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월호

과대평가의 덫
앨리슨 켐퍼(Alison Kemper),로저L.마틴(Roger L. Martin)

과대평가의 덫

 

투자자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을 때 나쁜 행동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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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 in Brief

 

문제점

 

주가수익비율PER · price-to-earnings ratio이 높은 기업의 CEO들은 재정적인 측면뿐 아니라 환경적, 사회적으로도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원인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투자자

(주주)들이 해당 사업의 잠재력과 성공 요인에 대해 비현실적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CEO들은 금융시장이 보고 싶어 하는 대로 움직인다. 만일 투자자(주주)들의 거품 섞인 기대를 꺼뜨리는 일을 하면 회사의 주가가 급작스러운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CEO는 투자자들이 생각하고 싶은 대로 그대로 놓아두고 위기가 닥치기 전 다른 자리로 떠나버리면 그만이다.

 

함정 피하기

 

CEO들은 회사의 미래 전망을 보여주는 증거에 좀 더 민감해야 한다. 그리고 이 증거와 일치하는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2007 7 9, 당시 시티그룹 CEO 척 프린스Chuck Prince는 악명 높은 발언을 남겼다. “음악이 멈추면, 유동성 측면에서 복잡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음악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일어서서 춤춰야 한다. 우리는 아직도 춤추고 있다.” 프린스는 좋은 뜻으로 한 말이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1]시장이 약세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그 시장의 큰손인 시티그룹이 추가 대출을 철회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일본 기자들에게 확인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두 달 후, 리먼 브라더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로 인해 파산을 선언했다. 이 사건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몰락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모기지 시장이 붕괴하자 수백만 미국인이 집을 잃었다. 미국 납세자들은 4760억 달러를 구제금융으로 시티그룹에 제공해야 했다. 이는 가구당 4000달러에 이르는 금액이다.

 

이런 상황에서 프린스의 발언은 시티그룹 같은 은행들이 안고 있는 어마어마한 위험을 정당화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시티그룹이 이 상당히 인위적인 프로세스에 관여하고 있으며, 이 프로세스가 결국에는 멈출 것임을 인정하는 것 같았다. 또 그때가 되면 부정적 결과를 보게 될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해석에는 한 가지 중요한 가능성이 빠져 있다. 프린스로서는 춤추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을 할 여지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모든 성공한 회사의 리더들 앞에는 행동심리학적인 덫이 기다리고 있다. 프린스가 그랬던 것처럼 이들은 앞에 덫이 놓인 줄 알고 있으면서도 잘 피하지 못한다.

 

사실 이 덫은 많은 경영자가 축복으로 여기는 것의 거의 피할 수 없는 결과다. 자본시장이 회사의 주식을 과대평가할 때 생겨나기 때문이다. 특히 특정 산업 섹터가 전체적으로 과대평가되어 있을 때 나타난다. 이 글에서는 이 덫이 어떤 것인지, 다양한 산업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어느 곳에서 다시 이런 현상이 나타날 것인지를 설명하겠다.

 

과대평가된 주가의 대리인 비용[2]

 

과대평가된 주가가 경영 행동의 덫을 만들어낸다는 이론은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마이클 젠슨Michael Jensen의 주장이다. 그는 프린스의 발언이 나오기 2년 전 이 이론을 제기했다. 젠슨 교수는 윌리엄 메클링William Meckling과 함께 쓴 ‘Theory of the Firm: Managerial Behavior, Agency Cost, Ownership Structure’(1976,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논문은 금융에 관해서 자주 언급되는 논문 중 하나다. 하지만 젠슨 교수가 2005 ‘Financial Management’에 발표한 ‘Agency Costs of Overvalued Equity’는 안타깝게도 주목받지 못했다.

