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월호

직감 vs. 논리 문제 상황 파악이 먼저다
민재형

HBR 5월 호 스포트라이트는 네 개의 글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처음 세 글은 의사결정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행동적 처방을 제시하고 있으며, 네 번째 글 ‘‘경제적 동물에서 행동경제학까지는 의사결정의 세 가지 접근방법의 진화과정과 그 장단점을 다루고 있다. 스포트라이트 네 개의 글에서 공통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내용은 인간의 두 가지 사고체계인 시스템 1과 시스템 2에 관한 것이다.

 

인간의 머릿속에는 두 가지 사고체계가 공존한다. 하나는 시스템 1이라 불리는 직관적이고 자연반사적인 사고체계, 다른 하나는 시스템 2라 불리는 논리적이고 생각을 동반하는 사고체계다. 시스템 1은 속도가 빠르고, 별다른 노력이 필요 없으며, 무의식적이고, 함축적이며, 감성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반면 시스템 2는 생각을 동반하므로 속도가 느리고, 노력이 필요하며, 의식적이고, 구체적이며, 논리적이다. 2003년 방화살인의 추억을 기억할 것이다. 그 영화에는 두 명의 성격이 다른 형사가 등장한다. 송광호가 분한 박두만이란 형사와 김상경이 분한 서태윤이라는 형사다. 박두만은무당눈깔이라는 별명처럼 모든 수사를 감각에 의존해 하는 스타일이고, 서태윤은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과학수사의 신봉자다. 박두만은 시스템 1의 아이콘이고 서태윤은 시스템 2의 아이콘이다.

 

의사결정을 예술art과 과학science의 합성체라고 할 때 시스템 1은 의사결정의 예술적인 측면과, 시스템 2는 과학적인 측면과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우리가 시간적 제약, 혹은 스트레스 상황하에서 문제에 직면하거나 위기를 경험하면 우선적으로 가동하는 것은 시스템 1이다. 위기가 닥치면 머리가 하얗게 돼 생각보다는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스템 1을 우선 가동하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시스템 1을 우선 가동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1을 가동한 후 더 이상 되돌아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스템 1에 의한 자신의 판단에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거기에 안주하면 잘못된 판단으로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시스템 2도 정보의 제한과 개인의 인지편향에 의해 판단착오를 가져올 수 있다. 이번 호 스포트라이트는 개인이나 조직의 판단착오를 줄일 수 있는넛지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 글인리더의 새로운 역할: 의사결정 설계자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핵심은 의사결정 환경의 재설계다. 사람들은 보통 문제가 어떻게 제시되느냐에 따라 선택과 판단이 달라지는 수동적인 의사결정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웬만해서는 움직이려 하지 않는 부작위편향omission bias도 갖고 있다. 글의 예에서처럼 퇴직연금 가입제도를 선택가입opt-in program에서 선택탈퇴opt-in program로만 바꿔도 연금 가입률은 훨씬 높아질 수 있다. , 사람들로 하여금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개인이나 조직의 복지를 위한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본값을 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글인스스로의 편견을 넘어서라에서는 시스템 1이 유도하는 반사적인 판단의 위험을 지적하고 있다. 인간은 가용한 정보 모두를 논리적으로 살펴보기보다는 개인의 기억 속에 저장된 연상이나 의미 부여 패턴을 이용해 불확실한 미래 상황을 다각화하지 못하는 맹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시야를 넓히는 것이 필요함을 이 글에서 역설하고 있다.

 

세 번째 경험은 믿을 만한 길잡이가 아니다는 선례의 함정을 지적하고 있다. 경험이 잘못된 판단으로 이끄는 이유 세 가지를 지적하고 있는데, 첫째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비즈니스 환경, 둘째는 입맛에 맞는 말을 쏟아내는 조언자들, 셋째는 우리의 인지능력 한계다.

 

네 번째 글인 ‘‘경제적 동물에서 행동경제학까지는 세 가지 의사결정 접근방법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진화했으며,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있다. 글에서 말한 세 가지 접근방식은 의사결정 분석, 휴리스틱과 인지편향, 직감에 의한 반사적인 반응이다. 이 글에서는 세 가지 접근방법 중 두 번째 접근방법인 휴리스틱과 인지편향이 학계에서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의사결정 세계의 주된 조류라고 말하지만 휴리스틱은 잘못 사용될 때 그 위험 또한 크다. 중요한 것은 경험에 기반을 둔 휴리스틱이나 직감에 의한 판단이 어떤 문제 상황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고 또 어떤 경우에 위험하거나 해를 끼칠 수 있는지를 구분하는 능력이다.

