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월

우리가 재난이야기에 끌리는 이유
앤드루 오코넬(Andrew O‘Connell)


명작(名作)에는 불편하게 느껴지는 도덕적 갈등(moral dilemmas)이 존재한다.

 

존 크라카우어(Jon Krakauer)의 에베레스트 등반기를 그린 1997년 작 소설 <희박한 공기 속으로(Into Thin Air)>나 작년에 개봉한 SF 블록버스터그래비티(Gravity)’ 같은 재난 영화를 보면서설마 저 정도로 끝나진 않겠지?’ 하며 상황이 더 나빠지길 기대하고 있지는 않는가?

 

물론 언제나 우리의 바람대로 상황은 더 나빠진다. 우리가 재난 상황을 다룬 책이나 영화에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저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는 게 기쁜 것일까? 주인공이 불행할수록 긴장감이 더해지기 때문일까? 아니면 억제돼 있던 불행에 대한 불안감을 인정하고 해소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함일까? 이런 이유도 없진 않겠지만 우리가 재난 이야기에 열광하는 진짜 이유는 재난 상황에서 더 첨예하게 드러나는 도덕적 선택 문제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산악인, 우주비행사, 선원, 도보 여행자, 항공기 승객 등 영화 속 인물은 생사가 달린 급박한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까? 만약 내가 비슷한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행동할까? 퓰리처상 수상자 셰리 핀크(Sheri Fink)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타격을 받은 한 병원에서 일어난 참상을 생생히 기록한 책 <메모리얼에서 보낸 5(Five Days at Memorial)>에 이렇게 썼다. “그런 엄청난 중압감을 느끼며 자신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와 같은 장르의 책을 읽다 보면 못한 참혹한 상황이 내게 닥치면 올바른 도덕적 판단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심이 생기게 된다. 재난이 닥치면 나는 이타적으로 행동할까, 이기적으로 행동할까, 아니면 아예 다른 행동을 취할까? 이 책은 줄거리도 흥미롭지만 그보다 더 압도적으로 눈길을 끄는 부분은 도덕적 선택에 대한 묘사다. 책의 한 부분은 허리케인이 한 도시를 강타한 이후의 절망적인 시간 동안 메모리얼병원과 자선병원에서 벌어진 일을 비교한다. 당시 메모리얼병원은 홍수 때문에 전기가 끊어진 상태였다. 비축된 물자는 부족하고 구조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의료진은 모르핀을 투여해 일부 환자를 안락사시켰다. 모르핀을 투여한 환자들은 소생 불가능 판정을 받았거나 고도 비만으로 항공기로 이동이 불가능해 고통받던 사람이었다. 의료진이 환자를 안락사시킨 행위는 편의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연민에서 우러난 행동으로 비춰졌다. 실제로 환자들의 주치의 중 한 명인 안나 포(Anna Pou) 2급 살인죄로 체포되자 동정 여론이 일었고 그녀는 대배심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한편, 건너편 자선 병원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졌다. 자선 병원 의료진은 메모리얼병원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서도 환자를 계속 돌봤다. 병원 지도부는 구조가 불가능할 정도로 위독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을 고려하면 메모리얼병원의 결정은 설득력을 잃는 듯하다. 의료윤리 및 완화의료 전문가인 하버드대 라클런 퍼로(Lachlan Forrow) 교수는 메모리얼병원 의료진의 안락사 혐의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이례적인 윤리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행해진 행위는 숨겨진 도덕적 가치관을 반영한다고 봐야 한다.”

 
허리케인이 지나간 후 [의사와 간호사는] 거의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쇠약한 환자들은 진료를 충분히 받지 못했다.
셰리 핀크, 메모리얼에서 보낸 5

잘 쓰인 재난 이야기는 우리의 성향을 시험해 볼 좋은 기회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단순한 선악이 아니라 다양한 도덕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을 경험한다. 만일 내가 병원 책임자라면 전기와 식량이 부족할 때 어떤 결정을 내릴까? 만일 내가 에베레스트 등반 선발대라면 눈보라를 만났을 때 후발대를 기다리지 않고 하산해야 할까? 만일 9•11테러 당시 납치된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면 목숨 걸고 테러리스트를 제지할 수 있었을까?

 

이런 윤리적 판단을 요구하지 않는 재난 이야기는 속 빈 강정이 되기 쉽다. ‘그래비티에는 극도의 긴장감과 숨 막히는 3D 효과는 있을지언정 도덕적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은 거의 없다. 고작해야내가 조지 클루니라면 산드라 블록을 살리기 위해 귀환을 포기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을 뿐이다. 저널리스트 닐 스위디(Neil Swidey)는 신간 <해저에 갇히다(Trapped Under the Sea)>에서 1999년 기술자 5명이 보스턴 항구의 지하 10마일 깊이의 터널에 갇힌 사고에 대해 다뤘다. 생동감 있게 잘 쓰인 이야기지만 해저에 갇힌 기술자들이 사고로 겪은 윤리적 갈등은 죽은 동료의 시신 회수 여부를 결정할 때밖에 드러나지 않는다. 책에서는 이 사고를 일으킨 중요한 도덕적 선택에 대해서는 별로 다루지 않는다. 이런 중요한 도덕적 선택은 갇혀 있던 기술자들의 몫이 아닌 잘못된 호흡장치를 지급하고 경고 신호를 무시한 채 일을 진행한 감독관들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에이미 에드몬슨(Amy Edmondson)은 재난으로 인해 발생한 어려운 도덕적 선택 과정이나 재난을 불러온 잘못된 의사결정을 보여주는 케이스 스터디 및 기사를 많이 작성했다. 그녀는 (챌린저호 폭발 사고 당시 나사의 준비상태 등) 리더십 실패 사례와 함께 성공 사례도 분석했다. 이 중에는 2010년 칠레 탄광 구출 작업 때 24살의 새내기 엔지니어의 아이디어로 새로운 굴착 공법을 시도한 리더의 사례도 있다. 이 리더처럼 관행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상당한 도덕적 용기가 필요하다. 만일 계급 체계를 중요시하는 리더였다면 어리고 경력이 짧은 직원의 말을 무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좋을 때든 나쁠 때든, 위기가 닥치기 전이든 후든, 리더의 직관적 도덕성에 따라 리더십의 품질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도덕적인 리더는 위기가 닥쳐도 올바른 결정을 내릴(또는 아예 위기 상황을 만들지 않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도덕성이 (라클런 퍼로의 표현을 빌리면) ‘유달리 강한리더가 아니라면 요령을 피우다가 재난을 자초하거나 위기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배제한 채 이기적인 결정을 내리기 쉽다.

 

우리는 재난 이야기의 주인공을 보며 이렇게 묻는다. “저게 내 모습일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아무리 이타적이라도 저런 긴박한 상황에서 도덕적 잣대를 유지할 수 있을까?” 우리는 대부분 두려움과 이기심을 떨치고 위기를 헤쳐 나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과연 나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앤드루 오코넬

앤드루 오코넬(Andrew O’Connell) HBR의 선임편집위원(senior associate editor)이자 <통계와 호기심: 하버드비즈니스리뷰(Stats and Curiosities: From Harvard Business Review)>의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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