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10월(합본호)

체더치즈를 사수하라
앤디 보흐만(Andy Bochman),스콧 베리나토 (Scott Berinato)

CASE STUDY

체더치즈를 사수하라

 

이 치즈회사를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은 시스템의 인터넷 연결을 끊는 길뿐이다.

그리고 그 대가로 효율성을 희생해야 한다. CEO는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야 할까?

 

스콧 베리나토, 앤디 보흐만

 

이 아티클에서 소개하는 사례는 한 기업의 실제 사례를 기초로 재구성한 이야기다.

 

위 사진: 요새들은 적의 전투기 편대를 흩뜨리거나 폭격을 방해할 목적으로 서로 다른 모양으로 설계됐다. 노어(Nore), 레드 샌드(Red Sand), 시버링 샌드(Shivering Sand) 요새는 강 어귀 남쪽 끝에 있었다. 이들 요새 모두 파손되거나 물에 잠겼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세요!”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채드윅 로버트 뉴하우스는 경영진을 향해 말했다. 고개를 들고 그를 똑바로 쳐다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들은 뉴하우스 치즈 컴퍼니 시식실에 놓인 커다란 나무탁자에 빙 둘러 앉아있었다. 여느 직원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크래커와 치즈가 마련돼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손대지 않았다.

 

채드윅은 방금 49999달러를 송금했다. 수신자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10대 아이들일까? 채드윅이 아는 사실은 누군가가랜섬웨어로 공장 한 곳의 온도조절 시스템을 2분간 중단시키겠다고 협박했다는 것뿐이다. 해커들은 회사의 민감한 정보를 담은 파일에도 접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정보는 바로 뉴하우스가() 200년 넘게 대대로 내려오는 치즈 제조법으로, 이렇게 만든 치즈는 여전히 뉴하우스 치즈 컴퍼니의 주력상품이다. 만일 해커가 이 제조법을 인터넷에 올리기라도 한다면? 채드윅에게는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채드윅은 담당변호사와 지역 FBI사무소의 조언에 따라 해커가 요구한 돈을 보냈다. 그에게 돈은 별 문제가 아니었다. 그 점에 대해서는 해커가 제대로 짚었다.(게다가 49999달러 이상을 요구한다면 이 공격이 지금보다 더 중대한 범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는 듯했다.) 채드윅의 관심은 오로지 회사 시스템에서 이 불량배들을 내쫓고, 가문의 유산을 위험에 빠뜨린 허점이란 허점은 모조리 막는 데 있었다. 경영진은 그의 장광설에 담긴 두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 해커가 과연 약속대로 공격을 멈출지 채드윅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웨일스에서 사랑을 담아 보냅니다

 

채드윅 뉴하우스는 가족의 치즈사업을 5대째 물려받고 있다. 1811년 그의 고조부인 콜 브라이언 뉴하우스는 치즈로 유명한 영국 웨일스의 케어필리Caerphilly에서 미국 코네티컷 주로 이주했다. 콜은 고향지역의 이름을 딴 케어필리, 체더, 블루 등 몇 가지 치즈 제조법을 미국으로 가져왔다. 주머니에 동전 몇 푼밖에 없는 가난한 이민자였던 콜은 뉴잉글랜드와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치즈장수가 되어 여러 최고급 레스토랑에 장인 치즈를 공급했다.

 

순조롭던 치즈사업은 대공황이 닥치고, 레스토랑들이 치즈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대량생산 공장으로 거래처를 바꾸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채드윅의 조부인 몬티는 치즈 제조공정을 산업화하기 위해 가산을 쏟아 붓고, 시장경쟁력을 높이는 승부수를 던졌다. 몬티는 레스토랑에 치즈를 계속 납품하는 한편, 적절한 때에 새로운 사업 경향에 맞춰 킹 컬렌King Kullen을 비롯한 신규슈퍼마켓과 납품거래를 체결했다. 뉴하우스 치즈 컴퍼니의 광고문구인웨일스에서 사랑을 담아 보냅니다From Wales with Love’는 미 북동지역 식료품점을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문구가 됐다.

 

2000년대 초반 채드윅은 뉴하우스 치즈 컴퍼니의 세 번째 변신을 단행했다. 그는 거액을 투자해 완전히 디지털화된 정밀제어 공장을 지었다. 디지털 기반 시설을 도입해서 비용을 절감한 덕분에 회사는 전국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사업은 빠르게 성장했고, 이런 추세는 10년 넘게 이어졌다. 그런데 이번 해킹 사건이 순조로운 흐름에 제동을 걸었다.

