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월호

때를 잘못 만난 좋은 기술
라울 카푸어(RAHUL KAPOOR),론 애드너(Ron Ad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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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잘못 만난 좋은 기술

생태계를 최신 기술 동향에 확실하게 대비시키는 방법

론 애드너, 라울 카푸어

 

Idea in Brief

문제점

지난 20년 동안 우리는 주요 신기술이 기존 기술을 대체할 수 있을지 없을지 가늠하는 데 능숙해졌다. 그러나 그 대체가 일어날 시점을 예상하는 데에는 여전히 영 서툴다.

 

통찰력

만약 신기술이 새로운 생태계의 지원을 굳이 필요로 하지 않는, 멍석만 깔아주면 알아서 빛을 발하는플러그 앤드 플레이수준이라면 신속하게 도입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보완요소들이 필요한 경우에는 문제점들이 해결될 때까지 대체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기존 기술이 자신을 둘러싼 생태계가 개선되면서 힘을 받게 되면 변화에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시사점

스타트업들은 자신들의 혁신이 언제 쓸모 있게 활용될지 파악해야 하는 동시에 어떤 외부 장애물이 생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편, 기존 기업들은 내실을 다지고 살아남기 위한 장기 전략을 짜는 데 이런 과도기를 활용해야 한다.

 

30년 동안창조적 파괴라는 키워드는 일류 경영대학원과 HBR 같은 전문 매체들을 사로잡아 왔다. 강박에 가까운 이 주제에 대한 관심은 쉴 새 없이 변화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변화무쌍한 요소들로 채워진위협 리스트를 감안하면 사실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 리스트는 이제 사물 인터넷과 3D 프린팅, 클라우드 컴퓨팅, 맞춤 의약품, 대체 에너지, 가상 현실까지 아우를 정도로 다양한 구성을 뽐낸다.

 

비즈니스와 산업 분야, 그리고 다양한 영역을 무너뜨리는변환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지난 20년 동안 엄청나게 깊어졌다. 이제 우리는 그런 변화의 흐름을 어떻게 식별할지, 그리고 그것이 기존 기업들에 어떤 위험을 초래하는지에 대해 훨씬 더 잘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 변화의 타이밍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차량 공유의 선두주자 우버, 소셜 네트워크의 대표주자 트위터 사례와 같이 어떤 기술이나 기업은 하룻밤 사이에스타로 떠오르기도 하지만 HD TV와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기술은 제대로 무르익는 데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한다. 기업과 관리자들에게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어떤 새로운 혁신이 위협으로 떠오를지를 분별하는 수준은 분명 높아졌지만, 그런 전환이 언제 일어날지를 알아내기에는 우리가 보유한 도구의 수준이 아주 한심하다.

 

가장 큰 우려는 제때 준비를 하지 않아 혁명의 기회를 놓쳐버리는 것이다. 비디오 대여에서 스트리밍 체제로의 전환을 무시하다가 실패를 맛본 블록버스터가 좋은 예다. 그러나 두 번째로 큰 두려움은 너무 준비를 빨리 했다가 변혁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자원을 모두 소진해 버리는 것일 터이다(2001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로 사라져버린 닷컴기업들은 나중에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수익성 있는 웹 2.0을 내세운 벤처기업과 더불어 되살아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리고 파괴적 변화의 위협을 맞닥뜨리는 안정된 기존 기업들이든 파괴적 기술의 선봉에 선 혁신적인 신생 기업들이든 성급하게 대응하다가 일을 그르칠 수도 있는 불안 요소는 똑같이 품고 있다.

 

어떤 새로운 기술은 이전 기술을 신속하게 대체하는 반면 어떤 기술은 아주 점진적으로 궤도에 오른다.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두 가지 사항에 대해 기존과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우선, 해당 기술뿐 아니라 그 기술을 뒷받침하고 있는 생태계를 폭넓게 살펴봐야 한다. 둘째, 기술 간 경쟁이 아니라 새로운 생태계와 기존 생태계 사이에서 경쟁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관점은 조직의 관리자들이 변환의 타이밍을 더 잘 예측하고, 위협과 기회의 우선순위 전략을 더 논리 정연하게 짜내며, 궁극적으로 조직의 자원을 언제, 어디에 쓸지에 대해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리게 해 준다.

