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4월호

‘레인메이커’동료들을 리드하는 법
로라 엠프슨(Laura Empson)

‘레인-메이커’

동료들을 리드하는 법

 

 

집단적이며, 역동적이면서도, 사려 깊은 리더십이 필요하다.

 

로라 엠프슨

런던 카스경영대학원 교수

 

 

 

 

 

 

 

 

 

Idea in Brief

 

문제 

전문 서비스 펌에는 전통적인 리더십이 통하지 않는다. 직원들에게 비전을 통해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원인

전문 서비스 펌의 핵심은 전문성이 뛰어난, 자아가 강한 파트너들이다. 이들은 자율성을 중시한다. 리더의 권위도 파트너의 동의가 있어야 발휘될 수 있다. 파트너들의 지지는 그리 오래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솔루션

전문 서비스 펌은 리더십이 집단적 프로세스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리더는 상호작용하는 세 가지 동력, 즉 정당성의 확립, 정치적 기술, 끈질긴 협상을 유념해야 한다. 리더는 이들 요소 간 긴장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맞춰 나가야 한다.

 

 

 

 

음 대니얼이 컨설팅회사의 매니징 파트너로 선임되자 동료들은 매우 기뻐했다.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 대니얼은 회사의 핵심 인사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대니얼의 또래 동료들, 특히 젊은 파트너들이 그를 지지했다. 이들은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나이든 파트너들이무임승차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회사 서비스의 질이 떨어졌다고 지적하며 계약을 끊겠다고 은근히 협박까지 했다. 선거기간 대니얼은 회사의 모멘텀을 살려 시장 1위 자리를 회복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세웠다. 파트너들 대다수는 대니얼의 자신감과 회사에 대한 비전에 끌려 파트너 선임에 동의했다.

 

 

그런데 18개월 후 파트너들은 대니얼의 제안들을 노골적으로 거부하며 사임을 요구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일반적인 기업 환경에서 리더는 직원들을 격려하고 지도할 것이란 기대를 받는다. 이때 리더십이란 부하직원들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전문 서비스 펌의 리더십은 다르다. 권력 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컨설팅펌, 회계법인, 로펌, 투자은행 등은 자기 중심적레인메이커들로 가득 차 있고, 이들은 팔로어 역할을 쉬이 받아들이지 않는 한편, 리더로 나서는 것 또한 꺼린다. 이런 환경에서 리더십은 리더 개인이 아닌 집단적 활동 속에서, 파워 있는 동료집단 간의 의사소통을 통해 만들어진다.

 

조직 내 파워는 주로 핵심 자원을 통제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진다. 전문 서비스 펌에서 핵심 자원은 특수한 전문성, 주요 고객과의 관계, 시장에서의 명성 등이다. 회사는 이런 자원은 체계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데, 이런 자원은 소유한 사람과 별개로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전문 서비스 펌은 파트너십 형태로 운영되며, 시니어 파트너들이 회사를 소유하는 식으로 법률적 지배구조가 형성된다.

 

전문 서비스 펌의 권력은 넓게 분산돼 있다. 자율성이 강하고 권한은 불확실하다. 시니어 프로페셔널들은 상당한 자율성을 갖고 고객이 요구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이 동료를 리더로 선출 혹은 임명할 때는 조건부로 권위를 넘기는 것일 뿐이며, 리더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리더를 무시하고, 해임할 권리는 그대로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 서비스 펌의 리더들은 상당한 구속을 받는다. 이들은 어떤 사안이든 동료그룹의 지지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 4 회계법인의 한 파트너는 파트너급이 되면솔직히 말해 다른 사람 말을 따를 필요가 없어요라고 말한다. 어느 로펌의 시니어 파트너는 그가 다른 파트너들과 협업하는 방식을 이렇게 묘사한다. “뭘 하라고 지시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여러 가지 조언과 아이디어를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일 뿐이죠. 그런 과정에서 일종의 리더십이 생깁니다.”

