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8월(합본호)

홀라크라시 논란을 넘어
마이클 리(Michael Lee),니코 캐너(Niko Canner),존 번치(John Bunch),이선 번스타인

홀라크라시 논란을 넘어

차세대 자기경영 팀의 의욕적인 주장과 실질적인 약속

이선 버스타인, 존 번치, 니코 캐너, 마이클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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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5, 라스베이거스의 어느 목요일 오후였다. 미국의 온라인 신발쇼핑몰 자포스의 사무실 한 곳에 직원 5명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자포스 내 홀라크라시Holacracy[1]

시행을 감독하는 책임을 맡은 서클로, 홀라크라시의 효과성에 대해 의문을 갖고 이의를 제기하는 중이었다.

자포스는 의사결정 권한을 개인보다는 이른바서클circles이라는 유동적 형태의 팀과 역할에 부여하는 자기경영self-management방식인 홀라크라시를 시행하는 회사 중 가장 규모가 큰 기업이다.

 

그 회의가 있기 두 달 전, 자포스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토니 셰이Tony Hsieh는 자기경영이 잘 맞지 않는 직원은 물론 그 외 다른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모든 직원에게 퇴직장려금severance packages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직원 대부분은 잔류를 택했지만 홀라크라시 때문에 퇴직하는 6%를 포함해 총 18%의 직원이 퇴직장려금을 받고 사표를 냈다.

 

퇴직자를 대상으로 치러진 면담과 설문조사에서 6%는 홀라크라시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화려한 버즈워드shiny buzzword’를 배우려고 교육도 받아보았지만 업무방식에서는 달라진 점을 거의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새로운 조직구조에서는승진, 보상, 책임이 명료하게 정의되지 않아 모호할 뿐 아니라 기본적인 조직관리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도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홀라크라시가불완전하고 비현실적인실험적 아이디어라고 결론 내렸다. 비록 자포스의 많은 직원들은내 재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역할이 생기고직원 각자가 조직의 거버넌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됐다등 다양한 이유로 홀라크라시를 좋아했지만, 퇴직을 선택한 직원들에게 그 제도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다. 회사를 위해, 그리고 자신의 경력을 위해 회사의 경영실험에 동조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그런 이들에게 셰이의 퇴직장려금 제안은 이직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홀라크라시 같은 다양한 유형의 자기경영 조직은 자기경영팀 분야에서 불고 있는 최신 트렌드다. 그리고 그런 새로운 구조에 관한 글을 썼던 관찰자 대부분의 시각은 첨예하게 갈린다. , ‘상사 없는’ ‘수평적인 환경이 융통성을 키우고 몰입도를 끌어올린다고 치켜세우든가,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무시하는 어설픈 사회적 실험일 뿐이라고 깎아내리든가 둘 중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정확하고 균형 잡힌 관점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탈관료제post-bureaucratic’ ‘탈구조주의post-structuralist’ ‘정보기반’ ‘유기적등 이런 구조를 설명하는 버즈워드에 현혹되지 말고, 일선 현장에서는 물론이고 기업 차원의 전략과 정책에서 이런 자기경영이 무슨 이유로 발달하게 됐고 어떤 식으로 실행되고 있는지를 살피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이 글의 목표다.

 

필자들은 그간의 연구와 경험을 토대로,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요소들이 모든 종류의 기업에 귀중한 도구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접근법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일 때에는 실질적인 문제도 따라온다. 가령 자포스는, 직원 이탈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후 홀라크라시 시행 책임이 있는 서클holacracy adoption circle이 정상궤도로 복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홀라크라시가 전면적으로 시행하기에는 지나치게 소모적인 구조라며 백기를 드는 조직들도 생겨났다. 예를 들어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미디엄Medium은 최근 홀라크라시를 포기했는데, 사업본부장 앤디 도일Andy Doyle은 블로그에서모든 노력을 수평적으로 조직화하기가 힘들었다며 포기 이유를 밝혔다. 자기경영 접근법을 토대로 조직 전체에서 누가 무슨 일을 하고 누구에게 어떻게 보상해 줄지를 결정하기는 어렵고도 불확실한 일임에 분명하다. 게다가 성공 가능성도 불투명해서 끝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할 위험도 있다. 이렇기 때문에 필자들은 새로운 접근법과 전통적인 모델을 결합함으로써 효과를 볼 수 있는 환경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매력 요인은 무엇일까?

 

자기경영 모델의 매력을 더욱 확실히 이해하려면 가장 필요한 조직의 역량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바로 신뢰성reliability과 적응성adaptability이다. 신뢰성은 예측 가능한 주주 수익 창출, 규제 준수, 안정적인 고용률 유지, 고객 기대치 충족 등 많은 개념을 아우른다. 이는 적응성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지역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이나 제조과정에 작은 많은 변화를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 있는가 하면, 전략이나 역량에서의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도 있다.

 

 

 

 

[1]영국 철학자이자 작가인 아서 쾨슬러Arthur Koestler 1967년 저서에서

자율적이면서 자급자족적인 결합체라는 의미로 소개한 신조어

홀라키holachy’통치’‘지배를 뜻하는크라시cracy’를 붙인 합성어
 

 

 

Idea in Brief

 

첨예한 찬반

 

홀라크라시와 여러 자기조직화 개념들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지지자들은 그런 개념들이 융통성, 몰입, 생산성, 능률을 촉진하는수평적인 환경이라고 반색한다. 비판가들은 비현실적이고 허무맹랑한 사회적 실험이라고 일축한다.

 

현실

 

두 주장 모두 완전히 옳지는 않다. 비록 새로운 형태의 구조가 조직들이 적응성과 민첩성을 높이는 데는 유익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그런 원칙을 전면적으로 채택해서는 안 된다.

 

잠재력

 

대체로 개별적 접근법이 효과적이다. 조직들은 적응성이 많이 요구되는 영역에서는 자기경영 요소들을, 신뢰성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영역에서는 전통적 모델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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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조직은 신뢰성과 적응성 모두를 일정 수준까지 달성해야 한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둘의 관계는 시소 타기와 비슷하다. 가령 신뢰성을 획득하기 위해 지나치게 표준화한다면 기업은 변화하는 시장에 둔감해질 수 있다. 반대로 적응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조직은 분열되고 집중화와 규모화를 통해 창출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놓칠 수 있다. 스티브 잡스라는 선장이 잠시 떠났을 때 애플이라는 배가 얼마나 방황했는지 떠올려 보라. 비록 경영위계 조직managerial hierarchy이 신뢰성과 적응성 모두에서 실수를 범할 수 있지만, 대개의 경우는 신뢰성을 지나치게 강조해 결과적으로 경직되고 불필요한 형식절차로 점철된 조직을 만들고 만다.

