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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베스트바이 회장의 인간 중심 리더십

디지털
2020.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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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가치는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로 결정된다.

-밥 쳅맨Bob Chapman, <가치를 알아보는 가치Value of Identifying Values, 2012>

단 몇 주 만에 우리는 전례 없는 위기에 빠졌습니다. 기존 시스템과 절차가 보류되거나 무력화돼 버렸지요. 사람들은 서로를 경계하며 긴장과 불안 속에 떨고 있고,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 하고 있습니다. 저는 미국의 호텔 체인인 칼슨Carslon에 이어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Best Buy에서 CEO를 맡은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로 위기에 처한 CEO와 고위 간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업들이 이 신종 바이러스 사태에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면밀히 살펴봤습니다. 모두가 날마다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는 상황에 맞서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 고군분투하고 있더군요. 상점, 공장, 사무실을 계속 운영해야 할지, 직원들에게 계속 월급을 줘야 할지, 아니, 과연 앞으로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말이죠.

현재 CEO와 기업의 최대 고민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현명한 리더십을 발휘하느냐 일 겁니다. 우리 모두가 겪었던 2009년 대침체기Great Recession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참고할 만한 대안이 딱히 없는 상황입니다. 저 또한 2012년 베스트바이에 처음 취임했을 때 기업이 대규모 적자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그런 어려운 시기를 경험해본 입장에서 말하건대 과거의 위기와 현재는 상황이 다르지만 이전에 우리가 고수했던 인간 중심의 리더십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원과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이익을 목표가 아닌 결과로 생각하는 리더십 말이지요.

2019년 8월, 베스트바이 CEO로 제 후임자인 코리 배리Corie Barry를 포함한 많은 리더가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새로운 기업의 목표를 천명했습니다.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은 미국 200대 대기업 최고경영자로 구성된 협의체입니다. 181명의 CEO가 고객, 직원, 공급업체, 지역 사회, 주주를 비롯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전통적인 자본주의의 프레임을 바꾸고 사회적 가치를 더 중요하게 반영하겠다는 선언이었죠.

현재 그때의 선언이 시험대에 올라왔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결단력입니다. 리더들은 지난여름에 내뱉은 말에 어떻게 책임져야 할까요?

저와 대화를 나눴던 리더들은 굉장히 확고한 목표를 갖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이죠. 이들은 지금이 리더십을 발휘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직원들과 함께 의로운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들은 굳건한 목소리로 이 상황이 자기들의 ‘전성기’가 될 수 있다며 코로나바이러스의 맹공에 맞서겠다고 했습니다. 전 이들을 보면서 위대한 인류애를 다시금 실감했지요.

리더들은 가라앉는 경제를 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위기에 맞서 기업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면서 말이죠.

이들은 먼저 일관된 자세로 직원들에게 명확하고 솔직하게 현재 상황을 말했습니다. 출장 제한, 재택근무, 행사 취소를 지시하며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아프거나 휴교로 아이를 돌봐야 하는 직원들에게 유급 휴가를 제공하는 일이 늘어나는 추세인데요. 전 더 많은 CEO와 국가가 아픈 직원들에게 유급 휴가를 주는 것을 중요한 복리후생으로 여겼으면 합니다. 그래야 직원들이 아플 때도 일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거든요. 베스트바이는 작년부터 긴급하게 육아 도우미가 필요한 직원들에 집이나 센터에서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 팬데믹으로 인한 불안이나 다른 문제로 마음고생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심리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쇼크로 대부분 기업이 재정적 손실을 입게 될 것입니다. 많은 리더가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려고 할 텐데요. 아마 가장 쉽게 떠오르는 대안이 인력 감축일 겁니다. 하지만 이건 정말 성급한 판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비즈니스 출장 여행 전문 기업인 칼슨 와곤릿 트래블Carlson Wagonlit Travel에서 CEO로 일할 때였습니다. 서브 프라임 충격으로 대침체기가 도래하면서 독일 지사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비즈니스 출장 사업은 고객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최적화된 연결 항공편을 제공해 고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인데 경기 침체로 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칼슨 와곤릿 트래블에도 타격이 왔습니다. 많은 곳에서 인력 감축이 이뤄졌지만 독일은 예외였습니다. 현지 노동법에 어긋나는 행동이었기 때문이죠. 경영팀은 대신 근무시간을 단축하기로 했고, 덕분에 모두가 일자리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시장이 언제 회복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경영진도 직원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었을 때 준비가 돼 있었던 누구보다 빨리 적응했고, 회사는 인재 유출에 시달릴 일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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