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월호

재능의 저주
잔피에로 페트리글리에리(Gianpiero Petriglieri),제니퍼 페트리글리에리(Jennifer Petriglieri)

LEADERSHIP DEVELOPMENT

재능의 저주

제니퍼 페트리글리에리, 잔피에로 페트리글리에리

 

우수한 인재들이 고충을 겪는 이유는 무엇이며 그런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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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Brief

 

문제점

미래의 리더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재들은 타인의 기대에 쉽게 얽매이고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하는 데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조직의 기존 리더십에 맥없이 순응해 자기만의 경쟁력을 잃기도 한다. 때로는 조직을 아예 떠나는 쪽을 선택해 미래의 기회를 송두리째 날려버린다. 인재를 잃는 것은 조직 입장에서도 큰 손실이다.

 

해결책

인재들은 새로운 역할과 도전을 감당하게 될 때마다 이런재능의 저주때문에 반복적으로 고통을 겪는다. 그러나 성공에 필요한 도움을 받아들이고, 직장에서 (‘리더의 재목이 갖추어야 하는 특성들뿐만 아니라) 자신이 지닌 모든 면모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현재를 최종 목적지로 받아들인다면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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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가 프라이빗에쿼티 투자회사를 다니던 시절,야근은 일상이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잊혀지지 않는 두 밤이 있다. 첫 번째는 그가 어떤 술집에 있었을 때였다. 그날 낮 토머스는 상사로부터 동료들 중 가장 우수한 실적을 냈다는 칭찬을 들은 터였다. 저녁 술자리에서 그는 경쟁회사의 파트너와 대화를 트게 됐다. 그 남자는 토머스를 향해당신이 6개월 만에 계약을 두 건이나 성사시킨 바로 그분이군요?”라고 물었다. 이는 토머스가 여러 해 전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하느라 어릴 때 살던 작은 마을을 떠난 이후로, 갖은 노력을 다하며 꿈 꿔왔던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그가 기억하는 또 다른 밤, 그는 책상 앞에 앉아 유명회사의 기업공개IPO업무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 일에 관여하고 있는 직원은 동료들 가운데 토머스가 유일했다. 그런 중요한 임무는 승진가도를 달리는 핵심인재에게 맡겨지는 법이니까. 어느새 날이 밝아오고 있었는데, 토머스에게는 지난 여섯 시간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다. 그의 e메일과 통화 목록에는 밤새 분주하게 일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신경과 전문의에게 몇 가지 검사를 받은 후 그는 의사로부터 수면 부족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훈계를 들어야 했다. “새벽 다섯 시에 잠자리에 들었다가 일곱 시만 되면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잠을 깨 바로 출근하곤 했어요.” 토머스가 당시를 떠올렸다. “그게 잘못됐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원래 이런 거야. 다들 이렇게 산다고.’ 그렇게 혼잣말이나 할 뿐이었죠.”

 

의사의 경고를 듣고 난 직후 잠시 주춤했지만 토머스는 머잖아 다시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재능과 열정은 변함이 없었지만 그때부터 목적의식은 왠지 조금 희미해진 듯했다. 그는 회사에 13억 달러짜리 거래 기회를 만들어 준 다음 돌연 사표를 던져 상사를 놀라게 했다. 실적은 여전히 탁월했고 앞길은 변함없이 창창했지만 토머스는 당시에 자신이악순환의 굴레에 빠진 희생양이 된 기분이었다고 표현했다. “초고속 출세가도에서 밀려날까 두려워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더군요.” 토머스는 회사의 기대에 숨이 조이는 느낌이었지만 상사들에게 인정받을 만한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겠다는 욕심 때문에 회사의 문화에 저항하거나 지원을 요청할 수 없었다. 압박감과 무력감을 동시에 느끼던 토머스는 결국 그 회사가 자신이 그리던 리더십을 실현하기에 적합한 곳이 못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토머스 같은미래의 리더 20년간 연구하고 지원하면서 우리는 일견 축복으로 보이는 재능 때문에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적잖이 만났다. 대개의 경우 이런 관리자나 전문가들은 뛰어난 성과와 빠른 학습능력으로 조직에서 인정받고 있었다. 그러나 탄탄한 출세가도에 오른다고 리더로 성장하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성장이 좌절되고, 열정이 사그라지고, 성과에 악영향을 받아 승진에서 밀려나거나 의욕을 상실하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기업들이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극심한 경쟁을 벌이는 요즘 같은 시기에, 능력자로 인정받는 것이 결국 저주와 같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다. 야심찬 관리자들은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뼈 빠지게 일하지만 애당초 그들을 특별하게 만든 (능력을 한껏 발휘하고 임무에 최선을 다하게 한) 특성들은 날이 갈수록 묻히게 된다. 남들과 다름없이 행동하다 보면 그들의 에너지와 야망은 차츰 시들해지고 만다. 그때부터는 그저 영혼 없이 일하거나, 아니면 토머스처럼 탈출구를 찾아 나선다.