 

직원들에게도 신뢰성과 적응성 모두가 필요하다.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직원들은 안정적인 근무환경에서 중요한 자원을 제공받고 각자의 목표와 책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동시에,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재량적 권한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경영위계조직에선 직원들에게 그런 융통성과 재량권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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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 입장에서는 신뢰성과 적응성 간 적절한 균형을알기가 쉽지 않다. 설령 그런 균형을 안다고 해도, 조직이 그런 균형을 달성하도록 이끌기는 힘들다. 이렇기 때문에 자기경영을 통해 바람직한 균형을신중히 찾아가는조직을 만드는 데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간 이런 노력이 이뤄졌다. 그렇다면 이런 노력은 언제 시작됐을까? 혹자는 약 65년 전 자기경영 팀의 생산성 향상 능력이 처음으로 인정받았던 때를 출발점으로 꼽을지도 모르겠다. 영국의 비영리조직으로 사회과학 아이디어를 조직적 상황에 적용시키는 타비스톡 연구소Tavistock Institute의 초창기 멤버였던 에릭 트리스트Eric Trist는 석탄광산에서 광부들이 자율적으로 조직한 팀들이 생산성을 급격하게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는장벽식longwall’ 채탄법이 단연 베스트 프랙티스로 여겨졌다. 각 팀은 하나의 과제를 수행했고, 하나의 과제를 완수하면 다음 과제를 시작하는 순차적인 방식을 취했다. 이는 프레드릭 테일러Frederick Taylor의 과학적 관리법scientific management[2]과 헨리 포드의 조립라인을 결합한 모델이었다. 하나의 팀은 현재의 과제를 완수해야만 다음 과제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잉글랜드 사우스요크셔의 석탄광산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일을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조직화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순전히 자발적으로 말이다. 다양한 기술을 보유한 자율적 그룹, 상호 교환이 가능한 역할, 관리감독을 최소화시킨 작업조 체제 덕분에 그들 광부는 앞의 작업조가 일을 완수하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 하루 24시간 계속해서 석탄을 채굴할 수 있었다. 당시는 동일한 과제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데서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믿음이 팽배했다. 그러나 그런 믿음과 정면으로 대치함에도 불구하고 그들 광부의 생산성은 급격하게 치솟았다.

 

 

지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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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경영 팀은 1970~1980년대에 걸쳐 다양한 형태를 취하면서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 가령 유럽에서 자기경영 팀은 참여적 경영participative management과 산업민주주의industrial democracy[3]와 동의어가 됐다 한편 일본에서는 품질분임조quality circle[4]와 지속적인 개선노력으로 진화했고, 미국에서는 혁신 태스크포스를 조직화하는 기본 얼개가 됐다. 많은 기업들은 자기경영 팀 체제로 전환함으로써 주로 제조와 서비스 운영 측면에서 획기적인 돌파구를 찾았다. 일례로 스웨덴 칼마르Kalmar에 위치한 볼보의 한 공장은 1987년 불량률이 90%나 감소했고, 페덱스는 1989년 배송 실수가 13%나 줄어들었다. 또한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반 미국의 식품유통업체 C&S 홀세일 그로서스C&S Wholesale Grocers는 자기경영 팀들이 운영하는 물류창고를 만들었고 경쟁업체들에 비해 60%에 달하는 비용 절감 효과를 누렸다. 이뿐만 아니라 식료품 제조회사인 제너럴 밀스는 자기경영 팀제를 채택한 공장들에서 생산성이 무려 40%나 증가했다.

[2]작업과정에서 노동자의 태만을 방지하고 능률을 최대로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 시간 연구와 동작 연구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과업관리(task management, 공정한 1일의 작업 표준량을 과학적으로 도출해 근로자의 과업 표준을 결정)를 하는 방법. 창안자의 이름을 따서 테일러리즘(Taylorism)으로도 불린다.

[3]노무자를 산업조직에서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자고 주장하는 주의

[4]같은 직장 내에서 작업 및 업무와 관련된 문제점을 찾아내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아서 실행에 옮길 목적으로 자발적 모임을 지속적으로 갖는 소집단 

 

 

 

 

다양한 자기경영 팀이 1990년대 전반에 걸쳐 더욱 널리 확산됐다. 이런 현상에는 갈수록 복잡성과 역동성이 증가하는 업무환경에서 생산성을 증가시킨다는 장밋빛 전망도 한몫 했다. 그렇지만 그런 제도를 채택한 대부분의 기업에서 아직까지는 작은 움직임에 불과했다. 소수의 직원들만이 참여했고, 대체로 신뢰성보다는 적응성이 더욱 요구되는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각 구성원들이 각자의 성과를 쉽게 모니터링하고 자신의 업무방식을 반복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기경영 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침내 사람들은왜 자기경영 팀 체제에서 멈춰야 하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찌됐든 자기경영 팀을 둘러싸고 얼기설기 얽힌 매트릭스 구조와 복잡한 보고관계는 종종 팀의 발목을 붙잡고 능률을 저해한다. 예를 들어 10여 년 전에 C&S CEO 릭 코헨Rick Cohen은 자사의 자기경영 팀 성공스토리를 강연하기 위해 하버드경영대학원을 방문했을 때에 말했다. “자기경영 팀제를 시행할 때 가장 큰 애로점은 그 프로세스에서 관리자들을 배제시키고 팀들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이럴 바에는 자기경영 원칙들을 조직 전체에 적용함으로써 매트릭스 구조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게 어떨까?

 

 

 

실제로 조직들은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경영구루 워런 베니스Warren Bennis와 헨리 민츠버그Henry Mintzberg 1980년대에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경영구조인 애드호크라시adhocracy로의 변화에 주목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후에는 인터넷이 가끔네트워크화된 기업networked firm’이라고 불리는 구조의 모델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더욱 최근에는 오픈소스운동open-source movement, 애자일 방법론agile methodology[5],스크럼 방법론scrum methodology[6], 공유경제 등이 반응성이 뛰어난 참여적인 구조에 영감을 줬다. 그런 구조는 홀라크라시와 포듈래리티podularity 등 각 기업이 자기조직화 개념을 자사의 특수한 상황에 맞춰서 적용한 다양한 형태가 포함된다. 특히 포듈래리티는 큰 프로젝트를 여러 작은 프로세스로 쪼개 추진하고 사전 계획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신속하게 반복하는 방식을 취하는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에 뿌리를 둔다. 이런 구조들은 자기경영 기법의 도움으로 신뢰성과 적응성을 균형 있게 추구하기 위해 최근에 시도된 사례일 뿐이다.

