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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200만 원짜리 이케아 쇼핑백 왜 살까요?

디지털
2020.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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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는 1달러짜리 이케아 파란색 쇼핑백 디자인으로 2000달러짜리 지갑을 만들었을까요? 헤져서 가죽이 다 떨어져 보이는 구찌 스니커즈는 도대체 왜 그렇게 인기인 거죠? <섹스 앤 더 시티>의 여주인공 사라 제시카 파커Sarah Jessica Parker는 왜 이탈리아 로마의 비아 산니오Via Sannio 벼룩시장에서 낡아빠지고 먼지 쌓인 중고 옷더미를 뒤지고 있을까요? 미슐랭 스타를 받은 유명 이탈리아 셰프 크라코Cracco는 왜 자신의 요리에 시중에 흔히 파는 포테이토칩을 사용할까요?

우리는 흔히 높은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는 ‘상징’은 유명 인사와 트렌드세터 등 사회 최상층에서 시작해 사회 전반으로 전파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효과입니다. 그런데 앞서 설명한 트렌드는 이와 정반대죠. 명품 브랜드와 셀레브리티들이 신상 럭셔리 제품이나 새로운 고급 디자인이 아니라 덕트 테이프(강력 접착 테이프) 신발, 비닐봉지 쇼핑백, 길거리 음식 같은 저가 패션이나 아이템을 이용하는 겁니다. 한 향수 브랜드는 가정용 청소 세제 스프레이 모양의 병에 담긴 고급 향수를 선보이기까지 했죠. 이러한 흥미로운 사례들에 이끌려 우리는 시그널링signaling 관점에서 이 현상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즉, 소비자가 어떻게 제품과 브랜드를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시그널을 보내는가 하는 측면입니다.

이 흥미로운 사회적 신분 시그널은 트리클 다운이 아니라 좀 다른 방향으로 전파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아래에서 시작해 중간을 돌아 건너뛰고 바로 위로 올라가는 트리클 라운드trickle round 방식입니다. 명품 브랜드나 스타 셰프가 덕트 테이프 스니커즈나 포테이토칩 요리 같은 저가 제품을 활용한 고급 제품을 선보이기 이전에는 메인스트림 시장이나 일반 레스토랑에서는 이런 제품을 일반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아래에서 중간을 거쳐 위로 올라온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바로 위로 뛰어 올라간 셈입니다. 왜 어떤 시그널은 이렇게 다른 궤도를 보이는 걸까요?

루이뷔통 모노그램백이나 샤넬 넘버5 같은 전통적 명품이 점차 대중화되자 부유층은 자신의 부와 권력을 표현할 새로운 방법이 필요해졌습니다. 엘리트층은 저가 제품을 받아들이는 시도를 해도 자신의 지위를 오인받을 염려가 없지만 중산층은 그렇지 않죠. 그래서 지위가 불안정한 중산층은 명확한 시그널을 고수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엘리트층은 저가 트렌드를 이용할 때도, 명품 아이템과 결합해 자신의 지위 시그널을 명확히 합니다. 예를 들면, 사라 제시카 파커가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재킷을 값비싼 루부탱 하이힐에 매치해 입는 것이죠. 배우 티모테 샬라메Timothée Chalamet가 올해 레드카펫에서 평범한 집업 항공재킷을 입자 많은 사람이 의아했지만 그는 플래티넘, 루비,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까르티에 브로치를 앞주머니에 달아 전체 의상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탈바꿈시켜 버렸습니다. 크라코 셰프가 포테이토칩을 이용해 만든 요리는 세련되고 분위기 있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서빙됩니다. 다시 말하면 상류층 인사들과 명품 브랜드는 고급 아이템과 저가 아이템을 믹스 앤드 매치해 메인스트림 소비자들과 자신을 구분 짓습니다.

우리는 이 가설을 시험해보고자 식품, 의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류층이 어떻게 전형적인 저가 아이템을 믹스 앤드 매치해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시그널을 보내는지 알아보는 여러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예를 들어, 뉴욕시 1000개 이상의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조사한 결과,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감자튀김, 옥수수죽, 프라이드치킨 같은 저가 아이템을 트뤼프(송로버섯), 로브스터, 오리고기 같은 고급 식재료와 믹스해서 제공했습니다. 상류층 응답자들은 다른 그룹과 비교했을 때, 푸아그라(거위 간) 햄버거, 로브스터 맥 앤드 치즈처럼 고급 식재료와 저가 식재료를 믹스한 메뉴를 더 자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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