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월

악질 리더 코칭하기
만프레트 F.R. 케츠 드 프리스(Manfred F.R. Kets de Vries)

COACING THE TOXIC LEADER

임원의 앞날을 가로막고 직장을 끔찍하게 만들 수 있는 네 가지 병적 증세 및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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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ion: Gustavo Brigante

 

고위 임원은 자신의 권한으로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일하고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지만 동시에 이 권한으로 직장을 모두에게 끔찍한 곳으로 만들 수도 있다. 임원이 자신의 권한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일정 부분 그의 정신 건강에 달려 있다. 심리적으로 건강하고 안정된 상사들은 직원들에게 합리적인 규칙을 제시하고 그들이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든다. 그러나 상사의 심리적 기질이 비정상이라면 사업계획과 아이디어, 소통은 물론 조직 자체의 시스템과 구조까지도 그의 병적 증세에 좌우된다.

 

나는 경영자 코치로서 정신적 장애를 지닌 리더들을 종종 만난다. 이런 리더들을 소파에 앉혀두고 이해하며 상담하려고 노력했다. 다음 장에서는 내가 접했던 일반적인 병적 증세들 가운데 일부를 소개하고 이런 증세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도왔는지 설명하려고 한다.

 

이런 병적 증세에 우울증(depression)이라는 특수 사례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라. 우울증은 인간사의 일부로 우리 모두 겪는 현상이다. 적당한 우울증에는 특별한 코칭이 필요 없다. 다만 우울증이 심각하거나 만성적이라면 여기서 제시할 증상들에 해당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여기서 설명하는 범주에 딱 들어맞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보통 여기저기 조금씩 해당될 때가 많다. 상사들 대부분은 정신적으로 별 이상이 없지만 놀랄 만큼 많은 고위급 임원들이 일종의 인격장애(personality disorder)를 지니고 있다. 심지어 정서적으로 비교적 건강한 임원들에게서도 여기서 설명하는 증상이 일부 발견될 때가 있는데 이런 증상들도 (반드시 약물이나 정식 치료를 동반하지는 않더라도) 이 글에 소개되는 방식과 유사하게 다뤄져야 한다.

 

대부분의 장애는 어느 정도 극복될 수 있지만 일부 악질 리더들의 경우 변화 자체가 불가능하기도 하다(‘치료 불가능한 임원참조). 변화는 매우 힘든 전쟁을 동반한다. 많은 회사들은 리더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옹호하며 심지어 정당한 것으로 합리화한다. 다행히 다음 사례들에서 보듯 대부분 임원들은 자신에게 생긴 문제를 알아차리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의지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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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스트형 리더(THE NARCISSIST)

고위급 임원에게 가장 빈번하게 발견되는 장애는 병리적 나르시시즘(pathological narcissism)이다. 나르시시즘1]은 누군가에게 있거나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증상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나르시시즘을 지닌다. 사실 제대로 살아가려면 약간의 나르시시즘이 필요하다. 이는 삶에서 일어나는 여러 상황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면역체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르시시즘 덕분에 스스로에게 만족을 느끼고 자신을 살짝 과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나친 나르시시즘은 위험하다. 과장된 환상에 사로잡힌 병적 나르시시스트는 이기적이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며 지나친 관심을 요구한다. 자신의 권한을 과장해서 생각하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권력과 명성을 취하려고 한다.

 

[1]자기 자신에게 애착하는 일, 자기애(自己愛)라고도 함

Idea in Brief

 

문제

임원들은 때로 병리적 나르시시즘, 조울증, 수동적 공격성, 감정 단절 같은 심각한 인격 장애를 겪는다. 이런 리더들이 권한을 지닌 자리에 오르면 모두가 불행한, 비정상적인 조직을 만든다.

 

치료법

경영자 코치는 증상의 신호를 알아차리고 어떻게 다뤄야 할지 파악해 사람들이 이런 증상들을 이겨내도록 도울 수 있다. 각각의 증상들은 서로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나르시시스트는 자존심에 상처받기 쉽고(분명한 자신감이 있지만) 문제에 직접 맞서려고 하지 않는다. 코치는 조심스럽게 이들의 자존심을 높여줘야 한다. 반대로 조울증을 겪는 리더를 바로 잡으려면 (치료와 약물을 병행해)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동적 공격성향의 리더에 대해서는 건강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분노를 표현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감정적인 경험을 돌아보고 설명하게 하면 감정적으로 단절된 리더가 타인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요점

어떤 사람들은 변화가 불가능하지만 이런 장애들은 모두 어느 정도 극복될 수 있다. 또한 올바른 코칭을 받는다면 이런 증상을 지닌 임원들도 상황을 개선시키고 유능한 리더가 될 수 있다.