 

새로운 형태는 위계적 계층구조의 제약을 거부한다. 그러나 어떤 점에서는 막스 베버가 1900년대 초반에 정의한 관료제를닮았고’, 이는 널리 알려진 관점과 정면으로 대치한다. 베버의 관료제는 지위나 계층 혹은 부()가 아니라 탈개인적 규칙과 역할에 권한을 부여했다. 그 아이디어는 일관성 없는 상사의 독재적 관리방식에서 부하직원을 해방시키기 위해 탄생했다. 자기경영 시스템 역시 그런 관료제경직성은 훨씬 덜하다와 똑같은 목표를 지향한다. 이렇게 볼 때 자기경영 시스템은관료제 2.0’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자기경영 시스템과 관료제의 근본적 차이는 무엇일까? 신뢰성과 적응성의 조화로운 균형을 위해어떻게노력하고 어떤 균형을 추구하는지가 다르다. 전통적인 조직들이 뉴턴의 물리학 법칙개별 입자들의 경로를 정확히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에 의해 지배되는 기계가 되고 싶어 한다면, 자기경영 구조는 급격히 증식하고 진화하는 생물학적 유기체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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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경영 조직은 어떤 모습일까?

 

자기경영 조직의 뿌리가 자기경영 팀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런 조직에서 자기경영 팀과 비슷한 행동강령을 따른다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 않다. 구성원들은 업무에 대한 책임, 목표를 성취하는 방법을 둘러싼 권한, 자원 사용에 관한 재량권, 업무와 관련된 정보와 지식의 소유권 등을 전부 공유한다.

 

하지만 실제로 기업 전체를 이런 식으로 운영한다는 게 대체 무슨 뜻일까? 다양한 기업들이 실제로 이런 급격한 경영변화를 시도했다. 자포스는 두말할 필요 없고 비디오게임과 게임플랫폼 개발업체인 밸브Valve, 다양한 혁신적 제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테크놀로지기업 W. L. 고어Gore, 세계 최대 토마토 가공업체 모닝스타Morning Star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모닝스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2011 12월호 HBR에 실린 세계적인 경영사상가 개리 하멜의 글 ‘First, Let’s Fire All the Managers’를 참조하라. 앞서 말했듯이 필자들은 자기조직화 개념을 활용한 다양한 조직형태를 조사했고,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지고 가장 완벽히 구체화된 시스템이 홀라크라시다. 홀라크라시는 구조의 공식성formality[7]이 높고 그래서 이해하고 조사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데다 다른 디자인들보다 더욱 자주, 그리고 대규모로 시행된 덕분에 필자들은 이 글에서 홀라크라시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려 한다.

 

[5]  애자일은 기민한 혹은 좋은 것을 빠르고 쓸데없는 낭비 없이 만드는 것이라는 뜻으로, 요구사항을 초기에 완벽하게 취합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개발 주기를 반복하고 고객과 소통하면서 소프트웨어의 품질을 발전시키는 방법론

[6]  프로젝트를 위한 상호, 점진적 개발 방법론으로 애자일 방법론의 하나

[7]  조직 내의 직무가 표준화돼 있는 정도를 가리키는 말로, 조직구성원 및 조직 관련자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규정하고 명시한다.

 

 

 

 

 

자기조직화 모델은 대개 3가지 공통점을 갖는다.

 

팀이 구조다.홀라크라시에서 자기경영 팀은서클이다. 이것이 포듈래리티에서는포드pod’이며 밸브에서는카발cabal’이고, 많은 조직에서는 그냥이다.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좋다. 핵심은, 각 구성원이나 사업단위 혹은 부서나 사업부가 아니라 이런 기본 구성 성분이 조직을 구성하는 필수적인 빌딩블록이라는 사실이다. 그런 구조 내에서 과제 완수라는 목표를 위해 각각의 역할이 집단적으로 정의되고 배분된다. 전통적인 조직에서처럼 서로 다른 프로젝트나 기능(재무·기술·판매), 세그먼트(고객, 제품, 서비스)를 담당하기 위해 서로 다른 팀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기경영 기업에서는 그 이상이다. 요컨대 조직의 전체 구조가 훨씬 잘게 쪼개져 세분화된다. 자포스의 경우 150개였던 부서가 홀라크라시를 도입한 이후 500개의 서클로 분화됐다.

 

모듈식의 구조에서는, 팀들이 특정한 사업단위와 부서에 공평하게 포진하는 시스템에서보다 기업 전체에 걸쳐 플러그-앤드-플레이plug-and-play[8] 활동이 더욱 용이하다. 그리고 직원들이 조직의 니즈 변화를 인지함에 따라 팀들이 쉽게 구성되고 해체된다. 이는 대개의 경우 목표를 달성한 다음에도 임시팀들을 연결시켜 주는 매트릭스 구조가 없다는 점만 제외하면, 전통적인 조직의 태스크포스팀 및 프로젝트팀과 다르지 않다. 한편 유독 쉽게 만들어지고 쉽게 해체되는 팀들도 있다. 새로운 목표와 임무, 이니셔티브가 나타나면 구성원들은 그 문제를 다루기 위해 서클이나 포드 또는 카발을 구성한다. 예컨대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의 공영방송사 KETC는 금융위기와 최근에 발생한 퍼거슨 소요사태Ferguson Unrest[9] 같은 주요한 사건에 대한 지역사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프로그램 편성에 포함시키기 위해 임시팀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팀이 스스로 디자인하고 지배한다.물론 자기조직화는 대부분 전통적인 유형의 위계구조를 회피한다. 그러나 팀들은 더욱 큰 구조의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고, 그런 구조를 형성하고 수정하는 데에 영향을 미친다. 홀라크라시 조직들은, 어떤 서클을 만들고 수정하고 해체할지를 결정하는 규칙을 담은 실질적인 문서인 헌장constitution을 작성한다. 따라서 서클들은 비단 스스로를 자율적으로 관리할 뿐 아니라, 그런 가이드라인 내에서 스스로 디자인하고 지배한다. 홀라크라시 헌장은 구성원들의 업무방식을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클이 어떻게 구성되고 기능해야 하는지, 역할을 어떻게 정의하고 배분해야 하는지, 각 역할의 범위와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서클이 어떻게 상호작용해야 하는지에 관한 개괄을 설명한다.

 

자체적인 자기경영 모델을 개발한 모닝스타에서 직원들은 업무적으로 관련이 있는 동료들과 상의해 공식합의서를 작성한다. 모닝스타 내부적으로동료양해각서colleague letters of understanding, CLOUs’라고 부르는 그 합의서는 책임, 활동, 전반적인 목표를 명시하고 매우 상세한 성과 측정지표를 포함한다. CLOUs는 조직에 대한 직원들의 업무약속을 명시하는 사실상 계약서다. 이는, 당신의 지난 업무를 평가하는 성과 리뷰와는 반대로, 동료들에게 당신이 향후 무엇을 성취할지를 알려줘 당신에 대한 기대를 창출시키는 연간 성과 프리뷰performance preview와 비슷하다. CLOUs의 조건은 매년 공식적인 협상을 통해 결정되지만, 업무에 요구되는 새로운 조건과 개개인의 역량 증가 및 변화하는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위해 연중 어느 때라도 수정이 가능하다.