 

인력 개발에 적극 투자하는 회사(간부들이 직원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는 곳)의 인재들조차 이 저주를 피할 수는 없다. 필자들은 오래전부터 그런 현상을 감지했다. 여러 다국적회사에서 근무했을 때(제니퍼), 국제MBA 과정에서 심리치료자로 활동할 때(잔피에로)의 경험에서 말이다. 그 후 우리는 다양한 분야와 지역 출신의 관리자와 전문가 수백 명을 오랜 시간에 걸쳐 추적연구했다. 그리고 교육, 컨설팅, 코칭을 하며 수천 명의 인재를 더 만났다. 우수한 인재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면서 우리는 그들의 입장에서 인재 개발의 효과 대해 검토했고 그들에게 나타나는 심리적 동기, 고충의 징후, 저주를 깨는 방법 등을 밝혀냈다.

 

 

저주의 이면에 숨은 심리

 

저주는 대개 조직이 특정 직원에게 파트너십, 고위관리직, 또는 폭넓은 경력 선택의 기회를 차지할 만한 역량을 기를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하면서 시작된다. 처음에 해당 직원은 뿌듯함과 고마움을 느끼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감정은 원망과 고뇌로 바뀐다. 그 이유는 설명하기도 정당화하기도 어렵다. 이는 새로운 도전을 앞둔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불안감이 아니라 자아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근원적인 감정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에게 이상화idealization와 동일화identification라는 두 가지 심리적 기제의 조합은 해로운 결과를 가져온다. 타인들이 그들의 재능을 회사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방어책으로 이상화하면, 인재들은 그런 이미지를 자신과 동일화 해 스스로 불확실성이라는 짐을 짊어지게 된다. 토머스도 바로 그런 과정을 겪었다. 처음에 몇 차례 계약을 성사시킨 이후로 토머스의 상사와 동료들은 그를 변화가 심한 PE투자 업계에서 회사가 기댈 수 있는 해결사처럼 여기기 시작했다. 이상화와 동일화의 조합은 사람들이 우수한 직원의 발전 가능성을 대놓고 추켜세우고, 인재들이 그런 기대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직장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막상 다가온 미래가 기대만큼 밝지 않다면 인재들은 스스로 그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능력이 곧 정체성이 된 인재들은 자신의 미래 역시 위태롭다고 느끼게 된다. 그 결과 조직에서 자리를 확실히 지킬 수 있는 일에 집착하게 된다. 타인들의 기대는 그들의 머릿속에서 실제보다 부풀려지지만, 그들이 쓸데없이 걱정을 사서 한다고만 볼 수만은 없다. 그들은 장래의 리더들이 모범으로 삼아야 할 회사의 가치와 역량을 주입받으며, 이런 인식은 그들의 실적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와 비공식 접촉을 통해 강화된다.

 

한 제조회사의 기대주였던 라스Lars는 리더십 워크숍에서 그런 사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어느 날은 나 같은 사람들이 나서서 회사의 사업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이면, 내가 변화시켜야 하는 사업을 담당하는 간부들로부터 어떻게든 인정을 받아야 했죠.”