 

생태계의 수준이 모든 걸 결정한다

생태계를 둘러싼 기존 활동이나 파괴적 활동이 둘 다 본연의 가치 제안대로 제공되려면 기술, 서비스, 표준, 규제 같은 여러 보완적 요소들이 필요하다. 생태계를 이루는 요소들의 강점과 성숙도는 신기술의 성공, 그리고 기존 기술의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신기술의 생태계.신기술의 잠재력을 가늠할 때는 고객의 욕구를 충족하고 더 나은 방법으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아닌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투자자와 경영진들은 구체적인 부분까지 심도 있게 들어가곤 한다. 해당 기술이 상업적인 전성기를 맞기까지 얼마나 개발이 더 필요한가? 생산의 경제성 관점에서는 어떤 모습을 띨까? 가격 경쟁력은 있을까?

 

신기술이 스스로 내건 공약을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답이 나온다면 자연히 이 기술이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런 기대는 다른 종류의 혁신에 대한 신기술의 의존도가 낮을 때만 유효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집집마다 있는 콘센트에 꽂으면 불이 들어오는 새로운 전구 기술은 곧바로 기대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가치 제안이 외부 요소들에 좌우되지 않는 이런 경우에는, 그저 제품만 잘 만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그러나, 대다수 기술들은 이처럼 멍석만 깔아주면 바로 빛을 발하는플러그 앤드 플레이식 틀에 끼워 맞출 수가 없다. 오히려 기술의 가치 창출 능력은 생태계의 주요 부분들이 어떻게 개발되고 상업적으로 전개되는지에 달려 있다. HD TV는 고화질 카메라와 새로운 방송 표준, 최신 생산·생산 후 공정의 상업적 이용이 가능해지기 전까지는 동력을 얻지 못했다는 점을 되새겨봐야 한다. 생태계 전체가 채비를 갖추기 전까지는 더 나은 시청 환경에 대한 잠재력이 제 아무리 대단하다 할지라도 HD TV가 제공하는 기술 혁명은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 나머지 생태계가 뒤따라 오는 데 30년이나 걸리는 바람에 1980년대에 HD TV 기술을 개발한 개척자들은 자신들의 선견지명이 들어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위안을 얻지 못했다.

 

기능이 향상된 전구와 HD TV는 둘 다 보완적 요소를 갖춘 생태계를 필요로 하는 품목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전구는 기존 생태계(기존 발전 시스템과 배전망, 서로 네트워크로 연결된 가구)와 맞물려 돌아갈 수 있는 반면 TV는 성공적인공동 혁신을 이뤄내야만 한다. 따라서 전구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일은 고객들에게 즉각적인 가치를 창출하지만 TV의 가치 창출 능력은 생태계 내 다른 요소들의 이용 가능성과 진척 정도에 따라 제한된다.

 

기존 기술의 생태계.성공적이고 확립된 기술은 당연히 초기의 난관을 딛고 기존의 성공적인 생태계 내에 확고히 자리잡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신기술은 스스로를 둘러싼 생태계에 발목을 잡힐 수도 있지만 기존 기술은 핵심 기술 자체가 진전을 보이지 않더라도 주변 생태계가 향상되면 더 발전할 수 있다. 예컨대, 바코드의 기본 기술은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았지만 그 유용성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바코드를 둘러싼 IT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더 많은 정보를 추출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는 계산대에서 가격을 자동으로 스캔할 수 있었고, 1990년대엔 일일 또는 주간 단위로 처리한 바코드 데이터를 모아 일반적인 재고 현황을 들여다볼 수 있었으며, 요즘에 이르러서 바코드 데이터는 실시간 재고 관리와 공급망 확충에 이용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DSL(디지털 가입자 회선) 기술의 개선은 구리 전화선의 수명을 연장하는 역할을 했다. 초당 15메가바이트의 다운로드 속도를 제공하는 구리선 서비스는 새로운 기술인 케이블·광섬유 네트워크와 나란히 경쟁하고 있다.