 

리더십은 상황에 달려 있다.자기경영 조직에서 리더십은 사람이 아니라 역할에 따라 배분된다. 대체로 각 직원은 다양한 팀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업무가 변하고 또한 팀들이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내고 정의함에 따라 리더십의 책임은 끊임없이 변한다. 테크놀로지는 이런 변화를 똑바로 정리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예컨대 홀라크라시에서 글래스프로그GlassFrog나 홀라스피리트HolaSpirit같은 전사적 소프트웨어는 대개 모든 서클과 역할의 목적, 책임, 의사결정권을 문서화하는 데 사용되고, 그런 정보는 조직의 모든 구성원에게 공개된다. 한편 모닝스타는 CLOUs를 사내 서버에 저장해 모든 직원이 각 직원의 약속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한다. 자기경영 조직에서 투명성은 팀간 통합을 가능하게 하고, 세분화된 모든 역할은 전통적인 조직에서보다 가시성이 높다.

 

누군가가 특정 역할에 맞지 않을 때 그 역할은 다른 사람에게 다시 할당된다. 물론 역할을 할당하는 일 자체도 하나의 독립된 업무다. 홀라크라시에서도 그 일을 전담하는 역할이 별도로 존재한다. 바로리드 링크lead link’. 리드 링크는 역할을 할당하는 일 외에도, 가령 소셜미디어를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에 연결시키듯이, 특정 서클을 그 서클을 내포하는 더 큰 서클들과 연결시키는 책임도 맡는다. 포듈래리티처럼 자기경영 개념을 좀 더 유연하게 적용시킨 경우에도 역할들은 탄력적으로 재할당되지만, 어떻게 재할당할지에 대한 결정권은 조직의 몫이다.

이런 3가지 특징이 합쳐져, 영향력 있는 개인의 명령이나 지시보다는 업무의 요구조건에 잘 반응하는 조직이 탄생한다. 전통적인 관리방식은, 무엇이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깊은 통찰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직무기술서에 명시됐다는 이유로 상사가 직원에게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라고 규정할 때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지는 셈이다. 자기경영 조직은 관리자들의 이런 규정 능력을 상당부분 박탈하며,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구조화 프로세스structuring process를 통해 질서와 명료함을 유지한다.

 

[8]본래는 꽂으면 곧바로 실행된다는 뜻으로, 컴퓨터 실행 중에 주변 장치를 부착해도 별다른 설정 없이 작동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조직의 상황에서는 유연한 변화능력이 있어 어떠한 변화에 끼워 맞춰도 즉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9]2014 8 9일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마이클 브라운Michael Brown이라는 흑인 소년이 비무장 상태에서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이후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중심으로 발생한 시위와 시민 불복종 사태 

 

 

일선 현장의 목표는 무엇일까?

 

자기경영 조직에 대한 최근의 실험은 성과를 향상시킬 몇 가지 방법에 초점을 맞췄다. 각각의 영역에서 그들 조직은 성공과 동시에 문제를 드러냈다.

 

구성원 각자의 역량과 조직의 목표를 일치시키는 역할을 디자인하다.전통적인 조직에서 각 구성원은 포괄적으로 정의된 하나의 역할 내에서 업무를 수행하며, 보통 새로운 업무를 스스로 만들거나 업무 간 이동하기가 어렵다. 반면 자기경영 시스템에서 각 구성원은 매우 구체적으로 정의된 몇몇 역할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변화하는 조직의 니즈와 개인의 니즈에 발맞춰 새로운 역할을 만들거나 기존 역할을 수정한다. 예컨대 자포스는 현재 직원 각자가 평균 7.4개의 역할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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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경영 시스템에서 구성원들은 상호 협상을 통해 각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구성원을 선정해 역할을 배분한다. 그 과정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강점을 유감 없이 발휘하고 관심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누군가에게는 유익해도 팀이나 조직에는 해로울지도 모르는 역할에 대한 안전점검표의 역할도 한다. 모닝스타에서 직원들은 역량과 업무를 일치시키기 위해 각자의 CLOUs를 공동으로 작성하고 수정한다. 한편 자포스는배지badge’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출범시켰다. 이름표처럼 각자가 제공해야 하는 기술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표기한 배지는 이미 특정 분야에서 실력이 검증된 멘티에게 직원들이 직접 수여한다. 가령 필요할 때 고객의 e메일에 직접 반응할 수 있는 제한적 권한이 있는 직원에게는신예작가rookie writer’, 홀라크라시 소프트웨어인 글래스프로그에 능통한 직원에게는글래스프로그 천재GlassFrog genius’라는 배지를 수여하는 식이다. 홀라크라시에서 서클 구성원들은 제안된 역할 변화가서클 전체를 역행시킬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할 때 반대할 수 있다. 그러면 그 변화를 제안한 직원은 제기된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또는 해결할 수 없다면 최후의 수단으로서 그 제안을 철회해야 한다.

 

이런 역할디자인 접근법은 직원들에게 각자의 업무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세계적인 금융자동화기기업체로 홀라크라시를 도입한 ARCA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라이언이 좋은 예다. 여담이지만 필자 중 한 명은 ARCA가 홀라크라시를 도입하고 시행하는 과정을 1년 이상 관찰했다.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열정이 남달랐던 라이언은 처음부터 ARCA의 소프트웨어가 일관된 모양과 느낌을 제공해야 함에도 그런 니즈가 충족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어느 날 라이언은 팀의 구조화 회의에서 그 일을 전담할 역할을 새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른바 사용자 인터페이스 연락담당자UI liaison였다. 모든 구성원은 그 역할이 서클 전체에 아무런 해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역할을 만들었고 그 아이디어를 제안한 라이언에게 리드 링크 역할을 맡겼다. 한편 라이언은 기존에 해오던 소프트웨어 개발자 역할도 병행했다. 이로써 라이언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서클 전체의 성과를 향상시키는 동시에 개인적으로는 직업적인 성장기회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하나의 기능에 전적으로 헌신하는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고정된 구조와는 달리, 이처럼 새로운 조직형태는 직원들이 조직의 다양한 영역에서 담당할 수 있는 고도로 초점화된 역할을 통해만능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에 대해서는 ARCA의 칼이 모범적 사례를 보여준다. 회사가 홀라크라시를 채택하기 이전에 입사했던 칼은 법학대학원을 갓 졸업한 새내기로 비록 비즈니스 경험은 거의 없었지만 전문적인 법률지식과 뛰어난 분석력으로 엄청난 잠재력을 나타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뛰어난 재능 덕분에 칼은 성장가도를 달리던 ARCA에서 판매, 법률 서비스, 운영부문의 여러 역할을 두루 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여러 기능집단에 발을 걸치며 일하다 보니 자신의 기여가 조직구조에서미아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ARCA가 홀라크라시를 채택하자 다양한 서클에 포함된 칼의 여러 역할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칼은 자신의 가치가 이전보다 확실히 인정받는다고 생각했고, 이런 확신은 스스로 변화를 시작하고 결정할 수 있는 높은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칼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홀라크라시를 시행하기 전에도 상당한 자율을 누린다고 생각했지만 늘 사람들에게 끌려 다니며 구구절절 설명해야 했습니다. 홀라크라시를 도입하는 조직은 직원들에게이제는 누구에게도 설명할 필요가 없어라고 선언하는 셈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판단력과 재량권을 더욱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붙잡았습니다.” ARCA가 홀라크라시를 도입하고 몇 달 후 칼의 어떤 동료가 말했듯이홀라크라시는 사내에서 그의 영향력을 확대시켰습니다.”