 

우리는 이런 푸념을 자주 듣는다. 간부들이 강력한 조직문화와 신속한 변화를 요구하는 회사에서 유능한 인재들이 혁신을 주도하는 동시에 조직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이중 압박을 받는다. 이런 목표들 사이에 내재된 긴장 때문에 인재들은 지쳐간다. 일단 고속승진 코스에 들어서고 나면 문화적, 정치적 단서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으므로(그들이 장래의 리더로 내정된 탓도 있다) 특히나 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모든 기회는 의무가, 모든 도전은 시험이 돼버린다. 이제 인재들은 처음에 자신을 돋보이게 한 특성인 열정과 개성을 억누른 채 완벽한 관리자가 되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 저주는 이렇게 인재관리를 당초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왜곡해버린다. 리더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은근히 그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순응을 강요한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위협으로부터 지켜주는 대가로 값비싼 희생을 요구하는 셈이다. ‘장래의 리더특출난 부하와 동의어가 돼버린다.

 

 

 문제의 세 가지 징후

 

우수한 인재인 당신은 자신 스스로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으며, 더 까다로운 기준도 수용할 각오가 되어 있을 것이다. 야망을 지닌 리더라면 타인의 기대를 무시할 수 없는 법이니까. 그러나 적절한 보호장치를 마련해 두지 않는다면 당신은 기회의 스포트라이트와 기대의 돋보기 밑에서 잠시 빛을 발하다가 금방 지쳐서 나가떨어지고 말 것이다. 그런 일을 방지하려면 문제의 세 가지 징후를 찾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1 단순히 재능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증명하는 것으로의 변화. 일단 핵심인력 풀에 편입되고 나면 인정받은 데 대한 뿌듯한 자부심은 대번에 사그라지고 새로운 기대에 대한 부담감만 끊임없이 느끼게 된다. 그런 일은 흔히 일어난다. 야심 찬 인재들은 과거 성과로 인정받은 경험과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 사이에 끼인 채, 현재를 자신이 그 둘을 모두 차지할 만한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 때라고 느낀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려면 어디서 어떤 일에 전념해야 할지에만 머리를 굴리게 된다.

 

 

공식적인 고속승진 코스가 있는 회사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조직에서 고위간부들이 특정 직원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인다면, 거기서부터 문제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비즈니스 세계에 진출하기 위해 인공지능 박사과정을 중도에 포기한 로라를 예로 들어보자. 로라는 컨설팅회사에 입사했다가 소비재회사의 전략기능을 담당하는 부서로 옮겼다. 새 일을 시작하고 일년쯤 뒤에 로라 상사의 상사는 그녀의 뛰어난 데이터 분석능력을 인정했다. 그래서 그는 로라를 회사에서 가장 고전하고 있는 제품의 디지털 마케팅을 관리하는 자리에 앉히기 위해 손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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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에는 모든 것을 다 얻은 기분이었어요.” 로라가 말했다. 데이터 분석 관련 지식과 비즈니스 전략 분야의 경험을 지닌 로라는 그 자리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틀림없었다. 이제 그녀는 그 사실을 증명만 하면 될 터였다. 로라를 그 자리로 데려온 간부는 그녀가 새로운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이 업계에서 모두 너를 향해 러브콜을 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담감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로라는 자신이 이 도전을 감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남들과 자기 자신에게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과로의 굴레를 쓰게 됐다. 비록 제품의 판매는 증가했지만 로라가 느끼기에는 아무도 그녀의 노력과 성과에 주목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마도 그녀는 자신의 실적이 별로 인상적이지 못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사람들이 겉으로는 내게 상냥하게 대하면서 실은 차마 내가 한계에 도달했고 내 할 일은 다 끝났다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두려웠죠.” 사실 다른 동료들이 그렇게 생각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녀의 유능함과 침착함에 익숙하던 상사와 동료들은 그녀에게 도움이 필요할 거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그래서 로라의 고충은 눈치채지 못한 채 그녀의 독립성과 추진력을 칭찬하며 늘 하던 대로 지켜만 볼 뿐이었다.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캐럴 드웩Carol Dweck은 성과지향성과 학습지향성을 구별하는 중요한 연구를 실시했다. 이 연구에서 자신의 지능이 고정적이라고 믿는 아이들은 까다로운 학교 과제에 금방 의욕을 잃었고 쉽게 풀 수 없는 문제는 대번에 포기해 버렸다. 반면에 자신의 지능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좀 더 오래 고민했고 그 과정을 발전의 기회로 받아들였다. 성과지향성을 지닌 아이들은 실패를 창피하게 여겼지만 학습지향성을 지닌 아이들은 실패에서 탄력을 받아 더욱 열심히 노력했다. 드웩은 직장에서의 성인들도 이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고 보았다.

