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월호

정확한 판단을 구성하는 6가지 요소들
앤드루 리키어먼(Sir Andrew Likierman)

LEADERSHIP

정확한 판단을 구성하는 6가지 요소들

 

 

 

 

내용요약

목적

관리자라는 자리의 핵심 역할은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 관점을 형성하고 모호한 증거들을 해석해서 좋은 결정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문제점

좋은 판단력을 학습하거나 다른 사람의 판단력을 측정하기 위한 확실한 프레임워크란 없다. 흔히 과거 경력을 바탕으로 타인의 판단력을 평가하지만, 이는 잘못일 수 있다.

 

해결책

좋은 판단력은 여섯 가지 요소로 이뤄진다. 학습, 신뢰, 경험, 객관성, 옵션, 결과 내기이다. 리더들은 이런 역량을 키워 불확실한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누군가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필요한 정보들이 수집됐고, 택할 수 있는 옵션들에 대한 찬반양론도 모두 나왔지만, 그중 하나를 택할 수 있는 분명한 근거가 없다. 회의 탁자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이제 CEO만 쳐다본다. 그들이 지금 원하는 건 옳은 선택을 가리키는 증거를 해석할 줄 아는 좋은 판단력이다. <판단력: 위기에 빛을 발하는 리더의 첫 번째 조건>의 공동저자인 노엘 티시Noel Tichy와 워런 베니스Warren Bennis모범적인 리더십의 핵심으로 판단력을 꼽는다. 판단력이란 개인의 자질에 적절한 지식 및 경험을 결합해 의견을 형성하고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다. 판단력은 명확하고 적절한 데이터나 뚜렷한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타당한 선택을 내릴 수 있게 한다. 물론 사람은 다들 관점을 형성하고 증거를 해석하는 능력을 어느 정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판단력이다.

 

무엇이 좋은 판단력을 이루는지 이해하기 위해 지금까지 엄청난 잉크가 소모돼 왔다. 어떤 전문가들은 좋은 판단력을 후천적으로 습득된 본능이나직감으로 규정한다. 부지불식간에 풍부한 경험과 분석력을 어떻게든 결합시켜 통찰력을 낳거나 다른 이들이 놓치는 패턴을 파악하는 능력으로 보는 견해다. 일반적으로는 이런 정의가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판단력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이를 어떻게 습득하는지, 혹은 무엇이 좋은 판단력인지를 알아차리기라도 하는 수준으로 넘어가기란 어려운 일이다.

 

필자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세계 최대 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유형의 기업 CEO들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법률회사나 회계법인의 시니어 파트너는 물론 장군, 의사, 과학자, 목사, 외교관 등 전문직 분야의 리더들도 만났다. 그들에게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보여준 판단력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통찰력을 위한 환경을 집단적 차원에서 조성해서 남들이 놓치는 패턴을 포착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기술과 행동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는 또 리더십과 심리학 관련 문헌도 살펴봤다.

 

판단력이 좋은 리더들은 남의 말을 잘 듣고 잘 읽는 경향이 있다. 덕분에 남들이 하는 말의 진짜 의미를 알아채고 남들이 볼 수 없는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그들은 남들이 지나치는 사실을 바탕으로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 폭넓은 경험과 관계를 갖고 있다.(심지어 자신이 모르는 것이 있더라도 그것을 잘 아는 지인이 있어서 그 사람의 판단에 의지할 수 있다.) 자신의 감정과 편견을 인식해 이를 판단의 방정식에서 제거할 줄도 알고, 자신이 고려하고 있는 일련의 선택지들을 확장하는 데에도 능숙하다. 마지막으로, 좋은 판단력을 갖춘 리더들은 현실 세계에 기반을 두고 의사결정을 내린다. , 어떤 선택을 할 때는 그 실행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결정을 한다.

 

리더들이 채택하는 업무방식, 그들이 쌓아가는 기술 및 일상에서 맺어가는 관계, 이 모든 것이 판단력에 영향을 미친다. 본 글에서는 좋은 판단력을 구성하는 여섯 가지 기본 요소를 살펴보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할 것이다. 바로 학습, 신뢰, 경험, 객관성, 옵션, 결과 내기이다.