 

이 두 번째 논문은 닷컴 버블의 수혜를 입었으나 2000~2002년에 주가 폭락 이후 급격히 붕괴한 회사들, 예를 들어 월드컴WorldCom이나 노텔Nortel같은 회사에 주목했다. 젠슨 교수의 주장은 아주 단순하다. 기업의 주식이 과대평가되면, 어마어마한 행운이 없는 한 경영자가 주식 가치를 정당화할 만한 성과를 합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것이 과대평가란 말의 정의다. 회사가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장애물을 금융시장이 만드는 것이다.

 

[1]불량(sub-prime) 등급의 부동산 대출을 채권으로 만들어서 금융기관들끼리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상품편집자 주

[2]agency cost, 기업의 주체(주주, 채권자)와 대리인(경영자)과의 상충된 이해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 - 역주

 

 

젠슨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 경영자는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기대하는 성과를 내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결정을 내린다. 다시 말하면, 경영자는 회사가 아직 가치를 창출할 잠재력이 있다고 시장이 믿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에 투자한다. 물론 자신은 이런 투자가 충분한 결과를 내지 못할 것임을 잘 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심판의 날을 뒤로 미룰 수 있다. 심판의 날이 오기 전 회사를 떠나면 책임을 피할 수 있다.

 

이런 경영자는 대부분 다음 두 가지 전략 중 한 가지를, 혹은 둘 다를 사용한다.

 

첫 번째, 유행하는 기술에 투자한다.주가가 과대평가된 기업은 멋있어 보이는, ‘뜨는기술에 거액을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닷컴 시대 사랑 받았던 통신업체 글로벌크로싱Global Crossing은 광섬유 통신케이블을 부설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썼다. 이렇게 하면 이 회사 사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것은노력하면 꿈은 이루어진다(If you build it, they will come)’[3]는 전략의 최고봉이었을 것이다. 당시 많은 전문가는 인터넷 통신망 속도의 한계가 성장을 늦추고 있다고 보았다. 그러니 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소유한 기업이 디지털 트래픽 증가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을 것이라 볼 수 있었다. 그러므로 광섬유 케이블 부설에 투자한 기업들은 자신이 미래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주장할 수 있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주가 폭락이 시작될 때까지 글로벌크로싱은 그렇게 설치한 인터넷망 용량의 극히 일부만을 사용했다. 대다수 주주에게는 원통한 일이지만 보유했던 광섬유 케이블망은 들어간 비용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매각됐다. 그런데 이 회사 최고경영진은피해를 보지 않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주가가 폭락하기 전 주식을 팔아 치웠다. 자사 주식이 과대평가됐음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두 번째, 멋있어 보이는 기업을 인수한다.뚜렷하게 인기를 끌 만한 자본 투자 프로젝트가 마땅치 않은 경우, 자산이 과대평가된 기업들은 M&A로 관심을 돌린다. 대부분 소문난 스타트업에 최고 한도액을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1997년부터 2000 9월에 정점을 찍기까지 주가가 10배 상승한 노텔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 회사는 소규모 테크놀로지 회사 수십 개를 사들였다. 이 중 가장 큰 건은 91억 달러에 인수한 베이네트웍스Bay Networks였다. 물론 매수 대금은 과대평가된 노텔 주식으로 치렀다.

 

지갑이 두둑해 보이는 대기업과 창업가적 열정이 살아 있는 소기업을 결합한다는 아이디어는 투자자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노텔의 시가총액은 새로운 인수를 할 때마다 계속 상승해 2830억 달러에 이르렀다. 하지만 음악이 끝나자 이내 곤두박질쳐서 2002 7월에는 50억 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노텔은 이후 몇 년 동안 파행을 거듭하다 결국 2009년에 파산 신청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베이네트웍스 인수가 이 회사의 운명을 바꾼 결정적 사건이라고 말한다(애초에 베이네트웍스 자체도 주식의 과대평가를 통해 소규모 테크놀로지 회사들이 합쳐져 만들어진 회사였다). 베이네트웍스를 인수하면서 노텔은 라우터 업계의 떠오르는 거인 시스코시스템즈와 정면으로 맞서게 됐다. 이것은 노텔이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눈에 띄는 자본 투자를 하거나 인수할 만한 기업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할까? 이런 경우에는 회사의 성과가 주주들의 높은 기대에 미치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기 위해 장부를 조작한다. 예를 들어 1999년에서 2002년까지 월드컴은 경비로 기장해야 할 비용을 자산으로 계상했다. 금액은 처음에는 38억 달러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 거짓말이 발각되면서 2002년 이 회사의 파산을 재촉했다. 머지않아 부정 처리된 금액이 11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익을 심각하게 부풀렸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과대평가된 주가를 지탱하기 위해서였다.