 

 

증상을 진단하는 방법

나르시시스트를 알아보는 좋은 방법은 부하직원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사이먼(Simon)을 예로 들어보자. 내가 처음 만났을 때 그는 회사에서 촉망받는 고위급 임원 중 한 명이었으나 다수 이사들은 그가 최고경영자(CEO)를 승계할 적임자인지 의심하고 있었다. 그가 회사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킬 수 있을까? 인격은 충분히 성숙한가? 이 때문에 인재관리 부문 부사장이었던 애그니스(Agnes)는 내게 사이먼의 경영자 코치를 맡아 향후 있을지 모르는 승계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애그니스는 사이먼이 일련의 무모한 결정들을 내린 후부터 그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내린 결정들을 보면 그가 회사의 문화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그는올해의 비즈니스맨으로 선출되기 위해 여기저기 로비 활동을 펼쳤는데 이 일은 회사 사람들을 분개하게 만들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역 본부를 좀 더 싼 지역으로 옮겼다. 옳은 결정이었을지도 모르지만(이전 사무소의 비좁은 공간을 고려하면) 결국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었다. 설상가상으로(이때 애그니스의 목소리는 한층 격앙됐다) 그는 회사 전용 소형 비행기를 임대했다. 그는 본부와 지역사무소들을 오가는 고충을 고려하면 회사 전용기를 사용해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핑계를 댔다.

 

그의 협상 방식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애그니스에 따르면 사이먼은 과감한 사업 확장 계획에 착수했고 부하직원들의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투자은행가들과 인수 문제를 논의했다.

 

무엇보다 회사 사람들은 사이먼을남을 이용하는 사람으로 간주했다. 결코 다른 사람에게 보답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사이먼의 성공 무대 위에 놓인 가구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애그니스가 사이먼의 몇몇 부하직원들과 술자리에서 만났을 때, 그들은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끝없이 불평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일부 유능한 사람들은 이미 그와 겨루고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다른 부서로 이동했다. 이런 일들 때문에 애그니스는(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사이먼이 정말 전도유망한 인물인지 의구심을 품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나르시시스트가 그렇듯 사이먼은 매우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훤칠한 키에 옷도 잘 입었고 친근하면서도 마음을 끄는 매너를 갖췄다. 게다가 대화하기도 편한 스타일 같았다. 그는 머뭇거리지 않고 이 회사에서의 비교적 짧은 재직 기간에 대해 말을 꺼냈다. 회사가 그를 경쟁사에서빼왔다고 말했으며 그의 영입에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었는지 언론에서 난리였다고 덧붙였다. 이전 회사에서의 업무를 정말 좋아했지만 당시 상황으로 볼 때 한동안 최고위직으로 올라갈 기회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것이 그가 현재의 자리를 수락한 주요 이유였다. 그의 미래에 대해 묻자 사이먼은 자신이 차기 CEO로 가장 유력한 인물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확실히 다른 후보자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사이먼이 사람들을아군아니면적군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세계에 살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은 누구든 공격 목표로 삼았고 이미 팀 가운데 자기주장이 강한 몇몇 직원을 제거했다. 또 자신의 편을 들어주기 주저하는 임원들은 곧장 적으로 간주해 내쳤다.

 

나르시시스트형 리더를 코치하기

곧장 경고장이라도 날리고 싶을지 모르지만 나르시시스트를 코치할 때 지켜야 할 첫 번째 규칙은 이들의 민감한 자의식이 다칠 만한 일은 무엇이든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들이 자신을 과장하는 태도는 대개 어린 시절 부모를 기쁘게 하지 못했다는 무기력감을 보상하려는 대응기제(對應機制)로 볼 수 있다(부모의 현실성 없는지나친 자극도 유사한 결과를 불러온다). 나르시시스트는 매우 자신감 넘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감의 이면에는 상처받기 쉬운 나약함이 숨겨져 있다.