 

 

학습(LEARNING)

주의 깊게 듣고 비판적으로 읽어라

 

좋은 판단을 위해서는 지식을 완전히 소화해야 한다. 뻔한 말로 들리겠지만 항상 그렇듯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이 경우에는 학습방식이 그렇다. 많은 리더들이 들어오는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걸러내거나 자신이 듣고 읽는 것들을 충분히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섣불리 나쁜 판단을 한다.

 

안타깝지만, 사실 자신이 접하는 정보를 제대로 흡수하는 사람은 드물다. 우리는 기대하지 않았거나 듣고 싶지 않은 내용은 걸러낸다. 이런 경향은 나이가 들어도 나아지지 않는다.(요컨대 아이들은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알아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 결과 리더들은 주위에 정보가 있는데도 놓치고 만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을 과신하므로 이런 경향은 특히 뛰어난 능력자들의 취약한 특징이 된다.

 

물론 예외도 있다. 필자가 존 뷰캐넌John Buchanan을 처음 만난 건 그가 40년간 눈부신 경력을 쌓아 올리던 시절의 초기였다. 그동안 그는 BP의 최고재무책임자가 됐고, 스미스앤드네퓨Smith & Nephew의 회장과 보다폰Vodafone의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얼라이언스 부츠Alliance Boots, BHP 빌리턴BHP Billiton의 이사로 활약했다. 존 뷰캐넌을 처음 봤을 때, 그리고 그와 관계를 이어가면서 필자가 느꼈던 놀라운 점은 그는 나뿐 아니라 누군가와 있을 때 상대방에게 완전히 집중한다는 것이었다. 많은 경우 뷰캐넌 정도의 업적을 이룬 사람들은 거들먹거리며 자기 말만 하느라 남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이미 한참 전에 그만뒀을 텐데 말이다.

 

뷰캐넌은 남의 말을 경청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남들이 먼저 꺼내지 않을 만한 정보를 캐내는 데도 능숙했다. 일단 그는 흥미로운 대답을 이끌 만한 질문을 했다. 가령 그가 어떤 회사의 이사직을 수락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 “당신은 이 회사를 흰색부터 회색까지 이어진 스펙트럼의 어디쯤에 놓을 겁니까?”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얼핏 보면 이런 질문은 기발하긴 하나 별 의미 없어 보이겠지만, 사실은 아주 다양한 사안에 대한 답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개방된 질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의미 있는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요.”

 

정보 과부하, 특히 문서로 인한 정보 과부하는 또 다른 문제다. 여기저기 시간과 관심을 쏟아야 할 CEO가 엄청난 양의 이메일과 브리핑 자료들을 처리하느라 힘겨워 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필자 또한 대형 상장사의 이사로서 중요한 회의 전에는 100만 단어 정도는 읽어야 한다. 그렇게 쏟아지는 대량의 정보와 맞닥뜨리면 사람은 보통 자신의 믿음에 부합하는 자료만 기억하고 나머지는 걸러낸다. 스마트한 리더들이 보고서에서 양보다 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중요한 회의가 있을 때마다 300페이지가 넘는 자료를 읽어야 한다면 어떨까? 아마존과 영국중앙은행에서는 어떤 안건이든 자료가 6페이지를 넘기면 안 된다.

 

뭔가를 읽을 때 정보 과부하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좀 더 미묘한 리스크는 쓰여진 내용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람들은 남들이 하는 말을 들을 때 그 말의 질을 판단하기 위해 (의식하든 아니든) 비언어적 단서를 찾는다. 하지만 뭔가를 읽는 경우에는 그 맥락을 파악하기가 더 어렵다. 게다가가짜 뉴스가 판치는 시대의 의사결정자들은 자신이 보거나 듣는 정보의 질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동료가 이미 필터링했거나 검색엔진 혹은 SNS를 통해 얻은 자료에 대해서는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당신은 정보의 질이 얼마나 제각각인지 인식하면서 정보를 평가하고 필터링할 때 그만큼 신중하게 접근하는가? 무의식적으로 정보를 걸러내는 일이 절대 없다고 확신한다면, 혹시 자신과 이념이 비슷한 신문만 골라서 보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 보라.