 

 

“누가 저 사람을 회의에 불렀어?”

 

이윽고 채드윅은 서서히 말을 멈췄다. 그리고 체더치즈 한 조각을 집어들었다. 가문의 작은 유산 조각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채드윅은 화를 가라앉히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럼, 이제 뭘 해야 할까요?” 이 말은 질문이 아니었다. 아이디어를 내보라는 지시였다.

 

프랭크 아르멘 최고정보보호책임자가 가장 먼저 입을 뗐다. 프랭크는 침입 모니터링 시스템의 예산을 증액하자고 제안했다. “시중에 괜찮은 신규 시스템이 나와 있습니다.” 프랭크가 말했다. “물론 우리 회사의 사건 대응 프로토콜도 재검토할 예정입니다. 증권거래위원회가 아마도 우리 회사의 모든 계획과 절차를 감사하려고 할 테니까요. 요즘 들어 그쪽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보안시스템에 돈을 얼마나 썼죠?” 채드윅이 날카롭게 물었다. 채드윅은 프랭크의 뻔한 대답이 탐탁지 않았다. 누군가가 600만 달러라고 말했다. “그간 유출사고 건수는 얼마나 줄었죠?” 채드윅은 답을 알고 있었다. 사고 건수는 전보다 늘었다. 하지만 나쁜 놈들에게 돈을 주고 합의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리석다는 게 무엇인지 다들 알 겁니다.” 채드윅이 말했다. “기존 시스템과 다를 바 없는 시스템을 더 사들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군요.”

 

어색한 정적이 흐르던 중, 회의실 한구석에 서 있던 누군가가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우리 회사 제어시스템은 애초에 왜 인터넷에 연결돼 있는 거죠?”

 

디지털 전환을 앞장서서 이끈 최고경영자에게 감히 이런 말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보려고 테이블 앞쪽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돌렸다.

 

바로 최고운영책임자의 부하직원인 새러 윌런드였다. 새러의 상사 브루스 보일이 회의를 방해해서 죄송하다고 대신 사과하고 나섰다. 하지만 채드윅은 손에 들고 있던 치즈 조각을 흔들며 브루스를 제지했다. “그러니까 제 말은, 가문의 제조법은 문서화해서 안전한 곳에 둬야 하지 않나요?” 새러가 말했다. “왜 굳이 디지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게 했을까요? 그리고 저온살균장비 같은 기계들도 말입니다. 이런 하드웨어도 해킹될 수 있을 텐데요.” 회의실 곳곳에서 기가 차다는 듯한 헛웃음 소리가 들렸다.

“계속해 보세요.” 채드윅이 차분하게 말하자 웃음소리는 일제히 멈췄다.

 

새러는 새로 개발된 위험평가 프로세스에 대해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지나치게 복잡한 소프트웨어 기반 시스템을 적용하는 한편 최대의 효율을 달성하기 위해 편의성에 집착하는 과정에서 취약점이 발생했는데, 이 프로세스는 이런 취약점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새로운 리스크가 발생하는 이유가 단지 자동화 때문만은 아니라고 새러는 지적했다.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접속할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를 낳는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컨설턴트들은 회사 시스템의 네트워크 연결을 끊으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새러가 말했다. “프로세스에 다시 인력을 투입하라는 거죠. 컨설턴트 한 명을 고용하는 데 얼마가 들지는 모르겠지만…” 새러는 채드윅이 집은 치즈를 가리켰다. “이대로 두고 보기에는 너무 위험합니다.”

 

사람들이 또다시 웃기 시작했다. 채드윅은 수석 엔지니어가누가 저 사람을 회의에 불렀어?”라고 웅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채드윅은 치즈 조각을 입에 넣고 맛을 음미하더니, 손가락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새러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연락을 돌려보세요.”

 

 

“만일 누가 무단으로 접속한다면?”

 

그로부터 3주가 흘렀다. 채드윅, 프랭크, 새러는 세 개의 대형 저온살균통 옆에 서 있었다. 저온살균통 맞은편에 있는 컴퓨터 화면에서 도표와 숫자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뉴하우스 치즈 컴퍼니가 고용한 컨설턴트 잭 패럼은, 사내 기술자 한 명에게 집요하게 질문을 퍼붓고 있었다.