 

따라서 코치는 먼저 나르시시스트의 자존심을 파괴하기보다는 확실하게 북돋아줘야 한다. 그에게 존경의 뜻을 전해야 하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수용해야 한다. 과장된 자아 인식을 더 키워서는 안 되겠지만(그가 타인을 다루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의 약점들을 강조해서도 안 된다(나르시시스트가 놀랄 수 있다). 신뢰를 얻기 위해 처음에는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라. 그러면 문제가 있는 각각의 행동에 대해 조금씩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성공의 열쇠는 나르시시스트와 타인의 관계에 대한 두 가지 측면을 활용하는 것이다.

 

전이(轉移•transference).보통 나르시시스트는 사물을 이상화하거나 평가 절하하는 이분법적 성향을 지닌다. 이들은 부모를 기쁘게 하고 싶은 어린 시절의 욕구를 다른 권위 있는 인물에게 옮기는 경향이 있는데 코치를 그런 권위 있는 인물로 여기기 쉽다. (정반대의 상황도 벌어질 수 있음을 잘 알고있는) 경험 많은 코치는 이런 성향을 이용해 보다 확고한 코칭 관계를 형성한다. 이 관계는 나르시시스트의 비정상적인 행동이 어떻게 그를 제한할 수 있는지 지적하면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게 한다. 사이먼도 곧 나를 권위 있는 인물로 여겼다. 덕분에 나는 회사에서 그의 지위를 높이거나 위태롭게 할 행동들에 대해 가벼운 제안을 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회사 전용기는 바쁜 임원들에게 분명 실용적인 교통수단이지만 비용 절감이라는 측면에서는 다소 불합리하고 잘못된 방식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 조언을 마음속 깊이 받아들였다.

 

경쟁심(competitiveness).나르시시스트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그의 야망을 이용할 수 있다. 한때 나는 지나친 비판으로 사이먼을 화나게 한 적이 있다. 그는 애그니스를 설득해 나의 코칭을 취소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유력한 차기 CEO이기 때문에 코치가 배정됐다는 점을 상기시키자 코칭을 계속 받기로 했다. 이후 나는 몇 차례 만남을 통해 안정된 관계를 가까스로 회복했다. 물론 나르시시스트의 과장된 자아를 부추기지 않으면서 야망이라는 주제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이때 전략적으로 대화를 해나가면 도움이 된다. 그의 야망을 암묵적으로 인정해주고 어떤 행동들이 임원의 목표를 실현하는 데 얼마나 도움을 주거나 방해가 될지 의논하라. 이렇게 하면 실제 행동이 개선되고 코치에 대한 신뢰가 강화된다.

 

사이먼의 사례에서 보듯 자신감을 형성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나는 그가 사람들과의 관계를 점차 개선하고 자신의 성공을 타인과 나눌 준비가 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서서히 동료들과 공감하기 시작했고 유능한 멘토가 됐다. 전반적으로 그의 행동은 좀 더 현실적으로 변했고 이전보다 더 회사의 가치와 조화를 이뤘다. 회사의 핵심 결정권자들은 사이먼의 이런 변화를 알아차리고 기뻐했다. 결국 CEO의 은퇴 시기가 다가오면서 사이먼이 그 자리에 임명됐다.

 

안타깝게도 나르시시스트가 다시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 특히 자신의 야망을 성취한 후 그런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추가적으로 관련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사이먼이 CEO로 임명된 후에도 새로운 자아가 지속될 수 있도록 내가 운영하는 CEO 세미나에 참여할 것을 권했다. 다른 회사 리더들과 함께하는 그룹 모임에 참여하면 안정된 새로운 자아상(自我像)을 굳건히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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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형 리더 (THE MANIC-DEPRESSIVE)

조울증(躁鬱症•manic depression) 혹은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는 일부 임원들이 겪는 또 하나의 심리적 상태다. 대부분의 정신 장애와 마찬가지로 조울증도 정도가 다양하지만 비교적 가벼운 조울증이라도 커리어를 망치고 친구나 동료들을 멀어지게 할 수 있다.

 

증상을 알아보는 방법

내가 경험했던 또 하나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번에는 한 회사의 창립자이자 CEO인 프랭크(Frank)라는 사람의 이야기다. 프랭크는 감정적으로 중간이 없는 인물 같았다. 사람들은 그를 대할 때 마치 자신이 소방수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들은 프랭크의 감정적 불길을 끄느라 끊임없이 그의 뒤를 챙겨야 했다. 하지만 변덕스러운 기분에도 불구하고 프랭크의 넘치는 에너지와 열정은 동료들에게 매력적이었고 전염성이 강했다. 무엇보다 사람을 이끄는 재주가 있었다. 회사의 초기 성공도 그의 이런 성향에 크게 힘입었다.

