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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한 우물만 파는 전략’의 한계 넘기

디지털
2021.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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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동안 기술 업계에 수많은 변화와 지각변동이 있었지만 가장 놀라운 소식은 세일즈포스(Salesforce)가 슬랙(Slack)을 277억 달러(약 30조 원)에 인수한다는 뉴스였죠. 고객관계관리(CRM) 업계의 베테랑 기업이 잘나가는 메신저 앱을 인수해서 도대체 무엇을 얻으려는 걸까요? 올해 기록적으로 성장한 슬랙은 왜 기업을 매각하는 걸까요? 영업 솔루션에 e메일을 대신하는 서비스를 결합한다고 해서 얼마나 커다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이 소식을 듣고 의아해했고, 세일즈포스 주가는 8% 이상 하락했습니다.

겉보기에 두 기업은 그다지 닮은 점이 없습니다. 세일즈포스는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Software as a Service) 영역을 개척했죠. 대표적인 상품인 CRM을 바탕으로 마케팅 분석 애플리케이션과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고요. 반면 슬랙은 주로 기업이나 조직 내부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조직 간 커뮤니케이션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하지만 두 기업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위협입니다. 세일즈포스의 CRM이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 제품인 다이내믹스 365(Dynamics 365)보다 우위에 있기는 하지만 비즈니스 분석 도구 영역에서는 각각 태블로(Tableau)와 파워비아이(PowerBI)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세일즈포스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호스팅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구글에 의존하고 있는 형국이지요. 슬랙이 느끼는 위협은 좀 더 큽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16년에 출시한 기업용 메신저 및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 팀즈(Teams) 때문입니다. 슬랙이 여러 면에서 팀즈보다 장점이 많지만 팀즈는 고객들에게 무료로 제공된다는 강점이 있어요. 팀즈 무료 버전도 있고,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인 마이크로소프트 365 오피스 프로그램에 번들로 제공되기도 하죠. 팀즈는 번들 전략 덕분에 2019년 하반기 일일 활성 사용자 수가 슬랙 사용자 수의 두 배 가까이 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이번 기업 인수가 일어나게 된 동기도, 이 인수가 실수로 판명 날 거라고 생각되는 이유도 모두 오늘날 기술 업계의 경쟁 구도 때문입니다. 인수되기 직전까지 슬랙은 베스트 오브 브리드 전략(best-of-breed strategy)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기업이었습니다. 독자적인 애플리케이션 한 가지에 집중해 품질을 최고로 올리려고 노력하는 전략 말이죠. 반면 세일즈포스와 함께하게 되면서 슬랙은 이제 통합 번들 전략(integrated bundle strategy)으로 변화를 꾀하게 됐습니다. 번들로 묶여 함께 판매되는 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생태계를 구성하는 전략이죠. 통합 번들 전략에서는 각각의 애플리케이션이 해당 영역에서 최고일 필요가 없습니다. 실제로 대개는 최고가 아닌 제품을 하나로 묶는 경우가 많죠. 이번 인수를 통해 세일즈포스의 CEO인 마크 베니오프(Mark Benioff)는 기업과 고객을 완전히 연결하는 통합 번들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한다는 목표에 한걸음 더 가까이 나아가게 됐습니다. 슬랙은 더 큰 생태계의 한 자리를 차지하며 약간의 안정감을 얻게 됐죠.

오늘날 기술 기업의 리더들은 슬랙과 비슷한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독자적으로 운영하면서 베스트 오브 브리드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할 때는 언제일까요? 그렇다면 통합 번들에 포함되는 것이 더 좋은 경우는 언제일까요? 기업은 적절한 전략을 선택해야만 성공하고 생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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