 

당신이 최근에 전문 서비스 펌의 리더 자리에 올랐다면 이 모든 이야기가 부담스럽게 다가올 것이다. 당신이 리더 역할을 잘 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지난 25년간 전문 서비스 펌의 리더들을 대상으로 연구와 자문을 진행했다. 또 영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전문 서비스 펌의 리더십과 지배구조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두 번 진행했으며, 15개 국가의 다양한 부문에 종사하는 500여 명의 시니어 프로페셔널을 인터뷰했다.

 

이번 연구에서 런드대의 요한 알비어스Johan Alvehus의 도움을 받아 나는 뚜렷하게 다르면서도 상호 연관된 세 가지 동력을 발견했다. 정당성 확립, 정치적 기술, 끈질긴 협상, 이 세 가지 동력은 프로페셔널 간 집단적 리더십의 작동방식을 잘 설명한다. 이들 동력의 기저에는 리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취하는 행동과 동료들이 이에 대응하고 해석하는 방식 사이의 긴장감이 흐른다. 이런 긴장감이 필연적으로 불안감을 낳게 되는데, 리더는 동료들과 꾸준히 협업해 긴장을 조절하고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다음에서 리더가 이런 과제를 순조롭게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을 설명하겠다.

 

 

정당성 확립

 

보통 기업은 라이징 스타들에게 리더의 책임을 다함으로써 잠재력을 증명해 보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전문 서비스 펌에서는 보다 신중하게 행동하는 편이 현명하다. 상사가 당신에게리더역할을 맡아달라고 요구하는 건, 부담스러운 행정 업무를 떠넘기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로 인해 수익을 창출하는 고객에게서는 멀어지고, 동료는 당신을 겉만 번지르르한 행정직원 같은 존재로 여길 수 있다.

 

프로페셔널들이 주로 저지르는 또 다른 실수 중 하나는 기계적으로 일을 잘하기만 하면 회사에서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전문가로서 주변의 존중과 인정을 받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커리어 초반에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어야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파트너급이 되면 게임 자체가 달라진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전문가가 시니어 리더의 자리에 오르는 일은 드물다. 예컨대 대형 로펌이나 회계법인의 대표직을 세무팀 대표가 맡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프로페셔널이 모인 회사에서 리더의 정당성은 결국 수익창출 능력에 달려 있다. 즉 레인메이커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필자는 전문 서비스 펌에서 최고위직에 오른 사람들은 신규 비즈니스 수주에 뛰어나고, 몹시 까다롭지만 그만큼 돈이 되는 고객을 잘 관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연장근무가 일상인 환경에서도 이들은 특히 더 오래 열심히 일해서 동료들보다 많은 수임료를 벌었다. 동료들은 그런 그들을 롤 모델로 여기면서 리더의 권한을 기꺼이 넘겼다.

 

하지만 여기에도 아이러니가 있다. 롤모델이 되는 본인들은 정작 리더가 되는 데 별로 관심이 없다. 이들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일, 즉 의뢰를 받아 일하는 데 집중할 뿐 부서나 회사의 차세대 리더로 앞장서기를 주저한다.

 

크리스틴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회계법인의 손꼽히는 레인메이커인 그녀는 가장 큰 거래처의 최대 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하지만 그녀가 일하는 분야의 대표가 고객 프로젝트에 방해가 될 정도로 너무 심하게 개입해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크리스틴은 부서장 자리를 거부했겠지만 동료들이 그녀에게 직접 부서장 직에 도전해 보라고 등 떠밀기 시작했다. 우리가 싫어하는 현 부서장의 통제 프로세스를 해체해서 소중한 자유를 되찾자는 게 요지였다.

 

크리스틴은 망설였지만 현 부서장이 임기를 늘리려 한다는 것을 알고 본인이 그 자리에 관심이 있다는 소문을 냈다. 그녀의 동료 파트너들은 모두 기뻐했다. 이들은 회사의 시니어 파트너들에게 로비를 벌여, 지금 부서장을 더는 신뢰할 수 없으며 크리스틴과 일하고 싶다고 구슬렀다. 크리스틴은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들은 제게 끌렸죠. 제가 대형 고객 프로젝트를 담당한 주요 파트너였기 때문에, 리더가 되기 전에도 저를 따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열어줬고, 성공했죠. 사람들은 저와 제 고객과 일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정리해 보면, 크리스틴은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고 동료들과 기꺼이 그 성공을 공유했기 때문에 동료들은 그녀를 잠재적 리더로 여겼다.