  

생태계 간 전쟁

새로운 기술이 플러그 앤드 플레이 식으로 시장에서 곧바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쓸모가 있으려면 이 기술 자체가 생태계 내에서 상당한 개발을 거쳐야 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럴 때는 신기술 생태계와 기존 기술 생태계 사이의 경쟁이 시작된다.

 

그렇다면 승리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신기술 진영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는 이용자들이 기술의 잠재력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생태계가 빠른 속도로 충분하게 발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클라우드 기반의 애플리케이션과 스토리지의 성공은 서버 팜 데이터의 관리 방법을 알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광대역과 온라인 보안과 같은 중요한 요소들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체계를 확립하는 일에 달려 있다. 기존 기술 진영에서는 이미 안정 궤도에 올라 있는 생태계의 개선 작업에 따라 경쟁력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예컨대 클라우드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에 의해 대체될 데스크톱 저장 시스템의 경우, 이제까지는 빠른 인터페이스와 견고한 구성 요소에서 확장의 기회를 엿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기회들이 점차 고갈돼 감에 따라 앞으로 기술 대체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체 속도는 신기술의 생태계가 초기 난관을 극복하는 속도가 기존 기술의 생태계가 확장의 기회를 최대 한도까지 활용하는 속도보다 얼마나 빠른지에 의해 결정된다. 두 생태계(세력) 사이의 상호작용을 알아보기 위해 우리는 파괴적 변화가 얼마나 빨리 해당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틀을 개발했다(‘기술 대체 속도를 분석하는 프레임워크참조). 가능한 시나리오는 창조적 파괴와 강력한 회복 탄력성), 활발한 공존, 회복 탄력성에 대한 착각, 이렇게 네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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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파괴.신기술의 등장에 따른 생태계의 초기 난관이 적고 기존 기술을 둘러싼 생태계의 확장 기회 역시 적을 때 (프레임워크의 1사분면), 신기술은 빠른 시간 안에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도표신기술은 얼마나 빨리 기존 기술을 대체할까?’의 포인트A 참조). 이때 신기술의 가치 창출 능력은 생태계 다른 곳에서의 병목현상에 의해 방해를 받지 않으며 기존 기술은 위협에 대한 반응으로 진전을 보일 가능성이 한정돼 있다. 이 사분면은 창조적 파괴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 혁신적인 신흥기업이 눈깜짝할 사이에 기존 경쟁기업의 몰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바로 그 아이디어 말이다. 기존 기술은 계속해서 장기간 틈새를 공략할 수는 있지만 (HBR 2010 3월호에 실린 론 애드너와 대니얼 C. 스노의 ‘Bold Retreat’ 참조) 시장 세력의 대부분은 비교적 빨리 기존 기술을 포기하고 신기술을 받아들일 것이다. 도트 매트릭스 프린터가 잉크젯 프린터로 빠르게 대체된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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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회복 탄력성. 그 반대로 균형이 잡혀져 있는 경우도 있다. 신기술의 생태계가 만만치 않은 초기 난관에 직면한 반면 기존 기술의 생태계는 더 개선될 수 있는 강력한 기회를 품고 있을 때다(4사분면 참조). 이 경우에는 대체 속도가 매우 느리다. 따라서 기존 기술이 오랫동안 시장 리더의 자리를 순조롭게 유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 사분면은 처음 나왔을 때는 혁명적으로 보이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면 과장된 측면이 많은 기술과 가장 잘 들어맞는다.