 

그러나 이제 프랭크는 회사에 커다란 리스크였다. 회사의 상황은 위태로웠다. 사업을 확장하려는 야심 찬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고 이 때문에 심각한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다. 게다가 우려스러울 정도로 많은 유능한 임원들이 회사를 떠났거나 빠져나갈 길을 찾고 있었다. 프랭크를 통제하지 못하면 회사의 파국을 막기는 어려워 보였다.

 

대화를 해보니 그에게는 확실히 양극성 장애가 있었다. 수년 전 (아내의 조언으로) 한 정신과 의사와 상담했을 때, 의사는 조울증 치료제인 리튬(lithium)을 처방했다고 한다. 프랭크는 이 약이 잠시 효과가 있었다고 인정했지만 여러 복합적인 기분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약물에 의지하는 삶은 약물 없이 지내는 삶만큼 즐겁지 않았다. 더 단조로우면서 생기가 줄었고 감정이 무뎌졌다. 무엇을 경험하든(정원을 바라보고, 새들의 지저귐을 듣고, 동료들과 대화하며, 거래를 성사하는 등) 강렬함이 훨씬 작았다. ‘감정이 고조되는 느낌을 잃어버린 프랭크는 결국 약물 복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프랭크는 전에도 약물을 남용한 경험이 있었다. 그는 조증(躁症)2]을 느낄 때마다 알코올에 의존했는데 알코올이 행복한 기분을 연장하고 강화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코카인을 시도해본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23세에 시작한 결혼생활이 그의 정서적 안정에 도움을 줬다. 그러나 최근 아내가 파트타임으로 일하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함께할 시간이 줄어들면서 집안 분위기가 변했다. 프랭크는 회사와 외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게다가 수차례 외도를 했다고 주저하며 털어놓았다. 아내가 외도 사실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변화된 행동이 부부 사이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프랭크에 따르면 자신과 아내는 깜깜한 밤에 지나치는 배들처럼 서로 무관심한 사이가 됐다. 그는 예전의 다정했던 시절이 그립다고 말했다.

 

 

 

치료 불가능한 임원

양심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고는 상상하기 어렵다(역사 속에서 가끔 나타나는 폭군이나 독재자를 제외하고). 하지만 소시오패스(sociopath)와 사이코패스(psychopath) 같은 인격 장애자는 분명히 존재하며 사람들 사이에 쉽게 섞인다. 두 유형 모두 유전 및 환경적 요인의 산물이다. 소시오패스는 환경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사이코패스는 좀 더 유전적이며 위험한 경향이 있다. 문제는 두 장애 모두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나는 경험상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와 코치의 관계는 대개 둘 중 하나의 형태를 띤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치료를 받으라고강요한사람들에 맞서 코치를 아군으로 삼으려 하거나, 혹은 어떤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코치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한다. 어느 경우든 그들은 당신이 원하는 바를 그대로 보여줄 것이고 자신의 행동에서 잘못된 점을 알게 됐다고 주장할 것이다.

 

 내가 거대 소비재 제품 회사에서 각광받는 직원이었던 아놀드(Arnold)를 만났을 때 그는 정말 총명해 보였다. 그는 미남에다 사교적이었으며 특히 감언이설에 능했지만 그의 공손한 태도는 왠지 나와 잘 맞지 않았다. 나는 우선 360도 전방위 평가를 실시해보라고 권유했다. 그는 열심히 따르는 듯했으나 막상 결과가 나왔을 때 그가 교류하는 다수의 중요 인물들(특히 그의 부하직원들)이 준 피드백은 빠져 있었다. 나는 그가 포함시켜야 할 사람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보고서를 다시 작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예상대로 두 번째 보고서에는 상당히 부정적인 언급들이 들어 있었다. 아놀드는 결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항상 책임을 다른 사람들에게 떠넘긴다는 내용이었다. 또 그는 약속을 어기기 일쑤였고 기밀을 지키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이 피드백을 스스로 해석해 보라고 하면서 그의 생각을 물었다. 내용 중 어떤 점이 놀라운가? 어떤 점이 공정하고 어떤 점이 부당한가? 나는 아놀드 같은 사람과는 언쟁이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는 아직 의심스러웠지만 아놀드는 자신이 개선됐다고 상사를 확신시켰으며 회사는 그를 동남아시아로 보내 사업 확장의 선봉을 맡겼다. 1년 후 나는 어느 경제지에서 이 회사가 대형 뇌물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기사를 읽었다. 아놀드는 자신이 주요 수혜자였던 이 리베이트 사건을 주도한 장본인이었다.

