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세계화가 끝나가고 있다는 주장이 다시금 힘을 얻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시작됐을 때와 비슷한 주장을 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볼 때 국가 간 교류의 정도는 팬데믹 초기와 비교해서 강하게 반등하고 있다. 필자들은 이번 전쟁으로 인해 국제 사업 활동의 많은 부분이 위축되고 지정학적 변화가 초래되겠지만, 국가 간 흐름 자체가 붕괴되는 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세계 상품 교역량은 팬데믹 시작과 함께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곧 반등해 2020년 말에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돼 2021년 초에는 세계 상품 교역량이 최고치에 도달했다. 국제 공급망 교란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급격한 반등이 가능했던 주된 이유는 상품 교역에 대한 수요의 폭증이다.
2021년 상품(physical goods)에 대한 미국의 실질 개인 소비(real personal consumption) 규모는 2019년 대비 17퍼센트 상승을 기록했다. 미국의 상품 실질 개인 소비가 과거 이 정도로 급격한 성장을 보인 것은 2차 세계대전 후였다. 반면 서비스 항목(많은 경우 대면 접촉이 요구되며, 상품보다 거래성이 낮은)에 대한 소비자의 지출 규모는 지난 2년간 2퍼센트 하락했다. 미국에서 상품에 대한 소비액이 증가하면서 서비스에 대한 소비액이 줄어든 경우는 2020년이 처음이었다(데이터는 1929년부터 수집됨).