 

 

바코드와 무선인식 전자태그(RFID) 칩이 좋은 예다. RFID 칩은 바코드보다 훨씬 풍부한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지만 IT 인프라의 더딘 전개와 업계 표준의 불일치 현상 때문에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 앞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그러고 있는 동안 IT 기술의 발달로 바코드 데이터의 유용성이 증가했다. 이로 인해 RFID는 틈새 애플리케이션으로 밀려났고 지난 20년 동안 RFID 혁명은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언젠가는 RFID가 문제점을 극복하고 바코드 생태계의 확장 기회는 고갈될 것이다. 이 경우, 역학 관계는 4사분면에서 다른 사분면으로 옮겨가고 대체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그러나 이는 수십 년 전부터 RFID에 전념해온 기업들과 투자자들에게는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한다. 그저 나머지 시스템도 따라오기를 마냥 기다리는 데 따른 기회비용은대박을 건질 장소에 10년 먼저 도착해 있을 때 어쩌면 혁명의 기회 자체를 통째로 놓쳐버리는 것보다 더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기술 대체 속도가 느리면 신기술에 요구되는 성능의 수준도 그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도표의 포인트D 참조). 예를 들어, IT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바코드의 유용성이 높아질 때마다 RFID 기술에 대한 품질의 기준치도 함께 높아진다. 따라서 생태계의 미진한 개발 상태 때문에 전면적인 도입 작업이 발목을 잡히고 있을 때조차 혁신에 대한 기대치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게 되는 셈이다.

 

활발한 공존.신기술에 얽힌 생태계의 초기 난관이 적은 반면 기존 기술의 생태계를 둘러싼 확장의 기회는 클 때 (2사분면), 경쟁은 뜨겁게 달아오르기 마련이다. 신기술이 시장으로 밀고 들어오겠지만, 생태계의 발전 덕분에 기존 기술은 시장점유율을 지켜낼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장기간의공존시기가 이어진다. 확장의 기회가 결코 신기술의 상승세를 누를 수는 없겠지만 실질적으로 시장 장악 시기를 늦출 수는 있다.

 

하이브리드 (휘발유-전기) 자동차 엔진과 전통적 내연기관 방식의 자동차 엔진 사이의 경쟁이 좋은 교훈이 될 만한 예다. 충전소 네트워크가 필요한 전기 자동차와 달리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생태계를 둘러싼 초기 난관의 방해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기존 휘발유 엔진 차량의 연비가 향상됐으며 냉난방 시스템과 같은 차량의 다른 요소들과 통합이 더 잘 되는 등 기존 기술의 생태계 역시 개선됐다.

 

활발한 공존의 시기는 소비자로서는 매우 매력적인 시기다. 양쪽 생태계가 동시에 발전하는 데다 기존 기술의 생태계가 개선을 거듭할수록 신기술의 생태계에 대한 기준치 역시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도표의 포인트B).

 

회복 탄력성에 대한 착각.신기술과 관련된 생태계의 초기 난관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기술을 둘러싼 생태계의 확장 기회 역시 적을 때는(3사분면), 별로 달라질 게 없다. 초기 난관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대체 속도는 빠르다(도표의 포인트C). HD TV 대 전통적 TV, 전자책 대 인쇄책 등의 사례가 이 경우에 잘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혁명이 늦어진 이유는 기존 기술의 생태계가 발전해서가 아니라 신기술의 생태계 상에서 발생한 초기 난관 때문이었다.

 

이 시나리오 상에서 산업 분석을 하면 기존 기술은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지만 성장 측면에서는 교착 상태에 빠지는 구도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존 기술의 지배력은 취약하다. 일단 신기술이 가치 창출 잠재력을 발휘하게 되면 시장점유율이 빠른 속도로 역전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시장 지배는 기존 기술이 계속 진전을 거듭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경쟁자들이 실패를 겪는 덕분에 유지되는 셈이다.

 

실행을 위한 시사점

시장 장악을 위한 경쟁에서 기술만큼이나 생태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변화가 얼마나 빨리 일어날지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는 데 익숙해지게 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어떤 수준의 성과를 목표로 해야할지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된다. 곧 이런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을 얘기하겠지만, 우선 이 관점에서 드러나는 몇 가지 일반적인 사실을 짚고 넘어가겠다.