 

칼은 이 모든 일을 어떻게 해냈을까? 홀라크라시 덕분에 칼은 자신의 시간을 유익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역할을 과감히 포기할 수 있었다. 가령 구조화 프로세스를 통해 몇몇 행정적 책임을 카브아웃carve-out[10]해 따로 떼어냈고, 그런 책임에 독립된 역할을 부여했다. 결과적으로 그 리드 링크 역할은 열정적인 어떤 신입직원에게 돌아갔다. 비록 책임과 역할에 관한 이런 변화가 관리자가 아니라 특정 개인에서 시작됐지만, 상당히 공식적이면서도 형식화된 과정과 절차로 이뤄졌다.

 

이런 식으로 역할을 디자인할 때의 장점은 간단명료함이다. 스스로가 프로세스를 주도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의미 있는 일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간다는 사실에 커다란 애착을 갖는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석좌교수이며 조직혁신 권위가인 테레사 에머빌Teresa Amabile일터에서의 내적 삶의 질에 관한 실질 사례를 수집했다. 거의 12000건에 달하는 그녀의 사례에서 보면 좋은 날과 나쁜 날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두 요인을 알 수 있다. 첫째는 아무리 작은 승리일지라도 전진한다는 기분을 매일 느끼는 것이고 둘째는 자원, 조언, 도움을 제공하는 동료들이 곁에 있는 것이다. 이런 두 요인은 창의적 문제 해결, 동기 부여, 몰입과 깊은 관련이 있다. 자기경영 팀이 직원 몰입도에 미치는 효과를 조사한 연구들은 복잡한 결과를 보여준다. 그러나 자기경영 조직의 명백한 목표는 모든 직원의 업무에서 일상적인 진전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제거하고 동료들이 서로에게 긍정적인촉매제catalyst’가 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있다.

좋다, 이런 효과가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전통적인 커다란 업무에서 수많은 작은 업무로의 전환이 결과적으로 이익이 될까? 필자들은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할 수가 늘어나는 데에는 대가가 따른다. 구체적으로 말해 인적 자본과 관련해 3가지 복잡성이 발생한다.

 

첫째, 사실상업무방식을 복잡하게 만든다. 이는 직원들이 역할 세분화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목표 설정에 관한 수많은 논문과 서적을 종합해 보면, 사람들은 다소 많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때 각각의 목표에서 수행능력이 떨어진다. 이것은 마크 에프런Marc Effron과 미리엄 오르트Miriam Ort의 공동저서에 잘 요약돼 있으니 필요하면 참조하라. 자포스에서는 직원 1인당 평균 7.4개의 역할을 담당하며 각 역할에는 평균 3.47개의 책임이 포함된다. 이는 직원 1인당 부담하는 책임이 총 25개를 넘는다는 뜻이다. 사정이 이렇기에 자포스의 직원들은 어디에 관심의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서클들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고 조정할지 씨름한다. 심지어 아주 단순한 일정상의 문제에서도 그렇다. 자포스는 이런 문제를 부분적으로나마 해결하기 위해 일반적인 예산편성시스템을 본뜬 피플 포인트People Point라는 도구를 시험적으로 도입한다. 피플 포인트를 통해 고위 경영진은 각 서클 업무의 사업가치를 평가해 서클마다 특정한 포인트를 부여하고, 서클은 내부 역할의 경중에 따라서 모든 역할에 걸쳐 포인트를 골고루 분배한다. , 모든 포인트를 반드시 소진해야 한다. 여담이지만 사실 피플 포인트는 톱다운 방식의 예산책정이고, 그래서 현재 자포스는 이를 대신할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 모델을 고려하고 있다. 서클만이 아니라 자포스의 직원 각자도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100포인트의 예산을 받는데, 모든 포인트를 자신이 속한 서클들에 반드시 분배해야 한다. 피플 포인트 시스템은 각각의 업무에 대한 시장marketplace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각 구성원이 어디서 일하라는 일방적인 지시를 받지 않은 채 다양한 팀에서 일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아울러 이 시스템에서는 가치 있는 역할에 자신의 시간을 투자할 책임은 직원 각자에게 있다.

 

둘째, 많은 역할을 담당하면 보상문제가 복잡해진다. 직원들이 자신만의 역할 포트폴리오를 작성함에 따라 명확한 벤치마크나 시장가격을 결정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개발업무, 소프트웨어개발팀의 리드 링크, 마케팅전략업무, 사내 리더십교육프로그램 개발업무, 지역사회봉사활동, 행사기획 등의 여러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의 급여는 얼마가 적당할까? 자포스는 현재, 배지에 기재된 기술을 습득하거나 적용하는가를 토대로 급여를 결정하는 제도를 시험적으로 시행한다. 그럼에도 보상문제를 둘러싼 복잡성은 여전히 버겁다.

 

셋째, 역할 증가는인력공급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이는 조직 차원의 신규 채용과 각 역할의 담당자 선정 모두에 해당된다. 비록 특정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신입직원을 채용하지만, 그들은 이내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다른 역할들을 포함시키기 시작한다. 2015 4분기 석 달간 자포스의 1500명 직원들이 역할을 할당하고 할당받은 건수가 총 17624개로 직원 1인당 11.7개였고, 이를 일별로 계산하면 195개였다. 그런 엄청난 숫자를 고려해 자포스는 공석이 생긴 역할을 신속하게 공시하고 신청서를 관리하기 위해 롤 마켓플레이스Role Marketplace라는 도구를 개발했다. 그리고 어떤 역할을 누구에게 할당할지는 리드 링크가 최종 결정을 한다. 앞서 말한 17624개의 역할할당 건수 중 약 4분의 1이 그 도구를 통해 이뤄졌다. 이론적으로는 직원들이 피플 포인트와 롤 마켓플레이스를 이용해 단 하루 만에 역할을 찾고 신청하며 할당받아서 일을 시작할 수도 있다. 아무리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아도 이 모든 과정을 빈틈없이 처리하는 자체도 막중한 부담이다.