 

“탱크 안에 설치된 센서가 온도, 농도, 불순물, 박테리아 등 모든 것에 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보내줍니다.” 기술자는 말했다. “이런 기능이 있어서 수백만 달러를 아낄 수 있었죠. 폐기해야 하는 치즈의 양도 엄청나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패럼은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이 시스템은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나요?”

 

“물론이죠. 그렇지 않으면 공정을 돌릴 때마다 누군가가 여기에 상주해야 해요. 작동에 이상이 생기면 네트워크에 연결된 시스템이 경보를 울립니다. 비용 절감에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죠.”

 

“누가 접속 권한을 갖고 있죠?”

 

“접속ID가 있는 사람은 누구나 가능해요. 하지만 아무에게나 주는 건 아니고, 글쎄요…. 두세 명 정도 있을 겁니다. 거의 대부분은 제가 접속해요. 지난달 휴가를 보낼 때는 호텔방에서 접속해서 공정을 확인할 수 있었죠.”

 

이 과정은 3주 동안 빡빡하게 진행됐다. 세 사람은 각 공정을 돌아보고, 현장 기술자의 설명을 들었다. 패럼은 거의 아무 말 없이 주로 무언가를 적기만 했다. 하지만 그가 우유를 살균하는 열처리탱크를 담당하는 기술자를 붙잡고 질문을 했던 일을 채드윅은 기억한다. 패럼은 이렇게 물었다. “만일 누군가가 시스템에 무단으로 접속하면 어떻게 되죠?” “에이, 그런 일은 절대 없어요.” 기술자는 말했다. “접속ID를 갖고 있는 사람은 저 말고 두 사람뿐이니까요.”

 

하지만 패럼은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도 만에 하나 누군가가 무단으로 접속하면 어떻게 되죠?”

 

“어쩌면 시스템이 중단되고 우유 상태가 나빠질 수도 있겠죠. 그렇게 되면 우유를 폐기해야 하겠죠.”

 

“만일 시스템이 중단됐는데 그 사실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면요?”

 

“그런 일은 도저히 있을 수가 없는데…. 그렇지 않아요?” 패럼은 잠자코 대답을 기다렸다. “글쎄요. 만일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상황이 심각해지겠죠. 식중독을 일으키는 리스테리아 균이 발생한다거나 뭐, 그런 상황이요.” 그러자 뒤에 물러서 있던 채드윅이 불쑥 새러와 프랭크 사이로 끼어들며 외쳤다. “그런 일은 절대 없어요!”

 

이날은 패럼의 4단계 프로세스 가운데 3단계를 진행하는 날이었다. 1단계에서는 가장 중요한 정보와 프로세스를 파악했다. 매우 힘든 과정이었다. 채드윅은 대대적인 디지털화로 인해 복잡성이 이렇게까지 심화됐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2단계는 이런 중요한 프로세스가 자리잡고 있는 디지털 지형을 매핑하는 단계였다. 디지털 지형에는 모든 세부적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요소, 네트워크를 드나들 수 있는 경로 전체가 포함됐다. 계약업체의 접근과 공급망 문제 등 인력이 개입해서 처리하는 절차도 매핑했다. 채드윅은 2단계를 진행하면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많은 접근 지점이 열려 있는지, 기술시스템에 대해 자신들이 얼마나 무지했는지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3단계는 무엇이 중요하고(1단계) 무엇이 열려 있는지(2단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공격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경로를 밝혀내는 과정이었다. 위험의 중요도와 고장이 생겼을 때 일어나게 될 결과의 심각성에 따라 모든 것을 점수화했다. 4단계에서는 이 점수를 토대로 가능한 옵션을 만들어냈다. 이때 가장 위험하고, 가장 심각한 영향을 주는 부분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다.