 

드웩의 연구에 따르면 뛰어난 인재들이 내면화하는 과장된 기대는 성과지향성을 유발하는 전형적인 요인이다. 우리가 연구한 로라 같은 사람들의 경우, 힘든 도전을 포기하거나 역량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멈추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학습은 오롯이 즉 그들의 능력을 확인하는 수단이 돼버렸다. 그 결과 추가적인 도전이나 프로젝트를 자신의 역량을 한층 키워줄 수 있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이 지닌 약점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는, 감당할 수 없는 위험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특별한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평범해진다. 세계적 기업에서 한창 잘나가던 어느 컨설턴트는 이렇게 회상했다. “나는 성공을 위해 내 능력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했어요. 단기적으로는 결과가 좋았지만 제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기 시작했죠.”

 

소수자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부담이 훨씬 크다. 롤모델이 돼야 한다는 의무감까지 느껴야 하므로 재능이 더욱 쉽게 묻힐 수 있다. 남성이 지배하는 엘리트 법률회사를 다니는 한 여성 주니어 파트너는 자신이 시니어 파트너 승진 후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 갑자기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한다.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없다고는 생각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왠지 꼼짝할 수 없는 기분이었어요. 뭔가에 실패하면 모두를 실망시킬 것만 같아 매우 보수적으로 행동하게 되었죠.” 그녀는 자신이 다른 여성들의 롤모델이었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훨씬 더 큰 부담감을 느꼈다. 그래서 전문 분야를 확장하기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를 할 수 있는 분야와 이미 견고한 관계를 형성한 고객만을 고수했다. 시니어 파트너에게 요구되는 수만큼 새 고객을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경력 발전은 느려졌다.

 

2 진정한 자신을 찾고 싶어 하면서도 이미지에 집착한다.

결국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한 한 금융전문가는 우리에게 이런 말을 했다. “저는 항상 주목받는 인재였고 늘 뛰어난 성과를 냈으며 회사에서 원하는 리더가 되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했습니다.” 그는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일단 출세가도에 오르자 이상하게 투명인간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회사가 그의 야망과 정체성을 한꺼번에 앗아간 기분이었다.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아무도 진정한 내 모습을 봐 주지 않았어요.”

 

이미지에 대한 집착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때 나타나는 당연한 결과다. 그리고 우리의 인시아드경영대학원 동료 허미니아 이바라Herminia Ibarra는 리더십의 전환에 관한 연구에서 그것이 매우 흔한 문제라는 사실을 밝혔다.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조직문화(윗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확립한 가치와 비전)에 순응하는 사람에게 장래의 리더십을 넘겨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그리 되면 회사가 직원들에게 아무리 직장에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 달라는 요구를 해도 우수한 인재들은리더상에 적합한 모습들만을 드러내게 된다. 진정한 자아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이것은 새로운 리더십 역량을 갖추기도 전에 그런 역량을 지닌 척 연기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이바라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은 자신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문제는 자신에게 꼭 맞는 듯 보이는 역할을 맡은 사람들에게도 나타난다. 데이터 과학자인 로라는 회사에서 높이 평가하는 문제해결 능력과 데이터관리 능력을 갖춘 자신의 모습은 쉽게 드러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그런 모습만을 지닌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적절한 역할을 맡았더라도 한가지 면모만을 자꾸 내보이는 일은, 인재들의 의욕을 꺾고 그들을 한계에 가둔다. 로라가 경험한 바도 바로 그것이었다. 조직이 바라는 대로 자신이 지닌 정체성의 일부에만 충실하다 보니 어느새 주체성과 자발성을 잃고 말았다.