 

시간이 지나고, 시장은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했던 닷컴 붐 기간에 경영자들이 무책임하고 때로는 범죄에 해당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결과 주가가 폭락하고 수많은 규제가 생겼다(가장 눈에 띄는 규제는 이사회가 경영 감독을 강화하도록 강제한 사베인스 옥슬리Sarbanes Oxley법이 통과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기업과 섹터의 과대평가가 다시 이어지고 있다. 이런 행태가 여전히 경영자들을 유혹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들이 가치 파괴적인 전략과 행동을 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잊어버린 교훈

 

과대평가된 주가의 위험을 보여주는 대표적 부문이 은행이다. 은행 중에서도 가장 좋은 사례는 시티그룹이다. 1994년에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평균 105억 달러였다. 이는 이 회사 주주들이 기대하는 연간 수익률이 13%(시티그룹의 자기자본비용은 12.85%)일 경우, 주주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배당금과 주가 상승을 통해 한 해 동안 14억 달러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3]영화꿈의 구장(Field of Dreams, 1989)’에서 유명해진 대사편집자주

주가의 과대평가가 버블 시대에만 일어나는 일이라면 염려스럽기는 하지만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1994년 이후 시티그룹의 주가는 하늘 높이 치솟아 1994년 말 약 50달러에서 2000 8 28일에는 588.75달러가 됐다. 주가가 588.75달러일 때 이 회사의 시가 총액은 3300억 달러였다. 이 단계에서 시티그룹은 매년 1994년보다 31배 더 많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했다. 다시 말하면 불과 6년 만에 연간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가 14억 달러에서 430억 달러로 증가했다. 이는 스타트업이 아닌 성숙한 기업은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물론 투자자들은 이런 가치 상승을 목격할 수 없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2000년 주식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시티그룹의 시장 가치는 절반으로 줄었다. 주가는 2002 10 7일에 267.30달러에서 바닥을 쳤다. 당시 CEO 샌디 웨일Sandy Weill은 불황 후 경기 회복의 도움을 받아 주가를 어느 정도 회복시킬 수 있었다. 2003 10 1일 그는 시티그룹을 척 프린스에게 넘겼다. 당시 주가는 470달러였다.

 

주가의 과대평가가 버블 시대에만 일어나는 일이라면

염려스럽기는 하지만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프린스에게는 행운이기도 하고 불운이기도 한 일이었다. 주가는 방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올랐다.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프린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신용 파생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이 전략 덕분에 주가는 2006 12 27일에 564.10달러까지 올랐다. 사상 최고치에서 4%만 부족한 수치였다. 하지만 치솟은 주가에는 대가가 따랐다. 이것은 유례없이 위험한 행동의 결과였다. 시장이 기대하는 수익을 올려야 했기 때문이다.

 

프린스의발언이 나온 날 시티그룹 주가는 516달러로 여전히 높았다. 그가 춤출 수 있는 기간은 겨우 4개월이었다. 2007 11 4, 주가가 377.3달러까지 떨어졌을 때 프린스는 회사에서 쫓겨났다. 프린스를 쫓아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시티그룹 주식은 이후로 계속 하락해서 2009 3 5 10.2달러로 바닥까지 떨어졌다.

