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평판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을 때도 훼손될 수 있다. 동종 기업이 제품 안전 문제, 규제 위반, 또는 대형 스캔들 등 위기를 겪을 때 고객, 투자자, 규제 당국은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들 역시 유사한 취약점을 지닐 수 있다고 가정한다.
2015년 치폴레Chipotle 대장균 사태의 여파를 살펴보자. 각종 헤드라인이 쏟아지는 가운데 체인점들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 이와는 아무 관련이 없고 위생 관리 기록에도 흠잡을 데가 없는 멕시코 음식점들마저 갑작스러운 매출 감소를 보고했다. 이들은 오로지 ‘요리라는 카테고리’ 외엔 공통점이 없었음에도 실질적 손실을 입었다. 이와 같은 양상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엔론Enron의 몰락은 에너지 업계 전반의 신뢰를 훼손했고, 와이어카드Wirecard의 회계 부정은 유럽 전역의 디지털 결제 기업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FTX의 붕괴는 더 넓은 암호화폐 산업 전반에 걸친 규제 단속을 촉발했다. 이것이 바로 ‘조직 간 파급 효과’의 본질이다. 한 기업의 위기가 동종 업계로 확산돼 전반적인 평판, 투자자 신뢰, 고객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 차원의 간접 흡연과 같다. 직접 불을 붙이지 않았지만 연기에 질식하는 것과 같다.
왜 이러한 파급 효과가 발생하는가? 이해관계자들이 조직을 고립된 개별 상태에서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제한된 시간과 정보 속에서 ‘인지적 단축 경로’에 의존한다. 기업을 산업, 지역, 제품, 지배구조 연계성 또는 공급망 관계로 그룹화한 후, 한 기업의 잘못이 해당 범주 전체의 결함을 시사한다고 추론하는 것이다. 그 결과 운영이 건전한 기업들도 타사의 실패로 인해 실질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스캔들에 연루된 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자사의 관행이 건전하더라도 주가 하락이나 규제 당국의 강화된 감시, 행동주의 캠페인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고객들도 해당 기업의 직접적인 행동 때문이 아니라 연좌제로 인해 등을 돌릴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이러한 유형의 위기 전염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경영진은 동종 기업의 스캔들을 흔히 ‘남의 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관망한다. 어쩌면 남의 불행을 즐기는 듯한 태도로 스포트라이트가 다른 곳으로 향한 것에 안도한다. 그러나 대중이 우리 회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즈음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서사가 이미 굳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이러한 파급 효과는 통제할 수 있으며 오히려 유리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 신속히 차별점을 부각하고 투명성을 강화하며 이해관계자들을 직접 안심시키는 기업은 평판 훼손을 막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신뢰를 강화할 수도 있다. 일부는 혼란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기도 한다. 2015년 치폴레의 대장균 사태 이후, 패스트캐주얼 체인 경쟁사인 큐도바Qdoba와 모스Moe’s는 자사의 식품 안전 관행과 원재료 조달 기준을 부각시켜 경계하는 고객들의 신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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