 

이런 입장에 놓인 다른 사람들처럼 로라는 조직을 떠나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내보일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하고 싶다는 꿈을 꿨다.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CEIBS교수 잭 우드Jack Wood와 공동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우리는 한 MBA 집단을 일년간 추적했는데 그 가운데 절반 가까운 연구 참가자들이 로라와 유사한 탈출을 꿈꿨다고 고백했다. 그들은 경영대학원이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되찾을 수 있는 안식처를 제공해 주리라 기대했다.

 

심리학자 앨리스 밀러Alice Miller재능을 타고난 아이들의 드라마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연구를 실시했다. 그녀는 호기심 많고 총명한 아이들이 맹목적인 애정을 쏟는 부모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떻게 자신의 감정과 니즈를 숨기게 되는지를 설명했다. 그런 습관에 길든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감정이 어떠한지,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더 이상 알지 못하게 된다. 밀러가 연구한 아이들의 공허감과 소외감은 우수한 관리자들에게 나타나는 감정과 유사하다. 능력자로 인정받게 되면서 역설적으로 그들은 능력을 뺏기고 만다. 그들의 능력은 과거와 다름없지만 더 이상 그들의 것이 아니다. 조직이라는 냉담하고 까다로운부모에 종속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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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중요한 일을 훗날로 미룬다. 조직의 기대에 구속되었다고 느끼지만, 그런 구속을 진득이 감내하는 대신 큰 보상을 기대하기 시작하면 현재는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자신을 되찾고 표현하겠다는 꿈은 미래로 미루게 된다. 미래에는 자신의 뜻을 자유롭게 밝히고, 사람들에게 마음을 터놓고, 진정한 소명을 이루고, 지금껏 바라던 대로 조직을 이끌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더러는 마비된 감각이 돌아오기를 마냥 기다리기도 한다. 치열한 생존경쟁을 마치고 나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위안을 삼기도 한다. 그런 꿈들마저 누가 가로챌까 두려워 소수의 믿을 만한 친구들에게만 털어놓는다. 그렇게 되면 융 학파의 정신분석가 H.G. 베인스가 오래전에유보하는 삶의 신경증이라고 이름 붙인 증상이 나타난다. 성장 중인 리더들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미래의 기회를 얻기 위한 도구로 인식할 뿐이며 미래에 하게 될 일이 훨씬 의미가 있으리라 기대하게 된다. 자신의 현재 모습보다 장래 모습이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현재가 가치를 잃게 되므로 그들은 더 이상 현재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노력하는 자아가 미래로 달아날 무렵부터 재능의 저주가 시작한다. 자신의 일에 몰입해 있는 듯이 보여도 마음은 딴 곳에 가 있기 일쑤다. 자신의 일을 계속 공허하게만 느낀다면 조직을 떠나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앞에서 언급한 연구에서, 도피처를 찾아 MBA 과정을 시작한 사람들은 결국 또 다른 굴레에 갇혀 자신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아등바등하게 되고, 다시금 탈출구를 꿈꾸게 되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었어요.” 한 참가자는 이렇게 털어놓았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사라지고 싶었죠.”

 

다른 참가자는 자신의 과거 선택을 돌아보면 어떤 후회가 생기는지 설명했다. “대학을 졸업할 때 저는 우리 과 동기들이 가장 부러워할 만한 일자리를 구했기에 당연히 그 직장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당시에 저는 무척 우쭐했죠. ‘내가 정말로 이 일을 하고 싶나?’ 같은 생각은 진지하게 해 본 적이 없어요.” 그는 어떻게든 그곳을 벗어나기를 원하고 있었다. 어디로 옮겨야 할지 몰랐지만 어떤 대안을 택해도 현재보다는 나으리라 기대하고 있었다.