 

막대한 정부 구제금융과 새로운 투자 자본 유입, 경제 회복과 업계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시티그룹 주가는 회복되지 않았다. 바닥을 친 이후 주당 60달러까지(단 하루) 올랐을 뿐이다. 이는 닷컴 버블이 꺼진 이후에도 시티그룹의 자산이 변명의 여지 없이 과대평가되어 있었음을 뜻한다. 프린스가 CEO가 됐을 때는 이미 이런 과장된 가치평가를 정당화시키기에 충분한 수익을 올리는 일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보는 편이 공정할 것이다. 프린스는 젠슨 교수의 이론이 예측한 대로 행동했다. 결국에는 음악이 멈출 것이고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것을 알면서도 그는 계속 춤을 췄다(하지만 그 결과가 얼마나 무시무시할지는 알지 못했던 것 같다).

 

프린스는 다른 경영자들과 다른 면이 한 가지 있다. 그는 주가가 과대평가됐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심지어 규제 당국에도 이 문제에 대해 털어놓았다. 2007 6월 미국 재무장관 행크 폴슨Hank Paulson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프린스는 이렇게 질문했다고 한다. “우리가 이 모든 리스크들을 감수하지 않도록 우리에게 명령을 내려줄 수는 없겠습니까?” 하지만 폴슨 장관은 프린스의 호소를 귀담아 듣지 않았던 것 같다. 투자자들도 그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프린스의 춤 발언을 듣고 시티그룹 주식을 판 투자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발언이 <파이낸셜타임스>에 인용된 뒤에도 시티그룹 주식이 떨어지지 않고 상승세를 유지한 것으로 보아 그 수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만연한 문제

 

과대평가된 자산이 버블과 관련해 흔히 일어나는 시기적 문제라면 염려스럽기는 하지만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현상이 처음 예상보다 훨씬 더 보편적이고 심각하며, 소위 실물경제에서 중요하고 자본이 많이 소비되는 부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약 산업이 바로 그런 경우다. 많은 제약 회사가 높은 평가를 누린다. 1988년에서 2000년까지 S&P 50에 드는 6개 제약회사의 시가총액은 830억 달러에서 9170억 달러로 엄청나게 증가했다(1988년 이후 등장한 7번째 기업 암젠Amgen까지 포함하면 9830억 달러가 된다). 이 회사들의 평가는 이후로 대부분 일정하게 유지됐다. 2015년 가을 현재 이 7개 회사의 시가총액은 9450억 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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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획기적인 논문 ‘60년에 걸친 제약 혁신의 교훈에 따르면 제약 업계의 상업용 R&D 지출은 1950 10억 달러 이하(2008년 달러 가치로)에서 2008 500억 달러로 증가했지만, 매년 승인된 신약 수는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매년 조금씩 변동이 있긴 하지만 일정한 수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거대 제약회사들은 규모가 주는 시너지를 누리기 위해 합병 전술을 선호하는데, 이 방법이 제약 생산의 체계적 증가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상업용 제약 R&D 지출이 계속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R&D 생산성이 향상됐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제약회사들이 수익을 주주들에게 다 돌려줄 수도 없다. 그렇게 하면 R&D가 더 이상 매력적인 투자가 아니며, 기존 R&D 모델이 잘못됐고, 회사가 현재의 주가 평가를 유지할 수 없다는 신호를 투자자들에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증거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거대 제약회사들이 기존 모델로 계속 가치를 창출하기를 기대한다. 그렇다면 경영자로서는 현재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는 것 외 다른 선택을 할 수가 없다. R&D를 줄이면 음악이 멈췄음을 투자자들이 알게 되고, 그러면 자신들이 키우도록 위임받은 주가가 붕괴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거대 제약회사들이 R&D에 쓰는 돈은 거대 석유회사들이 2015년 새로운 석유 매장량 탐사에 쏟아 부을 계획인 5710억 달러에 비하면 푼돈이다(물론 이 업계가 2014년에 탐사에 지출한 금액보다는 17% 적은 금액이다). 현재 확인된 2조 배럴에 달하는 석유 매장량으로 이미 전 세계에 53년간 석유를 공급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이렇게 막대한 투자는 정도를 벗어난 것이다. 그리고 석유회사들은 과잉 탐사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과잉 생산도 하고 있다. 지금도 원유 생산량을 늘리고 있고, 미국이 비축한 양만 5억 배럴에 이른다.

