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전략이 없습니다.” 한 기술 기업 CEO가 첫 만남에서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는 자신과 팀이 이룬 성과에 대해 상당히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동안 전략 없이도 잘 해왔고, 지금도 아무런 문제 없이 잘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전략을 세운답시고 현안에 대한 집중력을 잃게 될까 봐 걱정입니다.” 그에게 전략이란 불필요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관료주의bureaucracy를 부추기며 느리고 정치적인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조직을 성공으로 이끈 핵심 동력으로부터 구성원들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방해 요소로 인식됐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 30년간 30개국에서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들의 전략 자문가로 활동해 오면서 현장의 리더들로부터 이런 목소리를 수없이 접해왔다. 기업가 정신과 직감으로 사업을 확장해 온 창업자들, 실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내는 사업부 리더들, 인맥과 노하우를 통해 업무를 원활히 진행하는 부서장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러한 전략 회의론은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고개를 든다. 이때는 당장의 즉각적인 성과 달성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전략’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모든 시도는 진전을 가로막는 우회로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경영진의 자신감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우리는 문제없다"는 안일한 낙관론이 조직 내에서 오랫동안 지속된 이유를 알 수 있다. CEO의 과신overconfidence 은 종종 대담한 행보와 강력한 성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오판misjudgments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상황이 변해도 리더들이 익숙한 궤도에 집착하게 만들어 방향 전환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성장의 시기든 불확실성의 시기든 리더십이 직면한 과제는 동일하다. 더 많은 올바른 의사결정이 더 빠른 속도로 경영진을 넘어 조직 구성원 전체에 의해 내려져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최고 경영진의 판단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그 판단의 기준은 구성원들이 학습하고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하게 공유돼야 한다. 그래야만 모든 사안을 최고 의사결정권자에게 보고escalation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며 조직 전체가 일관된 방향성을 갖고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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