 

판단력이 좋은 사람들은 타당하지 않은 정보를 의심한다. 만약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Stanislav Petrov라는 소련 중령이 없었더라면 인류는 이미 멸망했을지도 모른다. 사건은 공산주의가 몰락한 직후인 1983년의 어느 날 발생했다. 소련 미사일관제센터의 당직 사령관이던 페트로프는 소련연방을 공격하는 미국의 미사일이 인공위성에 탐지됐다는 정보를 접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공격이 100% 확률이라는 기기 판독값은 말이 안 된다고 여겼고, 그래서 그 정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보고했어야만 하는데 말이다. 그 대신 그는 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켰다고 보고했다. 페트로프는 2013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가진 데이터는 전부 미사일 공격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해줬습니다. 만약 그 내용이 그대로 지휘계통을 따라 보고됐다면 아무도 그에 반하는 의견을 내놓지 않았을 겁니다.” 결국 미국의 미사일 공격은 구름에 반사된 햇빛을 인공위성이 착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개선 방법: 말하지 않은 것을 알아채고 보디랭귀지를 해석하는 등 남의 말을 적극적으로 듣는 소중한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이와 관련된 조언도 많다. 자신이 갖고 있는 편향성을 경계하고, 방어적이거나 공격적 태도로 인해 나의 생각과 다른 의견이 나오는 것을 막지 않도록 주의하라. 듣는 것이 지루하고 짜증난다면 질문하면서 결론을 확인하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서면 브리핑 자료로 힘들다면 어차피 회의에서 듣게 될 내용을 요약한 부분보다는 질문과 이슈들을 다룬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라.(회의 전 배포되는 이사회 자료집을 보면 발표할 자료들로 채워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 말하는 내용 중 서면 자료와 차이가 있거나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찾아라. 기초 데이터의 출처가 어디인지, 데이터를 제공하는 업체와 특별한 이해관계는 없는지 면밀히 따져 보라. 가능하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과 다양한 출처의 데이터를 활용하고, 특히 당신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의 견해를 접하라. 마지막으로 당신이 의지하는 데이터의 척도와 지표가 타당한지 확인하라. 지표들이 불일치하는 곳은 없는지 찾고 그 원인을 파악하라.

 

 

신뢰(TRUST)

자기와 같은 부류인지 검증하려 하지 말고 다양성을 추구하라

 

리더들의 독단적인 노력은 금물이다. 리더들은 결정을 내리려 할 때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역량과 경험을 끌어낼 수 있다. 어떤 조언자들의 말을 듣고, 그들을 얼마나 신뢰할지는 리더가 양질의 판단을 내리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불행히도 많은 CEO와 사업가들이 자신과 견해가 비슷한 사람들을 끌어들인 다음 그들이 실제 그런지를 검증한다. 사기극으로 유명해진 실리콘밸리의 생명공학기업 테라노스의 불명예스러운 창업자인 엘리자베스 홈스Elizabeth Holmes와 임원인 서니 발와니Sunny Balwani는 사업에 우려를 표하거나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들을 모두 냉소주의자나 비관론자로

간주했다. 파이낸셜타임스 기사에 따르면아첨꾼들은 승진했지만 계속 이의를 제기하는 직원들은 한직으로 밀려나거나 해고됐다고 한다. 중국 안방보험그룹의 설립자이자 회사의 얼굴이던 우샤오후이Wu Xiaohui는 뉴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 등 주요 자산들을 매입하면서 국제적으로 다각화된 기업제국을 구축했다. 그러나 최근 18년형을 받고 구속됐다. 안방보험의 한 직원은 그가자신의 지시에 어떤 질문도 하지 않고 그대로 따르는 평범한 사람들로 둘러싸여 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밝혔다.