 

회사가 변화의 가능성이 큰 혁신을 도입한다면, 생태계의 병목 현상이 모두 해결되기 전에는 최대 가치가 실현되지 못한다. 기술 자체를 완벽하게 만드는 데에는 신경을 조금 덜 쓰고 생태계 내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편이 이득이 될 것이다.

 

위협을 받고 있는 기존 기업이라면, 새로 부상하는 기술뿐 아니라 그 기술을 지원하는 생태계도 분석하는 게 좋다. 신기술을 둘러싼 초기 난관이 클수록 성과를 끌어올릴 시간적 여유는 더 많아진다.

 

현재의 성과를 강화한다는 건 기존 기술의 개선을 의미할 수 있지만, 해당 기술을 지원하는 생태계의 여러 측면을 개선하는 걸 의미할 수도 있다.

 

 

기존 기술이 개선될 때마다 신기술에 대한 기준치 역시 올라간다

 

위 개요를 염두에 두고, 기술 전략을 분석할 때 이 프레임워크를 사용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경영진은 다음의 두 가지 질문에 초점을 맞춰 대화를 나눌 것을 추천한다. 우리 산업은 어느 사분면에 속해 있나? 그리고 자원 배분과 기타 전략적 선택에 관한 문제들은 어떤 함의를 지니는가?

 

우리는 어느 사분면에 속해 있나?미래로 미리 날아가서 현재를 돌아볼 수가 없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분명 판단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어떤 이들은 2016년의 전기차를 보고는 자신들이 여전히 (우리의 프레임워크에 있는 대로) 4사분면에 갇혀 있다고 말할 것이다. 충전 인프라와 배터리 성능이 불충분한 바람에 주류가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말이다. 다른 이들은 전기차를 수용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고 배터리가 오래 간다는 이유를 들면서 전기차를 2사분면의 끄트머리에 둘 것이다. 또 다른 이들은 전기차를 확고하게 2사분면에 배치할 것이다. 테슬라가 차를 파는 데 성공하고 있으며 대기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전기차의 상업적 잠재력이 곧 터질 것이라는 확실한 신호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신기술은 얼마나 큰 위협인가?

기술 대체의 속도를 예상하려면 신기술과 기존 기술 사이에 펼쳐지는 경쟁을 분석해야 한다. 다음의 여섯 가지 질문은 혁신 기업과 기존 기업이 자신들의 위치와 전략을 평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신기술 관련 질문

이 글의 공동 저자인 론 애드너가 쓴 ‘The Wide Lens’에서 가져온 이 질문들은 신기술의 등장에 따라 겪게 되는 초기 난관 문제를 다룬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혁신 기업들이 전략을 어떻게 조정할지 결정을 내릴 때 도움이 될 것이다.

 

1. 실행 리스크-시간과 사양에 초점을 맞춘 혁신을 시장에 내놓는 데 따른 어려움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2. 공동 혁신 리스크-신기술의 성공이 다른 혁신의 성공적인 상용화에 따라 결정되는 정도는?

3. 채택 사슬 리스크-최종 소비자가 충분히 그 가치 제안을 평가하기 전에 다른 파트너들이 어느 정도로 신기술을 채택하고 그에 적응해야 하는가?

 

신기술이 이런 리스크를 맞닥뜨리는 정도가 클수록 극복해야 할 문제는 더 크며, 기술이 도입되는 데 예상되는 시간도 더 길어진다.

 

기존 기술 관련 질문

이 질문들은 기존 기술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다룬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기존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1. 기존 기술의 경쟁력은 기술 자체의 추가적인 개선에 힘입어 확장될 수 있는가?

2. 기존 기술의 경쟁력은 해당 생태계 내에 있는 보완 요소들을 개선함으로써 확장될 수 있는가?

3. 기존 기술의 경쟁력은 신기술과 신기술 생태계의 혁신을 모방하는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는가?