 

 

 

[2]기분이 비정상적으로 들뜬 상태

조울증형 리더를 코치하기

조울증처럼 심각한 기분 장애(mood disorder)는 보통 심리 치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문제는 조울증 환자들이 좀처럼 치료를 받으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프랭크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들은 현실 검증 능력이 약해진 사람들이다. 따라서 조증일 때나 울증(鬱症)3]일 때 자신이 타인에게 어떻게 인식되는지, 자신이 타인에게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하다.

 

조울증형 리더의 경우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게 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이때 가장 좋은 접근법은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방법과 정반대다. 다시 말해 조울증을 겪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하고 그 사람들과 함께 안전한 새로운 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반자 및 가족. 나는 프랭크에게 내가 그의 배우자를 만나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는데 일반적으로 코칭에서는 이례적인 요청이다. 하지만 그의 기분을 안정화하는 데 아내가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그녀를 아군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프랭크에게 그가 배우자의 생각을 잘 이해하려면 내가 먼저 그녀의 소망과 목표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프랭크의 허락을 얻기 위해서였다. 프랭크와 배우자 모두의 지지를 확보한 후 나는 그와 함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그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디에 있고 싶은가? 누가 그의 삶의 일부가 될까? 일단 가족과의 관계가 어떤지를 알게 되자 그는 자신의 행동을 고쳐야겠다는 유인을 얻었다.

 

회사 동료. 동시에 나는 회사의 경영진 및 다수의 사외이사들을 만나 프랭크의 행동 중 특히 어떤 점이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물론 프랭크에게는 그가 조직에서 어떻게 인식되는지 알아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미리 허락을 구했다. 처음에는 이들과 개별적으로 대화를 나눴으나 나중에는 프랭크를 논의에 참석시켰다. 그는 이 대화들을 통해 자신이 회사 내에서 다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는 일상적인 업무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사소한 부분까지 꼼꼼히 관리하는 그의 경영 스타일이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안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책임을 맡을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따로 임명하기로 했다. 프랭크는 중요한 고객들과의 관계 유지야말로 자신이 회사에 가장 크게 기여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에너지를 쏟아야 할 일은 바로 이것이었다.

 

조울증을 겪는 리더의 경우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어려워도 나르시시스트와 달리 어느 정도 인식은 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과는 좀 더 쉽게 진실을 이야기하면서 코칭을 해나갈 수 있다. 나는 6개월에 걸쳐 프랭크가 자신의 일을 조정하도록 도왔고 이는 직장과 가정에서 그의 정신 상태를 안정화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 그는 마침내 다시 정기적으로 심리치료사에게 상담을 받기 시작했고 약물도 복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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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적 공격형 리더 (THE PASSIVE-AGGRESSIVE)

‘수동적 공격성(passive-aggressive)’이라는 용어는 부정적인 감정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면서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는 사람을 지칭할 때 사용된다. 이런 행동은 솔직하고 직접적인 욕망의 표현이 금지되는 가정환경에서 비롯된다. 이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금방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법을 배우며 자기주장을 매우 꺼린다. 이들은 겉으로는 호의적이지만 뒤로는 교묘하게 방해하는 식으로 행동한다. 게다가 감정이 깊이 억눌려 있기 때문에 자신이 비협조적이라는 사실을 의식하지도 못한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에 화를 내면 기분 나빠한다. 그들에게는 결국 타인의 잘못이 문제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증상을 알아보는 방법