 

하지만 그녀가 리더 자리에 오를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해서 반드시 리더로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었다. 크리스틴도 곧 깨달았다. 회사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려면 다음의 두 가지 동력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정치적 기술

 

사내정치에 관해 구체적으로 묻지 않아도, 전문 서비스 펌의 프로페셔널들은 정치적 행동을 극도로 혐오한다는 점을 인터뷰에서 어필하곤 했다. 어느 컨설팅회사의 대표는 이렇게 묘사했다. “내게 정치란 보이지 않는 뒷골목에서, 사무실에서 음모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동맹을 맺는 것이나 비슷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만든 음모가 현실이 돼버리죠. 우리 회사에는 그런 일이 없다고 믿고 싶습니다.”

 

이 대표는 사실을 부인하거나 진실을 말하고 있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 사실 그의 회사는 다른 전문 서비스 펌과 마찬가지로 정치가 일상인 곳이었다. 정치적 행동이 반드시 해로운 것은 아니다. 자율성이 강한 대신 권위가 불안정한 환경에서 정치적 기술은 리더십 그 자체다. 리더는 동료들을 설득해 공개적인 지원을 구하고 그들 사이에 합의를 이끌어내고 유지하며, 사적으로도 보상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수행하고 권위를 유지하려면 지도자는 네 가지 핵심적인 정치 기술, 즉 네트워킹 능력, 대인관계, 사회적 통찰력, 성실성을 갖춰야 한다. 많은 기업들은 지배구조 내에 정치를 제도화하고 있다. 시니어 리더급에 대해 선거를 실시해 후보로 하여금 선언문을 발표하고, 선거 캠페인을 진행하고, 토론에 참여하게 한다.

 

프로페셔널들은 동료와의 관계보다 개인적인 권력을 더 원하는 리더를 믿지 않는다. 회사에 대해 야심을 품는 것은 괜찮지만 자기 커리어에 야심을 품은 걸로 보여선 안 된다. 그러니, 리더로서 당신은 동료들에게 본인의 이익이 아니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정치적 스킬을 쓰고 있다고 설득해야 한다. 그러면 동료들은 당신을 정치적이라기보다 성실한 사람이라고 평가할 것이다.

 

동료그룹에 당신의 진정성을 설득시키려면 회사에 대한 강력한 비전을 수립하고 이를 공유해야 한다. 대형 로펌의 파트너였던 안토니오의 경우를 보자. 전문 분야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야심은 컸던 그는 시니어 파트너 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다. 그는 여덟 명의 다른 후보에 맞서 선거 캠페인을 이끌면서 다른 부서의 지지도 받으려고 노력했다. 수백 명의 파트너들을 개별 또는 소그룹으로 만나 어떤 고민이 있는지 경청하고 그의 비전이 동료들의 바람을 이뤄줄 것이라고 설득했다.

 

후보 토론회에서도 그는 인상 깊은 연설을 했다. “파트너들에게 파트너십을 되돌려 줌으로써파트너들이 기업가로서의 잠재력을 발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투자 프로그램을 도입해 파트너가 기획하는 이니셔티브에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회사에 대한 열정적 공헌, 파트너에 대한 신뢰 등에 감명받은 동료들 다수는 그를 새 파트너로 선출하는 데 동의했다. 어떤 파트너는 안토니오가 확고한 진정성을 보였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그냥 한 번 출마해 보려는 것이 아닙니다. 로펌 업무에 대한 비전이 매우 진실되고 명확했어요.”

 

레인메이커로서의 자질과 선거 캠페인을 이끌 수 있는 자질은 분명히 다르다. 대형 고객을 관리할 수 있는 네트워킹 능력, 대인 관계, 사회적 통찰력, 순수한 성실성을 가진 사람은 그 스킬을 이용해 파워 있는 파트너들도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 서비스 펌의 리더십은 그 이상의 자질을 요구한다.