 

 

역사학자 도리스 컨스 굿윈Doris Kearns Goodwin은 자신의 저서인 <권력의 조건>에서 에이브러햄 링컨은 자신이 존경하지만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는 전문가들로 내각을 구성했다고 전한다. 컨설팅사 맥킨지는 반대의견을 제시해야 하는 의무를 직원들에게 강조한다. 아마존의 리더십 원칙은 리더들이다양한 견해를 추구하고 자신이 가진 신념의 부당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도 같은 철학을 갖고 있다. 그는 자신이 기술적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그는 33세에 처음으로 컴퓨터를 갖게 됐다), 이에 야후 출신인 존 우John Woo를 최고기술책임자로 기용하면서우리는 일류 기업으로서 일류 기술이 필요합니다. 존이 회사에 합류하면 저도 푹 잘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거물 사업가 중 자신의 결점을 채울 수 있는 조직적, 개인적 자질과 경력을 가진 조언자를 원한 사람이 마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도 비슷한 이유로 셰릴 샌드버그를 영입했다. 온라인 패션업체인 네타포르테Net-a-Porter의 창업자인 나탈리 마세네Natalie Massenet는 자신보다 훨씬 연장자인 마크 세바Mark Sebba CEO로 임명했다. 영국의 타임스는 이에 대해네타포르테의 절제된 CEO가 마치 영화인턴의 로버트 드니로처럼 전자상거래 스타트업에 질서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필자의 동생인 마이클은 그랜드옵티컬GrandOptical이라는 브랜드로 운영되는 그의 안경점 체인이 프랑스 최대 업체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 그가 다니엘 아비탄Daniel Abittan과 손을 잡은 것을 꼽았다. 다니엘은 마이클의 사업가적 비전과 전략적 역량을 보완하는 탁월한 오퍼레이션 능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선 방법:듣고 싶은 말이 아니라 들어야 할 말을 해 줄 사람들로 믿을 수 있는 조언자 기반을 마련하라. 의지할 수 있는 조언자들을 기용하려면 훌륭한 과거 업적을 판단력의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된다. 그리고 판단력을 평가와 승진 결정의 분명한 요건으로 삼아라. 영국의 법무장관을 임명하는 기관에서 의장을 지낸 우샤 프라샤르Usha Prashar는 후보가 어떤 업적을 달성했는지뿐만 아니라 어떻게 그런 업적을 달성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맥킨지의 도미닉 바턴Dominic Barton 전 회장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상대방이 말하지 않는 정보도 찾아 본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커리어에서 겪었던진짜고난이나 좌절, 혹은 실패담은 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CEO는 상대방에게 정보가 불충분하거나 상충되는 조언을 들었던 경험을 말해 달라고 요청한다고 했다. 후보가다르다는 이유로 밀어내서는 안 된다. 당신과 견해가 다른 누군가가 당신에게 정말 필요한 조언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EXPERIENCE)

관련 경험을 활용하되 너무 좁게 보지 마라

 

리더는 의사결정을 할 때 그와 관련된 데이터와 증거를 넘어 자신의 경험을 참고한다. 경험은 맥락을 파악하고 잠재적 솔루션과 예상되는 난관들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전에도 현재와 비슷한 어려움에 처한 적이 있으면 리더들이 에너지와 자원을 집중할 영역들을 더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바이에 있는 에마어 부동산Emaar Properties의 회장이자 중동에서 가장 성공한 사업가 중 한 명인 모하메드 알라바Mohamed Alabbar가 그런 예에 속한다. 그는 1991년 싱가포르에서 처음으로 대형 부동산 위기를 겪으면서 경기가 하락할 때 과도한 융자를 받으면 어떤 위험이 따를 수 있는지를 알았고, 위기를 겪으며 과도한 부채의 교훈을 깨닫는 사람만이 부동산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라바는 이후 두바이의 변화무쌍한 경기 사이클을 잘 헤쳐나갔고 오늘날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부르즈 칼리파와 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두바이몰 등 거대 포트폴리오를 소유하게 됐다.