 

프로세스 진행 과정에 직접 참여하겠다고 고집했던 채드윅은, 이것이 과연 현명한 결정인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은 취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 또다른 사이버 공격이 반드시 감행될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완전한 디지털화에 대한 회의마저 들었다. 그렇지만 미리 걱정해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 어떤 변화를 선택하든, 먼저 컨설턴트의 권고를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두려운 건랜섬웨어가 아니라 리스테리아”

 

그 다음 수요일에 패럼은 중역회의실에서 회의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앉아 있었다. 패럼은 주초에 이미 보고서를 제출한 터였다. 보고서에는 정신이 번쩍 드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패럼은 지금까지 아무도 몰랐던 네트워크 통로 네 곳을 발견했다. 시스템 한 개는 봇으로 인해 훼손된 상태였다. 또다른 시스템은 해커가 산업제어 시스템에 접근하기 위해 악용할 수도 있는 취약한 상태였다.

 

“즉각 조치가 필요한 취약점이 세 가지 있습니다.” 패럼은 말했다. “첫 번째는 열처리 공정입니다. 이 프로세스의 인터넷 연결을 즉시 끊고, 가동 중에 사람이 직접 시스템을 모니터링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두 번째는 저온살균 공정입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온도제어기와 자동 온도조절장치를 없애야 합니다. 아니면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모니터링 인력을 배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기존 디지털 온도계는 계속 사용해도 되지만….”

 

“이 시스템들은 한 번도 고장난 적이 없는데요.” 프랭크가 말했다. “인터넷 연결을 끊어야 하는 이유는 뭐죠?”

 

브루스가 거들고 나섰다. “모니터링 인력을 늘려야 한다니요? 디지털화의 목적이 바로 비용 절감 아닙니까. 그리고 정밀제어기가 없으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치즈를 폐기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순이익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어요.”

 

채드윅은 하루가 멀다고 오염된 우유를 내버려야 했던 과거를 떠올렸다. 정말 그런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패럼은 말했다. “우리의 목표는 석기시대로 돌아가자는 게 아닙니다. 유출에 악용될 소지가 가장 높은 디지털 경로를 줄이고, 여전히 인터넷에 연결돼 있는 부분은 아날로그 기기와 인력 투입을 통해 보강하자는 겁니다. 저는 다만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옵션을 보여드리고….”

 

“그런데 그 가능성을 확률로 따지면 정확히 얼마죠?” 프랭크가 패럼의 말을 자르고 끼어들었다. “100만 분의 1의 확률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 때문에 회사를 20년 전으로 후퇴시키라는 겁니까?”

 

“이것 보세요. 제가 여기 있는 이유는 여러분의 회사가랜섬웨어에 공격받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랜섬웨어는 두렵지 않아요.” 패럼이 말했다. “정말 무서운 건 리스테리아죠. 저는 회사의 모든 시스템을 하나하나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취약점을 발견했죠. 공중보건상의 재앙 말입니다. 그리고 이 시스템들이 위험에 처할 확률은 100만 분의 1보다 훨씬 더 높습니다. 최근 다른 회사들이 겪은 일들에 대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결코 만만하게 볼 문제가 아니에요.”

 

패럼은 우크라이나 원자력발전소, 미국 텍사스 주 경보사이렌, 호주 하수처리시스템 등 각종 산업 해킹 사건을 나열했다. “게다가 우리도 여러분 회사의 시스템을 해킹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모의침투 테스트를 시행했거든요.” 패럼은 말했다. 모의침투 테스트는 관리자의 사전승인 아래 시스템 침투를 시도해서 취약점을 찾아내는 테스트를 말한다. “테스트에서 우리는 제어시스템을 장악하고, 치즈 제조법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 이게 바로 세 번째로 드리고 싶은 제안입니다. 치즈 제조법의 네트워크 연결을 끊으십시오.”

 

회의실은 정적에 휩싸였다. “모의침투 테스트는 내가 승인했습니다.” 채드윅이 말했다. “이렇게 쉽게 뚫릴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더군요. 무슨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커다란 일보 후퇴

 

발표는 끝났지만 논쟁은 계속됐다. 이날 오후 경영진은 시식실로 소집됐다. “네트워크라는 게 원래 복잡합니다. 우리 회사는 지난 10년 동안 네트워크를 꾸준히 확장해 왔죠.” 프랭크가 말했다. 시간이 갈수록 프랭크는 점점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다. 10년 동안 600만 달러라…. 채드윅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렇게 많은 시간과 자원을 들인 일을 과연 내다버릴 수 있을까?

