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특히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같은 자원 집약적인 기술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정당화하는 대표적인 논리는 이런 기술이 지속가능성과 기후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AI는 재생에너지 시스템 최적화, 날씨 예측, 신소재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주장에는 근본적인 역설이 존재한다. AI가 지속가능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자체의 환경적 영향이 오히려 그 이점을 상쇄할 수 있다.
AI 모델을 학습하고 추론하는 과정에는 막대한 에너지와 물이 소요된다. 이 점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점점 증가하는 자원 소비, 폐기물 배출, 생태계에 가해지는 압력도 그에 못지않게 심각하다. 디지털 기술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AI는 방대한 물리적 인프라에 기반한다. 고성능 서버와 반도체 칩, 네트워크 장비, 저장장치, 제어 시스템, 케이블과 랙은 물론 이를 수용하는 대형 데이터센터 건물, 전력과 냉각 시스템 등 부대설비가 함께 필요하다.
이런 인프라는 단순히 에너지를 많이 쓰는 것을 넘어서 제조와 구축 과정에서도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델Dell 서버의 수명 주기를 분석한 결과 운영 중 사용하는 에너지는 전체 탄소 배출의 절반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40~50%는 제조 과정과 소재에서 발생했다. 이런 영향은 특정 지역에 국한된 문제로도 나타난다. 실제로 미국에서 메타Meta의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희귀 벌 종의 서식지 발견으로 중단됐다. 영국에서 시행 중인 ‘생물다양성 순이익Biodiversity Net Gain’ 법률처럼 인프라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는 규제도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아티클을 끝까지 보시려면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세요. 첫 달은 무료입니다!
Copyright Ⓒ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