 

[10]기업이 특정사업 부문을 분할해 자회사를 만든 후

이를 증시에 상장시키거나 매각하는 행위

 

 

 

업무와 더욱 밀접하게 결정이 이뤄지다.자기경영은 대부분의 관료조직이 무언가를 결정할 때 필요한 형식절차와 끊임없는 결재 과정을 제거하는 데에 목적을 둔다. 전통적인 조직에서는 직함, 직무기술서, 보고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누가 무엇을 결정하는지를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홀라크라시 같은 새로운 일부 모델에서는 누가 무슨 역할을 하고 누구에게 무슨 책임이 있는지 투명하게 드러난다. 게다가 의사를 결정하는 프로세스와 규범도 간소화된다. 아이디어를 깃대 꼭대기까지 상달한 후 대답이 하달되기만을 기다리는 대신에, 직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로 영향을 받을 사람들을 직접 찾아간다. 홀라크라시에서 이것은역할 대 역할 대면going role to role’이라고 불린다. 이는 메시지가 위에서 아래로 일방적으로 하달되거나 다층적 경영구조를 통과하면서 잘못 전달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효과적이고 더욱 정확해지기 마련이고, 이것은 다시 신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시스템에서 더욱 영리한 결정을 하려면 구성원 모두가 각자 힘과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데도,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할 때가 더러 있다. 흔히 사람들은 자기경영 조직에서는 지위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명백한 오해다. 물론 그런 차이가 좁혀질 수는 있을지언정, 엄연히 존재하고 반드시 관리의 손길이 필요하다. 개중에는 다른 구성원들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가진 구성원들도 있다. 더군다나 이전 관리자들은 때때로 한때 자신이 감독하던 활동에서 통제력을 다시 발휘하려고 시도한다. 이럴 경우 직원들은 새로운 시스템을 따라야 할지 아니면 예전 상사의 말을 들어야 할지 갈팡질팡한다.

 

또한 구성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힘을 주장하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ARCA의 어떤 직원은 서클 동료들이 예전 상사의 상의하달식 명령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한탄했다. “홀라크라시 시스템에서는 직원들이 자신의 행위주체성agency[11]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홀라크라시를 도입하기 전에 관리자였던 또 다른 직원의 말마따나, 행위주체성이 빛을 보려면 관리자와 부하직원 모두가 과거의 행동을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 그는 예전에는 업무시간의 상당 부분을 다른 직원들의 결정을 승인하는 데 쏟았지만 회사가 홀라크라시 체제를 도입한 후에는 직원들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독려하고 권한을 분산시키는 접근법으로 전환해야 했다고 한다.

 

자기경영 시스템은, 직원들이 새로운 구조의 일원이 돼 그 구조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한 훈련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예전의 권력형태가 쉽게 부활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프로세스와 규범을 구축함으로써, 기존에 배웠던 것을 버리는 폐기학습unlearning을 어느 정도 강화할 수 있다. 일례로 자포스가 홀라크라시를 시행하고 처음 12개월 동안 (그리고 퇴직장려금을 제안하기 불과 두 달 전), 400명의 직원들이 3일짜리 홀라크라시 훈련프로그램을 수료했고, 90명은 거버넌스와 실무회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공인 퍼실리테이터certified facilitator’가 됐다. 그러나 훈련프로그램 자체가 사람들을 사소한 부분까지 관리하거나 예전 부하직원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문제행동들을 없애주지는 않는다. 예전의 파워게임 원칙들은 조직의 문화와 제도에 깊이 뿌리 박혀 있을 수도 있고,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직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할지라도 모든교전규칙을 받아들이기가 힘든 경우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일단 그런 규칙을 적용하기 시작한다면구조화에 수반되는 일들이 예전의 구태의연한 고전적인 위계구조만큼이나 성가시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대부분의 홀라크라시에서 그렇듯이, 만약 모든 서클이 매달 거버넌스 미팅governance meeting[12]을 개최하고 직원들이 평균 4.1개의 서클에 참여한다면, 직원 1인당 총 회의시간은 상당한 수준이 된다. 현재까지 홀라크라시의 가장 대표적 기업인 자포스의 직원들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까? 회의의 효율성을 높이고 IT를 활용함으로써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필요한 상황을 가급적 줄이고 있다. 예를 들어 자포스는 홀라크라시의 규칙에 의거해 거버넌스 미팅을 주도하는 협업용 커뮤니케이션 도구인 슬랙봇Slack bot을 개발했다. 비록 슬랙을 통한 자동화된 회의진행과 가상토론이 회의시간을 줄여주지만, 구조화 업무는 여전히 위압적이고 각 구성원은 대략 매주 1회 거버넌스 미팅에 참여한다. 홀라크라시를 도입했다가 폐지한 소셜 미디어업체인 미디엄에서 그 업무는 결국 지속하기에는 너무 버겁다는 결론이 났다. 도일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 시스템은 우리의 능률에는 물론이고 직원들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유대감에 비록 작지만 끈질기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의 새로운 니즈에 반응하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리더란 냉철한 비전으로 무장한 채 조직과 구성원들이 관심을 가질 가치가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지평선을 살피는 정찰병으로 미화한다. 그리고 갈수록 진보하는 분석기술과 도구 덕분에 리더들의 정찰능력은 훨씬 정확해졌다. 그러나 오직 고위 리더들의 정찰 결과에 반응해 고위자들이 프로그램적으로 주도하는 변화 노력이 결과적으로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아주 많다.

 