 

 

끈질긴 협상

 

자율성과 통제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여기에는 끈질긴 협상이 필요하다. 전문 서비스 펌에 필요한 집단적 리더십의 세 번째 핵심 동력이다. 리더십은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할지 아는 게 다가 아니다. 언제 누구와 이런 액션을 취할지, 그리고 당신이 자기뿐 아니라 동료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점을 설득할 방법을 알아야 한다.

 

예컨대 동료들은 리더가 자기들을 통제하려 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들은 자율성 침해를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다고 회사의 실적 문제가 드러날 때까지 리더가 가만히 있으면 또리더십 부재를 불평한다. 동료들은 리더가 인기 많고튀는파트너의 부적절한 행동에 이의를 제기하는 데 반대할 수 있다. 하지만 별로 인기가 없고, 아웃사이더에 가까운 파트너가 똑같은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데 가만히 내버려 두면 동료들은 리더의 도덕적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필자가 인터뷰한 어느 시니어 파트너는 이 문제를 이렇게 설명했다. “파트너들이너무 빡빡하네 하시네요. 그만 좀 풀어주세요라고 불평해서 통제를 좀 느슨하게 하면, 다시대혼란이에요. 좀 고삐를 당겨야 되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더군요.”

 

어느 전문 서비스 펌의 회장은 이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줄타기를 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파트너들이 회사의 주인으로서 주체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게 냅두면서, 리더는 자기를 내세워 지배하려 들거나 너무 앞에 나서서는 안됩니다. 파트너들에게회장이 출장가서 자리에 없나봐라고 생각하게 하면서도 회사의 방향성에 대한 확신은 굳건하게 심어줘야 합니다.”

 

다시 대니얼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그는 매니징 디렉터로 책임을 다하려 애썼지만 동료들의 지지를 잃었다. 파트너로 선출된 후, 그는 일반 기업에서 COO를 영입해 회사의 비용 부분을 전면 개편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파트너들의 지출을 점검했다. 또 개인적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직접 지휘하며 파트너 평가 시스템을 재설계하려 했다. 보다 엄격한 지표를 도입해 저성과자는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고, 고성과자에게는 더 나은 보상을 하고자 했다. 그는 파트너들이 그를 선출하며 기대했던 일들을 정확하게 해 나가고 있었다. 성과 지향적 보상 기준을 도입해 통제를 강화한 것이다.

 

유세기간 동안 그는무임승차자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구체적 계획은 모호하게 말했다. 그가 당선되자 파트너들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떤 파트너가 과연 그가 말하는 무임승차자일까? 그 수는 얼마나 되나?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것은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나? 불만을 품은 파트너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대니얼이 새로 얻게 된 권력을 너무 즐기고, 동료들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말이 퍼지기 시작했다. 또 대니얼이 가리키는 무임승차자가 우리일지도 모른다고 주변 파트너들에게 의심을 부추겼다. 이런 수군거림은 효과가 있었다. 대니얼이 새로운 파트너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자 파트너들은 즉각 반발했고 그는 어쩔 수 없이 계획을 철회해야 했다.

 

파트너들이 대니얼에게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은 다른 파트너들에 대한 통제였지 그들 자신에 대한 통제가 아니었다. 대니얼은 그 점을 놓쳤다. 파트너들은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양보할 마음은 있었지만 완전히 뺏기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들은 대니얼의 제안을 거부함으로써 대니얼을 한 수 가르칠 생각이었다. 그를 리더로 선출한 것은 파트너들을 위해 일하라는 뜻이지 파트너들이 그를 위해 일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자신을 회사의 구원자로 생각한 대니얼은 자기 레토릭에 도취돼 혼자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파트너와 함께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잊었다. 전문 서비스 펌을 이끈다는 것은 집단적 노력이며, 동료들에게 부여받은 권한은 지속적인 협상과 개선이 필요하다.