 

로라는 우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어느 날 자신이 과연 최고운영책임자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 직후부터 박사학위를 마치러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직장에서 한 단계 더 승진하고 싶다는 바람이 역설적으로 그녀가 잘하는 일과 그녀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조직으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자신을 찾고 싶다는 정반대의 생각을 낳은 모양이다.

 

 

재능의 저주를 깨려면

 

저주는 가장 뛰어난 인재들의 개인적 성장, 노력,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저주를 깨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리는 다음의 세 단계를 추천한다.

 

1 재능을 소유하되 그것에 얽매이지 않는다.당신의 재능이 당신의 정체성이 되고 나면 재능에 대한 도전(성장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만나게 된다)이 전부 자신에 대한 도전처럼 느껴진다. 한 동료가 로라의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을 때 로라는깊은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자신을 비롯한 모든 이의 기대에 무작정 굴복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그래 봤자 남들이 원하는 일만 하는 뒷바라지꾼이 될 뿐이다. 그렇다고 그런 기대를 아예 무시해서도 안 된다. 기껏해야 삐딱한 사람이라는 인식만 심어주게 된다. 당신에게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남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늘 유의하되 어느 쪽에도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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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균형을 유지하려면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 때 설령 필요 없다고 느낄지라도 그 기회를 그냥 흘려 보내기보다는 도움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이는 인시아드의 경영관리 코치 마이클 샌슨Michael Sanson이 고객들에게 강조하는 논점이다. “동료들보다 더 많은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과 함께 더 성과를 내는 것이 자신의 역할임을 우수한 인재들이 깨달을 때 중대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샌슨에 따르면 사람들은 때로 부담감만 더 늘어난다는 이유로 피드백과 조언을 거부한다. 그러나 타인의 의견을 판단이 아닌 지원으로 보기 시작하면 남의 말을 경청하고 빨리 학습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런 능력은 그들의 성과를 더욱 높이고 리더로 성장하는 데 보탬이 된다.

 

2 일터에서 자신의 가장 훌륭한 모습만 보여주려 하지 말고 자아 전체를 보여준다.남들에게 아름답고 세련된 면모만을 보여주고 싶다는 유혹은 누구나 느낄 수 있다. 우리가 그런 모습을 소중히 여기고 남들도 그것을 높이 평가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우리의 가장 뛰어난 재능은 상처와 별난 점, 거칠고 드센 자아로부터 샘솟는다. 불안감, 번뇌가 낳은 창조성, 남들에게 숨기고픈 역경에 부딪쳤을 때 발휘되는 적응성에서 많은 해결책이 나온다. 공감능력이 있는(그래서 대면적 기술이 뛰어난) 관리자들은 감정에 쉽게 휩쓸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재능의 어두운 면들을 애써 몰아낼 필요는 없다. 그것들을 통제하는 법을 익히면 족하다.

 

PE투자회사 사원이었던 토머스를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그는 인재관리 분야로 이직한 상태였다. 그는 자신의 비즈니스 감각과, 조직이 어떻게 직원들의 성장을 돕거나 방해하는가에 대한 개인적 경험을 새로운 업무에 적용하고 있다. 옛 직장에서 발전과 성장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던 경험 덕분에 그는 다른 사람들의 발전과 성장을 도울 수 있는 통찰력을 갖게 됐다. 그는 더 이상 단순히 재능만 있는 인재가 아니다. 목적의식과 열정이 충만한 인재로 거듭났다.