자기경영 조직들은 이와는 다른 접근법을 취한다. 밸브가 PC게임을 하드웨어로 확장시키겠다고 결정한 과정을 돌아보자. 400명이 넘는 밸브의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프로젝트에 자신의 모든 시간을 자율적으로 할당한다. 그들은 카발이라는 구조를 통해 협업하고, 구성원들은 프로젝트별로 카발을 구성하고 재구성하며 때로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바퀴 달린 책상을 밀고 다니며 이합집산을 거듭한다. 참고로 밸브는 직원들이 가고 싶은 곳 어디도 쉽게 갈 수 있도록 바퀴 달린 책상을 제공하는 걸로 유명하다. 언젠가 몇몇 직원들은 거실에서도 게임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고객 요청이 끊임없이 반복되자 아예 그 아이디어의 잠재력을 조사하기 위해 카발을 조직했다. 또한 밸브가폐쇄형의 윈도 스토어에 전략적 취약성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일부 직원들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카발을 구성했다. 이런 두 사례 모두에서 높은 망루에 올라 지평선을 살피던 정찰병은 아무도 사이렌을 울리지 않았다. 문제를 포착해 해결한 사람들은 땅에 있는 직원들이었고, 그들은 인재를 지속적으로 유입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다. 마침내 2015 11월 그들 카발이 PC게임 업계에서 당해 연도 최대 하드웨어 신제품 출시 중 하나를 성공시켰다. 그 하드웨어는 오픈 플랫폼을 기반으로 했고, 이는 고객들의 PC에서 퇴출될 위협에 맞서는 밸브의 의지와 역량을 여실히 증명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에게너무 민감하게반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티브 잡스의 유명한 말처럼, 소비자들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항상 아는 건 아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이 단순화를 통한 성장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인지된 고객 니즈에 대한 반응으로 재고관리코드 수를 늘릴 경우 매출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음이 드러났다. 한편 기업들에 수요 측면의 혁신에 관한 컨설팅을 제공하는 리와이어드 그룹Re-Wired Group의 경영파트너 밥 모에스타Bob Moesta는 고객들이 기업에 명백하게 요구하는 수요와 더욱 전체적인 관점의 수요를 확실히 구분한다. 그는 진정한 가치가 창출되는 수요는 후자이되, 조직에는 단순한 반응성을 넘어 깊은 수준의 성찰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물론 고객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맹목적으로 고객들을 좇다가 벼랑에서 추락하지 않으려면, 더욱 포괄적인 관점을 유지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11]사회구조의 결정적인 구속력에서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행위자의 힘을 말하며 작용주체성이라고 한다.

[12]월간 회의로서 서클의 역할을 정의, 수정, 폐지, 재정의하고 이에 따른 책임과 권한을 분배하고 재분배하는 일련의 과정이 이뤄진다. 

 

 

자기경영 조직의 3가지 목표(개개인의 역량과 조직의 목표를 일치시키는 역할을 디자인, 업무와 더욱 밀접한 결정, 시장의 새로운 니즈에 반응)가 리더들의 역할을 축소시킨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목표를 전사적으로 추구할 때의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는 오히려 리더십의 부족이다. 리더십이 구성원 모두의 공동책임일 경우에는, 모두가 리더십을 이해하고 실천해야 한다. 서클이나 카발같이 자기경영 조직의 구성단위 수가 증가하면 공식적인 팀 리더의 수가 증가한다. 자포스의 경우 홀라크라시를 도입한 전 팀 리더가 150명이었는데 홀라크라시를 시행한 이후에는 리드 링크가 300명으로 증가했고, 그들 링크가 사내 500개의 서클을 책임진다.

 

물론 이런 구조에서 관리 업무는 전통적인 위계조직에서와는 다르다. 감독자, 감시자, 명령자보다는 디자이너, 퍼실리테이터, 코치의 역할이 더 크다. ARCA의 예전 관리자는리더십은 전통적인 경영위계 조직에서보다 홀라크라시에서 더욱 중요한지도 모릅니다. 리더는 권위에 의존하기보다는 모범을 보이며 솔선수범하고 모든 직원들을 한 곳으로 규합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자기경영 팀의 구성원들도 수십 년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한다.

 

참호 너머의 비용과 편익

 

지금까지는 일선 현장에서, 다른 말로 미시적 수준에서 자기경영 개념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봤다. 이제부터는 거시적 수준으로 눈을 돌려보자. 자기경영 개념은 조직이 전략 방향을 결정하고 글로벌기업 운영을 관리하며 전반적인 성과와 경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펩시코처럼 소비자포장제품을 생산하는 다국적기업을 예로 들어보자. 그 기업이 인공감미료 사용을 줄여 달라는 소비자 요구에 대응해 특정 시장을 겨냥하는 특정 제품의 성분 배합을 변화시킬지를 결정한다고 치자. 당연한 말이지만 자기경영 개념은 그런 변화를 촉진한다. 그 결정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기회를 평가하고, 가령 특정 공급업체와의 계약 해지 같은 실질적인 세부 사항을 정리한 다음, 마침내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제품을 출시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상부의 개입은 전혀 없다.

 

하지만 펩시코 같은 글로벌 대기업은 글로벌 공급사슬supply chain을 단순화하고 인수자본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운영적 어젠다가 있다. 그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역 차원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작은 움직임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할 것이다. 아니 솔직히 말해 어쩌면 특수한 많은 상황에서 차선책인 행동을 선택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가령 공급업체들을 통합한다면 전체적으로는 복잡성이 줄어들고 비용절감의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신흥시장에서 고품질과 저비용을 앞세워 틈새를 공략하는 공급업체들을 놓칠 위험이 있다. 지역 차원에서 규모 있게 서비스를 거래하기에는 자기경영 조직보다 지침을 상부에서 하달하는 구조가 더 유리하다. 이는 소비자포장제품을 생산하는 글로벌기업에는 커다란 경쟁우위가 된다.

 

기업전략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전략을 필수 요소로 생각하되, 가령 홀라크라시 창안자이자 프로그래머인 브라이언 로버트슨Brian Robertson같은 자기경영 조직의 지지자들은 그것이버그bug’라고 입을 모은다. 로버트슨은 저서에서 홀라크라시를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5년 안에 X가 될 겁니다(I should be X in five years’ time)’는 문장에서처럼 ‘~를 할 것이다는 뜻의 ‘should’를 사용한다면 그 결과에 애착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런 애착은 상황이 계획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 때, 또는 처음에 세운 목표와 상충할 수도 있는 다른 잠재적 기회들이 나타날 때, 그것을 인지하는 능력을 위축시킵니다.” 원할 때면 언제라도 결정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홀라크라시의 기본 원칙이므로미리 결정된 목표를 토대로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이끌기가 매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라고 로버트슨이 덧붙인다. 비록 전략계획 수립이 명백히 금지되지는 않지만, 때로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며심지어 Y보다 X를 더 강조한다는 형태를 취하는 경험의 규칙이 그런 계획을 대신한다. 자포스에서는 최상의 고객서비스 제공과 단기수익 증가가 주요한 기본원칙이지만, 만약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직원들은 고객서비스를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렇다고 이런 식의 접근법이 종류를 막론하고 모든 조직에서 가능하지는 않다. 오히려 필자들은 이런 접근법이 특정한 종류의 조직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북미 최대의 위성라디오방송사인 시리우스 XMSirius XM이 좋은 예다. 시리우스 XM은 향후 수십 년간 이익을 창출해 줄 위성라디오방송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고, 그래서 명확하고 안정적이며 일관된 포괄적 전략이 필요하다. 반면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술혁신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W. L. 고어에는 상의하달 방식의 전략접근법이 별로 요구되지 않는다. 자포스는 시리우스 XM W. L. 고어의 중간 정도에 해당된다. 자포스의 전략적 포지셔닝은 오래전부터 확실히 차별화됐고, 홀라크라시를 도입한 이후에 확립된 많은 전략적 포지셔닝은 홀라크라시의 확장을 의미한다. 그러나 자포스는 제품 믹스, 표적고객 선정, 가격 책정에서 커다란 변화를 이룸으로써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시장에도 적응해 왔다. 자포스는 그런 전략적 접근법 덕분에, 홀라크라시의 기본 얼개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2015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5%나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렇다면 자포스가 경쟁 환경에서 나타나는 거대한 변화들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데 홀라크라시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까? 지금으로서는 확답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초기 징후들만 놓고 보면 분명 희망적이다.