수동적 공격형 임원들은 겉으로는 업무상 요청을 받아들이면서도 뒤로는 은밀하게 분노를 표출한다. 가령 마감일을 지키지 않거나, 회의에 늦게 나타나거나, 변명을 하거나, 심지어 목표를 폄하하는 식이다. 이들은 요청된 업무를 수행하지 않으려고 지연, 비능률, 태만 등의 방법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임원들은 일에 대한 압박을 받으면 비뚤어진 행동을 보일 수 있지만 압박을 느끼지 않을 때는 뛰어난 업무 성과를 내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일부는 고위급 임원 자리까지 올라간다. 대개 자신의 행동으로 인한 첫 번째 희생자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메리(Mary)의 사례를 살펴보자. 그녀는 한때 내가 함께 일했던 어느 고위급 임원의 소개로 나를 찾아왔다. 그 임원은 그녀가 많은 잠재력을 지녔지만 어쩐지 약속을 지키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을 듣고 나서 왠지 수동적 공격형 인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만나보니 예감이 적중했다. 나는 그녀가 차갑고 수동적이며 심지어 다소 우울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동료와 상사에 대해 묻자 그녀는 그들을 비합리적인 사람들로 묘사했다. 사람들과 관계가 불편한 원인이 주로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나를 찾아온 이유를 묻자 그녀는 설득력 있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저 나를 만나보면 좋겠다고 상사가 추천했다는 이유가 전부였다. (360도 전방위 피드백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녀의 행동에 당황해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듯했다.

 

코칭과 치료의 차이는 무엇인가?

사람들이 자주 하는 이 질문에는 여러 가지 대답이 있다. 어떤 사람은 차이점이 시간의 지향점에 있다고 주장한다. 즉 코칭은 현재와 미래에 초점을 두는 반면 치료는 과거 지향적이라고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의식(코칭)과 무의식(치료)의 차이로 구분한다. 또한 심리치료는 장기적인 치료이고 코칭은 단기적인 개선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보기에 이런 구분들은 모두 다소 인위적이다. 아마도 심리치료사는 인간의 성격과 관련해 집중적인 훈련을 받은 반면 경영자 코치는 임원들이 일하는 일반적인 업무 환경에 초점을 맞춘다고 말하면 정확할 것이다. 나는 필요에 따라 과거에서 현재로, 의식에서 무의식으로 초점을 옮겨가며 작업한다. 치료사이자 코치로서 나는 단기적이면서 굉장히 집약적인 과제들을 맡은 적도 있지만 어떤 과제들은 수년간 지속되기도 했다.

 

 

[3]우울한 기분에 빠져 의욕을 상실한 상태

 

수동적 공격형 리더를 코치하기

수동적 공격형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권위 있는 인물을 향한 반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이를 돕기 위해 코치는 전이(transference)를 유도해야 한다. 메리가 나를 권위 있는 인물로 여기게 하면 그녀의 분노를 내게 향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그녀가 더 건강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분노를 표현하도록 도울 수 있다. 이 작업에는 다음의 사항들이 포함된다.

 

끈기 있게 마주하기. 메리가 내게 수동적 공격성을 보일 때마다 나는 이런 식으로 말했다. “메리, 당신은 내게 화가 나있는 것 같군요. 제 말이 맞습니까?” 나는 또 그녀의 행동에서 모순을 지적하곤 했다. 물론 그녀는 부인하거나 대답을 회피했지만(해야 할 일을 완료하지 못했을 때는 깜박했다고 변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갈수록 그런 식으로 빠져나가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방어적인 태도를 대할 때 항상 조심했다. 메리 같은 사람들을 상대할 때는 절대 언쟁을 하거나 생각을 바로잡아주려 해서는 안 되며 조용히 뒤로 물러서서 상담자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볼 여유를 줘야 한다. 수동 공격형 사람들은 언쟁이 생기면 자신을 희생자라고 여기면서 상대방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데 매우 능숙하다. 나는 그녀의 감춰진 분노를 알고 있다는 점을 알리면서 그녀의 스타일은 대인 관계에 효과적으로 임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행동을 개선하기. 수동적 공격형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은 경향이 있는데 코치는 이들이 자존감을 높이도록 도와야 한다. 최선의 방법은 이들에게 상황을 직접 대면하는 연습을 시키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거나 개선할지 설명해보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처음에 메리는 머뭇거리며 말을 빙빙 돌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용기 있게 직설적으로 얘기하라고 그녀를 설득했다. 또 특정 과제를 서면으로 내줬다. 그녀가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면 사실에 근거해 직접적이고 냉정하게 실망을 표시했다. 나는 그녀의 행동에 당황했다고 말하곤 했다. 왜 계속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가? 왜 더 좋은 방법을 찾지 않는가? 코칭을 계속 받고 싶다면 그런 행동을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매번 상당한 시간을 들여 그녀의 장점을 칭찬해줬다.