 

하지만(꽤 큰 반전이지만) 경험의 폭이 좁은 경우에는 익숙함이 도리어 위험할 수 있다. 만약 어떤 회사가 인도시장에 진출하려고 할 때 미국에서만 제품 출시를 해 본 사람의 판단은 신뢰도가 떨어지므로 맹신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중국과 남아프리카에서도 신제품을 출시했던 사람이 해 준 조언은 신빙성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중요한 신호를 간과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또 한 영역에서만 오래 경험을 쌓은 리더들은 습관, 안일함, 과신 때문에 타성에 젖은 판단을 할 수 있다. 이런 폐단은 보통 외부 위기를 통해 표출된다. 절대 침몰하지 않는다 했던 타이타닉호는 구명보트가 부족해 대형 사고의 상징이 됐다. 2008년의 경제위기는 난공불락으로 보였던 수많은 거대 기업들에 진실의 순간이 됐다. 비슷한 예로, 요즘은 환경문제가 사업의 중심이 됐으며 이에 대한 가시적인 대응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과소평가해 온 리더들이 많다.

 

개선 방법:첫째, 의사결정을 할 때 개인의 경험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 평가하라. 모범 사례와 실패 사례를 확인하기 위해 중요한 판단이 필요했던 경우들을 되짚어 보라. 각각의 경우에 적절한 경험을 활용했는지, 또 올바른 유추작업을 했는지 검토하라. 잘했던 점과 잘못 했던 점을 모두 기록하라. 역사를 다시 쓰는 과정은 어렵고 유혹에 빠지기 쉽다. 같은 경험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으므로 자신이 내린 결론을 상사나 동료들과 공유하면 도움이 된다. 중립적인 비평가가 될 만한 현명한 친구를 끌어들이면 더 좋다.

 

둘째, 젊은 리더의 경우에는 경험을 넓히는 일에 주력하라. 해외 근무 기회나 재무, 영업, 생산처럼 사내의 핵심 기능 부서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 노력하라. 중요한 사업을 따내는 인수작업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만약 당신이 CEO라면 관리자들의 커리어 플래닝에 관여하라. 발전 가능성이 높은 관리자들이 더 다양한 영역에 노출될 수 있도록 CEO로서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이들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활용할 수 있는 경험의 폭을 최대한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관리자에게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기업과 CEO 자신에게도 득이 될 것이다.

 

 

객관성(DETACHMENT)

자신 안의 편견을 확인하고 그에 도전하라

 

정보를 처리하고 자신과 남들이 가진 다양한 지식을 활용할 때 유념할 점은 자신이 갖고 있는 편견을 알고 그에 대응하는 것이다. 목표와 가치에 대한 열정은 추종자들의 열의를 높이고 자극하는 멋진 리더십의 자질이지만 정보를 처리하고, 경험을 통해 배우고, 조언자를 선별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지적으로, 감정적으로 객관성을 유지할 줄 아는 능력은 좋은 판단력의 필수 요소다. 그러나 이는 숙달하기 어려운 기술이다. 최근 몇 년간 수행된 행동경제학, 심리학, 결정과학 연구들이 보여줬듯이 기준점, 확증, 위험회피, 지나친 위험수용 등의 인지편향들은 사람들이 하는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독일계 전력회사인 RWE의 사례는 경각심을 준다. 2017년 인터뷰에서 RWE CFO는 회사가 재래식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5년간 100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그중 대부분을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에너지산업 전체가 재생에너지 분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왜 재래식 발전 기술에 그런 막대한 투자를 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RWE는 사후분석을 수행했다. 그 결과 의사결정자들이 투자전략을 평가할 때 현상유지와 확증편향을 보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게다가 계층편향을 보인 경우도 많았다. 상사의 판단에 의문을 가진 부하직원들이 반박하는 의견을 내지 않고 침묵했던 것이다. CFO RWE과도한 자신감과 낙관주의 같은 행동 편향에 깊이 빠져 있었다고 인정했다.

 

 

조직에 위기가 닥치고 직원들의 일자리가 위협 받을 때 CFO나 변호사가 종종 CEO에 오르는 이유는 의사결정을 할 때 인지편향을 거부하고 객관성을 더 잘 유지하는 그들의 능력 때문이다. 이런 자질은 2011년에 국제통화기금(IMF)의 총재였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Dominique Strauss-Kahn이 스캔들로 떠들썩하게 퇴출당한 후 신임 총재로 뽑힌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가 널리 칭송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라가르드는 IMF 총재로서는 드물게 경제학자가 아니었고 정치 경험도 거의 없었지만 프랑스 재무장관으로서 이미 능력을 입증한 바 있었다. 또 그녀는 대형 국제 법률회사의 파트너로 재직하면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협상하는 능력을 터득했고 이는 글로벌 재무시스템이 심각한 위기에 놓인 시점에 매우 중대한 자질로 부각됐다.