 

어느 세계나 고수와 하수가 있다. 의사결정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하수란 주어진 원칙이나 표준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바둑을 예로 들어보자. 하수는 바둑의 정석에 나와 있는 수를 둔다. 정석에 나와 있지 않은 수는 잘못된 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수는 책에 나와 있지 않은 수를 두기도 하고, 때로는 책에서 말하는 것과는 반대되는 수를 두기도 한다. 고수는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자기만의 정석을 만든 것이다. 정석은 객관성을 갖는 휴리스틱이다. 의사결정의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객관적 휴리스틱을 만들어 보라. 객관적 휴리스틱은 주먹구구와는 다르다. 객관적 휴리스틱이란 남에게 설명 가능하고 남도 내 설명을 듣고 납득할 수 있는 판단 방법을 말한다. 그리고 그 객관적 휴리스틱을 문제에 적용하고, 사후효과를 검토하라. 그런 후 피드백 과정을 거쳐 자신의 휴리스틱을 세련되게 만들어라. 그리고 이런 과정을 부단히 반복해서 상황에 따라 유연성을 갖는 휴리스틱으로 발전시켜라. 그러면 당신도 의사결정의 고수가 될 수 있다.

 

 

 

 

사실 이 글에서 언급한 세 가지 의사결정 철학은 예술과 과학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의사결정은 예술과 과학이 상호보완적으로 결합될 때 완숙해질 수 있다. 예술이란 개인의 일 처리 소양으로 개인적 리더십, 경험, 직관 등을 이용한 의사결정 접근방식을 말한다. 글에서 말한 휴리스틱과 인지편향, 직감에 의한 의사결정이 여기에 해당한다. 과학이란 정형화된 틀과 절차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사실에 근거한 자료에 기반을 둔 의사결정 접근방식을 말한다. 글에서 말한 의사결정 분석이 이에 해당한다. 예술과 과학은 상호보완적인 개념으로 어느 한쪽에 치우친 의사결정은 절름발이 의사결정이 될 위험이 크다. 따라서 문제 상황이 무엇인지를 우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연 우리의 경험이나 직관을 이용해 판단을 해도 좋은 상황인가, 아니면 과학적인 방법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가를 구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제언은 다음과 같다. 의사결정 사안에는 경중(輕重)이 있다. 식당에 가서 점심 메뉴를 고를 때 의사결정 분석과 같은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광경을 상상해 보라. 매우 우스꽝스러울 것이다. 이는 경험적 휴리스틱이나 직감으로 해결하기 충분한 문제다. 메뉴 선택이 잘못되더라도 내 입맛만 버리면 된다. 하지만 차세대 전투기를 어디서 구입할 것인가, 세제 개편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성격이 다른 문제다. 이때도 점심 메뉴 고르듯 과거에 구입한 곳이나 어느 로비스트가 추천하는 곳, 마음이 끌리는 곳을 구입처로 정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의사결정의 중요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때는 모든 측면을 종합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의사결정 분석을 포함한 모든 과학적인 접근은 인간의 인지편향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완책이기 때문이다. 글에서 예로 든 영화스타트렉의 감성적인 커크 선장과 논리적인 스팍의 공조처럼 말이다.

 

의사결정은 종합예술이다. 휴리스틱이나 직감도 중요하고, 의사결정 분석과 같은 과학적인 방법도 중요하다. 이제 의사결정의 중요도에 따라 문제를 구별하고 중요한 문제의 경우 예술과 과학의 접목을 시도해 보기 바란다. 미국의 현자라 일컬어지는, 100달러 지폐의 주인공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은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교훈을 던져준다. “경험은 수업료가 비싼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바보들은 경험 이외의 다른 학교에서는 배우려 하지 않는다.”

 

 

민재형

민재형 교수는 서강대 경상대학을 거쳐 텍사스대에서 경제학사, 인디애나대에서 의사결정학(Decision Sciences)으로 경영학 석사 및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1992년부터 서강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스탠퍼드대의 객원교수를 지냈으며, 서강대 경영대학장 및 경영전문대학원장을 역임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클레어홀(Clare Hall)의 종신멤버이다. 처방적 의사결정에 관한 저서 <생각을 경영하라(청림출판, 2014)> 2014년 세종도서로 선정됐다. 주 연구 분야는 전략적 의사결정, 과학적 경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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