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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미국 경제에 대공황이 오지 않는 이유

디지털
2020. 6. 9.
코로나 위기로 대공황이 올까요?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적 거시경제 붕괴를 초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긴 합니다.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실업률은 대공황 이래 가장 심각한 수준까지 올라갔었죠.(역주: 이 글이 쓰여지고 나서 발표된 미국의 5월달 실업률은 조금 내려갔습니다) 사태 완화를 위한 재정 정책 추진으로 서구 국가들의 정부 적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수준까지 높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의 상황이 결국 경기침체 또는 부채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두려움이 팽배해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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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비관론에 사로잡히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을까요? 이번 충격의 강도가 매우 크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전례 없는 규모와 속도로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어 두려움을 불러일으킵니다.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경제가 과거의 성장궤도나 성장률 수준까지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다면 코로나바이러스는 거시경제에 장기적으로 구조적 피해를 입히게 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정도가 심각하다고 해도 하나의 거시경제 충격이 경기침체나 부채 위기와 같은 구조적 체제 붕괴로 이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주목해야 할 지표는 긍정적 거시경제 체제의 핵심인 '물가 안정성'입니다. 경기침체나 부채 위기와 같은 체제 붕괴는 각각 극심한 디플레이션이나 인플레이션을 초래해 경제의 정상적 작동을 멈춥니다. 지난 30년간 미국 경제에서 인플레이션은 하락세, 낮은 수준, 안정세를 보였으며, 그에 따라 금리가 낮아지고, 비즈니스 사이클이 길어지고, 자산 가치가 높게 평가됐습니다. 그러나 만약 물가 안정성이 악화되면 실물경제와 금융 경제에 막대한 영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는 얼마나 우려되는 상황일까요?

구조적 체제 붕괴로 이어지는 네 가지 경로path

'심각한 위기'crisis와 '구조적 체제 붕괴'structural regime break 를 가르는 것은 정책과 정치 입니다. 지도자가 무능하거나 정치적 의지가 부족해  지속적으로 부적절하게 정책적 대응을 한다면, 위기에 빠진 경제가 부정적 궤도로 곤두박질치는 것을 막지 못합니다. 과거 사례를 통해 구조적 체제 붕괴로 이어지는 4가지 경로를 각각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정책 오류 Policy Error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첫 번째 경로는 정치인과 정책입안자들이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데 있어 관념적으로 접근하는 데서 발생합니다. 미국 대공황이 전형적인 예입니다. 대공황은 대대적 정책 실패의 결과였으며 위기의 정도가 크고 지속기간이 길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 손상까지 남겼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관념적 오해가 관련돼 있습니다.

• 통화정책 오류와 은행 위기: 은행 시스템에 대한 제한적 감독, 긴축적 통화정책,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으로 1929~1933년 사이 수천 건의 은행 파산과 막대한 예금자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은행 시스템의 붕괴로 가계와 기업으로의 신용 흐름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1913년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가 설립돼 표면적으로는 위기에 대응했지만, 실제로는 상황을 너무 쉽게 본 나머지 은행 시스템이 붕괴되는 동안 사태를 방관했습니다. 관념적 오류에 갇혀 있었던 것입니다.

• 재정정책 오류와 긴축정책: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로 수수방관하며 너무 오랫동안 경제가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뉴딜정책은 경기침체를 막기에는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고 규모가 작아 피해를 되돌리지 못했습니다. 1937~1938년 또 한 번의 긴축적 재정정책이 시행되면서 경제는 다시 무너졌습니다. 결국 제2차 세계대전으로 총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대공황이 종결되고 생산량은 대공황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위와 같은 정책 실수로 20% 이상의 심각한 디플레이션이 발생했습니다. 그로 인해 엄청나게 높은 실업 상황에서 자산의 명목 가치가 크게 하락해 부채의 실질 부담이 급격히 증가했으며 가계와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습니다.

2. 정치적 의지 Political Willingness

심각한 위기에서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두 번째 경로는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이 분명하고 치료법도 알고 있지만 정치인들이 해결책의 집행을 방해하는 경우입니다. 이는 이해나 사고방식이 아닌, 의지의 문제입니다.

가까운 과거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 대한 미국 의회의 전망과 의견이 엇갈리고 합의가 도출되지 못하면서 미국 경제는 디플레이션을 수반한 경기침체 상황에 위험하리만큼 가까이 다가섰습니다.

2008년 말 은행 자본 손실이 누적돼 신용경색credit crunch으로 이어지면서 경제가 위태로워졌습니다.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무너졌고, 은행 시스템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의 발생 위험이 현실화됐죠.

가장 위험했던 순간은 2008년 9월29일 하원에서 7000억 달러 규모의 부실 자산 구제 프로그램(TARP) 관련 법안을 부결했던 때였습니다. 이후 시장 붕괴가 발생하는 등 값비싼 정치적 대가를 치른 후에야 정치인들은 TARP 프로그램에 대한 입장을 바꿨고, 며칠 뒤 10월3일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사실상 마지막 순간에 구조적 체제 붕괴를 막고 구조적 피해를 줄여 U자형 경기회복을 이루기 위해 정치적 의지를 한데 모은 셈입니다. 몇 년 뒤 미국 경제는 성장률을 회복했지만 위기 이전의 성장궤도로의 회복(U자형 경기회복)은 끝내 이루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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