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8월(합본호)

한 CEO의 일정 관리법
니틴 노리아(Nitin Nohria),마이클 E. 포터(Michael E. Porter)

톰 젠틸리는 70억 달러 규모의 항공기부품 제조기업 스피릿 에어로시스템의 CEO가 되기 앞서, 20년간 GE의 고위임원을 지냈다. CEO로 부임한 지 7개월째 되던 2017년 어느 날부터 젠틸리는,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진행하는 CEO 시간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3주 동안 자신의 24시간 일과를 비서와 함께 기록했다.

그리고 자신의 시간 사용 기록을 놓고 연구프로젝트 공동책임자인 마이클 포터, 니틴 노리아와 이야기를 나눴다. 얼마 전 젠틸리는 HBR의 대니얼 맥긴과 새러 히긴스 하버드경영대학원 연구원을 만나, 그가 새롭게 알게 된 사실과 개선점에 대해 인터뷰했다. 그 내용을 발췌, 편집해 싣는다.

직장생활 초기에는 시간 관리법을 어떻게 배우셨나요?

젠틸리:제가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던 1990년대에는 프랭클린플래너 다이어리를 사용했던 기억이 납니다. 일일이 손으로 써야 했고, 무척 거추장스러웠죠. 너무 두꺼워서 제 서류가방에는 들어가지도 않았으니까요. 그 다음에는 초창기 PDA인 팜파일럿을 쓰다가 블랙베리로 넘어갔고, 지금은 아웃룩을 씁니다. 제가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로 일정관리 도구는 점점 효율적으로 진화해갔죠. 하지만 제가 시간 관리법을 제대로 배우게 된 건 제 멘토들 덕분이었어요. 특히 GE에 있을 때죠. 저는 일정관리를 잘하는 리더들을 보고 따라했습니다. 예전 상사 중에 GE캐피털 글로벌 소비자금융의 데이브 니센이 기억납니다. 니센은 업무시간에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았지만, 명확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중요성이 떨어지는 업무는 과감하게 없앴어요. 매일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퇴근하고 휴가도 꼬박꼬박 챙겨 쉬었죠. 놀랄 만큼 효율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저도 니센을 늘 본받고 싶어했어요.

CEO가 된 뒤로도 이런 방법이 통하던가요?

처음에는 이 방법만으로 부족했어요. 이전에 제가 맡았던 일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중한 직책이었으니까요. 물론 제가 GE에서 사업부문을 이끌 때도 많은 일을 처리해야 했지만, 상장기업의 CEO가 해야 할 일은 그보다 몇 십 배 더 많아요. 갑자기 이사회도 챙겨야 하고, 투자자도 챙겨야 하고, 언론에도 훨씬 더 신경을 쓰라고 요구하죠. 이런 일을 다 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듭니다. 새로운 요청은 끊임없이 들어오고, 일정도 훨씬 빠른 속도로 찹니다.



13주 동안 본인의 일정을 면밀히 추적하면서 어떤 점을 알게 됐습니까?

제 시간 사용 실태를 상세히 기록하고, 제 일정과 다른 CEO들의 일정을 비교해볼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꽤 놀라운 사실도 알게 됐죠. 예를 들면 제가 직속 부하직원과 일대일로 만나는 시간이 CEO 평균 시간보다 훨씬 적더군요. 전 몰랐습니다. 이 연구를 주도하는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 니틴 노리아 교수와 제 시간 추적 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는 마치 아주 깐깐한 성과평가를 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두 분 다 친절했지만 피드백을 줄 때는 매우 단도직입적이었어요.

직속 부하직원들과 보내는 시간이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가능하면 다양한 사업부나 여러 지역 직원들과 함께 회의를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직속 부하직원과 일대일로 만나기보다는 여러 사람과 함께 하죠. 직속 부하직원들과 한 달에 한 번씩 일대일로 만나는 일정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들도 바쁘고 저도 바빠서 더 중요한 일을 위해 제 비서가 이 회의를 취소하는 경우가 많죠. 포터와 노리아는 제가 직속 부하직원들과 일대일 회의를 더 자주 하면, 이들에게 더 많은 업무를 위임하고, 더 많은 책임감을 갖게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이 문제에 관해 생산적인 논의를 했고, 결론적으로 일대일 회의를 더 이상 취소하지 않습니다. 과연 좋은 변화가 나타날지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겠죠. 두 사람은 출장이 좋은 일대일 만남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본사는 캔자스 주 위치토에 있어서 항공편이 그리 많지 않아요. 그래서 출장을 갈 때 주로 전용기를 이용하죠. 전용기는 일대일 대화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 될 수 있습니다.

시간 추적 데이터를 통해 또 무엇을 알게 됐나요?