 

 

적정한 자기경영 수준은?

 

자기경영 원칙들을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아이디어에 대한 지배적인 찬반 주장 모두는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을 무시한다. 이는 필자들이 조사한 자기경영 팀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조직, 특히 대기업들은 이런 기법을 전면적으로가 아니라 부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세계 1000대 기업 중 프레데리크 라루Frederick Laloux온전하고whole’ 진화적인 자기경영 기업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한 표현인청록색teal’ 기업[13]들이 2030년에 전체의 20%가 넘는다면 이는 놀랄 만한 일이다. 하지만, 기업의 전체적인 틀 안에서 몇몇 자기경영 기법에 크게 의존하지않는기업들이 20%가 넘어도, 이 역시 놀랄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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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적으로 자기경영 기법을 채택하는 움직임이 이미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P&G는 다양한 브랜드 카테고리와 광범위한 지리적 시장, 수많은 기능을 통합하기 위해 복잡한 매트릭스 조직을 운영한다. 또 한편으로는 외부인들을 참여시키는 대규모의 개방형 혁신 프로그램도 운영하는데, P&G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외부인들 스스로 팀을 꾸리고 조직화한다. 구글과 3M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두 기업은 수십 년간 직원들에게 자기주도적 업무에 일정 시간을 투자하라고 장려해 왔다. 이는 경영위계구조의 지시통제적 경제directed economy와 공생하는 자발적 경제volunteer economy.

 

자기경영 기법들을 조직의 어디에 적용할지 결정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3가지가 있다. 신뢰성이 필요한 영역이 어디인가? 어떤 종류의 적응성이 중요한가? ‘이런 경우에 적절한 균형을 이루려면 어떤 조직유형이 유리할까?

 

자기경영 원칙들을 사용해서 전체 조직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선행조건이 있다. 최적의 적응성 수준이 높아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조직을 둘러싼 경쟁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해서 발 빠르게 대처할 때의 이익이 비용을 크게 능가하고, 행여 적응노력이 잘못되더라도 커다란 재앙을 불러올 가능성이 없으며, 명백한 통제의 필요성이 크지 않아야 한다. 많은 스타트업이 얼리어답터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밸브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 게임을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비즈니스도 이런 기준에 잘 부합한다. 그러나 소매금융과 군수업체처럼 신뢰성 기반의 산업에서는 위계적 계층구조가 유리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틈새 경쟁자들이나 조직 내부의 특정 사업단위가 전통적인 방식에 반기를 들 여지는 있다. 고객들이 CEO 사무실에 직접 전화를 걸 수 있도록 모든 지점에 직통전화를 비치한 소매금융업체 움프쿠아Umpqua, 미국의 군산복합체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의 비밀개발조직 스컹크 워크스Skunk Works가 대표적이다.

 

또한 기업들은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계층적 위계구조와 프로세스가 얼마나 필요한지, 공동 목적과 공통 윤리기준 같이 자신들이 사용할 수 있는접착제가 무엇인지를 알아내야 한다. 경영컨설팅업체인 LRN의 창업자 겸 CEO이자하우HOW’ 전도사로 불리는 도브 사이드먼Dov Seidman ‘The HOW Report’라는 글에서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응집요소들을 얼마나 사용하는지를 수치화하고 자율적 거버넌스self-governance를 다양한 성과 결과와 연결시킨다. 조직들은 다른 조직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즉 다른 조직들의 성적표를 주의 깊게 관찰함으로써 특정한 접착제가 자신들에게도 유효할지, 만일 그렇다면 어느 영역에 사용해야 효과적일지 이해할 수 있다.

 

약간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궁극적으로 볼 때 차세대 자기경영 팀들은 새로운 세대의 리더들을 요구한다. 위계구조를 버리고 다른 운영방식을 채택해야 하는 영역이 어디인지 신속하게 포착하는 비전으로 무장하고 있지만, 조직 전체의 근본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위계구조를 강력히 옹호할 용기 또한 가진 고참 인재가 필요하다.

 

[13]프레데리크 라루는 그의 저서에서 조직패러다임의 진화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빨간색,황색,주황색,녹색,청록색을 각각 상징색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월마트 같은 일반적 기업은 주황색, 스타벅스처럼 라루가 보기에 좀 더 진화했다고 판단되는 기업은 녹색으로 각각 표현했다. 청록색 기업은 계층구조 없이 효과적으로 운영되는온전한기업들로, 자기경영, 돈 버는 것 이상의 목적 의식 등을 대표적 특징으로 한다.

 

 

자기경영 조직에 관한 3가지 오해

 

#1조직적 구조가 없다.

 

사실 자기경영 모델은 복잡한 중첩nest구조로 이뤄진다. 가령 홀라크라시 서클은 몇몇 하위서클subcircle을 포함하고, 하위서클 각각도 또 다른 하위서클을 거느릴 수 있다. 자포스에서 상위서클이 존재하지 않는 유일한 서클인 제너럴 컴퍼니 서클General Company Circle

18개의 하위서클이 있다. 평균 하위서클 개수는 1.8개다.

 

#2계층적 위계구조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날 자포스에는 홀라크라시를 도입하기 전의 관리자 수보다 2배나 많은리드 링크가 활동한다. 명칭이 다르다는 사실 말고 다른 차이점은 무엇일까? 리더십의 책임은 역할을 수행하는 개인이 아니라 역할 자체에 부여된다. 권한은 비록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어도 엄연히 존재한다.

 

#3모든 일이 합의로 결정된다.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 또한 구성원 모두가 조직이 추진하는 모든 아이디어에 반드시 동의할 필요도 없다.

예를 들어 홀라크라시에서 서클의 각 구성원은 변화를 제안할 수 있고, 서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구성원이 없다면 그런 변화는 채택된다.

 

이선 번스타인(Ethan Bernstein) HBS에서 리더십과 조직행동을 가르치는 조교수다.

존 번치(John Bunch)는 자포스에서 CEO의 상담역인 동시에 홀라크라시 시행을 총괄하는 리드lead.

니코 캐너(Niko Canner)는 전략컨설팅업체 인컨데슨트(Incandescent)의 창업자다.

마이클 리(Michael Lee) HBS의 박사학위 취득 예정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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