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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완행적 접근을 통한 혁신의 이점

디지털
2017. 7. 12.

우리의 경험에 따르면, 혁신을 추구하는 매니저들은 규모가 큰 프로세스(새로운 제품 혹은 비즈니스 모델 개발의 경우), 개발 속도가 빠른 프로세스(해커톤hackatons, 빠른 프로토타이핑rapid prototyping, 혹은 이머징플랫폼emerging platform)를 설계하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 두 접근법 모두 큰 보상이 따르기 때문에 그 자체로 틀린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외에 다른 방법도 있다. 규모는 작지만 보다 점진적으로 혁신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슬로우 이노베이션slow innovation’이라고 부른다.

 

‘슬로우 이노베이션프로젝트들도 장기적으로는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조직이 슬로우 이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실행하거나, 우선시하거나, 여기에 예산을 지원하기란 쉽지 않다. 슬로우 이노베이션 프로젝트들의 범위와 속도는 목표 달성을 위해 달려가야 하는 회사의 일반적인 업무 리듬과 맞지 않는 경우가 잦다. 타임라인이 늘어지다보니 경영진의 교체가 있을 때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리고 복잡한 기업 조직의 역학관계를 이겨내고 오랫동안 지속하기도 쉽지 않다.

 

필자들은 유니비젼Univision의 자회사인 퓨전미디어그룹Fusion Media Group에서 이런 접근법을 사용해 부서 하나를 관리한 경험이 있다. 가능성을 보이긴 했지만 조직에 진정한 임팩트를 줄 만한 지속력을 가지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얻은 교훈을 여기 공유한다.

 

‘슬로우 이노베이션이라는 문구는 수년 간 다양한 의미로 사용돼왔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슬로우 이노베이션은 문화인류학자 그랜트 맥크래켄Grant McCracken이 저서 <최고문화경영자 CCO> 등에서 사용한 의미이다. 그 책에서 맥크래켄은패스트 문화fast culture’슬로우 문화slow culture’를 구분해 설명했다.

 

패스트 문화는 매시간별 트렌드와 새로운그 달의 단어를 찾아내기 위해 소셜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는트렌드 포착자trendspotters’쿨 사냥꾼coolhunters’들의 영역이다. 패스트 문화는 레이더에 포착되는 작은 신호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빠르게 움직여 기회를 잡는 기업에게 승리를 안겨준다. 미국의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Buzzfeed가 인기를 끌게 된 것도 패스트 문화 덕분이고, 버즈피드가 스스로를 계속 리모델링해가는 것 역시 패스트 문화에 기반한 프로세스 덕분이다. 또 패션업체가초커' 목걸이 유행이 지고크롭 탑(배꼽티)’ 유행이 돌아오는 것을 파악해 후자에 더 투자하게 만들어주는 것 역시 패스트 문화다. 어떤 단어가올해의 단어'로 옥스포드 사전에 등재되기도 전에 광고에 사용하는 것이 패스트 문화다.

 

슬로우 문화(혹은 슬로우 이노베이션)는 패턴의 인식에 대한 영역이다. 당장 조직의 시야 바깥에 있거나 속도가 더디지만, 꾸준하게 일어나고 있는 움직임을 찾는다. 슬로우 이노베이션은 당신이 느끼고는 있지만 당장 비즈니스를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낄 정도로 급박하지는 않은 변화들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자동화와 자율주행차 기술이 천천히 발전하지만 결국 고용시장과 새로운 전략 수립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임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슬로우 이노베이션의 가장 큰 이점 중 하나는 통찰력에 있다. 만약 당신이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관심을 보인다면, 슬로우 이노베이션 프로젝트는하룻밤 사이 잠깐 일어난현상으로 치부해 간과했을 아이디어, 트렌드, 시장의 빈틈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2014년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가 디지털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너무 성급한 대응으로 보였다. TV수신료 수입이 감소할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WWE는 디지털 구독 서비스가 성공할 수 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었다. WWE 20년 이상 TV시청자들이 과거 경기 비디오 테이프를 거래하거나 온라인에 올린다는 것을 관찰해온 것이다. WWE는 이런 충성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모델을 시도했었다. WWE의 결정은 그저 트렌드에 올라타려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꾸준한 관찰과 슬로우 이노베이션의 결과였던 것이다.

 

그러나, 슬로우 이노베이션은 어려움이 많다. 슬로우 이노베이션 프로세스를 통해 발생한 비즈니스의 변혁은 외부자의 입장에서는 발견하기 어렵다. 그리고 마침내 변혁이 이루어져도, 이전 수 년 동안 진행된 슬로우 이노베이션 작업은 그 중요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이는 소규모로 시작해 천천히 진행되는 슬로우 이노베이션 프로젝트보다 빠르고 크게 혁신하는 프로젝트에 투자금이 몰리는 현상을 심화시킨다.

 

또 슬로우 이노베이션 프로젝트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소위  우선순위 6번째에 위치한 과제같은 것을 다룰 때가 많기 때문에 이번 분기 혹은 이번 연도의 성과에 영향을 주지 않곤 한다. 그러니 경영진으로부터 지원을 받기도 어렵다.

 

그리고 오랫동안 기존의 방식을 고수해온 다른 사람에게 기존의 방식이 옳지 않다고 설득시키는 것은 더욱 어렵다. 왜냐하면 월 단위, 주 단위의 단기적 트렌드에서는 현재 방식의 허점들이 거의 보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어려운 과제는 출장, 마감, 개인 약속들로 바쁜 회사 동료들이 스스로 슬로우 이노베이션에 동참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진이 슬로우 이노베이션 문화를 성공적으로 만들고 싶다면, 슬로우 이노베이션 프로세스의 주인이 아니라 이를 독려하는 촉매제 역할을 해야 한다.

 

필자들은 2015년 유니비젼Univision혁신과 참여 센터Center for Innovation and Engagement ‘의 수장으로 일했다. 그리고 이 곳에서 처음으로 슬로우 이노베이션 조직의 효과, 그리고 그것을 가로막는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 센터를 맡게 된 후 20개월 동안 우리의 임무는 회사의 장기적인 평판, 목표,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한 과제들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분기별 성과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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