 

개선 방법: 다른 관점을 이해하고, 명확히 정리하고, 수용하라. 사람들이 자신과 상관 없는 사안들도 생각할 수 있도록 역할극과 시뮬레이션에 참여하게 독려하고, 반대 의견을 안전하게 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라. 가령 직원들이 경쟁자 역할을 해 보면 평소에는 상사에게 제안하지 않았을 아이디어를 가지고 실험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을 열어도 좋다. 문화와 지리적 배경이 다른 동료들이 만나 다양한 관점을 논의하고 평소에 갖고 있던 가정들을 서로 압박해 볼 수 있는 훌륭한 장이 된다.

 

마지막으로, 판단력이 좋은 사람들은 편견을 인지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확실히 구축한다. RWE는 잘못된 투자로 인한 금전적 손해를 파악한 다음 새로운 업무방침을 확립했다. 이제 중대한 결정을 할 때는 논의 이전에 서로가 가진 편견부터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한 사람이 악마의 변호인 역할을 맡아 일부러 반대 의견을 내기도 한다. 실수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을 과신하는 사람들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라.

 

 

옵션(OPTIONS)

제시된 일련의 솔루션들에 대해 질문하라

 

의사결정을 할 때 리더는 부하직원들이 수립하거나 제시한 두 가지 정도의 옵션 중 하나를 골라야 할 때가 많다. 그러나 현명한 리더는 그런 옵션들이 전부라고 여기지 않는다. 2008년부터 2009년까지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티머시 가이트너Timothy Geithner재무장관에게 왜 은행을 국유화시키는 방법을 고려하지 않는지 설명해 달라고 압박했다. 가이트너는 그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과 정말 힘든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 전략이 정말 통할 거라고 확신하세요? 저를 안심시킬 수 있습니까? 그렇게 자신만만한 이유는요? 그래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겁니까?’ 같은 질문들로 저를 몰아붙이더군요. 그때 저는 대통령에게 당시 시행하려 했던 계획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는 게 제 판단이라고 말씀드렸거든요.”

 

오바마는다른 옵션은 없습니다라든지두 가지 옵션이 있지만 그중 하나는 정말 최악입니다라든가세 가지 옵션이 있지만 그중 하나만 선택 가능합니다같은 말을 들었을 때 좋은 리더가 취해야 할 모든 행동을 보여줬다. 사실 다른 옵션은 언제나 존재한다. 가령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거나, 더 많은 정보를 얻을 때까지 결정을 보류하거나, 한시적 대책을 세우거나, 시험적 대응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영국의 금융서비스 기업인 리갈앤드제너럴Legal & General CEO를 지낸 팀 브리던Tim Breedon은 이런 태도를상황을 제시되는 방식으로만 한정하지 않기라는 말로 설명했다.

 

지나고 나서 보면, 나쁜 판단을 하게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중요한 옵션들과 의도치 않은 결과를 일으키는 리스크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주 다양한 원인들이 이런 상황을 초래하는데, 잠재적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위험을 회피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이 때문에 일련의 가능한 솔루션들을 철저히 검토하는 것은 리더의 판단 행위에서 아주 중요하다. CEO가 모든 옵션을 제시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CEO는 경영진이 두려움과 편견으로 인해 여러 가능성들을 자체 편집하지 않고 모든 옵션을 보고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모든 옵션들을 논의하면 옳은 판단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개선 방법: 정보가 엉성하면 명확성을 높이도록 지시하고, 중요한 사실이 누락돼 있으면 담당자에게 따져 물어라. 사람들에게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변수가 무엇이며 변수들의 가중치는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라. 타이밍이 핵심이라면 그것이 정당한지 따져보라. 스트레스와 자만심처럼 새로운 해결책과 결부된 위험 요인들을 고려하고 그런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실험 기회들을 모색하라. 모델링과 제 3자의 의견,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들도 고려하라. 솔로몬 왕(‘좋은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 누가 있을까?’라는 질문에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인물)의 지혜를 본받아 최종 결정에 따라 사람들이 떠안을 리스크를 파악하라. 특정 결과에 대해서는 숨길 수 없는 표시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다. 그 해결책이 효과를 내거나, 반대로 실패한다면 그들에게(그리고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상의하라. 그런 사람이 없거나 시간이 부족하다면 당신이 신뢰하는 사람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지 상상해 보라. 규칙과 윤리적 문제들도 선택을 필터링하는 데 도움이 되므로 관련 이슈들을 명확히 파악하라. 마지막으로 급진적인 옵션도 과감히 고려하라. 그런 옵션들을 논의하다 보면 덜 급진적이지만 고려할 가치가 있는 솔루션이 떠오르고,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 자기 주장을 펼치도록 자극할 수 있다.

