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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코로나19 백신 임상에서 나타난 데이터를 다루는 세가지 방법

디지털
2021.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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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치명적인 신종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일시 정지된 한 해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 제약사가 막대한 투자와 함께 백신 연구 및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지난 달, 개발된 백신 후보물질의 효능 발표가 이어졌죠. 발표 내용은 2021년 세계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외에도 데이터를 활용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몇 가지 가치 있는 교훈을 준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합니다.

첫 번째 교훈: 빅데이터는 보기보다 작을 수 있습니다.

미국 동부 표준시 기준 11월9일 오전 6시45분,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4만3000명의 다양한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무작위 대조 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의 중간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자신들이 개발한 백신 후보 물질의 코로나19 예방률이 90%를 넘어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반적인 독감 백신의 예방률을 넘어서는데다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백신 효능 기준인 50%를 넘겼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수치입니다.

이 데이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임상 시험 참가자 수는 4만3000명이 넘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표본의 크기가 꽤 큰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표본이 클수록 통계의 신뢰성도 높아지죠. 하지만 백신의 효능은 백분율로 계산되기 때문에 잘못 이해하기 쉽습니다. 관련 데이터를 제대로 평가하고 신뢰하려면 이 수치를 어떻게 계산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계산 방법은 꽤 간단합니다. 먼저, 백신을 접종한 참가자 중 코로나19에 걸린 사람 수를 셉니다. 그다음, 이 수를 위약 투여자 중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의 수로 나눕니다. 마지막으로, 1에서 이 비율을 빼면 백신의 효능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진행한 실험에서는 백신을 맞은 사람 중 8명, 위약을 맞은 대조군에서 86명이 코로나19에 걸렸습니다. 8을 86으로 나누면 0.093이 되고, 이걸 1에서 빼면 0.907, 즉 90.7%라는 수치가 나옵니다. 그래서 ‘90%가 넘는 예방률’이라고 발표한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험에 참가한 전체 참가자가 아니라 코로나19에 걸린 사람들의 수만 통계에 반영됐다는 것입니다. 실험에 4만 명이 참가했든, 4000명이 참가했든, 아니면 400명만 참가했든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참가자 중 확진자가 94명이었다는 것만 중요하죠.

확진자가 94명에 불과한데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믿을 만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느냐고요? 답은 “그렇다”입니다. 무작위 대조 시험에서 8/86이라는 수치가 백신이 아닌 다른 이유나 단순한 우연 때문에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그렇기에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백신의 코로나19 예방률이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기준인 50%보다 높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빅데이터에서는 깊은 인상을 받지만 ‘스몰’ 데이터의 가치는 간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업 경영 측면에서도 빅데이터와 스몰데이터 사이의 차이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케팅 영역에서 예를 들어보죠. 광고 캠페인이 판매량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한 컨설팅 업체가 2만 명의 소비자 중 무작위로 선택한 절반만 광고에 노출되는 A/B 테스트를 진행해보자고 합니다. 최신 기술을 이용해 실험 대상자들이 앞으로 한 달 동안 내리는 구매 결정을 추적할 것입니다.

한 달이 지난 뒤, 컨설팅 업체가 광고에 노출된 사람들의 구매전환율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50% 높았다고 보고했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광고 캠페인의 효과가 더 긍정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수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본래 구매 전환의 확률이 매우 낮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마치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처럼 말이죠.) 기본 구매전환율이 1000분의 1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구매전환율이 50% 높다는 것은 광고에 노출되지 않은 소비자 중에서 10명이 구매할 때 광고를 본 소비자들 중에서는 15명이 구매했다는 뜻입니다. 광고 캠페인 덕분에 판매량이 늘어났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데이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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