 

 

 

 

불안정한 균형잡기

 

전문 서비스 펌의 리더는 끈질기게 협상하면서도 다른 두 가지 동력, 정당성을 확보하고 정치적 기술을 발휘하는 데 소홀해서는 안 된다. 이 두 가지 동력이 매우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리더는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 수임료를 버는 프로젝트에 더는 집중할 수 없지만 계속 프로페셔널로서의 능력은 유지해야 한다. 정치적 기술도 끝없이 강구해야 한다. 파트너 간 동맹이나 그 관계 내에서의 파워도 흥망성쇠가 거듭되기 때문이다. 리더십이란 리더 당신이 어떻게 행동하느냐로 결정되지 않는다. 동료들이 당신의 행동을 해석하고 대응하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 동료들이 당신의 리더로서의 능력을 인정하고, 당신을 진실된 사람이라 여기면서도 마음껏 자율성을 누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리더십의 세 가지 동력은 서로 연관되면서 불안정성이 증폭된다. 동료들은 당신이 정치적 술책을 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당신의 정당성에 바로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그러면 통제와 자율성 간 균형이 깨질 것이다. 리더가 개인이 아니라 파트너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점을 설득하지 못할 때도 마찬가지다.

 

크리스틴을 다시 떠올려보자. 그녀는 프로젝트 수주에 뛰어난 사람이었기 때문에 동료들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자 그 업무가 너무 복잡해 그녀는 정신을 못 차릴 정도가 됐고, 왜 전 부서장이 그토록 심하게 개입했는지 이해하게 됐다. 통제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그녀를 지지했던 파트너들은 이제 자기들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와 피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마음대로 골라서 진행할 수 있게 그녀가 지원해 주길 바랐다. 이 고집 센 파트너들을 일일이 상대할 시간과 인내심이 부족했다. 고객 프로젝트야말로 그녀의 강점이었지만 여기에마저 몰두할 수 없었다. 그녀가 주요 프로젝트의 신규 수주에 몇 번 실패하자, 동료들이 그녀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그들은 그녀가 더 이상 리더로서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보지 않았다. 동료들이 협조하지 않게 되자 크리스틴은 권위를 잃었고, 동시에 업무역량도 잃었다. 균형이 깨진 것이다.

 

안토니오의 경우는 어땠나? 안토니오는 선거공약을 지키려 여러 가지 지출안을 야심 차게 내놓았다. 하지만 수익은 곤두박질쳤고, 회사가 어렵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신규 비즈니스 수주도 난관에 부딪쳤다. 리더로서의 정당성도, 실질적인 협상력도 잃었다. 하지만 안토니오는 본인이 선거에서 강력한 상대를 이기고 당선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정치적 스킬 덕분에 체면은 살릴 수 있었다. 입김이 센 파트너 몇몇이 모여 회의를 통해 그의 사임을 요구하자 안토니오는 한 가지 딜을 제시했다. 시니어 파트너로서의 임기를 마치되, 파트너 중 하나가 COO로 그의 권한을 위임받아 그 대신 회사를 운영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안토니오는 뒤늦게 집단적 리더십의 동력이 무엇인지 이해한 것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집단적 리더십

 

효과있는 집단적 리더십은 어떤 형태로 나타날까?

 

피터와 폴은 각각 글로벌 로펌의 시니어 파트너와 매니징 파트너다. 이들은 회사의 70년 역사상 최대의 난관에 맞서 집단적 리더십이 무엇인가를 행동으로 보여줬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회사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게 됐고 500명이나 되는 파트너들에게 퇴직을 요구해야 했다. 이런 규모의 대량해고는 회사로서는 전례없는 일이었다. 회사의 운영 규칙상 파트너 전원이 구조조정 규모를 투표를 통해 결정해야 했다.