 

더욱 당혹스러운 일은, 화석 연료가 미치는 영향에 관해 환경학자들이 한목소리로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는 생태학적 딜레마다. 석유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름을 모두 팔 경우, 세계는 지구 생태계를 훼손할 정도로 탄소를 태워야 한다. 그 결과 경제 성장 자체가 저해될 것이다(그리고 미래의 석유 수요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다).

 

석유회사 경영진은 건전한 자산 획득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석유회사들은 새로운 석유 매장량을 발견함으로써 수익을 올렸다. 경제 성장기에는 항상 석유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학자들이 틀렸을 가능성도 있다. 세계에는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생태학적 영향이 과장됐을 수도 있고, 어쨌든 세계가 이 문제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틀렸다고 가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그들이 틀렸는지 미리 알 방법이 없고, 뒤늦게 그들이 옳았던 것으로 판명되면 세계는 정말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우리는 탐사에 투자하는 석유회사 경영진이 사실 이런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석유 산업이 과대평가된 자산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집계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시가총액이 높은 상장회사 100개 가운데 7개가 석유회사와 가스회사다. 이 산업의 시가총액은 13000억 달러가 넘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Aramco를 비롯한 세계 최대 석유회사들 중 많은 수가 국가 소유이므로, 실제 이 산업 섹터의 총 기업가치는 아마도 4조 달러에 가까울 것이다.

 

대차대조표상의 석유 매장량은 석유회사의 기업 가치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경영진은 이 금액을 계속 떠받치기 위해 더 많은 석유 매장량을 찾는 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새로운 탐사와 개발에 대한 지출을 멈추면, 현재 석유 매장량의 가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신호를 투자자들에게 주게 된다. 석유회사들이 춤이 끝날 때가 됐다는 신호를 보내면 석유 매장량의 가치가 얼마나 떨어질지 정확하지 않지만, 아마도 유례없는 하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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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평가된 자산 문제는 경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앞서 살펴본 두 산업의 경우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큰 규모로 잘못된 투자를 할 때는 심각한 사회적 비용이 따른다. 제약 연구의 경우에는 과잉 지출이 특별히 커다란 사회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 이 돈이 투자되는 부문은 주로 급여가 높고 고도로 숙련된 직업이며 비교적 탄소 배출량이 적고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거의 없는 영역이다. 이 투자가 신약 개발로 이어지면 비록 채산성이 없더라도 인간의 고통을 완화하는 데 기여한다. 물론 잠재적으로 심각한 장기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일부 비평가는 제약회사들이 자신의 R&D 지출을 정당화하기 위해 진통제와 항생제 같은 약 개발을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추진해 중독 문제와 항생물질에 내성이 생긴 변종 박테리아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한다.

 

이보다 10배 큰 거대 석유회사 지출의 경우에는 사회적 손실이 훨씬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석유와 가스 탐사와 개발은 탄소 배출량이 월등하게 높다. 또한 환경적으로 위험하며 생태학적으로 민감한 지역을 파괴하는 문제를 자주 일으킨다. 그리고 탐사와 개발이 성공할수록 석유 가격이 낮아져서 더 많은 석유를 더 빨리 태우게 되고 환경적 불이익이 증가하는 결과를 야기한다.

 

이 사이클을 멈추기 위해 경영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가 더 이상 어렵게 되자

밸리언트는 문제가 될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해결 방법

 

비록 모범 사례는 아니지만, 캐나다 제약회사 밸리언트Valeant의 최근 경험에서 한 가지 방법을 배울 수 있다. 2008 2월까지 4년 동안 주가가 14달러에서 27달러 사이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지켜본 밸리언트는 컨설턴트 출신 마이클 피어슨Michael Perason CEO로 임명했다. 피어슨은 즉시 자본 시장의 눈 밖에 난 소규모 제약회사들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이 회사들의 R&D를 과감하게 삭감했다. 그러자 인수한 사업들의 수익성이 높아져 밸리언트 주가가 2015 8 5 262.53달러까지 올랐다. 시가총액은 1020억 달러, 최고 PER 123을 기록했다.

