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10월(합본호)

비즈니스 리더가 SF를 더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
엘리엇 페퍼(Eliot Peper)

LEADERSHIP

비즈니스 리더가 SF를 더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

엘리엇 페퍼ELIOT PEPER

 

공상과학 이야기는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바꿔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지친 머리를 쉬고 싶을 때도 좋은 친구가 된다.

 

19세기 말 뉴욕은 악취로 가득했다. 거리와 공터 곳곳에는 15만 마리의 말들이 맨해튼 거리에서 사람과 물건을 실어 나르며 남기는 45000t의 배설물이 매달 산처럼 쌓였다. 1898년에는 세계 각국의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뉴욕에 모여 최악의 재난을 막을 해결책을 모색했지만, 어떠한 아이디어도 내지 못한 채 실패했다. 말 이외의 운송수단은 아예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불과 14년 후 뉴욕에는 자동차 수가 말을 앞질렀고, 말 배설물 가득한 도시의 모습은 빠르게 기억에서 사라졌다.

 

19세기 도시계획 전문가들에게 만약 빅데이터나 머신러닝, 그리고 현대적 경영학 이론이 있었더라도 별 도움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이들이 우려하고 있던 배설물 문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는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학기술의 빠른 진보와 변화 앞에서는 과거의 트렌드로부터 무언가를 추론하는 것의 의미가 퇴색된다.

 

여기서 SF, 즉 공상과학 소설이 뜻밖의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UFO나 외계인 등이 먼저 생각날 수도 있지만, SF는 우리의 현실과 아예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SF는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고민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SF는 현재의 상황이 얼마나 쉽게 바뀔 수 있는지, 미래가 얼마나 쉽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다니엘 수아레스Daniel Suarez의 소설는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이 모든 산업분야를 완전히 재창조하는 가까운 미래를 그리고 있다. 소설에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규제에 묶인 해당 분야의 엘리트 인재들이 점점 캘리포니아를 떠나고, 싱가포르가 실리콘밸리를 넘어서는 세계적인 혁신 허브로 떠오른다. 등장인물들은 실험실에서 배양한 인공 고기를 구워먹고, 키틴질 소재로 만든 자율주행차를 탄다. 유전자 편집기술로 탄생한 아기는 중대한 사회적 논쟁거리로 떠오른다. 인터넷이 컴퓨터 산업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혁명을 일으켰듯이, 합성생물학의 영향도 비단 생물학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모습들이다.

 

거버넌스 연구원 말카 올더Malka Older 2016년 펴낸 첫 장편소설에서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회적, 기술적으로 선거를 가공했을 때 공공의 체계와 제도가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경계가 무너지며 웬만한 국가 수준의 예산을 집행할 정도로 커진 초거대 다국적기업의 문제, 그리고 점점 정치인의 역할을 맡게 되는 CEO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작가 킴 스탠리Kim Stanley의 소설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맨해튼 지역에 홍수가 발생하고, 헤지펀드 매니저와 부동산 투자자들이조간 시장 지수intertidal market index’를 만들어 내놓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세계 경제는 메가시티들에 집중되며, 인프라 재설계가 긴급한 우선과제로 떠오른다. 알렉산더 와인스타인Alexander Weinstein이 지은는 정신을 쏙 빼놓는 강렬한 문장들을 통해 소셜미디어가 어떻게 우리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본 필자가 직접 쓴 스릴러 소설에서는 가까운 미래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시민 감시, 불평등, 그리고 승자독식의 인터넷 비즈니스 세계를 담아냈다. 주인공들은 첨단기술의 통합과 데이터 유출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들과 씨름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론과 실제를 두고 치열하게 고민한다.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 1984년 전설의 명작 <뉴로맨서>에서사이버 공간라는 당시 신조어를 탄생시켰고,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소설 <다이아몬드 시대>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킨들을 만들 때 영감을 준 작품으로 유명하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 역시 닐 스티븐슨의 또 다른 명작 <스노우 크래쉬>에서 가상현실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게다가 <스타트렉>에 등장했던 통신기기는 휴대전화 발명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렇다고 SF만 잘 챙겨 읽으면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있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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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를 그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상상이라고 넘기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전부 현재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최근에 다시 상위권 베스트셀러로 급부상한 조지 오웰의는 사실 그가 집필을 끝냈던 1948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독자들이 2017년의 이야기라고 느끼는 이유는 작가가 그만큼 인간의 속성 및 기술, 권력, 사회 간의 진화 관계에 대해 뛰어난 통찰력을 보여준 덕분이다.

 

SF는 미래 예측이라는 측면에서 유용한 것이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바꿔주기 때문에 유용한 것이다. 이는 해외여행이나 명상과도 비슷한 효과다. SF는 가정assumption에 대한 의심을 품을 기회를 제공한다. 19세기 사람들이 운송수단에 대해 갖고 있던 기존 가정은 뉴욕 시내가 말 배설물로 가득 찰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믿게 만들었다. 코닥은 1975년 이미 최초의 디지털카메라를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카메라에 대한 기존 가정이 너무 확고해 결국 묻히고 말았다. 진정한 리더라면 이런 가정을 함부로 맹신해서는 곤란하다.

 

당연히 종전의 가정을 무시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것에 대한 가정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인식하는 속도를 높이는 지름길 역할을 한다. 이는 우리를 더욱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만들어준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진다고 가정도 그에 맞춰 스스로를 업데이트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세상을 바꾸려 할 때 오히려 그 앞을 가로막는다.

 

그렇기에 세상을 바꾸려는 야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SF의 무궁무진한 가치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과 같은 기업은 SF 작가를 아예 전속 컨설턴트로 채용한다. 픽션에나 나올 법한 미래에 대한 상상은 현재 우리를 제약하는 여러 거짓된 조건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며, 우리가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종종 상상의 힘이 분석력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업무와 관련된 온갖 백서와 업계 동향 보고서, 경영학 서적 등은 사무실에 놓아두자. 이번 휴가에는 SF 코너에 있는 책 한 권을 집어보는 것이 어떨까.

 

번역: 최원일 / 에디팅: 석정훈

엘리엇 페퍼 , , , 등으로 널리 알려진 저자다. 현재 ‘Scout’의 편집장으로 재직 중이며 IT 창업가와 투자자들에게 조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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