 

가족을 돌아보기.메리는 업무를 미루는 자신의 성향과 업무를 요청하는 사람에 대해 느끼는 분노 사이의 인과 관계를 알아차릴 필요가 있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는 자신이 왜 지금과 같은 사람이 됐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내 어린 시절 권위적인 아버지에게 맞서기 어려웠다는 점이 드러났다. 그녀의 어린 시절을 분석해보니 (나를 포함해) 권위적인 인물을 대하는 방식 및 이들을 향한 잦은 분노의 이유가 명확해졌고 그녀도 점차 이런 사실을 인정하게 됐다. 우리는 또 메리가 가족을 대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춰 대화를 이어갔다. 그녀의 스타일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며 그 결과가 어떨지 살펴봤다. 결국 그녀가 원하는 바는 아이들의 행복이었지만 이제껏 아이들을 다룬 방식은 행복을 위한 방법이 아니었다.

 

수동적 공격형 사람들을 코치하는 일은 진이 빠지는 작업이다. 이들은 코치를 실망시켰을 때 성취감을 느낀다는 점을 은근하게 드러내기 때문에 다소 짜증나는 사람들이다. 나 역시 메리가 나를 괴롭히지 못하도록 하는 데 많은 노력을 들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녀는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려 하기 시작했다. 짜증나는 기분을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했고 성공과 실패 사례를 내게 보고했다. 그리고 대체로 결과에 만족했기 때문에 그녀는 이 코칭이 옳은 방식이며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마침내 나는 그녀가 내 도움 없이도 해나갈 수 있겠다는 확신을 전달했다. 이후 옛날 습관으로 돌아가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몇 차례 더 그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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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단절형 리더 (THE EMOTIONALLY DISCONNECTED)

앞에서 소개한 사례들에서는 까다롭기는 해도 상당히 카리스마를 갖춘 임원들을 주로 다뤘다. 이런 사람들은 계속해서 당신을 감정적으로 자극한다. 그러나 네 번째 유형의 병적 증세는 감정의 과잉이 아니라 감정의 결여 때문에 문제가 된다.

 

정신과 의사들은 이런 사람들을 지칭할 때감정표현 불능증(alexithymia)’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단어로감정에 대해 말이 없음을 의미한다. 감정표현 불능증 환자는 고지식하고 상상력이 떨어지며 일반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인식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타인에게서 오는 수많은 복잡한 감정 신호를 잘 이해하지 못하며 이런 신호들을 위험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요소로 인식한다. 물론 감정표현 불능증 환자들도 대규모 관료 조직에서는 성공할지 모른다. 이런 조직에서는 위험을 회피하고 적당히 목소리를 내며, 예측 가능하면서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 방식이 보상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조직에서는 이들이 사람들에게 매우 그릇된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다. 감정표현 불능증 환자들은 조직이 좋은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한 활력과 영감, 통찰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타인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어렵다.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하고 속마음을 알기 어려워 사람들의 능력을 최대로 끌어내지 못한다. 또한 예측이 어려운 사람들을 잘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조직의 성장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이들의 감정 결핍은 창의성과 혁신의 의욕을 꺾으면서 조직 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증상을 알아보는 방법

어느 임원이(그를 로버트(Robert)라고 부르자) 회사에서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해 나를 찾아왔다. 그는 최근까지도 매우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왔지만 업무가 바뀐 이후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듯했다. 새로 맡은 업무에 대해 묻자 그는 체계가 없는 일이라 힘들다고 했다. 무엇보다 그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가 분명하지 않았다. 인간관계와 업무체계가 굉장히 가변적이었기 때문이다.

 

로버트는 정부의 기술 부문에서 근무하다가 민간 기업으로 옮겨 최고정보책임자(CIO)를 맡았다. 이 자리는 대인관계 기술이 상당히 필요한 자리였는데 로버트는 경영진과의 융화에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그는 한 인사부 직원과 상담했고 그의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과 관련해 도움을 받아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가 나를 찾은 이유는 이 때문이었다.

 

첫 만남에서 그는 나의 개방형 질문에 완전히 기계적이고 사무적인 방식으로 대답했다. 가족과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친밀한 인간관계도 없는 듯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상상의 시나리오 속에서도 감정적인 부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마치 상상력과 감정의 기억이 손상된 것 같았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의 느낌이 어떤지 묻자 그는 위통, 근육 긴장, 두통이 일어난다고 말했을 뿐 그 느낌이 어떤지는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했다. 이는 감정표현 불능증 환자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이들은 감정적인 반응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대신 신체적인 통증을 느낀다. 로버트는 자신의 몸이 왜 그렇게 반응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감정표현 불능증 환자를 대할 때 신체적 통증을 없애기 위해 의학적 치료를 권하고 싶은 유혹이 들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의사들은 이 말을 기억하기 바란다). 담당 의사는 (분명 어찌할 바를 몰라서) 그를 정신과 의사나 심리치료사에게 보내려 했지만 로버트는 이를 거부했다.