 

3 현재를 소중히 여긴다.저주를 깨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다.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보자. 이것이 끝이라면 어떡하나? 현재의 일이 디딤돌이 아니라 종착역이라면? 경험을 통해 성장하려면 지금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좀 더 투자해 그것을 중요한 일로 만들어야 한다

 

당신 앞에 놓인 기대, 압박, 의심을 모든 리더들이 직면해온 도전으로 받아들이자. 그것들을 당신의 리더십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걸림돌이 아니라 남들을 리드할 때 으레 겪게 되는 경험으로 인식해야 한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더라도 그것들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강화될 뿐이다.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장기적으로 사람들을 통솔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끌어 모아야 할 때다. 풍부한 자원을 갖췄더라도 사람들을 이끄는 데는 늘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다국적기업의 인재관리 부서장을 지내면서 전 세계의 수많은 인재들을 가르치고 지도한 메트 스투어Mette Stuhr는 말했다. “자기 목소리를 맘 놓고 낼 수 있을 때를 기다리기만 한다면, 그런 날은 절대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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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의례

 

재능의 저주가 주는 모든 고통과 거기에 뒤따르는 위험을 생각해 보면 그것을 일종의 통과의례라고 볼 수도 있다. 저주를 깨는 것은 리드하는 기술을 배우는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인재들은 새로운 역할을 맡으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몇 번이고 그것을 반복해야 한다.

 

로라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팀 수련회에 참가한 그녀는 회사를 떠날 생각을 하고 있음을 큰 맘 먹고 동료들에게 털어놓았다. 로라는 사전에 준비한 대로 자신이 속한 부서의 시스템이 그녀와 두 명의 동료 사이에 마찰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고 발표했다. 고별연설이 될 줄 알았던 그녀의 발언은 놀랍게도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로라가 자신의 우려를 입 밖으로 꺼낸 것은 뜻밖에도 큰 효과가 있었다. 시스템에 변화가 생겼고 그래서 로라는 그 자리에 계속 머물기로 했다.

 

얼마 후 로라는 다섯 명의 관리자와 52명의 부하직원으로 구성된 팀을 이끄는 한층 비중 있는 역할을 제안받았다. 이제 회사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의욕이 솟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의심이 그녀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그녀는 동료들에게 지원을 요구하지 않았다. 새 역할을 맡게 된 지 6개월이 지나도록 그녀는 자신의 근무조건조차 협상하지 않았다. “과분한 일을 맡게 된 마당에 근무계약이나 급여 따위에 신경 쓴다면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열정적인 행동가의 이미지에 집착하고 있었던 탓에 그녀는 성공에 필요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 “아직 내 능력을 증명하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더 많은 것을 바라겠어요? 이 정도로도 감사해야겠죠.” 그녀가 말했다.

 

이번에도 기회가 부담으로 바뀌자 로라는 실망과 좌절에 빠졌다. 그녀의 상사도 조직도 이런 결과를 의도하지 않았다. 야심만만하고 책임감 있는 젊은 관리자에게 기꺼이 더 큰 임무를 넘겼을 뿐이다. 그들이 일부러 지원을 배제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로라에게 도움을 구하도록 권유하지도 않았다. 그녀에게 좀 더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거나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그들은 로라의 업무방식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우리의 마지막 논점은 조직 역시 저주를 깨기 위해 해야 할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우수한 젊은 관리자를 더 이상장래의 리더라 불러서는 안 된다. 그리하면 무기력한 순응과 위험을 회피하는 사고, 부자연스러운 태도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은 미래의 지위를 약속하는 대가로 현재에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타인들이 덧씌운 리더의 이미지에서 벗어날 여지를 줘야 한다. 그래야 관리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그 능력을 맘 편히 사용하여 현재 맡은 일을 충실히 하는 동시에 훌륭한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

 

결국 리더를 양성하는 최고의 비결은 그들이 리드를 하도록 돕는 것이다. 리드하는 법을 배우는 최고의 비결은 그런 도움을 지금 당장 받아들이는 것이다.

 

 

번역: 김효정 / 에디팅: 장윤정

 

제니퍼 페트리글리에리(Jennifer Petriglieri)는 인시아드의 조직행동 분야의 조교수, 잔피에로 페트리글리에리(Gianpiero Petriglieri)는 부교수다. 두 사람은 인시아드 MBA 과정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장래의 리더를 위한 육성 프로그램(Management Acceleration Program)과 글로벌기업을 위한 경험을 통한 리더십 개발 워크숍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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