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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 인사조직

바이오 대기업이 R&D 경쟁력을 높이려면

디지털
2020.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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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대기업에서 혁신의 첨병이 돼야할 R&D 부서가 불필요한 계층 구조나 관료주의, HR 프로세스 때문에 힘을 못 쓰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곤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대기업보다 오히려 중소기업이 혁신에 유리한 경향까지 나타나는데요. 바이오테크놀로지혁신기구Biotechnology Innovation Organization가 실시한 2018년 조사에 따르면 그해 신규 승인된 59개 치료 요법 중 38개가 바이오 스타트업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대형 제약사의 작품은 21개에 그쳤죠. 대기업의 경직된 구조, 복잡한 규정, 관리자 간섭이 혁신을 방해했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그렇다면 대기업이 중소기업만큼이나 R&D생산성을 높이려면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할까요?

R&D 부서를 대기업 안에 있는 독립적인 작은 회사라고 간주하고 운영하면 됩니다. 40여년간 생명과학 분야에 종사한 저희는 이런 전략의 효과가 얼마나 큰 지를 직접 목격했습니다. 제프 카프는 생명의학 연구실 책임자로 혁신 기업 7곳의 임상 개발과 제품 출시를 위해 총 4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금을 모금한 이력이 있습니다. 켄 반타는 바이오 제약 회사의 고위 임원으로 혁신 문화를 구축했고 현재는 C-레벨 리더십 컨설팅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자, 그럼 연구개발 중심 기업이 R&D 부서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할 세 단계 노하우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첫째, 혁신 담당 부서의 조직을 간소화한다

대부분 R&D 부서 조직은 부서장과 개별 연구자 사이에 4개 이상의 관리 계층, 즉 R&D 부서장, 치료 임상 선임 부사장(executive vice president), 실험실 부사장(vice president), 기타 관리 책임자 등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관리계층이 이렇게 두꺼울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일선 과학자와 기술자는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작은 단위의 실무 그룹을 자발적으로 만들고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주어진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요, 이런 팀의 리더는 실험실 관리자나 마이크로 매니저처럼 일일이 연구자들에게 간섭하지 않아도 됩니다. 팀 리더는 연구를 직접 챙기는 실무형 혁신가로서 동료 과학자와 기술자의 롤모델역할만 하면 됩니다. R&D 부서의 책임자가 회사 프로토콜이나 각종 절차를 신경 쓰지 않고 권한 위임에 집중하게 되면 팀 간 상호 협력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결국 획기적인 제품 개발 속도도 빨라질 수 있습니다.

R&D 부서장은 매니저들에게 관리 계층의 역할이 아닌, 보다 건설적인 역할을 주문해야 합니다. 즉 매니저의 역할이 통제가 아니라 팀을 대표하는 챔피언의 모습이 돼야한다고 강조하는 건데요.

예컨대 제 연구실(제프 카프)에서는 팀 리더에게 조직을 유기적으로 운영하는 막중한 책임이 주어집니다. 팀 리더와 저 사이에 중간관리자를 두지 않습니다. 저도 연구실의 구성원이며, 제 역할은 각 팀원의 장점을 알고 신뢰받는 멘토가 되는 것일 뿐입니다. 저는 팀원들이 스스로 맡은 일에 책임을 지고, 능력을 증명하고, 주인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합니다.

일례로 저희 연구팀은 약물을 폐에 투약하는 과정을 개선하는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요, 연구 초반에 저는 연구원들에게 일반적인 분석 기법에 의존하지 않는, 인사이트 몇 가지를 제시하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실험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팀원들에게 정답이 명확하지 않으니 탐정처럼 깊게 조사해야 한다고 수시로 강조하면서 연구팀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걸음 물러서 있었습니다. 절대 연구 과정에 간섭하지 않았죠.

물론 관리 계층을 제거하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M&A이후에 기업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조직을 간소화하듯이, 비슷한 명분을 들어 R&D 부서의 생산성도 높일 수 있습니다. 만일 CEO와 이사회의 지지와 동의가 필요하다면 타사의 사례를 제시해 설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스위스 바이오제약 회사 로이반트사이언스Roivant Sciences의 사례를 살펴볼까요? 로이반트사이언스는 12개가 넘는 중소형 계열사로 이뤄진 기업입니다. 로이반트에서는 각 계열사를 ‘반츠vants’라 부르고, 각 반츠는 서로 다른 혁신 과제에 집중합니다.

반츠들은 관료주의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R&D 직원과 반츠 R&D 책임자 사이에 1개 이상의 관리층을 두지 않습니다. 그 결과 로이반트는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로이반트사이언스에서 개발한 신약 15개는 현재 2단계, 3단계 임상 실험 중에 있는데, 회사 규모를 고려할 때 매우 인상적인 수준입니다. 또 지난해 12월, 일본 수미토모 다인피폰 제약Sumitomo Dainpippon Pharma은 로이반트사이언스의 사업 단위 5개를 30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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