 

“우리 회사만 그런 게 아닙니다. 대부분의 조직이 안고 있는 문제입니다.” 보안책임자 프랭크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고 다들 문제가 있는 시스템을 통째로 뜯어내지는 않을 겁니다. 적절히 자본을 투자해서 패럼이 발견한 취약점을 패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프랭크를 탓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채드윅이 말했다. “다 내 탓입니다. 내가 디지털화를 밀어붙였으니까요. 시스템을 자동화하는 게 목적이었죠.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브루스가 말했다. “시스템의 인터넷 연결을 끊을 수는 없습니다. 품질관리, 인력, 유지 등 모든 부분에서 비용이 증가할 게 뻔합니다. 디지털 시스템 덕분에 절감되는 비용과 우리 직원들이 얻는 혜택이 그야말로 엄청나요. 일부 시스템이라도 인터넷 연결이 끊긴다면 커다란 일보 후퇴가 될 겁니다.”

 

우리가 만든 치즈를 먹고 몸에 이상이 생기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그게 훨씬 큰 후퇴가 아닐까 채드윅은 생각했다. 하지만 논의의 흐름을 끊고 싶지 않았다.

 

“해킹은 없을 겁니다.” 프랭크가 계속 주장했다. “시스템을 강화하겠습니다. 그러면 괜찮을 겁니다.”

 

“투자자들에게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주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제니 크룩생크 최고재무책임자가 말했다. 출산휴가를 마치고 막 복귀한 터라 패럼과 있었던 일을 전혀 모르는 제니에게 채드윅이 그간의 상황을 설명해줬다. “한편으로는 우리 회사가 보안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겠죠.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디지털화에 투입한 비용이 모두 물거품이 될 때 입을 손해가 엄청날 겁니다. 과도한 보안 조치를 투자자들이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수도 있어요.”

 

제니는 목청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 문제까지는 건드리고 싶지 않았는데, 얼마 전 홀리 오가닉Wholly Organic과 거래가 끊겼다는 사실도 잊지 마셔야 합니다. 지금은 인력을 늘리고 장비를 손보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닙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채드윅이 시계를 보며 사람들에게 나가도 좋다는 손짓을 했다. 패럼의 조사 결과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지만, 회사의 경영진도 좋은 지적을 해줬다고 채드윅은 생각했다. “생각을 좀 더 해보죠.” 사람들이 시식실을 나가는 사이에 새러가 들어왔다. 채드윅은 새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적대적인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새러 때문에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진 걸 알고 있나요?” 채드윅은 새러에게 앉으라고 손짓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그저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상황이 복잡해지고 말았네요. 다들 화가 나 있어요.”

 

“가문의 유산이 사라지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채드윅은자를 입에 담는 것조차 망설였다. “그러니까…, 리스테리아 때문에요.” 그런데 말을 이어가던 채드윅은 문득 다른 생각이 떠오르면서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조치 때문에 우리 가문의 유산이 사라지는 건 아닐까? 그는 불현듯 고개를 들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새러,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새러는 긴장 섞인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 저는 사업이나 비용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어서….” 그러다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새러도 알 만큼은 알고 있었다. “저라면 시스템을 완전히 잠가 둘 겁니다. 중요한 부분은 거의 다 인터넷 연결을 끊거나, 적어도 아날로그 시스템으로 보강해서 해킹 가능성을 훨씬 줄이겠습니다. 그리고 믿을 만한 인력을 반드시 투입해야 합니다. 물론 간단한 일이 아니죠. 우리가 진보라고 믿어왔던 자동화와 효율성에서 오히려 멀어지는 일이니까요. 더 많은 비용이 들 겁니다. 하지만 계속 돈을 쓰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그런 식으로 돈을 써서 더 안전해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잘 들었어요, 새러.” 채드윅이 말했고, 새러는 방을 나갔다. 채드윅은 다시 손가락으로 치즈 한 조각을 집었다. 이번에 집은 것은 그 유명한 케어필리였다. 웨일스에서 사랑을 담아 보낸 치즈. 채드윅은 치즈를 입에 넣었다. 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훌륭한 맛이 느껴지는 치즈였다.

 

채드윅은 과연 컨설턴트의 권고를 받아들여야 할까?

 

 

스콧 베리나토(Scott Berinato) HRB의 선임 편집자다. 저서로 < Good Charts: The HBR Guide to Making Smarter, More Persuasive Data Visualizations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2016)가 있다.

앤디 보흐만(Andy Bochman)은 아이다호국립연구소 국가보안·국토보안부 선임 그리드전략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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