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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조직

번아웃을 물리치는 잡 크래프팅

디지털
2020.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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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스트레스와 번아웃에 빠지지 않게 근무 환경을 개선할 색다른 방법은 없을까?’ 많은 리더들의 고민거리입니다. 그에 맞춰 새로 등장한 개념이 있는데요. 바로 잡 크래프팅(job crafting)입니다. 직원들에게 자기 업무에 더 보람을 느끼도록 역할을 새롭게 디자인할 기회를 주는 전략을 말합니다.

쳇바퀴처럼 단조로운 근무 패턴은 스트레스와 심지어 번아웃을 초래하는 등 정신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건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입니다. 일상의 지겨움이 만성적인 지경에 이르면 약물, 알코올, 도박 등에도 빠져들기 쉽다고 하네요. 전직 교사 출신인 신경과 전문의 주디 윌리스(Judy Willis) 박사는 ‘신경과학적 측면에서 본 권태감의 악영향’이라는 논문에서 업무에 권태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판단력, 목표 수립, 리스크 평가, 집중력, 감정 통제 등에 지장이 생긴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약 5000명의 전문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이직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가 권태감 때문이라고 합니다.


직장생활의 보람과 정신 건강

반복적 업무, 몰입할 동기의 부족, 수동적인 역할 등이 모두 직장에서 스트레스와 번아웃 가능성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항공 의학 전문가인 리처드 새크레이(Richard Thackray) 박사는 비행기 조종의 지나친 자동화로 인해 조종사가 느끼는 권태감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습니다. 그는 ‘지루하고 무미건조한 일상이 주는 스트레스’라는 논문을 통해 단순 반복적인 직장생활이 직원의 사기, 성과, 업무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한편 그의 또 다른 실험 및 현장 연구에 따르면 마감일에 쫓기며 정신없는 근무 환경에 단조롭고 보람 없는 업무가 합쳐지면 번아웃을 유발하기에 딱 좋은 조건이 된다고 합니다.

일리노이대 스프링필드 캠퍼스의 샤람 헤시맷(Shahram Heshmat) 명예 교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직장생활에 권태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1. 매일 반복되는 뻔한 업무. 특히 업무의 세부적 측면이 재미없는 경우입니다.

2. ‘몰입(flow)’의 부족. 1975년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ály Csíkszentmihályi)가 제시한 개념인 몰입은 만만치는 않지만 자신의 능력을 벗어나지 않는 난이도의 일을 하면서 몰두해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데요, 또 다른 말로 ‘무아지경’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반면 본인의 역량에 비해 너무 쉬운 작업은 시시해서 보람을 느끼기 힘듭니다.

3. 초심의 상실. 새로운 경험을 하면 동기부여나 보상 추구와 관련된 화학물질인 도파민이 뇌에서 뿜어져 나옵니다. 도파민 덕에 우리는 용케 직장에서 데드라인을 맞추고, 목표를 달성하며, 일상적 업무도 즐기면서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뇌가 어떤 경험을 익숙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동기부여와 보상 추구의 원동력이 사라집니다. 새로운 경험이 장수 여부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삶의 질에 얼마나 중요한지 짐작이 가시겠죠?

4. 주체성이나 자율성의 결여. 직원에게 자율성이란 의사결정 과정에서 얼마나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는지를 가리키는 재량의 척도를 말합니다. 적용되는 영역은 스케줄 관리, 목표 달성 방법, 일상 업무의 유형 등 다양합니다. 높은 수준의 자율성은 직무 만족도를 높이는 반면, 낮은 수준의 자율성은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며 번아웃의 주범이 됩니다.

위의 연구는 직원이 자기 업무에 보람이 없고, 역할에 자율성이 부족하며, 매일 하는 일이 똑같다고 생각할 경우 심신 건강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이때 잡 크래프팅은 직장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해독제로서 리더들에게 꼭 필요한 것입니다.


지루한 업무에 의미 부여하기

실제로 대부분 직원은 하는 일이 만날 똑같습니다. 아무리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 해도 반복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반복에 자석처럼 끌립니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 일상 활동 중 같은 상황의 반복이 약 4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잠재의식적인 행동들이 의식적인 뇌에 영향을 미쳐 반복을 더욱 기억에 아로새기고 심리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반복되는 루틴은 안정감을 주는 장점이 있긴 합니다. 대신 재미가 없는 게 문제죠.

그렇다면 이런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이나 태도에 살짝 변화를 줘서 권태감을 무찌르고 색다른 기분과 목표 의식이 생기게 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 여기서 잡 크래프팅이 진가를 발휘합니다. 한때 우리가 무의미하다고 여겼던 일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게 해주니까요.

2001년 미시간대의 제인 더턴(Jane Dutton) 교수와 예일대의 에이미 레즈네스키(Amy Wrzesniewski) 교수는 잡 크래프팅의 개념을 정의했는데요.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 범위를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직장 동료들과 상호 작용함으로써 주어진 업무에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변화를 주는 수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요점은 우리가 동일한 일을 하면서도 그 일을 대하는 태도와 목적에 심플한 변화를 주면 이전과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겁니다. 예컨대, 여러분이 학교의 보조교사라면 자신의 업무를 어떻게 설명하고 싶은가요? 학생이 결석하면 부모에게 전화하거나 지각 사유서를 받아내는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학부모, 학생, 교직원 간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필수 연락관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음먹기에 따라 학생들의 안전을 체크하고 학생과 학부모 간의 매끄러운 소통을 도움으로써 원활한 학교생활을 돕는다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잡 크래프팅은 형식적인 업무 분장을 넘어 자기 일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합니다. 그렇다고 관리자는 반복적 업무가 더 이상 필요 없어질 거라 생각할 일은 아닙니다. 다만 이게 직원들의 업무를 규정하는 핵심이 아닐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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