회의 대부분이 1~2시간 정도 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다행히 6~7시간짜리 회의는 그리 많지 않았고, 장시간 회의도 CEO 평균보다 훨씬 적었어요. 하지만 포터와 노리아가 저에게 좋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1시간이나 필요한가? 45분이나 그보다 더 짧게 끝낼 수는 없나? 그래서 우리는 45분짜리 회의 일정을 잡기 시작했죠. 1 15분에서 2시까지 회의를 하는 식으로요. 그리고 언제나처럼 회의 종료 5분 전에 비서가 들어와서 회의를 마무리하라고 알려주고, 일정대로 움직이도록 안내해 주죠. 저는 CEO의 회의가 길어질 경우 조직 전체의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한눈에 보는 젠틸리의 일주일
젠틸리는 시간 사용기록 분석을 통해 자신의 시간 사용패턴을 이해하고 개선할 수 있었다.


일정 기록을 보니 이메일에 많은 시간을 쓰시던데요. 이것도 문제가 될까요?

두 사람과 이메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정말 이메일에 많은 시간을 씁니다. 이메일은 인간미 없고 반응적인 소통 수단이죠. CEO는 인간적이고 진실된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줘야 하는데, 이메일을 통해서는 불가능합니다. 포터와 노리아는 저에게 대면 소통 시간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시간을 늘릴 것을 권했습니다. 참고로 노리아는 제가 하버드경영대학원을 다닐 때 조직행동론 교수였답니다! 어쨌든 이 연구에 참여하면서 얻은 가장 값진 교훈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혼자만의 시간을 더 많이 가지면서 깊이 사색하고 주도적인 사고를 할 여유도 필요합니다. 하루 일과에서 중간중간 빈 시간은 큰 이슈를 놓고 숙고하기에는 너무 짧아요. 그래서 자투리 시간은 보통 이메일 인박스를 처리하며 보내곤 하죠. 이메일에 손을 대지 않는 일은 쉽지 않지만, 계속 노력 중입니다. 그리고 본사 내부를 더 많이 돌아다니는 일도 실천하고 있습니다.

CEO에게 정말 혼자만의 시간이 많이 필요한가요? 평소에도 짬이 날 때마다, 그러니까 운전 중이거나 운동하거나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시간에도 늘 사업 생각을 하지는 않으시나요?

, 운전할 때나 와이파이가 없는 비행기 안에 있을 때 생각할 짬이 납니다. 사색할 시간을 따로 떼어 두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시간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곤 하죠. 그리고 포터와 노리아가 지적한 것은 단순히 사색을 위한 시간만이 아닙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마련하고, 일정을 너무 빡빡하게 잡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거죠.

비서가 일정을 적절하게 조정해 주지 않나요?

이 연구에 참여하면서 얻은 교훈 중 하나는, 비서가 전략적 파트너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은 정기적으로 비서와 단둘이 앉아 제 우선순위 업무를 확실하게 공유하려고 노력합니다. 비서는 여러 사소한 부분에서도 저를 도와주죠. 예를 들면 누군가가 아웃룩으로 제 일정을 확인하고, 30분이 비어 있다는 사실을 안 뒤에 회의를 요청하는 일이 없도록 제 일정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약속 장소는 약속 상대의 사무실로 정해서, 제가 가급적 제 사무실을 벗어나도록 유도하죠. 매일 제 점심 일정도 잡아주고요. 그래서 저는 늘 30분의 점심시간을 갖습니다. 끼니를 거르지 않게 되니 건강한 습관을 유지할 수 있고, 그 시간에 누군가와 점심을 먹으며 비공식적으로 특정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건강한 습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포터와 노리아가 운동이 부족하다며 잔소리하지 않던가요?

, 운동 부족 때문에 조금 혼이 났습니다. 확실히 운동시간도 일정에 넣어 둘 필요가 있어요. 전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죠. 일정 추적 기간 중 제가 운동에 쓴 시간은 전체 개인 시간의 고작 4%에 불과했어요. CEO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0%가 아닌 게 천만다행이지만요. 두 사람은 제 개인 시간 중에 취미활동 시간이 적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지금 제 취미라고 할 수 있는 건 골프뿐입니다. 주로 고객과 함께 있을 때나 업계 행사에 가서 치는 편이에요. 골프를 더 해야 한다면 저야 마다할 이유가 없죠!

고객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CEO 평균보다 많으시던데요. 고객과의 시간을 늘리기 위해 대신 어떤 활동을 줄입니까?

고객과의 시간에 중점을 두는 습관은 GE 시절부터 시작됐습니다. GE에서는 리더가 고객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죠. 그런 점에서는 제프 이멜트가 지금까지 본 최고의 롤모델이었습니다. 우리 업계에는 협회 회의, 에어쇼처럼 모두 참석해야 하는 이벤트가 많고, 그 기회에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죠. 이런 이벤트에 참석하려면 본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적어지고, 더 많은 업무를 임원진에게 위임해야 합니다. 이런 방법이 오히려 바람직할 수도 있죠.

시간 관리와 관련해서 차세대 리더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십니까?

시간을 매우 전략적으로 다뤄야 합니다. 시간도 전략의 일부니까요. 조직 하부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거기에 대처하는 식으로 시간을 써서는 안 됩니다. 리더가 주도적으로 시간을 관리해야 하고, 이 일은 누구에게도 위임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메일이 널리 쓰이는 요즘이지만, 사람들에게 진실되고 거리감 없는 리더로 다가가려면 대면 소통을 많이 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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