 

감정 단절형 리더를 코치하기

감정표현 불능증 환자들은 적극적으로 상담에 임하는 고객이 아니기 때문에 코치들이 지루해지고 코칭의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항우울제를 사용하면 이들이 감정에 집중하고 내적 경험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이 장애를 직접적으로 치료하는 약물은 없다. 나는 로버트가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적절하게 반응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우리의 작업은 다음의 두 단계로 이뤄졌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로버트 같은 사람들을 코치할 때는 당면한 대인관계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따라서 나는 로버트와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우선 그가 일상 업무를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했으며 초기 상담에서 이 부분에 집중했다. 최근 직장에서 당황스러운 일이 있었는지 묻자 그는 사무실에서 별안간 울음을 터뜨린 새 비서의 행동을 언급했다. 그 일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물었더니별로요라고 대답했다. 그에게는 단지 두통이 생겼을 뿐이었다. 비서의 울음을 그치게 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했는지 묻자 그는아무 일도 안 했어요라고 말했다. 비서에게 자리로 돌아가라고 한 일이 전부였다. 나는 비서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혹시 도울 만한 일이 없는지 묻는 편이 좋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그는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지만 만일 같은 상황이 또 일어난다면 내 조언을 따르겠다고 대답했다.

 

통증을 설명하기.일단 코칭 과정에서 로버트의 자신감을 높인 후, 직장에서 마주친 힘든 상황을 설명해 달라고 부탁하고 어떤 경우에 통증이 생겼는지 말하게 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육체적 고통으로 나타났던 경우를 돌아보면서 우리는 이런 증상들에 대해 대화를 이어나갔다. 왜 일어났는지, 어떤 의미인지, 설명한 일련의 사건들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수차례의 코칭 만남을 가진 뒤 로버트는 삶에서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사건들과 그의 증상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작업이 진전을 보이면서 그는 자신의 감정을 점점 깊이 느끼게 됐고 감정을 타인과 나누면 업무에도 이롭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유쾌한 사람이 돼갔으며 기계적인 반응도 줄어들었다.

 

감정표현 불능증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다른 접근 방식들도 있다. 나는 집단 및 가족 치료를 행하면 코치받는 사람이 감정의 다양한 측면을 인식하고 허용하며 말로 표현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며 관찰할 기회를 갖게 된다. 또한 생체자기제어(biofeedback), 이완훈련(relaxation training), 자율훈련법(autogenic training), 유도심상법(guided imagery), 최면(hypnosis) 같은 행동 기법들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기법들을 사용하면 발생한 사건과 신체적 감각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스트레스를 주는 반응에 대해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양철인간이 자신에게도 심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처럼 감정표현 불능증을 겪는 임원들도 자신의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러면 그 임원이 타인과 관계하는 방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이를 통해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 영감을 받으면서 사기가 진작되며, 조직을 신나고 일할 만한 곳으로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소설가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에게 자신이 전 생애에 걸쳐악마와 싸워야 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바로 부조리라는 악마다. 자신의 부조리한 면을 인식하지 못하는 임원들은 마치 수면 아래 놓인 어마어마한 위험을 잊은 채 빙산을 만난 배와 같다. 유능한 임원들은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고 싶은 유혹이 들 때 자기 성찰을 통해 이를 억제하고 깊은 반성을 행동으로 연결시키는 법을 알고 있다. 이때 경영자 코치는 무의식적이고 불합리한 프로세스들이 행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지적해서 도움을 줄 수 있다.

 

 

 

만프레드 F.R. 케츠 드 브리스

만프레드 F.R. 케츠 드 브리스(Manfred F.R. Kets de Vries)는 경영자 코치, 정신분석가/심리치료사, 경영학자이며 현재 인시아드(Insead) 프랑스, 싱가포르, 아부다비에서 리더십 개발 및 조직 변화의 특훈 교수(Distinguished Professor)로 재직 중이다. 최신 저서에는 <고슴도치 효과(The Hedgehog Effect: The Secrets of Building High Performance Teams, 2011, John Wiley & Son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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