운 전략과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사실상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 협력, 저항 혹은 교육이다.

 

9·11테러 이후 미국 정부는 민간에 도움을 청했다. 페덱스를 필두로 네트워크 초크 포인트를 운영하는 일군의 기업들이 정부와 협력하겠다고 자원했다. 페덱스 CEO 프레드 스미스Fred Smith는 당시우리는 우리의 자산을 보호하고, 나쁜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국가의 정부와 협력하는 방식은 장점도 있지만 다른 정부에서는 해당 기업을 타깃으로 삼을 이유가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한 예로 HSBC는 미국 당국이 화웨이에 대한 금융정보 제공을 요구하자 이에 응했는데, 그로 인해 지금 중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를 위기에 처했다.

 

일부 기업은 협력보다는 저항을 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애플은 정부가 눈독을 들이는 타깃이다. 아이폰 운영체제는 국민들이 서로 나누는 이야기를 알아낼 수 있는 감시활동의 핵심 허브가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애플이 어느 누구도, 심지어 애플 자체도, 사용자 패스워드 없이는 스마트폰에 접속하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려고 애쓴 이유다. 데이터를 원하는 정부에게서 비슷한 압력을 받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보다 직접적인 정치적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바로 사이버 보안의 핵심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디지털 제네바 협약the Digital Geneva Convention이라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이끄는 것이다. 민간 기업들이 공격적인 사이버 공격 행위에 참여하지 않도록 약속하게 설득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엔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공격도 포함된다. 이미 100개 이상의 기업들이 본 이니셔티브의 사이버 보안 기술 협정Cybersecurity Tech Accord에 서명했다. 미국, 중국,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경제적 초크 포인트를 관리하는 기업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정치와 분리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 공무원들을 교육함으로써 네트워크 공격의 일부 잠재적 여파를 약화시킬 수 있다. 네트워크 연결은 너무나 복잡해서 정책입안자들은 개입이나 간섭활동으로 어떤 예상 밖의 결과가 초래될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국이 러시아 금속 대기업인 루살Rusal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했을 때 그로 인해 유럽 자동차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은 예상하지 못했으며, 결국 급하게 제재방안을 수정해야 했다. 기업의 대관업무 담당자들이 정책입안자들을 만나 교육을 많이 하면 할수록 상황은 좋아질 것이다. 기업은 부정적 파급력이 큰 정책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저항할 수도 있다. 화웨이 거래 금지 이후 미국 반도체 산업은 상무부와 백악관이 조치를 완화하도록 조용히 로비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과거에는 세계화가 이뤄지지 않은 지역이 정치적으로 위험하다고 여겨졌다. 이제는 글로벌 경제의 바로 중심에서 정치적 위험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위험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가능케하는 바로 그 인프라에서 비롯되고 있으며, 강대국들은 이를 무기화하고 있다. 기업 경영자들이 이런 새로운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헨리 페럴(Henry Ferrell)은 조지워싱턴대 정치학과 국제관계 교수다.

에이브러햄 뉴먼(Abraham L. Newman)은 조지타운대 정치외교학 교수다. 또 같은 대학의 국제관계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번역 권정희 에디팅 배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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