 

피터와 폴은 회사에서 손꼽히는 레인메이커로 동료들도 그들을 존경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당시 이들은 파트너들의 기분을 잘못 판단해 구조조정 프로세스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리더십의 정당성을 잃을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피터와 폴은 회사에서 가장 파워가 있는 파트너들을 소집해 소그룹을 구성한 후 해고대상을 결정하는 작업에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몇 달에 걸쳐 이들은 비밀리에 성과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고대상자 명단을 놓고 한참을 옥신각신했다. 20년 이상 일한 파트너도 다수 포함됐고, 소그룹에 속한 이들도 오랜 친구이자 동료를 정리해고 대상자에 넣고 싶어하지 않았다. 피터와 폴은 의사결정 그룹에 점점 더 많은 파트너들을 투입했고, 500명 중 50여 명이 이 비밀스러운 심사과정에 참여하게 됐다.

 

 

이 같은 정리해고 과정의 핵심은 피터와 폴이 선별적으로만 개입했다는 것이다. 수십 명의 파트너가 모인 이 그룹에 알아서 결정을 내리도록 자율성을 주되, 진행이 더디다는 생각이 들면 압박을 가했다.

 

피터와 폴은 그들의 역할을 분리했다. 어느 파트너는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피터는 막후에서 움직였습니다. 우리를 개인적으로 만나, 어디까지 진행이 됐는지를 확인하고 충분하지 않으면 개별적으로 압박을 가했죠.” 이런 전략이 늘 통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럴 때는 폴이 직접 개입했다. 폴은 이렇게 설명한다. “명단에 이름이 꽉 찰 때까지 밀어붙였습니다. 하지만 합의를 보고나면 또 명단이 줄어들어 있었습니다. 그럼 되돌아가서이걸로는 충분치 않습니다라고 푸시했죠.”

 

마침내 금융위기가 터지고 다섯 달이 지난 어느 날, 피터와 폴은 파트너 전체에 정리해고를 발표할 준비를 마쳤다. 몇 시간에 걸친 대면 인터뷰와 외국 지사와의 회의를 통해, 이들은 15%, 75명의 파트너에게 회사를 나가든가 지분 감소를 받아들이라고 요구했다. 이날 오후, 피터와 폴은 비상 파트너단 회의를 열고 정리해고를 발표했다. 정리해고 대상으로 선정되지 않은 데 안도한 파트너들은 구조조정에 대한 투표 실시를 고집하지 않았다.

 

피터와 폴이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던 비결은 소그룹에 점점 더 많은 파트너를 불러들임으로써, 정리해고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날카로운 눈으로 잠재력을 평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게 했기 때문이다. 피터와 폴이 시장에서 인정받는 고성과자라는 점 또한 동료를 설득하는 데 필요한 정당성을 부여했다. 둘의 정치적 스킬은 파트너간 상충하는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역량이 됐다. 언제 통제를 가할 것인지, 언제 자율성을 발휘하도록 둘 것인지를 눈치있게 파악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피터와 폴의 사례는 단 한 번의 위기를 극복한 경우지만, 집단적 리더십은 지속돼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균형은 깨졌다가 회복되기를 반복하는 만큼 리더십의 동력은 늘 유동적이다. 어떤 때는 한 개인이 리더임을 선언하면 동료들이 이를 따를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때는 리더가 명목상으로만 리더일 뿐 뒤로 한발 물러서서 동료들의 지지자가 돼야 한다. 집단적 리더십은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과 함께 만드는 과정이다.

 

전문 서비스 펌의 지도부는 사실상 전체 파트너로 구성돼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일부 기업에서 집단적 리더십은 다수의 노력과 지원을 필요로 한다. 매니징 파트너나 시니어 파트너쯤 되면, 동료들은 당신이 영웅적 리더십을 발휘해 주기를 바라게 되고, 당신도 그런 역할을 맡고 싶어질 수 있다. 하지만 리더의 어려움을 항상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리더십이 집단적 활동이란 점을 동료와 스스로에게 계속 인지시켜야 한다. 당신이 최고의 자리에서 외로움을 느낀다면,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번역 송채영 에디팅 배미정

 

 

 

 

로라 엠프슨(Laura Empson)은 런던 카스경영대학원의 교수로 전문 서비스 펌 경영 분야를 가르치고 있다. 또 하버드법학대학원 법률전문가센터의 선임 연구원이기도 하다. 최근 저서로는 < Leading Professionals: Power, Politics, and Prima Donnas (Oxford University Press, 2017)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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