 

각 질문에 대한 답이 긍정적일수록 기존 기술의 확장 기회는 더 크다.

 

관련 글신기술은 얼마나 큰 위협인가?’는 어느 사분면에 있는지에 대해 토론할 때 생각해볼 만한 이슈들을 제시한다. 여기에는 신기술에 관한 질문과 기존 기술에 관한 질문이 나뉘어 있기는 하지만, 당신의 기업이 기존 기업에 해당하든 스타트업이든 간에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이다. 질문에 대한 답에 모든 팀원이 동의하리라는 기대를 품지는 말자. 다른 의견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팀들은 집단 통찰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자원 배분과 기타 전략적 선택 사항들을 둘러싼 시사점들은?이 프레임워크의 각 사분면은 자원 배분 결정에 관해 각기 다른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시장이 갑자기 한꺼번에 변하는 일은 없기 때문에 사분면은 과도기를 거치는 중에는 어느 분면에 위치하면 좋을지도 보여준다.

 

기존 기술은 정체돼 있지만 신기술이 별다른 구애를 받지 않는 1사분면(창조적 파괴)에 속해 있다면 혁신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신기술에 투자를 해야 한다. 기존 기업들은 창조적 파괴가 몰고 오는 돌풍을 견뎌내기 위해 변화를 수용하는 친숙한 처방을 따라야 한다. 여기에는 기존 기술로 장기간 살아남을 수 있는 틈새 시장을 찾는 방안도 포함된다. 예를 들면, 삐삐는 대부분 휴대전화로 대체가 됐지만 응급서비스 제공 분야에서는 여전히 쓰이고 있다.

 

2사분면(활발한 공존)에서는 기존 기업들이 기존 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동시에 생태계를 개선하는 데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신기술과 기존 기술이 상당 기간 공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사분면과 마찬가지로 장기적으로는 기존 기술의 틈새 시장을 찾아야 하겠지만 이 일이 그다지 급한 건 아니다. 새로운 기술을 내세우는 혁신 기업은 전력을 다해 신기술은 물론 그 기술을 보완하는 요소들까지 완성해야 한다. 여기에는 얼리어답터와 잠재 고객군을 상대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더 완성도 있게 다듬는 작업이 포함된다.

 

3사분면(회복 탄력성에 대한 착각)의 경우에는 신기술 옹호자가 생태계 상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보완요소를 개발하며 기술 자체를 보다 심도 있게 개발하는 일을 무리하게 우선순위로 삼지 않도록 자원을 효과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기술이 아닌 생태계 때문에 도입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여전히 기술 개발을 운운한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기존 기업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의 장점 덕분에 현재의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잘못된 가정을 경계해야 한다. 도로지도 책을 출판하는 업체들이 공공연히 말하듯이 아마도 이 시기는 한 눈은 저무는 태양에 둔 채 수확을 하면서 그저 묵묵히 점진적 개선을 도모해 나갈 때이지 기존 기술의 혁신을 위한 노력을 배가할 때는 아닐 것이다.

 

마지막으로 4사분면(강력한 회복 탄력성)에서는 기존 기업들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고 도전자들이 넘어야 하는 기준을 높이는 데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물론, 신기술 진영의 혁신 기업들은 그들이 직면한 생태계의 제약을 해결하는 데 있어 영리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자신들의 핵심 기술에 대한 기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는 상당한 수준의 자원 투자와 투자 수익과 관련한 엄청난 인내심을 함께 필요로 한다. 당분간 혁신 기업들이 해당 영역을 근본적으로 뒤바꿔놓을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들과 함께 할 고객을 섬기는 일의 경제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편이 좋다.

 

변화의 역학에 대해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겠다. 모든 혁신 기업들은 전형적인 창조적 파괴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는 1사분면에 도달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곳에 이르는 길은 다양하다. 4사분면에서 3사분면, 그리고 1사분면으로의 이동을 예상하는 가설은기존 기술의 고갈이라는 가능성에 배팅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혁신 기업의 입장에서 이는 성과 차원의 우위를 키우는 데 큰 관심을 두지 않은 채 신기술 생태계를 제대로 정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걸 의미한다. 반대로, 4사분면에서 2사분면, 그리고 1사분면으로의 전환을 예상한다면 이는 개선을 거듭하는 기존 기술 생태계와의 경쟁을 뜻한다. 이 경우, 혁신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성과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생태계를 완성시켜나가야 한다.