 

 

결과 내기(DELIVERY)

실행 가능성을 고려하라

 

모든 선택이 전략적으로 올바르다 할지라도 그런 선택을 어떻게, 그리고 누구를 통해 실행할지 판단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 1880년 프랑스의 외교관이자 기업가였던 페르디낭 드 레셉스Ferdinand de Lesseps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기 위해 파나마 해협에 운하를 파자고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당시 레셉스에게는 이미 수에즈운하를 성공적으로 완공한 이력이 있어서 투자자들과 정치인들은 그의 계획을 면밀히 살펴봐야 할 자신들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사막을 뚫고 운하를 만드는 것과 정글을 뚫고 운하를 만드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의 접근법은 완전히 부적절했고 결국 운하 작업은 미국 정부가 인수해서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완공됐다.

 

스마트한 리더들은 프로젝트를 검토할 때 계획 실행 시 수반될 수 있는 리스크들을 신중하게 따져보고, 프로젝트 옹호자들에게 관련 요인들을 명확히 확인하라고 압박한다. 이는 프로젝트가 크든 작든 똑같이 중요하다.

 

판단력이 좋은 리더는 어떤 길을 가야 할지가 결정되면 그에 따르는 리스크들을 예측하고 그런 리스크를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안다. 그 사람이 애초에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아닐지도 모른다. 특히 아이디어 제안자가 레셉스처럼 어떤 비전에 사로잡혀 있다면 더욱 그렇다. 더 일반적으로 보면 재능과 창의력, 상상력이 언제나 결과물을 내놓는 능력을 수반하는 것은 아니다. 작은 테크회사들이 자신들의 영감을 통해 수익을 내지 못하다가 결국 창의력은 떨어지지만 조직력이 뛰어난 거대 기업에 인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선 방향:어떤 제안을 평가할 때 그런 투자를 추천한 사람들이 제안 내용에 걸맞은 경험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라. 그들이 이전에 했던 일을 언급한다면 그 일이 현재 상황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라. 잠재적 실패 요인들을 사전에 파악하는사전부검premortem토론에 제안 옹호자들을 참여시켜서 그들이 가진 가정들에 대해 자문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라. RWE는 이제 사전부검 토론을 프로젝트 평가 프로세스의 일부로 시행하고 있다.

 

리더들에게는 많은 자질이 필요하지만 그 모든 것들의 바탕을 이루는 것은 좋은 판단력이다. 야심은 있으나 판단력이 없는 리더들은 돈을 잃는다. 카리스마는 있으나 판단력이 없는 리더들은 추종자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다. 열정은 있으나 판단력이 없는 리더들은 잘못된 길로 돌진한다. 추진력은 있으나 판단력이 없는 리더들은 일찍 일어나서 잘못된 일들을 벌인다. 완전한 행운과 개인의 통제력 밖에 있는 요인들이 궁극적인 성공을 좌우할 수도 있지만, 좋은 판단력이 있으면 당신에게 유리한 카드들이 쌓이게 될 것이다.

 

 

앤드루 리키어먼(Sir Andrew Likierman)은 런던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영국의 타임스뉴스페이퍼스와 비즐리그룹 이사다. 런던경영대학원 학장과 영국중앙은행 이사를 역임했다.

 

 

번역 김성아 에디팅 이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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