 

피어슨이 한 일은 아주 간단하다. R&D 효율성을 나타내는 데이터에 기초해 제약회사의 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낸 것이다. 요약하자면, 피어슨은 제약회사들을 사들인 다음 이 회사들의 신약 개발에 대한 지출을 전부 또는 대부분 없앴다. 제약 R&D가 대부분 자본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장이 자신의 회사 주가를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불평하는 CEO는 거의 없다.

이 문제가 저평가만큼이나 만연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밸리언트의 시가총액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피어슨 자신과 밸리언트가 대리인 비용에 노출됐다는 사실은 큰 아이러니다. 높은 주가수익률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R&D를 줄이고 수익을 늘릴 만한 기업을 더 찾을 수 없게 되자 밸리언트는 의문스러운 인수를 시작했다. 수익을 늘리기 위해 공격적 회계 및 세금 회피 정책을 사용한다는 의혹이 회사를 둘러싸고 소용돌이쳤다. 약품 가격을 대폭 인상해 단기 수익을 끌어올렸지만 이로 인해 정부의 감시를 받게 됐다. 그 결과는 극적 패배로 이어질 것이다. 과대평가된 주가의 덫은 과대평가된 자산 문제를 영리하게 활용한 회사에도 숨어 있었다.

 

피어슨의 전략이 더 유효하지 않는 지경에 왔을지는 모르지만, 그의 방법을 석유 산업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성과가 저조한 석유 및 가스회사들을 매입한 다음 탐사와 개발 지출을 전부 또는 대부분 없애고, 기존 포트폴리오(이미 확보한 석유 매장량)를 간단하지만 매우 효과적으로 판매해 나가는 회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제약 업계의 밸리언트처럼 이 회사는 인수합병을 통해 점점 덩치를 불려나가며 주주들에게 훨씬 더 큰 가치를 안겨주고, 그러면 평가 절하된 회사들을 더 많이 사들일 수 있다. 이 방법은 주가가 과대평가 됐음을 숨기기 위해 과잉 지출을 하고 있는 석유 및 가스회사 CEO들의 행동을 바꾸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움직임이 탄력을 받으면 정부 소유 석유기업들도 자신들의 투자가 자국민에게 실제로 수익을 가져다주는지 의문을 제기하게 될 것이다. 규제 당국과 선출직 공직자들이 탐사 규모를 축소하는 방법을 고려하게 될 것이다. 수십 년간 석유 산업의 지원을 받은 번영이 끝났고, 석유 산업의 전망에 대한 인내심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탄소에 부과하는 세금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유권자들도 기후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점점 더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많은 경영자가 자본 시장에 대해 불평한다. 대부분은 투자자들이 자신의 전략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불평이다. 하지만 시장이 자신의 회사 주가를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불평하는 CEO는 거의 없다. 이 문제가 저평가만큼이나 만연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실 이런 침묵은 전혀 놀랍지 않다. 부풀려진 주가가 스톡옵션의 가치를 높이고 경영자의 결정이 현명했던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영자는 자신이 인기의 절정에 있다고 느끼는 순간에 지금까지 써왔던 전략이 효력이 다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언젠간 찾아올 것이 분명한 추락을 피하려면, 현재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영 전략의 문제점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좀 더 신선하고 더 현실적인 가치 창출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로저 마틴(Roger L Martin)은 토론토대 로트먼경영대학원 교수이며 이 대학 학장을 지냈다. <승리의 경영 전략(Playing to Win)>(하버드비즈니스리뷰프레스, 2013)의 공저자이기도 하다. 앨리슨 켐퍼(Alison Kemper)는 라이슨대 조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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