 

혁신에 대한 절박함이 결여된 현대의 기업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혁명을 위한 전략을 수립할 때 혁명이언제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종종 혁명 자체의 발발여부에 대한 질문에 파묻히곤 한다. 불행하게도, 이 질문에 대해서는 옳은 답을 하더라도 그시기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을 못 맞히면 엄청난 손해를 입을 수 있다. ‘때를 잘못 만난 좋은 기술신드롬은 모든 혁신 기업에 악몽과도 같은 존재다. 새로운 생태계는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됐을까? 기존 생태계에는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을까? 이처럼 경쟁 기술이 작용을 할 수 있는 여건에 대한 자세한 분석을 하면타이밍의 문제를 다루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더 나은 타이밍은 결과적으로 생존과 성공을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한 혁신 활동이 불러오는 효율성과 효과를 향상시킬 것이다.

 

 

번역: 김선우

론 애드너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의 전략·기업가정신 담당 교수이며 데이비드 T. 맥라글린 D’54, T’55 석좌교수다.라울 카푸어는 와튼스쿨 매니지먼트 부교수다


 

 

연구 소개

우리는 반도체 제조 생태계의 기술 교체 속도에 대한 5년간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이 글에 설명된 아이디어들을 개발하고 탐구하게 됐다.

 

지난 60년 동안 반도체 산업에서 주목할 만한 왕성한 발전은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사용하는 리토그래피(lithography) 분야의 혁신 덕분에 가능했다. 우리는 여러 세대에 걸친 리토그래피 장치를 연구하다가 한가지 패턴을 발견했다. 어떤 경우에는 신기술이 2~5년 사이에 시장을 장악하는 반면 어떤 경우에는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는 데 예상 외로 오래 걸렸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결국 장악하지 못하기도 했다. 각 세대가 이전 세대에 비해 성능이 우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가격 조정된 성능을 기반으로 해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났다.

 

생태계의 초기 난관과 확장 기회가 기술 대체의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에 대한 우리의 가설을 시험하기 위해 우선 모든 세대의 기술과 관련된 모든 제품과 기업의 자세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했다. 우리는 생태계 전반에 걸쳐 있는 기업체 임원들과의 광범위한 인터뷰 내용을 더해 이 정보를 보충했다.

 

우리의 통계 분석에 따르면 대체되는 속도 변화의 48%는 가격 조정이 반영된 성능의 차이, 시장에서의 경쟁자 수, 기존 기술의 시장 장악 기간과 같은 전통 요소들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문에서 언급한 생태계 역학 관계를 추가해 감안하면 이 수치는 놀랍게도 82%까지 올라갔다.

 

이 연구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Strategic Management Journal(2015 3)에 실린 론 애드너와 라울 카푸어의 ‘Innovation Ecosystems and the Pace of Substitution: Re-examining Technology S-Curves’를 참조하면 된다.


더 읽을거리

기술과 생태계의 관계에 대해 더 깊은 통찰을 얻고 싶다면 다음을 참조:

 

“Match Your Innovation Strategy to Your Innovation Ecosystem”

론 애드너 HBR, 2006 4

 

“A Sad Lesson in Collaborative Innovation”

론 애드너 HBR.org, 2012 59

 

The Wide Lens: What Successful Innovators See That Others Miss

론 애드너Portfolio/Penguin 2013

 

“Beware of Old Technologies’ Last Gasps”

대니얼 스노 HBR, 2008 1

 

“Value Creation in Innovation Ecosystems: How the Structure of Technological Interdependence Affects Firm Performance in New Technology Generations”

론 애드너, 라울 카푸어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20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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